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갔다 온 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좀 관련된 에피소드가 떠오르면서 자꾸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는데. 

친구들에게 그닥 연락을 잘 하고 지내는 편이 아니라 벌써 몇년째 소식없이 지내고 있던 친구라 어쩔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래도 생각이 끊이지 않기에 소식을 알만한 사람이 또 우연히 페이스북에 친구의 친구로 등록이 되어있길래 연락을 했다. 

- 아, 전화뿐이었다면 지금도 소식은 전하지 못했을테지만. 메시지를 전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예전에 뜬금없이 - 아주 친하게 지내던 친구도 아니었는데, 잘 지낸다는 소식만 듣고 있었기에 성당에서 갑자기 그 친구가 떠올라 안부를 궁금해하던 차에 잔칫집에 갔다가 그 친구 아버지를 만나게 되어 그냥 가볍게 안부를 물었다가 수도회에서 나온지 얼마 안되고 잘 못지낸다며 기도를 해달라는 얘기를 듣고 놀란 기억때문에. 

요즘 계속 생각이 나는 친구에게 미련이 있는 놈처럼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연락을 해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안부를 물어본 거였는데, 그 친구 아버지가 암선고를 받고 병원에서 항암치료마저 포기한 상태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 이런 젠장. 

......한동안 연락이 없는 친구가 갑자기 막 생각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 안되는데. 

 

........ 문득 내가 뭔가 좀 잘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낸 친구들, 아, 물론 가까운 친구들은 그나마 전화통화를 하거나 문자 한통이라도 보내며 안부를 전하지만. 먼저 안부인사를 건넬 생각은 왜 못하는걸까. 

내가 알만한 친구들 안부를 물어봤는데, 한녀석의 얘기는 없길래 혹시나 해서 찾아봤더니. 이탈리아에 있다! 이십일전에 일주일도 더 넘게 이탈리아에 있었으면서! 로마에서 연락했다면 만날 수 있었을텐데...라는 생각을 하니 왠지 마음이. 

아, 정말. 친구 아버지 소식도 맘 아프고. 5년넘게 로마에서 유학생활하는 친구 소식도 맘이 짠해지고. 

 

 

 

 

 

아니다. 오랜만에 통화한 딸내미는 아기 소식을 전해줬어. 그건 감사할 일이지, 뭐. 올해 말이나 내년초쯤 세상을 볼 예정이라니까 애기 선물을 준비해야겠다. 친구 하나는 늦둥이를 가져서 담번에 만날 때는 배불러서 만나겠다며 막 웃었는데... 요즘 주위에 아기 소식이 많이 들려 좋은 것 같아. 세상살이는... 이런거겠지? 

아무튼. 한동안 연락없던 친구들에게 안부인사나 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로마에서 아씨시로 향하는 길에 잠깐 노르치아라는 곳에 들렸습니다. 저는 사실 페루지아를 거쳐 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씨시에서 시간이 되면 잠깐 페루지아를 다녀오는 것이 가깝다고 해서 미뤘는데 - 결국 어머니가 너무 피곤해하셔서 페루지아도 포기하게 됐지만 - 노르치아도 좋더군요. 

노르치아에 들어서면 처음 반겨주는 것은 역시 광장의 가운데 서 있는 동상. 성 베네딕토입니다.  

그런데 노르치아, 이곳이 생고기의 본고장,이라 들었습니다. 

 

저기 보이는 상점에서도 프로슈토(이탈리아의 그 유명한 생햄;;;)를 팔더군요. 옆집의 바에서 - 그러니까 저기 차양막이 있는 곳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데 순간적으로 아주 고약한 냄새가 풍겨 저절로 고개가 마구 두리번거려지던데... 아무튼 선글라스까지 씌운 돼지들의 머리는 말라비틀어지긴 했지만 생각보다 인상찌푸리게 되는 그런 풍경은 아니더군요.  

 

이건.... 노르치아를 지나 아씨시의 전망 좋은 식당에서 먹은 그 생고기...메론과 같이 먹는건데, 첫맛은 좀 그랬고 씹어갈수록 좀 색다른 맛이 나긴 했습니다.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제가 먹기에 아주 고약하지 않아 더 먹으려면 먹을수도 있었는데 옆에 앉으셨던 분이 워낙에 잘 드셔서...그냥 저 반쪼가리만 먹었지요. 별다른 건 없지만 마침 사진이 한 장 있길래;;; 

여전히 성지순례모드였는지라 사진에 별 흥미를 못느껴서 아주 흥미로운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었는데 모두 내 기억속에만 있습니다. ;;;; 
 

다시 노르치아 이야기로 돌아가서. 

노르치아는 우리나라에도 조금 많이 알려져있는 베네딕토 수도회의 창설자 성 베네딕토와 그분의 쌍동이 성녀 스콜라스티카의 고향입니다. 성당은 두분의 생가 위에 세워져 있고,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점심시간 조금 지난 시간이었는데 수사님들이 성무일도를 하고 계시더군요. 지하에서 성당위로 성무일도를 하는 소리가 스윽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로마에서 봤던 성당과는 또 다른 느낌이지요. 화려한 벽장식이나 천장도 없고, 성상과 벽에 부조가 새겨져 있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이 제단 아래에 다시 성당 제단이 있고, 수도회 수사님들이 성무일도와 미사를 하는 곳 같더군요.
제가 분도출판사를 아주 좋아했었는데 - 그 분도가 베네딕토의 한자음 표기로 같은 성인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뭐 그냥 그래서 왠지 친근감이 들기도 하고 그랬는데, 노르치아에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 그리 큰 도시도 아니었고... 이탈리아의 소도시,같은 분위기가 확 풍겼던 곳이었습니다. 


노르치아, 오른쪽 건물이 성당. 광장의 중심에는 항상 성당과 청사. 두 중심권력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겠지요, 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글쓰기가 귀찮아...라는 말조차 쓰기 전에 글등록이 되어버렸다. 아, 이럴때만 인공지능처럼 움직이는. 

오늘내로 밀린 서평을 다 올려야해. 진중권의 서양 미술사 모더니즘편은 재밌기는 한데 서평을 어떻게 쓰지? 

그러고보니 이미 읽은지 일주일, 혹은 한달...이 되어가는 책 서평도 안올리고 있었구나. 서평을 쓰고 난 후, 보관할지 방출할지 고민을 할텐데 괜히 책만 쌓아놓고 있고. 

 

노르치아의 광장은 저리 간결해보이기만 하고마는.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pjy 2011-09-22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 다녀와서 다시 일상에 묻힐려니 그러시나요^^; 뭐~~~ 또, 가을이 왔으니깐 싱숭생숭 할지도 모르지요~~
 

네이버 검색하다가 구월십칠일 고백데이,라고 뜬 걸 봤다. 어라, 이건 또 뭔가.. 싶어 봤더니. 크리스마스 백일 전 고백데이. 

아, 젠장. 고백한다. 내 생일이다. 

 

문득 다시 성격유형을 뒤적였다. 이십대에 방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혼자 열심히 문항에 답하면서 검사했을 땐 잔다르크같은 유형이 좋았나보다. 정식으로 검사지를 갖고 테스트를 했을 때 나는 아이엔티피. 아이디어뱅크? 좋게 말하면 그거지. 

여러 문항들중에. 내가 요즘 성격유형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나왔다. 타인에 대한 무관심. 

내가 조금 세심해 보이고 잔정이 많아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둔한 편이고, 친한 사람에게도 당황스러울만큼 무신경하게 별관심을 두지 않는 나를 들여다볼때가 있다.  

근데 내가 제이가 아니라 피라고 하면 흠칫, 놀라는 이들이 많은데. 

엠비티아이에 대해 한참 관심이 많을 즈음, 애들이 떼로 몰려와 아이에스티제이라고 치를 떨며 얘기하던 것만 떠오른다. 

야, 지금 보니까 세상의 소금, 형이잖앗! 그...그리고 중요한 건, 난 절대 그 유형이 될 수 없다는 거.  

성격은 변할 수 있는 것이고, 검사 결과 엔과 티는 중간에 걸려있어서 그냥 본인이 편하다고 생각되는 유형으로 생각해도 된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어서 그닥 신뢰가 가진 않지만, 타인이 보는 내 유형은. 그들에게 있어 아주 정확하다고 회자된다. 

 

 

성격유형 생각하다보니 또 잠이 달아나버렸어. 제발 나를 좀 이해해 줘.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pjy 2011-09-18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는 미역국이랑 맛난거 좀 드셨나요? 전 상당히 클래식?해서 요딴거밖에 생각이 안나요^^ 생일 축하해요~

chika 2011-09-19 09:5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뻔뻔하게 자기 생일턱을 요구하던 언니마저 그냥 넘어간 제 생일이었습니다. ㅠ.ㅠ

생일에는 원래 미역국 안먹고, 추석 즈음이라 언제나 따로 생일상을 차린적도 없었던...흠,, 가만 생각해보면 조금은 불쌍해지는 어린시절이었는데 여전히... ㅎ

 

 

조금이라도 싸게 여행을 가보고자 조금 돌아가는 (로마 행 대한항공 직항도 밀라도를 거쳐 들어가는 것이니, 파리를 경유해 가는 것도 직항에 버금가는 것이라 생각하며) 항공권을 구입했습니다.  에어 프랑스에서 구입하면서 대한항공을 탈 수 있는 비행시간대를 선택해 조금이라도 항공권 금액이 저렴한 기간을 선택해 8일간의 여행을 하게 되었지요. 

첫날, 새벽부터 일어나 집 단속을 다 하고 첫 비행기를 타러 나갔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로마까지 가기 위해 제주에서 김포로, 김포에서 인천으로 간 다음 비행기를 타고 파리까지, 파리에서 다시 로마까지 세번의 비행을 한 것입니다.
아침 새벽부터 일어나 땀 삐질거리며 다니다보니 국제선을 탄 이후에 정신없이 졸고 있었는데 눈 뜨고 보니 아직도 비행기가 뜨지 않았더군요. 멍때리며 앉아있던 그 시간에는 지연되는 시간에 아무런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가 환승해야 하는 승객이었음이 떠올랐습니다. 파리 도착 후, 환승 시간이 한시간 반이었거든요. 우리의 도착 예정 시간은 로마행 비행기가 이륙하는 시간이었고, 과속운전을 하라고 말도 못하는 우리는 승무원에게 문의를 해 봤지만 그 역시 지상에서 별다른 지시가 오지 않는다면서 일단 비행기에서 내리면 지상직원의 안내를 받으라는 얘기만 해주더군요.
에이 뭐, 지들이 연착한거니까 알아서 해 주겠지 라는 배짱으로 있었지만, 로마 공항에서 기다리기로 한 신부님 생각에 좀 화가나기도 하드만요. 

어쨌거나 어머니가 계셔서 휠체어 서비스를 신청했었는데 비행기가 착륙하니 바로 앞에 다부져보이는 여직원이 대기하고 있더군요. 무전 연락을 계속 취하면서 앞장서서 휠체어를 끌고 가는데 뒤따르는 우리가 뛰다시피 해야 속도를 맞출 수 있을만큼 아주 빨리 움직였습니다. 그녀의 뒤를 따라 정신없이 달리고, 셔틀버스를 타고 환승 터미널 앞으로 갔는데 무전연락을 하던 셔틀버스 기사가 우리보고 그냥 앉아있으래요. 우리가 타기로 한 비행기가 떠났다고...
잠시 후 다시 처음에 봤던 휠체어 서비스 직원이 나오더니 우리를 데리고 또 다른 곳으로 가더군요. 우리가 탑승 할 수 있는 다른 비행기를 찾았고 그곳으로 가는 거였어요. 다른 터미널로 이동하고 다시 짐 검색을 하는 와중에 그 직원에게 우리 수하물도 문제없이 탑재되었는지 확인해달라고 했더니, 아무 문제없이 오케이!라고 해 주더군요.
그렇게 숨가쁘게 달리고, 결국은 두어시간 늦게 로마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아무 문제 없다던 우리의 트렁크 세 개. 사람들이 거의 빠져나가고 난 후 더 기다려봤지만 보이지 않아서 데스크에 가 문의를 하자 여권을 보자마다 대뜸 기다렸다는 듯이 유어 배기지 스틸...어쩌구 하는겁니다.
아, 긴장하고 피곤하고 정신없던 내게는 오로지 '스틸'만 들렸어요!
그래서 정신줄 놓으려고 하는데 뒤에 있던 언니가 '스틸 인 파리?'라고 확인하더군요.  
하.하.하;;;;;
걱정이 많은 내가 steal만 생각하고 있을 때, 언니는 still을 생각하고 있었던 겁니다. ㅡ,.ㅡ 

그래도 칫솔은 트렁크가 아닌 배낭에 담고 있어 다행이네,라는 긍정의 마인드로 몸만 가볍게 (아, 정말 마음은 무지 무거웠습니다 ㅠ.ㅠ) 공항 밖으로 나와 신부님이 소개해 준 숙소에 가서 잠을 청했습니다. 

다음 날, 짐을 숙소로 보내준다는 그들의 말은 절.대.로 믿을 게 못된다는 걸 경험으로 아는 신부님의 조언대로 아침에 확인 전화를 다시 하고 오후쯤에 직접 공항으로 찾으러 가기로 했지요. 로마 시내를 잠깐 둘러보고 (아침 9시경이면 짐이 도착할 예정이고 그러면 전화를 준다는 이들은 열두시가 되어가도록 전화한통 없고, 확인 전화를 했더니 짐을 싣고 올 예정인 비행기는 도착을 했지만 짐이 도착했는지는 모른다 는 어이없는 대답만 듣다가) 공항으로 찾아갔습니다.
출입문에서 5미터정도면 갈 수 있는 알이탈리아 안내 데스크를 찾아가기 위해, 2층의 인포메이션과 알이탈리아 창구 곳곳을 거쳐 (이탈리아어를 모르는 내가 듣기에도 1층에서는 2층으로 가라, 2층에서는 다시 1층으로 가라는 식의 화나는 안내를 대여섯번 듣고 난 후) 마.침.내 2층에 있는 경찰에게 문의를 하라는 얘길 듣고 찾아갔더니 경찰이 문의 내용에 귀를 기울여주더군요. 이제 겨우 끝인가...싶었는데! 경찰이 내 여권을 요구했고, 여권을 숙소에 두고 온 나는 사색이 될 수 밖에 없었고... 공항에서 헤매고 다닌 신부님도 뒤로 물러설 수는 없었기에 자신의 여권과 우리의 주민등록증과 같은 효력이 있는 등록증(사제증명서 같은게 아닐까 싶었는데)을 보여주면서 사정을 했더니, 그래도 로마의 경찰들에게 아직까지는 사제에 대한 신뢰가 있었는지 좀 고민을 하더니 들여보내주더군요. 알고보니 경찰이 짐을 찾아주는 것도 아니고 단지 신분 확인을 하고 공항 검색대를 지나는 허가만 해 주는 역할이었어요 ㅡ,.ㅡ 

뭐, 어쨌든 우여곡절끝에 겨우 검색대를 지나 승객이 도착하는 곳의 안내 데스크를 찾아 갔더니 또 줄이 무더기. 기다리고 기다리다는데 안쪽 문이 벌컥 열리더니 짐 찾으러 온 분, 하고 외치길래 손 번쩍 들고 따라 들어가서 이것저것 확인하고... 혹시나, 싶었던 저 끝 구석에 있는 짐들 사이에 우리 짐이 있을지 모르니 가서 찾으래요. 직접. 아아...;;;
짐 창고 문이 열려있길래 그냥 들어가서 두리번대고 있으려니 그곳 직원이 어떻게 들어왔냐고 화를 내려고 하면서 거칠게 문을 잠궈버리고, 우리 짐표를 확인하면서 우리에겐 가만히 있으라고 하고 직접 가방을 찾기 시작하더군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가방을 찾다가 못찾으니까 결국 우리보고 직접 찾으라고. 그러고는 안쪽에 세명의 직원이 있었는데 그들은 앉아서 잡담하며 떠들고 있고. 아이고~ 속이 터지지만 아쉬운 건 짐을 못찾은 사람들이니 우리가 헤매고 다닐밖에. 비슷한 시간에 들어갔던 다른 사람들은 자기들 가방을 찾고 나가는데 우리만 세개의 가방 중에 하나를 못찾아 수십개의 가방을 하나하나 뒤지고 또 뒤지고. 아, 정말 미칠 것 같더군요. (그 한개의 가방은 우리것이 아니라 빌린 것이어서 텍 하나하나 살펴봐야하기 때문에 더 찾기 힘들었어요)
근데 웃긴건 우리가 그렇게 가방을 찾고 있는데 수다를 떨던 직원들이 갑자기 우리보고 잠시 비키라고 하더니 무더기로 쌓아 올리더니 한 블럭의 이동 짐칸을 채우고 그걸 밖으로 끌고 가는 거였어요! (뭐냐, 저걸 밖으로 가져 나간다면 밖에서 그냥 짐 찾아가라는 것과 같은데 처음 우리에게 손도 못대게 하던 건 그냥 쇼였어?)  

아무튼 그렇게 짐을 밖으로 빼내는 것에 당황스럽기도 하고 짐을 빨리 찾아야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헤매고 헤맨 끝에, 드디어 찾았는데!
제주에서 김포로 갈 때 혹시 몰라서 트렁크 지퍼를 테이핑 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스윽 스치다가 대한항공 테이핑의 지퍼가 손에 잡혀 찾아낸 거였습니다. 2cm의 흔적이 가져다 준 단서라는 것은. 아, 가방을 찾은 그 기쁨이란.  

처음 짐이 안왔다고 했을 때, 숙소로 보내주겠다는 말을 그대로 들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아, 그랬다면 지금도 우리는 짐을 돌려받지 못했겠지요. 이탈리아인들의 업무처리 능력이란. ㅡ,.ㅡ  

거기다가 돌아오는 날, 공항에 일찍 도착했는데 세시간전엔 티켓팅도 안해준다고 하고, 휠체어를 기다리는데도 서로서로 말이 어긋나 한시간을 넘게 기다리다가 결국 탑승수속 삼십분 전에야 들어갈 수 있었고. 아아, 정말 그들의 업무 처리 능력과 자세란! ㅠ.ㅠ

사실 돌아오는 날짜를 착각해서 피렌체에서 시에나로 향하려다가 급하게 로마로 올라가 비행기를 타고 온 것도 큰일이었긴 하지만 (이...이건 정말 챙피해서 발설하고 싶지 않은 일입니다만 ㅠ.ㅠ), 로마에서 파리로 가는 비행기마저 지연되었을 때 다시 한번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삼십여분의 지연 소식에 직원에게 또 우리가 환승해야 하는 비행기를 타야하는데,라고 했더니 아주 간단하게 비행기는 정시에 도착!하니 아무 문제없다더군요. (이건 짐작인데 비행기 지연은 상시적으로 일어나고, 그래서 비행기의 도착 시간자체를 여유있게 적어놓는 것 같았어요. 지연된 시간보다는 좀 빨리 도착하긴 하더군요.)
뭐, 조금 늦게 도착하긴 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라 한결 여유로운 마음으로 - 이번 휠체어 서비스 담당 직원 또한 여유롭게 천천히 움직여서 시간내에 출발 게이트에 도착할 수 있었지요. 

 

========== 지금 생각하니 왜 그리 여유가 없었나, 싶군요. 처음 당해 본 일이라 (아, 두번 다시 당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예요!) 당황하게 되는 건 당연하지만 뭐 그래도. 

긴박하게 움직이느라 사진 한 장 못찍었는데, 에어 프랑스의 휠체어 서비스 담당 직원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더군요. 촉박한 시간속에서도 자신감 넘치는 여유가 있고, 프랑스어로 첫 인사를 하고 (싸바?가 인삿말 맞죠?) 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지, 영어를 할 줄 아는지 물어보고 난 후 간단한 관심거리를 물어보기도 하고 셔틀버스 기사분들은 비행기를 놓쳐 울상인 우리에게 걱정말라며 잘 해결될꺼라는 말을 프랑스어, 영어 막 뒤섞어가며 얘기해주고(사실 영어를 잘 못하는 제가 듣기엔 그분도 짤막한 영어를 구사하는 것 같아 막 정겨웠어요! ㅎ), 난 정신없이 내리는데 어머니에게 웃으며 잘가라고 손도 흔들어주고 그랬다는군요. 사실 짝달막하고 똥똥하고, 벤치에 앉아 사탕물고 수다를 떨다가 셔틀에 올라타고는 휠체어를 밀며 나타난 직원이 자기가 아는 직원이라고 이름 부르며 막 반가워하고... 이런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졌는데. 

인천공항에 도착하고 나니 뭔가 다른 것이 느껴지더군요. 십오년전쯤 에어캐나다를 탔을 때, 나이 지긋해보이는 승무원들이 조금은 느릿느릿하게 움직이지만 아주 친절하고 신중하게 승객을 대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었는데, 오늘날 우리에겐 휠체어 서비스 담당 직원들조차 여전히 늘씬하고 이쁜 여자들만 있는것일까, 싶은. 

 

 

사진은. 출발할때 티켓팅했던 무용지물이 된 표,와 다음 연결편으로 재빨리 티켓팅을 해 줬지만 그 또한 놓쳐서 무용지물이 된 표와 결국 세번째 티켓팅한 표로 로마에 들어갈 수 있었던 알이탈리아표. 짐이 스틸된게 아니라 스틸 인 파리일뿐임을 알려주고 내일 다시 문의하라며 건네 준 문서. 그리고 도둑이 무서워 잃어버려도 괜찮을 시계를 차고 갖는데, 지금도 여전히 로마 시간에 맞춰져 있는 시계.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조선인 2011-09-15 16: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궁, 하여간 유럽여행 가신 분 중에 짐 분실 얘기 없는 분은 거의 없다는... 그런 거 보면 우리나라 항공사가 확실히 서비스 능력은 뛰어난 듯. 고생 많이 하셨지만 아픈 데 없이 무사히 돌아오신 거 같아 환영합니다. 방긋.

chika 2011-09-15 22:30   좋아요 1 | URL
우리도 그렇게 말했어요. 우리 항공사 같으면 바로 찾아서 숙소로 보내줬을꺼라고. 로마 공항 수하물센터에는 수십개의 가방이 무더기로 쌓여있더군요. 돌아올때 파리 공항에선 수하물벨트에 혼자 도는 가방을 보니 맘이 짠해지기도 하고;;;
그런 문제빼고는 정말 모두 건강히 즐겁게 여행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고맙습니다 ^^

pjy 2011-09-15 17: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엄청난 우여곡절이군요-_-;
뱅기가 자주 지연되고 환승티켓이 쓸모없어지는 상황은 우리나라외에는 자주 일어나고 흔한? 국제 상황이라고 듣긴 들었지만 그래도 @ㅅ@;
친절한 직원들 덕분에 그나마 휠체어서비스도 제대로 받고 다행입니다~ 그거 미리 신청안했으면 이역만리 타국에서 마라톤 할뻔 ( '') ('' );
아마도 짐은 배달해줄때까지 기다렸다면 영영 빠이빠이~~ 결과가 나올뻔했겠네요ㅠ.ㅠ 직접 찾으러가도 그 모냥이라니....
어쩐지 인천공항에서 환승하는 코쟁이 외쿡 사람들이 이상하게 기내로 짐을 산더미처럼 이고지고 움직이던데..오랜 경험으로 쌓인 노하우였군요ㅋㅋ
페이퍼 제목이 왜 이런가 이해가 됩니다^^;

chika 2011-09-15 22:33   좋아요 1 | URL
저..저는 내가 직접 그런 일을 겪게 되리라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어요! ㅠ.ㅠ
카모메 식당에서 뒤늦게 여행가방을 찾는건 단지 설정이려니..했지만 실제 상황일 수 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고. 아이구~

참, 저도 기내에 커다란 짐가방을 들고 타는 사람이 많아 이상했는데, 이젠 그게 하나도 안이상해요! 기내반입에 걸릴 물건만 없으면 무조건 짐을 들고 타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구요 ;;;

진주 2011-09-15 2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해외 여행은 역시 쉬운 게 아니였어요.치카님이 어마어마한 능력자로 보여요~ㅎㅎ

chika 2011-09-15 22:36   좋아요 1 | URL
아이고~ 아니예요. 로마에 계신 신부님이 모든 걸 다 알아서 해 주셨어요.
짐이 늦게 도착했을 때 빨리 찾기 위해서는 막 화도 내야 한다고 하던데, 말도 못하는 내가 화는 또 어떻게 낼 수 있었겠어요. 아, 정말 외국어공부를 해야겠다는 결심이!(불끈) ㅠ.ㅠ

반딧불,, 2011-09-16 1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잘 다녀오셨다니 다행입니다.

chika 2011-09-16 14:31   좋아요 1 | URL
네, 무탈히 잘 다녀왔습니다. ^^

울보 2011-09-16 1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한편의 드라마를 본듯하네요,
그래도 정말 어머님과 오랜기억속에 남을 여행을 하셨네요,
저 제주 가요,
태어나서 처음,,ㅎㅎ 옆지기가 웃어요,
류가 너무너무 비행기타고 싶다고 해서 10월 연휴에 올 여름휴가도 없었기에 그냥 떠나기로 마음먹고 저도 몇일만에 없는 비행기 표 간신히 예약해서 떠나요,,
제주로,,ㅎㅎ

chika 2011-09-16 14:33   좋아요 1 | URL
지나고 나니, 그냥 에피소드네요 ㅎ

시월초에 가족 나들이를 하시는군요! 선선해서 다니기 딱 좋을때예요! 애들은 물놀이 할 수 있는 여름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도 좋아할꺼예요! 멋진 여행의 추억을 만드셨으면 좋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