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날 다시 말해 일요일 새벽이였다. 요즘 도통 밤잠을 못 자는 그러니까..
50% 자의적인 불면증 덕분에 늦은 시간까지 잠을 안자고 노닥거릴 때가
많아졌다. 이날도 어김없이 노닥노닥 거리며 이리 뒹굴 저리 뒹굴거렸는데
새벽 3시쯤 넘어 집밖에서 아주 약간의 소란스런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4층인 우리집에서 슬쩍 밖을 내다보니 왠 총각 두 새퀴가 약간의 고성이
오가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친구같아 보이는 인간관계들 같은데 술이
좀 들어간 듯한 한 놈이 시종일관 형님이 말이쥐~ 를 운운하면서 심히 양아
틱하며 날라리틱한 대사를 날려주고 있더라. 다른 한 놈은 묵묵히 듣다가
도저히 안되겠는지 그만 좀 하자 응~ 을 연발하고 있었다.
좋은 술 처먹었으면 곱게들 집에 들어가 자빠져 자던가..라면서 걍 무시하고
난 역시 내 볼일인 새벽의 뒹굴에 몰입하고 있었다. 하지만 잠시후 제법
큰소리가 밖에서 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고개를 슬쩍 내밀어보니 아까 그 두 새퀴가 땅바닥에 뒹굴거리면서
온갖 육두문자를 날리며 주먹질을 하고 계신 것이다. 그 형님이 말이야 운운
하던 놈의 목소리가 더더욱 컷으며 이놈이 분명 주먹질의 스타트를 끊은 듯
하다. 새퀴들..피가 펄펄 끓나 보구나..길바닥에서 저런 개싸움을 하고...
냅두고 다시 나만의 유희에 집중할려는데 이 새퀴들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기
시작한다. 심지어 웃통까지 벗고 아까 그 형님새퀴는 핸드폰에서 개소리를 지
껄이기 시작한 것이였다. 그 놈 엄마인지 팰려는 놈 엄마인지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내가 누굴 죽인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던 것.(미친놈 사람
죽이는게 쉬운가 보지..아까 그 쌈실력으로는 지나가는 개미도 못 죽인단다.)
그러고는 핸드폰을 땅바닥에 패대기를 치고 또 다시 슬슬 피하면서 그만 하자
는 다른 놈을 쫒아가면 팰려고 기를 쓰기 시작한다. 보아하니 그만하자~ 란
놈이 제법 잘 피한다. 그러다 보니 전화 패대기 친 놈은 지가 날리는 펀치가
한방도 안 맞으니 더더욱 열이 받을 수 밖에...
순간.. 뛰쳐나가 메피스토 10단 콤보를 날리고 싶은 생각이 불현듯
들더라는.. (아마도 내가 20대였다면 분명 그러하고도 남았을지도 모르겠다.)
점점 소란이 심각해지자 옆집 앞집 앞집의 옆집들 불들이 켜지기 시작하더니
급기가 저기 밑에서 그 새퀴들을 제압하는 굵직한 목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
한다. 그러더니 금방 꼬리 내리고 놓으세요 아 좀 놓으세요~ 란 아까 그 전화
기 패대기 친 놈의 목소리도 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잠잠해진 새벽으로 돌아
오게 되었다.
그 놈들 사실 큰일날 뻔 했다. 만약 싸움판을 우리집 바로 아랫집으로 잡았다면
분명 그집에 사는 태권도 사범에게 붙잡혀 양싸다구 팔렁거릴 정도로 두둘겨
맞았을 것인데.. 작년 그 집 현관쪽에서 담배를 피던 중딩 3놈이 퇴근하는
사범에게 걸려서 아주 개작살이 났었으니까..
그게 아니면 그 새퀴들 싸울 때 장대비라도 내렸어야 하는데...
이번 비는 참으로 타이밍을 지지리도 못맞춰준다.
소리지르면서 소란스럽게 싸우는 놈 치고 제대로 싸우는 놈 못봤다는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의 말씀이 진리며 진실이라는게 확인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