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직장동료 C.

또래 여자 대리라 가끔씩 점심도 같이 먹고 수다도 떨었다.
동갑이고 학번도 같아서 서로 "너"라고 부르며 스스럼 없이 지냈다.

동갑이지만 C는 일찍 결혼해서 애가 둘이었고,
정신 연령은 나랑 엄~청 차이가 났다.
물론....재정적으로도 엄~청 차이가 났다.

C는 강남 OO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물론 부부가 열심히 저축해서 산 건 아니었고,
남자네 집에서 결혼할 때 사준거였다.
아파트 값은 매년 쭉쭉 오르고 있었다.

C부부의 취미는 주말마다 모델하우스에 가는 거였다.
애들이 곧 크니까 평수를 넓혀야 된다고 했다.

C는 매사에 아주 현실적이었고,손익계산이 빨랐다.
돈도 무진장 아껴 썼다. 전화도 핸펀으로는 왠만하면 하지 않았다.
부부가 둘다 일을 하는데도,
애들을 봐주는 도우미 아줌마 월급은 시댁에서 부담하고 있었다.

왜 둘다 일을 하면서 도우미 아줌마 월급을 시댁에서 받냐는
나의 우매한 질문에 C는 딱 부러지게 대답했다.
" 주는 걸 왜 안받냐? "

한번은 C랑 점심을 먹고 천천히 걸어서 사무실로 들어오고 있었다.
C가 물었다.
" 너 사귀는 남자 없냐? "

그 때, 난 사귈까 말까 망설이는 남자가 있었다.
난 솔직히 대답했다.

C는 뭐하는 남자냐, 나이는 몇살이냐, 집은 어디냐...등등을 물었다.
그리고는 결정적인 질문을 했다.

" 강남에 아파트 하나는 사줄 수 있데? "

난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 야....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 "

C는 기가 막히다는 듯이 말했다.
" 야, 니 나이가 몇이냐? 왜 그렇게 뭘 모르냐?
일단 한번 사겨보고 그럴 나이냐?"

그날 C는 내게 교장선생님 훈화말씀처럼
긴 "훈화"와 "충고"를 했다.
간추리면.... "정신 차려라!"

벌써 2~3년 전 얘기다.
C의 충고는 내게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전설적 투자가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말했다.
부자가 되는데는 3가지 방법이 있다고....

하나는 확실한 사업 아이템이 있는 거고,
다른 하나는 부자와 결혼하는 거고,
(부자 부모에게 태어나는건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므로 제외)
마지막 하나는 투자를 하는 거다....
라고 말했다.

요즘.....태어나서 처음으로 가계부도 쓰고,
재테크/금융/투자 이런 책들도 읽고,
평소에 안하던 짓들을 많이 했다.

예상 외로 참 재미있었다.
무엇보다도...모르던 걸 알게 되는게 참 재미있고, 또 뿌듯했다.

며칠 전, 내 책상에서 <불황에도 승리하는 사와카미 투자법>을 본 K과장이 말했다.
" 성대리, 요즘 열심히네.
근데....최고의 재테크가 뭔지 알아요? 결혼이예요.결혼.
그냥 결혼에 올인하세요! 그게 경제적이라고...."

난 그냥 헤헤 웃었다.

C의 말, K과장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
C가 살고 있는 OO아파트를 사려면
연간 수익률이 50%라해도 도대체 몇년이 걸리는지 계산하기가 힘들다.

큰 부자는 되지 않아도 좋다.
그냥 난...경제적으로 독립하고 싶고,자유롭고 싶다.
내 스스로의 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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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2-26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편하고 확실하게 할 수 있죠^^

kleinsusun 2006-02-26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편한게....좋쟎아요.ㅎㅎ 주말 잘 보내셨어요?^^

마늘빵 2006-02-26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 간접체험 잘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좌절감은 더욱 깊어지지만. ㅠ-ㅠ

kleinsusun 2006-02-26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네....? 좌절감요?
아프락사스님처럼 멋진 분이......왜?
근데...아까 리뷰도용 봤어요. 바로 위에 있더군요.놀랐어요.ㅠㅠ

마늘빵 2006-02-26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돌아와 추천 찍고 가요.

울보 2006-02-26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그것이 현실이지요,,

kleinsusun 2006-02-26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아프락사스님, 감사합니당.^^

울보님, 제가 약지 못한걸까요? C가 약은걸까요? ㅎㅎ
근데 애기 사진이 넘 귀엽네요. 항상 보면서 활짝 웃게된답니당.^^

2006-02-26 2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리스 2006-02-26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강남에 값나가는 아파트 한채 가지고 있다고 큰부자라 할 수는 없지요. -_-;; 요즘 부자의 기준이 참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지경이라 말입니다.

아무려나 수선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자유로워지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인생을 함께 할 동반자 분도 만나셔서 두분이서 힘모아 꿈을 이뤄가시기를 바랍니당.. ^^

2006-02-26 2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6-02-26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낡은 구두님, 님도 "영혼의 동반자"를 만나시길...^^
근데...주례말씀 같아요.두분이서 힘모아 꿈을 이뤄가길.....ㅎㅎㅎ

이리스 2006-02-27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므하하하하... 제가 그럼 수선님 주례를! (무슨 소리지 이게.. -_-;;)

드팀전 2006-02-27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머니 장례식에 대학 친구들을 불렀습니다.제가 요즘 서울에 잘 안올라가니까 만나기 힘들어서..술이나 한잔하고 불렀지요.7-8명 정도가 왔더군요.사업하는 넘,회사 다니는 넘,보험하는 넘,락 밴드에서 기타치는넘.... 단연 이야기의 주제는 '돈'이었습니다.아무래도 사업하는 넘들 목소리가 제일 크데요.구구절절 돈 들어가는 이야기..결론적으로 강남 아이들에게 밀리지 않기위해-즉 편입되기 위해,부모로써 출발선이라도 같이 만들어주기 위해-돈을 많이 벌고 재테크에 관심을 가져라는 것이었습니다.제가 재테크에 별 관심이 없어서 비판을 좀 받았지요.락 밴드 기타치는 넘은 그냥 싱글 싱글 딴 나라 이야긴가 보다 하고 안주나 주워먹었습니다.제가 농담처럼 '아..온국민이 투기꾼이 되누만'했더니 락 밴드 기타하는 넘이 그제야 씩 웃으며 '그래그래'하고 또 안주만 축냈습니다.수선님 정도면 너무 빈하게 살지는 않을 것 같아요.물론 부자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요.그럼...그 경기장에 뛰어 들어가지 않으면 되죠.그 경기장에 뛰어들면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서있을 수가 없지않나요.서있으면 뛰어가는 넘들에게 걸려넘어질테니까...어려서본 채근담에 기억나는 글이 있었는데..아시겠지만 늘 정확하진 않습니다.기억이니깐..채근담이 아닐 수 도 있어요.
달려가는 무리에서 넘어지지 않는 길은 두가지다.하나는 남들보다 한 걸음 앞서 뛰거나 아니면 남들보다 한 걸음 물러나서 가는 것.
한걸음 앞서가기 위해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외면하고 돈만 쫓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겠지요.그리고 노력에 비해서 실제 돈도 많이 못벌 수도 있구요....걍 한걸음 물러나서 뛰어가는 아이들의 엉덩이 '실룩실룩'이 귀여운지도 봐 주고 한걸음 물러나서 곧 피어나려고 노란빛을 머금은 산수유 나무도 봐주고 ...
강남 아파트 전세값이면 제가 사는 아파트 사고도 남습니다.그것도 못사서 결국 은행대출따러 다니지만 전혀 부럽지 않습니다.ㅋㅋ 돈주고 못사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또 돈 벌러 다니다가 놓치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그 c라는 친구요...담에 만나면 좀 그러세요. 나이가 몇 개인데 부모한테 기웃거리냐구...진짜 철 든게 뭔지 모르는 친구네요.

코마개 2006-02-27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니컬한 제가 찬물을 얹어 줘야지~~
그냥 아파트 안 받고 좀 덜먹고 덜 싸도 한국에서의 여자는 한국의 부모형제 있는 남자와 결혼하는 것보다 혼자 사는게 남는 장사아닐까 합니다. 결혼이 부자가 되는 방법 중 하나라고 하는 저 시각은 그 사람이 외국인 남자여서 그런거예요.

kleinsusun 2006-02-27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낡은구두님, 주례....봐주시겠어요? 음하하하.

드팀전님, 아....할머니가 돌아가셨군요. 먼저 할머니가 좋은 곳으로 가시길 기도할께요.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면 정말.....다르죠? 락밴드 기타 친구와 사업하는 친구는 외모부터가 확 다를꺼예요. 저도 중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나면 느껴요.
맞아요....경쟁을 하면 모두가 피곤하죠.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 더 빨리, 더 빨리 뛰어야 하고.... 드팀전님 댓글은 하나의 페이퍼네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강쥐님, 음......그럼 저는 남는 장사를 하고 있는거군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