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펫>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만화다.

요시나가 후미나 오가와 야요이 같은 일본 여자 만화가들의 만화를 읽을 때면
항상 이런 생각이 든다.
" 혹시......심리학 전공잔가? "

무릎을 탁 치게 하는 리얼한 심리 묘사.
필 확~ 꽂히는, 폐부를 찌르는 대사들.

<너는 펫>의 주인공 스미레는
예쁘고, 키 크고, 학벌 좋고, 유능하고, 집안까지 좋은
29살 신문기자다.

스미레는 꼴초다.
그런데.....잘난 남친 하스미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이 남자 앞에서는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

데이트 할 때, 너무나 담배가 피우고 싶어서
화장실 가서 하나 피우고 올까?
아니야, 그럼 냄새 날꺼야,
빨리 집에 가서 담배 피면 좋겠다....

남친 앞에서 웃으며 스테이크를 썰고 있지만
머릿 속에는 별별 생각이 다 왔다 갔다 한다.

남친이 산책을 하자고 하면,
새 구두를 신어서 발이 아파 죽을 것 같은면서 좋다고 걷는다.
"날씨 너무 좋다. 좀 더 걷자!"고 남친이 말하면
발 아프다고 얘기도 못하고 손잡고 걷는다.
집에 들어오면 발가락은 물집 잡히고 피 나고 난리다.

이런 스미레를 보면서 친구 H가 생각났다.
친구 H는 담배를 피운다.H 남편 몰래....

평일에 H집에 놀러간 적이 있다.
H는 다용도실에서 창문을 열고 쭈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웠다.
그리고는 과일향 스프레이를 칙칙 질식할 만큼 뿌렸다.
완전범죄를 위해서 담배 꽁초는 화장실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렸다.

H와 나는 서로 다른 약속이 있어서 각자 차를 몰고 나왔다.
20분쯤 지났을까?
H에게 전화가 왔다.

"야! 내가 아까 변기 물 내렸지?"

H는 담배꽁초를 변기에 버리고 물을 내렸는지 모르겠다고,불안하다고 했다.

"내린 것 같은데.....잘 모르겠다."
아리송한 내 대답에 H는 다급하게 말했다.

"알았어. 나 차 돌린다. 나중에 전화할께."

다시 30분쯤 지났을까?
H에게 전화가 왔다.

"야...너무 허무하다.
차 돌려서 집에 왔는데, 그것도 전속력으로,
물 내린거 있지?"

그 말을 들으면서.....H가 안쓰러웠다.
그렇게 남편이 어려운 존잰가?
고등학생도 아니고... 담배 피면 안되는건가?

H의 남편은,
정확히 말해서 H의 시어머니는 디따 부자다.
그래서.....H는 "부잣집에 시집간다."는 친척들의 부러움을 들으며 결혼했다.

결혼 선물로 중형차도 받았고,
물론 남자네 집에서 아파트도 큰거 사줬다.

H에게 여름휴가는 최고의 스트레스다.
왜냐면....여름휴가 때 마다 시어머니를 모시고 여행을 가기 때문이다.
시어머니 생신 때 마다 무슨 선물을 해야 할지, 어떻게 포장을 해야 할지 끙끙 앓는다.

그리고....담배 하나 피는데
무슨 첩보작전처럼 스프레이 뿌리고, 변기 물 내리고,
변기 물 안내렸을까봐 차 돌리고 난리다.

그렇게 불편해서 어떻게 살까?

<너는 펫>을 읽으면서 새삼
"결혼은 정말 편한 사람이랑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아무리 부자 아니라 재벌, 재벌 아니라 싸우디 왕자라도,
아무리 존경스럽고 잘난 남자라도,
너무 잘나서 쳐다보기만 해도 자랑스러운 남자라도,

하루 이틀 사는것도 아닌데
그렇게 불편해서 어떻게 살까?

어른들 말처럼.....
마음 편한게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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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아이 2006-03-05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한 게 역시 장땡이군요~~^0^

물만두 2006-03-05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바람돌이 2006-03-05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일단은 맘이 편한 사람이 최고죠. 하루 이틀 같이 사는게 아닌데, 담배피는것까지 몰래 숨어서 피워야 한다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남편인데 말이죠. 물론 맘도 편하고 돈도 많고 잘생기고 뭐 다 좋으면 금상첨화긴 하지만.... 그런 일이야 내가 그렇게 완벽한 사람이 아닌데 그걸 기대한다면 도둑놈 심보겠고.... 일순위를 고르라면 일단 남편은 무조건 맘이 편해야 돼요. 대등하게 쌈질도 할 수 있어야 하고요. ^^ 근데 저 만화는 얼마전에 저도 무지하게 재밌게 읽었다구요. ^^

플레져 2006-03-05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분은 담배가 아니라, 몰래~을 한다, 를 즐기고 있는 거 아닐까요?
다른건 다 맞춰도 요건 몰랐지~ 하는 스릴? 쾌감? 그런걸 즐기는 게 아닐까...ㅎㅎ
불안해보이는데, 어떻게 그렇게까지 할까, 싶은데
그래도 여전히 그러하다면, 불안을 감내할만큼 즐기고 있는듯 보여요.

코마개 2006-03-06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말 하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그 친구분 남편이 어려운게 아니라 돈이 어려운게 아닐까 싶습니다.

moonnight 2006-03-06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맘편한 게 최고죠. 재벌가에 시집가려고 몸부림치는 여자들 보면 결혼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과연 행복할까. 싶어요. 내 힘으로 번 돈 쓰는게 최고로 맘편한데. -_-a

클리오 2006-03-06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님들은 지금도, 돈많은 집으로 시집가면 얼마나 편한줄 아느냐.. 몰라서 그렇지... 라고 약간의 구박과 한탄을 하시지만(뭐, 돈많은 집에서 저를 좋아하지도 않겠지만.. --;), 신랑이 적당히 둔하고 편한 사람이니 정말 좋습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고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