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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페터 회 지음, 박현주 옮김 / 마음산책 / 2005년 8월
평점 :
나는 영웅이 아니다. 한 아이에 대한 애정이 있었을 뿐이다. 나는 그 아이의 죽음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그 손에 내 집념을 맡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 말고는 아무도.(493)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이라는 제목은 한번 들으면 쉽게 잊을 수 없는, 그런 종류의 책으로만 다가왔다. 제목은 끌렸지만 쉽사리 번쩍!하고 끌리지는 않았던 이 책을 선물로 받지 못했다면 나는 이 책을 읽지 않았을까? 아니, 그래도 언젠가는 내 손에 이 책을 들게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이런 책은 쉽게 사라지는 책이 아닐테니까말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한 아이의 죽음에서 출발하지만 그 죽음을 이해하기 위한 과정에서 느끼게 되는 것은 '추리소설'의 공식을 따라 범인이 누구인가, 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그 죽음의 의미안에 담겨있는 각기 다른 느낌들 때문에 도저히 손에서 책을 떼어놓을 수가 없다. 얼음의 결정이 각기 다른 모양을 갖고 있는것처럼, 그래서 한없이 들여다보며 여러 느낌과 생각을 갖게 되는 것처럼 스밀라의 자취를 따라 움직이고 있으면 너무나 많은 생각과 느낌을 갖게 되어버린다.
그린란드, 식민지, 빙하, 고독, 사랑, 가족, 이해, 탐욕, .......... 실타래처럼 나오는 이 느낌을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차가운 바람속에서 눈과 얼음으로 모든 감각이 마비되고 생각이 멈춰버리는 그런 순간이 온다면 나는 이 많은 압축된 단어들을 떠올리며 삶에 대한 느낌으로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될까?
손에서 뗄 수 없었다는 핑계로 급하게 읽어버렸다. 급히 먹는 음식에 체하는 것처럼, 이 책 역시 너무 급히 읽어 제대로 소화를 못시키고 있는 중이다. 문장 사이사이에 숨어있는 은유와 성찰들을 급히 넘겨버리면 안되는 것이었는데.
이 책을 '추리소설'이라는 틀에 매어놓은 것이 어쩌면 이 책의 많은 것을 놓쳐버리게 해버린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