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초, 세계일보 M기자에게 전화가 왔다. 세계일보의 스포츠신문 <스포츠월드>에 [한강로 산책]이라는오피니언 란이 있는데, 글을 좀 써달라는 거였다. 수선 : 어떤 주제로요? M기자 : 아무 주제나요. 성대리님 글 잘 쓰시쟎아요.칭찬에 약하고 또 거절에 약한 나.잠시 망설인 끝에 대답했다. "네....그럴께요. 출장 다녀와서 써드릴께요.10일에 돌아오니깐, 14일까지 원고 보낼께요." 시키지도 않은 납기까지 스스로 정해서 말해 버렸다. 역시...일 저지르는데는 뭐 있다. ㅎㅎ 월요일(12일)에는 막 출근해서 출장보고서에,밀린 일에 정신 없었고, 화요일이 되면서 슬슬 부담이 밀려 왔다. 뭘 쓰지? 언제 쓰지? 바쁜데.... 수요일(14일)... 시간이 째깍째깍 갔다. 납기는 지켜야 하는데..... 결국...그날 난 회사에 남아서 글을 썼다. 기왕 쓰는거 "시의성"이 있는 글을 쓰자...생각하고 이번에 제작한 크리스마스 카드에 대해 썼다. A4 한장을 써서 이메일로 보냈다. 목요일 아침, M기자에게 회신이 왔다.글도 좋고, 시의성도 있다며 21일 신문에 올린다고 했다. 그리고는 계속되는 송년 모임의 떠들썩함과 분주함 속에 며칠 잊고 있었다. 21일 출근하니, 홍보팀 J주임이 <스포츠월드>를 몇부 가져다 주며 말했다. "성대리님, 수고하셨어요! 기사 좋네요.ㅎㅎ" 디따...뻘쭘했다. ※ [한강로 산책] - "내가 만든 크리스마스 카드" 전문 http://sportsworldi.segye.com/Service5/ShellView.asp?SiteID=&OrgTreeID=2656&TreeID=2483&Pcode=0072&DataID=200512201435000135이 기사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물었다."나는 왜 카드 안줘?" 해외 거래선들한테는 크리스마스 휴가 전에 도착하게 하려고 서둘러 보냈는데, 국내에는 바쁘기도 하고, 날씨도 너무 춥고 해서(우체국이 5분 거리인데도 체감 거리는 몇 km 되는 것 같다) 하루 이틀 미루고 있다가 크리스마스가 되어 버렸다.야심차게 카드를 만들어 놓고 정작 보내지 못하다니....연하장으로 보내야 겠다. 이런 일을 대비하여 카드 제목을 New Year's Greeting으로 했다.ㅎㅎ 신문을 본 엄마가 말씀하셨다. " 야...니가 만들었다는 카드 나도 한번 보자." 헉!!! 저 멀리 스페인으로, 독일로, 이태리로, 덴마크로거래선들한테는 서둘러 보냈으면서도,정작.....같이 살고 있는, 가장 가까운 식구들한테는 카드를 보내지 않았다. 매일 계속되는 송년회 속에 체력의 한계를 시험하면서, 온갖 바쁜 척은 혼자 다하면서, 항상 옆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게 소흘했던 나....부끄럽다.내일 아침에 출근하면서 살짝 카드를 식탁 위에 얹어 놓고 나가야 겠다. "엄마, 새해엔 꼭 결혼할께!"라고 적는다면 엄마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이겠지만, 이미 공수표를 많이 날렸으므로 양치기 소녀가 되지 않기 위해 자제해야 겠다.아직 4차례의 송년회가 남았다. 4차례의 송년회가 끝나면 새해부터는 반드시 다이어트를 하겠다고,건강미인이 되겠다고,그래서 여름에 레게머리를 하고 배꼽티를 입고 휴가를 가겠다고 다짐해 본다. "Happy New Year"를 기다리며... p.s) 원고 제목은 "세상에 하나 뿐인 크리스마스 카드" 였는데, 신문에는 "내가 만든 크리스마스 카드"로 났다. 신문 기사는 제목이 길면 안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