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님, 다친 손가락은 어때요? 원상복귀 하려면 좀 멀었나요?
아침 뉴스에서는 단풍이 절정이라고 호들갑, 난리 부르스라 보다가 꺼버렸어요.
주말인데 저는 혼자 있답니다. 나의 자상한 남편은 어제도 오늘도 출근했어요.
어마어마한 일이 걸려 있어서 (confidential ! ㅎㅎ)
다음주 주말에도 저는 쏠로인양 지내야 할 것 같아요.

뭐하세요, 지금?
저는 막... 이불 빨래 세탁기에 넣어버리고 샤워도 하고 알라딘 접속했다가
수선님께 편지 쓰려고 들어왔어요.
그야말로 그냥 수다에요. 편하게 읽으시기를...^^

수선님 이벤트 공고문(?) 보고 한참 고민했답니다.
고민이 없었다면 바로 썼을거에요.

사랑이 하고 싶은 여인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려나,
오래전부터 내가 숙지해온 답은 단 하나뿐인데 그 말을 해줘야 하는가,
운명이 조금 다르게 걸어오기는 해도 지켜본 바에 의하면 내가 가진 답이 아주 틀리진 않던데...
사랑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꼭 이 말을 해야 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사랑은 기다리면 오지 않습니다.

사랑이 하고 싶을 때 다가온 사랑에는 둘이 동시에 빠지지 않고
혼자 빠지는 경우도 있더군요.
그러니 사랑에 무심한척이 아닌 정말 무심해 져야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열심히 걸어오던 흔적을 보여주는게 사랑의 정체더라구요.


결혼은 커녕 사랑도 안해! 라고 마음먹었던 제게도 1년이 지날 무렵
(정말 남자에게는 초절정 무심상태 였음. 남자들이 뭘 물어보면 남자 목소리로 대답할 정도~ ㅋ)
갑자기 뜨거운 핵폭풍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 나타났고,
얼마전 결혼 통보를 알려온 절친한 Y양, K양 역시 그토록 기다리던 꽃미남과의 결혼을 포기한지 1년만에 진짜 사랑을 만났답니다. 그들이 말만 꽃미남이라고 했지, 정말 사랑이 고팠던 이들이거든요.

수선님, 사랑이 나타나거든 망설이지 마시고, 저랑 상담하세요 ㅎㅎㅎ
현실에 해박한 사람에게 사랑은 참 더딘 걸음이죠.
이것 저것 따지게 되고 나랑 좀 비슷했으면 좋겠지만 나랑 비슷한 자는 언제나 임자가 있고...
그러니 우리들의 사랑은 늘 내가 무심한 상태, 헐렁한 추리닝 차림일 때 나타나
어어...하다 폭설로 몰아치더라구요.
계산 능력이 저하된 상태일때 다가오니,
사랑이란 놈 참 자신의 규칙만은 아주 잘 지키는 고집불통이에요.

어디선가 수선님의 사랑은 지금 신발끈 조이고 채비를 하고 나섰을 거에요.
청주쯤 왔을까? 동서울 터미널쯤? 아니면 언제나 수선님 주위를 맴돌고 있는데
수선님이 손가락도 다친 마당이라 휙~ 스쳤을지도 몰라요.
그러니, 부디 사랑에 무심해지시길.
지금처럼 성수선 대리로 열심히 일하시고 수선님의 도서관 꾸리다보면 나타날겁니다.

수선님, 항상 내 걸음과 사랑의 걸음은 그노무 핀트가 안맞아서 출발선에 서기까지 좀 걸리지만요,
일단 출발선에만 같이 서게 된다면 일사천리로 사랑의 풍악을 올리게 될 터이니
우리, 그때까지 무심하게 지내자구요.

러브러브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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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10-16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가 하고 싶었던 말을 이렇게 멋져부리게 써버리심 어떡한답니까!
플레져니이이임!^^

urblue 2005-10-16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플레져님!

물만두 2005-10-16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자~

kleinsusun 2005-10-16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항상 내 걸음과 사랑의 걸음은 그노무 핀트가 안맞아서 출발선에 서기까지 좀 걸리지만요,
일단 출발선에만 같이 서게 된다면 일사천리로 사랑의 풍악을 올리게 될 터이니
우리, 그때까지 무심하게 지내자구요.

플레져님!
플레져님의 글을 항상 좋아하고, 또 참 잘쓴다고 늘 생각했지만,
정말.....진정....잘 쓰시는군요.
가슴을 툭툭 두드리는 그런 글.....

내일 월요일이네요. 성수선 대리로 열심히 일할께요. 감사합니다, 플레져님!
글쿠....사랑이 나타나면 꼭 상담해 주셔야 해요.^^

icaru 2005-10-17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

야클 2005-10-18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글 잘 쓰신단 말이야... ^^

울보 2005-10-18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멋져요,,

플레져 2005-10-18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 쑥쓰럽습니다 ^^
야클님... 꾸벅. 감사~
이카루님, 히야~~!! (빨랑 수선님께 한 통 쓰세요)
수선님, 제가 밤잠 설치면서라도 상담에 응할게요 ^^
만두님, 으쌰~!
블루님, 아이 참...~ ㅎㅎ
로드무비님, 제가 안한 말 아시죠? 얼른 써주세요 ^^

부리 2005-10-18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리 보면 기죽을까봐 제 꺼 올리고나서 플레져님 글 봐요. 역시나,란 말이 나오는 멋진 페이퍼입니다.

플레져 2005-10-19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 무슨 말씀을요.............^^;;
과일이 좋아님, 감사해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