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고전 하는 날 저녁,
울산에 있는 허름한 호프집에서 TV를 보고 있었다.

토고팀 분석, 시청 앞 광장의 응원 열기, 2002 하이라이트 등
방송 3사는 경기 몇 시간 전부터 채널을 고정시키려고 난리였다.

2002 하이라이트를 호프집의 대형 TV 스피커에서 뿜어져 나오는
장렬하고도 비장한 음악과 함께 보고 있으니,
축구에 별 관심이 없는 나까지도 가슴이 뜨겁게 달아 오르며
애국심(?)이 마구 고취되었다.

그러다 광고가 나오자, 사람들은 잡담을 하며 맥주를 마셨다.
그 때, 필이 확~꽂히는 광고를 봤다.

한 젊은 여자가 커다란 곰인형을 안고 벤치에 앉아
남친과 키스를 하고 있다.(부러워라!)

카메라가 왼쪽으로 이동하며,
테이크 아웃 커피 종이컵을 잡고 있는 여자의 손을 보여준다.

화면이 바뀌며,
같은 벤치에 40대 아줌마가 테이크 아웃 커피 종이컵을 들고
"혼자" 앉아 있다. 옆에는 쪼글쪼글해진 곰인형이 휑하게 앉아 있다.

그 때, 자막이 나온다.
사랑의 평균지속기간 18개월 / 종이컵 분해시간 20년

"인생은 짧고 일회용품은 길다."
- 공익광고 협의회 "일회용품 사용자제-환경수명편"

아!!! 공익광고를 보고 이렇게 울컥~하기는 처음이다.

사랑의 평균지속시간 18개월,
종이컵 분해시간 240개월.

그렇게 다들 웃고,울고,죽네 사네 목숨 거는 사랑의 평균지속시간이
종이컵 수명의 7.5%!!!

어제 본 영화 <내 남자의 유통기한>도
주인공 커플이 3년 동안 서로 사랑하면
저주를 받아 잉어가 된 잉어 커플의 마법이 풀린다는 전제로 시작한다.

30년도 아니고 딱 3년!!!
짧아 보이지만, 사랑의 평균지속시간의 딱 2배다.

그럼 부부들은 정으로 사는건가? 초코파이 나눠 먹으며?

어쨌거나...
사랑의 평균지속시간의 "평균"을 깍아 먹는 연애는 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p.s) 글 쓰기 시작할 때는 나름 필 받았었는데,
에어컨 안 나오는 사무실에 앉아 있으니
수박 껍데기에 파리 꼬이듯이 생각이 꼬인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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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6-07-02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알아봤는데요, 제가 했던 연애들은 통계에 안들어갔더군요. 님은 대표적인 능력있는 미녀이니 통계에 들어갔을지도...^^

로드무비 2006-07-02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군요.ㅋㅋ
하긴, 처음부터 덤덤했던 터라 식고 자시고 할 게 없지 뭐유.^^;;

클리오 2006-07-02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같이 뜨거운 연애를 하면 그럴지 모르지만...(반드시 식어야 되니까..) 그렇지 않은 친구같고 우정같은 사랑은 정까지 더해져 상대를 점점더 이뻐보이게 만들어군요... ^^ 임자를 잘 만나야지 저도 그 전엔 평균지속시간 6개월 미만.... --;;

바람돌이 2006-07-03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사랑이란게 눈 뒤집어져서 좋아죽는거 말이겠죠. 그거 18개월도 안돼요. 한 6개월쯤? ^^ 근데요. 사람이 늘 그렇게 눈 뒤집혀있으면 어떻게 산대요. 좋아하는 일도 좋았다 싫었다 할 때가 있듯이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도 좋았다 싫었다 할때가 있는것 같아요. 그런데 웃긴건 그 싫었다 시기를 잠시 지나고 나면 또 상대가 새롭게 보인다는거죠. 그건 눈 뒤집히는거하곤 다르지만 뭔가 다르게 좋다는 느낌이 확실히 와요. 아마 그렇게 부부들이 사는게 아닐까 싶은데..... ^^

조선인 2006-07-03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좀 황당한 얘기인데 연애기간 5년 동안 옆지기가 '사랑해'라고 말해달라고 조를 때마다 참 싫었어요. 잘 모르겠더라구요. 그러다 마로 가진 뒤, 아,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하긴 하는구나 느꼈고, 마로 걸음마할 때쯤 비로소 '이 사랑이 사랑이다'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아직 정들기엔 느린 듯. 굉장한 slow starter죠?

마늘빵 2006-07-03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뜨거운 사랑을 해서 그런가. -_-

비로그인 2006-07-03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일반 광고보다는 공익광고가 더 좋아요. 유명 연예인이 잘 등장하지 않아서 창의력 하나로 승부해야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 공익광고 저도 보았는데 참 슬프다, 생각했어요. 18개월밖에 안된다면, 남는 긴 시간을 베어내지 못할 때는 무엇으로 보아야 할까?
무엇보다도 사랑이라고 믿었던 감정이 너덜너덜해지는 일은 이제는, 없었으면 좋겠어요. 아니, 없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저는 아직 어려요.

글샘 2006-07-03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놈의 수치란... 뭘로 평균을 낸 걸까요. 설문지로? ㅋㅋ
사람 나름이죠.

BRINY 2006-07-03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8개월이나 간다면 그나마 임자 제대로 만난 거네요. ㅎㅎㅎ. 만나서 2,3개월만에, 10번 만나고 결혼했다는 사람들 보면, 전에는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고 펄쩍 뛰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 들어요. 조건 맞으면 만나서 2, 3개월째가 가장 좋을 때죠~ 싸움 한번 안하고 눈에 뵈는 거 없고~

혜덕화 2006-07-03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광고 보고 느낀 게 많았어요. 아마 여기서의 사랑은 연애기간의 사랑을 말하겠지요. 사랑을 받으려고만 하면 18개월도 길거예요. 끝없이 주고 또 주면 유통 기한이 없어요. 처음엔 그야말로 사랑으로, 그 다음엔 아이 커가는 것 보면서 끝없이 추억을 공유해 나가는 것, 그것이 부부의 사랑이 아닌가 합니다. 미울 때는 원수가 따로 없다가도 작은 일에 서로 감사하고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것, 글쎄 그게 정인지 사랑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런 좋은 감정이 있어 부부로 사는 게 아닐까 합니다. <사랑>은 그야말로 이름일 뿐이죠. 사과를 사과라고 부르든, 애플이라고 부르든, 이름이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요.

2006-07-05 10: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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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06 11: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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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0 14: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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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0 14: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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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0 18: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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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2 11: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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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2 13: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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