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퇴근길 좌석버스.

내 옆에 앉은 여자가 열심히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아주 부지런하게, 규칙적으로...
앞으로 두번, 뒤로 두번, 다시 앞으로 두번, 뒤로 두번...
초록색 털실이 목도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잠시....내가 좌석버스에 앉아 뜨개질을 하는 모습을 상상해 봤다.
참으로.....어색했다.

창의력 향상을 위해서는
"못하는 일" 또는 "못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보라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뜨개질을 해봐야 할까?

학교 다닐 때, 사주카페 같은데 간 적이 있다.
어설프게 한문을 쓰며 고개를 갸우뚱 갸우뚱 하던 신참이 말했다.

" 손재주가 참 뛰어나시네요."

나랑 같이 갔던 친구 모두가 뒤집어졌다.푸하하하.
" 만지면 다 부셔지는데요."

난 정말 손재주가 없다.
뭘 만들거나 고치거나 이런거 참 못한다.

그런데 그건....정말 못하는걸까? 아니면 못한다고 생각하는걸까?

뜨개질, 십자수, 퀼트 이런거 한번도 해본 적도 없고,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
그런데 한번 해본다면?
뜨개질 하는 여자 옆에서 잠시 이런 생각을 했다.

그런데....
내가 뜨개질을 한다면,
그래서 목도리를 만든다면,

그래서....그 군데군데 실이 풀어진,
듬성하기 짝이 없는 목도리를 "누군가에게" 선물한다면,

그 사람은 그 촌스럽고 울풀린 목도리를
자랑스럽게 두르고 출근할 수 있을까?

어렸을 때... 아빠가 내가 유치원에서 만들어온 못생긴 색종이 카네이션을
자랑스럽게 가슴에 꽂고 출근하셨듯이?

올 풀린 목도리는 감동적인 선물이 될 수 있을까?

p.s) 하루 종일 회사에서 피곤해 하면서도,
왜 집에만 오면 잠자기가 싫을까?

이런 쓸데 없는 생각을 하면서까지...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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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릿광대 2006-01-13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도 손재주가 꽝이셨군요...저도 그렇답니다..뜨개질 하다가 거의 포기했지요. 그럼 저도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걸까요? 못하는 걸까요? 알쏭달쏭 할 따름입니다...

moonnight 2006-01-13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수선님이 떠주시는 목도리라면 올이 풀리건 듬성하건 받으시는 분은 너무 자랑스럽게 매고 다니실 거 같은데요. ^^ 저도 재주가 메주-_-라고 생각했었는데 퀼트 배우러 갔더니 강사선생님이 바느질 느무 잘한다고 칭찬해주시던걸요. 생각외로, 수선님께 숨겨진 손재주가 굉장할지도 몰라요. ^^

바람돌이 2006-01-13 0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재주가 없는건 상관없지만 -따라서 누가 수선님이 떠준 목도리를 받으면 모양에 상관없이 무조건 감동해야 제대된 사람이겠지만...
그래도 중요한건 하기 싫은거잖아요. 그거 엄청 스트레스 받아요. 하지마세요. ^^
저도 손재주도 꽝. 하고싶은 마음도 꽝입니다. 하고싶은 마음이 들면 하세요. ^^

검둥개 2006-01-13 0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s 부분이 특히 가슴을 울려요. ^^;;;
저두 손재주가 정말 없어요. 흑흑.

다락방 2006-01-13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흑. 저도 남들 다 십자수 할때 시큰둥했어요. 어찌나 흥미가 안 생기는지. 하하
:)
그시간에 저는 늘 술을 마셨나봐요. 헤헷 :)

마늘빵 2006-01-13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생각해도 어색해요. ^^ㅋ

끼사스 2006-01-13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랑스럽게 두르고 출근할 수 있다'에 두표입니다. ^^ 그렇다고 새삼 뜨게질을 배우실 필요야 없겠지만요.

거친아이 2006-01-13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재주 없는 거 저희 집안 내력이에요 ㅡㅡ;

2006-01-15 1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