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서 벽시계를 보니 7시 10분. '어? 이상하네. 허리가 아플만큼 잤는데 얼마 안 잤네.' 근데....이상하게 아침 같지가 않았다.동생들 방에 가보니 아무도 없었다.창밖을 보니 약간 어둑어둑한 것이 설마....저녁인가? 하는 생각에황망히 핸펀을 열었다.7:10 PM 헉! 일어난 시간이 저녁 7시 10분. 도대체 몇시간을 잔거야? 믿어지지 않게도 7시 10분까지 한번 깨지도 않았다. 약속도 있었고, 아침에 한국에 도착한 스페인 바이어 Juan에게 전화도 했어야 했고, 운동도 했어야 했는데.... 핸펀엔 수많은 '부재중 전화'들이 있었다. 근데 이상하게 마음이 편했다. 까잇거, 기왕 이렇게 된거 어쩌겠냐? 룸펜처럼 일어나자 마자 캔맥주 하나를 마셨다. 별로 배도 고프지 않았고, 허리가 좀 아프다는 것 외엔 대체로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다시 룸펜처럼 늘어져 쇼파에 누웠다. TV 채널을 여기저기 돌리며 늘어져 있는데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친구 : 뭐하냐? 전화도 안하고....수선 : 어...나 지금 일어났어.친구 : 뭐? 저녁 7시가 넘어서 일어났단 말이야? 야...너 왜 그래? 수선 : 몰라, 넘 피곤했나봐. 친구 : (껄껄 웃으며) 야...너 인생 그렇게 살지마. 음하하. 일주일간 여기저기 많이 시달렸다.뭘 그렇게 "할 일", "해야할 일", "중요한 일", "중요하진 않지만 거절하기 곤란한 일". "꼭 해야할 의무는 없지만 안하긴 미안한 일" 등이 많은지... 어쩜 어제 그렇게 하루 종일 잔건 '도피'가 아닐까? 무라카미 하루키의 <어둠의 저편>처럼. 사실 내가 스트레스를 못 이길 때 하는 일은 '잠'에 빠지는 거다. 자고 자고 또 자고.... 극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어떻게 잠이 오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지만,난 어떠한 상황에서도 잘 수 있다. 그것도 길~게.오래오래 잠을 자고 일어나면 대체로 기분이 좋아진다.(단, 자명종이나 누가 깨워서 억지로 일어나서는 안되고 자다 자다 지쳐서 일어나야 한다.) 예전에 나를 "쟌다르크"라고 부르던 남자가 있었다.시커먼 남자뿐인 직장에서 항상 씩씩한 모습을 보면, 힘들 때도 항상 웃고 있는 모습을 보면,소녀 전사 "쟌다르크"가 생각난다고 했다. 음...그러고 보니 회사생활을 하면서 "전투적"이란 말도 많이 들은 것 같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기사를 보니(edaily 하정민), 아직까지 이 사회는 여성에게 "천사가 아니라 악마만이 프라다를 입을 수 있다."고 알려주기 때문에.라는 "한탄"이 있었다. 뭐 내가 성공한, 출세한 직장인은 아니지만, 이만큼 버틴 것도 인정하기는 싫지만 사실은 "전투"가 아니었나,다른 사람 눈에는 쟌다르크처럼 갑옷을 입고 칼을 들고 있지는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이제 일주일만, 아니 월~금 5일만 더 견디면 여름휴가다. 야호! "할일 리스트" 같은걸 만들어서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고, 빈둥빈둥 거리는 시간을 불안해 하지 말고, 이번 휴가는 편하게, 그저 편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