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다리지 않으리라.
내 삶의 순간들을 사랑으로 채우며 살아가리라"
내게 소중한 것은 참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대부분은 모두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이지요.
그것에 하나 덧붙인다면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내 치열한 일상이 되겠지요.
울보님 덕에 전번에 정리하다 처박아두고 버릴까 말까 고민했던 신발상자를 다시 꺼내들었습니다.
신발상자... 제 우편함이지요.
고3 시험이 끝나고 집에서 안좋은 일로 한바탕 일이 있었던 날, 그날 그 이전의 편지들과 일기장은 모두 휴지가 되어버렸었답니다. 고등학교때 정말 치열한 고민으로 일기를 가득 메웠었는데... ^^;;;
그 이후 남은 편지들을 뒤적이다가 두툼한 것들만 빼들었지요.
"서울, 이젠 낯익어가는 곳에서" 보낸 친구의 편지.
노트의 선 위쪽부분까지 빼곡하게 적은 열두장의 장문이네요.
대학들어가면서 생활의 변화만이 아니라 의식의 변화까지 겪어야 했던 친구와 나는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았을까요.
우린 그때 참 열심히 고민하고 살았었겠지요?
잊고 있었는데 학교다닐 때 후배가 썼던 편지 뭉터기가 나오더군요. A4도 아닌 A3의 커다란 종이를 두세장을 넘어 대여섯장씩 마구 써서 줬던 녀석. 내가 저때는 후배들땜에 고민이 많았었나봐요? 잘 지내는 녀석들 보면서 힘 좀 내라는 말도 써있고. ㅎㅎ
후배녀석들에게 '모두 변화 발전 할 수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말도 했었군요.
이렇게 멋진 풍경 엽서와 이쁘장한 편지지에 고운 글씨로
편지를 쓴 건 누구일까요? 흐흐~
바로 '날나리'랍니다.
편지 쓸 때마다 상본이나 엽서를 꼭 같이 넣어 보내줬었지요.
내용을 보아하니.. 그 당시 읽고 좋았던 '광수생각'을 보내줬나봅니다. 책 읽고 좋았다고 하니 지금 읽어도 흐믓합니다. ㅋㅋ
그리고 보이나요? 저 덧붙임말. '하느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날나리야~ 그때 내가 뭐라 했었지? 난 지금 아무 생각 어신디. 흐흐~
섬에 사는 제가 머나먼 외국처럼 느껴진다고 꼭 항공봉투로 편지를 보내던 녀석이 있었지요. 타잔을 보고나서 타잔과 엄마 고릴라와 손을 맞대고 제인과 손을 맞대던 그 감동을 침튀기며 얘기했더니 이렇게 타잔 스티커까지 보내주고 말이지요. 이렇게 나는 그때 그때의 느낌에 충실하며 살아가고 있을까요? 지금도...
수북이 쌓인 편지를 꺼내 읽어보면, 편지를 주고 받던 즈음의 나는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었는지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어쩌면, 내가 보낸 편지들을 다시 읽어보면 무척 많이 민망해할지도 모르지요.
그렇지만 지금은 추억이 된 이 옛 이야기들이 .. 그때는 치열한 지금 이 순간이었다고 믿습니다.
나는 지금 이 순간을 또한 치열하게, 사랑으로 채우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러면 먼 훗날 언젠가... 지금의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행복해하지 않을까요?
"나는 기다리지 않으리라.
내 삶의 순간들을 사랑으로 채우며 살아가리라"
뱀발. 내게 소중한 것들 중 하나, 신발상자 얘기였어요. 히히~ ^^ (지금 배고파서 꼬로록 거리니까 빨리 마무리하고 밥 먹으러 가야겠어요. 점심 맛있는거 먹자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