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링크로스 84번지
헬렌 한프 지음, 이민아 옮김 / 궁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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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뭔가가 이상했다. 읽고 싶은 책 보내달라는 주문장 아닌가! 이게 책이라고? 으음.....
그래, 뭔가가 이상할때 다시 보길 잘했지. 채링크로스 84번지는 그냥 책방이 아니라 헌책방이었구나.
그걸 알고 다시 보니 바다를 건너는 편지, 선물... 그 안에 넘쳐나는 정...

그리 길지는 않지만 짧게 씌여진 편지 안에서 나는 그들의 마음이 읽히는 듯 해 너무 좋았다. 읽을 책이 필요하다고 투정대는 모습도 애정이 넘치게 느껴지고, 책이 준비되었습니다, 라는 말 한마디에도 그 책을 준비하기 위해 애썼을 책방지기들의 정성도 느껴졌다. 책방지기가 뭐냐고? 그냥... 직원들이지. 알라딘에서 '지기'라는 말을 쓰다보니 그냥 이렇게 붙이게 되네.

사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사람도 많았지. 알라딘의 수많은 서재지기님들. 우리가 서로 읽은 책만이 아니라 서로 선물을 보내고 마음을 나누는 것이 그대로 느껴져 너무 좋았던 것 같다.

채링크로스 84번지는 이미 사라지고 없다고 하지만, 이 곳에는 여전히 알라딘 1번지의 호수를 붙인 쉼터 서재가 넘쳐나고 있으니 좋구나. 이제는 서로가 '만나고 싶어요. 꼭 오세요!'라는 말을 하게 되는 날만 기다리고 있다. 아니, 벌써 그렇게 만나고 있는데, 뭘.
그래서 나는 또 즐거운 상상을 한다. 20년 후, 알라딘 1번지, 책을 보면서 '그래, 이건 나도 기억나!' '우리가 그랬지?' 라는 추임새를 넣으며 서재질의 즐거움을 나누게 되는 상상. 그것만으로도 무척 즐겁다.

오랜 친구와 즐거운 추억을 나눈듯해 기쁘군.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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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20 1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백년 동안의 고독 - 198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문학사상 세계문학 6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안정효 옮김, 김욱동 해설 / 문학사상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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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이 조용한 나날을 보내며, 집안에 넘쳐 흐르는 새로운 생명력에는 관심도 보이지 않고,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은 노년기를 훌륭하게 보내는 비결이란 고독과 영광스러운 조약의 체결뿐이라고 깨닫게 되었다. 그는 아침 다섯시에 얕은 잠에서 깨어나, 부엌으로 가서는 언제나 변함없는 씁쓰레한 커피르 ㄹ한 잔 마시고 하루종일 작업실에 들어앉아서 일을 하고, 오후 네시가 되면 의자를 끌고 테라스로 나가서는, 불타오르듯 강렬한 장미숲과 한낮의 밝은 태양과 끓는 주전자처럼 씩씩 소리를 내며 고집스레 우울을 짓씹는 아미란타는 의식하지도 않고, 어둠이 내리도록 그 자리에 앉아서 모기들의 성화에 못이겨 쫓겨 들어가 ㄹ때까지 줄곧 앉아 있었다.-227쪽

한 순간의 화해란 평생동안의 우정보다 훨씬 값진 것-315쪽

'이럴 줄 모르셨나요?' 그가 태연히 중얼거렸다.
'세월은 흐르게 마련입니다'
'그렇기야 하지' 우르슬라가 대꾸를 했다. '하지만 별로 흐르지도 않아'
이 말을 했을 때 우르슬라는 자기가 옛날 죽음의 골방에서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이 했던 대답을 그대로 되풀이 했음을 깨닫고는, 지금 자기가 말했듯이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커다란 원을 그리며 빙빙 돌고 있다는 생각에 몸을 떨었다.-370쪽

인생의 가을이 무르익는 과정에서 가난은 사랑의 노예라는 젊었을 적의 생각을 다시 새롭게 했다. 그래서 그들은 함께 지난날의 광폭한 탕진생활과, 으리으리 했던 부유함과, 걷잡을 수 없었던 음탕한 삶이 결국은 역겨움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달았고, 고독을 나눌 수 있는 천국을 찾기 위해서 그들이 인생을 그토록 많이 낭비했어야만 했다는 사실을 슬퍼했다. 여러 해 동안의 삭막한 생활끝에 미친듯이 사랑에 빠진 그들은 침대에서뿐만 아니라 식탁에 마주 앉아 있는 순간에도 사랑을 나눌 수 있다는 기적을 터득하고, 그들의 행복은 자꾸만 자라서 그들이 다 낡아빠진 두 늙은이가 되었을때도 어린아이들처럼 꽃피어났으며 강아지들처럼 정겹게 같이 놀았다.-374-3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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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15 16: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백년 동안의 고독 - 198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문학사상 세계문학 6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안정효 옮김, 김욱동 해설 / 문학사상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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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년의 시간이 흘렀다.

지금 마콘도에는 비가 내리고 있을까?

 

책을 다 읽고나니 문득 백년전은 언제였나 생각해봤다. 백년전, 1905년... 을사조약?
나는 왜 그 수많은 생각들 중에서 백년전의 을사조약을 떠올려버렸을까? 백년 동안의 고독은 그만큼 씁쓰름한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게 했나, 라는 생각을 해 본다. 백년 동안의 고독, 이라는 것은 마콘도가 언젠가는 사라져버리는 곳이겠지만 아직은 아니다, 라는 확신이 내 맘 어딘가에 자리잡고 있기때문에 나는 오늘 말 그대로 백년의 시간을 거슬러 1905년을 떠올린 것이겠지.
신화의 한 이야기처럼 시작되는, 아니 환상적인 이야기에서 전개되는 마켄도의 백만년 - 백만년이 아니라고? 내게는 백만년이었는데?
어쨋든 그 백만년의 시간속에서 삶과 죽음과 사랑을 읽는다. 증오와 미움과 전쟁이 있었지만 그 역시 삶을 위한 선택이었고 자유를 위한 전쟁이었다. 그 기나긴 시간은 내가 백만년의 시간을 살아야만 느낄 수 있는 고독의 시간일지도 모르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환상처럼 흘러가는 이야기속에서 나는 마콘도가 조선의 어느 땅, 내가 살고 있는 이 곳 제주섬의 또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신화속의 인물이고, 을사조약은 사라지고 없지만 또 다른 억압이 이 땅을 짓누르고 있어서 신화 속 이야기의 환상적인 주인공이 되어 시간의 거리를 맴돌것이다.
백만년의 시간이 흐르고 언제나 8월이면 비가 흘러내리는 마콘도가 사라지고 없어진다 하더라도,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이 백만년의 시간이 흐르고 사라지고 없어진다 할지라도 되풀이하여 사랑을 하고 사랑을 지켜내기 위해 전쟁을 해야 할 것이다. 헛된 시간이 백만년이 흐르고 나서야 고독을 나눌 수 있는 천국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면 헛된 백만년의 시간을 인내하며 살아갈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 백년의 시간이 지나가버렸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시간은 하나도 지나보내지 않았다. 이 생각이 드니 엉뚱하게도 갑자기 고독해지는 느낌이다. 솔직히 이 책을 읽으며 너무 많은 것들이 떠올랐고, 그 생각만큼이나 더 많이 반복되는 이름들 속에서 나는 그 의미를 잃어버릴때도 많았다. 그들의 역사라고 했지만 그걸 알지 못하는 나는 우리의 역사만을 느낀다. 그것에서도 아픔을 느꼈는데, 콜럼비아의 역사를 알고 다시 이 책을 읽게 되면 또 다른 느낌이 들지 않을까?
어쨋거나 끝까지 인내하며 책의 마지막 장에 다다랐을 때, '백년 동안의 고독'은 아, 하는 탄성과 함께 말로 설명하기 힘든 그 고독의 의미가 느껴진다. 그래, 백만년동안의 시간을 인내하며 살아갈 가치가 있는 것이고, 백년만큼의 인내를 갖고 이 책을 읽어낸 내가 자랑스러움만으로도 이 책은 내게 가치있는 것이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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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5-06-17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이제는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도 마꼰도에 비가 내리고 있다는 헤르넬도 대령의 말을 충분히 이해하고 맞장구칠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방금 점심을 먹고, 달달한 커피가 땡겨서 옆사무실에 있는 카푸치노 슬쩍하구 갖고와서 마시는 중이유.

배부르고, 달달한 커피까지 한 잔 앞에 두고 선선한 바람을 느끼며

채링크로스 84번지를 펴드니... 우와~ 너무 좋은거 있쟎수!!

채링크로스 84번지를 읽으셨던가? 이 책 나는 하루님께 받았다우.

오늘같은 날은 딱 이 책이 맘에 들 것 같아서 읽는 중인데 정말 딱이예요, 딱!

히히~

기분이 참 좋은데, 이런 기분으로 엽서 한 장 띄운다우.

실은 정말 연필 잡고 끄적끄적 하고 싶었는데, 그러다가 잠이 들거 같아서.. 우ㄱ ㅑ ㄱ ㅑ ~

뭐라 하지 마셔~

핑계치고는 참 우스꽝스럽단 생각이 드는 중이욧! ㅡㅡ;;;;;

 

아~ 이거 만두언냐에게 보내는 편지였지. 하마트면 또 도망가야할지 모르는 사태를 발생시킬 뻔...

얌전하고 조신하게 이쁜 엽서를 한 장 띄워도 모자랄 판에.. 안그렇수?

지금 Passion world라는 음반을 듣는 중입지요. 많이 듣던 익숙한 노래들이 나오는 음반이지요.

흐~  네번째 음악이 요르고스 달라라스 '게바라여 영원하라' George Dalaras 'Hasta Siempre'

박물관 지도에 '쟝 드 봉' 이라 쓰여진 한켠에 '존 굿 맨'이라 쓰인거 보고난 후부터 이런것만 보면

웃겨요.  죠지(라고 쓰는거 맞지요? 아닌가? ㅡㅡa)와 요르고스. ㅋㅋ

이 노래 중에 유일하게 들리는 건 "체 게바라~" ㅎㅎㅎ

 

이제 다시 헬렌양의 편지에 빠져봐야겠군요.

그냥 함 읽어봐야지, 했는데 생각이상으로 훨씬 재밌어요.

그럼, 조만간...(조만간? 나 구라 잘 치는거 알암지예? ㅎㅎ)

엽서 한 장 띄울 날 기다리며 이만 줄이오~

 

섬에서 2005년 6월의 선선한 날에, 치카.

뱀발. 참 근데 나중에 놀래가믄 맛있는 차 한잔 줄꺼지예? ㅎㅎ

뱀발 둘. 채링크로스 84번지는 하루님이 주신거라고...썼군. 히히~ 내 대신 하루님께 잘 해주세요!!

사색기행 주셔서 고맙다구요~ ㅋ

뱀발 셋. 뱀신디는 발이 필요어신디 세개씩이나 써부러서 미안하요~ 

(사실 이 말 필요없는거 아냐? 버럭버럭 =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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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6-14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말이여~ 못알아듣겠구만. 그러니까 사색기행이 하루님 거처서 님께 갔다고? 그건 알아서들 하실 일이고. 뱀발이 뭔말이여? 꼭지같구만. 흠... 근데 워쩌나 저기 언급한 음악 하나도 모르는데 ㅠ.ㅠ;;; 머 스스로 자학중이니 냅두면 되겠군, 빨랑써서 부쳐~ 그리고 꿈속에서 얼굴좀 가리지 마란말야~~

chika 2005-06-14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억~
1. 내가 하루님께 뭔가 보답해야는디 만두언냐가 '사색기행'을 보내주었으니 내 대신 해준거라 (맘대로)생각하면서 고맙단 얘기유. ㅋㅋ
2. 뱀발. 사족. 蛇足(뱀다리는 쓸모없는 것이니 안써도 될말을 덧붙인단 뜻이유)
3. 이거 다 쓴건디..우표없어 못부치는 중이유.. 그냥 언냐가 갖고가면 안되까? =3=3=3
4. 윤뺀의 노래 중에 그런 노래 있는데. '가리지좀 마'. 흐흐~
내가 달걀귀신이유? 꿈에 얼굴없이 나타나게. =3=3=3=3

chika 2005-06-14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에 쓴 글까지 만두님 서재로 복사해가부렀다.
우잉~ 다 쓴 엽서가 맘에 안든 모양이다. 빨랑 써서 부치라니.. 으아~!
정녕 만두는 나의 숙적이었단말인가!! =3=3=3=3=3=3=3=3=3

날개 2005-06-14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위에 사진 진짜 맘에 들어요.. 편지지 위에 말린꽃을 붙인건가봐요..
 
겨울 이야기 - Shakespeare's Complete Works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윤기 외 옮김 / 달궁 / 2005년 4월
품절


겁쟁이는 솔직함을 불구로 만들어 진실로 향하지 못하게 만든다네-44쪽

제가 태만하고 어리석고 겁이 많은자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느 누구도 이런 약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사람의 태만함과 어리석음, 두려움은 셀 수 없이 많은 세상사 가운데 때때로 그 모습을 드러내기 마련입니다-44쪽

시간
사람들에게 기쁨을 안겨 주는 일이 더러 있기는 하나 누구에게든 시련을 안기는 나 시간은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고 그 실수를 바로잡기도 해서 선한 사람들이나 악한 사람들에게 두루 기쁨과 공포의 대상입니다.-115쪽

사랑으로부터 조언을 구하되, 나의 이성이 사랑에 복종하겠다고 한다면 이성을 따르겠지만, 복종하지 못하겠다면 나는 감정을 따라 차라리 광기를 택하고, 그 광기를 기꺼이 맞아들이겠소.-1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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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5-06-11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단은 읽으며 중학생 시절에 친구와 '사랑'과 '믿음(신뢰)'에 대해 논쟁을 벌였던 일을 떠오르게 한다. 나는 '오델로'를 꺼내들고 단칼에 내 의견을 내세웠는데...
어렸을때의 이야기였지.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