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참고 또 참고합시다

                                                                                       때는 바야흐로 지난 대선.  이명박의 패악질이 유난히도 길었던 시대여서 절망도 깊었던 세월이라 한숨도 깊었으니 시민들은 참다 참다 참지 못하고 한 마리 " 참치 " 가 되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참치 인간'입니다. (무를, 아니) 물을 주세요 ~  그만큼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이 높았다.  대선 선거 당일,  투표율이 예상보다 10% 높았다는 점은 야권 지지자'에게는 희망이었다.  8부 능선'을 지나 이제 곧 고지가 점령될 것 같았다.  적기(赤旗) 내리고 청기(靑旗) 올려 !  여기저기서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기 시작했다.  " 친구야, 술 한 잔 하자. " 친구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다. < 그 > 는 야권 대선 후보의 당선'을 확신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약속은 5시였으나 친구가 지각을 하는 바람에 5시 30분으로 늦어졌다.  우리는 모 술집에서 만났다.  느긋이 앉아 개표 현황을 지켜보리라.

 

술잔이 한두 잔 오가며 고기가 노릇노릇 익어갈 무렵에 대선 선거 개표 방송'이 시작됐다. 카운트다운. 5, 4, 3, 2, 1.  두둥. " 박근혜 52%  당선 예측 "  티븨 화면에는 박근혜 우세'라는 자막이 큼지막하게 박혔다. 친구와 나는......  말이 없었다.  서로 아무 말도 없이 10분이 흘렀다. 5년을 참치로 살았는데, 앞으로 5년은 다랑어로 살아야 할 < 날 > 을 생각하자 눈물이 났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긴 왜 울어.  참고 참고 또 참치'가 되어야 했던 5년에 이어 다시 5년을 버텨야 하는 심정. 선거 개표 방송이 시작되고 20분이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우리는 고기 한 점 먹지 않은 채 자리에 일어나서 각자 집으로 향했다.  울적한 마음 달랠 길이 없어 잠도 오지 않는 밤에 일부러 << 들장미 소녀 캔디 >> 주제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 참고 참고 또 참치 / 울긴 왜 울어 / 웃으면서 달려라 / 달려라 달려라 달려라 하니 / 이 세상 끝까지...... 나애리 이 나쁜 계집애 ~  이상한 일이다.  왜, 캔디 노래를 부르면 끝은 항상 달려라 하니로 끝나니 ?  이명박과 박근혜는 우리가 상상했던 것 그 이상을 선보였다. 패악질이 도를 넘어 미미솔솔 레파미파솔라'를 찍었다.  총선 전야,               문득 지난 대선 당일이 생각났다. 이번 20대 총선도 희망은 없어 보인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시냇물 전체를 흙탕물로 만들어 버리듯이, 안철수가 총선 전체를 진흙탕 싸움으로 몰고 갔다. 안철수 입장에서는  보면 야권이 망할수록 (자신의) 대권이 선명해지는 구도. 야권의 한 축인 그가 들고 나온 프레임은 놀랍게도 " 야권 심판론 " 이었다. 가망 없는 싸움이 되었다.

 

그래도 투표는 해야지. 외로워도 슬퍼도, 참고 참고 또 참고합시다. 권력은 국민에게 나오는 것이 아니라 투표하는 국민에게 나온다는 사실을 말이다 ■  

 

 

 

 

 

 

 

+

 

가만 생각해 보니 : 총선이나 대선만 되면 정치 전망을 핑계로 사람들을 만나 술을 마신 것 같다. 지난 총선에서 대패하자 같이 술을 마셨던 후배에게 지랄했던 것이 문득 떠오르네... 아고, 그때 미안했네 ! 괜히 성질 부려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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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12 1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12 1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6-04-12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도 마세요. 저날 sbs 춤추는 노인네들 보고 홧병 생겨서 아직도 안 낫습니다. ^^;
녹색당 정의당 화이팅입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6-04-12 13:56   좋아요 1 | URL
부채춤 추지 않은 게 그나마 위안이죠.. 투표는 기본적으로 자신을 위한 지지보다는 미래 세대를 위한 미래 투표가 바람직한데 좀 추하죠.. 전 늙어 꼬부랑 되면 20대에게 인기 있는 후보에게 투표할랍니다..

2016-04-12 14: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12 14: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4-12 14:16   좋아요 0 | URL
캬..... 아쉽네요. 서울이시면 내일 술 한 잔 어떠시냐고 물을려고 했는데.... 마침 피핑톰님과 내일 술 미팅이 있어서리..

시이소오 2016-04-12 14:15   좋아요 0 | URL
ㅋ 그런거라면 정말 아쉽네여.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4-12 14:16   좋아요 0 | URL
나중에라도 서울 나들이 하실 일 있으시면 귀뜸해 주십시오. 만사 제치고 달려가겠습니다..

2016-04-12 14: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12 14: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peepingtom 2016-04-12 14:36   좋아요 1 | URL
곰님과 한수철이 이웃과 맺는 방식이 다릅니다. 곰님은 주로 남성 알라디너에게 인기가 있는 것 같고 한수철은 여성 알라디너에게 인기가 있다고 말하기는 그렇고 한수철에 여성 알라디너에게만 친절한 케이스 저 스스로는 마초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여성에게만 친절한 남자는 좀..... 그렇습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6-04-12 14:46   좋아요 0 | URL
한수철 님이 여성 알라디너에게 인기가 많은 모양이지요. 뭐. ㅎㅎ. 부럽삼 ~

개인적으로 여자에게만 조낸 친절한 남자새끼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성별, 남녀구별없이 모두 동일한 잣대로 친절해야 진정한 챔피온 아니것습니까 ?

2016-04-12 14: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12 14: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4-12 14:59   좋아요 0 | URL
참... 시이소오 님 이번에 젊은작가상에서 독자 위원을 모집하더군요. 한국 소설 리뷰 링크 걸면 추려서 선정하는데 함 넣어보시지오. 시이소오 님만큼의 안목이면 충분히 뽑힐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시이소오 2016-04-12 15:13   좋아요 0 | URL
아구, 제가 무슨 송구하네요. 곰발님야말로 곰발님 필력이라면 충분히 뽑히실듯 ^^
아무튼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stella.K 2016-04-12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요, 곰발님 여성에게도 친절하십니다. 페미니스트 아니었습니까?ㅋㅋ
그러고 보니 그전부터 술 한 잔 하자는 곰발님 제안을 번번히 지키지 못했던
곰발님이 인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제가 피치못할 사정이 생겨서임을 다시 한 번
상기 드리고 싶습니다. 너무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데...ㅠ
정말 내일 같은 날 뵈면 좋은데 제가 요즘 좀 메인 일이 있어서 내일도 어렵겠네요.
솔직히 죄송해서 이런 댓글도 안 다는 것이 좋을 듯한데 위에서 나누시는 말씀들이
하도 심상하여 차마 모른 척하기가 뭐해 슬쩍...
다시 말씀 드리지만 곰발님 절대 인기 없으신 분 아님.ㅋㅋ3=3=33

곰곰생각하는발 2016-04-12 15:04   좋아요 0 | URL
제가 무슨 페미`입니까 ? ㅎㅎ
술 좋아하다 보니 핑곗거리 찾는데 선수죠.. ㅎㅎ
선거 져서 마시고 이겨서 마시고 비와서 마시고..


날 좋다고 마시고.. 뭐 그렇습니다..


선거날 의외로 술집에 텅 비었다는 거 아십니까 ? 바글바글할 줄 아는데 의외로 없어요..
오랜 기간 선거날만 되면 술을 마셔본 경험입니다..

2016-04-12 1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12 1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madhi(眞我) 2016-04-13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 마시기 좋은 날인데요. 비도 온 데 다가. 윗녘은 맑았나요? 오늘은 구례로 잠시 나들이 갔는데(놀러 간 건 아니고) 풍치가 고와서 눈이 부셨습니다. 말 많은 제가, 닥치고 그저 바라보았습니다. 섬진강가는 집 짓고 살고 싶은 마음이 들 만큼 예쁜 동네입니다.
기표소에 뒷통수 가림막이 없어서 뭔가 어색하더군요. 첫 투표하는 조카가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몰라서 어른스럽게(?) 누굴 뽑아야 하는지, 어느 당을 찍어야 하는지... 비례는 4번이다. 하며 친절히 알려줬어요. ㅋㅋ
 
- 집의 공간과 풍경은 어떻게 달라져 왔을까
전남일 지음 / 돌베개 / 2015년 12월
평점 :
품절


 

 

                                    


헌집 줄게 새집 다오

 

 

 

 

 

 


 

만남의 광장


 

 


 


 

                                                                                             소설가 김영하 씨가 멜로드라마'라는 장르'를 설명하면서 내린 명쾌한 결론          :           멜로는 엇갈림의 서사다. 엇갈리지 않고 오다가다 다 만나면 그건 텔레토비지 멜로가 아니다. 멜로는 시간, 공간, 벡터(방향)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물리적으로 달라야만 성립한다. 멜로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만날 듯 만날 듯하면서도 만나지지 않는다. 그들은 너무 빠르거나 느리다. 그것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거 왠만하면 좀 만나게 해주지. 이런 생각이 절로 들어야 멜로는 굴러간다. 벡터가 엇갈리는 사랑도 시간과 공간이 엇갈리는 사랑만큼이나 서글프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 안에 있는 그녀를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 즉, 시선의 방향이 다를 때, 우리의 안타까움은 배가 된다. 이 벡터의 엇갈림을 다른 말로 하자면 삼각관계일 것이다(김영하 < 굴비낚시 > 엇갈림 중)

이 문장 읽었을 때 아아,  했다.  멜로'에 대하여 이보다 명쾌한 정의'는 없다. 멜로는 " 삑사리의 미학 " 인 것이다.  감독은  남자와 여자 사이에 놓인 시간과 공간 그리고 벡터'가 서로 어긋나게 만들기 위해서 < 거리(실외) > 를 활용한다.  반면, 공포영화는 대체로 < 집(실내) > 를 활용한다. " 멜로 " 가 시간, 공간, 벡터가 서로 다른 방향을 지향하는 장르라면, " 공포 " 는 세 가지 요소'가 같은 방향으로 모아지는 장르이다. ① 살인마를 피해 숨은 곳이 하필이면 살인마가 살고 있는 집이며, ② 우여곡절 끝에 공포의 집'에서 도망쳐서 지나가는 차를 얻어탄다는 것이 살인마가 운전하는 차량이며, ③ 간신히 도망쳐서 경찰차에 오르면 살인마가 경찰 복장을 하고 있다는 설정에 그만......  뭐, 항상 이런 식'이다.  즉, 텔레토비의 성인 버전이 공포영화이고,  공포영화의 유치원 버전이 텔레토비인 것이다 ㅡ 라고 말하면 욕먹겠지 ?

 

지정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멜로는 < 어긋난 거리 > 에 방점을 찍고,   공포는 < 이놈의 집구석 > 에 방점을 찍는다. 전자는 < 교차로 > 이고 후자는 < 만남의 광장(집) > 인 셈이다. 그렇기에 공포 영화 제목 중 상당수가 < house of~ > 인 것이다. 그렇다면 집은 왜 공포의 살육장(or 뮤즈)이 되었을까 ?  프로이트'가 주목한 것은 < 친숙함 > 과 < 기괴함 > 의 동일성'이었다. 그는 친숙한 감정 속에 내재된 기괴함을 설명하기 위해서 << 언캐니 1)>> 개념을 끌어들인다. 영어 un-canny의 독일어'인 un-heimlich'에서 un-은 접두사로 형용사, 부사, 명사에 붙어서 " 반대, 부정 " 을 뜻한다.    우선 이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heimlich의 뜻을 알아야 한다. < heim > 은 영어로 < house > 다.  이 세상에 집'보다 편한 곳은 없다.

그래서 heimlich 은 " 편안함, 익숙한, 친숙한 " 이라는 뜻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접두사 un-이 붙어서 < 기괴한 > , < 두려우면서 동시에 낯선 ( 것, 곳 ) > , < 악마적이면서 소름끼치는 것(곳) > 으로 확장된다. 그러니깐 heimlich와 unheimlich는 서로 상극이다. 반대말이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heimlich 는 편안함'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 알 수 없는 > , < 위험한 > 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이 두 단어'는 반대말이면서 비슷한 말'이기도 하다. 이 지점에서 프로이트는 반의어/는 곧 동의어/同義語'라는 사실을 유추해 낸다. < 反 = 同 > 라는 황당한 공식'을 주장한다. uncanny와 canny는 같은 뿌리다 !  로보트'를 바라보는 현대인의 심리'는 정확히 " 언캐니 " 개념과 부합한다.  

 

인간을 닮은 초기 로보트 아시모'를 볼 때 사람들은 이 로보트에 깊은 호감'을 드러낸다.   하하하, 호호호.  여기서 사람들이 이 로보트'에게 호감을 보이는 이유는 인간 흉내를 내는 로보트'가 장난감처럼 어설프다는 데 있다. 그런데 이 로보트의 외양이 점점 인간을 닮아가면 갈수록  호감은 급격하게 불쾌함'으로 변한다. 그리고 인간과 로보트의 구별이 모호해지면 그때부터 사람들은 공포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실사 인형'이다. 인간과 똑같이 생긴 인형은 어딘지 모르게 불길하다.  바로 이 감정이 언캐니'다. 우리가 인간을 닮은 로봇이나 인형에게서 공포를 느끼는 이유는 매우 익숙한 얼굴이기 때문에 그렇다. 기괴함'이라는 심리 상태의 중심에는 " 익숙한 " 이 자리잡듯이 말이다.

우리가 귀신을 무서워하는 이유는 귀신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데 있다. 더 나아가 그 귀신은 내가 알던 사람일 때가 더 무섭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귀신은 " 엄마 귀신 " 이 아닐까 ?  엄마'가 " 내가 니 엄마로 보이니 ? " 라고 말할 때 우리는 패닉 상태에 빠지고 만다.  다스베이더가 아들에게 " 내가 니 애비다 " 라고 말하는 고해성사'와는 비교도 할 수 없다. 공교롭게도 < 엄마 > 는 안방마님2)이자 집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housekeeper라는 점에서 unheimlich(uncanny)한 존재'인 것이다. 영화 << 사이코 >> 에서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은 남자'이지만, 그를 조종하는 주체는 죽은 어머니'이다. 그녀는 죽은 후에도 집(베이츠 모텔)을 지배한다. 이러한 구조는 영화 << 13일 밤의 금요일 >> 에서도 그대로 재현된다. 여성과 집'은 합일체'다 ! 


내가 공포영화라는 장르에 내린 결론은  :   공포는 만남의 서사다. 엇갈리지 않고 오다가다 다 만나면 그건 멜로가 아니라 공포이다.  공포는 시간, 공간, 벡터(방향)이 세 가지가 모두 물리적으로 동일해야만 성립한다. 공포영화 주인공들은 어긋날 듯 어긋날 듯하면서도 어긋나지 않는다. 그들은 너무 빠르거나 느리다. 그것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거 왠만하면 좀 벗어나게 해주지. 이런 생각이 절로 들어야 공포'는 굴러간다.  

 

지정학3)적 관점에서 보자면 공포의 집은 여성'을 억압한 결과'이다. 집은 여성 노동'이 집약된 장소이지만 교묘하게도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다. 건축학자이자 가톨릭대학교 소비자주거학 전공 교수인 전남일'이 쓴 << 집 >> 은  집구석을 집 안 구석,  꼼꼼하게 관찰한 보고'다.   그는 집이 근대에서 현대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집 구조가 어떻게 변화했는가에 주목한다.   또한 그 과정에서 여성 노동의 결정체인 집이 사실은 남성 편의'를 위해 설계되었다는 점을 폭로한다.  < 그 > 는 여성의 공간이라 할 수 있는 부엌이 사실은 노동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에 매우 불편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전통 주택에서 부엌은 부뚜막을 사용하여 조리와 난방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곳이었기 때문에 그 구조상 바닥이 다른 공간보다 내려가 있었다. 부뚜막의 높이는 부엌일을 하기에는 너무 낮았고, 아궁이에 불을 지피려면 쪼그리고 앉아야 하는 구조여서 매우 불편했다. 게다가 흙바닥에 환기와 통풍이 잘되지 않는 어둡고 비위생적인 공간이었다. 상하수도 설비가 없었고 장독대 등 저장 음식을 두는 곳도 외부에 있어서 일하는 사람들은 부엌의 문턱을 넘어서 마당으로 항상 바쁘게 오가야 했기 때문에 가사 작업은 매우 고되었다. 겨울에는 특히 늘 문을 열어놓아 무척 추웠다. 또한 좌식으로 밥상을 사용하고 그것을 따로따로 차려 방에서 식사를 하는 문화는 여성의 노동을 전제로 했기에 가능했다. 보통 전통 한옥에서의 동선은 부엌을 나와서 마당을 지나 대청을 거쳐서야 방에 이르도록 되어 있었다. 때문에 음식을 조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을 밥상에 올려 높은 문지방을 넘고 대청에 올라 방마다 나르는 일은 보통 고된 일이 아니었다.

- 집, 72


한옥의 부엌이 불편한 이유는 간단하다. 남성이 < 여성 가사 노동 > 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다는 데 있다. 한국 남성은 여성 가사 노동을 철저하게 외면했다. 부엌에서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외면한 채 오로지 밥상 위에 펼쳐진 집밥에 대한 향수만 간직한다.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안사람, 집사람, 어멈, 아내 따위는 모두 < 집 > 이라는 공간과 여성을 하나의 유기체로 인식한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정작 집 구조는 남성 편의 중심으로 만들어졌으니 말이다.   남성은 " 정무적 판단 " 에 의해 부엌에서의 잡다한 노동을 " 컷 오프 " 한다.  알고 싶지도 않다.  부뚜막 높이가 낮든 환기가 안 되든, 그것은 자신이 관여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남성이 하는 일이라고는 방 안에서 다 된 밥에 숟가락 하나 얹는 게 고작이거나 " 마디꾸나 " 라는 말로 집밥을 평가하는 게 고작이다.


내가 " 집밥에 대한 향수 " 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데에는 집밥이라는 정서 속에 감춰진 여성 노동'에 있다. 과정은 생략한 채 결과만 인식한 꼴이다. 본래 < 부엌 > 은 불(火)과 섶이 합쳐진 말이라고 한다. 불섶 - 부섶 - 부엎 - 부엌으로 변했다. 여기서 < 섶 > 은 땔나무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부엌은 불 때는 나무 - 불 때는 곳 - 아궁이 - 음식 만드는 곳'이 되었다. 이를 뒷받침하는 주장으로는 아궁이가 타밀어4)인 아그니(agni)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아그니는 힌두교 신들 중 하나로 불을 관장하는 신'이다. 종합하면 부엌의 핵심은 아궁이'다. 한여름에는 더위와 싸우고 한겨울에는 추위와 싸우는 곳이 바로 부엌인 셈이다. 왜 남자들은 불편한 부엌 구조를 외면했을까 ? 부엌은 칼과 물 그리고 불을 다루는 장소'다. 신기한 일이다.

 

가장 날카로운 무기와 서늘함으로 가장 따스한 밥을 만들어내는 < 곳 > 이니 말이다 ■






​                                

1)     uncanny, 독일어로는unheimlich이다.

2)     구어로 아내를 안방마님이라고 한다면, 남편은 바깥주인'이라고 부른다. 집은 온전히 " 여성 " 인 셈이다.

3)     지정학(地政學) : [명사] <정치> 정치 현상과 지리적 조건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 나치스의 영토 확장 전략으로 이용되었다.

4)     타밀어가 한국어와 유사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쌀은 쏘르, 뉘는 넬, 벼는 비어, 모는 무디, 낱알은 낟뚜르'로 발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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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오는이 2016-04-07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글 끝내주네요. 붐비는 식당에서 음식 기다리며 감탄하면서 읽었네요.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점심이전에 글을 올려주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7 12:26   좋아요 0 | URL
사실.. 제가 올리는 글들은 다 어제 쓴 글들입니다. 시간 날 때 썼다가 한가할 때 그냥 올리는 것이니 뭐... 12시 전에 올리기로 하죠. 맛난 점심 드십셔..

stella.K 2016-04-07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결론을 말하는 책인지는 모르겠으나 저기 박스 안의 글은 너무 고루한 느낌이 없지 않네요.
물론 그런 여성의 흑역사가 있긴 했지만 오늘 날의 관점으로 보기엔 좀 치우친 느낌도 드네요.
우리나라 가옥에 서구식 주방이 언제부터 생겼는데...
그게 또 그나마 우리나라 남녀평등에 많이 기여했을 거라고 봅니다.

근데 곰발님 요리 잘 안하시죠?
이리 쓰시는 것도 좋습니다만 곰발님의 자발적인 요리 참여가 더 필요한 싯점이라고 생각합니다.ㅋ
잘 사는 나라일수록 남자들이 요리를 하잖아요.
사실 그리된덴 여자의 잘못된 의식도 있다고 봐요.
아직도 여자들은 남자들이 요리를 못할 거라고 보고 도움이 안 된다고 주방에 못 들어오게 만들죠.
분명 그런 면도 없지는 않습니다만 그러면 남자들은 평생 못해요.
죽이되든 밥이 되든 남자도 집밥 해야합니다.
그런 점에서 백선생이 요리 못하는 남자들 데리고 요리하는 거 전 잘하는 거라고 봅니다.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7 12:28   좋아요 0 | URL
오해가... 첫 문단에서 나왔지만 현대 주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전통주택(그러니깐 근대의 주택)에 대한 내용 중 일부입니다. 책은 근대의 주택과 현대의 주택의 변화 과정을 추적한 책입니다. 제가 인용한 부분은 근대의 주택 부엌 구조인 것이죠.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한옥 구조(근대.. 말이 근대이지 수천년 동안 내려온. 지금의 현대 주택은 그 역사에 비하면 거의 신생아 수준입니다) 에 보여지는 남성 이기주의`입니다..

책 재미있어요. 함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

나름 요리 합니다. 잘은 못하지만.... ㅎㅎ 대신 설겆이는 제가 100% 하고있습니다.
아, 전 성격이 급한 지 요리 못하겠어요. 무조건 쎈 불에도 하니 다 타고... 이게 성격에 맞지 않음..
그래도 김장 할 때는 재료 손질은 다 제가 했습니다...


peepingtom 2016-04-07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멜로와 공포를 엮는 솜씨가 뛰어납니다. 곰님 스타일로 변주된 변증법이 재미있습니다. 점심 맛있게 드십시오.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7 12:26   좋아요 0 | URL
저 점심 안 먹습니다.. ㅋㅋㅋㅋㅋ 톰 님도 맛난 점심 드십시오.

peepingtom 2016-04-07 13:39   좋아요 0 | URL
일식하신다고 말씀하신 걸 잠시 잊었습니다. 점심 되면 늘 하는 말이니 아무 생각없이 말했습니다. 맛있는 여유 누리셨습니까?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7 13:42   좋아요 0 | URL
늘 듣는 소리입니다. ㅋㅋ

시이소오 2016-04-07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후의 만찬은 누가 차렸을까군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7 13:50   좋아요 0 | URL
글죠... ㅋㅋㅋㅋㅋ... 고거, 거 누구냐..
정희진이 칼럼에서 정확히 까셨죠. 명칼럼이었습니다요..

cyrus 2016-04-07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집밥 열풍’이 불었을 때 곰발님이 쓰신 비판적인 내용의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황석영의 밥도둑> 서평을 작성할 때 곰발님의 관점을 살짝 빌려서 책을 다른 방식으로 소개했습니다. 그런데 입상 실패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 입상 실패한 원인을 알았어요. 제가 곰발님의 관점을 좀 더 명확하게 표현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7 17:06   좋아요 1 | URL
당연히 입상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죠. 제 관점을 살짝 빌리셨으니 말입니다. 그건 잘못 쓴 시험 답안지를 몰래 베껴쓴 탓이라고나 할까요.. ㅋㅋㅋㅋㅋㅋ 농담이고요.. 그 정도면 전 당선권으로 보았는데 이상한 일이군요.. 흠흠..

cyrus 2016-04-07 17:08   좋아요 0 | URL
농담인데 부정할 수 없군요. 역시 댓글도 허를 찌르네요. ㅎㅎㅎ

수상작을 읽어봤는데 다들 잘 쓰셨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7 17:11   좋아요 0 | URL
그래요 ? 함 읽어봐야겠습니다. 아니, 대체 얼마나 고귀한 심사위원 나으리시길래 사이러스 님 리뷰를 떨어트린게야 ~~ ( 버럭 ) 근데 그거 어디서봐야 합니까 ?

cyrus 2016-04-07 17:14   좋아요 0 | URL
http://blog.aladin.co.kr/eventWinner/8386422

수상자 닉네임과 글 제목만 있고, 링크 기능은 없어요. 번거롭지만, 검색창에 <밥도둑> 검색해서 수상작을 찾아서 읽어봐야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7 17:30   좋아요 0 | URL
찾아서 읽어보았슴돠. 뭐, 그닥... 평범한데요. 술술 넘어가는 글이기는 한데, 분석이 예리하다고는 할 수 없고... 하긴 감상문이니 어정쩡하게 비평 흉내 내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데..
제가 보기엔 사이러스 님 리뷰가 더 나은 것 같습니다. 빈말이 아님..

cyrus 2016-04-07 17:33   좋아요 0 | URL
나름 잘 보이려고 참신한 방식으로 써봤는데 심사위원의 눈에는 마음에 들지 않았던가 봅니다. 곰발님 스타일처럼 재미있게 글을 써보려고 시도해보고 있는데, 역시 쉬운 일이 아니군요.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7 17:37   좋아요 0 | URL
그나저나 저 지금 방금 알았는데 민음사에서 독자 심사위원 모집하네요.. 상금 50만 원이라고..
2014년 이후 한국 소설 리뷰 올리면 자격이 주어지는데.. 저는 아예 한국 소설 리뷰 자체가 없네요..
ㅎㅎ. 사이러스 님 많이 올리셨으니 함 도전해 보십시오. 전 후딱 한국 소설 하나 읽고 리뷰 하나 써볼까 생각하다가 귀찮네요..

cyrus 2016-04-07 17:40   좋아요 0 | URL
저도 한국소설을 많이 읽지 않았어요. 한 사람만 뽑는 이벤트는 힘들어요. ㅋㅋㅋ

한국 소설을 많이 읽고, 작품 보는 눈이 좋은 독자가 심사위원이 되어야지 저 같은 사람이 심사 보면 망합니다.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7 17:47   좋아요 0 | URL
한 편만 올리면 도전해 볼 생각이 있는데 2편 이상이라니....
미친 척하고 새로나온 한국 소설 후딱 읽고 정무적 판단으로 리뷰 당선용 리뷰를 써 볼까요 ? 이거 가능성이 희박하기는 한데.. 괜히 투자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상금에는 그닥 욕심은 없는데 심사대상 도서 모두 준다고 하네요... 요게 욕심이 나긴 하네요..

cyrus 2016-04-07 17:49   좋아요 0 | URL
한 번 도전해보세요. 기간이 4월 말 아닌가요? 곰발님의 심사평을 보고 싶습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7 17:57   좋아요 0 | URL
18까지 한국소설 2편 읽고 리뷰 최소 2개 이상 올려야 하는데... 이게 되겠습니까... 제가 한국 소설 리뷰가 없는 걸 봐서도 아시겠지만.. 아, 전 한국 소설에 대해.. 미안한 소리인데 별다른 애정이 없어요... 괜히 읽었다가 지랄하는 리뷰만 쓰게 될까봐서요....ㅎㅎㅎ


혹여 이 댓글 읽으신 분들 중에 14년 6월 이후 한국 소설 가운데 좋게 읽으셔서 추천해 주실 분들 추천 좀 해주십셔..

cyrus 2016-04-07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래요. 평소에 한국 소설 안 읽던 제가 상금 때문에 응모하는 건 옳은 일이 아닌 것 같아요.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7 18:07   좋아요 0 | URL
그런데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은 있군요.. 갈등 중임..
아, 오늘은 집에 가서 소맥 좀 털어야겠스미다. 일주일 동안 술을 안 마셨더니 근질근질하네요..ㅎㅎ

우끼 2016-04-07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새 나오는 한국 소설 좋게 읽고 있는데.. 곰발님 취향을 잘 모르겠어요 ㅠㅠ 어떤 종류의 소설을 원하실지.. 정용준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랑, 김엄지 미래를 도모하는 방식 가운데 두권 소설집 괜찮던데. 임솔아의 최선의 삶도 아주 강렬했고, 윤이형 러브레플리카, 이승우 신중한 사람도 저는 괜찮았어요. 백가흠 사십사도 읽진 않았지만 괜찮다 들었고, 한강 소년이온다..는좋지만 2014년5월 출간이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7 18:34   좋아요 1 | URL
아이고 고맙습니다. 제가 취향이 어디있습니까. 닥치는 대로 읽는 스타일이니 걱정 마십셔..ㅎㅎ 이승우의 < 신중한 사람 > 있었군요.. 요즘은 김엄지랑 정용준이 뜨는 추세이니 그것도 좋겠군요.. 좀더 추렴한 후 골라보도록 하겠습니다. 뭐, 이런 핑계로 식었던 한국 소설에 대한 애정도 솟고 그러는거 아니겠습니까... ㅎㅎ... 추천 감사합니다. 꼭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추천하신 몇 권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samadhi(眞我) 2016-04-13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미가 동하는 책이네요. 책보다 곰발님 얘기가 재미나지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4-14 12:56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제가 재미있다면 재미 없는 겁니다..ㅎㅎㅎ

채송 2016-05-08 0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습니다. 글이. ^^

곰곰생각하는발 2016-05-09 16:51   좋아요 0 | URL
매번 기운을 돋는 답글을 달아주시니 고맙습니다. ^^
 



 

 

 

 

 

 

 

 

 

 

 

 

 

 

 

 

 


 

 

 

 

 

 

 

 

 

 

전문가와 사기꾼

 

 

영화 << 부러진 화살 >> 에서 김경호 교수(안성기) 사건을 담당한 박 변호사(박원상)가 의뢰인에게 전문가인 자신을 믿어달라고 하자 김경호는 퉁명스럽게 되받는다. " 대한민국에 전문가가 어디있어요, 사기꾼 빼고. " 영화의 핵심을 콕 짚는 대사'다.  영화는 김경호 때문에 이판사판 아사리판이 된  개판인 재판1)을 조롱하지만, 진짜 핵심은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자행하는 " 신뢰 ㅡ 사기 " 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은(판사,검사,의사,법의학자 등) 각 분야의 전문가'라는 이유로  " 어떤 현상과 발생에 대하여 우선적 해석에 대한 우위 " 를 점하고 있지만, 그 신뢰는 철저하게 자신이 속한 조직에 대한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지식 판매'에 불과하다. 좋게 말해서 (모두 다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그들은 지식 판매상이요, 해석에 대한 권위'를 독점하는 지식인'이지만,  좌우충돌하는 돈키호테형 인간인 김경호 교수 식 표현법에 의하면 사기꾼이요, 시쳇말로 " 좆문가 " 다.  종편의 탄생으로 인해 채널이 다양해지자 전문가'도 증가했다. 문제는 전문가가 진짜 전문가'인가, 라는 의문이다.  밥은 먹고 다니냐,   라는 송강호 식 뉘앙스를 빌려 쉽게 말하자면 내가 이 글에서 하고 싶은 말은  " 그 말 믿을 만하냐 ? "

 

이제는 이혼 전문 변호사'나 가정 상담사'가 << 전문가 >> 라는 이름을 달고 사회 현상을 진단한다.  심지어는 살인사건의 프로파일링도 겸한다.  지금 이 뉴스를 보고 있다면 그는 두려움에 떨고 있을 것입니다 - 이런 식이다. 보면 가관'이다. 뉴스 - 정보'를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시대는 가고, 전문가에 의해 분석되고 해석되어진 뉴스 - 정보'를 전달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동안 " 다이어트 " 와 관련해서 수많은 의학/식품영양학 전문가들이 " 흰 까운 " 입고 나타나서 온갖 " 썰 " 을 풀어내면   그 < 썰 > 은 곧 < 정보 > 로 둔갑하고는 했다. 그런데 그들이 말하는 비만 원인'은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어떤 사실'은 몇 년 후 새로운 사실에 의해 반박되고, 이러한 경향은 반복되었다. 커피 논쟁이 대표적이다. 

 

커피'가 건강에 유해한가 무해한가는 의견이 분분하고 지금도 그렇다.  심지어는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도 쏟아지고 있다. 그리고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하루 세 끼니를 균형 있게 나눠 먹어야 한다며 아침 식사'를 강조하는 것은 정설'이 되었고,    이제는 아침 식사'가 장수의 비결로 선전되고 있다.  그런데 이 정보는 과연 믿을 만한 것'일까 ?    적어도 다음 기사'는 아침을 굶으면 살이 찐다는 가설에 대한 반론으로,  의미있는 실험 결과'를 선보인다.  ( http://www.fnnews.com/news/201603240756398677 )

 

 

 

나는 1년 동안 1일 1식'을 했고,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아침 굶은 것은 물론이요, 점심도 굶었다. 1년 동안 저녁 한 끼'만 먹은 것이다. 결과는 9kg의 체중 감량 효과'가 있었다. < 아침 식사 ㅡ 황금 밥상론 > 이 사실이라면, 폭식과 함께 절식에 따른 지방 체내 축적이 진행되어 체중이 늘어나야 하지만 체중 증가'는 발생하지 않았다. 놀라운 사실은 내가 " 일일일식 " 을 진행하면서 기존의 다이어트 정설'과는 반대로 식습관을 진행했다는 점이다. 저녁 한 끼'를 먹을 때 식사 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평균 저녁 8시 이후에 식사'를 했으며, 식사 후에는 30분 내로 잠자리에 들었다.  또 하나, 폭식은 아니더라도 꾸준히 과식을 실행했다. 내가 철저하게 지킨 것은 음식의 양'이 아니라 횟수'였다.

기존의 다이어트 정설'이 맞다면 나는 10kg 감량이 아니라 체중이 20kg은  증량이 되었어야 한다. 1식에, 과식에, 과음에, 늦은 저녁의 진수성찬'이었으니 말이다. 일단, 아침을 굶으면 다음 끼니에서 과식을 하게 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내 경우는 일일일식을 진행하면서 처음 한 달 정도'는 과식을 했지만, 점점 그 양이 줄어들어 이제는 정량의 한 끼 식사'만 한다. 의식적 절식이 아니라 저절로 이루어진 포만감'이었던 것이다. 체중 절감과 함께 혈압도 떨어졌다. 150이던 혈압은 이제 120 정도에서 오르락내리락한다. 다이어트 전문가,    혹은 건강 의학 전문가(라고 쓰고 좆문가라 읽는) 는 팩트'를 복잡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그래야지 전문가의 권위'가 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온갖 잡다한 상식으로 소비자를 협박한다.

하루에 계란 두 개를 섭취하면 콜레스테롤 위험 수위가 높아진다거나, 설탕 과잉과 염분 과잉'이 인간의 폭력성에 미치는 영향을 말하거나, 밀가루 주성분인 글루타민 중독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과대 선전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문가가 미세한 부작용을 과장해서 부풀리면 더욱 전문가의 조언에 의지하게 된다. 그럴수록 " 까운 "  의 권위는 올라간다. 내 말 믿쑵니까 ? ㅡ 네, 믿쑵니다 !!!!!!!!!!!       물음표 하나를 던지면 느낌표 열 개'를 모아서 샤우팅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의학 전문가들은 티븨'에 나와 건강과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황금 밥상 레시피와 비타민을 만병통치약'처럼 선전하지만 실상은 무의미하거나 영향을 주더라도 미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이어트와 관련된 팩트는 간단하다.

먹은 만큼 살찐다. 이 얼마나 간결한 진실'인가.







​                            


김경호 : 이게 재판입니까, 개판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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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6-04-05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 가는 글입니다요!

˝대한민국에 전문가가 어디있어요, 사기꾼 빼고.˝ 그래요. 그래선그런지 우리나라는 전문가를 인정하지 않지요. 전문가를 인정하지 않으니 비전문가가 전문가 행세를 하고 있습니다. 세계문학 번역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전문가가 홀대받는지 알 수 있지요. 콘라드의 <암흑의 핵심>이나 베르그손의 <창조적 진화> 번역을 보면, 우리나라는 교수가 전문가 행사를 하고 있는데, 죄다 사이비들이라는 걸 책을 읽으면 대번 알 수 있습니다.

정말 짱나는 사회에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5 19:41   좋아요 0 | URL
신뢰 사기가 가장 극심한 분야는 정치판입니다. 유권자가 투표를 할 때 제일 먼저 보는 것이 바로 학력이잖아요. 사실 학력과 정치는 크게 연관이 없습니다. 청소노동자도 국회의원 되면 충분히 뛰어난 업적을 보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통진당 비례대표 중 한 명이었는 국회의원은 우수 국회의원상을 받기도 했잖습니까... 이런 것이야말로 신뢰 사기의 피해이고, 신뢰사기꾼이 가장 많은 곳이 정치판 여의도입니다..

무독서 2016-04-05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 거의 2년 째 1일 1식을 하고 있습니다. 가끔 여러끼 먹을 때도 있지만 꾸준히 하니 몸이 가벼워 지고 또한 식사시간이 여유로운 자유시간이 되는 장점이 되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5 19:43   좋아요 1 | URL
그렇죠 ? 이게 저는 2달 정도는 좀 배가 상당히 고파서 고통스럽도라고요. 그런데 2달 지나니 그런 고통이 사라져서 신기했습니다. 특히 점심 때 과식하면 더부룩하던 그 불쾌함.. 이런 게 사라지니 좋더라고요. 몸도 가벼워지고... 점심 활용해서 거리 산책하고 책도 읽을 수 있고 말입니다..

peepingtom 2016-04-05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믿고 봅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5 20:11   좋아요 0 | URL
톰 님 이제 알라딘 가입하시지 그러십니까..ㅎㅎ

기억의집 2016-04-05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하루한끼는... 별이 보이던데! 살이 찌든 말든 먹고 보자주의입니다! 저도 전문가집단의 말을 안 믿은지 꽤 오래됩니다. 흔히 전문가집단이 한분야의 직업만 잘 아는 거지, 사고를 하지 않는 집단이더라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5 21:37   좋아요 0 | URL
제발 선거에서 학벌 보고 뽑지 않았으면 합니다 . 정치는 머리보다는 심장이 따듯한 사람이 해야 하는데.. 죄다 머리 똑똑한 사람에게 투표를 하니... 정치가가 머리가 똑똑하면 간신이 됩니다. 진돗개는 해양구조견이 될 수 없다고 하죠. 물에 뛰어들 때 아이큐가 높은 녀석은 잘못 하면 자신도 빠져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서 물에 뛰어들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해양구조견은 약간 멍청한 녀석으로 뽑는다고 합니다. 내가 죽어도 사람을 구하겠다는 이타심.... 정치가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 전 사람들이 저 사람은 똑똑하니깐 뽑아야돼, 라고 주장한느 사람에게늘 해양구조견 이야길 합니다..

기억의집 2016-04-05 21:44   좋아요 0 | URL
그래서 울 아들에게 학벌에 대한 압박을 안 하고 살아요. 학벌 좋으면 뭐 하나요? 언젠가 제친구중에 미국에 사는 친구가있는데, 그 친구가 노무현을 엄청 좋아하는 거에요. 그래서 왜? 그랬더니 고졸학력으로 대통령 되었고 거기까지 가는 길이 얼마나 힘들었겠냐고 대한민국에서 고졸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냐고 그러더라구요. 전 학벌에 대한 미련은 없는데 참.. 울 아들보면 의욕없는 모습에 참 그러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5 21:53   좋아요 0 | URL
이런 말이 좀 그렇지만 요즘은 개나소나 대졸이어서 이제는 고졸 하면 뭔가 있어 보입니다. ^^
아들, 앞으로 훌륭한 인물이 될 거입니다.. 500원 겁니다..ㅎㅎ

수유리맨 2016-04-05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학벌에 대한 애착이 강할수록 실속은 없는사람이 많더군요. 내공이 부족하니 그런거만 보이는것 같구요.
소위 학벌이 좋다라고 일컬어지는사람들이 전반적으로 개인적인 성취나 욕심이강하더군요.


또한 학벌이 좋다고 머리가 좋은것 같다고 할수도 없는거 같아요..굳이 학창시절 성실도를 따지고자 한다면
차라리 고3시절 처음본 대입 시험 전국 백분율을 사람마다 모두다 공개하는게 차라리 정확한정보가 아닐까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5 21:54   좋아요 0 | URL
제 조카만 해도 모의고사 최상위 1% 안인데, 말하는 거 보면 좀 답답합니다...ㅎㅎㅎㅎㅎㅎ...
나한테 만날 쿠사리 좀 먹고 있습니다.

표맥(漂麥) 2016-04-05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일 1식>이란 책을 읽은 적은 있지만 실제로 실천하시는 분이 있다니... 저로서는 정말 놀랍습니다.
1끼만 안먹어도 식충들이 난리법석이라서...^^
곰곰~님을 그동안 대단하게는 생각했지만 존경스럽진 않았는데... 오늘 웬지 존경스러워 보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5 22:20   좋아요 0 | URL
쫄쫄 굶어야 존경을 받는 몸이라 생각하니...
갑자기 눙물이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처음에는 한 4,5 만 빼자 했는데 좀 오버했습니다.
1식은 계속 유지하되 체중은 유지하는 방식으로 다른 계획을 좀 꾸며야겠습니다.. ㅎㅎ

samadhi(眞我) 2016-04-06 0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면에서 ˝어셈블리˝가 참 좋은 정치드라마라 생각해요. 배우가 정재영이어서 더 그랬고요.
막장으로 흐르지 않아서 더욱 괜찮습디다. 저도 이 책 읽고 한동안 1식 해보다가 보상심리가 커져서 그 후로 더 과식을 하게 돼 접었어요. 백일을 못 견디고 뛰쳐나온 호랭이랍니다. 곰발님 이제보니 곰님이시군요. 간이 튼튼한 웅족이셨네요.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6 12:02   좋아요 0 | URL
마늘 먹고... 백일 견뎌서 동굴 나와 사람 된 줄 알았으나..
모든 것은 사람이나 발은 곰발이더군요... 그래서 곰발이 되었슴돠..ㅎㅎ

다락방 2016-04-06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아- 세 끼 다 먹으면서 다이어트..는 역시 안되는겁니까 ㅠㅠ

무독서 2016-04-06 09:10   좋아요 0 | URL
그게 안되면 하루 10키로씩 달리면 되는 겁니다~

다락방 2016-04-06 09:47   좋아요 0 | URL
ㅜㅜ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6 12:00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다락방 님.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 기본은 닭가슴살 + 야채 + 과한 운동`입니다.
운동은 더하고 칼로리는 줄이면 당연히 체중은 줍니다.
문제는 언제까지 계속 지속할 것인가 하는 문제인데,
쉽게 말해서 위의 전제를 포기하는 순간 살이 찐다는 겁니다. 그래서 요요가 발생하는 것인데...
평생 그렇게 고통스럽게 다이어트를 하느니 차라리 한끼를 배 터지게 먹더라고
나머지는 굶자... 이게 제 생각입니다.. 1식 생각보다 쉽습니다..

stella.K 2016-04-06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주일 TV에서 슈거 사이즈 미란 프로를 했었죠. SBS스페셜에서.
그 프로는 우리가 설탕을 먹어도 너무 많이 먹는다는 것을 환기시키는
그런 프로였는데 역시 졸려서 끝까지 보지는 못했지만 상당히 근거있는 접근을 하더군요.
저만해도 단 것을 즐기는 편이고, 제 동생은 뭐 저 보다 더하고.
근데 진짜 의사마다 말하는 게 달라서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하도 지껄이는 게 많아서 엄마와 저는 저것들 또 지저귀는가 보다 하죠.

그런데 곰발님과 저는 좀 반대네요.
저는 5시에 저녁 먹고 이후에 거의 안 먹는 생활을 거의 30년째 하거든요.
물론 저녁 때 사람 만날 일 있으면 예외로 두긴 하지만.
어쨌든 그래서 그런지 밤에 뭐 먹는 게 부담스럽더라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6 12:06   좋아요 0 | URL
사실 설탕은 인류의 위대한 구원이었죠... 하지만 시대가 바뀌니 아주 나쁜 음식이 되었네요..
전 커피 마실 때도 믹스 커피에 설탕 2스푼 더 넣어서 마십니다.
하루 한 끼 먹으니 굳이 설탕 조절할 필요도 없고, 싱겁게 먹을 필요도 못 느끼겠더라고요...
일식을 한다는 것은 결국 일반인의 1/3 수준으로 섭취한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현대인은 섭취량이 너무 많아요.....

설탕을 많이 먹어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음식의 1일 섭취량이 많아서 설탕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ㅎㅎ

stella.K 2016-04-06 15:19   좋아요 0 | URL
아, 이거 원... 전문가답습니다. 전직이 의심스러운...ㅋㅋㅋㅋㅋ

peepingtom 2016-04-06 15:38   좋아요 0 | URL
곰님 혹시 전직 쉐프? ^^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6 15:51   좋아요 0 | URL
설겆이만 잘합니다..

stella.K 2016-04-06 16:16   좋아요 0 | URL
아뇨, 영양학자나 의사 그것도 사이비.
그래야 오늘 제목과 맞을 것 같아서리...ㅋㅋㅋㅋㅋㅋ

근데 복근 장난 아니네요. 파핑톰님 본인 거 맞습니까?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6 16:21   좋아요 0 | URL
아하.. ㅋㅋㅋㅋ. 뭔 복근이 장난 아닙니까. 남자들은 다 저 정도함 -_ - ;

stella.K 2016-04-06 17:51   좋아요 0 | URL
헉 정말요? TV에 나온 것만 봐서리...
그럼 조만간 곰발님 복근도 볼 수 있겠네요.
복근 올려 주세요!! ㅋ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6 18:12   좋아요 0 | URL
부러워서 어깃장을 논 거유. ㅠㅠ
남잔 갑빠`죠..

stella.K 2016-04-06 18:47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럼 갑바라도 보여주세욧!
갑바!갑바!갑바!ㅋㅋㅋ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6 18:58   좋아요 0 | URL
계속 어거지를 부리다 보니.....ㅋㅋㅋㅋㅋ 사실 저 갑바도 없어요... ㅎㅎㅎㅎ
운동을 워낙 싫어하다 보니.... 이리 엉망이 되었슴돠.. 엉엉...
전 핼스가 체질이 아니어서 그런지 핼스장은 수없이 끊었는데 진득 오래 버틴 적은 없습니다.
3개월 끊고 하루 나간 적도 있습니다 원장이 졸졸 따라다니며 왜 안 나오냐.. 하는데... 쪽팔려서...리..

peepingtom 2016-04-06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님 소원대로 가입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6 13:32   좋아요 0 | URL
!!!!!!!!!!!!!!!!!!!!!!!!!! 피핑톰 님 ? ㅎㅎㅎㅎ 반갑습니다, 반가워용..ㅎㅎ

수다맨 2016-04-06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김종인 할배가 경제 전문가 행세(내가 경제민주화 법안의 입안자이다)를 하고 다니는 모습이 심히 못마땅하더군요.
좌파 경제학(!) 전공하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김종인의 주장은 경제민주화라기보다는 그냥 올바른 시장 경제 질서 확립을 하자는 `상식적 주장`에 좀 더 가깝다고 합니다. 친구 말에 따르면 김종인이 자신의 책(˝지금 왜 경제민주화인가˝)에서 줄곧 강조하는 것은 대기업의 독과점 규제, 공정거래법 강화, 정부 주도의 효율적인 구조조정, 기업의 생산시설 보호 및 증대, 1인 기업 장려 등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주장들이 아주 틀린 소리라고는 할 수는 없지만, 그다지 새로운 것도 아닙니다. 게다가 김종인은 경제적인 평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분배의 문제(기업 이익의 사회적/민주적 환원, 노동자들의 사회복지 문제 등)는 사실상 전혀 건드리지 않는다 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김종인은 경제전문가를 자처하지만 실은 경제민주화란 용어를 정치적/수사적/당략적으로만 쓰고 있는 듯합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을 `전문가`라고 언론에서 일컫는 것도 이상한 노릇이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6 14:44   좋아요 0 | URL
자신이 표 갉아먹는 주체라는 사실은 모르는 채 엄한 사람에게 표 갉아먹는다고 소리치니...
노욕의 볼성사나운 극치가 아닌가 싶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05-11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시원하고 명쾌한 글이네요^^ 진실은 단순하고 간결합니다. 먹는만큼 찌고 쓰는만큼 빠집니다. 링크해둔 기사도 잘 보고 갑니다. 덕분에 하나 배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5-11 18:36   좋아요 0 | URL
케케 감사합니다. 다이어트 간단합니다. 칼로리고 나발이고 다 필요없고 1일 음식 섭취의 총량으로 계산하면 됩니다.

비의딸 2016-05-12 11:03   좋아요 0 | URL
1일 음식 섭취의 총량이 문제라면, 그걸 3회로 나누면 왜 안되는 거냐고요...
한끼만 굶어도 짜증이 화악~ 나는 체질이라서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5-12 11:25   좋아요 0 | URL
3회를 1번에 털어넣으면 배가 부른데, 1번을 3번으로 나누면 배가 고픕니다 ^^

감은빛 2016-06-10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여년 전에 프레시안에서 몸살림 김철 선생의 글을 자주 읽었는데,
그 분이 강원도에서 무애스님을 만난 이후로 1일 1식으로 저녁만 먹고 산다고 하더라구요.
저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무슨 근거로 1일 1식이 좋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김철 선생이 오랫동안 그렇게 살아왔다고 하니, 그렇게 살아도 되는구나 싶어요.

저는 학창시절부터 아침을 안 먹고 살아서 1일 2식을 거의 평생 해왔는데,
(가끔 저녁도 먹고 새벽까지 술을 마시긴 하니까 꼭 2식이라 말하긴 어렵겠네요)
어떤 날에는 점심도 건너뛰고 저녁만 먹기도 합니다.
확실히 그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가볍다는 느낌이 듭니다.

제일 간단한 방법은 먹는 양을 줄이는 것이라는 말씀에 적극 공감합니다.
요즘은 아무리 배가 고파도 예전만큼 많이 못 먹겠더라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6-10 14:01   좋아요 0 | URL
저도 제 사촌이 살이 쪼옥 빠져서 건강한 모습으로 초상집에 왔길래 자조치종을 물었더니 1식을 한다는 겁니다.
그친구왈.. 1식 예찬. 고통스럽지 않냐고 물어니 다이어트 하느라 절식하는 것보다 고통스럽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러워져서 배고픔다는 것을 잘 모르게 된다고 하더군요.

그게 시작이었는데... 저도 어느새 1년이 되었씁니다.

칼로리 굳이 계산하지 말고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량의 총량을 염두에 두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아침을 먹으면 속이 더부륵하더군요. 몸이 가볍지가 않는 데서 오는.. 그런 것 있잖습니까.
사람마다 좀 다른 것 같습니다.. ㅎㅎㅎㅎ

감은빛 2016-06-10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리고 전문가에 대한 말씀도 동의합니다.
해당 분야에 대해 좀 더 많은 지식을 갖고 있다고,
무조건 그 사람이 옳을 수는 없겠지요.
대개 그 전문가라는 사람이 자신의 지식 때문에
오히려 더 본질을 보지 못하고 엉뚱한 답을 내리는 경우도 많더라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6-10 14:04   좋아요 0 | URL
사실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상품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전문가 상품이라고 명명하고 싶을 정도 입니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티븨에 나와 양파가 몸에 좋다고 말하면
양파가 왕창 팔리는 현상..

비단, 먹는 거에 한정되지 않아도 전문가 상품은 다양한 곳에 있다고 봅니다.

책도 그렇잖아요.
비밀독서단도 보면 책 전문가들이 등장해서 책을 소개하는데
소개된 책은 잘 팔리지 않습니까. 이것도 전문가 상품...

아무래도 자신의 지식 공개가 판매량에 결정적 역할을 하면 뒷거래가 이루어지기 마련이 아닐까 싶습니다.
 

 

 

 

 

 

 

 

 

 

 

 

 

 

 

 

 

 

 


 

 

 


​                                              

 

영화에 대한 짧은 논평 2 :

 

 

 


 



 

La Strada , 1954

 

 

ㅡ  사랑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그날 찍을 장면에 필요한 것은 자연스러운 " 바람 " 이었다고 한다. 영화 감독은 바람이 지나가는 자리'를 찍고 싶었으나 그날은 유독 바람이 불지 않았다고 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촬영을 미루고, 미루고, 미뤄 바람이 불어오기를 바랐으나 기다렸던 바람은 쉬이 불어오지 않았다고.    해는 어느덧 뉘엿뉘엿 기울고 감독은 고민에 빠졌다.  촬영을 접어야 할까, 아니면 바람 없는 밋밋한 풍경을 찍는 것으로 만족할까 ?  그때였다. 감독이 마음속으로 철수를 결정하려던 순간,  기적 같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바람은 그가 원했던 방향과 그가 원했던 세기와 그가 원했던 소리로 감독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며 지나갔다.  감독은 서둘러 그 장면을 필름에 담았다고 한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이 바람은 신이 가난한 예술에게 주는 선물이구나 ! "  ㅡ  정확한 기억의 복기'는 아니지만 장 뤽 고다르'가 했던 말로 기억한다.


 


 

 


예기치 않는 바람'은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이 연출한 << 거울 >> 이라는 장면에서도 등장한다.  지금까지 내가 영화 속에서 본,  그 " 모오든 바람 " 을 통틀어서 가장 멋진 바람'이었다. 여자는 물끄러미 낯선 사내'를 보고 있다. 그녀의 얼굴에는 낯선 남자에 대한 경계'가 뚜렷하다. 남자는 여자의 무표정에서 그 어떤 의미도 포착할 수 없다. 남자는 왔던 길로 다시 걸어간다.  그때 돌풍이 어지럽게 불어닥친다.  풀은 바람이 지나가는 방향으로 눕는다.  남자는 바람이 지나가는 바람길을 따라, 풀이 눕는 길을 따라 고개를 돌리다가 여자의 얼굴과 마주친다.  남자가 본 것은 < 바람의 풍경 > 이 아니라 < 여자의 마음 > 이었다.   아, 했다.  심란한 마음을 이보다 아름답게 표현한 장면은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 장면은 감독이 의도했던 바람'은 아니었다고 한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바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바람은 촬영 도중 느닷없이 불었다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돌개바람'이었으나 이 변수는 신이 선물한 장면이 되었다.  내게는 자동차 백미러에 쓰인 경고문이 그런 경우였다. "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 이 문장은 철학자의 사색 깊은 잠언도 아니요, 대문호의 화려한 수사'도 아니었지만 내게는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이 문장을 발견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영화는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이 연출한 흑백영화 << 길 >> 이었다.

 

 

 

 

늦은 밤, 차력사 짐파노(안소니 퀸)가  해안가'에서 목을 놓아 통곡할 때, 그는 깨닫고 있었다. " 사랑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     백미러를 바라보다가 문득,  헤어진  < 옛 >  애인이 떠올랐다.  차는 안양 충훈부 버스종점 근처 천변을 달리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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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발님은 2016-04-04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참 독특한 캐릭터네요. 굉장히 욕 잘하는 상남자 같다가도 이런 글 읽으면 감성이 참 풍부하셔요 봄에 읽기좋은 글이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4 16:17   좋아요 0 | URL
전 실생활에서는 욕을 하지 않습니다. 오늘도 날은 좋군요...

수이 2016-04-04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제 베스트 무비 원_^^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4 16:17   좋아요 1 | URL
거울이라는 영화 추천합니다. 수면제용 영화일 수 있으나... 위험을 감수하고 추천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4 16:30   좋아요 1 | URL
이 영화 참 좋죠 ? 어릴 때는 뭐 이런 촌스런 영화가 있냐... 했다가 다시 보았는데... 아 진짜 좋더군요....
이런 봄날에 보면 참 좋습니다.

수이 2016-04-04 16:33   좋아요 0 | URL
나이들어 보는 맛은 또 색다르니 봐야겠어요_ 거울은 오늘밤 찾아볼게요. 오늘 날 끝장인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4 17:17   좋아요 0 | URL
타르코프스키 영화 중 제가 가자아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제 인생의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작품이라고나할까요..

stella.K 2016-04-04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독이 자연에 순응하며 영화를 찍는군요.
친자연주의라고나 할까?
난 드라마나 영화에서 볕 좋은 날 비 오는 씬 찍겠다고 물 쏟아 붙는 감독이나 PD 보면
정말 욕나와요. 요즘들어 조금 줄어 든 것도 같습니만 미친 썌끼란 생각을 지워버릴 수가 없더군요.
관객들 시청자들 우롱하는 거죠. 물 낭비는 말할 것도 없고.

오늘 글 정말 좋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4 17:0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뭄 때 비오는 장면을 찍어야 할 땐 어떡합니깡..ㅎㅎㅎㅎㅎㅎ
이게 타이밍에 맞춰 일기가 그때 그깨 반응하기가 힘들다 보니... 인공살수차가 동원되기는 한데..
아무래도 그 분위기가 좀 거시기 하죠.. 자연스럽지 못하고 말입니다...

인정사정 볼것 없다인가요.. 고거 보면 왜 대낮에 살수차 틀어놓고 영화 찍었다는 느낌이 팍 나지 않습니까.
해볕은 쨍쨍한 거 같은데 장대비가 내리고...ㅋㅋㅋㅋㅋㅋ

stella.K 2016-04-04 17:11   좋아요 0 | URL
아,맞아요. 그래도 이명세는 용서가 되던데...
그 장면 뽀샵 많이했잖아요.
왜 내가 용서했을까요? 흐흑~ㅠㅠㅠㅠ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4 17:16   좋아요 0 | URL
진짜 뽀샵 너무 했죠. 솔까말 촬영감독이 보면 촌스러운 촬영이죠.. 누가 요즘 그런 촬영을 합니까..

cyrus 2016-04-04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은 당신이 볼 수 있는 곳보다 가까이에 있습니다’, 참 좋은 말인데, 현실은... 아흑 ㅠㅠ

어제 잠실 경기 취소한 감독관 김재박 6경기 출장 정지 받았답니다. 이건 제재가 아니라 휴가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4 21:41   좋아요 0 | URL
후후.. 아픈 사연이 이쓰신가 봅니다그려..

+

제가 말했잖습니까. 이런 강우량으로 무슨 경기 취소냐고...
말도 안 되는 거였죠.. 야구만큼 일정 빡빡한 경기가 어디 있습니까.
장마를 대비해 봄날 비는 악차같이 경기를 치뤄야 하거늘...

stella.K 2016-04-05 14:56   좋아요 0 | URL
김재박이 무슨 책 잡힐 일을 했나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5 15:54   좋아요 0 | URL
비도 별로 안 왔는데 경기를 우천 취소했씁니다. 프로야구가 일정이 빡빡해서 우천 취소되면 골치 아프거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4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년 만에 다시 보았는데 저 유명한 장면에서 남자는 남편이 아니라 지나가는 의사`였다. 그동안 착각하고 있었다..

지나가는행인 2016-04-05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캬 이런 밤에 읽으니 마음이 말랑말랑해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5 13:19   좋아요 0 | URL
왜 편지도 밤에 쓰면 근사한데 아침에 다시 읽으면 촌스럽잖습니까.. 그런 심리 가스비다..

yamoo 2016-04-05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에도 조예가 깊으신 곰발님..ㅎ 간만에 영화에 대한 페이퍼가 올라왔군요~ 생전 처음 듣는 영화라 찾아 봐야 할 거 같습니다. 근데<거울>의 유투브 영상은 차단됐다고 나오네요..

일명 백미러에 ˝사물은 거울에 보니는 것보다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라는 거는 오래 전 미트로프의 `백 아웃 오브 헬2`에 수록된 곡 이름이기도 했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5 19:48   좋아요 0 | URL
가장 싼 문화 생활이 영화 아닙니까...ㅎㅎㅎㅎㅎ
여기서는 차단되었는데 유투브 안에서 보면 보입니다....
사실 지루해요. 전 그 장면이 좋아서 전체가 좋아진 경우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감독이니 가산점도 있고..ㅎㅎㅎ

+

아, 그런 노래가 있군요. 이 경고문은 그럼 세계 만국 공용으로 쓰이나 보죠 ?

samadhi(眞我) 2016-04-06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울 정말 좋네요. 흔들리는 눈빛 크아. 유부녀 가슴에 바람이? ㅋㅋ
무엇보다 색깔이 예쁘네요. 모든 장면이 자연스러워서 사랑스럽습니다.
짐파노가 취해 얻어터진 것도 우는 것도 아프네요. 사람 마음이라는게 참 거시기(?) 하네요.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6 12:08   좋아요 0 | URL
흑흑. 좋죠 ? 이 영화 좀... 공포스러운 점이 많습니다. 내러티브는 없어요.
그냥, 꿈의 연속 같다는 느낌이 드는 영화인데... 굉장히 시적입니다.
어릴 적 보고 충격 먹은 작품입니다..



라스트라다는 정말... 좋은 영화더군요..
다시 보니 더 좋습니다..
 

 

 

 

 



​                                         


영화에 대한 짧은 논평 :





 

애정만세 愛情萬歲, Vive L'Amour, 1994

 

 

ㅡ  오지 않을 기회에 대한 일말의 기대


 

 

 

 

 

방'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그래서 인생은 한 방'이다,  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 한 방에 훅 가 " 도 좋다. 일상에서는 부정적으로 쓰이는 표현이지만, 불나방 같은 철없는, 오지 않을 기회'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좋아한다. 문학에도 한 방'이 존재한다. 좋은 문장 하나가 지루한 전체를 구원할 수 있다. 긴 문장보다는 정곡을 찌르는 짧은 문장에 매력을 느낀다. 어쩌면 내가 도스토예프스키'를 좋아하는 이유도 " 도 선생의 한 방 정신 " 에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 그가 동양에서 태어났다면 훌륭한 한의사가 되었을 것이다. 허벅지 안쪽에 침을 놔 드리겠습니다. 눈 감고 아, 하세요. 우, 하시면 안 됩니다.   권투를 좋아하는 취향도 위와 맥락이 동일하다. 럭키 펀치'만큼 허무하면서도 짜릿한 것도 없다. 사노라면 언젠가는 한 방 칠 날이 오리라. 야구 경기도 마찬가지'다. 팀을 위해 온갖 패악질을 하다가 연장 12회 말에 끝내기 홈런을 치면 그동안 내가 그 선수에게 쏟아부었던 악담은 한순간에 날아간다. 눈물을 쏟으면서 사랑해요, 엘지 ~  이처럼 한 방은 대부분 마지막에 찾아온다. 영화에서의 가장 강력한 한 방 또한 " 라스트씬 " 에 몰려 있다. 경기 내내 3연속 병살타로 욕을 먹던 야구 선수가 끝내기 홈런을 쳤을 때처럼 영화에서 인상 깊은 < 라스트씬 > 은 그동안의 모든 과오를 씻어내는 성수'다. 내게는 챠이밍량의 << 애정만세 >> 라는 영화가 그런 경우에 속했다. 이 압도적 라스트씬 앞에서 영혼이 텅 비는 경험을 했다. 그 지루했던 과정들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특별한 기교와 서사'를 선보인 것은 아니었다. 한 여자가 벤치에 앉아 운다. 카메라는 그녀가 우는 모습을 조금 멀리 떨어져서 편집 없이 보여준다. 기교는 없다, 서사도 없다. 실컷 울다가 그칠 즈음, 그녀의 어깨가 다시 들썩인다. 시나리오의 정석대로라면 그녀가 우는 이유를 알려주어야 하는데 영화는 냉정하게 끝난다. 왜 우냐고 묻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듯이 말이다. 그녀에게는 미안한 소리이지만 나는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서 기분이 좋아졌다. 이 장면은 이 영화의 카운터펀치인 셈이다. 모든 것을 다 용서할 수 있는,  이 벼락 같은 기회가 없다면 인간은 얼마나 불행한 존재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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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소오 2016-04-03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작이죠. 이런 영화 만들고 싶은데, 한국에선 자비로 만들어야 될듯 합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3 12:53   좋아요 0 | URL
차이밍량은 세계적 감독이라는 명성을 얻은 감독인데.. 제작비를 구할 수 없어서 세계를 유랑하며 영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가 옛날에 이런 말을 한 적 있죠. 울면서... 영화 맘 놓고 만들고 싶다고.. 이렇게 떠돌아다니면서 만들지 않는 환경에서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이죠.. 이젠 자본이 점령해서 이런 영화들이 만들어지기 힘든 시대입니다..

cyrus 2016-04-03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한화 엘지 전 연장전 끝내기 한 방 좋았습니다. 오늘 2시 경기 보고 싶었는데 우천 취소되어서 아쉬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3 14:21   좋아요 0 | URL
불만이 많습니다. 천둥이 쳐도 그냥 해야지.. 뭔, 이런 비로 우천 취소랍니까..하지만

으하하하하... 메이저리그 시작입니다. 사실 전, 메리저리그 팬임돠....

cyrus 2016-04-03 14:23   좋아요 0 | URL
취소한 경기감독관이 김재박이랍니다 ㅋㅋㅋㅋㅋ

곰발님. 괜찮으시다면 야구 관련 글도 써주십시오. 곰발님식 유머가 깃든 야구 관전평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3 14:50   좋아요 0 | URL
앞으로 메쟈. 한국리그 줄창 쓸 생각입니다... 그 경기 감독관 웃긴 사람이네요..
서울에는 비 별로 내리지도 않았습니다...

syo 2016-04-03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해요 엘지 부를 때마다 항상 뭔가 비장하면서 웃기면서 숭고하면서 병신같은 기분이 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3 14:2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쇼 님.. 엘지팬이시군요.. 비극이네요..ㅋㅋㅋㅋ
그래도 2연전 짜릿하지 않았습니까...

syo 2016-04-03 14:52   좋아요 0 | URL
호시절이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3 14:56   좋아요 0 | URL
근데 시작이 좋으면 끝이 항상 개판이어서... ㅎㅎㅎ..

stella.K 2016-04-03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이 한 방이 가끔은 있어줘야 그날이 그날같은 이 지루한 인생을 견디기도 하는 거죠.
그런데 <애정만세>는 곰발님 땜에 관심은 갑니다만 지금 당장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닌 것 같군요.
요즘 보려고 하는 영화마다 보다가 잠이 들어 내 잠에 화가나는 게 아니라
뭔 영화가 이렇게 재미없냐고 화살을 그쪽으로 돌리는지라.
그도그럴 것이 영화가 재밌으면 제가 잠들리가 없거든요.
<애정만세>도 곰발님 말씀하시는 한 방을 기다리다 잠들 것 같아서리...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3 15:41   좋아요 0 | URL
잠이 소록소록 잘 올 것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무미건조하며, 불의미한 영역, 해석불가능한 접점 따위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내러티브가 너무 선명하면 개인적으로 흥미가 없습니다. 너무 뻔한 살인 사건`에 대해 관심이 없듯이 말이죠..

스텔라 님에게는 이 영화 비추천.. ^^

stella.K 2016-04-03 18:51   좋아요 0 | URL
잠 안 올 때 꼭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직은 잠 보다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우기고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을 때가 많아요.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4 15:32   좋아요 0 | URL
영화는 성능 좋은 약이기도 하죠.. ^^

푸른희망 2016-04-04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정만세 참 좋아했던 영화였는데 잊고 있었네요 마지막 장면 이유도 모르면서 개운하기도하고 먹먹하기도 했는데
한방....저도 사실 좋아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4 21:40   좋아요 0 | URL
주사는 의사에게 한방은 한의사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