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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옆자리 후배에게 굉장한 노가다를 안겨줬다
이건 뭐 도무지 내가 다 할 수 없는 양인지라
어떻게든 기한은 좀 맞춰보려고, 정말 엄청난 노가다를 떠맡기니

나의 서포트가 주 업무인 후배에게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래도 미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나는 정말이지, 후배에게까지 비굴하다, 하하!

덕분에 후배는 오늘과 내일 컨트롤씨 컨트롤브이를
계속 누르고 있어야 할런지도 모른다
토할지도 모른다

것보다 좀 덜 단순한 걸 계속 하고 있는 나도
5시반쯤에는 토할 뻔했다


한시간쯤 지나서 또 비굴해진 나

"힘들죠?"
"아, 아니에요- 단순한 일이라 힘들 건 없는데, 좀 지겹긴 해요"
"아...그렇죠"

모르는 바 아니지, 끝이 까마득한 일이니
줄 수 있는 위로는 없고, 진심으로 나온 한마디는 이거였다


"좋은 음악 들으면서 하세요"


가만히 있던 옆자리 과장님은 쓰러지신다


"아, 아니요 과장님, 이게 진짜 지겨운 일이거든요, 제가 알거든요
그러니까, 음악이라도 좋은 거 들으라고... 저는 원스 오에스티를 듣고 있거든요"

순간 옆자리에서 놀라는 후배

"어, 저두요- 어제 영화보고 와서 지금 그거 들으면서 하고 있었는데"


하하, 이미 좋은 음악 듣고 하고 있었구나,
같은 음악 들으며 지루한 노가다를 견디고 있었구나,라고 생각하니
묘한 친밀감이 생기는 것이, 기분이 좋아진다

우리 과장님, 나도 들어야겠다며 어제 드린 파일을 들으시니
우리 쭉 나란히 앉은 세명이 같은 음악을 들으며 일한 셈이다 ㅎㅎ



그나저나 우리 후배까지 봤으면,
관객이 들 만큼 들었겠다 싶어, 궁금한 마음에 검색해보니
10만 돌파했다고 오늘자로 기사가 났다

인디영화 최고의 기록이라네
이 역시 기분 좋은 일이다

이런 일들이 많이 일어났으면 좋겠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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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7-10-31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원스가 이만큼이나마 성공해서 저는 좋아요. 여기 알라딘에서는 판매량 1위라잖아요. '도쿄타워'도 좋던데... 혹 보셨어요?

웽스북스 2007-10-31 09:59   좋아요 0 | URL
아뇨, 그건 책으로만 봤는데, 두달전부터 나오면 봐야지 봐야지 하긴 했었답니다~ 아, 근데 요즘 같아선 볼 수 있을런지, 덜덜 기절하게 바빠요 흑

이매지 2007-10-31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 다 오늘 어둠의 경로에서 구한;;;;;;
도무지 극장 갈 시간이 없어요 ㅠ_ㅠ
(갈 사람도 -_-;;;)

웽스북스 2007-10-31 09:59   좋아요 0 | URL
어라어라 남자친구는욥!
원스는 스피커 잘 조정해놓고 최적의 사운드로 보세용~!

마늘빵 2007-10-31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원스 오에스티 들으면서 잤어요. 어젯밤. :)

웽스북스 2007-10-31 09:59   좋아요 0 | URL
전국 방방 곡곡에 울려퍼지고 있는 원스 오에스티 ;)

마늘빵 2007-11-01 11:14   좋아요 0 | URL
저 이 영화 주말에 또 한번 보러가요. 이제 막판인거 같아서. :)

웽스북스 2007-11-01 17:44   좋아요 0 | URL
두번째 보면 느낌이 또 다르겠죠?
주변에 두번 봤다는 사람도 쫌 있는 것 같아요,
또 연말에 나다의 프로포즈 이런데서 한번 더 해줄까 싶기도 하고요 ㅋㅋ
(그러면서 정작 나다의 프로포즈는 잘 못보러 간다는 거 ㅠ_ㅠ)

도넛공주 2007-10-31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건 무슨 영화래요?저도 봐야겠네요(무소신).

웽스북스 2007-11-01 00:11   좋아요 0 | URL
무소신이 희소신이에요 ㅎㅎ 소신 버리고 보세요 ㅋㅋㅋ
절대 후회 없을 영화입니다 ^^

프레이야 2007-11-01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스, 개봉관에선 못 보고 지나갔는데 언제 디비디 나오려나요.^^

웽스북스 2007-11-01 19:11   좋아요 0 | URL
혜경님 덧글 보고 검색해보니, 정말 상영이 끝났네요- 아프님은 어쩌시려나...;; 혜경님은 이매지님에게 어둠의 경로를 물색해보심이 (이런 바른 영상물 문화에 해가되는 조언을 하다니, 휘리릭!)

마늘빵 2007-11-01 20:32   좋아요 0 | URL
엇 아녀요 아직 하는데 몇 군데 있어요. 부산은 내린건가요. 전 명동서 보는데. 서울극장도 있는거 같고. 강변씨지비도 있고, 코엑스도 아직 있구.

웽스북스 2007-11-01 20:38   좋아요 0 | URL
아아, 그렇군요- 네이버에서 '예매하기'가 안나오길래 제가 그만 착각을 (그 서비스가 종료된건가? ;; 이런 네이버 의존적인 삶 같으니 ㅋ) 맥스에 가서 보니 11월 15일까지 쭈욱~ 하던데요? 하하 ;; 민망 민망

프레이야 2007-11-02 14:26   좋아요 0 | URL
그렇담 불끈 혹시나,, 다시 찾아봐야겠어요.

웽스북스 2007-11-02 20:30   좋아요 0 | URL
혜경님 사시는 곳이 부산인 건가요? 아, 부럽습니다~!
 

 

원래 업무를 도와주는 민종씨에게 오전에 너무 업무를 과하게 준 것 같아
간단한 업무 하나를 순주씨에게 맡겼다

정말 간단한 업무다
1000명 가량의 설문조사 로데이터를 보고
그 가운데 40명 정도 영화예매권 당첨자를 추려내는 일

나는 지겨워서 정말 싫어라 하는 일인데,
처음 해보는 사람들은 굉장히 즐거워 하는 일이다
생각해 보니 나도 처음에 그랬던 것 같다


당첨자 명단을 전달하며 순주씨가 이렇게 말한다

"대리님, 제주도 사는 사람들을 좀 많이 넣었어요"
"아... 왜요? 문화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이라서요?"
"수해 때문에 힘든 사람들이 많을텐데, 그나마 잠깐이나마 기뻤으면 해서요"


나는 웃으며 그러라고 했다
그들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수해를 입은 사람인지 알 수 없지만
그리고 영화를 보러 갈 마음의 여유가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그 작은 일을 통해 보이는 순주씨의 마음은 참 예뻤다

그 예매권을 받는 사람들
정말, 작은 기쁨이라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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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나는 아직도 학생 때의 마인드가 남아서인지 (졸업한지 몇년인데 -ㅁ-) 왠지 3월이나 9월이 되면 뭔가를 시작해야만 할 것 같다. 제대로 끝도 잘 못내면서 하튼 결심은 끊임없이 하는 한심한 아가씨. 암튼, 그래서 어줍잖게 세가지 정도를 결심했고 그 중 하나가 종이컵을 쓰지 않는 것이었다.

일단 사무실 내에서 컵을 씻는게 매우 심히 귀찮긴 하지만, 그래도 꿋꿋이 컵 두개를 번갈아 쓰며 하루하루 종이컵을 쓰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어제 저녁에 샌드위치를 먹으며 민종씨가 따라온 옥수수수염차를 아무 생각 없이 마시지만 않았어도 승률 100%였을텐데, 하지만 한번 무너진다고 해서 절대 굴할 나는 아니라며, 오늘도 꿋꿋하게 머그컵을 빡빡 닦는다

그/러/나

오늘 파워포인트로 50장 가량의 보고서를 작성하고는 까다로운 광고주에게 제출할 보고서라 한번 더 신경 쓰기 위해 프린트 버튼을 눌렀다. 늘상 그렇듯 1매에 2슬라이드씩 인쇄되도록 설정을 하고 잠시 후 인쇄물을 찾기 위해 프린터로 간 나는 기함을 했다.

1매에 2슬라이드 누른다는 걸 2매 인쇄를 눌러버린 것, 덕분에 50장 슬라이드는 고스란히 2부의 보고서가 되어버렸다. 낭비한 A4 용지는 75매. 아! 나는 무엇을 위해 귀찮은 발걸음 인도해가며 머그컵 들고 퐁퐁질 빡빡 해가며 종이컵을 안쓰겠다고 버텨왔던가. 버튼 하나에 한달 종이컵 분량의 A4용지가 그냥 사라져버렸다

나는 정말 잘해보고 싶었던 거였는데, 엉엉- 환경을 사랑하는 아가씨가 되보겠다며 결심한 거였는데- 마음의 열정을 도무지 머리와 손발이 따라주지 않는 이 한심한 아가씨를 어쩌면 좋답니까- 엉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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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09-06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 그래도 종이컵 사용은 자제해야 돼요.
아가씨가 이 정도면 진짜 아줌마 됐을 땐 실수하지 않고 잘 할 수 있어요~~
웬디양, 아자아자~~~~~ ^&^

웽스북스 2007-09-06 00:38   좋아요 0 | URL
흐흐 고마워요 순오기님 정말정말 힘이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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