했습니다. 슬링에 심한 충격이 가해졌을 때는 어느 부분이 가장 쉽게 끊어지나요?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8자 하강기를 떨어뜨리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요?
확보용 볼트에 걸어둔 카라비너의 개폐구가 바깥쪽으로 튀어 나왔습니다.
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산에서 갑자기 멧돼지를 만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지도를 보면
북쪽이 세 곳이나 됩니다. 진북, 자북, 도북이 있어 어떤 것을 기준으로 북쪽을 정하는 것인지 매우 혼란스럽습니다.
*산행을 끝내고 나면
오늘 하루 얼마나 운행했는지 궁금해지곤 합니다. 지도를 가지고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하얀 눈이 소복히 쌓인 겨울산은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등산로가 파묻혀
뚫고 나가기가 어려운데요. 요령을 알고 싶습니다.
외국어.만화담당 김세진 (sarah2002@aladin.co.kr)
"015B is back! 그리고 다시 한번, 온다 리쿠"
015B가 돌아왔다. Lucky 7. 그들과 함께 나의 10대, 20대가 돌아온 느낌이다. 추억이 현실 속으로 걸어 들어오는 건 위험한 일이다. 자칫 잘못하면 그 빛을 잃어버리기 쉽다. 다시 시작하는 건 처음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 무의미한 덧칠이 되지 않도록, 기존의 성과에 기대어서도 완전히 뒤돌아서도 안된다.
이번 앨범은 그러나 정말 놀랍게도, 프로 냄새가 난다.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스스로가 즐겁지 않으먼 안되는, 아마추어리즘에 기댄, 어떤 부분에선 유치한 음악을 하던 015B가 어른이 되어서 돌아온 것이다. Final Fantasy를 통해 먼저 소개된 11, 12번 트랙은 다소 실망스러웠던 것이 사실. 그러나 약간 장난스러운 1번 트랙을 지나고 나면, 그야말로 원숙해진 그들의 음악과 마주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잘 뽑아진, 완성도 높은 음악이 주는 기쁨이라니. 정말 다행이야, 가슴을 쓸어내렸다. 듣기 전엔 기대 반, 걱정 반이었으니까.
개인적으로 꼽는 베스트 트랙은 2번과 5번. 같은 과인 정석원과 유희열이 무려 듀엣으로 노래한(!) 8번 트랙은 슬픈 가사와 별개로 옅은 미소 없이는 들을 수 없다. (외모부터 노래 실력까지, 정말 최고의 짝! ㅎㅎ) 그러나 오랜만에 돌아온 그들로서는 충분한 앨범이지만, 최고로 만족스럽다고 하기엔 약간 모자란-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발디딤이라는 느낌이 강한 작품이다. 부디 내년, 혹은 내후년에는 그들의 여덟 번째 앨범을 흡족한 마음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1. <밤의 피크닉>의 작가 온다 리쿠의 책
세상의 모든 책들은 연결되어 있다. 인간 관계의 6단계 법칙이나 케빈 베이컨 게임은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장르를 따라가든, 작가를 따라가든, 저 홀로 뚝 떨어져 존재하는 책은 없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작년에 읽은 소설 중 최고였던 <밤의 피크닉> 역시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통해 소개받은(?) 책이다. 일본 서점 직원들이 선정하는 제2회 서점대상 수상작이었기 때문. 1회 수상작이 바로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었다. <박사...>만큼 많이 팔리지는 않았지만, <밤의 피크닉 > 역시 그에 못지 않게 좋은 작품이다. 아니, 개인적 감정을 듬뿍 담아 말하자면 못 견디게 좋았다. 아무것도 아닌듯한 이야기를 정말 멋지게 풀어나간다는 느낌. 어쩌면 이런게 정말 소설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품게 하는 소품이었다.
그러므로 올해 초 출간된 <삼월은 붉은 구렁을> 역시 온다 리쿠의 새 책이라는 것만으로 당연히 손이 갈밖에. 4부로 나누어진 이야기를 하루에 한 편씩 4일에 걸쳐 아껴가며 읽었다. 결과는 거의 100% 만족.
2. 책에 대한 책,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
전체 4부로 구성되는 이 책을 뭐라 설명하면 좋을까. 약간의 미스터리가 가미된 대중소설이라 해야 할까.
1부 '기다리는 사람들'은 한 평범한 회사원이 겪는 며칠간의 이야기다. 고이치는 3월의 어느 주말, 회장님의 저택에서 열리는 '봄의 다과회'에 초대받는다. 어째서 자신이 선택되었는지 어리둥절해하며 저택에 들어선 그는 '현실과 조금은 어긋난 공간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곳엔 내기를 좋아하는 네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곳곳이 책으로 가득찬 저택에서 '한권의 책'-<삼월은 붉은 구렁을>을 두고 벌어지는 내기. 그 책은 개인이 자비로 출판한 소설로 200부 밖에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배포시 몇 가지 조건이 있었는데 하나, 작가를 밝히지 않을 것, 둘, 사본을 만들지 말 것, 셋, 친구에게 빌려줄 경우에는 단 한 사람뿐, 그것도 하룻밤만 빌려줄 수 있다. 과거 각자 다른 루트를 통해 전설의 책을 접한 네 명의 인물은 저택의 원래 주인이었던 건축가가 수많은 책들 사이에 숨겨둔 <삼월은...>을 찾기 위해 매년 봄 이 저택에 모여 '다잉 메시지'를 추리해온 것이다. 이틀간의 추리 과정에서 신비의 책의 줄거리와 배경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오간다. 고이치는 조금조금씩 언급되는 전설의 책 이야기를 들으며, 당장에라도 그 책을 찾아 읽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책을 읽는 독자 역시 흡사 그 책이 진짜로 존재하는 듯 진심으로 읽고 싶어진다.) 이야기의 끝, 고이치가 결국 찾아낸 진실은?
1부가 프롤로그격이라면 2부 '이즈모의 야상곡'은 본격적으로 <삼월은 붉은 구렁을>의 기원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이다. <밤의 피크닉>처럼 단 하룻밤 동안의 이야기. 주말 밤, 두 명의 편집자가 신비의 책의 저자를 찾아 침대열차를 타고 길을 나선다. 다카코와 아카네는 밤새 그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저자의 정체를 추리한다. 아침이 되어 도착한 곳에선 뜻밖의 진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3부 '무지개와 구름과 새와'는 어떤 면에서 <밤의 피크닉>과 가장 비슷한 느낌의 이야기이다. 성터 공원 낭떠러지 밑에서 두 명의 소녀가 죽은 채 발견된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어느 하루, 아름다운 두 소녀의 죽음. 자살일까, 타살일까. 두 소녀의 이전 남자친구와 과외 선생은 한 권의 노트를 근거로, 그들의 죽음을 불러온 과거를 되짚어간다. '웃음만을 남기고 사라진 소녀들을 대신'하여 이야기되어야만 하는 이야기의 시작.
마지막 4부 '회전목마'는 작가가 화자가 되어 그때그때 떠오르는 단상을 그야말로 자유롭게 풀어나가는 형식의 챕터이다. 여러 가지 이야기의 발상과 시작. 한 가지 이야기를 늘어놓다 중간에 그만두기도 하고, 앞의 장의 설정에 대해 설명하기도 한다. '잘된 이야기에 끌리는 이유'라든가 자신이 글을 쓰는 방식 등, 작가가 전면에 나서서 자신을 이야기하는 형식이라 조금은 난삽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재미있게 읽히는 부분도 많다. 온다 리쿠 문학의 기저엔 '고독과 그리움'이라는 정서가 깔려 있는데, 그런 면을 엿볼 수 있는 아래 문단이 기억에 남는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회전목마를 싫어했다. 어린 마음에도 가짜 말에 올라타서 한곳을 빙빙 돌기만 하는 행위가 몹시 굴욕적으로 생각되었던 것이다. 도대체 뭐가 재미있다는 것 일까? 회전목마에 올라앉아, 원 바깥에서 기다리는 가족들을 볼 때 느끼는 고독. 그 고독은 무엇이었을까? 가족은 자애 어린 눈으로 멀리서 나를 지켜보고 있다. 너는 혼자란다, 하고. 너를 사랑하기는 하지만, 너는 혼자란다, 하고. 홀로 회전목마를 타는 아이들은 가슴이 쓰라릴 정도로 고독한데도 어째서 모두들 웃고 있는 것일까? 아이들은 가족을 향해 웃어 보이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자신이 고독을 눈치 채기 시작했고 그것이 이제부터 살아갈 긴 인생의 반려라는 사실을 눈치챘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
결국 이 책의 주인공은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라는 책이다. 이 책이 과연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면 저자는 누구인가, 여러 가지 의문점을 복선처럼 깔아놓고 독자와 저자, 출판과 독서의 의미 등 책에 얽힌 여러 이야기들을 풀어나간다.
3. 미스터리한 현실, 그리고 그날의 공기
온다 리쿠는 평범하고 운명적이며 전형적으로 보이는 이야기를 특별하 게 풀어나가는 재능이 있다. 우리 곁에 존재하는 분명한 현실을 뚝 떼어내 뭔가 미스터리하고 초자연적인 시공간으로 변화시키는 힘이랄까. 한밤중 기차를 타고 가다보면 현실과 자신이 유리되어 외부에서 자신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까만 밤, 투명한 막에 의해 현재와 유리된 느낌, 오롯이 '나 혼자'라는 기분. 고요하고 또 고요하여 자기 자신마저 실제처럼 느껴지지 않는 어느 순간을 잘 잡아낸다. '잔잔한 바다같은 시간, 인생에서 잠시 왔다 사라지는, 파도가 고요히 밀려드는 것 같은 순간.'
<삼월은 붉은 구렁은>에서도 그런 느낌들을 잘 살린 부분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조용한 일요일의 오후,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감성의 촉수는 한없이 날카로워져 있는 어느 한때. 이 작가는 특히 불안정한 10대들의 미묘한 심리를 그려내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다 .
4. 숨겨진 열쇠,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
이 책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일부를 인용하며 시작한다. 평범한 초콜릿 포장 속에 숨겨진 황금 딱지를 찾아내는 다섯 명의 어린이는 비밀의 공장을 방문할 수 있다. 이처럼 <삼월의 붉은 구렁> 역시 책 속에 여러 가지 열쇠를 숨겨 놓았다. 역자 해설에 따르면 이 책에 등장한 여러 이야기는 후에 실제로 소설화되었다고 한다. 책속의 책인 <삼월은 붉은 구렁을>의 1부인 '흑과 다의 환상'은 장편소설로 씌여졌으며, 4장 '회전목마'에 등장하는 '환상의 학원제국' 이야기는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라는 장편에 다시 등장한다고. 이야기 속에 숨겨진 열쇠를 찾아내어 새로운 책의 페이지를 넘기는 건 독자의 몫. 이 소설은 온다 리쿠 월드로 우리를 이끄는 한 권의 (위험한) 초대장이다.
문학담당 박하영
(zooey@aladin.co.kr)
"콩나물 할머니는 항상 부자다."
80대 행상 할머니의 '佛心' 대학에 5억 기부...
올해도 어김없이 콩나물 할머니는 우리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었다. 어떻게 몇백원 안 되는 콩나물을 팔아 그 많은 재산을 모을 수 있었을까? 내심 궁금했었는데 이 책을 보고 의문이 풀렸다. 답은 '복리'에 있었다. 기본을 지기는 투자, 거기에 시간이 더해져 만들어 지는 결실이었다.
평생 돈 개념 없이 살아온 이면지가 할머니를 만나 배워나간다는 이야기... 설정은 조금 진부했지만 내용만큼은 흥미로웠다. 자리에서 미동도 하지 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물론 페이지가 짧아서 이기도 하지만 내 생활 속 이야기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공부 좀 했다고 당장이라도 부자가 될 것처럼 생각하고! 푼돈을 우숩게 알고!" 주인공이 아닌 나에게 꾸지람을 하시는 듯 읽으면서도 뜨끔했다. 조금은 들떠있는 재테크 습관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좋은 책이다.
경영.컴퓨터담당 윤성화 (rain@aladin.co.kr)
"굴드베르크 변주곡?"
요한 세바스찬 바하하면 떠올려지는 뻔한 생각은 음악의 아버지라는 것이다. 처음 클래식을 어떻게 어떤 식으로 접근을 해야 할지 지식이 없는 사람조차도 바하의 작품은 한두 가지 알고 있을 정도이니 바하의 인지도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처음 클래식을 접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매장 한 벽면 가득 채운 그 많은 바하의 CD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고 어떤 것부터 들어야 할까 한참 고민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나름대로 책도 읽고 주변의 조언도 듣고 해서 처음으로 선택한 작품이 골드베르크 변주곡이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아리아로 시작하여 30번의 변주를 거친 후 끝은 다시 아리아로 맺는 형식이다. 원래는 안나 막달레나 소곡집 중 한 아리아에 30번의 변주를 붙인 곡이며, 지금은 건반악기의 통칭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두단의 클라비어로 연주되도록 만들어졌다. 또 불면증 치료를 목적으로 골드베르크 백작의 의뢰를 받아 만들어졌다는 일설도 있는데 그래서 그런가 듣고 있으면 계속 반복되는 멜로디때문에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도 든다.
어느날은 글렌 굴드의 그리그 피아노 소나타를 들으면서 컴컴한 길을 걷다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굴드의 흥얼거림에 기겁한 적이 있었다. 굴드의 예전 녹음들은 그런 잡음(?)을 들을 수 없으나 재발매된 이 음반에는 인위적인 잡음(?)의 삭제 없이 녹음 당시 그대로의 소리들을 담고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굴드 연주하면 55년 81년 두 녹음이 가장 많이 회자되는데, 55년 녹음은 기존의 연주스타일과 확연히 구분된다는 점에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킨 그 음반이고 81년 녹음은 잘 다듬어져 완성도가 높고 음질도 좋다는 평을 받아 각종 명반소개지들마다 등장하는 음반이라 둘 다 놓칠 수 없는 음반들이다. 그래서 55년과 81년 녹음을 함께 들으며 두 음반의 특색을 비교 감상할 수 있는 이 음반의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
음반담당 한미아 >(hanmia@aladin.co.kr)
"이 모든 것 너머에, 우정과 사랑은 존재한다."
솔직한, 가공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사진을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최고를 꼽으라면 으레 사진에 막 입문했거나, 입문하려다 실패하고만 (나와 같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첫 번째 작가일 가능성이 아주 높은 그 사람,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것들이다. 순간인 동 시에 완성인 이 아저씨의 사진들은 상황, 인물, 조형, 명암 등 주관적이거나 모호한 미적 요소들을 하나의 이미지를 향해 정렬시킨다. 의미를 분석하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면에서도 단순한 내 취향에 딱인 것이다. 최후에는 회화에 빠지셨지만 본인도 얼마간은 그렇게 생각한 듯 하다. “어떠한 기하학적 분석이나 사진을 하나의 구도로 환원시켜 보려는 어떠한 작업도, 사진이 현상.인화된 후에야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것은 반성의 소재로 이용될 뿐이다.” - 브레송
환희인지 비애인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벽을 쓰다듬고 있는 발렌시아의 어린 소녀, 포탄에 의해 무너져 내린 벽 뒤로 비정한 놀이를 즐기는 세빌리아의 아이들, 벽과 그림자와 수레 옆에 선 (자코메티의 조각상 같은 인상의) 실처럼 가는 이탈리아 소년, 주변 건물들에 의해 지면으로 드리운 빛의 조각과 그 위를 달리는 로마의 꼬마. 솔직히 말하자면 , 그가 매우 유명한 사진작가였음을 알게 되었던 언젠가, 나는 조금 분했던 것도 같다. 책은 1952년 발행된 <결정적 순간>의 서문부터 1995년까지의 에세이들을 담고 있다. ‘매그넘 포토스’의 설립자답게 주요한 역사.사회적 순간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으면서도 스스로에게 관찰자 이상의 지위를 허락하지 않는 모습이 멋지시다. <내면의 침묵 >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각계 유명인사들에 대한 논평이 실려 있는데, 종종 느끼는 사실이 지만 거장은 농담도 잘한다.
사자 갈기처럼 언제나 도도하게 뒤로 넘겨 빗은 머리때문에 그에게 여자 같은 면이라 고는 전혀 없지만, 기이하게도 약간 여성적인 데가 있다. 아마 커다란 엉덩이 때문이 아닐까 싶지만, 좀더 관찰해 보아야 할 것이다. 달리(살바도르)가 브르통에게 “자네와 함께 자는 것이 꿈”이었다고 말하자, 브르통은 아주 의젓하게 “그렇게 해보라고 하지는 않겠네, 친구”라고 쏘아붙였던 기억이 난다. -본문 ‘앙드레 브르통, 태양왕’ 중에서
살아오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마주했을 가상의 적, ‘엄마친구아들’이나 ‘고모 딸’ 등이 당신을 괴롭히는 명절이 지나갔다. 어떨 땐 아주 강짜를 놓아버리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는가? 졸업은 멀었고, 성적은 나쁘고, 여자친구는 없고, 취직도 안 되는데 가만히 당신의 얼굴을 들여다보던 삼촌/고모/이모/조카가 당신을 향해 “주름이 늘었네.”라고 말해버린다면 말이다. 그런 몹쓸 기분이라면, 통념으로 영 갑갑한 세상에 된통 심술을 부려보고 싶은 당신에게 권하는 나이브하고 쿨한 (야마다 에이미와 요시나가 후미의) 한 방.
그래도 아무도 당신을 이해해 주지 않는다면,
청소년.예술.종교담당 김재욱 (actually@aladin.co.kr)
"야구장으로 나를 데려가 줘!"
가을 전어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고 했던가. 하지만 가을이면 돌아오는 것이 꼭 며느리만은 아니어서, 올해도 어김없이 '가을의 축제'는 돌아왔고, 우리는 전어 대신 찬 맥 주 한 병과 튀밥 따위를 들고 TV 앞에 앉는다.
사랑을 위하여 샘 레이미 감독, 케빈 코스트너 출연 / 유니버설
여전히 야구공은 작고 둥글어 푸른 볼파크에서는 많은 이변이 속출하고 있지만, 현재 까지 가장 큰 이변을 꼽자면 역시 ALDS의 두 승자가 아닐까. 바로 작년까지 캔사스시티 로 얄스와 지구 꼴찌 다툼을 하던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포스트시즌 단골이지만 좀처럼 이기 지 못하던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그 중 디트로이트의 승리는 '제국'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얻어낸 것이기에 더욱 빛난다.
5회까지 양키스의 타선을 퍼펙트로 막아내는 타이거스의 투수, 제레미 본더만의 투구를 바라보며 내 머리에 떠오른 것은 바로 샘 레이미 감독의 <사랑을 위하여>였다. 양키스를 침몰시킨 것이 커리어를 마감하는 위대한 노장 투수가 아닌 이제 막 피어나는 영건이라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그렇기에 팬들은 더욱 열광하고야 만다. (불과 3년 전, 본더만이 신인으로 기록했던 19패를 떠올려 보라.)
머니볼 마이클 루이스 지음, 윤동구 옮김, 송재우 감수 / 한스미디어
계속되는 포스트시즌의 부진으로 빌리 빈 단장의 '머니 볼' 이론은 각종 비판에 직면 해야만 했다. 하지만 마침내 올해, 요한 싼타나가 버티고 있던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3연전 을 스윕함으로써 여전히 유효함을 스스로 증명했다. 비록 스캇 해터버그가 더 이상 오클랜 드의 1루를 사교장으로 만들어주고 있지는 않지만, 책에서 빌리 빈이 사랑하는 유망주로 소개했던 닉 스위셔가 이제 당당한 주전 선수로 뛰고 있는 것을 보자면 감회가 새롭다.
ALCS에서 서로 맞붙게 된 디트로이트와 오클랜드. 재미있는 것은 디트로이트의 제레미 본더만이 빌리 빈이 '증오하는' 스타일인 고졸 출신의 강속구를 뿌려대는 유망주였다는 것. 본더만을 데려와야 한다는 스카우터들의 주장에 의자를 던지며 반대한 것은 바로 빌리 빈 자신이었다. 빌리 빈이 아니었다면 오클랜드의 옷을 입었을 본더만과의 승부에 따라 '머니볼'에 대한 평가는 갈릴 듯 하다. 이래저래 볼 것이 많은 가을 축제다.
그렇지만 축제는 끝나기 마련. 그렇다고 너무 허탈해 하진 말자. 여기, 뜬 눈으로 지 새느라 부스스해진 당신의 머리를 다듬어줄 친절한 바르바르씨가 있으니까. 축제는 가도 헤 어 스타일은 남는 법이다.
어린이담당 금정연 (stereo@aladin.co.kr)
"9월의 숨겨진 앨범 찾아보기"
지난 여름의 숨고르기를 보상이라도 하듯, 9월에는 다양한 앨범들이 쏟아져나왔다. 물론 매출을 견인하는 앨범들은 따로 있지만, 이런 대박들의 틈바구니에서 정말 뜻밖의 앨범들이 발매되기도 하는데...
나는 노력하는 가수를 좋아하지 않는다. 가수는, 기본적으로 타고나는 무엇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하는, 자신에게 필요한 분야를 넘치지 않게 잘 소화하는 가수다. 딱 그 만큼, 예상하는 만큼 좋다. 하지만, 그보다 못한 앨범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가. 추천곡은 마지막 트랙 'タッチ'!
마들렌느 페이루는 목소리만으로도 먹고 들어간다. 개인적으로는 전작 [Careless Love]의 조금은 어두운 느낌이 더 좋았지만 이번 앨범도 나쁘지 않다. 가을, 바람부는 오후에 조용히 산책하고 싶을 때 귀에서 들리면
처음에는 호들갑인 줄 알았다. 클래식도 다른 장르처럼 흥행이 되어야 하니. 하지만 막상 들어보니 이제 내가 더 호들갑이다. 집에 있는 몇 장의 같은 레퍼토리를 담은 것 중 가장 빠르게 가슴에 와닿은 앨범. 이제 미국에서만 발매되었다는 다른 녹음을 구하고자 부지런히 돌아다니고 있다.
존 메이어는 가면 갈수록 더 좋아진다. 앨범의 발매순서도 그렇고, 듣는 기간도 그렇다. 이 앨범은 들으면 들을수록 좋다. 무리하지 않는 소박하고 인상적인 연주와 노래, 깔끔하게 마무리된 앨범 디자인까지. 30대 이상이 들으면 더 좋을 앨범. 나는 와인을 마실 때 곧잘 틀어놓는다.
고토 마키라니! 하프프로의 앨범이 국내에 발매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비록 고토 마키를 다른 모닝구 멤버들보다 더 좋아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대로 이렇게 나름 한 발 내딛어 주었는데 어찌 무시할 수 있겠는가. 11월 내한 공연이 잡혀 있고 그 전에 또 한 장이 발매 예정이라고. 이제 마츠우라 아야만 내주면...
p.s. 나도 가끔은 책을 읽는다.
이번 달에 읽은 책 중 최고는 곧 국내에도 번역될 예정이라는
. 인터넷 회사에 다니면서도 끊임없이 그 미래를 불안하게 예측하고 있던 나에게 조금 다른 생각을 품게 해준 책. 더불어 영어가 그렇게 어렵지 않아 백년만의 원서 읽기에 겁먹었던 나의 가슴에도 환하게 불을 밝혀주었다는 부수적인 효과까지 덤으로.
음반.DVD담당 서현 (mirinae@aladin.co.kr)
"미야베 미유키 센세~ 잘 부탁드립니다~"
겁이 많아서 추리소설은 싫은 나(=지은 죄가 있어 무서운 이야기를 싫어하는 나). 왜 대충 다치고 말거나, 적당히 누워있다 멀쩡해지는 이야기의 추리소설은 없는 거냐구요 ;;;
하지만 추리소설의 계절이라는 여름에는 좀체로 길을 피해가기가 어렵다. 무서워 무서워를 연발하면서도 지난 8월 역시 <용의자 X의 헌신>를 시작으로 추리소설을 줄줄이 읽어댔는데, 마침표를 찍어준 것은 <모방범>! 한장 한장 그 다음 장 의 이야기가 궁금해 넘기지 않고는 못 견디겠는데, 그 덕에 밤마다 악몽에 시달렸다. 아아 그 이후로 너무너무 무서워서 도.저.히 더 추리소설을 읽을 수가 없었다. 앞으로 10년간은 추리소설을 읽지 않겠다고 혼자 맹세했다. (여기까지가 기나긴 서론 ;)
이번 달, 그 <모방범>의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신작이 출간되었으니 <스텝파 더 스텝>. 처음에는 이 책이 그리 맘에 들지 않았는데 이유는 두 가지였다.
1. 추리소설이 아니라고 하지만 미야베 미유키라니 무섭고 섬뜩할 거라
2. 뜻하지 않게 부모 잃은 쌍둥이의 아버지 노릇을 하게 된다는 설정은 너무 진부한 것이 아닌가
와아- 근데 퇴근길 지하철에서 펴든 이 소설, 너무너무 재미있다
특별히 대단한 주제가 있다거나 스토리텔링이 훌륭하다기보다 소소한 재미와 재치가 있다
무엇보다 한마디씩 한마디씩 번갈아 이야기하는 쌍둥이들이 귀여워 못 견디겠다 (서로 다른쪽 볼에 보조개가 패는 쌍둥이에 대한 로망이 끓어오른다는 <- 결국은 또 아이 이야기로 귀결 ;)
T 이 정도 이야기라니
S 정말 책값이 아깝지 않아
T 미야베 미유키 선생님
S 이렇게 재미난 이야기도 쓸 수 있으면서
T 왜 그렇게 무서운 이야기를 쓰는 거야
S 재밌는 이야기도 잔뜩 부탁해요
아, 그리고
2006 제24회 한국과학기술도서상 번역부문 수상자이며 알라딘이 사랑해마지 않는 번역자 김명남 '선생'의 일곱 번째 번역서 <불편한 진실>이 9월에 출간되었다. 내용이 얼마나 훌륭하며, 이 책이 왜 지금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굳이 되풀이해 말하지 않아도 될테다 .
편집팀장 이예린 (yerin@ala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