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파괴된 다리의 이미지를 보며 학살당한 사람들의 이미지를 볼 때보다 더 큰 고통을 느끼는가?
아마 그 이유는 우리가 파괴된 다리에서 인간의 필멸성을 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수명에도 끝이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문명의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파괴하는 행위는 이야기가 다르다. 다리는 그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그대로 간직한 채 개인보다 더 오래 살아남도록 지어졌다. 다리는 영원을 붙잡으려는 시도이며 개개인의 운명을 초월한다. 죽은 여인은 우리 가운데 한 명이지만 다리는 인류 전체다.(41,슬라벤카 드라쿨리치)
가만히 앉아 소식을 듣고 문득, 뉴스시간이 되어 TV앞에 앉아있다가 울컥, 오랜만에 친구와 통화를 하다가 결국은 분노가 터집니다. 지금 제주 강정마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인류 역사에 있어 정말 부끄러운 일로 기록이 될 것입니다.
아주 오래전, 아주 오래전이라고 하지만 우리 부모님, 부모님의 부모님 세대에 일어난 일들입니다. 제주에는 한때 폭동이라 일컬어지며 부모님들이 언급하기조차 무서워하던 4.3 사건이 있었습니다. 한 마을의 주민이 몰살당하고 지역 전체가 소거되고... 그때에도 중앙정부의 국방장관은 제주도를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소리쳤었지요. 지금 구럼비를 파괴하고 강정마을 주민들을 편가르기로 부모자식, 형제자매, 이웃들의 갈등과 불신만 가득하게 만들어버리고... 또 다시 제주가 화약고를 터트린것처럼 불바다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한라산의 용암이 흘러 바다의 바위와 한덩어리가 되어 만들어진 구럼비 바위는 바로 제주의 역사가 되는 것이고 인류문명이 생겨나기도 훨씬 전에 이미 존재하는, 인류문명이 결코 만들어낼 수 없는 보물입니다. 문명의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파괴하는 행위보다 더 끔찍한 폭력인것이지요.
도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도의회와 도지사의 권한까지 무시하고 자연문화유산을 파괴하면서 군사기지를 강행하는 현정권은 우리에게 무슨 의미일까요? 억압받고 수탈받아온 변방, 잠들지못하는 남도의 섬은 결국 우리와 관계없는 이들의 정치, 군사전략에 희생되고 파괴되어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들의 희생제물이 되는 의미는 전쟁과 폭력입니다. 그건 결코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입니다.
친구와 통화를 하며 온갖 욕을 다해대던 심정으로, 진정으로 살의를 느끼며 분노하던 심정으로 돌을 들고 싶은 마음이 울컥,하지만. 그래도 평화의 섬, 탐라 제주인의 자랑스러운 긍지로 평화를 이야기하며 평화적인 방법으로 온몸과 마음을 다해 적들의 만행을 막아내야겠다고..........
풍성한 바다로 저희를 축복해 주신 하느님, 찬미받으소서! 아름다운 오름과 돌과 숲으로 제주를 빚어주신 하느님, 찬미받으소서! 모진 바람과 파도와 역사의 아픔을 겪고도 좌절하지 않고, 인고의 삶을 이어오도록 저희 조상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시고 지켜주신 하느님, 찬미받으소서!
제주가 지난 세월의 고통을 딛고 일어나 참된 평화의 섬이 되게 하여주소서.
이제 참된 평화를 이루기 위하여 저희가 물질적인 탐욕으로부터 자유롭게 하여 주소서.
눈앞의 이익을 추구하며 개발의 포로가 되어 주님께서 은혜로이 내려주신 자연을 무분별하게 파괴하고 훼손하는 우를 범하지 않게 하소서.
인간들이 의지하는 군사력이 결코 이 땅의 평화를 지켜주는 보증이 될 수 없음을 깨닫게 하여 주소서...............
5년이 넘도록 함께 바치던 기도가 오늘따라 더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이 땅에 살아있는 정의와 평화가 실현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