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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대리님은 원래 밥을 조금 먹어요. 어제 밥먹다가 놀라던데,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시고요.
L과장님은 정말 친절하고 좋은 분이시지만 굉장히 예리하고 정확한 눈을 가지셨고요
팀장님은 업무능력으로는 우리 회사에서 거의 베스트라고 보면 돼요, 굉장히 배울 게 많은 분이니 많이 배우는 게 좋을 거에요
그리구 D대리님은 처음에는 좀 무뚝뚝해도, 알고나면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새로 들어온 경력 사원을 데리고 내려가 커피를 사주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먼저 있던 사람으로서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팁은
문서화되지 않은 정보들, 타인에게 실수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해주는 법을 알려주는 것.
내가 지정사수는 아니지만, 어쨌든 선배로서 뭔가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은 있는데
실은 이 친구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아서 문제.
저 가벼운 말투좀 고쳤으면 좋겠다,
그래도 둘째날인데 좀 격식있게 입고 왔으면 좋았겠다, 하는...
그러면서도 겉으로는 쿨한 척, 웃으며 이야기하는 가식까지 겸비한 스스로를 발견한다.
이렇게 쉽게 사람을 판단하고 규정하는 잔인함도 나한테 있구나, 싶어서 실은 좀 놀랐고
그걸 자각하면서도 바뀌지 않는구나, 싶어서 또 놀랐고
그러면서도 뭔가 도움을 줘야겠다는 선배의 '의무'에는 충실하는구나 싶어서 의아하고
진심으로 좋은 선배가 되는 건 참 쉽지 않구나
선배이지만 또한 후배인 나는, 선배의 진심을 이끌어내는 후배여야겠구나
(이러면서 살짝 후배에게 책임전가 해주는 못된 심뽀라니!)
2
실은 직속 후배를 하나 뽑으라는 오더가 내려왔다
일단 주변에 괜찮은 사람 있으면 직접 리크루팅해도 좋겠다, 라고 이야기하는데
졸업한 지 너무 오래된 터라 아는 후배도 별로 없거니와
주변에 괜찮은 아이들을 내가 하고 있는 직업의 세계속에 내 손으로 넣고 싶지도 않다
실은, 직장에 아는 사람을 두고 일하면서
일할 때도 부담스럽고, 결과가 좋지 못할 때도 사람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회사에서는 아무 조건 걸지 않을테니,
그냥 내가 보기에 괜찮은 사람만 있으면 바로 데려오라고 하지만
정작 일을 하게 되면 또 다른 모습들을 워낙 많이 보게 되니,
알아보기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 ;;;
뽑아준다고 할 때 얼른 괜찮은 애 하나 집어넣고 바쁜 일 다 털어버리고
새로운 업무들을 하라고 하는데,
여러모로, 참 고민이고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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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치운다고 일찍 퇴근해놓고는 오늘도 나몰라라 하고 있다
내가 이렇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