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부터 인터팍에서 알라딘으로 책사는 곳을 옮기시고는
최근에 실버가 되셨다며 기뻐하시던 과장님
내가 요즘 옷을 못사서 그래...라고 하시며... 책사는데 한참 재미 들리셔서
같이 막 골라드리고 했었다...
며칠전, 과장님께
과장님, 이 책 완전 재밌을 것 같아요, 라며
마냐님 서재에서 본 '직장으로 간 싸이코패스'를 추천했고,
나의 놀라운 영업에 (실은 마냐님의 놀라운 뽐뿌질 서평에)
과장님은 그 책을 바로 구입하셨다
나는 과장님께 막 땡스투 제도도 알려드리며 신나하고. ㅎㅎㅎ
알라딘은 웹2.0 소셜 쇼핑을 제대로 도입한 매우 드문 케이스에요, 막 이래가면서.
이유도 없는 뿌듯함을 느끼고...
주문을 마치고...
아아, 얼른 책이 왔으면 좋겠어...라며 과장님은 기대기대하시고
나는 책이 오던날, 구경시켜달라며 과장님 자리로 갔는데
표정이 울상이다...
지저분한 책이 왔어, 어떡할까.
나는 자신있게. (알라딘 완소모드의 표정으로)
과장님, 그런 건 다 바꿔줘요. 바꾸세요. 알라딘 반품/교환 시스템도 나름 잘돼있어서, 가져가면서 새책 갖다주고 그래요. 걱정 마시고 그냥 교환신청하세요.
책을 얼른 읽고 싶은 마음과 깨끗한 책을 읽고 싶은 마음에서,
그래도 한두푼 하는 책도 아니고 하니, 깨끗한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의 손을 들어주고
나는 반품 처리까지 도와드렸다.
그런데, 창고에 남아있는 책이 없어 출판사까지 가서 가져와야 한다며
알라딘은 일단 과장님의 책을 가져간 채 출고를 기다려줄 것을 요청했다.
어쩔 수 없지, 책이 없다는데. 과장님은 꽤 긴 시간을 기다렸고,
드디어 오늘, 책이 왔다
간식을 사러 나가다가 택배아저씨를 보고
어, 과장님 책 왔겠다, 라고 생각하고는 들어오자마자 과장님 자리로 가서
과장님, 책왔지요, 라고 물어보는데,
과장님은 좀 화난 얼굴로 알라딘 고객 센터에 무언가를 막 쓰고 있었다
있지, 나 지난 번 내가 반품했던 그 책이 그대로 왔어.
네에?
여기 뒤쪽에 책 닳아있는 모양이 하도 희한해서 내가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 책이 그대로왔어.
과장님은 그 부분에 대한 클레임을 장문으로 남겼고,
잠시 후 답변은 더 이상 바꿔줄 책이 없으니 반품 처리해드리겠다는 것이었다.
보고 싶은 책을 일주일 가까이 기다려서 받으신 과장님이
결국 그 책을 반품하게 됐으니 얼마나 어이없을까.
과장님은 책을 바로 박스포장하고는
'ㅇㅈㅎ' '재재반송'이라는 글자를 써놓고
바로 교보문고 회원으로 가입하셨다.
(알라딘 대변인 모드로) 그래도 한권 무료배송은 알라딘밖에 없는데
(단호하게) 인터파크도 되긴 했어. 이제 알라딘에서 사지 말까봐.
사실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옆에서 다른 과장님은, 어머 예스에서 사시지 예스 좋은데...라고 하시고...
(사실 온라인 서점들간의 눈에 띄는 차별화된 메리트를 찾기가 좀 어렵긴 하다
다만 예스는 그들이기에 가능한 규모의 경제가 좀 있겠지만..)
고객이란 참 냉정하다.
특히 나처럼 여기서 발붙이고 있는 왠만한 실수정도는 넘어가는 고객도 아니고..
(심지어 파본도 그냥 본적 있는 -_-)
그런데 사실 그 냉정이 발휘되는 순간은,
실수보다는 정직하지 못하거나, 성의가 없다고 여겨지는 순간인 것 같다.
만약 알라딘에서 그 책이 재고가 남아있지 않다고, 그 책을 다시 받으시겠느냐고,
환불 처리 하시겠느냐고, 한 번만 묻는 과정을 거쳤더라면,
이제 막 실버가 되고 좋아하시던 과장님께서 그렇게까지 불쾌해하셨을까.
그랬을 것 같지는 않다.
그 책은 다른 곳에서 사더라도, 적어도 알라딘을 버리지는 않았겠지...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실수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실수를 넘어선 무성의함이 가져오는 결과는 의외로 작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나도 이 책을 주문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