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상하이에서 돌아왔다.

거의 항상 그랬듯이
비행기에서 부터 가슴이...답답했다.
차라리 비행시간이 좀 더 길었으면 좋겠다....이런 생각을 했다.

출장보고서며,
다음주에 해야 할 크고 작은 일들,
해야 되는데 미루고 미루다 아직 안한 일들,
손대면 툭하고 터질 것만 같다는 봉숭화 연정처럼
한마디 툭뱉는 말에 스트레스로 감전될 것 같은 팀장의 얼굴,
이런 저런 별로 "happy"하지 않은 일들이 잔뜩 떠올랐다.

외국에 갈 때 마다 이런 생각을 한다.
무슨 나라건 상관 없이 그냥 이런 생각을 한다.
"여기서 살았으면 좋겠다."

"아....내가 전생에 이 나라에서 태어났나 보다."하는 찌릿찌릿한 필이 오는 것도 아니고,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일상으로의 복귀"가 두려워서.

아까 한 친구에게 오랜만에 전화를 했다.
친구가 반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 잘 지냈어?"

난 잠시 망설이다 대답했다.
" 어, 잘 지내. 남들 보기엔..."

친구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 야, 그건 전혀 중요한게 아니쟎아.
회사 사람들한테 보이는 대외용이지. 넌 참...."

친구의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도대체 중요한건 뭘까?

상하이 시내를 걸으며 생각했다.
도대체 내가 살고 싶은 삶은 어떤걸까?

항상 사춘기 같다.
이리 저리 헛갈리는 생각이 많고, 쉽게 불안해 한다.

" When will I accept where I am?"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내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고 인정할 수 있을 때,

그 때는 세상 어느나라에서 돌아오더라도,
우주 끝까지 날라갔다가 다시 변한 것 없는 일상으로 돌아오더라도,
편안할 수 있지 않을까?

자꾸만 두리번 두리번 거리지 말고,
가지 않은 길을 뒤돌아 보며 후회하지 말고,
겉으로만 센 척하고 속으로는 주눅들어 움추리지 말고,
그저 묵묵히, 앞으로 앞으로 나가야지.

온갖 쓸데 없는 생각을 하며 쭈그리고 있기에
봄날은 너무도 아름답고
그리고 나도...여전히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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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4-23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앞으로 살 날이 걱정스러워지네요
수선님 홧팅~

혜덕화 2006-04-23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범 스님께서 그러시더군요. 지금 행복하다고 느낄 때 그 기분에 속지 말라고. 조건이 사라지면 따라서 사라지는 행복은 진짜 행복이 아니라구요. 그 후로 가끔 묻곤합니다. 지금의 조건들이 사라져도 행복할까? 자신이 없더군요. 그말에 예스라고 하기가...... 우울함에 속지 마세요. 행복함에도 속지말구요. 대외용 나 속에 숨어있는 진짜 수선님을 찾으세요. 씩씩하게 보이는 수선님이 아니라, 정말로 씩씩하고 아름다운 수선님을......제 눈엔 보이는데요. 그렇게 찾으려고 하는 그 속에 바로 수선님의 모습이 있다는 것이. 너무 가까워서 안보이시나요?_()_

BRINY 2006-04-23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춘기만 우울한가요 뭐.
어제 고2학생 하나가 그러더라구요. [요즘 이런 저런 안좋은 일이 많아 심적으로 우울했어요. 제 나이엔 고민이 많은 게 정상이죠?] 저는 순간 [어른이 되면 고민이 줄어들 거 같냐. 고민만 하면 뭐하냐. 답이 나와야지~]그러려다가 다시 맘을 고쳐먹고 [그럼, 그 나이땐 고민 많은 게 정상이야]하고 그냥 위로해주고 말았어요.
투덜투덜거리면서도 또 다 잘해내실거잖아요~~ 다 그런거죠 뭐~

kleinsusun 2006-04-23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를 찾아서님, 어....제가 괜한 글을 썼나봐요. 왜 갑자기 걱정을...???
어쨌든....같이 홧팅해요!^^

혜덕화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마음이 누그러지네요.^^
맞아요, 너무 행복해서 가슴이 터져 버릴 것 같을 때도 있어요.
그럴 때, 저도 생각해요. 지금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조건이 없어져도 이렇게 행복할 수 있을까? 그럴 때, Yes라고 대답하지 못해요. 그런 것처럼 순간순간의 우울함에도 같이 춤을 추면 안되겠죠? 감정의 장난에 속지 말기!!! 네, 오늘의 우울함에 안 속을께요, 감사합니다.^^

Briny님, 깜짝 놀랐어요."어른이 되면 고민이 줄어들 거 같냐?" 라고 말씀하셨는지 알고...ㅎㅎㅎ 그런데....대부분의 고민들이 답이 없쟎아요. 그냥 시간이 흐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해결되는게 대부분의 경우....
맞아요, Briny님 , 다 그런거죠 뭐~ 내일 부터 또 다른 한주를 즐겁게 시작하자구요!^^

moonnight 2006-04-23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수선님은 여전히 아름다우세요. 내 자리가 어디일까. 항상 고민하고 찾으려 노력하는 그 모습도 무척 아름답구요. ^^ 일요일이 가고 있어서 너무 슬퍼요. 흑흑. 또 월요병 시작이에요. ㅠㅠ;;

kleinsusun 2006-04-23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저도 일요일이 가는게, 출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게 슬퍼요.
시간이 째각째각...잘~도 가네요.그래도...곧 5월 1일 연휴가 오쟎아요? ㅎㅎㅎ
혹시...병원은 5월 1일에도 하나요?
우리 같이 홧팅하구요, 저랑...술 한잔 하셔야죠? ^^

플레져 2006-04-23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사춘기라고 느끼는 수선님의 일상이야말로
시들 염려가 없는 가장 아름다운 꽃이어요. 깨어있는 꽃! ^^

로드무비 2006-04-23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그림 인상적이었는데......
잘 다녀오셨어요?
여행 후의 우울 모드 알 것 같아요.
수선님과는 상관이 별로 없는지 모르지만 제 방에 재밌는 글 하나 퍼놨으니
읽으시고요, 잠깐 낄낄거리세요.^^

마늘빵 2006-04-23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kleinsusun 2006-04-24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여독은 다 푸셨어요? 전 오늘 쫌 피곤하네요. 그래서 초콜릿을 마구 먹었어요.아침부터...ㅎㅎ 우리 행복한 한주 시작해요!^^

로드무비님, 낄낄거리려고 페이퍼를 읽었는데 웃기지가 않고 "감정이입"이 느껴지는데요. ㅎㅎㅎ

아프락사스님. ^^

2006-04-24 14: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팀전 2006-04-24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상하이 간 사이 저는 서울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저녁때 시간이 나서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려다가 말았습니다.너무 뻔한 이야기들이 오고 갈 것을 미리 우려하여.혼자 다니던 학교를 찾았습니다.저녁 시간이어서 학교 안까지는 들어가지 않았습니다.중간고사 기간이어서 거리가 썰렁하더군요.... 그냥 여기 저기 걸어다니다 집으로 갔습니다.수선님이 서울에 계셨으면 제가 전화라도 한 번 드렸을텐데....ㅆㅆ
전 최근에 '굿바이 솔로'마지막 장면 보고 발리 같은데서 살고 싶어져서 큰일이에요.따뜻한 나라..여름에는 무척 덥겠지.

kleinsusun 2006-04-25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드팀전님의 마음 백배 공감해요.오랜만에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려다 너무 뻔한 얘기가 오고 갈 것이 생각나 슬쩍 핸드폰 폴더를 다시 덮는 그 심정.....
오랜만에 만나서 "넌 요즘 뭐하니? 누군 뭐 했데, 누군 뭐 했데..." 하는 그 일상적인 대화에서 느끼는 허탈함이라고나 할까?
아....제가 있었으면 "처음처럼"이라도 한잔 사드렸을텐데...ㅎㅎㅎ
<굿바이 솔로>에 발리가 나오나요? 한번도 본 적이 없어서...
저도 어디 외국에서 살고 싶어요.훌~쩍.

2006-04-25 06: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팀전 2006-04-25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처럼"이 뭐에요????? 새로 나온 술이름이에요????

kleinsusun 2006-04-25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처럼" 안 마셔 보셨어요? ㅎㅎㅎ
저희 동네는 참이슬 → 처음처럼 으로 싸~악 바꼈어요. 훨 순해요. Please try!^^

드팀전 2006-04-25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그렇군요.그래도 소주는 부산 '시원' 소주가 최고!!!
제가 부산 내려와서 첨에는 이걸 먹고 "에고 맛이 뭐이래" 이랫는데 한 6개월쯤 지나고 나니까..역쉬 소주는 시원.......
진짜라니까요.예전에는 서울에 한 두병 가지고 가서 애덜 먹인적도 있답니다.ㅋㅋ
부산에서는 거의 90%이상이 시원소주 먹어요.진짜 진로보다 나은데...입맛이 적응돼서 라고 하데요.그래도 시원이 더 좋아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