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고 지내는 재미교포가 있다.
성별은 남자, 68년생, 싱글, 한국에 온지 이제 막 1년이 되었다.

그 남자는 어눌한 한국말로 이렇게 말한다.

" 난 그 소개팅이니 선이니 이런거 너무 이해도 안되고 싫다.
그게 뭐야? 어색하게 앉아 가지고...
그냥 마음에 드는 여자 있으면 직접 말하고 싶은데....
뭐...bar에서나 서점에서나, 길에서나...
그런데 여기선 그런게 무진장 어색한 일이더라구...황당해 하기도 하고..."

그 말을 듣고 맞아,맞아.... 그랬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지금은 없어진 진솔문고에서.(그 자리에 무슨 스테이크집이 생겼다고 하던데...)

책을 고르고 있는데,
옆에서 누가 쳐다 보는듯한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들어보니
대학원생 정도로 보이는(그 정도의 나이, 회사원은 아닌 것 같음) 남자가 쳐다보고 있었다.

그 남자가 말했다.
"저기요...."

(잠시 동안의 침묵.서로 머쓱하게 쳐다보기)

"저....스타일이 맘에 들어서 그런데요. 저랑 커피마시지 않을래요?"

난 그만....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웃으면 안되는데....그 상황이... 우스웠다.

"죄송합니다. 친구랑 같이 있어서요."

그 남자.... 디따 무안해했다.
쩍 팔린지....후다닥 나가 버렸다.

그 재미교포도 이런 상황을 몇번 당해봤다고 한다.
낯선 사람이 말을 걸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여자들...

사실...학교나 회사, 동호회, 일하다가 만나는 되는 경우...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의 소개를 통해서 열심히도 누군가를 만난다.
자연발생적인 만남은 정말...드물다.
심지에 나이트에서도 웨이터의 부킹에 의존하는 판이니...

요즘 소개팅을 하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짧은시간에 판단력 테스트를 하고 또 받는거 같은...
한번 더 만날지 말지를 생각하고,
상대방의 말투나 스타일 이런 걸로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유추해석을 하고,
한번의 만남으로 수집된 단편적인 정보들과 첫인상으로 나름대로 그 사람을 판단하고...

결혼할 사람을 만나면
"아...이 사람이다." 하는 확신이 든다거나,
뭐 더 과장해서는 종소리가 들린다거나(푸하하하...)
이런 말들이 있는데,
도대체 그런 말들은 정말일까?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책임감이 따르는 일이다.

누구의 말대로 "확률게임"이라고 해서
많은 사람들을 주말마다 만나고 다니기는 싫다.
시간이 아까워서라기 보다,
내 이미지를 이사람 저사람에게 흘리고 다니기 싫다.
누군가에게 어떻게든 기억된다는 것....부담스러운 일이다.

곧 월요일 시작이네...
일이나...열심히 해야 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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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5-10-24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켁, 진솔문고가 없어졌어요? 뜨아.

kleinsusun 2005-10-24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솔문고 없어진지 거의 1년 되가는거 같아요.제가 젤로 좋아하는 서점이었는데....
서점 사람 없고 쾌적하다고 좋아할 일이 아닌 것 같아요.ㅠㅠ

mong 2005-10-24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솔문고 정말 정이가는 서점이었는뎀
한번 줄이더니만....쩝
그나저나 젊은 남년 만나는데
어려운 현실이라는 거 동감합니다
듀오 같은 회사가 대박치는 이유이기도 하죠 ^^

moonnight 2005-10-24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책임이 따른다.. 그래서 소개팅이 자꾸 꺼려지는 것 같아요. 누군가가 말해주는 내 이미지에 대한 기대에 부합해야 한단 의무감-_-일까요. 자연발생적인 만남.이 정말 '자연스러운' 분위기라면 좋을텐데요. ^^;

마태우스 2005-10-24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람이다,라는 느낌은 정말인 듯 싶습니다. 그 느낌을 못받아서 요즘 이리도 방황하는 거랍니다^^

kleinsusun 2005-10-24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ng님도 진솔문고를 좋아하셨군요. 진솔문고 없어졌을 때 매우 슬펐답니다.
종로문고도 없어졌고....제가 좋아하는 서점들이 두개나 없어졌네요.ㅠㅠ

moonnight님, 소개팅 4번을 연달아 했더니 좀...지치네요.일이나...열심히 해야겠어요.ㅎㅎ

마태님, 요즘 방황하시는군요. 일요일 밤에 소주를 드시고...(그것도 집에서...)
방황하는 싱글들의 모임을 한번 만들어 보시죠.ㅎㅎ

플레져 2005-10-24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람이다, 라는 느낌은 처음 만났을 때 뾰로롱 새겨질 때도 있구요,
차차 그런 말이 새겨지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인연... 때로는, 만드는 게 아니라 우연히 떨어지는 열매 같아요...

야클 2005-10-25 0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사람이다'라는 확신까지는 아니라도 '혹시 이사람이?'하는 정도의 느낌만 있어도 전 올인할거예요. & 결정적인 문제만 없다면. ^^

kleinsusun 2005-10-25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은 "이 사람이다!" 이런 느낌이 왔었어요? 궁금해요.
플레져님의 스토~리를 들려 주세용!^^

야클님, 선화공주와의 결정적 문제는 어찌되었어요? 올인? stop?
아...싱글들은 넘 고민이 많아. 시간이 흘렀을 때 후회하지 않을 결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