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싶어도 이제는 더 이상 국내에서는 먹을 수 없는 음식이 있다면..."칠리"되시겠다. 그것도 특별 브랜드를 따지고 들어가자면 쓰레기 음식의 집합소라고 불려도 별반 할말이 없는 패스트푸드점인 "웬디스 칠리"가 생각난다.
처음 이곳의 칠리를 먹게 된 연유는 잠깐의 도미(아쭈..그냥저냥 외유성입니다. 국가수배망에 올려질 정도로 그리 대단한 인물이 아니랍니다.)생활 중 매형차를 타고 A에서 B로 이동 중 갑작스런 허기를 느낀 후 뭐 좀 먹어요? 라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바로 길가에 빨간머리 삐삐소녀 얼굴이 큼지막하게 박혀있는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가 먹게 되었다. 햄버거를 즐기지도 않을 뿐더라 어쩌다 하나 입에 쑤셔 넣고 우걱우걱 씹다보면 대체 내가 이걸 왜 씹고 있는지...라는 회의감이 쓰나미처럼 몰려오기도 하기에 가급적 햄버거는 애용하는 음식이 아니였더랬다. (그래도 버거킹쪽은 제법 먹는다.)
배고픈데 눈에 뵈는게 없는 걸 햄버거라도 씹어줘야 겠다는 생각에 오만상을 찡그리고 쏼라쏼리 메뉴판을 보고 있자니 매형이 권해 준 음식은 "칠리"였었다. 느끼하지 않으니 먹을만 할꺼고 원래 여기 칠리가 유명하다는 말까지....
그리하여 한사발 받아들고 우적우적 퍼먹기 시작했는데...딱 내 입맛인 음식이였던 것... 살짝 매콤하며 흐물흐물 물렁해진 콩과 열나 갈아 집어 넣었을 고기조각들까지.. 그 후 일주일에 세번정도는 햄버거집에 가서 햄버거 안 먹고 칠리만 주구장창 퍼먹었었다.
한국으로 들어온 후 자연스럽게 삼성동 무역센터 야외 지하 (유식한 말로 선큰이라고 하더라.)에 위치한 웬디스매장을 기억하고 다시금 칠리를 찾게 되었고, 여전히 나는 햄버거집에서 햄버거 씹지않고 칠리만 퍼먹는 용도로 이곳을 애용했었다.
그것도 잠시더라..무슨 일이 있었는지 빨간머리 삐삐얼굴은 이름부터 촌시러운 위너스 버거로 명칭을 개조하더니 그나마 그 유치찬란한 이름도 유지하지 못한 채 망해 자빠져버리는 모습을 보여줬더랬다. 그 후...칠리 찾아 삼만리 인생을 구가하다 "칠리스"라는 패밀리 레스토랑을 개척까지 했다지만..분위기 상 칠리만 퍼먹고 나오면 귓구멍 간지러워지는 분위기인지라 그마저도 뜸하게 가게 되었다. (결국 계약기간 완료로 칠리스도 한국에서 철수)
결국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되버렸고 먹고자 과욕을 부리자면 저만한 종이컵에 들어있는 웬디스식 칠리를 먹고자 딴나라에 가야 된다는 현실이 되버렸다. 뭐 안먹어도 살 순 있지만 그래도 가끔식 생각은 난다. 어디 비슷하게 파는 곳 없나.?
뱀꼬리 : 미국이라는 나라에선 어떤 불량부부가 사고나서 잘린 친구의 손가락을 사들여 칠리스프에 집어넣고 웬디스 칠리에 사람 손가락이 들어있다고 쌩쇼를 부리면서 엄청난 보상금을 뜯어 먹을려고 했다. 결국 웬디스 엄청난 재정적 피해와 매출감소로 이어졌고, 경찰의 집중수사 과정에서 자작극으로 밝혀져 9년형을 언도 받았다고 한다. 9년동안 칠리를 손가락으로 퍼먹는 형벌이 덤으로 딸려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