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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눈의 물고기
사토 다카코 지음, 김신혜 옮김 / 뜨인돌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에 대해 뭔가 느낌을 적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아니, 어렵다 라고 해야하나?
이미 지나와 버린 시절의 이야기,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이야기, 어딘지 모르게 과거의 시절로 되돌아 가고 싶게 만드는 이야기, 들에 대해 뭐라고 해야하지?
내가 지낸 무기력한 그 시절들에 대해 생각해봤다. 설레임도 없고, 열정도 없고, 나 자신에 대한 애정도 없이 수많은 '학생'의 일부로 살아왔던 그 시절. 남녀공학이 없던 중학생 시절에 귀가길의 학교 운동장에서 만났던 고등학생 오빠들과의 추억을 되새겨보면서도, 남학교의 그림 전시회에 가서 설명을 들을 때 집중하는 듯한 내 모습때문에 나를 빤히 쳐다보며 설명해주던 그 오빠에 대해 떠올려보면서도 내가 지나온 그 시절에는 설레임도 없었고 전력질주도 없었다. 그런 나는 삼십대가 되어 열일곱 청춘들의 성장을 보며 그 시절이 그리워져버리고 있다. 아니지. 그리워지는 것이 아니야. 전력질주하게 되는 그들의 모습에 질투를 느끼는 것이야.
사랑받지 못한 가족의 정을 좇아갈 수 밖에 없지만, 성장하면서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자신의 모습에 전력을 다하고 자신의 사랑을 찾아가는 이 아이들의 모습은 이미 내 모습은 아니지만 그 속에서 내 모습을 발견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내가 책을 읽으며 울컥 해지는 것은, "딸은 - 아들도 그렇지만, 가두어둘 수만은 없다. 얘기를 잘 들어주고 지켜봐 주는 수밖에 없단다. 자식이 자라면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적어진단다. 부모는 부모, 자식은 자식이다"(277)라는 할아버지의 말을 읽었을 때. 십대였다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을 이 말에 삼십대가 된 나는 울컥해지며 눈에 힘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