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퇴근길 좌석버스. 내 옆에 앉은 여자가 열심히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아주 부지런하게, 규칙적으로...앞으로 두번, 뒤로 두번, 다시 앞으로 두번, 뒤로 두번... 초록색 털실이 목도리가 되어가고 있었다.잠시....내가 좌석버스에 앉아 뜨개질을 하는 모습을 상상해 봤다.참으로.....어색했다. 창의력 향상을 위해서는 "못하는 일" 또는 "못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보라고 한다.그렇다면 나는....뜨개질을 해봐야 할까? 학교 다닐 때, 사주카페 같은데 간 적이 있다. 어설프게 한문을 쓰며 고개를 갸우뚱 갸우뚱 하던 신참이 말했다." 손재주가 참 뛰어나시네요." 나랑 같이 갔던 친구 모두가 뒤집어졌다.푸하하하. " 만지면 다 부셔지는데요." 난 정말 손재주가 없다. 뭘 만들거나 고치거나 이런거 참 못한다. 그런데 그건....정말 못하는걸까? 아니면 못한다고 생각하는걸까? 뜨개질, 십자수, 퀼트 이런거 한번도 해본 적도 없고,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 그런데 한번 해본다면? 뜨개질 하는 여자 옆에서 잠시 이런 생각을 했다. 그런데.... 내가 뜨개질을 한다면, 그래서 목도리를 만든다면, 그래서....그 군데군데 실이 풀어진, 듬성하기 짝이 없는 목도리를 "누군가에게" 선물한다면, 그 사람은 그 촌스럽고 울풀린 목도리를자랑스럽게 두르고 출근할 수 있을까? 어렸을 때... 아빠가 내가 유치원에서 만들어온 못생긴 색종이 카네이션을 자랑스럽게 가슴에 꽂고 출근하셨듯이? 올 풀린 목도리는 감동적인 선물이 될 수 있을까? p.s) 하루 종일 회사에서 피곤해 하면서도, 왜 집에만 오면 잠자기가 싫을까? 이런 쓸데 없는 생각을 하면서까지...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