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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짧은 논평 :





 

애정만세 愛情萬歲, Vive L'Amour, 1994

 

 

ㅡ  오지 않을 기회에 대한 일말의 기대


 

 

 

 

 

방'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그래서 인생은 한 방'이다,  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 한 방에 훅 가 " 도 좋다. 일상에서는 부정적으로 쓰이는 표현이지만, 불나방 같은 철없는, 오지 않을 기회'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좋아한다. 문학에도 한 방'이 존재한다. 좋은 문장 하나가 지루한 전체를 구원할 수 있다. 긴 문장보다는 정곡을 찌르는 짧은 문장에 매력을 느낀다. 어쩌면 내가 도스토예프스키'를 좋아하는 이유도 " 도 선생의 한 방 정신 " 에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 그가 동양에서 태어났다면 훌륭한 한의사가 되었을 것이다. 허벅지 안쪽에 침을 놔 드리겠습니다. 눈 감고 아, 하세요. 우, 하시면 안 됩니다.   권투를 좋아하는 취향도 위와 맥락이 동일하다. 럭키 펀치'만큼 허무하면서도 짜릿한 것도 없다. 사노라면 언젠가는 한 방 칠 날이 오리라. 야구 경기도 마찬가지'다. 팀을 위해 온갖 패악질을 하다가 연장 12회 말에 끝내기 홈런을 치면 그동안 내가 그 선수에게 쏟아부었던 악담은 한순간에 날아간다. 눈물을 쏟으면서 사랑해요, 엘지 ~  이처럼 한 방은 대부분 마지막에 찾아온다. 영화에서의 가장 강력한 한 방 또한 " 라스트씬 " 에 몰려 있다. 경기 내내 3연속 병살타로 욕을 먹던 야구 선수가 끝내기 홈런을 쳤을 때처럼 영화에서 인상 깊은 < 라스트씬 > 은 그동안의 모든 과오를 씻어내는 성수'다. 내게는 챠이밍량의 << 애정만세 >> 라는 영화가 그런 경우에 속했다. 이 압도적 라스트씬 앞에서 영혼이 텅 비는 경험을 했다. 그 지루했던 과정들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특별한 기교와 서사'를 선보인 것은 아니었다. 한 여자가 벤치에 앉아 운다. 카메라는 그녀가 우는 모습을 조금 멀리 떨어져서 편집 없이 보여준다. 기교는 없다, 서사도 없다. 실컷 울다가 그칠 즈음, 그녀의 어깨가 다시 들썩인다. 시나리오의 정석대로라면 그녀가 우는 이유를 알려주어야 하는데 영화는 냉정하게 끝난다. 왜 우냐고 묻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듯이 말이다. 그녀에게는 미안한 소리이지만 나는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서 기분이 좋아졌다. 이 장면은 이 영화의 카운터펀치인 셈이다. 모든 것을 다 용서할 수 있는,  이 벼락 같은 기회가 없다면 인간은 얼마나 불행한 존재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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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소오 2016-04-03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작이죠. 이런 영화 만들고 싶은데, 한국에선 자비로 만들어야 될듯 합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3 12:53   좋아요 0 | URL
차이밍량은 세계적 감독이라는 명성을 얻은 감독인데.. 제작비를 구할 수 없어서 세계를 유랑하며 영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가 옛날에 이런 말을 한 적 있죠. 울면서... 영화 맘 놓고 만들고 싶다고.. 이렇게 떠돌아다니면서 만들지 않는 환경에서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이죠.. 이젠 자본이 점령해서 이런 영화들이 만들어지기 힘든 시대입니다..

cyrus 2016-04-03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한화 엘지 전 연장전 끝내기 한 방 좋았습니다. 오늘 2시 경기 보고 싶었는데 우천 취소되어서 아쉬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3 14:21   좋아요 0 | URL
불만이 많습니다. 천둥이 쳐도 그냥 해야지.. 뭔, 이런 비로 우천 취소랍니까..하지만

으하하하하... 메이저리그 시작입니다. 사실 전, 메리저리그 팬임돠....

cyrus 2016-04-03 14:23   좋아요 0 | URL
취소한 경기감독관이 김재박이랍니다 ㅋㅋㅋㅋㅋ

곰발님. 괜찮으시다면 야구 관련 글도 써주십시오. 곰발님식 유머가 깃든 야구 관전평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3 14:50   좋아요 0 | URL
앞으로 메쟈. 한국리그 줄창 쓸 생각입니다... 그 경기 감독관 웃긴 사람이네요..
서울에는 비 별로 내리지도 않았습니다...

syo 2016-04-03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해요 엘지 부를 때마다 항상 뭔가 비장하면서 웃기면서 숭고하면서 병신같은 기분이 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3 14:2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쇼 님.. 엘지팬이시군요.. 비극이네요..ㅋㅋㅋㅋ
그래도 2연전 짜릿하지 않았습니까...

syo 2016-04-03 14:52   좋아요 0 | URL
호시절이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3 14:56   좋아요 0 | URL
근데 시작이 좋으면 끝이 항상 개판이어서... ㅎㅎㅎ..

stella.K 2016-04-03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이 한 방이 가끔은 있어줘야 그날이 그날같은 이 지루한 인생을 견디기도 하는 거죠.
그런데 <애정만세>는 곰발님 땜에 관심은 갑니다만 지금 당장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닌 것 같군요.
요즘 보려고 하는 영화마다 보다가 잠이 들어 내 잠에 화가나는 게 아니라
뭔 영화가 이렇게 재미없냐고 화살을 그쪽으로 돌리는지라.
그도그럴 것이 영화가 재밌으면 제가 잠들리가 없거든요.
<애정만세>도 곰발님 말씀하시는 한 방을 기다리다 잠들 것 같아서리...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3 15:41   좋아요 0 | URL
잠이 소록소록 잘 올 것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무미건조하며, 불의미한 영역, 해석불가능한 접점 따위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내러티브가 너무 선명하면 개인적으로 흥미가 없습니다. 너무 뻔한 살인 사건`에 대해 관심이 없듯이 말이죠..

스텔라 님에게는 이 영화 비추천.. ^^

stella.K 2016-04-03 18:51   좋아요 0 | URL
잠 안 올 때 꼭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직은 잠 보다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우기고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을 때가 많아요.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4 15:32   좋아요 0 | URL
영화는 성능 좋은 약이기도 하죠.. ^^

푸른희망 2016-04-04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정만세 참 좋아했던 영화였는데 잊고 있었네요 마지막 장면 이유도 모르면서 개운하기도하고 먹먹하기도 했는데
한방....저도 사실 좋아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4 21:40   좋아요 0 | URL
주사는 의사에게 한방은 한의사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