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팻 캐바나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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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하나인 적이 없었던 두 가지를 하나로 합쳐보라그러면 세상은 변한다사람들이 그 순간을 미처 깨닫지 못 할 수도 있지만그것은 중요하지 않다그럼에도 세상은 달라졌기 때문이다. " 

 

줄리안 반스라는 이름만 듣고 소설이겠지 싶어 도서관에 신청했다가 죽은 아내를 향한 에세이라는 걸 뒤늦게나마 주워듣고 책을 펼쳤다. 1, 2장을 읽으며 왜 이러는 걸까?’란 의문만 가득했다. 3장이 되어서야 반스는 사별한 아내의 이야길 꺼낸다줄리언 반스의 아내였던 팻 캐바나는 거의 문단의 모든 이로부터 사랑받아온 유능한 문학 에이전트였다그녀는 뇌졸중 발병 37일 만에 죽었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쓴 이후에도 줄곧 침묵을 유지하던 반스는 아내 사후 5년 만에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를 출판한다.

 

하나의 죽음은 다른 죽음에 빛줄기조차 비추지 못한다’ - E.M 포스터

 

반스는 고독을 두 종류로 나눈다사랑할 사람을 찾지 못해서 느끼는 고독과한때 사랑했던 사랑을 빼앗겨서 느끼는 고독그리고 이 중에 첫 번째가 더 고통스럽다고 말한다.

 

"독일어에 ‘Sehnsucht’라는 말이 있다같은 뜻의 영어는 없는데의미상 무언가를 갈망하는 마음을 뜻한다여기엔 낭만주의적이고 신비한 의미들이 내포되어 있다작가 C.S 루이스는 무엇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의 마음속에 위로받을 길 없이 남아 있는 열망이라고 정의했다명시할 수 없는 것을 명시하는 능력은 다분히 독일적인 것 같다그것은 무언가에 대한 열망이며우리의 경우엔 누군가에 대한 열망이 될 것이다. ‘Sehnsucht’는 첫 번째 종류의 고독을 설명해준다그러나 두 번째 종류의 고독은 그와 정반대의 조건에서 생겨난다바로 특별한 사람의 부재이다그녀의 부재 상태에 비견할 만한 고독은 많지 않다." 

 

그녀의 죽음이 없었다는 듯 침묵하는 지인들에게 분노하고끊임없이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줄리언 반스는 아내의 상실을 극복해내지 못한다어쩌면 그를 구원해준 것은 사람도 문학도 아니고 오페라였을지도 모르겠다그는 금기를 어기고 아내를 뒤돌아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오르페우스를 이제는 이해하게 된다세상을 잃는 게 무슨 상관인가사랑하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어떻게 뒤돌아보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30년 쯤 전에 줄리언 반스는 한 소설에서 아내를 잃은 한 육 십대 남자의 심정을 상상해보려 했고글을 완성했다. 30년 후에 그의 아내는 죽었다나는 한 영화에서 상주역할을 맡은 적이 있었다배우가 아니었기에 나는 암으로 투병중인 엄마의 죽음을 상상했었다불과 몇 달만에 엄마는 심장 마비로 돌아가셨다왜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긍정적인 상상은 이루어지기 힘들어도 부정적인 상상은 이루어지는 경우를 자주 본다단순한 우연이었을까내가 상상하지 않았더라도 엄마는 돌아가셨을까엄마의 죽음 이후 한 1년 동안은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다이제 슬픔을 극복했다고 생각하지만그리고 십년이 넘었지만 불현듯 엄마 생각이 난다드라마나 영화에서 백발의 노인이 엄마를 그리워하며 우는 장면들이 예전엔 와 닿지 않았는데이젠 알 것 같다.

 

꿈속에서 엄마를 만나면 나는 항상 엄마가 죽었단 사실을 잊어버린다. “엄마죽지 않았어?”하고 엄마에게 물어본 적은 있다엄마는 별소릴 다 한다며 내 어깨를 친다그러곤 서로 바라보며 웃는다나는 내가 왜 그렇게 멍청한 생각을 했는지 실없단 생각을 하고는 꿈에서 깨곤 했다무의식속에서는 여전히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시간이 흘러도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엄마가 부른다면 세상을 잃더라도 뒤돌아보리라.

 

그가 왜 하늘지하의 구성을 취했는지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나나다르와 베르나르의 이야기가 굳이 꼭 필요했을까이제껏 하나인 적이 없었던 두 가지(팻과 반스)를 합쳐 세상이 달라졌음을 인정하지만 이제껏 하나인 적이 없었던 세 가지를 합치는 데엔 실패한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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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13 13: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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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13 15: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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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경보기 - 절실하게, 진지하게, 통쾌하게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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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에 의해서든 아니면 음악에 의해서든 또는 도움을 요청하는 외침에 의해서든 진리는 화들짝, 돌연 일격을 당한 듯 자기 침상에서 깨어나길 바란다. 진정한 작가의 내면에 갖춰져 있는 비상경보기의 숫자를 다 헤아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리고 집필한다는 것은 그런 비상경보기를 켠다는 것에 다름 아닐 것이다.

 

- 벤야민, <일방통행로>

 

강신주는 양두구육(羊頭狗肉),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이 난무하는 시대, 사이비가 판치는 시대에 철학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유신독재의 망령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 친일파들을 그때 살려두었기 때문일까. 프랑스는 나치협력자 200만 명을 심판했다. 한국의 나치들을 어이할까. 적과 동지라는 이분법은 필요하다.

 

칼 슈미트에 따르면 모든 종교적, 도덕적, 경제적, 인종적 또는 그밖의 대립은 그것이 실제로 인간을 적과 동지로 분류하기에 충분할 만큼 강력한 경우에는 정치적인 대립으로 변화하게 된다.”

 

우리에게 적이란 누구일까? 친일파의 후예이며 친미파로 갈아타 국민들을 총칼로 살해한 독재정권의 잔당인 새누리당과 보수세력, 재벌들이다.

 

자화자는 말했다. ‘온전한 삶이 첫째이고, 부족한 삶이 둘째이며, 죽음이 그 다음이고, 핍박받는 삶이 제일 못하다.’

 

다수의 99%가 소수의 기득권 세력에게 핍박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언제까지 자발적 복종으로 착취당하며 살아야할까. 새누리당은 얼마나 자랑스러워할까. 한국이 세계 11연패를 달성했으니. 11년 연속 자살율 1! 삶의 척박함을 사회구조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로 전가시킨 탓이다. (세계 11연패를 달성하기 위해 온갖 쓰레기 학자들과 언론인, 방송인들이 동원되었다. 이들 지식인들은 한 사람이 자살할 때마다 기뻐해도 좋으리라. 한 사람이 자살할 때마다 이들에게 공로상을 줘야하지 않을까.)

 

규제를 완화하는 게 자유인가? 초식동물과 육식동물 사이의 칸막이를 없앴다. 초식동물의 자유란 이제 사냥감이 될 자유뿐이다. 진주의료원은 폐쇄되었다. 이윤이 남지 않기 때문에? 언제부터 공공의료기관이 이윤을 남겨야 했지? 우리는 도로교통법이 헌법에 보장된 집회결사의 자유를 막는 나라에서 살고 있다. 이게 민주주의 국가에서 말이나 되는 일인가? 프랑스인들은 시위가 벌어지는 날이면 차를 집에 두고 직장으로 출근한다. 한국에서처럼 시위대 때문에 차가 막힌다고 경적을 울리는 사람이 있다면 프랑스에서는 시민들이 차를 뒤집어엎을 것이다. 시위대 때문에 차가 막힌다는 이유로 시위대 욕하는 후배가 있었다. 절교했다.

 

아직도 색깔론을 운운하는 사람이 있나? B.R 마이어스는 <왜 북한은 극우의 나라인가?>라는 책을 썼다. 전 국민의 새누리당 화, 그게 빨갱이다. 새누리당 색깔도 이제 빨갛지 않은가.

 

돼지같은 자본주의시대에 민주주의로 가는 일방통행로 같은 건 없다. 곳곳에 자본가들의 졸개들이 길을 가로 막고 있다. 그렇다면 돌아가면, 즉 우회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래도 막으면? 골목길로, 혹은 개구멍으로도 나가면 되는 것 아닌가. 그 어느때보다도 지식인 혹은 학자들의 파르헤지아가 필요한 시대다. 진실을 말하는 용기 말이다. 우리 선배들은 단지 그저 책을 읽었다는 이유만으로도 고문을 받고 죽어갔다. 아니, 아무런 잘못도 없이 죽어가기도 했다. 지금은 유신 독재 시대가 아니다. 도대체 뭐가 무서워 기득권의 비위에 맞춰 거짓말만 늘어놓는 걸까.

 

학계에서 강신주를 비판한다고? 자본가들 앞에서 꼬리나 흔드는 것들이?

양두구육, 지록위마의 시대에 지나가는 개가 웃겠다.

 

오늘 518일이다. 아직도 5.18을 간첩이 일으킨 거라 말하는 정신 나간 것들이 있다. (이제는 고소당할테니 입조심 해라.) 정권이 바뀌는 대로 5. 18 관련자들 전부 색출해 정당한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 김대중은 자신이 뭐라고 전두환을 용서한다고 풀어준 걸까. 수백만의 시민들이 용서하지 않았는데? 여전히 5, 18 학살 세력을 지지하는 국민들은 자신이, 자신의 가족이 곤봉으로 얻어맞아 뇌수가 터져나가야 정신을 차릴텐가.

 

죽을 줄 알면서도 도청을 사수하다, 가족들 때문에 할 수없이 도청에서 도망친 분들, 부당함에 복종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잔인하게 살해당한 모든 시민들의 명복을 빈다.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에서 마르크스는 말했던 적이 있다. “역사는 두 번 반복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다른 한 번은 희극으로.” 와! 진리다. 1965년 6월 22일 ‘한일협정’이 조인된 순간이 비극이었다면, 2015년 12월 28일 위안부 협상이 타결된 순간은 바로 희극이었으니,...

“어느 시대에 등장하든 간에, 모더니티는 기존의 믿음을 산산이 부수지 않고서는 그리고 ‘실재의 결여’를 발견하지 않고서는 존재할 수가 없었다. 동시에 모더니티는 다른 실재들을 발명하면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

-리오타르, <포스트모던의 조건>

“광장은 대중의 밀실이며 밀실은 개인의 광장이다. 인간을 이 두 가지 공간의 어느 한쪽에 가두어 버릴 때, 그는 살 수 없다. 그럴 때 광장에 폭동의 피가 흐르고 밀실에서 광란의 부르짖음이 새어나온다. 우리는 분수가 터지고 밝은 햇빛 아래 뭇 꽃이 피고 영웅과 신들의 동상으로 치장이 된 광장에서 바다처럼 우람한 합창에 한몫 끼기를 원하며 그와 똑같은 진실로 개인의 일기장과 저녁에 벗어놓은 채 새벽에 잊고 간 애인의 장갑이 얹힌 침대에 걸터앉아 광장을 잊어버릴 수 있는 시간을 원한다. ”

- 최인훈, <광장> 서문 중에서.

<세미나XX>에서 라캉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자는 오직 자신의 욕망만을 돌아본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마디로 남자는 이기적이고 심지어는 어린아이와 같은 성적 욕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자기중심적인 욕망이 강해져서 타자와 충돌하는 것이 바로 강박증이다.

그래서 스펙터클이란 “삶에 대한 시각적 부정”이라고 기 드보르는 자신의 주저 <스펙터클의 사회>에서 강조했던 것이다.

자신의 주저 <팡세>에서 파스칼은 인간의 본질을 이성이 아니라, 허영에서 찾는다. 중요한 것은 허영의 이면에는 비합리적인 인정 욕구라는 메커니즘이 자리 잡고 있다는 그의 통찰이다. “허영은 사람의 마음속에 너무나도 깊이 뿌리박혀 있는 것이어서 병사도, 아랫것들도, 요리사도, 인부도 자기를 자랑하고 찬양해 줄 사람들을 원한다. 심지어 철학자도 찬양자를 갖기를 원한다......이것을 읽는 사람들은 읽었다는 영광을 얻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이렇게 쓰는 나도 아마 그런 바람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아마도 이것을 읽을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

“개념으로는 도달하지 못하는 것, 개념의 추상 메커니즘을 통해 삭제된 것, 아직 개념의 본보기가 되지 않는 것, 그런 것이 개념에 대해서는 절박한 것이 된다.” 그의 주저 <부정변증법>에 나오는 구절이다. 아도르노는 ‘절박함’이라고 말했다. 도대체 무엇에 대한 절박함이었을까?

여기서 우리는 기철학을 표방한 것으로 위대한 형이상학자 장재의 이야기를 음미할 필요가 있다.

“하늘을 나의 아버지라 부르고 땅을 나의 어머니로 부르며, 나는 이처럼 미미한 존재로 아득하고 광대한 천지에 태어나 살고 있다. (...) 사람들은 모두 나의 가족이며, 만물은 모두 나의 동료이다. (...) 천하에 피곤하고, 고달프며, 병들고 불구인 사람, 그리고 부모나 자식, 남편이나 아내가 없는 사람들은 모두 나의 형제들 중에 넘어져 고통스러우먼셔도 하소연할 곳이 없는 사람들이다.”

장재의 주저 <정몽>에 등장하는 유명한 구절이다.

벤야민이 역사철학자로서 자신의 임무를 술회하면서 “곁을 거슬러 역사를 솔질하는 것을 자신의 과제로 본다”라고 말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제강점기나 혹은 유신 시절에 아무리 세련된 문물들이 범람했을 지라도 심지어 그것들이 그 시절 유물의 99퍼센트라고 할지라도, 우리는 결을 거슬러 역사를 솔질해야만 한다. 그 모든 세련된 문물들은 결국 제국주의를 위해, 혹은 독재자를 위해, 아니면 자본주의를 위해 바쳐진 기념비일 테니까 말이다.

<시간과 타자>에서 레비나스는 다음과 같이 역설한다. “타자가 나와 더불어 공동의 존재에 참여하고 있는 다른 자아가 결코 아니라는 사실이다. 타자와의 관계는 공동체와의 전원적이고 조화로운 관계가 아니며, 우리가 타자의 입장에서 봄으로써 우리 자신이 그와 유사하다고 인식하도록 만드는 공감도 전혀 아니다. 타자와의 관계는 우리에 대해 외재적인 것이다.” 한마디로 타자는 역지사지가 불가능해지는 대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타자와의 제대로 된 관계는 당장 현재는 불가능하고, 오직 미래에 가능하기를 꿈꿀 수밖에 없다.

“철학이 하나의 삶의 형식이라는 사실은 고대철학의 세계에 관통하고 스며들어 있으며 지속되고 있는 파르헤지아라는 기능, 즉 용감하게 진실을 말하는 기능이란 일반 도식으로 해석되어야만 한다. 철학적 삶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물론 어떤 것들의 포기를 초래할 수밖에 없는 특별한 인생의 선택이다.”

..파르헤지아라의 가치는 솔직하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 상황에서만 빛을 발한다. 이런 이유로 푸코는 파르헤지아라는 개념에 “용감하게”라는 수식어를 붙였던 것이다.

영민한 현대 프랑스 사회철학자 앙리 르페브르도 자신의 저서 <리듬분석>에서 말하지 않았던가. “미디어화는 대화를 지우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이다.

‘리스판스response’가 ‘반응’이라는 의미라면, ‘어빌러티ability’는 ‘할 수 있음’을 뜻한다. 그러니까 ‘리스판서빌러티’는 ‘반응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사람이든 동식물이든 아니면 사물이든 간혹 우리는 타자의 고통이 뼈저리게 다가오는 경험을 할 때가 있다. 이 순간 우리는 타자의 고통에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1992년에 출간된 시집 <희망의 나이>를 마무리하면서 시인 김정환도 말한 적이 있다. “사회성과 서정성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것, 정확히 말해 그것이 나의 관심사는 아니다. 내게 시의 문제는 사회적 서정의 수준을 높이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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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8 14: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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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8 20: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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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a 2016-05-18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인분들의 명복을 빕니다..좋은리뷰도 감사하구요 강신주샘 강의 듣고파

시이소오 2016-05-18 20:37   좋아요 1 | URL
제가 감사하죠 ^^

cyrus 2016-05-18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비 시대에 적응하는 사이비, 가짜 철학자도 있을 거예요. 요즘 시대에 뭐가 진짜인지 사이비인지 구별하기가 힘들어요. ^^;;

시이소오 2016-05-18 20:38   좋아요 0 | URL
동감입니다. 사이비가 워낙에 판을 쳐서 진짜와 가짜의 구분이 힘든 시기네요. ^^ :

2016-05-19 0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6-05-19 09:42   좋아요 0 | URL
그랬나요 ^^;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마음산책 짧은 소설
이기호 지음, 박선경 그림 / 마음산책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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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2014년 최고의 한국 장편 소설 3편을 뽑자면 한강의 <소년이 온다>, 성석제의 <투명인간> 그리고 이기호의 <차남들의 세계사>. (그러고보면 2015년 최고의 한국 소설은 뭘까? 언뜻 떠오르지가 않는다.뭐가 있는지요? )

 

한국 소설가 중 웃길 줄 아는 소설가는 성석제, 이기호, 천명관, 윤성희 정도가 아닐까. 그 중에서도 성석제와 이기호는 우열을 가르기 힘들만큼 웃긴 소설가다. 웃기다기 보다는 웃픈소설가라고 해야 할까. 성석제나 이기호의 소설을 읽다 낄낄거리고 웃다보면 어느새 울고 싶어진다.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는 단편집이라기 보단 콩트집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짧은 글이지만 웃픈세상사는 짧지 않았다.

 

검도 도장 관장인 승혁 씨는 중학생 아이를 폭행했다는 이유로 고소당한다. 중학생 아이가 소녀 시대 태연 양을 험담했기에 때렸다나. 형사가 합의를 종용하자 사랑이 어디 합의할 수 있는 거던가요?”라며 합의를 거부하는 승혁씨. <벚꽃 흩날리는 이유>

 

는 중동에서 삼십 년 살았다는 할머니 옆 좌석에 앉아 있다, 메르스가 걱정되어 스튜어디스에게 자리를 바꿔달라고 요청한다. 할머니는 부천시 중동에 사신다고. <타인 바이러스>

 

편도 차비만 손에 들고 강원도 해수욕장을 찾은 세 젊은이들은 유흥비를 벌기 위해 주차장 알바를 시작한다. 사흘 만에 더위 먹고, 화상입어 지쳐버린 친구들은 알바를 그만두고 사장에게 돈을 달라고 하는데 숙박비, 식비 빼고 받은 돈은 세 사람 분 고작 팔 만원. 해변엔 사람들이 웃고 뛰어다니는데. <그녀와 마주친 어느 오후>

 

나는 자살을 하기 위해 고속도로 쉼터에서 번개탄을 피우려는데 주변에 정차한 트럭 기사가 라이터 불을 달라고 계속 귀찮게 한다. 자꾸만 귀찮게 하는 트럭 기사에게 나는 벌컥 화를 낸다.

 

저기 그러지 마시고요, 선생님. 여기 벤치에 앉아서 저하고 같이 고등어나 한 마리 구워 드시죠. 어차피 라이터도 저 주셔서 번개탄 붙이기도 어려울 텐데....., 그냥 허기나 채우자고요. 별도 좋은데.”

 

그의 말에 는 자신도 모르게 뚝뚝 눈물을 흘린다. <미드나잇 하이웨이>

(나도 모르게 나도 운다.)

 

는 아버지 산소 옆으로 어머니가 키우던 봉순이를 매장하기 위해 땅을 판다. 어머니 말로는 봉순이가 잠든 어머니를 보고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고. 봉순이가 엎드려 있던 곳엔 어머니의 양말 두 짝이 얌전히 놓여 있었다.

 

사람한테 일 년이 강아지한텐 칠 년이라고 하더라. 봉순이는 칠 년도 넘게 아픈 몸으로 내 옆을 지켜준거야. 내 양말을 제 몸으로 데워주면서.” <우리에겐 일년, 누군가에게 칠년>

 

사업을 말아먹은 기준씨는 아들의 축구 실력에 희망을 걸고 아들을 유소년 축구단에 가입시킨다. 아들은 긴장해서인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 같다. 아들은 공 한번 제대로 차지 못했다. 아들 말로는 자기 학교에서 축구할 땐 다섯 명 씩 하는데 -아들 학교는 전교생이 30명 이다. - 여긴 열한 명씩 한다고...애들이 너무 많단다. 그 말을 들은 기준 씨는 곧 울 것만 같은 심정이 된다. < 달려라 아들 >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1년 만에 해고당한 그는 어느날 tv를 보다가 또띠아 토스트를 해먹기로 하고 부엌에서 조리를 한다. 밀가루 반죽을 하다 소주병이 깨져버리고 새벽 네 시에 놀라서 깬 부모님이 거실로 뛰쳐나온다. 어머니가 만두를 해먹으려고 했던 거냐고 묻자 그는 또띠아를 해보려고....”했다고 말한다.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묻는다.

뽀삐를 왜 해먹어? 이 새벽에?”

 

하고 싶은 말은 많았으나, 그저 모든 것이 부끄러워졌을 뿐이었다. 나는 그저 무언가를 다시 해보려고 했을 뿐인데......그는 괜스레 케이블 tv 속 셰프가 원망스러웠다. 누구에겐 초간단 요리가 또 누군가에겐 그렇지 않음을.....아무도 그것을 말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초간단 또띠아 토스트 레시피>

 

시골의 아버지는 노을 다방미스 심을 태우고 가다 오토바이 사고를 일으킨다. ‘는 아버지를 서울 병원으로 모신다. 그와 함께 병원 로비 프랜차이츠 커피 전문점으로 간 아버지는 다방 문화에 익숙해서인지 카운터 여자 아르바이트 생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가씨도 한 잔 마셔.”

 

그가 전화를 받기 위해 커피숍 바깥으로 나간 사이, 아버지는 테이블 앞에서 부르르 떠는 진동벨을 놓고 안절부절 어쩔 바 몰라한다. 그러다, 결국 아버지는 진동 벨을 귓가에 갖다 댄다.

여보세요?” <입동전후>

 

가진 자 들의 자유를 부르짖는 신자유주의, ‘돼지 같은 자본주의세상은 철창이 무너진 동물원과 같다. 너나 나나 모두 다 가려워 보인다’. 가려운 데 긁을 수 없으면 어떡할까?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면 된다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 볼까.

 

그냥 허기나 채우자고요. 별도 좋은데.” 


(우왕, 한강님의 맨부커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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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희망 2016-05-17 1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최고의 장편에 소년이 온다와 투명인간이 있습니다
두 작품이 다른 무늬로 울게 만들더군요
왠만해선~~도 또 그런 종류구요

시이소오 2016-05-17 10:05   좋아요 2 | URL
한강님 맨부커상 수상으로 <소년이 온다> 한 백만 부 팔렸으면 좋겠네요.^^

CREBBP 2016-05-17 12: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강님 수상 덕에 소년이 온다도 전세계적으로 많이 팔리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가 더 많이 알려지고, 아직도 처살아서 오늘도 어김없이 주둥이를 나불대고 있는 살인마를 세상에 더 알리고.. 그랬으면 좋겠네요

시이소오 2016-05-17 12:29   좋아요 1 | URL
동감이에요. 살인마들 잔당들이 아직도 한 나라를 농단하고 있다는걸 전 세계인이 알게되면 한국 민주화운동도 좀 더힘을 얻을 수 있겠죠? ^__^

알레프 2016-05-17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싶네요 ^^

시이소오 2016-05-18 00:40   좋아요 0 | URL
이기호 작가의 장편에 미치지 못하지만 나름 재밌어요 ^^
 
라플라스의 마녀 라플라스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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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정말 미스테리한 작가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을 읽고 나선 꼭 다짐의 말을 한다.

내가 또 다시 히가시노 게이고 책을 읽으면 성을 간다!’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 왜 잘 팔리는지 도무지 미스테리다. 애초의 다짐을 잊어버리고, 미스테리를 풀기 위해 계속 읽어보지만 아무래도 모르겠다.

 

<라플라스의 마녀>는 그나마 뒷이야기가 궁금하기는 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소설들 중에 뒷이야기가 궁금했던 적이 있었던가? 내 예상을 벗어났던 소설은 <몽환화>가 유일했던 것 같다.

 

옮긴이의 말에서 양윤옥 번역가는 히가시노 게이고를 다작이면서도 태작이 드문 작가라고 말했다. 히가시노 게이고만큼 태작이 다작인작가가 있던가? 구멍이 숭숭 뚫린 허술한 플롯, 자동 인형인듯한 영혼 없는 캐릭터, 인터넷으로만 검색한 듯한 빈약한 자료 조사, 안개처럼 뿌옇고 흐릿한 세부 묘사, 읽다보면 어느새 바보가 된듯한 멍청한 대사. 그런데 왜 사람들은 재밌다고 하는 걸까? 도덕 교과서에 나올법한 이런 대사들 때문일까?

 

당신은 수많은 잘못을 저질렀지만 그중 가장 큰 잘못이 무엇인지 알려줄게. 대다수의 범용한 인간들은 아무런 진실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져버리고, 그런 인간들은 태어나든 태어나지 않았든 이 세상에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 아까 당신이 그렇게 말했지? 하지만 아니야. 이 세상은 몇몇 천재들이나 당신 같은 미친 인간들로만 움직여지는 게 아니야.

 

얼핏 보기에 아무 재능도 없고 가치도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야말로 중요한 구성 요소야. 인간은 원자야. 하나하나는 범용하고 무자각적으로 살아갈 뿐이라 해도 그것이 집합체가 되었을 때, 극적인 물리법칙을 실현해내는 거라고. 이 세상에 존재 의의가 없는 개체 따위는 없어, 단 한 개도

 

사람들이 기욤 뮈소를 왜 좋아하는지 미스테리를 풀기위해 기욤 뮈소 전작을 했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전작도 불가능하다. 어림잡아 80편이다. 기욤 뮈소 전작 경험으로 유추해 보건대, 전작한들 시간낭비일 공산이 크다.

 

애덤 그랜트는 <오리지널스>에서 걸작을 창작할 비법을 제시했다.

작업량을 늘리면 된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의 태반이 태작이다. 그럼에도 잘 팔리고 개중에는 훌륭한 소설도 아마 있을 것이다. 작품의 질을 떠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성실성만큼은 본받아야 하지 않을까.

 

     

“만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원자의 현재 위치와 운동량을 파악해내는 지성이 존재한다면 그 존재는 물리학을 활용해 그러한 원자의 시간적 변화를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과거와 현재의 모든 현상을 설명하고 미래까지 완전하게 예지가 가능하다......라플라스는 그런 가설을 세웠습니다. 그 존재에는 나중에 ‘라플라스의 악마’라는 별명이 붙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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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맥(漂麥) 2016-05-16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 왜 잘 팔리는지 도무지 미스테리다...
이거 공감입니다. (저도 게이고 책 읽을만큼 읽었죠. 2/3 정도는 읽었을 듯...)
꼭 만화대본소 작품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쳐다도 안봅니다...^^

시이소오 2016-05-16 13:03   좋아요 0 | URL
공감해주시는 분이 있다니 위로가 되네요.
저는 제 스스로가 `대중감각이 결여`된 인간이 아닐까 심히 괴로웠거든요. ^____^

:Dora 2016-05-16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이소오님 성을 간다면 어떤 걸로...? 비이소오 히이소오 기이소오

시이소오 2016-05-16 15:21   좋아요 0 | URL
글쎄요. 본명을 갈아야죠. ^^;

:Dora 2016-05-16 15:56   좋아요 0 | URL
아닌 거 알면서도 끌릴 때가 얼마나 많은데요

시이소오 2016-05-16 16:16   좋아요 0 | URL
제 취향이 그렇다구요. 제 취향이 옳다고 주장하는건 아니에요. 히가시노게이고는 오히려 열등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다들 재밌다는데 난 왜 재미가 없을까. 도대체 문제가 뭘까, 하고여.

cyrus 2016-05-16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들이 다 읽는 책에 매력 한 점이라도 느끼지 못하면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남들이 다 읽는 책에 대해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서평을 남길 때 망설여집니다. 괜히 악평을 남겼다가는 책 잘못 봤다는 의견을 들을까 봐 무서워요. ㅎㅎㅎ

시이소오 2016-05-16 17:24   좋아요 0 | URL
저도 요즘 글쓰기가 무섭네요. ㅎㅎ
침묵하는 편이 나을 것 같기도 하고......^^::

푸른희망 2016-05-16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게이고의 성실성만큼은 인정하고 싶습니다,
몇몇 좋은 작품이 있긴 해요...다만...... 아닌것도 넘 많죠..
그리고 가끔 가르치려고 들어서 맘에 안들기도 하구요...

시이소오 2016-05-16 20:51   좋아요 0 | URL
몇몇 좋은 작품 읽자고 80편을 다 읽어볼수도 없고, 저는 포기해야겠어요 ^^;

2016-05-17 1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17 1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20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나 같을 땐 정말 놀랄 수밖에 없어요! 히가시노 게이고에 기욤 뮈소 (저는 더해서 코엘료까진데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를 알수 없는 1인 여기 추가합니다 ㅎㅎ

시이소오 2016-05-20 23:46   좋아요 0 | URL
앗, 힌님도요? ^^ 이럴땐 찌찌뽕에 해당하는 단어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
 
멀고도 가까운 -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관하여
리베카 솔닛 지음, 김현우 옮김 / 반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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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고 쓴 리뷰가 아닙니다.

 

신간 평가단의 책과 리뷰가 겹치게 될 때마다 고민이다. (신간평가단의 선구안은 신뢰할만하다.) 이미 리뷰가 넘쳐나는데, 내가 또 무언가를 보태야 할 이유가 있을까? 남들은 폼 나게 책 받고 쓰는데 책도 못 받고 리뷰 쓰는 나는 얼마나 속없고 한심해 보일까? (책도 못 받고 리뷰 쓰는 사람이 있다고?! 아니, ?)

, 쪽팔려. 부끄럽다.

 

그렇다고 페이지가 줄어들 때마다 안타까워한 책의 독후감을 건너뛰어야만 할까? 리베카 솔닛은 페넬로페다. 솔닛은 마치 오딧세우스를 기다리듯, 아직 오지 않은 독자를 고대하며 이야기의 실을 감고 이야기의 실을 푼다. 리베카 솔닛은 셰에라자드다. 나는 마치 술탄마냥 그녀의 이야기가 계속 되기를 바랐다. ‘온기라는 씨줄과 냉기라는 날줄이 직조해낸 테피스트리의 실 한 오라기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리베카 솔닛은 얼음처럼 날카롭고 호흡처럼 따스한, 아름다운 이야기를 ‘poesis’ 만들어내고, ‘to spin’ 잣는다.

 

나방이 잠든 새의 눈물을 마신다.

 

과학기사의 제목이라니. 시가 아니었다니. 이 문장이 나를 싣고 어디론가 데려간다. 나는 타인의 슬픔과 고통의 눈물을 먹고 사는 나방이었을까. 화가 아나 테레사 페르난데스는 얼음 하이힐을 신고 얼음이 녹아 맨발이 될 때까지 서 있는 퍼포먼스를 했다고 한다.

하여간, 설치미술가들이란! 너나할 것 없이 쓸데없는 짓거리들을 하는군.’

 

추위로 손발의 감각이 없어지고 나면,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다. 다시 따뜻해진 후에야 비로소 고통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신데렐라>에서 여성은 신발에 맞추기 위해 자신의 몸을 변형시킨다. 반면 아나는 신발을 부수고, 맨살과 얼음 사이의 투쟁을 통해, 그리고 현실에 맞지 않는 동화와 그녀 자신이 가진 굴복하지 않는 온기 사이의 투쟁을 통해 아름다운 무언가를 만들어 냈다.

 

, 한번도 <신데렐라>를 저렇게 해석해 본적이 없다니! 남성인 나는 얼마나 무감각한지. ‘신데렐라 형여성을 비판하기만 했을 뿐, 여성을 신데렐라 화하려는 사회의 구조는 간과했다. 그렇다. 신발에 맞추도록 여성을 강요한 건 남성이었다. 남성은 여성의 눈물을 먹고 사는 나방이었다.

 

잠든 새의 눈물을 마시는 나방이나, 에로스와 프시케의 사랑 같은 건 서로 다른 존재의 공존일 뿐이다.

 

솔닛은 맨스플레인을 비판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다. 솔닛은 서론 다른 존재들 사이에서의 공존, 공감, 연대를 말한다. 리베카 솔닛은 나병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다. 나병은 특정 박테리아에 대한 감염 때문에 발생한다. 나병은 대체로 고통스럽지 않다. 오히려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감각의 마비 때문에 병이 악화된다. 솔닛은 묻는다. ‘나 역시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손발 어딘가가 마비된 것은 아닐까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할 때, 나병 환자의 살이 썩어가듯 우리의 영혼도 썩어갈 것이다.

 

동일시라는 말은 나를 확장해 당신과 연대한다는 의미이며, 당신이 누구와 혹은 무엇과 스스로를 동일시하느냐에 따라 당신의 정체성이 구축된다.......그리고 이 정신적 자아의 한계는 더도 덜도 말고, 딱 사랑의 한계다. 그러니까 사랑은 확장된다는 이야기다. 사랑은 끊임없이 뭔가를 덧붙여 가고, 가장 궁극적인 사랑은 모든 경계를 지워버린다.

 

무감각이 자아의 경계를 수축하는 것이라면, 감정이입은 그 경계를 확장한다.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에서 카이의 심장은 트롤의 깨진 유리에 박혀 차가운 얼음 덩어리가 된다. 카이는 자신을 찾아와 눈물 흘리는 게르다를 보고 눈물을 흘린다. 눈물로 인해 카이는 심장에 박힌 거울 조각을 토해 낸다. 게르다의 뜨거운 눈물이 카이의 얼음 같은 심장을 깨부순 셈이다. 키츠의 시구처럼 현세는 영혼을 다듬는 골짜기여서 응급상황과 어려움을 통해 우리의 영혼이 만들어지는 것일까. 이 책 역시 눈물일지도 모르겠다.

 

이 눈물을 마시고 나는, 나를 둘러싼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날아오르고 싶다.

온기로 가득 차.

 

밑줄 그은 문장


“가까이 있는 거야”라는 말을 통해 우리는 감정적으로 이어져 있다는,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는 뜻을 전한다. 뉴욕에서 몇 년을 지낸 후 뉴멕시코의 시골로 이사한 조지아 오키프는 사랑하는 이들에게 보낸 편지의 마지막에 이런 인사말을 덧붙였다. “멀고도 가까운 곳에서” 그건 물리적인 거리와 정신적인 거리를 함께 가늠하는 방법이었다.

철학자 찰스 그리스월드는 자신의 책 <용서>에서 말했다. “후회는 이야기를 하려는 열망이다.”

얼음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Glace에는, 거울이라는 뜻도 담겨있다. 얼음, 거울, 유리.

세상이 크다는 사실이 구원이 된다. 절망은 사람을 좁은 공간에 몰아넣고, 우울함은 말 그대로 푹 꺼진 웅덩이다. 자아를 깊이 파고들어 가는 일, 그렇게 땅 밑으로 들어가는 일도 가끔은 필요하지만, 자신에게서 빠져나오는 일, 자신만의 이야기나 문제를 가슴에 꼭 붙들고 있을
필요가 없는 탁 트인 곳으로, 더 큰 세상 속으로 나가는 반대 방향의 움직임도 마찬가지로 필요하다. 가끔은 밖으로 혹은 경계 너머로 나가는 일을 통해 붙잡고 있던 문제의 핵심을 ㅗ들어가는 일이 시작되기도 한다. 이것이야말로 말 그대로 풍경 안으로 들어온 광활함, 이야기로부터 당신을 끄집어내는 광활함이다.

고대 그리스어 ‘프시케’는 숨, 생명, 삶의 본질적인 활기, 영혼을 뜻하고, 때로는 영혼의 상징인 나비를 뜻하기도 한다.

냉기는 거의 모든 것을 보존한다. ‘동결하다freeze’라는 단어가 현대 영어에서는 ‘시간을 멈추다, 진행을 멈추다, 영상을 멈추다’와 같은 뜻으로 쓰이고 있다. 시간이 강이라면 아마 그 물은 얼음이 되어 버릴 것이다. 이렇게 흐름을 멈추고 정지한 시간이 극지방의 완고한 안정감이다.

극지방의 태양에 관해 쓴 지 1년쯤 후, 그러니까 남편이 갑작스레 익하한 후에 메리 셸리는 이렇게 적고 있다. “내가 마음이 차가운 사람인 걸까? 누가 알겠는가? 하지만 이 마음 한가운데 있는 얼음같이 차가운 무언가를 부러워할 필요는 없겠지. 적어도 이 차가운 심장에서 나온 감정이 만들어 내는 눈물은 뜨거운 것임을.”

p94. 이스터 섬의 원주민이던 라파누이는, 위험하고 예측할 수 없는 그 의식을 좀 더 삶의 중심으로 끌어들였다. 예언자들은 의식에 참가할 사람들을 꿈에서 선정했다. 누군가의 꿈에 등장하는 것이 위험한 일이 된 것이다. 참가자들은 해변에서 조금 떨어진 작은 섬으로 헤엄쳐 간 후에, 그해 처음 낳은 검은등제비갈매기의 알을 찾아서, 다시 헤엄쳐 와서는, 알을 깨뜨리지 않고 절벽을 올라와야 했다. 익사하거나, 상어에게 잡아먹히거나, 절벽에서 떨어지는 참가자들도 종종 있었다. 우승자는 새로운 이름을 얻고 홀로 지내게 되지만, 1년 동안 사람들의 찬양을 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그가 속한 부족은 그가 가져온 검은등제비갈매기 알 덕분에 그 섬의 모든 알을 독점할 수 있었다.

버드맨 의식은 어떤 작은 물건을 전리품으로, 영적이거나 사회적인 지위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혹은 삶을 바꾼 어떤 징표로 여기는 수많은 이야기 중 극단적인 예이다.

검은등제비갈매기 알은 점이 찍힌 작은 알일 뿐, 별다른 특징도 없다. 이 모든 것을 관장하는 신의 이름은 마케마케makemake다.

p99. 도서관은 세상으로부터 벗어난 성지이며 세상을 통치하는 지휘소다. ..도서관은 세상으로 가득 찬 은하수다. 모든 독자는 우다오쯔이며, 상상력으로 마음을 사로잡는 모든 책은 독자가 그 안으로 들어가 사라지는 풍경이다.....책은 다른 이의 몸 안에서만 박동하는 심장이다.

p100. 나는 침묵에서 시작했다.....나는 침묵에서 시작했지만, 결국엔 긴 여정을 거쳐 아주 멀리서도 들리는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에 이르렀다. .....왜냐하면, 글쓰기는 아무도 아닌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이고 청중 앞에서 낭독할 때라도 여전히 부재하며 멀리 있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미지의, 이미 오래전에 사라진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p109 성 프란체스코는 젊은 시절 말라리아에 걸려 군대에서 돌아온 뒤, 요양 중에 자신의 영적인 운명을 깨달았다. 모기 한 마리가 그런 영적인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p111. 그 혈액세포의 생성 과정을 ‘조혈(hematopoiesis)’이라 하는데, 각각 ‘피’와 ‘만들다’라는 뜻을 가진 고대 그리스어가 합성된 단어이다. 시(poetry) 역시 ‘포에시스poesis’에서 유래 했는데, 여기에는 예술이 단지 모방에 불과하다는 플라톤의 사상이 깔려있다. 우리가 ‘시’라는 뜻으로 쓰고 있는 단어에서, 고대 그리스인들은 세상의 모든 ‘만드는 행위’를 보았던 것이다.

p115 “정말 좋은 이유가 없다면 절대로 모험을 거절하지 마라.” 이번 모험은 두 손으로 덥석 받을 많은 이유가 있었다. 마치 책이 하나의 문이 된 듯했다.

‘에로스와 프시케’를 읽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보이는 그대로 사랑 이야기로 읽는 방법이고, 두 번째는 도전 의식과 하나가 되려는 욕망,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이야기로 읽는 방법이다. 이렇게 읽으면 두 주인공은 두 인물이 아니라 한 존재의 두 가지 측면이 된다.

잠든 새의 눈물을 마시는 나방이나, 에로스와 프시케의 사랑 같은 건 서로 다른 존재의 공존일 뿐이다.....흡혈 나방으로 알려진 많은 종류의 나방들은 척추동물의 피를 빨아 먹고 살고, 열 종 남짓한 어떤 나방은 포유류의 눈을 공격해 단백질과 소금, 기타 미네랄을 먹고 산다.

p121. 젊을 때 읽었던 마르키 드 사드의 문장이 종종 떠오르곤 한다. “아, 늘 무언가를 창조해 내는 시간에게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이 살덩이든 저 살덩이든, 오늘은 한 인간의 몸을 이루고 있지만 내일이면 천 마리의 곤층으로 변해 버릴 것을?” 사드에게 중요했던 이 질문 혹은 탄식은 일반적으로 분해라고 상상하는 어떤 과정이 또한 변신이기도 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p125. “아르스 롱가, 비타 브레비스 Ars longa, vita brevis”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p133. 17세기 프로테스탄트 목사이자 북아일랜드 데리 지역의 주교였던 에즈키엘 홉킨스

“이 모든 것이, 비록 매끈하고 화려해 보이지만, 실은 모두 겉으로 보이는 모습일 뿐입니다. 비눗방울, 허공에 떠다니는 비눗방울이 온갖 광택과 색으로 반짝이는 것처럼 진정한 세상도, 우리가 사는 이 세상도, 신의 숨결을 허공에 불어 만든 커다란 비눗방울에 불과합니다.” 몇 세기 전 네덜란드 철학자 에라스뮈스도 오래된 라틴어 표현 ‘homo bulla’ 즉 ‘인간은 거품이다.’라는 명제를 되살려 냈고, 바니타스 회화에서는 종종 작품 속에 비눗방울이 떠다니기도 한다.

자신의 숨을 세면서 거기에 집중하는 훈련은 선종의 명상에서 기초가 되는 훈련인데, 이 과정이 지루하다며 불평을 하는 제자가 있었다. 스승은 제자의 고개를 개울물에 넣은 다음 한참 후에 꺼내 주며 “아직도 지루하냐?”라고 물었다. 그 일시성이 분명해질 때, 숨은 지루하지 않은 것이 된다.

p194. ‘잣다 to spin’라는 단어는 처음에는 그저 뭔가를 만드는 행위를 뜻하다가, 빠르게 도랑가는 건 뭐든 뜻하게 되었고, 결국 ‘이야기를 하다’라는 의미까지 지니게 되었다.

“나는 누군가에게는 유용한 바늘이다. 하지만 거기에 꿰는 실은, 물론, 그림자다”라고 브렌다 힐먼이 자신의 시 <수트라 끈 이론>에 적었다. 영어와 라틴어에서 ‘꿰매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suture’sms 산스크리트어의 ‘수트라sutra’ 혹은 고대 인도어의 하나인 팔리어의 ‘수타suta’를 어근으로 하고 있다. 두 단어 모두 바느질과 관련이 있다.

‘수트라’라는 단어는, 플랫폼 수트라(육조단경), 하트수트라(반야심경), 로투스 수트라(법화경) 같은 단어에서 보듯이, 붓다 자신 혹은 그와 가까웠던 사람들의 가르침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는 훗날에 묶여 나오는 학문적이거나 철학적인 글들과 구분된다......수트라에 적힌 말이나 그 의미들이 만물을 관통하며 그것들을 하나로 묶어 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 실들이 우리가 따라야 할 길이고 삶이 흐르는 혈관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어떤 아름다움은 사람들을 울게 한다. “희망이 곧 역사로 이루어지는” 순간, 아주 오랫동안 찾으려고 노력했던 어떤 우주의 법칙을 발견하는, 그와 함께 어떤 질서를 알아보고 또 만들어 내는 우리 자신의 능력이 드러나는 순간, 그저 놀랄 만큼 아름다운, 도덕적인 아름다움까지 포함하는 어떤 순간, 정의가 행해지고 진실이 존중받고 질서와 일체성이 회복되는 순간이 있다. 어쩌면 거기서부터 우리는 어떤 깊이 있는 아름다운 정의를 발견하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하나의 실처럼, 시간에 따라 풀려나가는 하나의 서사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하나의 이야기가 하나의 실인 것은 맞다. 하지만 우리들 각각은 그저 하나의 섬이고, 그 섬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실이 세상을 향해 뻗어 나가는 것일 뿐이다.

테피스트리 같던 특정 시기에서 실을 한 올 뽑아 보면, 내가 기술한 것은 모두 진실처럼 느껴진다.

p215. 하지만 승려들은 군부와의 연계는 거부했다. 시위의 절정에서 승려들은 매우 보기 드문 의식을 행했다. 그것은 팔리어로는 ‘파탐 니쿠자나 카마’, 즉 아무것도 담을 수 없도록 시주받는 그릇을 엎어 버리는 의식이었다......받기를 거부하는 것은 그 대가로 무언가를 내어 주는 것 역시 거부하는 것이며, 동시에 속세의 사람을 종교인의 삶과, 영적인 삶과 이어주던 끈을 끊어 버리겠다는 뜻이었다.

p222. 네 번째 광경은 <불소해안>에는 나오지 않지만 다른 경전에 자주 등장하는 것으로 바로 ‘비구’, 즉 홀로 방랑하며 인간이 고통받는 원인을 찾고 그것을 전하는 일에 삼을 바친 사람들이다.

p225. ‘두카’는 하늘, 공기 혹은 구멍, 특히 바큇살의 축에 있는 구멍을 의미한다. ‘수카’가 바퀴가 잘 굴러가게 하는 좋은 구멍이라면, ‘두카’는 잘못된 구멍, 바퀴가 흔들리고 길에서 덜컹이게 하는 구멍이다. 이는 조화나 차분함의 반대어로, 불화 아니면 소란으로 번역할 수 있다.

p232. 그 이어짐이 비극인 이유는 철새와 함께 이동하는 독성 물질과 기후변화 때문이다. 그 독성 물질은 곰을 자웅동체로 만들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그린란드 여성의 모유는 과학자들 사이에서 유해 폐기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수반카가 말했다. “왜냐하면 전 세계에서 시작되는 독성 물질의 여정이 북극에서 끝나거든요. ”

나방이든 나비든 다 자란 곤충은 ‘이마고’라고 부른다. 그 복수형이 ‘이매진즈’다. 나방이나 나비, 혹은 날 수 있는 다른 곤충을 성충으로 완성시키는 세포를 ‘이매지널 세포’라고 부른다. ....이마고는 또한 ‘한 인간에 대한 이상화된 이미지’라는 뜻도 가지는데, 이 이미지는 보통 어린 시절에 부모를 보며 형성된다.

불교에서 정신의 낙원을 뜻하는 니르바나는 촛불이나 불꽃을 ‘불어서 끄다’라는 동사에서 파생된 단어다. 그건 열정이 가진 열기를 끄는 것, 숨을 길게 내쉬며 흘려보내는 상태를 의미한다.

p294. ‘헛되다’로 번역된 히브리어는 ‘헤벌hevel’이고, 이는 숨 혹은 수증기라는 뜻으로, 숨처럼 순간적이고 수증기처럼 금방 사라지는 어떤 것을 의미한다. 북극은 예외였다. 그곳에서는 페테르 프로이켄의 숨이 그래도 하나의 구조물이 되었다.

p350. “무엇이든 말로 바꾸어 놓았을 때 그것은 온전한 것이 되었다.”라고 버지니아 울프는 적었다. “여기서 온전함이란 그것이 나를 다치게 할 힘을 잃었음을 의미한다. 갈라진 조각을 하나로 묶어 내는 일이 커다란 즐거움을 주는 이유는, 아마 그렇게 함으로써 내가 고통에서 벗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이 나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글을 쓰다가 무엇이 무엇에 속하는지를 발견할 때 느끼는 희열도 그렇다. 여기서 나는 내가 철학이라고 부르는 어떤 것에 도달한다. 어찌되었든, 원단의 뒷면에는 하나의 패턴이 있게 마련이라고 나는 늘 생각해 왔다. 우리는 , 그러니까 모든 인간은 그 패턴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 세계 전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이며 우리는 그 예술 작품의 일부라는 생각 말이다.”

p355. 피터 싱어는 “현실을 파악하고 행동을 결정하는 두 개의 과정. 즉 정서적 체계와 의도적 체계”를 이야기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전자는 이미지나 이야기에 관여하며 감정적 반응을 유도한다. 후자는 사실과 수치에 관여해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p363. 응급상황emergency이란 무엇일까? 이 단어의 어근을 보면 ‘부상emergence’이라는 단어를 발견하게 되고, 그다음엔 ‘나타나다emerge’까지 이어진다. 응급 상황이란 무언가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나오는 ‘응급 상황’의 첫 번째 정의는 “가라앉았던 사체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 현재는 많이 쓰이지 않음”으로, 이는 ‘부상’의 정의와 동일하다. 두 번째 정의는 “가려져 있던 것이 드러나는 과정”이다. 마치 물놀이를 하던 사람이 갈대를 헤치고 나오는 것처럼, 누군가의 입에서 비밀이 새어 나오는 것처럼. 그다음에 가서야 우리에게 익숙한 정의가 나온다. “에상치 못했던 일이 발생한 상태, 즉각적인 대처를 서둘러 해야 하는 상태.”

시인 존 키츠는 현세란 “영혼을 다듬는 골짜기”이며, “응급 상황과 어려움을 통해 영혼이 만들어진다.”라고 했다. 응급 상황이 무언가가 빠른 속도로 부상하는 시기라면, 융합merge은 그와 반대되는 상황이다. “어떠한 특정한 활동이나 삶의 방식, 환경에 빠져들게 하는 것,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것” 혹은 “어떤 액체에 녹아드는 것”, “어딘가에 포함, 흡수, 혼합되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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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 2016-05-08 0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 읽으니 다시 펼치고 싶네요.

시이소오 2016-05-08 09:30   좋아요 0 | URL
야금야금 읽다 반납할 때가 되어 슬프네여. 흑 ^^;

:Dora 2016-05-08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어제 이책 집어들었다 놨었는데.. 리베카 솔닛 ♡

시이소오 2016-05-08 09:59   좋아요 0 | URL
아직 다 안 읽으셨군요. 느무 부러워요 ㅋ^^

:Dora 2016-05-08 10:00   좋아요 0 | URL
시작도 못했죠 사려다 말았거든요...

시이소오 2016-05-08 10:02   좋아요 1 | URL
사셨어야죠 ㅋ

:Dora 2016-05-08 10:05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근데 사고픈 책이 너모 많았어요 솔닛아줌마가 이양구샘 책에 밀렸어요 ㅋㅋ

시이소오 2016-05-08 10:10   좋아요 1 | URL
호모 파베르의 인터뷰도 읽고 싶네요 ^^

:Dora 2016-05-08 10:15   좋아요 0 | URL
네 꼭 읽어보셔요^^ 제가 좋아하는 연출님이에요 필경사바틀비 연극한다는데 공유도 할게요

시이소오 2016-05-08 10:18   좋아요 1 | URL
꼭 읽어볼게요 ^^ 바틀비를 공연하다니 신선하네요 ^^ 바틀비적 정신이 필요한 시대죠. ^^

보물선 2016-05-08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러나와 쓰는 서평이 진짜 서평이죠^^ 잘 읽었슴다. 남자들의 느낌을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읽다가 말았는데 다시 읽어야겠어요.

시이소오 2016-05-08 10:21   좋아요 1 | URL
나방의 깨달음이죠. 후반부에도 기가막힌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즐독하시길 ^^

보물선 2016-05-08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딱 나방까지 읽었어요 ㅋㅋ

시이소오 2016-05-08 10:24   좋아요 1 | URL
나방 이야긴 챕터마다 계속 나와요 ^^

보물선 2016-05-08 10:26   좋아요 0 | URL
그럼~~처음 나오는 나방^^ 신데렐라 구두이야기까지였던 것 같아요~ 이 여자(분)의 세계는 정말 크구나 그런느낌^^

시이소오 2016-05-08 10:31   좋아요 1 | URL
리베카 솔닛의 다른 책도 궁금하네요 ^^

깊이에의강요 2016-05-08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이소님 리뷰는 항상
그 책을 손에 쥐고싶게 만들지요^^

시이소오 2016-05-08 21:04   좋아요 0 | URL
강요님이 그렇게 읽어주시니 그렇죠. 감사합니다 ^^

팔루스의 기표 2016-05-09 0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읽는 것 좋아하시
네요 리뷰에서 느껴집니다

시이소오 2016-05-09 09:43   좋아요 0 | URL
좋아하죠. ^^

cyrus 2016-05-09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서평을 써본 적이 없다고 해서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시이소오님이 서평단 모집할 때 지원하면 선정될 겁니다. 저는 신간도서를 사지 않고,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습니다. 시이소오님처럼 생각하면, 신간도서 못 사는 제가 한심해집니다. ㅎㅎㅎ

시이소오 2016-05-09 17:34   좋아요 0 | URL
저는 요즘 신간이건, 구간이건 모든 책을 빌려 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