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으러 나오는데 건물 앞에 정동영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활용할 건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어떤 게 더 좋은지에 대해 스티커 투표를 하는 보드가 놓여 있다. 그런데 비교 대상이 행복한 가정과 1000만원짜리 핸드백이다. 이명박을 정면으로 공격하겠다는 의도는 알겠는데, 저런 멍청한 비교가 세상에 또 어딨을까 싶다. 당연히 행복한 가정 쪽으로 스티커가 많이 붙을 걸 예상한 조사겠다 싶지만, 저런 조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이고, 마이너스로 보일 수 있다는 건 모르나보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정치 얘기로 흘러갔다. 그러다 지난 번 나를 습격했던 S군의 말에 우리는 모두 경악했다.

"저는 이명박 뽑을 건데요?"

얼마전 알라디너들과 모인 자리에서, 서울대생의 절반 가량이 이명박을 지지한다는 얘기는 들었다. S군, 서울대생. 20대. 참고로 나는 이명박을 지지하는 20대를 처음봤다. 도대체 저 지지율이 어디서 나온걸까 싶을 정도로. 그런데 S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거의 이명박을 지지한단다. 나는 그 논리가 궁금했다. 그래도 뭔가 그럴 듯한 논리가 있겠지.

S군의 논리는 이랬다. 지금까지 개혁한다고 해서 된 것 하나도 없고, 노무현 정권은 우리 모두를 하향평준화시켰다. 양극화는 이미 진행됐다면, 개발과 성장 정책 위주의 정책을 펴는 이명박이 되는 게 낫다

우리 실장님 하시는 말씀은
솔직히 이명박이 되면 난 이민가고 싶다. 여기서 살려면 편법을 쓰는 수 밖에 없다. 그것 밖에는 통하는 게 없으니까. 

거기에 S군,
그런 여지가 있다는 거에요, 
솔직히 지금 정권에서는 어떻게 잘 살아볼 수 있는 틈이 보이질 않잖아요.

발끈. 이렇게 어이없던 적이 최근 몇년간 있었던가. 사실 있었다 해도 기억을 못하는구나.

S씨, 혼자만 잘 살면 좋아요? 양극화는 진행되고, 서민들은 더 살기 어려워져요.
그래도, 어쨌든 성장을 지향하잖아요. 우리나라도 세계에서의 경쟁력도 키워야죠. 솔직히 다른 사람들이 되면 우리나라 세계 경쟁력이 더 떨어질 거잖아요- 자유무역 시대인데, 그런 걸 살릴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야죠.

더더더더욱 발끈

S씨, 미국이나 영국 같은 경우에도 처음엔 다 보호무역으로 성장했어요. 지금 우리가 하려고 하는 자유무역은 우리나라를 위한 정책이 아니에요.

아니, 저는 이명박이 꼭 다 옳다는 건 아니에요- 그냥 제일 낫다는 거죠

우리 셋이 입을 모아,
"최 악 이에요, 제일 나쁘다구요-"

그리고 곧바로 나
"S씨, 그럼 박정희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해요?"
"솔직히 그 사람이 있어서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훌륭한 대통령이었다고 생각하는데요"
"S씨, 학교에서 선생님이 5.18도 제대로 안가르쳤었다고 했었죠? (역사의식 알만하다,는 뜻이었음)
"아니요 아니요, 전두환은 나쁘죠 -_-"

난리났다. 나는 투표하러 가지 말고, 차라리 회사를 나와 일을 하자고 했다. 아니다, 전날 밤새 술을 마시는 게 나으려나? 실장님은 "S야, 내가 생간이랑 소고기 배터지게 사줄테니까 이명박 뽑지 마라" --> S씨는 먹는 것에 유독 집착한다.

분위기를 파악한 S는, 투표를 안하겠노라고 (말로만일지라도) 약속을 하고 우리는 식사 장소를 빠져나왔다. 파릇파릇한 후배의 소중한 권리에 권력을 행사해 투표를 못하게 하는 게 좀 미안하긴 했지만. 정말 깜짝 놀랄 만큼 어이가 없어서 그랬다.

우리가 나온 식당 앞에는 일정 금액 이상을 내면 참치를 배불리 먹여주는 식당이 있었다. 정치적 논란이 끝난 이후에, 화제를 전환하는 의미로 실장님께서 말씀하시길

"저런 얼마 이상 내고 참치 배불리 먹는 식당을 가면 안되는 게, 저기서 쓰는 게 참치가 아니라 참치보다 훨씬 가격이 싸고 몸에 안좋은 기름치거든?"

그러자 S씨 하는 말

"맞아요- 저 예전에 저런데서 배터지게 참치먹고 기름똥 싸느라 죽는 줄 알았어요" (식사중이신 분이 계셨다면 죄송)

둘은 여기서 기름똥에 대한 경험을 나누기 시작했다. 기름이 둥둥 떠다닌다는 둥 -_- 먹을 거 가지고 장난치는 놈들이 제일 나쁘다는 둥- 기름치는 원래 공업용이라는 둥...기름똥을 싸는 일은 정말 괴로운 일이라는 둥 -_-

그러자 우리 과장님 하시는 말씀.

"S야, 이명박이 그 기름치를 파는 사람 같은 사람이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성장의 결과가 기름똥으로 결국은 나타난다고, 알겠니?"

"아아아! 과장님 갑자기 확 와닿아요. 알겠어요. 나쁜 사람이네요, 안뽑을게요"

아...! 이렇게 적절한 비유가 어딨을까. 식당 안에서 나의 흥분과 발끈의 연속도 먹히는 둥 마는 둥이었는데, 기름똥의 울분을 경험한 S씨에게 확~ 와닿는 비유를 해주신 멋진 과장님!


돌아와서 나는, 얼마전 어머소희님이 작성하셨던 이명박의 쾌거를 쪽지로 돌렸다. 실장님은 그 쾌거를 외우시겠다며 프린트를 해서 붙여놓으셨고, 나는 순주씨에게 저지른 정치적 소신에 대한 탄압을 사과했다. 그래도 설마 뽑는 건 아니겠지? 기름똥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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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7-11-22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쟁력과 삶의 질과는 관련이 없는데...
사회나 타인의 삶 같은 것에 진지한 고민도 안보이고...
시험문제 잘 풀어서 들어간 대학만큼의 의식 수준이네요 ㅡ..ㅡ; 너무 폄하했나.
이것이 현실이고, 그것이 미래가 된다면 숙명처럼 받아들여야죠 뭐. 자업자득.
좀 억울하지만.. 흐흐..

웽스북스 2007-11-23 01:01   좋아요 0 | URL
그죠, 저도 그래서 놀랐던 거에요-
옛날에 엄마한테 집팔아서 펀드하자고 했다는 얘기 들었을 때,
혹은 5.18이 폭동인 줄 알았다고 얘기했을 때,
그 때 알아봤었어야 했는데 말이죠 ㅠ

Mephistopheles 2007-11-22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씨는 아마도 자신이 성장의 주축이 될꺼라 생각하나 보군요..^^
상위 5%에 든다면 뽑던 말던 상관 안해도 될 것 같은걸요..
아울러 출신성분이 강남태생이며 부모님의 현금자산이 100억쯤
된다면 그냥 뽑으라고 하세요..^^
그게 아니라면...후훗..^^

웽스북스 2007-11-23 01:03   좋아요 0 | URL
네 아마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자기네는 기회도 펴보지 못하고 분배해야 되는 것에 대해
도무지 이해를 못하고, 하향 평준화라고 생각하는데 정말
피가 거꾸로 솟더라고요 ㅋㅋ

실은 저것보다 더 정색하고 심한 말들을 더 했던 것 같은데
머리가 나빠서 기억이 잘 안나요 ㅋ

마늘빵 2007-11-22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씨익

웽스북스 2007-11-23 01:04   좋아요 0 | URL
웃는게 웃는게 아니죠? ㅋㅋ

순오기 2007-11-23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 확실하게 먹힌 기름똥에 한표! ^^

웽스북스 2007-11-23 01:05   좋아요 0 | URL
ㅎㅎ 과장님이 막 멋져보였다니까요~ ^^

얼음장수 2007-11-23 0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교 게시판에 가보니 이건 뭐 이명박이 대세더군요. 노무현 정권이 너무너무 싫어서 이번엔 무조건 한나랑이다라고 말하는 글들은 차라리 봐줄만 했습니다. 나머지는 뭐 "대한민국에서 노조에 대해서 거침없는 발언을 할 수 있는 정치인은 이명박밖에 없다"라는 글도 봤구요. 아, 이런 글도 기억나네요. "BBK나 위장 취업 때문에 이명박에게 실망을 했다. 그런데 딱히 대안이 없는 것 같아서 믿음직스러운 이회창을 찍어야 겠다." 씁쓸했습니다.
덧붙이면 이명박도 이회창도 지지하지 않는 많은 대학생들은, 도대체 누구에게 투표해야 될 지 갑갑해 하더군요. 투표하지 않겠다는 친구들도 여럿 봤습니다.
비가 온다네요. 우산 챙겨서 출근하시길...

웽스북스 2007-11-23 20:10   좋아요 0 | URL
얼음장수님! 아침에 얼음장수님 댓글 보고 우산들고 나왔어요! 그런데그런데, 점심시간부터 쏟아지는 바람에, 결국은 비 맞았다는 거, 그래도 추적추적한 퇴근길이 덕분에 든든하네요! ^^
이명박 지지논리는, 뭐든 들어도 화나요- 노무현 정권이 너무너무 싫어서 골로가겠다는 것도 이해안돼요!

가시장미 2007-11-23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걱정이예요. ㅠ_ㅠ 누굴 뽑아야하나요. 투표는 해야할 것 같은데... 원..

웽스북스 2007-11-23 20:11   좋아요 0 | URL
크크크~ 참 어렵죠, 그래도 전 이씨들은 절대 찍지 않겠어요

마노아 2007-11-23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적절한 비유! 멋진 과장님!!

웽스북스 2007-11-23 20:10   좋아요 0 | URL
우리과장님이 쫌! 멋지세요 ㅎㅎ
 

 

여기는 회사고, 30분 전쯤 도착해 30분쯤 배회중이다, 야근은 해도 주말근무는 절대 No,라는 나름의 철칙을 이번 주말까지 지키면 도무지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은 현실에, 이번주만! 잠시 철칙을 접어주기로 했는데, 텅빈 12층에서 뭐부터 시작해야될지 모르겠다. 12층에 올라오고 주말에 근무하러 나온 건 처음이고 11층에 있을 때도 주말근무는 거의 하지 않아서 근 1년만이 아닌가- 싶다. 더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입사후엔 3번째 정도인 것 같다.

주말에 회사일이든 뭐든 강남역으로 올 일이 있으면, 나는 지하철이 아닌 버스를 고수하는 편이다. 오늘도 당연히 그랬다. 심지어 오늘은 일을 하러 오는 길이었으니까. 지하도를 내려가는 순간, 내가 지하로 들어가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더 오래 기다려야 하고 더 오래 걸리고 책을 읽으면 멀미가 나더라도 버스를 탄다. 어쩌면, 회사에 나오긴 하지만 오늘이 주말이라는 데서 오는, 꼭 출근시간을 엄수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누리고 싶은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평일에 버스를 타게 되면 출근시간을 장담할 수 없어 나는 꾸역꾸역 지하철을 탔으니까.

제일 좋은 건 이 버스가 과천길을 씽씽 달린다는 거다. 나는 언제고 지방에 내려가 살지 못한다면 과천쯤에서 살고 싶은데, 과천의 집값은 너무 비싸 그 꿈이 점점 멀어져만 간다. 하지만, 또 찾아보면 서울 근교에 계절을 간직하고 있는 도시는 어디고 있겠지. 계절을 그대로 머금은 과천길을 씽씽 달리며 끝나가는 가을나무, 그리고 하늘을 본다. 올 가을의 마지막이구나- 하며 감탄하고 있는데, 생각해보니 난 내일도 이 버스를 타고 출근할 예정이군.

생각해보면 오늘 최대 6시간, 내일 최대 6시간 정도 일한다해도, 12시간이면, 그냥 오늘 하루 일찍 나와 죽도록 했어도 됐을시간. 그래도 죽어도 아침 늦잠을 포기할 수 없다며, 이렇게 이틀 연속 스스로를 출근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는 게 잘하는 짓인지는 모르겠다만- 오늘 아침 늦잠은 정말 달콤했다고, ^^

자- 그럼 이제 일을 시작해볼까? 일단 커피부터 한잔 마시고 (또또 시작시간 유예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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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1-10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님의 두번째 금요일이시군요..^^
전 나이가 들다보니 주말에 사람 득시글 차 득시글 거리는 강남은 아예 쳐다도
안보게 되더군요..^^

웽스북스 2007-11-10 16:40   좋아요 0 | URL
네네네 월화수목금'금'금 의 따옴표친 날이지요
그래도 좋네요- 여러모로 금요일이랑은 많이 다른 자유로움!
야근보다 괜찮은데요? (앞으로 즐기면 어쩌지? ㅋㅋ)

antitheme 2007-11-10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번주는 월화수목금금금입니다.
지금도 사무실...

웽스북스 2007-11-10 23:26   좋아요 0 | URL
아이코! 동지 만났네요 이건 반가워하기도 미안하고, ㅋㅋ
그럼 내일도 가실 건가요? 흐흐흐 저도 ^^

antitheme 2007-11-11 12:01   좋아요 0 | URL
네 오늘도 사무실에 나와 있습니다.

웽스북스 2007-11-11 16:30   좋아요 0 | URL
전 안갔어요- 그냥 어제 살길을 좀 마련해놓고 왔더니 오늘은 못가겠더라고요, 어쩐지 배신한 기분이다, 으흑!

마노아 2007-11-10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강남역에서 약속 있었는데, 버스 한번에 지하철 세번 타고 두시간 걸려 도착했어요. 버스 막혀 지하철 연착해, 사람 너무 많아 밟힐 것 같았어요. 그 와중에도 꿋꿋이 책을 읽었지만 결국 멀미 날 것 같았어요. 당분간 강남역은 절대 안 갈 거야요ㅠ.ㅠ

웽스북스 2007-11-10 23:28   좋아요 0 | URL
어머어머 정말요? 어디서 오신 거에요? 저도 가능하면 주말에 강남역도, 금요일 저녁 늦은 퇴근도 피하는 편이에요, 정말 '지옥' 이라는 표현밖에는;; 전 회사를 그만두고 재취업한다면, 무조건 사당-강남 라인 2호선은 피하고 말 계획이에요, 6호선, 7호선, 이런거 타고싶어요 ㅠㅠ

무스탕 2007-11-10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근 지금쯤은 퇴근해서 집에서 편안하게 시간 보내고 계시겠죠? ^^*

웽스북스 2007-11-10 23:29   좋아요 0 | URL
음...무스탕님이 댓글 남기신 시간 쯤에 지하철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오고 있었는데, 중간에 선회해서 잠깐 교회엘 다녀왔어요 ^^ 이제서야 집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아 좋아~
 

 

#1

며칠 전 회식장소에서 어떻게 하다가 혈액형 이야기가 나왔다. 순주씨는 자신이 AB형이라는 말을 하며 부끄러워했다. AB형이라고만 말을 하면 사람들이 자신에게 '정체를 밝히라'고 한다는 것이다. 피가뭐길래! 나 역시 AB형인지라, 넌 그래서 천재냐 바보냐,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참 억울하죠? 난 AB형들 많이 봤지만 그렇게 특이한 사람 별로 없었어요"

내가 이렇게 말하자 순주씨는
"그래도 전 학교 다닐 때 혈액형 조사하면서 손들면 꼭 반에서 성격 특이한 애들이랑 같이 손을 들어서 어쩐지 손을 들기가 민망했었어요" 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곧장 말을 잇는다
"근데 대리님은 좀 AB형 같긴 해요"

아놔, 지금 이사람 뭐래는거니 ㅠㅠ 그래서 내가 되받아치기를!
"뭐에요! 순주씨도 AB형 같아요"

아아아, 이거 왠 혈족끼리 서로 힘을 합해 무덤을 파고 있는 상황이랍니까 ㅠ_ㅠ


#2

아침에 지갑을 두고 출근했다. 이미 익숙한 일인지라, 역에서 내려 6번출구 쪽으로 먼저 가서,
"제가 오늘 지갑을 두고와서요- 퇴근길에 차비를 드리겠습니다" 라고 이야기를 하고는 빠져나왔다. 그리고 회사에 들어서니, 어제 야근의 여파로 매우 피곤하다. 커피를 마시고 싶다. 원래 지갑을 놓고오는 날은 과장님께 돈을 빌리는데, 과장님이 미팅을 들어가신 관계로 동기 은이에게 돈을 빌리려했으나 은이도 돈이 없고, 옆자리 순주씨가 자신이 빌려주겠다며 주머니를 뒤진다. 주머니에서 1000원짜리 한장이 나온다.

"없으면 괜찮아요"
"아니에요 있어요" - 이윽고 나온 만원짜리
"그것밖에 없는 거 아니에요? 그럼 안줘도 되요"
"아니에요- 카드도 있어요, 받으세요"
"그럼 월요일에 드릴게요"

하여, 나는 커피를 한잔 사고, 남은 돈으로 점심을 먹었다. 카드로 계산하는 순주씨에게 점심값을 주면서 "흐흐 이건 아까 커피사고 남은 돈이에요" 라고 이야기하자, 순주씨 갑자기 도끼눈이 되어 말하기를,

"대리님, 아까 그 만원으로 커피 사드신 거에요?"

순간 분위기 깨갱, 나는 마치 엄마가 힘들게 벌어서 준 빠듯한 용돈으로 커피를 사마신 철없는 딸내미가 된 기분이었다. 나름 오랜만이었단 말이에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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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1-10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양 윈...웬디님 2전 전패...=3=3=3=3

웽스북스 2007-11-10 11:43   좋아요 0 | URL
메피님, S양이 아니구 S군, 근데 그렇게 콕 찝어서 말해주실 것까지야 ㅠㅠ

순오기 2007-11-10 0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라~ 지갑을 그렇게 자주 두고 다닌단 말예욧?
이 다음 치매올 나이가 되면 어떨지 상상해보면...후다닥 정신날껄요!!

웽스북스 2007-11-10 11:44   좋아요 0 | URL
네... 전 아무래도 치매가...
벌써 온 것 같아요 흑

무스탕 2007-11-10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후배가 아니고 혈족이 아니고 웬수네요 ^^;;

웽스북스 2007-11-10 11:45   좋아요 0 | URL
S가 꼭 AB형이어서 하는 얘기는 아니구요,
그러니까 제가 혈액형을 믿는 건 아닌데,
암튼 S의 정신세계는 좀 특이해요-
(어쩐지 내 무덤을 파는 것 같지만, 그러니까 나는 혈액형을 믿지 않지만, 아아아아아~)

마늘빵 2007-11-10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깐 AB형이 맞는거죠? =333

웽스북스 2007-11-10 11:45   좋아요 0 | URL
이렇게 소심하게 도망가는 걸 보니 아프님은 A형?
(아, 나 혈액형 안믿는데 자꾸 왜이러지? ㅜ_ㅜ)

마늘빵 2007-11-10 15:59   좋아요 0 | URL
나는 에이형이 아니라지요! :)

웽스북스 2007-11-10 17:59   좋아요 0 | URL
이렇게 또 A형 아니라고 굳이 말하는걸 보니 A형 성격 맞네요 ㅋㅋ
난 그냥 혼자 A형이라고 생각해야지, 막이러고 ㅋㅋ

마늘빵 2007-11-11 09:52   좋아요 0 | URL
-_- 어라. 아니라는데 막 몰고가네. 난 오형이라고요!!! 버럭!! 요럼 또 에이형 성격이라 하겠지. 그렇담.

생각하는게 정답이겠지요... (라고 하면 오형이려니 하겠구나)

웽스북스 2007-11-11 20:42   좋아요 0 | URL
예상되는 반응을 모두 검토하고 그에 적합한 반응을 탐색하는 걸로 봐서는, A형 맞는 것 같긴 한데- 더 장난 치다가는 화내실 것 같지만 O형의 둥글둥글한 너그러움으로 이해해 주세요~ 헤헤헤헤

마늘빵 2007-11-12 00:02   좋아요 0 | URL
ㅋㅋ 저두 장난치는건데. 예상되는 결과를 미리 짐작하고 이거저거 검토해보는 성격은 맞아요. :)

이매지 2007-11-10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어제 일단 집에는 와야겠기에 버스카드 충전(10000원)하고
점심 사먹었더니(1100원) 달랑 100원 남아서
커피 한 잔 뽑아먹고 그 뒤로는 저녁 먹을 돈이 없어서 집에 돌아온-_-;;;;;

웽스북스 2007-11-10 11:46   좋아요 0 | URL
그래도 버스카드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커피가 100원이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

2007-11-12 1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12 1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퇴근이 가까워온 오후의 어느 시간, 갑자기 바깥이 떠들썩하다. 누군가 뭔가로 외쳐대는 소리, 사이렌소리 등- 시위중인가보다. 창가를 내다본 초록별씨가 얘기한다. 밖에 장난 아니에요. 바쁘게 업무를 처리하던 나는 그제서야 창가로 가서 내다본다. 강남대로 절반이 완전 점령당했다. 그 곳을 가득 메운 인파, 어쩐지 구슬프게 울려퍼지는 음악과 차 한대, 12층에서는 도저히 알아듣기 어려운 외침들, 알아보기 어려운 깃발들. 뭐니? 뭐니? 지식인 찾아보자,라며 주변의 한무리는 그곳을 떴고, 나는 조금 더 살펴봤다. 전국건설노조,라는 이름이었다. 건설노조가 왜 시위를 하지? 우리 회사 건물이 신성건설 건물이어서 그런가?

돌아와 인터넷을 찾아봤다. 건설노조 시위. 그리곤 이내 털썩. 얼마 전 분신한 정해진씨와 관련된 시위였구나. 관련된 글들을 스치듯 봤을 뿐,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던 내가 부끄러워진다. 누구에게는 한 생명을 걸만한 일이었고, 결국 그 생명을 잃을 정도로 절실한 일이었는데, 그 자리에 있는 사람 모두, 미안한 마음을 누를만한 절실함으로 그 자리에 나왔을텐데, 내가 있던 그 시간과 공간을 함께하던 어느 누구의 마음도 움직이지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속상해진다. 하지만 속상한 건 마음뿐이고 내 몸은 속상해할하는 나의 마음을 느낄 겨를도 없이 하던 일을 계속한다. 6시 반에는 회식을 하러 나가야 한다. 손이 바쁘다.

고기를 굽고, 술을 따르고, 표정없는 웃음을 남발하며,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택시에 털썩 앉아 강남대로를 지나니 비로소 다시 마음이 짠해진다. 그렇게 잊혀져갈 각박한 나의 하루, 그리고 그들의 절실했던 하루, 아니 그들에겐 영원일지도 모르는 시간.


(어제 쓰다가 잠들어버려, 시점도 어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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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1-07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애써 외면해버려요...비겁하죠 사실...
그런데 맘에 담아두면 병 생길 것 같아서요.^^

웽스북스 2007-11-08 00:02   좋아요 0 | URL
전 비겁한데, 비굴하기까지한 투비인생입니다, 막이러고 ㅋㅋ
 



나는 감우성을 좋아한다. 그러니까 언제부터였는고 하니, 초등학교 시절 감우성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였던 것 같다. 지금까지 연예인들에게서는 볼 수 없던 신선한 매력을 나는 감우성에게서 찾았고, 왠지 주변에 다른 애들이 좋아하지 않는 연예인인 것 같아 또 좋았다. 그러던 중 감우성이 모 사 생리대 광고를 찍었고, 주변 여자애들이 남자가 왜 생리대 광고를 찍느냐며 사춘기-그러니까 막 생리를 할 나이에 접어들었거나, 이미 지났거나 한 소녀적 감성으로 징그러워!를 외쳤다. 나는 그가 그렇게 징그럽게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모두가 징그럽다고 하는 그를 더 좋아해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애들이 좋아하지 않는 연예인이라고 좋아해놓고는, 다른 애들이 징그러워한다고 슬그머니 마음을 풀던 그 때의 나를 지금 돌아보니 참 소신도 없다.

그래도 눈은 변하지 않는다. 감우성이 군대를 다녀오고, 나도 어른이 됐지만, 내 눈에는 여전히 감우성이 멋져보였다. 그래서 다시 슬그머니 좋아하는 남자 연예인 리스트 맨 앞에 감우성을 끼워넣었다. 얼굴도 멋졌지만, 그가 선택하는 작품들을 또 내가 좋아했다. 현정아 사랑해, 같은 작품은 아직도 가끔 다시 보고 싶고 거미숲이나 알포인트같은 영화도, 최근에 찍었던 연애시대도 다 좋았다. 정말이지 감우성은 목소리만 빼면 완벽해

얼마전 회사에서 후배 순주씨가 내가 감우성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감우성이 느끼하지 않느냐고 물어봤다. 태어나서 처음듣는 소리라며 나는 매우 황당해 했다. 세상에나, 감우성이 느끼하다니. 그리고 며칠이 지난 오늘, 점심 회식을 위해 택시를 타고 가는 길이었다.

순주씨 : 대리님, 대리님은 성시경 좋아하세요?
웬디양 : (얘는 왜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궁금한걸까?) 네
순주씨 : 대리님은 성시경같은 목소리를 제일 좋아하세요?
웬디양 : 성시경 목소리를 제일 좋아하는 건 아니고, 그냥 가끔 살다 보면 성시경 같은 목소리가 필요한 날이 있어요
순주씨 : 무릎팍 도사에 성시경이 나온 걸 봤는데 (라고하며 최근 공인 논란에 대한 얘기) 듣다 보니 맞는 말 같더라고요
웬디양 : 성시경이 좀 느끼하긴 해도, 똑똑하긴 해요, 그죠?
순주씨 : 성시경이 느끼하세요?
웬디양 : 느끼하죠~
순주씨 : 근데 감우성은 안느끼하세요?
웬디양 : @#$@#@$!!! (도대체 왜 자꾸 감우성이 느끼하다는거야, 이보다 더 담백할 순 없는데)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 길, 지하철 역에서 놀라운 발견을 했다는 듯, 순주씨가 다시 말한다

순주씨 : 저 대리님의 이상형을 알았어요
웬디양 : (아니, 나도 모르는 내 이상형을?) 네? 제 이상형이요? 뭔데요?
순주씨 : 대리님의
웬디양 : (궁금궁금)
순주씨 : 이상형은
웬디양 : (두근두근)
순주씨 : 교회에 다니는 감우성이죠?
웬디양 : (콰당!!!!!!!) 


아아아아
이렇게 단순할 수가!
나는 그만 할 말을 잃어버렸다
왜 말이 없냐건, 그냥 웃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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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의 외모지상주의
    from 지극히 개인적인 2007-12-02 02:14 
    나는 학교 다닐 때부터 눈이 좀 낮다,기보다는 좀 특이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내가 잘생겼다고 한 누군가를 사람들이 잘생겼다고 해주는 경우가 드물었달까. 어제 교수님 이야기에 썼던 교수님 중 잠깐 스쳐가며 언급된, 사은회날 내 편지를 받았던 신선생님의 경우, 솔직히 내가 잘생겨서 좋아했다고 말하면 친구들이 다 쓰러졌다. 애들은 내가 선생님의 지성을 좋아한 줄 알지만 솔직히 선생님 부임 첫해에 수업은 그리 훌륭하지는 않았. 근데 난 그 수업이
 
 
마늘빵 2007-11-03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이 뻬빠의 결론은, 웬디양님의 이상형은 (순주씨에 따르면), 기독교인인 감우성같이 느끼한 남자, 가 되겠군요 =333

웽스북스 2007-11-03 23:28   좋아요 0 | URL
그래도 목소리는 성시경이었으면 좋겠어요 (막나가는 ㅋㅋ)

다락방 2007-11-03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는 [결혼은,미친짓이다]를 보고 감우성이 살짝 좋았더랬어요. 어딘가 남자임이 느껴졌다고나 할까요. 저는 남자를 느끼게 하는 남자들이 좋더라구요.

그리고 감우성, 안느끼한데. 하하 ^^;;
물론, 지금은 좋아하지 않지만요 :)

웽스북스 2007-11-03 23:29   좋아요 0 | URL
아아아 감우성의 매력에서 헤어나오셨다니, 그게 더 대단해요

이매지 2007-11-03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김상경같은 스타일 좋아해요. ㅎㅎ
뭔가 지적(?)인 느낌을 풍기면서도 부드러운 느낌.
감우성 저도 별로 느끼하다고 생각안하는데 ㅎㅎ
성시경은 정말 느끼한 듯-_-;

웽스북스 2007-11-03 23:29   좋아요 0 | URL
흐흐흐 김상경도 멋지죠
감우성이 느끼하다는 건 정말 말도 안돼요
우리 순주씨가 좀 눈이 이상한듯 ㅋㅋ

순오기 2007-11-04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이 아줌마의 눈엔 감우성도 성시경도 김상경도 다 이쁘고 구여워용! ㅎㅎㅎ

웽스북스 2007-11-04 18:18   좋아요 0 | URL
앗, 저들도 누군가에게는 '이쁘고 구여울' 수 있는 자들이었군요 ㅠ_ㅠ

Jade 2007-11-04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알포인트 보고 감우성이 막 무서웠어요 -_-;; 왕의 남자 보곤, 조금 좋아졌는데 ㅎㅎ DVD방에서 알포인트 보는데 그 당시 남자친구랑 둘다 무서워서 덜덜덜 -_-;;

웽스북스 2007-11-04 18:19   좋아요 0 | URL
알포인트가 은근히 자극하는 것 같은 공포가 좀 있죠, 공포영화 별로 안무서워하는 편인데 알포인트는 무서웠어요, 심지어 저는 아무도 같이 안봐줄 것 같아서 -_- 백수시절 극장에서 조조로 혼자봤답니다 ㅋㅋ 극장에 사람도 몇명 없었다는 거 ㅋㅋㅋ

멜기세덱 2007-11-05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그럼 제가 교회만 다니면 되겠군요....ㅋㅋㅋ

웽스북스 2007-11-06 00:29   좋아요 0 | URL
어머 그런건가요? 눈반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