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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드가 차를 살펴보는 동안, 나는 그에게 질문을 하고싶은 열망에 차서 서툰 펀자브어로 그의 감정을 상하게 만들지 않을 정중한 단어들을 선택하여 문장을 구성했다. 이윽고질문의 형태를 정했을 때 그가 내 옆으로 돌아왔는데, 차에새로 긁힌 자국이 없는지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당신의아들 오사마도 나중에 위대한 전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내가 물었다. 쓸데없는 걱정을 했던 게, 그 질문을 들은 그는기쁜 기색이 역력했다. 그의 대답 또한 나의 예상과는 달리간단명료했다.
「그 아이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다면, 인샬라, 그 아이가 제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살 수 있다면 ㅡ 아버지로서 그보다 큰 축복이 어디 있겠습니까?」 - P144

나는 전화를 끊은 뒤 정적 속에서 차를 몰았다. 바퀴가 아스팔트 위에서 궁시렁거렸다. 바람이 살짝 열린 창틈으로 씨근거렸다. 실내에서도 무슨 소리가 들렸다. 정제된 음울한소리, 커져 가는 진실의 조용한 우르릉거림. 뉴욕에 닿으려면 한시간은 더 달려야 했고, 그때쯤엔 결심이 설 터였다. 미국인이라는 기분을 느끼는 척하는걸 그만두기로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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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글은 찬양의 노래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초기 미국 자본주의 체제하의 삶에 대한 수업 중에 평소 습관대로 바닥을 보며 이야기하다가그녀답게 왼손은 그녀가 즐겨 입는 헐렁한 바지에 달린 주머니에 넣은 채 감질나게 떠오르는 생각 때문에 집중력이 흐트러진 듯 시선을 들더니 무심코 툭 내뱉듯 이렇게말했다. 미국은 식민지로 시작했고 식민지로 남아 있다. 즉,
여전히 약탈이라는 단어로 정의되며, 부가 우선이고 시민의질서는 뒷전인 곳이다. 약탈은 조국이라는 이름으로, 조국의이익을 위해 이어져 왔으며, 여기서 조국은 더 이상 물리적인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 미국적 자아이다. 고전주의 전통의 가르침에 따라 욕망 아무리 신중하고, 아무리 평범한것이라고 해도에 의문을 제기하기보다는 그것을 숭배하도록 오랫동안 훈련받아온, 늘 부풀어 있는 미국적 자존감이바로 약탈적 조국이며, 약탈의 대상을 찾아 돌아다니던 레이건정권은 이러한 미국적 삶의 영속적 현실을 그 어느 때보다더 명확하고 투명하게 표현했을 뿐이다. - P12

욕망에 대한 숭배, 부푼 자존감, 약탈을 위한 식민지,
메리의 말에는 미국의 끝없는 자화자찬의 전통을 바로잡는 위대한 부정의 힘이 들어 있었다. 내게는 새로운 것이었다. 나는 그동안 모든 역사 수업에서 배워 온, 신의 축복을 받은 세상의 빛, 미국의 예외주의에 익숙했다. 나는 만인이 볼수 있도록 환한 빛을 발하는 언덕 위 도시의 시대에 성장했다. 그것이 내가 학교에서 배운 미화된 수사였고, 나는 그걸수사가 아닌 진실로 여겼다. 나는 우체국에서 엉클 샘‘이 보내는 다 안다는 듯한 시선 속에서 미국의 박애를 보았고, 매일밤 어머니와 함께 본 시트콤의 녹음된 웃음소리에서 미국의 풍요를 들었으며, 10단 기어 슈윈 자전거를 타고 내가 자란 중산층 동네 복층이나 이층집 들을 지나며 미국의 안전함과 강함을 느꼈다. 물론 나의 아버지는 당시 미국의 열렬한팬이었다. 아버지는 이 세상에 미국보다 위대한 나라는 없다고, 미국에서보다 더 많은 걸 할 수 있고.더 많은 걸 가질 수 있으며 더 많은 것이 될 수 있는 곳은 없다고 믿었다. - P13

인간의 지각력-주의력 그 자체였던 이 지닌 빛나는 유연성은 세상에서 제일 가치 있는 상품이 되어, 우리 정신의 움직임이 어딘가에있는 누군가의 부단한 수익 흐름으로 변모되었다. 미국적 자아는 약탈에 완전히 숙달되어 약탈품의 분배를 이상화하고입법화하여 이른바 식민지뿐 아니라 이제 그런 표현은 얼마나 고루해졌는가! 세계 전체에서 대규모 약탈이 거의완성의 단계에 이르렀다. 간단히 말하자면, 나는 메리가 본걸 다른 시선으로 보고자 하는 노력이 실패로 끝날 때까지,
나 자신의 구원에 대한 거짓말을 더 이상 믿지 않게 될 때까지. 다른 사람의 고통이 내 안에서 나 자신의 갈망에 대한 찬사보다 더 냉엄하고 분명한 비명을 만들어 낼 때까지, 그걸보려 하지 않았다. 내가 휘트먼의 시를 처음 읽은 건 메리와함께였다. 나는 휘트먼을 숭상했다. 초록 잎사귀들과 마른잎사귀들, 창 같은 여름 풀잎, 늘 다음에 올 것을 열망하며 옆으로 기울어진 머리. 나의 혀 역시 이 땅의 산물 내 피의모든 원자가 이 땅의 흙, 이 땅의 공기로 빚어졌다. 하지만 이많은 것은 나의 것이 되지 않으리라. 그리고 이 글은 찬양의노래가 되지 않을 것이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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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을 내려오는데 남극에 오고 싶어 한 정확한 이유를 그제야 알 것 같았다. 다른 마음으로 세상을살고 싶어서였다.

펭마 해변에는 펭귄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있었다. 얼음덩어리와 뒤섞인 검은 자갈, 반들반들한 검은 등과 멋진 붉은 부리. 바위에 올라 파도의 세기를 가늠하며 어느 타이밍에 뛰어들지 고민하는 성체들도 보였다. 어려울 것이다, 바다로 뛰어드는 일은. 우리가 세상으로 나가는 일이 두렵고 주저되는 것처럼.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삶이 되고 만다. 이윽고 한 마리가용기를 냈고 그 뒤에 서 있던 녀석들도 툭툭 뛰어내렸다.
펭마는 지난번과 다르게 한적했다. 내가 젓갈 냄새라고 미화했던 펭귄 분변 냄새도 훨씬 덜했다. 조약돌을소중히 모아 만든 젠투펭귄들의 집은 비어 있었다. 밀려난게 아니라 스스로 떠난 길이었다. 더 큰 세상으로. 좀더 걸어가니 절벽 쪽에 한 무리의 젠투펭귄들이 모여 있었다. - P280

동물과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원칙대로 가만히 서서 지켜보는데 한 발 한 발 내게 다가왔다. 곧 있으면 3월이건만 아직 솜털을 달고 있는 아기 펭귄들이었다. 너희늦둥이구나, 싶으면서 콧날이 시큰해졌다. 인간처럼 펭귄도 개중 좀 늦된 존재들이 있다는 사실이 왜 이렇게 고마울까. 가장 강한 것만 존속하지 않고 저마다 다른 힘과속도를 지닌 존재들이 공존하는 것이야말로 자연의 질서라는 사실이. 아기 펭귄들은 내가 들고 있는 등산 스틱을 톡톡 쏘았다. 뾰족한 부분이 내 부리라고 생각했을 거라고 했다. 그러니까 걔들은 나름 다정한 인사를 한 거라고. 나는 잘 있으라고, 겨울을 잘 견디라고 말하며 아쉽게 돌아섰다. 언덕을 내려오는데 남극에 오고 싶어 한 정확한 이유를 그제야 알 것 같았다. 다른 마음으로 세상을살고 싶어서였다. -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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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책맞게 까페에서 커피 홀짝거리며 읽다 훌쩍거리게 된다. 이런 마음은 나만의 것이 아니었....


마음을 다한 선물을 전하고 싶었다. 무언가 근사한 방법이 없을까... 한참 썼다 지우기를 반복한 끝에언젠가 보았던 다큐멘터리의 제목을 떠올렸다. <반짝이는 박수소리> 표현이 아름다워 저장해둔 문장이었다.
‘반짝이는 박수 소리‘. 이런 표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청각장애인들은 박수 대신 두 팔을 이렇게 반짝반짝흔들며 축하와 격려의 마음을 전합니다.
오늘은 제2회 한국수어의 날입니다. 눈과 손으로 전하는 우리만의 언어를 기념하는 날인데요.
(수어와 함께 멘트) 서로 조금씩 다른 모든 사람이 수어로 다 같이 반짝이는 날을 기대하면서, 오늘 9시 뉴스 마무리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KBS <뉴스9>, 2022년 2월 3일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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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세 전, 연금을 키워라
김범곤 지음 / 진서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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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적 초절세 투자법'이라는 설명이 붙어있는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퇴직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퇴직후 절세를 하며 소득을 조금이라도 높여주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사실 수많은 예시와 숫자들을 보면서 대충 훑어보기 시작할 때는 이해할 수 있는 글이 하나도 없을 것 같았지만 집중의 시간을 갖고 책을 펼쳐드니 그리 어려운 내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분히 읽어보니 오히려 좀 애매하게 알고 있었던 부분을 정리할 수 있어서 좋다는 느낌 정도. 


은행을 다니는 친구에게 도움을 받고, 나 역시 업무관련으로 은행을 다니며 쌓인 친분으로 뭔지 내용은 모르면서 절세할 수 있다는 예금을 가입하곤 했었는데 그 예금들이 모두 비과세되는 상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과세 혜택이 큰가? 라는 생각이 없진 않았었는데 예금이자를 확인하거나 연말정산을 할 때 합법적으로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절세의 효과를 체감하는 건 역시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 내 수익이 더 많은 것을 확인할 때다. 월급이 나보다 훨씬 적은데 연말정산 후 세금환급은 커녕 세금을 더 내는 사람들을 보면 같은 금액을 예금하더라도 절세효과가 큰 상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에서는 국민연금을 제하고 연금저축과 퇴직연금을 통한 절세의 방법, ISA 계좌를 활용하는 법에 대해 구체적인 실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데 실제로 나같은 경우는 이미 기본지식이 있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간단한 설명이지만 용어 자체도 낯선 사람들에게는 이 책의 설명이 어느 정도 수주일지는 잘 모르겠다. 은행 직원에게 두어번 설명을 반복해서 들어야 이해를 할 수 있었던 것처럼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부분이 확실히 이해되지 않는다면 조금씩 필요한 부분과 이해할 수 있는 부분까지 확인을 하면서 책을 펼쳐들면 좋을 것 같다. 


책을 통해 새롭게 알 수 있었던 것은 처음 ISA 계좌를 만들 때는 예금 비과세 효과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만기 이후 IRP계좌로 넣으면 추가 절세효과를 받을 수 있고 서민형 가입으로 6천만원까지 예금인 줄 알았는데 5년이 지나면 1억까지 예금이 가능하다고 하니 보수적으로 안정성을 추구하는 내게는 그냥 편하게 예금으로 넣어두는 비과세, 절세 상품으로만 인식을 해도 그리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부록으로 ETF 분배, 수익율 탑 리스트가 있는데, 퇴직 후 월급처럼 배당금을 받으며 생활할 생각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기본적인 리스트 제공이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다. 

지금 당장 필요한 부분들은 아니라 책을 통한 설명만 읽었는데 각 챕터마다 실려있는 큐알코드를 통해 동영상을 보는 것도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책을 다 읽을즈음 은행 직원이 연금계좌를 하나의 은행에서 관리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고 한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여러 계좌에서 출금이 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세액계산이 그리 쉽지는 않아서인데, 이 책의 저자 역시 연금개시 후 잘 모르겠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하는 것과 비슷한 말이지 않을까. 


퇴직 후 소득에 대한 걱정없이 세금을 다 내면서 연금소득만으로 생활이 된다면 그리 큰 걱정은 안하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으니 합법적으로 절세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배우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이 책을 한번쯤 읽어보는 것을 추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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