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 세기의 눈 현대 예술의 거장
피에르 아술린 지음, 정재곤 옮김 / 을유문화사 / 2006년 6월
구판절판


어조는 중요하다. 과거에 각인된 기록인 만큼 당시의 생생한 색채와 정황, 실루엣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며, 영혼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악수할 때 손의 악력을 통하여 상대의 피부를 위시해 내밀한 기억을 간직하게 마련이다. 어조나 악력은, 스스로 털어놓는 고백보다도 그 사람에 대해서 많은 것을 말해준다. 카르티에 브레송은 악수할 때 상대의 손을 단단히 거머쥐는 특이한 방식을 가지고 있는데, 그의 캐릭터 전체를 전해오는 듯도 하고 섬세하게 말을 건네오는 듯도 하다. 마치 입술 끝으로, 그도 모르는 자기 자신의 교육 정도를 속삭이며 드러내듯이 말이다.-28쪽

"그와 나의 주제가 똑같고, 이미 앞선 시대 사람들이 세상 모든 것에 대해서 할 말을 모두 했다는 사실은 얼마나 놀랍고도 다행스런 일인가. 중요한 것은 계란들을 어떤 방식으로 배열하느냐이다......"-46쪽

독서는 앙리가 청소년 시절부터 평생토록 유지해온 유일한 습관이다. 그는 독서란 교양인의 생활태도로 간주되는 대화와 결합해서 예술의 반열에 드는 행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소위 개인적 사유 따위에는 불신을 품는다. 겸손하기 이를 데 없는 앙리의 마음가짐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바로,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신념이다.-51쪽

"우선 수단을 찾아내야 해. 예술작품이란 수단을 모색하는 중에 태어나게 마련이지. 예술가란 자기가 저지른 죄를 낱낱이 털어놓는 회개자가 아니야. 목표를 향해 똑바로 나아가는 생산자이지. 이를테면 직업인이야. 소설도 그냥 써지지는 않고, 옷본에 맞춰서 오리고 짜 맞춰야 만들어지는 법이야. 그 안에 자기를 집어 넣을 수 있다면 더더욱 좋지만, 어쨌든 뭔가를 만드는 방법을 배워야 해. 예컨대 상황이란 무엇이고, 또 어떻게 상황을 이끌어나갈 것이며, 어떤 결말로 끝을 맺을 것인가를 배워야 해. 대체 누가 말을 하는가? 또 왜 말을 하는가? 말하는 사람은 어디에 있는가? 또 어디로 가는가? 어째서?-60쪽

"이봐, 앙리, 저 언덕 너머로 바다가 펼쳐진다고 상상해봐....."
아무 뜻 없는 말일 수도 있지만,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던 이에게는 세상을 달리 보게 하는 힘을 줄 수도 있는 말이었다. 카르티에 브레송은 대위 출신 아버지를 둔 친구의 이 한 마디 말을 평생토록 잊지 못한다(상상도 하기 힘든 고통의 순간에 이런 말을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행운이다). 이 말을 들은 카르티에 브레송은 자기에게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바로 지평선 너머를 쳐다보는 일이었다.-221쪽

오이겐 헤리겔이 쓴 '활쏘기의 선'...
카르티에 브레송은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 사진술을 그저 사냥꾼이 가질 법한 기술적인 측면에서만 생각했었다. 궁수의 동요, 쉽게 이완하는 요령, 정확한 사격...... 호흡법, 응시법, 혹은 대상에 빨려드는 그 어떤 방식이건 간에, 집중력만으로는 영혼에 내적 갑옷을 입히기 어려웠다. 반면에 선의 가르침에 따라 순간의 본질을 깨달을 수 있다면, 사토리(satori), 즉 통상적 자아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모든 길이 열리는 듯이 보였다. 기다리는 법을 터득함으로써 시간을 대하는 마음가짐도 달라졌고, 또 오이겐 헤리겔이 스승과 제자 사이의 대화편에서 설파하듯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231쪽

초상사진작가는 자기가 하는 작업이 죽음과 연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초상사진은 이내 사라질 운명인, 하나뿐인 순간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시간과의 사투인 셈이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이런 사실을 깨닫는다는 것은, 인간조건이 본질적으로 덧없고 불안정하다는 사실을 의식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편 초상사진은 모든 사진들 가운데 시간의 제약이 가장 덜한 편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카르티에 브레송은 특정한 상황에서의 특정 맥락을 갖추고 있는 르포사진에는 정확한 날짜를 기입하는 데 반해, 초상사진의 경우는 날짜를 적지 않는다. 적더라도 재미삼아 적을 따름이다.-260쪽

카르티에 브레송에게도 무척이나 중요한 의미를 가진 두 달간의 뉴욕 현대미술관 전시가 끝나가던 1947년 4월, 친구인 카파가 그에게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충고를 해주었다.
"사람들이 자네한테 던져주는 미끼를 조심하게나. 기분은 좋을는지 모르지만, 일단 사람들이 딱지를 붙이고 나면 자네 몸에 착 달라붙어 나중에 떼어내기 힘들거든. 어쩌면 자네 등에 초현실주의풍 사진작가란 딱지가 좀 붙어 있는지도 모를 일이지.... 그럼 끝장일세. 자네는 계속 그런 식으로 밀고 나가야 할 테고 타성에 젖게 될 테니까. 자네 길을 가게나. 오로지 포토저널리스트란 딱지만 자네 가슴에 품고서. 그러면 세상 어딜 가도 홀가분하게 자네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을 걸세."-267쪽

"르포르타주란 문제를 표현하고 사건이나 인상을 고정할 목적으로 머리와 눈, 그리고 마음이 동시에 점진적으로 활동함으로써 이루어진다. [.....] 나에게 사진이란, 일 초도 안 되는 찰나에 대상의 의미와 또 이 대상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형태들의 엄정한 조직을 동시에 인정하는 행위를 뜻한다.[......] 주제란 사실들을 그저 집적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사실들 그 자체는 아무런 중요성도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사실들 중에서 선택하는 일이고, 사실의 진면목을 심오한 현실과의 연관성 속에서 포착하는 일이다. 사진에서는 아주 작은 대상도 커다란 주제가 될 수 있고, 사소한 인간적 디테일도 라이트모티프가 될 수 있다....."-325쪽

카르티에 브레송은 인물 초상사진 분야에서 '운이 좋다'고 잘못 알려져 있다. 잘못 알려졌다고 하는 까닭은, 사람들이 너무도 쉽게 '운'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너무도 많은 우연의 일치가 존재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매순간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귀를 열어놓고 손에는 항시 라이카를 쥐고 있노라면, 때론 운명이 포착되는 순간을 맞이하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대를 호흡하고, 순간의 진면목을 제대로 읽을 줄 아는 유연성을 갖추고, 인내심을 잃지 않은 채 기다리다 보면 굳이 찾으려 하지 않아도 결정적 순간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한데 카르티에 브레송은 이 모든 자질을 가장 잘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순간에 한 데 집중시킬 줄도 아는 인물이다.-337쪽

카르티에 브레송은 인물사진을 찍기 전에 이미 당사자와 일종의 양해가 이루어진 상태에서 작업에 돌입한다....... 사진작가는 이미 사전에 인물을 알고 있어야 하고, 잠시 그와 함게 있어보가, 그의 세계를 탐험해보고, 그의 작품을 연구하고, 그의 세계를 호흡하고, 그의 내면세계를 꿰뚫어보아야 한다. 그에 관한 모든 것들을 자기 것으로 하되, 이 모든 것이 사진작가의 본능이나 심지어 무의식에도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 이런 사전 작업이 끝나면 사진작가는 인물이 눈치 채지 못하면서 50밀리 렌즈가 닿는 적당한 거리를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자연스레 그 주변을 맴돌아야 한다. 특히, 인물에게 포즈를 취하도록 하는 것은 금물이다. 대개 사진작가가 인물의 첫인상으로 포착한 표정이면 정확하다.-340쪽

애초에 시선이 있었다. 그래서 카르티에 브레송에게는 그가 느끼는 시각적 감동을 어떤 식으로 표현을 하든 간에, 대상과 인물들을 바라보는 시선의 수준만이 중요할 따름이다. 카르티에 브레송은 처음 데생으로 시작했다가 곧이어 그림을 그렸고, 그런 다음 사진과 다큐멘터리 영화를 거치고 나서 또 다시 데생으로 돌아왔다. 이는 단절이 아니라, 그야말로 일관성이 있는 여정이다. 여러 단계를 순차적으로 밟았다기보다, 오로지 하나의 세계만을 견지하는 셈이라 할 수 있다. 크레용이며 붓, 카메라는 그저 도구일 따름이다. 이를테면 활을 쏘기 위한 다양한 줄일 따름이다. 시선을 지배하는 영혼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387쪽

카르티에 브레송을 오래 전부터 알아왔던 수필가 장 프랑수아 르벨은 이렇게 말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그 어떤 합리적 설명보다도 강력한 수단을 써서 동료 사진작가들을 무력화시켰다. 바로 사진은 예술이 아니라고 선언했던 것이다. 내가 카르티에 브레송에게 다른 사진작가들에 관해서 이야기르 ㄹ해달라고 요청할 때마다, 그는 사진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 할 말이 없다고 했다. ......"-391쪽

"나에게 사진은 영원한 시각적 주의력이 자발적으로 발동해서 순간과 영원을 동시에 포착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반면에 데생은 의식이 바로 이 순간에서 포착한 것을 토대로 조형적으로 작업하는 행위이다. 즉 사진은 즉각적 행위인데 반해, 데생은 명상인 셈이다."-397쪽

신화의 인물들 중에서, 카르티에 브레송이 오랫동안 가장 자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인물은 바로 안타이오스였다. 그리스인들은 거인 안타이오스가 육신을 딸에 대고 있는 한 끊임없이 가공할 힘이 솟구쳤기 때문에, 헤라클레스가 그를 공중으로 들어올려 숨통을 끊어놨다고 전한다. 카르티에 브레송도 안타이오스와 마찬가지로, 자잘하고 한찮아 보이는 것들로 이루어진 구체적 현실과 접하고 있을 때라야 비로소 살아있다는 느낌을 갖는다. 가장 파장이 긴 진실은 바로 이런 자잘한 현실의 편린들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법이다.-411쪽

그는 콘트라스트가 심하거나 흐릿한 인화 상태를 좋아하지 않는다. 또 나이가 들어가면서 보다 선명한 쪽을 선호한다. 그는 특히 회색조를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온갖 종류의 톤이 모두 담긴 걸작 사진 <시테 섬>(1952년)이 좋은 예이다. 그는 거의 구름이 기지 않은 약간 흐린 날을 가장 좋아한다. 다른 사진작가들은 카르티에 브레송이 회색에 지나치게 집착한다고 놀려대지만, 그들 편에서 보면 그야말로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모든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IKB(International Klein Blue :프랑스 현대화가 이브 클랭이 독창적으로 사용하는 청색 모노크롬을 일컫는 별명)를 말하듯이, 언젠가 GCB(Gris Cartier-Bresson: 카르티에 브레송 회색)란 말을 사용할 날이 올는지도 모른다. 그는 특히 회색을 잘 운용할 줄 알아야 훌륭한 미술작품이 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던 들라크루아의 <일기Journal>을 탐독하곤 한다.-417쪽

"매그넘에는 이중 잣대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 이외의 그 어던 매그넘 회원이라도, 잡지사에서 임의로 콘택트 프린트를 편집함으로써, 작가에게 시간적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선택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사진작가의 열정이 서려있는 콘택트 프린트는 그의 허물이 잔뜩 담긴 내면 독백입니다. 찌꺼기이지만, 우리가 살롱에 앉아 꽃잎을 따는 것이 아닌 이상 불가피한 찌꺼기입니다. 어쨌든, 이 찌꺼기를 예심판사 앞에서 일일이 큰 소리로 외쳐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4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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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3-07-04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젤 먼저 들어와 공감 날리고 덧글 썼는데 로긴 안 된 상태라 다 날아가버렸어요ㅠ
스맛폰으로 다시 써요 스마트폰은 익숙치가 않아요
일단 브레송을 보관함에 담았는데 프레님 밑줄긋기 보니 사진을
이해한다는게 엄청 어렵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사진을 좀 아는 상태에서 접근하면 이해하기 쉬울것 같아요

날씨 넘 후텁지근해요
프레님은 파리 단독으로 남겨놓고 유럽 일정 잡으면 어떨까 싶어요
아님 동유럽 패키지로 다녀오시고 파리는 자유여행 하시면 될 것 같고ㅡ
전 예전에 스페인 포루투갈만 따로 십여일 갔다 왔는데
역시 여행은 단독 나라로 꼼꼼ㅈ보는게 나았어요^^*

프레이야 2013-07-04 20:42   좋아요 0 | URL
팜므언니, 좀 아는 상태에서 접근해야한다는 생각은 안 하셔도 될 듯해요.
그리 어렵지도 않구요. 단지 관심과 이해가 좀더 있고 없고의 차이겠지요.
예술은 하나로 통하는 것 같아요.
특별한 것에서 보편성을 찾아내는 과정, 그게 천재의 특성이라고 하는데
독서의 과정도 그런 것 같고 그래야 하고 ..그래서 좋았습니다.

위의 마지막 인용문구 중 첫줄에 '콘택트 프린트' 나오죠?
글 쓰는 사람에게 비유하자면 일종의 초고 같은 건데요,
밑줄긋기에 옮기진 않았지만 저는 콘택트 프린트에 대한 부분도 좋더라구요.
다듬기 전의 날 것, 그게 원래의 솔직한 우리 마음이고 욕망이잖아요.
거기엔 일련의 (마음)과정이 담겨있구요. 그래서 브레송은 자신의 콘택프 프린트를 소중히 여겼고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으려했대요. 하나의 필름을 다 쓴 후의 콘택트 프린트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을 선택한 경우에 나머지는 과감히 버렸답니다.
 

프랑스어를 공부하겠다고 덤볐을 때 큰 목표란 없었고 그저 나중 여행갈 때 좀더 편리하지 않을까, 약간은 더 풍요롭지 않을까 정도였다. 사실은 환상 같은 게 없다고는 볼 수 없는데 그것 또한 나쁘지 않다고 여긴다. 아주 오래전의 꿈을 뒤늦게 깨달았을 뿐. 벗이랑 2년 후쯤 책 한 권 들고 파리여행을 가자고 뜻밖의 약속을 한 것도 있지만 내가 좀더 끌리는 공간은 파리보다는 근교, 외곽 쪽이다. 파리는 당연하고. 원래가 무계획적으로 사는 사람이라 구체적인 것은 다음에 기약하기로 하고 지금은 그저 즐기며 배우고 있다. 

 

무엇이든 하나를 위해선 집중과 몰입이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 스마트폰에 프랑스어 사전을 깔고 수시로 찾아보고, 프랑스 관련 도서라면 눈이 번쩍 뜨이고, 프랑스 영화를 보며 대사에 좀 더 귀 기울이고 아는 단어나 연독이 들리면 으샤 한다. 샹송도 더 좋아지고, 와인의 라벨도 예전보다 좀더 자세히 읽어보게 된다. 와인 마케팅을 하고 있는 미혼여성이 배우러 오는데 와인 마케팅 쪽으로 유학 갈 생각이라고 한다. 파티쉐를 목표하는 분도 있고 건축, 성악 쪽 유학 등등 꿈도 나이도 다양하다. 두시간 수업 중 나는 문득 몰두해있는 그들의 빛나는 얼굴을 보며 하나하나의 꿈들이 왠지 눈물겹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온갖 게 다 울컥하다. 참 별스럽기도 하지. 그러다가, 지금 여기 앉아있는 나는 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 이러며 다시 불끈! 좀더 일찍 저 나이 때 더 용감하고 과감하게 내 길을 나서지 못했던 걸 후회하며. 선생님은 내가 아주 열심히 하는 모범생으로 아시지만 입에 붙이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한 언어를 공부하면서도 우직하지 못하고 게으른 나는 별도의 시간을 들일 생각을 못 내고 그저 수업시간에만 집중하고 있다. 대신 수업 중 온 신경을 200% 활용하자주의다. 마치고 오면 그래서인지 꽤 피곤하다. 6월 말이면 넉달이 된다. 7월부턴 교재도 업그레이드 되고 좀더 어려워질 것 같다. 한 번이라도 결석을 하면 따라가기 어려울 것 같아 그동안도 결석 한 번 안 했는데 앞으로도 나와의 약속은 지키고 싶다. 잘 지켜져야 할 건데... 그동안 언어는 문화라고 강조하시는 에너지 팡팡 터지는 선생님의 주동하에 문화원 주관의 문화공연도 세 차례 관람했다. 그보다 더 좋은 건 문화원에서 대출해서 읽고 본 도서와 프랑스영화 dvd가 꽤 된다는 사실. cd도 차츰 들어볼 작정이다. 모두 리스트하려고 했는데 밀리다보니 그만 다 지나가고 말았다. 이제부터라도 해볼까?  언젠가는 원서도 볼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좋겠는데 말이지.

 

가장 최근에 빌려본 두 권의 책은 눈길을 뗄 수 없이 좋아서 대여기간을 어기고 여태 갖고 있었다.

오늘 서울로 돌아갈 큰딸을 역에서 배웅하고 바로 수업 가서 반납할 예정이다.

벌금은 애교로 천원만 내기로 미리 조율해뒀다.

첫번째 책 <사진, 빛의 세기를 열다>는 사진심리학자 신수진 님이 세기의 유명한 사진들을 특별한 관점으로 분류하고

멋진 편집으로 실어놓은 사진집이다. 유명한 사진작가들의 기념비적인 사진을 만날 수 있다.

사진이 담고 있는 의미와 가치를 간결하면서도 비중있게 곁들여 놓은 문장들도 매혹적이다.

다양한 관점으로 분류해 놓은 흑백사진들이 본질적으로 굉장한 느낌을 준다. 품절이라 안타깝다.

 

 

 

 

 

 

 

 

 

 

 

 

 

 

 

 

 

 

두번째 책은 을유문화사에서 나온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전기다. 내가 좋아하는 사진을 찍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 당연히 끌리지 않을 수 없다. 특이한 건,  브레송이 살아있을 때 집필된 책으로 저자는 소설가이자 전기작가 피에르 아술린이다.

인터뷰 자체를 싫어한 브레송의 입과 마음을 열게 한 피에르는 한 세기를 살아온 너무나 유명한 사람에 대한 글을 쓰며 최대한 중심을 잡고 주관을 섞지 않으려 노력한 듯 문장이 단정하고 잘 읽힌다. 20세기의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 상당한 인맥으로 얽힌 관계들을 브레송을 중심으로 등장시킨다. 컬러사진을 혐오했고(화학적 작용을 거쳐 나오는 사진의 색감은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자연의 것일 수 없으며 흑백이 세상의 본질에 가깝다고) 플래시를 증오한(플래시를 콘서트에서 총을 쏘는 행위에 비유하며 폭력성을 내포하는 사진 찍는 행위에 플래시는 폭력을 더하는 것이라고)  브레송은 절제와 균형미, 기하학적인 질서를 중시했다. 브레송은 근본적으로 무정부주의자, 무신론자, 자유주의자, 좌파였다. 프랑스 한림원의 권위를 조롱하고 레종 도뇌르 훈장을 거부한 그는 기본적으로 권위적인 것에 알러지를 일으키는 부류다.

 

"제가 대체 박사는 무슨 박사란 말입니까? 손가락 박사? 아니, 무정부주의자한테도 훈장을 줍니까?" 

 

뷰유한 집에서 태어나 어려움 없이 일생을 산 것 같은 브레송도 선입견으로 오해되었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어릴 적 '돈은 어디서 오는가?'라는 의문을 품었던 그는 학교 교육에선 아웃사이더였고 상당한 독서가였다. 나치 포로수용소에서 생활했던 몇 년을 회고할 적에는 함께 고생하며 생사를 넘나들었던 사람들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적신다. 탈출에 성공한 노르망디 청년은 점령 하에 있는 고국을 떠돌다 전쟁이 끝났음을 알게 되고 이후 그의 사진은 또 다른 노선을 타게 된다. 어쩌면 일생을 통틀어 꽤 운이 좋은 편이었다고 알려져 있는 그이지만 명성은 그저 오는 것이 아님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말년에 그는 사진 입문 전에 배웠던 데생으로 돌아간다. 사진과 데생, 다르면서도 비슷한, 닮았으면서도 다른 영역에서 그래도 브레송이 더 빛을 발하는 쪽은 사진이었다. 

 

포스트잇을 아주 여러군데 붙여두었고 모두 밑줄긋기에 담아두었어야할 소중하고 의미있는 글귀다.

그 중 카르티에 브레송의 생애를 완전히 둘로 갈랐다고 말할 정도인 책으로 이런 게 눈에 띈다. 

독일인 오이겐 헤리겔이 쓴 <활쏘기의 선禪>.

 

 

 

포로 수용소에서 탈출한 35세의 노르망디 출신 파리지앵이 '무의식과도 완전한 합일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정신수양으로서의 활쏘기에 관한 책에 어떻게 매료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p231)' 

 

 

 

" 완전한 타격이란 적절한 순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때 그대는 그대 자신으로 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뭔가에 이르려고 애쓰지 말라. 차라리 언제 실패할 수 있을는지를 가늠하라......

진정한 도에는 목표도 없고 의도도 없는 법이다......

그대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워지라. 그대의 모든 것, 그대가 가진 모든 것을 그대로 떠나보내라.

그러면 그대에게 속한 것은 아무것도 남지 않고, 오로지 목표 없는 긴장만이 남게 된다." (p232)

 

 

 

예컨대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살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미래란 우리가 가까이 가면 갈수록 지평선처럼 언제나 뒤로

물러서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으로 있는다는 것은 자기 밖에 있는 셈이다란 말도 있다. 혹은, 표적을 겨냥함으로써

우리 자신에게 이를 수 있다고도 말한다. 또는 우리는 외부세계를 통해서 우리 자신에게 이른다는 말도 있다.

우리는 커다란 힘을 축적한 채 어느 지점에 도달해야 하고, 그런 다음엔 자기 자신을 잊어버리고 또 다시 떠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p232)

 

 

 

한 세기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한 사람의 생을 읽으며 이런저런 면면이 참 좋아 정독했다. 특히 콘택트 프린트에 대한 부분도 와닿았다. 글쓰는 사람의 초고에 해당하는 콘택트 프린트에는 사진을 찍은 사람의 내면이 그대로 드러난다. 어떻게 보고 느끼고 담고 욕망하는가가 그 안에 고스란히 궤적을 그린다. 일필휘지라고도 할 수 있겠다. 다듬고 고치고 퇴고하는 작업 이전의 그 원초적 순간들. 브레송은 콘택트 프린트를 소중히 여겼고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으려 했다.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 한 장을 건지면 다른 것은 과감히 처분했다고 한다. 가끔 내가 썼던 글의 초고가 더 좋다고 말한 사람의 욕망을 생각해 본다. 과감없고 솔직한 내면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거지. 교양과 상식으로 둔갑한 가지런한 글보다는. 하지만 그것도 필요한 작업이지 않을까.

 

후에 영화작업에도 참여했던 브레송은 평생 다양한 스승을 두었고 스승의 말에 늘 귀기울였다. 그에게 강한 인상을 준 거장들의 이름과 사진, 그리고 브레송 자신의 기념비적 사진들이 중요한 역사적 사건과 함께 거론되는 부분에서는 집에 있는 브레송 사진집과 인터넷을 뒤져가며 그 사진들을 함께 찾아보았다. 감흥이 새로웠다. 예를 들어 마틴 문카치의 사진, 흑인 청소년 세 명이 탕가니카 호수 속으로 뛰어드는 광경을 뒤에서 포착한 사진은 브레송에게 만큼이나 내게도 기쁜 충격을 안겨주었다. 내 기억의 힘은 약해서 또 잊혀지겠지만, 심상치 않은 부분과 상대적으로 보편적인 부분 모두 일생을 두고 돌아보면 한 사람의 생 또한 하나의 작품 같다는 생각을 한다. 영혼의 집에 재료가 되는 단단하고 부드러운 것들, 기질과 취향, 재능과 습관, 타인과의 관계와 기회,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빛을 발하는 인간적인 강인함과 유연함의 조합 등 생이라는 작품에 필요한 미덕은 수없이 많을 것이다. 타인의 배에 올라타 과거의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 바라보는 사람과 세상, 주관적인 견해와 미화된 면이 있을 거라는 가정을 두고 보더라도 충분히 감동을 준다. 이 책에는 그가 찍은 사진보다는 그 자신의 인물사진이 생후 1년부터 세월의 흐름을 따라 나오는데 상당히 지적이고 스마트한 이미지다. 순수하고 도덕적인 외모에 관능적으로 살짝 올라간 입술, 몰두할 때 드러나는 미간 사이 가로주름까지 섬세하다. 청년시절의 날카로운 듯하면서도 연민 어린 눈동자가 나이들어가면서는 좀더 깊고 온화해진다고 할까. 주름살마저 인생의 구비구비 자연스러운 능선을 탄다.

 

 

1974년, 딸을 무등 태운 브레송 (이 책에 실려있는 훈훈한 사진 중 하나)

 

 

평생 자신의 눈이 되어준 라이카의 가죽줄을 오른손에 말아서 그러쥐고 파인더를 통해 절묘한 순간들을 포착한 그는 60세에 30세 연하의 처녀와 재혼하여 사랑스러운 딸도 두고 이후 30년을 더 살다가 2004년에 영면한다. 그의 장례식 또한 근사하다. 사진에 대하여 말하기를 싫어했고 책 쓰기는 더 싫어했던 그가 남긴 마지막 아포리즘은 그의 사진철학을 한마디로 말해준다. 내가 세상과 이별할 때도 이런 거 한 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렬하다.

 

 

초대 손님들은 문을 나서면서 네모난 작은 백지 한 장씩을 받았다. 일종의 명함으로, 거기엔 카르티에 브레송의

생몰일자와 더불어, 구두점과 악센트가 서툴게 찍혀 있는 가운데 그가 멋진 필치로 직접 쓴 구절이 적혀 있었다.

 

   세월은 어김없이 흘러서, 오직 우리의 죽음만이 붙잡을 수 있을 따름이다.

   사진은 영원을 밝혀준 바로 그 순간을 영원히 포획하는 단두대이다.

    - Henri Cartier-Bresson

 

                                                                                                                            (p465)

 

 

 

사진은 삶과 죽음에 동시에 날리는, 가벼운, 윙크 같은 게 아닐까. 셔터를 누르는 순간 과거가 되는 사진 속 그 순간.

사진은 그래서 슬프다. 지난 사진을 그윽하게 들여다 보면 잔잔한 슬픔과 동시에 묘하게 벅찬 감정이 솟구치는 이유는

그래서일 것이다. 브레송의 자켓 안주머니에는 늘 손수건에 고이 싼 라이카가 들어있었다. 중요한 건 시선이다.

 

 

 

PAR44988 '브뤼셀, 벨기에 1932': 천막에 난 구멍을 통해 서커스를 구경하고 있는 젊은 남자와 주변을 살피고 있는 중년 남자의 각기 다른 시선의 방향과 흐름을 통해 대상의 심리적인 상태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사진이다. 중절모를 쓴 남자의 불안한 얼굴 표정에서 호기심과 신사로서의 체면을 유지하는 것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Henri Cartier-Bresson/Magnum Photos/유로크레온

 

 

 

1968년, 그러니까 브레송이 60세에 찍은 이런 사진은 내 폰에 배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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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6 2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27 2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13-06-27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은 단두대'라는 표현이 섬찟하네요!!! 하지만 맞는 말인듯!!
그런데 이 글을 읽으며 느낀건데 중간에 글자체가 왜 바뀌지요????
암튼 오랫만에 쓰신 글이라 그런지 글맛이 깊어지고 멋있어지신듯~~~~~^^
그리고 불어수업중 최우수 학생일 줄 알았어요~~~~~.ㅎㅎㅎㅎㅎ

프레이야 2013-06-27 21:11   좋아요 0 | URL
단두대. 강렬한 느낌이에요. 셔터 누르는 소리가 단두대의 찰카닥 소리로 환청이?? ㅎㅎ
중간에 글자체 어디서부터 그런가요? 여기 모니터로는 일관된 글자체인데 이상해요.ㅠㅠ
이십대와 섞여 공부하며 지금에야 느끼고 원하는 걸 난 이십대 초에 왜 과감하게 요구하고 이루고
실천하지 못하고 허랑하게 보냈을까나.. 후회후회ㅠㅠ 머리 뜯는 소리 ㅎㅎ

이 책을 보고도 느낀 것이지만, 독서가가 모두 훌륭한 사람인 건 아니지만
훌륭한 사람은 모두 독서가라는 사실. 그리고 스승을 삼는 일에 적확하고 능하구요.
흘리지 않고 귀에 담아 인상적으로 자신의 삶에 승화시키는 재능이 있는 것 같아요.
부러워라~ 의미 있는 타인. 의미를 만드는 재능.

페크pek0501 2013-06-27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바쁘셨군요. 프랑스어 공부로...
님, 멋져요!!!!!!!!!!
제가 고등학교 때 불어 독어 중 선택 과목으로 하나 고르는 것인데, 불어를 선택해 배웠어요.
지금은 거의 까 먹고 몇 개 인사하는 문장만 기억나요.

오로지 목표 없는 긴장만이 남게 된다." (p232) - 저는 긴장 없는 목표만 있는데... ㅋㅋ

님의 글은 책을 사고 싶게 만들어요.
오랜만에 글을 올리셔서 반갑게 읽었답니다.

프레이야 2013-06-27 21:14   좋아요 0 | URL
저도 고교 때 배운 불어를 잊지 못해요. 그때부터 꽤 매료되었거든요.
2학년 때 담임샘이 불어샘이었는데 그 샘 영향도 크구요.
예쁘장한 여선생님이었는데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나이들어가고 계실까요...
을유문화사의 저 책은 상당히 매력적이에요, 제겐. 시리즈로 다른 예술가들의 전기도 있더군요.
자코메티의 것을 읽어볼 생각이 있답니다. 실제로 브레송은 자코메티와 우정이 깊었어요.
근데 페크님, 저는 긴장도 목표도 별달리 없답니다^^ 즐기자구요^^

2013-06-27 16: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27 2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크아이즈 2013-06-27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꺅~~ 이 페이퍼 멋지기도 하지만 넘 정성이 들어갔어요

다크아이즈 2013-06-27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스마트폰으로 답글 달려니 내 맘대로 안 되어요 다쓰기도 전에 등록이 웬 말?^^ 불어 열심히 하는 모습 상상만해도 우아해요 언제 그 발음 들어봐야하는데 기회가 있을라나 브레송 관련은 책을 사고 싶어져요 글이 더디 올라와도 이행살수밖에 없는ㅡ 암튼 불어 공부하는 님 매력녀^^*

프레이야 2013-06-27 23:47   좋아요 0 | URL
팜므언니, 우아하기도 전에 다리 퉁퉁 붓고 의자 딱딱해 척추 아프고 눈은 침침하고 머리에선 쥐나고ㅋㅋ
발음이 멋지게 되려면 입에서 좔좔 붙여 굴려야되는데 힘들어요.ㅎㅎ
머리에 김 올라오는 거 보이시죠?
읽고픈 책도 보고픈 영화도 많은데다 게을러서 불어에 집중 못하고 변죽만 울리고 있는 것 같아요.
미쳐야 미친다는데... 아흑... 그냥 편안하게 갈래요^^
브레송 사진은 제가 참 좋아하는데 사람에 대해 읽고 나니 더 좋아졌어요.
이렇게나 다채로운 삶을 살아내다니!!
역시 알면 더 사랑하게 되는 것일까요? 사랑하니 더 알고 싶어지는 것일까요? ^^

순오기 2013-06-28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좋아요~~~~~ 정성 들인 글, 애정이 듬뿍 담긴 페이퍼!
불어를 공부하는 범생이 프레이야님~~~~ 프랑스 여행때는 불어를 술술 하게 될 거에요.^^

blanca 2013-06-28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근사해요. 프랑스어 열공하시는 모습. 그리고 브레송의 장례식도!

프레이야 2013-06-28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배우는 건 늘 즐거워요. 화이팅 주셔서 고마워요 ~~~♥^^ 브레송과 그의 사진을 더 애정하게 된 책이에요. 기회가 선물이네요. .

블랑카님, 열심히 즐기며 하려고 해요. 오늘 첫 교재 책걸이했어요. 선생님이 케잌이랑 커피 내려주셔서 간단히ㅎㅎ 학생이 준비해야되는데 ^^ 아흔다섯을 살다간 브레송의 장례식 근사하지요. 감정을 배제하고 기술되었지만 감동적인 책이었어요.

야클 2013-07-02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히 제가 쓸 수 없는 격조 높은 페이퍼군요. 멋져요!!!

프레이야 2013-07-04 12:22   좋아요 0 | URL
야클님의 유머와 격조를 두루 갖춘 페이퍼에 비할라구요?^^
좋은하루 보내세요^^

네꼬 2013-07-03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악. 테이블 밑에 강아지! 강아지!

프레이야 2013-07-04 12:23   좋아요 0 | URL
네꼬님, 역시! ㅎㅎ 저도저도 그애가 넘 이쁘지 뭐에요!!
 
지식 e - 시즌 8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8
EBS 지식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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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e>시리즈가 7권을 이어오면서 누적 판매부수가 100만권을 돌파했다고 한다. 그동안의 시리즈를 모두 읽은 건 아니고 몇 권은 뛰어넘었는데 이번에 제8권은 우연히 좋은 곳에서 제공 받아 읽게 되었다. 고마운 기회다. <지식채널 e>는 'e'를 키워드로 자연, 인간, 사회, 과학,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간결하고 강렬한 메시지와 영상으로 전한다. 영상 시대이니 각처에서 필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물론 이것을 묶은 책 <지식e>로 보는 건 영상이 아니라 사진과 활자인데 이 또한 나쁘지 않다. 영상은 순간 지나가면 그만이지만 사진과 활자는 두고두고 곱씹어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여덟번째 책으로 나온 <지식 e>는 '사람들'을 주제로 한다. 링컨의 연설에 나온 문구로 유명한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를 걸고 세 장으로 나누었다. 각 장이 굳이 다른 맥락은 아니다. 링컨은 국민을 지칭한 것이지만 이 책에선 국민 혹은 사람들로 변형하여 가져온 듯하다. 당시에는 온갖 어려움과 비난과 박해를 겪었더라도 결국 세상을 바꾸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이 각 편마다 소개된다. 간략한 메시지와 사진 다음으로 이어진 상세한 내용과 역사적 사실, 확장한 생각거리들, 우리나라의 경우에 적용된 여러가지 사안들을 읽을 수 있다. 더 읽으면 좋은 도서도 두 권씩 권장해 두어 지식과 생각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굳이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눈길 끄는 곳에서 먼저 펼쳐 읽어도 좋다. 우리가 결국 말할 수 있는 건 '사람'에 대해서라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사람'에 대한 이 책을 보며 똑바로 알지 못했거나 전혀 몰랐던 사실들이 꽤 흥미로웠다. 역시 사람이 희망이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고 한다. 배움이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 그치는 일이 아니란 건 잘 안다. 문제는 늘 실천과 행동에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프랑스의 전 교육부 장관 레옹 베라르가 한 말은 신선하다. 교육과 배움의 목적은 사람이 각자의 자리에서 무엇을 원하게 되고 또 원하는 것을 제대로 아는 데에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시민교육의 목적은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수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무엇을 원하게끔 하는 데 있다. (121P)

 

이 책이 독자에게도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처음 알게 된 사람도 있고 제대로 몰랐던 사람도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사람은

<뿌리깊은 나무> 발행인 한창기(1936-1997).

학생 시절에 이 잡지를 서점에서 본 기억이 나고 사진 않았지만 들춰보았던 적이 있는데 그동안 이런 파란을 겪었다는 

사실은 몰랐다. 통념에 빠지지 않고 권력에 타협하지 않고 올곧게 자신의 뜻을 관철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늘 가슴 한켠에

퍼른 서슬을 서게 한다.

 

"외래어와 한자를 쓰지 않고도 얼마든지 품격 있는 잡지를 독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다"

"후미진 촌구석의 민중들이 한국어와 한국문화의 가장 훌륭한 스승이다." (90p)

 

 

그 다음으로는, 다큐멘터리 영화 '말하는 건축가'의 주인공 건축철학자 정기용.

 

"건축가는 건물을 설계하는 사람이 아니라 삶을 설계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건축가의 역할은 "원래 거기 있던 사람들의

요구를 공간으로 번역해내는" 것뿐이라고 생각한 정기용이 가장 염두에 둔 것은 '공공성'이었다. 2007년 9월 유력 일간지들이

'아방궁'이라는 수식어를 단 전 노무현 대통령의 봉화마을 사저를 설계한 건축가는 정기용이다. 지금은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사저도 곧 개방할 것이라고 하니 꼭 가서 정기용 건축가의 설계를 눈으로 보고 싶다.

 

 

외국사람 중 인상 깊었던 사람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독해한 템플 그랜딘.

그녀는 1947년 보스턴에서 태어나 세살 때 자폐아 진단을 받았다. 언어적으로 이해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그녀는 동물처럼 시각적으로 세상을 이해했다. 동물의 관점을 장착한 그랜딘은 목장과 도축장에서 다른 사람들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을 풀어냈다. 30여 년간 육류산업에 종사하면서 동물에게 고통을 덜 주도록 고안한 '중앙궤도형 도축장치'는 오늘날 미국 도축장 절반이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소떼들이 제 몸을 압박하는 보정 틀에 들어가서는 매우 차분해지는 것을 목격한 그녀는 자신에게 맞는 보정 틀을 만들어 불안하거나 우울할 때마다 사용해 효과를 보았다. 이렇게 만들어진 '허그 머신'은 자폐인용 압박치료기로 널리 쓰이고 있다. 그랜딘을 소개하면서 이 책은 니체의 관점주의와 영화 '라쇼몽', 왜상(anamorphosis), 바니타스(vanitas)로 이어지고 지젝의 '삐딱하게 보기'를 권한다. 이런 게 이 책의 미덕이다.

 

 

그 다음으로는 파브르. 파브르의 곤충기는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다. 곤충의 관찰기록과 본인의 사생활을 엮어낸 '곤충기'의 원제가 '곤충학적 회고록'이라는 건 몰랐다. 1911년 시인 프레데리크 미스트랄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파브르를 추대하는 운동을 벌였다고 하니 그의 곤충기는 읽기에도 멋진 문장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장 앙리 파브르를 이 책은 '험난한 길을 걸어간 고요한 산책자'로 명명한다. 파브르를 말하며 법곤충학도 소개하는데 꽤 흥미롭다. 권장하고 있는 '파브르 평전'도 담아둔다. 당시 진화론에 반대한 자연주의적 관점을 고수한 그는 더욱 고독한 말년을 보냈다. 가난에 처한 파브르는 이렇게 항변했다.

 

 

 "당신들은 동물을 해체하지만 나는 산 채로 연구한다. 당신들은 동물을 공포와 연민의 대상으로 바꾸지만 나는 사랑받는

대상으로 만든다. (...) 당신들은 화학실험을 통해 세포의 원형질을 연구하지만 나는 가장 고귀한 존재의 본능을 연구한다"

                                                                                                                                                   (242p)

 

 

이 책을 읽으며 몇 해전 지식채널e 에서 소개되었던 영화감독으로서의 심형래가 생각났다. 요즘 그의 소식을 떠올리니 안타까운 마음이 일어났다. 너무 쉽게 한 사람을 부풀린, 대중의 욕심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람의 일은 더 두고 봐야 알 일이고 속단해서도 안 될 일 같다. 물론 어떤 면에서만 보자면 충분히 가치 있는 사람으로 격상될 일이라 더욱 그러하다. 다각도로 차분히 생각하는 힘이 이 책을 보면서도 필요할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모든 사람들, 그와 연관된 세상 후미진 곳의 사람들과 확장해볼 생각거리들, 세상을 바꾸기 위해 작은 힘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며, 지식이 지식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 무엇을 원하고 생각하고 실천해야 할 것인가 고민하게 되면 좋겠다.

 

아홉번째 <지식 e> 를 기대하며 덧붙인다. 2013년 4월 30일, 1000회 방영을 맞은 '지식채널e'는 6월 말까지 UCC공모전을 하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작은 힘,이라는 주제로 시청자들의 공모를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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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3-06-06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을 바꾼다는 것. 작은 힘들이 모아져서 가능한거지요.
사람에 대해, 세상에 대해 생각해보는 동기가 되네요.

프레이야 2013-06-08 10:19   좋아요 0 | URL
나부터 바뀌어야 될 것 같아요. 그게 쉽지 않지만 작은 힘이나마 보탤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 책으로 여러가지가 확장되는 경험이 따르면 좋을 것 같아요.
그저 평범하게 살고 있는 제게 여기 소개된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감동적이었어요.
세실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2013-06-07 1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08 1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목련 2013-06-07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짧은 시간이라 챙겨보지는 못하지만 함께 흐르는 음악이 좋아서 홈페이지를 들락거린 기억이 있어요.
책으로 만난 것도 있는데, 프레이야 님의 글처럼 '무엇을 원하고 생각하고 실천해야 할 것인가 고민'하면 좋겠어요.

프레이야 2013-06-08 10:18   좋아요 0 | URL
세상을 참 의미있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뭉클하지요.
편견이나 선입견을 갖지 않아야겠다는 생각도 들구요.
다시 한번 드는 생각이, 매사를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필요한 것 같아요.
자목련님,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바람돌이 2013-06-07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권째인데 100만권이라고요. 저는 더 많이 팔렸을줄 알았어요. 다 산건 아니지만 저도 4권인가 샀고, 주변에 읽는 사람들이 진짜 많아서요. ^^
요즘은 역사e도 나왔어요. 역사e는 영상은 아직 지식e만큼이 못되는 것 같은데 책의 내용은 좋더라구요. ^^

프레이야 2013-06-08 10:20   좋아요 0 | URL
역사e도 나왔어요?!!! 책을 검색해 봐야겠어요.
바람돌이님이 돌아오니 참 좋으네요^^

Mephistopheles 2013-06-07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템플 그랜딘의 이야기는 영화로 나왔습니다. 영화 제목이 사람이름과 똑같습니다.
자페아 생각을 하니 오늘 본 유튜브 영상이 생각났습니다.

전 이 영상 하나가 선진국의 기준이 무언지 확실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http://youtu.be/SNGv2z1BacI

프레이야 2013-06-08 10:47   좋아요 0 | URL
네, 템플 그랜딘, 제목만 들었고 보진 않았어요.
찾아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습니다
알려주신 영상은 검색해서 볼게요^^ 고맙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정책과 처우, 인식이 선진국의 기준이 된다는 말은 유효한 것 같아요.

페크pek0501 2013-06-08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프레이야 님, 새 글을 올리셨네요. 반갑네요.

심형래 영화감독에 대해선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안타까워요. 언젠가는 재기하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요즘 연하의 남자와 결혼하는 걸로 화제가 되고 있는 백 모 가수처럼 말이죠.
실패가 그냥 실패로 끝나지 않고 새로운 출발이 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우리 모두요...

이 책 시리즈, 표지는 많이 봤는데 책을 읽진 못했어요. 리뷰 잘 읽고 갑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


프레이야 2013-06-08 21:41   좋아요 0 | URL
네, 페크님 동감이에요. 실패를 기회로 딛고 일어나는 사람들, 위대하지요.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도사린 위험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니 어찌 생각하면
무난하게 이어가는 삶도 나쁘지 않구요.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마녀고양이 2013-06-08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한다....

언니, 요즘 저는 제 가치가 뭘까 생각해보는 중이예요.
가치를 생각하면 이제까지 사회적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가치를 설정하느라
진정한 제 가치에 대해서 잘 모르는구나 싶어요.

아마, 지혜가 아닐까 싶어요, 지혜를 찾아서 계속 노력하기... 이게 제 가치인거 같아요. 페이퍼에 다시 써야징~
쪼옥, 보고 싶어요.

프레이야 2013-06-08 21:55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로 돌아온 거에요?!!! ^^ 달여우도 귀여웠는데 역시 마고님이 더 좋은가? ㅎㅎ
다 좋아요^^ 어쨌든 다르지 않으니까.
사회적 틀에서 설정해 주는 '가치'. 이 책 보며 그런 것에 대한 생각도 들더군요.
예를 들어 이 책에 FC바르셀로나가 구현하려는 가치에 대한 내용이 있는데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같은 사람은 스포츠를 혐오했다지요. 경쟁심을 부추긴다구요.
누구에게도 협동과 공동체 의식을 조장해 주는 가치있는 스포츠가 누구에게는 그렇게도 생각될 수 있는 것.
생각과 관점의 다양성을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점에서 마고님이 말씀하신 '지혜'. 지혜 찾기. 좋아요좋아^^ 사랑스러운 마고님.

수퍼남매맘 2013-06-09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이 책이 자주 눈에 보이네요.
저도 가끔 지식 e에서 만든 동영상을 보여주곤 하는데 책으로 나온 줄도 모르고 있었네요.
프랑스 교육부 장관의 말은 더 곱씹어 봐야겠어요.

프레이야 2013-06-09 16:23   좋아요 0 | URL
수퍼남매맘님, 동영상은 일선에서 자료로도 이용하기 좋을 것 같아요. ^^
조금 다르게 혹은 확장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면 더 좋은 거 같다는 생각도 합니다.
휴일 편히 쉬고 계신거죠?^^

2013-06-09 2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0 0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3-06-17 0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권까지 사고 8권은 아직 구입전이네요.
역사e도 같이 구입해야 될 목록에 넣어요.

2013-06-18 1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8 1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크아이즈 2013-06-24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뿌리깊은나무, 1987년 판인가 기념으로 두어 권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도 책장 어딘가에 찾으면 있을 것 같아요.
그때 마광수 교수가 시간 강사 때 기고한 글이 있었는데 제목이 아마 '대학 교수 한 번 되어 보기'였던가 그랬던 것 같아요.
대학 보따리 장수의 비애에 대해 현실감 있게 써내려 갔던 것 같은데, 세월이, 세월이 말로 다 할 수 없이 흘렀네요ㅠ

순오기 2013-06-25 03:56   좋아요 0 | URL
1980년 2.3.4월 뿌리깊은 나무 갖고 있어요.^^
그 다음에 나온 81년 9월 '마당' 창간호부터 10, 11, 12월꺼지 4권 갖고 있는데
마당엔 박경리 선생님 '토지' 4부가 연재되었지요.^^

프레이야 2013-06-25 10:49   좋아요 0 | URL
우와, 오기 언니 대단하네요.
다음에 작은도서관 가게되면 꼭 한 번 보고 싶어요.
'마당'까지요!!!

프레이야 2013-06-25 10:52   좋아요 0 | URL
팜므언니, 댓글에 덧글은 아래에 따로 있으니 놓치지 마시어요^^

프레이야 2013-06-24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팜므님, 뿌리깊은나무를 갖고 계시군요. 87년이면 전 세상물정 모르던 사학년이었네요. 지금 느끼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ᆢ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해봅니다.
마교수는 평가절하된 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위선과 권위가 사람을 우스꽝스럽게 만들죠. 그래도 양식은 구비해야 할 듯. 그의 소위, 야한 소설을 녹음한 적이 있는데 솔직한 내면의 소리가 나쁘지 않게 읽혔어요. 그분들이 이런 연애소설 듣기를 좋아하신대요. 사람은 다 비슷한가봐요.^^
전 지금 집 와서 낮에 남겨두고간 고르곤졸라 피자랑 와인 한잔 해요. 이거 한 판을 제가 다 먹네요. ㅋ 언니랑 함께하면 더 좋겠네요.^^

순오기 2013-06-25 03:57   좋아요 0 | URL
난 엊저녁 친구가 밥사주고 술사줘서 파전에 막걸리 한 잔 하고 돌아와 잠들었다가 깨었어요.ㅋㅋ
뿌리깊은 나무는 위 댓글 참조~^^
새글도 6월이 가기 전에 올려주세요~~~~~~~~~~~~~~~~

프레이야 2013-06-25 11:10   좋아요 0 | URL
언니, 6.25, 제 달력에 언니 생일이라고 크게 써놓고는 어젯밤 불어수업 갔다와서 너무 피곤해
누워 뻗어서는 그만 깜박 ㅎㅎㅎ 요즘 제 체력이 이상할 정도로 메롱이에요. 맥을 못 추겠어요.
오늘은 큰딸이랑 세븐스프링스 가서 데이트 하려구요^^

순오기 2013-06-26 01:41   좋아요 0 | URL
체력이 딸릴 때는 역시 잘 먹어주고 휴식을 취하는 게 최고여요.
요즘 무리한 일은 없는지 점검도 하시고...^^

2013-06-26 0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톰은 톰과 잤다] 손홍규 소설집, 문학과지성사

2013년 3월 20일 녹음 시작 5월 3일 완료, 총 17시간 소요

 

 

 

 

4월에 심신이 편하지 않아 2주일 못 갔더니 녹음완료일이 다소 늦어졌다.

손홍규 소설집 [톰은 톰과 잤다]는 무겁지만은 않은 철학적 담론 같기도 하고 시시한 연애 같기도 하고

시대상을 반영하며 자전적이기도 하고 사회참여적이기도 한, 아홉가지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중 '불멸의 형식'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학창시절에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교실에서 복닥대며 함께했던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면 좋은 이유는

가장 찬란히 빛났던(물론 그때는 그걸 모르지), 어쩌면 가장 순수하고 예뻤던 시절의 나를 기억하고 너를 떠올려

그걸 재료로 도마질에 난도질, 웃음 한바탕 벌일 수 있어서다. 성격도 제각각, 성적도 제각각, 취향도 적성도 제각각이었던

우리는 이른 아침이면 만원버스에 시달리면서도 단어장을 손바닥에 올려들고 웅얼거리며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

교문을 통과했다. 가방엔 도시락 두 개. 그 중 하나는 1교시가 끝나면 후다닥 비워진다. 창문을 열고 냄새를 채 내보내기도

전에 2교시 선생님이 들어오시고 모두 함묵하지만 선생님의 표정도 그래 어쩌겠니, 바로 그랬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야간자습 시간까지 그러니까 잠자는 시간 몇 시간을 제외한 거의 하루를 함께 보낸 친구들이

중년의 고개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너나 나나 그저 애틋한 거다. 커피 한 잔 앞에 두고 수다는 이어지고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웃고 있는 눈가에 세월이 주름지다.

 

늙지 않는 방법은 딱 한 가지라고. 당신의 아름다움을 기억해줄 수 있는 사람과 평생을 함께하는 거라고.

- '불멸의 형식' p121

 

'불멸의 형식'에서 화자의 친구는 시인이자 교수인, 연상의 스승을 사랑한다.

그가 사랑을 구현하는 방식은 서점 앞 2절지에서 화자가 발견했던 요령부득의 메시지를 통해서다. 

'나는 소멸하여 불멸할 것이다.' (p139)

증오할 능력이 없는 상태, 즉 사랑에 빠진 상태에서 화자의 친구(박형규)는 스승이자 연인에게 영감의 원천이었다.

 

사랑은 끝없이 번져가는, 그래서 종국에는 무엇으로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는 불멸하는 형식이라는 걸

그는 보여주었다.

(중략) 

육체를 내주지만 정신을 내주지 않음으로써 자신을 방어하는 사람, 그와 정반대인 사람, 육체와 정신 모두를

내주지만 이를테면 발가락을 애무하길 거부함으로써 자신을 방어하는 사람...... 그 모든 실패를 겪은 뒤에 나는

사랑이란 점령하지 않고 내버려둔 영역에서만 서식할 수 있는 특별한 종류의 관념이라는 걸 깨닫게 되겠지.

사랑도 능력이라는 걸, 사랑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너무 오랫동안 사랑에 대해 지껄여왔다는 걸 깨닫기까지는

좀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p141-142)

 

 

 

 

 

 

 

 

 

 

 

 

 

[너 없는 그 자리] 이혜경 소설집,  문학동네

2013년 4월 3일 1차편집 시작  현재 133쪽까지

 

 

 

 

 

다시 읽어도 한 편 한 편이 재미있다.

응달에서 피어나는, 아니 응달에서 서서히 나오려고 하는 인물들의 속속들이 사연들,

눈물나게 구차하고 서글프지만 희망이 없지 않다. 작가는 희망을 너무 떠벌리진 않는다.

그저 이제는 응달에서 나오라고, 숨바꼭질 그만하라고 손잡아주는 작가의 재담이 놀랍다.

무작정 희망을 심어주려고 하지 않고 좀더 냉철하고 현명해길 바라는 이야기들.

긍정은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빛과 그림자 모두를 안아 들일 수 있는 마음과 영혼. 빛만 들이고 싶다면 장난인 거지.

세상은 넓고 우리 삶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포진해 있다고 생각하고 싶지만 어떤 선택의 순간이 오면

그 선택의 범위가 그리 넓지 않다는 진실에 무참해질 때가 있다. 그러나 그게 진실인 걸.

이것 아니면 저것, 예스 아니면 노. 손홍규가 말한 불멸하는 형식, 사랑도 그런 카테고리가 아닐까. 

(사랑)하거나 (사랑)하지 않거나.

 

프린터를 뽑고 CD에 저장하고 나면, CD굽기를 성공적으로 마친 컴퓨터 프로그램은 물었다.

이제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듯이 묻지만 선택의 범위는 넓지 않다.

작업 내용을 저장하거나 저장하지 않거나. 그때, 그녀에겐 선택의 여지가 그리 많지 않았다.

사랑하거나 사랑하지 않거나.  -  '한갓되이 풀잎만  p56

 

 

 

 

내일 녹음 시작할 책이다.

이승우 장편소설 [지상의 노래], 민음사

 

첫 문장...

 

천산 수도원의 벽서는 우연한 경로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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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07 1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3-05-07 21:10   좋아요 0 | URL
네, 건강 살피며 살아요 우리.
지상의 노래, 첫문장 끌려요^^
왠지 오르한 파묵 스타일 비슷? ㅎㅎ
표지의 글자 멋지죠.
두께가 좀 돼요. 하기야 '화차'보다는 적네요.

다크아이즈 2013-05-07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앙, 드뎌 프레님 페이퍼 올라왔도다, 만세! ㅋ
손홍규 작가는 이곳에도 초대해서 온 적이 있어요. 전업작가인데 열심히 쓴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물론 소설도 좋았어요. 이슬람 정육점, 읽은 적 있는데 성장소설이었던 것 같은데 내레이터 시점이 아이였는데, 너무 전지적으로 관장하는 바람에 몰입에 방해되었던 기억이 나네요.
지상의 노래는 사놓고 아직 시작 못했고, 너 없는 그자리는 왜 이리 알라딘에서 자주 회자 되지요?
그만큼 좋다는 뜻이겠지요. 꼭 접수하고 말겠어요.
읽거나 읽지 않거나 ㅋㅋㅋ 전자이길 채찍해주세요, 프레님...

프레이야 2013-05-07 21:13   좋아요 0 | URL
ㅎㅎㅎ 팜므님 만세까지!! 제가 너무 게을렀어요.ㅋㅋ
읽거나 읽지 않거나... 어중간은 없지요. 읽어요!!읽어요!!
'너 없는 그 자리' 전 좋던걸요. 제가 소설을 쓴다면 그렇게 쓰고 싶어요.
손홍규 초대도 하셨더랬군요. 이슬람정육점이 유명하던데 전 안 읽었고 이 책이 첫만남이에요.
좀 독특하단 느낌이 들었어요.

기억의집 2013-05-08 16:21   좋아요 0 | URL
아, 손홍규가 이슬람 정육점 쓴 소설가군요.저 그 책 읽었는데,,,,, 딱히 저는 그저 그랬어요.
이 양반 좋은 소설 쓰려면 갈 길이 멀군, 이렇게 생각했거든요.
근데 이 작품평 보니 많이 좋아졌나봐요~

라로 2013-05-07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늙지 않는 방법은 딱 한 가지라고. 당신의 아름다움을 기억해줄 수 있는 사람과 평생을 함께하는 거라고. 이 문장 오래 음미할래요~~~~녹움덕분에 책 읽으시기도 할듯요~~ㅋㅋ 지상의 노래는 알라딘에서 추천을 많이(?)해서 그런가 꼭 읽어보고 싶네요~~ 아니 이승우 작가의 책을,,, 지금 이동중에 이 글 읽고 댓글달아요!! 저 기특하죠!!!ㅋㅎㅎㅎㅎ

다크아이즈 2013-05-07 20:56   좋아요 0 | URL
시아님 나도 달아줘. 방금 페이퍼 올렸단 말예욧 ㅋ

프레이야 2013-05-07 22:52   좋아요 0 | URL
지상의 노래 제가 드릴게요. 부산 오시면^^
사둔 책이 있거든요. 녹음은 도서관책으로 하면 되구요^^
그나저나 이동중 댓글 달기, 초수퍼우먼!!! ㅎㅎㅎ 기특하고 말구요. ㅋㅋㅋ
저 인용 문장 좋지요 >.<
책에선 내면의 아름다움이라기보다 외적인 아름다움, 아름다운 얼굴을 말하는데
그게 더 공감되더라구요. 내가 가장 아름다울 때 곁에 있어주었으며 그 모습을 기억해주는
사람과 평생 함께라..음음..
외적으로 덜 아름다워진다고 해서 달라지면 진정한 동반자가 아니겠지요. ㅎㅎ

프레이야 2013-05-07 21:15   좋아요 0 | URL
히히 팜므언니 페이퍼 보러 가야쥐~

이진 2013-05-07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톰과 톰은 잤다, 라니 제목이 완전 좋잖아요. 재밌겠다.
이혜경의 소설집은 엄마 주었다가 엄마가 어렵다고 하여 다시 가져왔어요.
한번 더 읽으려구요. 읽을 시간이 있을는가 모르겠네.

프레이야 2013-05-07 22:47   좋아요 0 | URL
히히 그래요? 소이진님ㅎㅎ
제목이 좀 글쵸? 근데 내용은 그게 아니라는^^ 그닥 막 재밌지는 않아요.
(마구 내 마음대로 소이진님의 추측을 단정하고 있네요^^)
이혜경은 누구랑 이름이 같아서 더 좋아요ㅋㅋ
어렵진 않으실 건데ㅠㅠ 엄마랑 잘 안 맞았을수도...

댈러웨이 2013-05-07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상의 노래> 첫문장 읽고는,,, 이 책 안 읽고 싶어졌어요. 어떡하지.;; 그나저나 오타찾았다고 좋아했는데, 프레이야님은 어떻게 강원도 말도 아세요? 응지? 이거 강원도 말인데요? 이런 근황 좋으네요, 프레이야님. :)


프레이야 2013-05-07 22:46   좋아요 0 | URL
우와, 댈님 그 첫문장의 어떤 점이 식욕을 떨어뜨렸는지 진짜 궁금해요.
말해줘요. 응 응???
응지는 오타 아니고 양지의 반댓말이라고 하려다 오타 맞네요. ㅎㅎ
그것도 세번씩이나..흑흑... 응달이라고 쓰려한 게 음지와 응달 사이에서 주춤거린 게 원인인 것 같다요.
내 심리를 내가 분석해본 결과^^ 게다가 음주페이퍼라ㅋㅋ 와인 살짝 한잔에 이러다니..
근황은 좋다기보다 이제 좋으려고 노력 중이에요^^ 몸을 돌봐야하는 계절 같아요. 신체적으로^^
근데 강원도말로 응지가 무슨 뜻이에요?? 댈님 고향이 강원도에요?

댈러웨이 2013-05-09 21:06   좋아요 0 | URL
첫문장 읽고는, 에코의 <장미의 이름> 같은 냄새가 나는데? 그랬어요. ㅎㅎㅎ 천산, 벽서, 막 이러니까 머리도 지끈지끈. ;; 응지'는 제가 모르는 단어라서 사전 찾아봤어요. 음지'의 강원도의 방언이라고 나오던데요? 프레이야님께서 아시고 썼다고 생각했는뎅. 근데 저 꼬마 적에 강원도에서 살긴 살았어요. :)

프레이야 2013-05-09 22:01   좋아요 0 | URL
우와~ 응지가 그럼 제가 의도한 뜻과 다르지 않네요. ㅎㅎㅎ 재미나요.
강원도에서 사셨군요. ^^
'지상의 노래'는 어제 세시간 녹음했는데 에코스럽진 않은 것 같아요.
수도원 때문에 '장미의 이름'을 떠올리신 듯해요.^^
앞으로의 이야기가 기대되어요. 문장은 아직 모르겠어요. ㅠ

하늘바람 2013-05-08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센스쟁이님
봄이 만발하고 있어요
몸과 마음이 힘드셨으면 쉬엄쉬엄

프레이야 2013-05-09 15:49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 동희장군이 많이 컸겠어요.^^

세실 2013-05-08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두 늙지 않는 방법 기억해야겠어요^^
이혜경 산문집 읽다 말았는데 다시 도전!
역시 우린 알라딘에서 놀아야해요.
카스도 이젠 시들 ㅋ

프레이야 2013-05-09 15:49   좋아요 0 | URL
역시 알라딘에서 놀아야!! ㅎㅎㅎ
세실님은 늙지 않을 것 같다우~

페크pek0501 2013-05-08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올라온 글이네요. 프레이야 님, 푹 쉬셨습니까?
좋은 휴식이 되었길... 바라면서...

이승우 작가의 <생의 이면>을 여러 번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래서 헌 책이 되었죠. 문장이 좋았어요.
그의 단편도 몇 편 읽었지만 저는 <생의 이면>이 제일 좋았어요.

프레이야 2013-05-09 16:45   좋아요 0 | URL
네, 푹 쉬었어요. 근데 할 일이 있는데 마음이 좀 하기 싫은지 미루고 이러고 있어요.
'지상의 노래'는 어제 세시간 읽고 왔는데 이야기가 스멀스멀 무지하게 궁금해지고 있어요.
'생의 이면'은 담아야겠어요. 페크님이 좋다고 하시니...^^

기억의집 2013-05-08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톰과 톰은 동성의 사랑 이야기인가 봐요~


프님 무슨 일로 심신이 편하지 않으셨을까요? 지금은 괜찮으세요?
어쩐지 글이 안 올라 온다 했어요. 오늘은 날씨가 좋은데, 맘도 이렇게 화창하시길~

프레이야 2013-05-09 16:47   좋아요 0 | URL
제목이 그렇게 보이죠? 근데 반전이라는...^^
지금은 몸도 마음도 나아지고 있어요. 고마워요^^
몸도 마음도 다르게 가는 계절 같아요. 그 계절의 결에 맞춰 살아야겠어요.
여긴 날이 흐리네요, 오늘. 비가 올 것 같아요.^^

같은하늘 2013-05-08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신이 편치 않으셨던 4월이 지났으니 활기찬 5월이 되시길~~^^
저도 늙지 않는 방법에 눈이 꽂히네요~~

프레이야 2013-05-09 16:48   좋아요 0 | URL
같은하늘님 오랜만에요. 반가워라~~~
이쁜 아들 둘이랑 여전히 즐거운 시간 보내고 계신거죠?^^
영원히 늙지 않으시길^^

transient-guest 2013-05-09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창시절이나 어릴 적의 친구를 만나면, 특히 그 친구가 지난 세월을 함께 했던 친구라면, 대화와 만남이 모두 즐겁지요. 저는 아름답고 순수했던은 잘 모르겠지만, 그저 그런 친구들을 만나면 격의없이, 어릴 때와 마찬가지로 웃고 떠들면서, 젊음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괜히 더 애처럼 장난도 하게 되고 말이죠. 외국에서 오래 생활한 탓에 한국의 친구들과 만나면 마냥 아이같이 바보처럼 변한답니다.

프레이야 2013-05-09 16:51   좋아요 0 | URL
격의 없는 그런 친구와 수다 떠는 시간이 그래서 좋은 것 같아요.
모든 사람의 삶에는 젊은 날부터 알고 지내는 증인이 존재한다,는 문장이
산도르 마라이 소설이 있더군요. 부정적인 의미로 쓰였지만 사실인 거 같아요.
예를 들어 고등학생 때 친구의 성적을 아는데 지금은 뻐기고 있는 거 보면 속으론 그저 웃게 되지요.^^

섬사이 2013-05-09 0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그래서 나이들수록 친구가 좋아지는 건가봐요. 프레이아님. 잘 지내셨어요? ^^

프레이야 2013-05-09 16:52   좋아요 0 | URL
섬사이님 정말정말 오랜만에요. 저는 많은 일들이 있었고 또 지나가고 있어요.
서재로 갈게요^^

수이 2013-05-10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상의 노래]는 선물받고 아직도 읽지를 못하고 있었는데 프레이야님의 페이퍼에서 우연히 마주치니까 읽어보고싶은 생각이 드는걸요.

프레이야 2013-05-11 17:51   좋아요 0 | URL
앤님, 현재 101쪽까지 읽었는데 문장이 좀 갑갑하다는 느낌을 받고 있어요.^^

순오기 2013-05-10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지무지 오랜만에 올라온 페이퍼에 무지무지 오랜만에 댓글 다는....
5월의 만남을 기다리며...스케줄 조정 완료!^^

프레이야 2013-05-11 17:53   좋아요 0 | URL
오기언니 방가방가 ㅎㅎ
바쁘실 텐데 스케줄 조정 완료라시니 므흣!

appletreeje 2013-05-12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늙지 않는 방법은, 당신의 아름다움을 기억해주는 사람과 평생을 함께 하는 것- 정말, 명언이에요.^^
프레이야님께서는 평생 늙지 않으실 것 같아요.~~ 프레야님의 아름다움을 기억하는 분들로 둘러싸여 계시니까요. ^^
음..저도 생각해 보니 몇 명은 있네요.^^ 참, 좋은 귀절과 제목. 불멸의 형식,
프레이야님! 좋은 주말 되세요. *^^*

프레이야 2013-05-12 21:45   좋아요 0 | URL
이곳에서 우리를 기억해주시는 많은 벗들과 함께하는 것도 해당되겠지요? 물론이요^^
님의 아름다운 시읽기, 늘 참 좋아요.
일요일 오늘은 지척이지만 늘 잊고 가보지 않았던 곳에 올라 바닷바람에 흔들리는
유채꽃, 구절초 그리고 툭 트인 바다를 잠시 봤어요. 아름다운 것들은 가까이에 있었더라구요.^^
평안한 밤 보내세요^^

비로그인 2013-05-19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녹음. 아직도 하시는군요. 문득 까먹고 있었어요. 저는 소리내어 책 읽는 일은 요즘 도저히 못하겠고, 가만히 눈감고 앉아서 누가 소리내어 읽어주는 책을 듣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연휴가 끝나고 다시 한 주가 시작되네요. 바쁘고 성실한!

프레이야 2013-05-20 10:25   좋아요 0 | URL
오월에 돌아오셨네요, 반가워요^^
소리를 듣는다는 건 고요함 속에 내가 집중되는 경험이더군요.
눈으로 읽는 것보다 더 집중하지 않으면 들리지 않지요.
마음이 소란스러울 때 듣는 책이 참 좋다는 생각을 합니다.
멋진 오월 보내세요^^

2013-05-29 1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29 2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02 1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3-06-06 11:05   좋아요 0 | URL
오월은 가는 곳마다 붉은 장미가 활활 타올랐어요.
이제 신록의 유월도 벌써 여섯째 날이에요.
한 달 전에 페이퍼 써놓고는 여지껏 게으름을 피우네요, 제가.^^
싱그러운 유월 보내요, 우리^^
 
완벽한 날들
메리 올리버 지음, 민승남 옮김 / 마음산책 / 2013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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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내내 이명에 시달렸다. 혀가 마르고 까끌하여 모든 음식이 쓰게 느껴졌다. 일어서면 아뜩 어지럽고 전반적으로 기운이 없어 이것저것 검색하다 음허증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선무당이긴 해도 내가 나를 아는 측면도 있으니. 보신도 좀 해야겠지만 일단 감정의 평온을 찾는 일이 우선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은 지 좀 되었지만 다시 이 책을 펼쳤다. 나로선 해보지 못한 자연과 어울려사는 삶을 간접적으로 느껴보며 들어보지 못한 개똥지빠귀의 노래소리와 비버의 개구쟁이 몸짓 같은 걸 상상해보았다. 소박하고 정결한 메리 올리버의 문장을 따라가며 잔잔한 호수가에 앉아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메리 올리버의 산문집 <완벽한 날들> 앞에서 5년 전에 읽었던 김연수의 소설집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을 떠올린다. "Whoever you are, no matter how lonely/ the world offers itself to your imagination" 이미 유명한 인용으로 알려진 그녀의 시 '기러기Wild Geese'를 김연수는 서문에서 표제시로 인용하여 독자를 위로하고 있었다. 5년 전 그 소설을 끝까지 읽진 못했다. 내 안에서 끓던 모종의 감정이 그 당시로는 끝까지 흡입력을 방해했으나, 서문의 인용시만은 무한한 위로와 함께 가슴에 자리했고 눈물을 글썽이며 지인에게 메일로 소개한 적도 있다.  나만큼의 감흥이 없었던지 반응은 얻지 못했지만 나로선 상당히 호감가는 시였기에, 메리 올리버라는 시인의 이름은 몰랐어도 그렇게 인연이 닿아있었던 것 같다.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일상 속에서 여전히 시를 쓰고 있는 메리 올리버의 산문집을 만난 건 행운이다. 그녀의 차분하고 정제된 글과 마주하며 내가 마치 고요한 우주 속에 조용한 사물로 자리하고 있는 듯한, 조용하면서도 격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혔다. 에머슨의 정신과 호손, 워즈워드에 헌사한 듯한 에세이로는 메리 올리버의 정신적 본류와 문학관을 볼 수 있고, M과의 동반자적 생활에서 건져올린 소소한 일상의 느낌이나 자연과 동물에 대한 거리낌 없는 시선을 드러낸 글에서는 순수하고도 강인한 일면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 장에선 여러 편의 시를 함께 실어 우리에겐 덜 소개되었던 그녀의 시를 맛볼 수 있다. 자연시인, 생태시인으로 불리는 메리 올리버의 시에서는 거미 한 마리의 몸짓도 놓치지 않는 섬세한 시선을 통해 시인의 우주관이 담겨있다.

 

 

아름다운 영혼의 소유자 메리 올리버는 이 아름다운 우주에, 세상에 내가 무엇을 선물할 것인가를 생각한다. 내가 받을 것이 아니라 줄 것을 생각한다. 그녀는 아침산책을 하며 '감사'의 말들, 키스의 말들을 떠올리고 떡갈나무처럼 단순하고 헌신적이고 싶어 한다. 생쥐 귀 뒤의 털을 만지며 너무도 부드러워서 손가락이 황홀해지는 사람도 그녀다. '소중히 여기고, 걱정하고, 동정하고, 위안을 얻을 지각력 있는 생물체'가 하나씩 자신을 떠나가며 느끼는 상실감 앞에서는 조만간 구름으로 혹은 먼지로 무심하고 평온하게 흘러갈 그 생물체들을 상상하며 전능한 신의 창조성을 실감한다. "전능의 신들은 떠도는 먼지로 얼마나 풍요롭고 화려한 세상을 창조했는가!(124p)"

 

 

글쓰기에 대한 신념을 담은 좋은 글귀들이 눈에 띈 '가자미' 연작시 외에도 표제산문 '완벽한 날들'에서는 우리에게 완벽한 날은 어떻게 창조될 수 있는가, 어떻게 표현되고 상상되며 이야기될 수 있는가를 들려준다. 그것은 글쓰기에서의 완벽한 날들과 다르지 않다. 가장 마음에 닿았던 부분이다.

 

 

호손의 '일곱 박공의 집'에 대한 에세이에서 메리는 "결국 세상엔 몇 가지 이야기들밖에 없다. 사악함에 대한 이야기, 선에 대한 이야기, 사랑에 대한 이야기, 시간에 대한 이야기. 마법은 이야기하는 방식에 있다.(101p)" 고 했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끈기와 예리함을 지닌 독자들을 위해 아주 느린 템포의 공감 속에서 글을 읽게 한 호손의 이야기 방식, 산문성을 호평했다.

 

 

지금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 나의 날씨는 어떤가?

바람이 부는가? 어떤 바람이 찾아오는가? 어디로 부터 어떻게 불어오는가?

 

 

최소량의 날씨를 선호한 메리 올리버는 "문제는, 삶에서든 글쓰기에 있어서든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혹독한 날씨는 이야기의 완벽한 원천이다(61p)" 라고 하면서도, 자신은 그런 장엄하거나 거대한 날씨에서 나온 이야기보다 호수의 표면에 둥둥 떠다니는 것 같은 평온함을 느낀 어느 여름 아침의 발작적인 행복감에 대해 들려준다. 특별한 것 없는 아주 평범한 순간, 폭풍우나 악천후 속에서 가능한 정신과 우주의 교감과는 차원이 다른 축복에 대해 나직히 들려준다. 

 

 

그런 교감은 푸른 하늘의 축복 아래 햇살 가득한 세상이 평온을 구가하고 바람의 신이 잠들었을 때, 그 조용한 순간에 몰입하는 사람에게 일어나기 쉽지 않을까 한다. 그런 때 우리는 모든 겉모습과 부분성의 베일을 들추고 그 속에 숨겨진 걸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태양의 장미꽃잎들 속에 서서 바람이 벌의 날개 아래서 졸면서 내는 소리보다 크지 않게 웅얼거리는 소리를 들을 때 가장 강력한 가정에(심지어 확실성에까지)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평온한 날씨도 엄연히 날씨이며 보도할 가치가 있다. (63p)

 

 

 

 

또 한 가지 마음에 와닿은 건 습관에 대한 글인데, 메리 올리버는 숲속의 동식물이 생명유지를 위해 자연의 법칙에 따라 습관처럼 하는 삶의 양식을 찬양한다. 좋거나 나쁘거나 습관이 되어버린 것들을 답답한 것으로 치부하곤 했던 생각을 깬다.  균형 잡힌 삶을 사는 데는 습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녀는 "우리 삶의 양식은 우리를 보여준다. 우리의 습관은 우리를 평가한다. 우리가 습관과 벌이는 싸움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꿈들을 말해준다(29p)"고 쓴다. 예리하다. 헌신과 유머, 둘 다에 진지한 여우가 되고 싶다는 메리 올리버는 또 얼마나 사랑스러운 시인인지.

 

 

화려할 수도, 소박할 수도 있지만 정확하고 엄격하고 친숙한 의례가, 습관이 없다면

신앙의 실재에(하다못해 도덕적인 삶에라도) 어떻게 도달할 수 있겠는가(애매하게 말고)?   - 29p

 

 

 

* 생각과 감정의 균형이 좋은 메리 올리버의 산문을 읽고, '습관'에서 문득 생각나는, 영화 '철의 여인'에서 정계에서 은퇴한 노년의 마거릿이 의사에게 한 말.  "사람들은 생각을 묻기보다 기분을 묻지. 왜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물어봐달라구. 나? 나는 생각을 조심하지. 생각은 말이 되고, 말은 행동이 되고 행동은 습관이 되고 습관은 성격이 되고, 성격은 운명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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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모노로그 2013-04-15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감탄이 절로 나오는 군요 ^^
너무 멋있어요 ~ 글귀도 , 책도 무척 아름다울 것 같구요..
저도 기분을 묻기 보다는 생각을 궁금해 하고 싶어요
그 사람의 생각이 말이 되고 행동이 되고.. 습관이 성격이 되고 운명이 되기까지의 생각을...
궁금해하는 메리올리버는 정말 멋진 사람이군요 ^^
더불어 프레이야님도 ~ ^^
내면에서 잔잔하게 파문이 이는 듯 .. 하옵니다 ^^
좋은 하루 되세요 ~

프레이야 2013-04-17 09:24   좋아요 0 | URL
네, 드림님, 이 책이 그랬어요. 내면에서 잔잔하게 이는 파문^^
기분에 좌우되는 일이 많은데, 기분도 생각도 경계해야겠다는 느낌도 드네요.
여긴 오늘 잔뜩 흐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다크아이즈 2013-04-15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님, 몸도 안 좋으면서 그단새 이리 좋은 리뷰를 올릴 생각을 했을까요?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 우리의 알라디너 프레님^^*

좋은 산문 한 권은 좋은 소설 백 권보다 더 깊은 공감을 유도한다는 걸 새삼 느끼는 나날이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완벽한 날들도 꼭 읽어 볼게요.
<습관이 우리를 평가한다> 이 잠언 한 마디로 메리 올리버 승이네요.

프레이야 2013-04-17 09:28   좋아요 0 | URL
팜므님, 과찬이어요^^ 저 힘 내라고 그러시는 거죠^^ 으샤으샤!!
시인들은 산문도 참 잘 쓰는 것 같아요. 글쓰기란 게 경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만 ..
좋은 습관을 가진 사람이어야 하는데... 좀 생뚱맞은 생각도 들었답니다.^^

페크pek0501 2013-04-15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직막 문단에 쓰신, 대처의 명언을 신문에서 보고 노트에 적어 두었답니다.
제가 느낀 적이 있는 경험을 글로 잘 표현한 것 같아 감탄했지요.
대처가 아버지로부터 들은 말이라고 합니다.

나의 날씨는 어떤가... 생각과 감정의 균형... 세상에 내가 무엇을 선물할 것인가...
이런 소중한 물음들을 님 덕분에 안고 갑니다. ^^

프레이야 2013-04-17 09:27   좋아요 0 | URL
대처의 명언, 페크님은 노트에 적어두시기까지 했군요.^^
영화에서도 그래요, 아버지가 늘 말씀하셨다고..
오늘 이곳의 날씨는 잔뜩 흐리고 좀 쌀쌀한데
우리 마음의 날씨는 맑으면 좋겠어요. 마음이란 게 떠다니는 구름 같은 것이긴 하겠지만요.

잘잘라 2013-04-15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아.. 장바구니에 담을 수 밖에 없는 이런 리뷰.. 완전 좋아요^^ 「프님께서 이명에 시달리신 덕분에?? 읽게 된 책」이라고 기억하게 될 것같아서 민망하면서도 감사합니다.

프레이야 2013-04-17 09:30   좋아요 0 | URL
메리포핀스님, 이명은 좀 잠잠해졌는데, 이놈이 언제 또 불쑥 나타날지.. 고요한 호수이어야하는데^^
이 책 참 좋아요. 천천히 곱씹어 읽어보면 문장 하나 버릴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인의 산문이라 더 그럴까요?^^

2013-04-17 2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4-18 1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3-04-18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에 콕 찍힙니다~ 요즘의 내게 딱 맞는 말이네요.

경주와 포항의 풍경화 세실님 서재에서 보면서 부러웠어요.
그날 경주나 갈 것을... 요즘 인간관계로 내 발등을 찍고 있거든요.ㅜ

프레이야 2013-04-18 19:19   좋아요 0 | URL
오기 언니, 왜 그래요? 그날 좀 힘든 일이라도 있으셨어요?
두루 많은 일을 하다보니 일 자체보다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도 받게 되실 수 있을 거에요.
그치만 언니는 그런 것들도 잘 해결하고 나아가실 거라고 믿어요. 에너지 팍팍~~~

후애(厚愛) 2013-04-27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구는 날씨가 엉망이에요.ㅠㅠ
부산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늘 건강하시고 감기조심하세요.^^
주말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보내세요.*^^*

프레이야 2013-04-30 08:36   좋아요 0 | URL
이곳도 오락가락하는 날씨에요.
어젠 봄비가 내렸는데 오늘은 개이네요.
서서히 몸도 회복 기운으로 가고 있어요.^^
늘 좋은날 되시기 바래요.

2013-05-02 2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03 1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04 16: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05 1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04 1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05 1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3-05-07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우주에, 세상에 무엇을 선물할까라니 참으로 멋진 사람이네요^^
이 글을 스마트폰으로 읽고는 댓글 다는걸 잊었어요.
이제 이명은 괜찮아지신거죠?

프레이야 2013-05-07 11:18   좋아요 0 | URL
세실님, 메리 올리버, 이런 사람의 곁에 있으면 늘 잔잔한 호수 같은 심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명은 지병 같은 건데, 좀 많이 먹고 스트레스 안 받으려고 애쓰면 좀 나아요.
요즘은 괜춘 ㅎㅎ
컨디션 조절 잘 하자구요^^

2013-05-07 0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07 1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07 2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07 23: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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