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D대리님과 퇴근을 하던 길이었다. 최근 여행 이후 소위 '개안'을 하신 듯한 우리 D대리님은 세상이 아름다워요 샤방샤방 샬랄라 마음 모드였는데, 어제도 그 모드로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던 중, 아동부 교사 얘기가 나왔다.
W : 아동부 교사의 가장 나쁜 점이 뭔줄 아세요?
D : 뭔데요?
W : 내가 알고 있는대로, 혹은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대로 가르치기가 종종 참 어렵다는 거에요.
D : 그래요? 왜요?
W : 음, 예를 들어서요.. 크리스마스에, 애들에게 앞에 나가서 '얘들아, 사실 크리스마스는 예수님이 태어난 날이 아니란다' 라고 말을 하면 애들이 얼마나 충격을 받겠으며, 앉아있는 목사님이나 선생님들은 또 얼마나 당황스럽겠어요. 그러니, 애들이 나한테 나중에 배신감을 갖게 될 걸 알면서도 '여러분, 크리스마스는 예수님이 태어나신 날이죠?' 할 수 밖에 없는 거죠. 나도,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배웠던 과거에 대해 얼마나 배신감을 느꼈는데...
D : (웃으며) 예수님이 아니라 산타가 태어난 날이 아니라는 얘기를 하는 거죠?
W : 아니아니, 예수님이요, 크리스마스가 예수님이 태어난 날이 아니라구요....
D : (실망과 놀라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니에요?
W : 네, 아닌데... 예수님 태어난 날은 심지어 겨울도 아닌데... 여름인가 가을인가 그럴걸요? 그리고 실제로는 우리가 알고있는 것보다 좀 더 빨리 태어났을 걸요
D : 그럼 왜 12월 25일을...
W : 후대에 정한 걸걸요, 저도 잘 기억은 안나지만, 일종의 사회적 합의인거죠...
D대리님은 내가 걱정할, 몇년 후 우리 아이들의 얼굴로, 과거 자신의 주일학교 선생님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 완전 배신감 느껴져요, 라고 말하며. 워워, 나도 그랬어요. 그리고 이어지는 D대리님의 말 압권!
D : 혹시 C대리(최근 입사한 나의 절친한 친구, D대리님과도 원래 알던 사이)도 이 사실을 알고 있나요?
ㅋㅋㅋㅋ 여기서 갑자기 왜 그녀의 얘기가 나오는지는 몰라도, 난 이 얘기를 듣는 순간 쓰러짐 -_- 내일 가서 물어보고 놀려줘야겠다, 라고 결심한 D대리님께, 아마 알텐데...... 라고 이야기했으나, 모를 거라고 거의 확신하고 있는 D대리님... ㅎㅎ 그리고 오늘의 C
C : 알죠, 고대 로마의 태양신 숭배일이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D대리님은 내가 띄엄띄엄 보이나보다...
D : OTL
그래놓고 저쪽에서 몰랐던 몇명을 자기편으로 만들어놓고는 의기양양하게 설명하고 있다. 하하핫. 몰랐지? 그치 몰랐지? 너도 교회에서 니가 배운게 다인줄 알았지? 것봐요 얘도 몰랐다잖아요. 아니래 아니래, 부장님, 몰랐죠? 몰랐죠? ㅋㅋㅋㅋㅋㅋ
아흠, 그나저나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어찌해야하나.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