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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즐거움 - 우리시대 공부달인 30인이 공부의 즐거움을 말하다
김열규.김태길.윤구병.장영희 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1월 2일 Frankfurt로 날아 가는 대한항공에서
캔 맥주를 홀짝이며 이 책을 읽었다.
그러니까...올해 읽은 첫번째 책이다.
이 책을 읽은 특별한 이유?
그냥 너무 공부가 하고 싶어서,
대리 만족을 위해서.
"공부달인"이라는 말이 억지스럽긴 하지만
(난 "달인"이란 말이 참...싫다.
무슨 초밥의 달인, 수제 짜장의 달인....이런 것도 모잘라서 이제 "공부의 달인"까지!
공부는 죽어라...하고 죽을 때 까지 하는거지 "달인"이 될 수 있는 분야는 아니지 않을까?)
이 책은 나름 많은 미덕을 가지고 있다.
무엇 보다...공부를 하고 싶은 욕망, 열망, 의지가 후~끈 달아 오른다.
※ 장정일 또는 랜덤하우스 편집자가 이 책을 읽었다면
요란하고 법석스러운 제목 <장정일의 공부 - 장정일의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는
단촐한 <장정일의 독서일기 7>로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까?
"빈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을 떠올리기엔 좀 심하지만
한 평생 공부를 해 온 사람은 조용하다. 겸허하다.
이 책에서 정진홍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 물론 학교에서 일생을 보냈습니다. 이런저런 글도 썼고 책도 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학교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러니 공부하는 일 빼놓고는 한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뿐 달리 '나는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드러낼 아무것도 없습니다." (p245)
평생을 한 분야에 매달려 공부를 해 온 사람들.
돈 안되는 전공,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분야에서
묵묵히 한 길을 판 사람들. 아름답다!
천병희 교수의 학창시절 얘기는
뭘 하건 "현실적 유용성"을 먼저 생각하는 나를 부끄럽게 했다.
" 2학년 겨울방학 때는 고향에 내려가지 않고 학교 도서관에만 틀어박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그리스어로 읽기 시작했다. 첫날에는 하루 종일 50줄밖에 읽지 못했다.....(중략)....내게는 자나깨나 호메로스뿐이었다. 호메로스 읽기는 방학 때는 물론이고 학기 중에도 강의 시간과 시험 때를 빼고는 계속되었다. 마침내 3학년 겨울방학 때 <일리아스>를 끝내고, 이번에는 <오디세이아>를 읽기 시작했다. 어느새 호메로스적 표현에 익숙해져 <오디세이아>를 읽기는 1년도 걸리지 않았다." (p222)
"이슬람 교류사"를 전공으로 선택한 "동기"를 너.무.도 솔직하게 고백한
이희수 교수의 얘기도 재미있었다.
"나는 뒤처진 인생을 따라잡기 위해 취직과 고시, 그리고 유학의 꿈을 오가며 혼란스런 앞날에 대해 고민했다. 그런데 넘을 수 없는 걸림돌이 나의 숨통을 조여왔다. 취직을 하든 고시공부를 하든 동기생들 뒤꽁무뉘만 평생 쫓아다녀야 하는 이류인생이 무엇보다 싫었다. '그래, 생각을 바꾸자. 그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다른 길을 가야해. 다른 모든 사람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분야를 건드려보는 거야.'" (p127)
아....이 솔직한 고백!
다른 사람 같았으면 맹목적,미국적으로 이슬람을 보는 부정적 시각에
공부를 해야 겠다!는 의무, 결연한 의지를 느꼈다고 했을 꺼다.
30편의 에세이 중 고미숙 편은 너무도 비장해서
읽기가 다소...불편했다.
<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아....이 결연하다 못해 비장한 제목이란!
"공부는 원초적 본능이자 삶의 모든 과정"이라고
고미숙은 힘주어 말한다.
오호통재라!
고미숙 표현대로라면
이 세상에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 식욕과 성욕뿐이지 알고 살아가는
무지몽매하고 불쌍한 인간들이 너무도 많구나!
(왜 이상하게...삐딱선을 타고 싶을까? ㅠㅠ)
나는 회사를 때려치고 대학원을 간다거나 유학을 갈 생각이 전혀 없다.
싸우디 왕자랑 결혼을 하더라도 자기 밥벌이는 자기야 해야 한다!는게 나의 가치관(?)이고,
난 공부를 해서 밥벌이를 할 자신이 없다.
또한 나라는 인간의 역량으로 봤을 때,
전업으로 공부를 해서 인문학에 기여하는 학자가 될 가능성도 전혀 없다.
지금처럼 힘들더라도 투덜투덜하면서 외화벌이를 하는 게
조국의 경제에 조금이라도 기여하는 것일 터!
하지만....공부를 하고 싶다.
"현실적 유용성"이라는 측면에서 전혀 도움이 안될지라도,
골프 연습장에 나가는 게 훨씬 더 커리어에 도움이 될지라도,
꾸준히, 죽을 때 까지, 공부를 하고 싶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좋은 책들을 "사서" 읽어서 학자들의 경제적 안녕에 기여하는 일.
<공부의 즐거움>을 읽은 나의 쌩뚱 맞은 독후감.
올해도 좋은 책들을 많이 "사서" 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