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참 묘하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남들이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들으며, 난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나기나 한 것인지 의문스럽다.  

퇴근길 초등학교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전화 배경음은 어디 노래방같은 장소인 것 같은데....
IMF 이후 경기회복이 되면서 IT업체의 스톡옵션 주식으로 억대의 부자가 된 친구고 사실
사회생활 하면서 만나본 적이 없는 친구라 느닷없는 전화가 반갑기도 했지만 무슨일인지
의뭉스럽기도 했다.  

3학년 때 같은 반 여자 동창을 만나고 있다고 하더니 그 여자친구 이름을 대면서 기억나냐고
묻는다. 유명 연애인 이름과 똑 같은 그 여자친구는 내 기억에는 사라진 사람이고 난, 그냥
우물쭈물할 밖에....
갑자기 전화를 바꾼다. 대화나 좀 해보라고....

그 (여자)친구의 말은 그렇다. 내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이유가 3학년 때 자기가 몸이 좀 약해
활동적이지 않았는데, 내가 그 친구의 이마에 손을 대며, 열이 있다고 좀 쉬어야 겠다고 했단다.
그러면서 초등학교 내내 그 기억이 잊혀지지 않았다고 내가 참 따뜻한 애였다는 것이다.
여기서 난 쓰러질뻔 했다..  --; 

술 한 잔씩 한 분위긴데, 급 동창 모임을 하자고 강남으로 나오라는 초등학교 동창들의
아우성(?)을 물리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기억나지 않는 나의 행동이 나의 특정(?)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는 사실이 어이없으면서도
신기한 날....
이 이야길 하면 날 아는 내 주변의 친인들은 얼마나 웃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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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11-17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지금은 상상도 되지 않는 머큐리님의 모습이네요.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이셨어 암.

머큐리 2009-11-17 18:09   좋아요 0 | URL
ㅎㅎㅎ 묵뚝뚝한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이런 이미지가 나에게도 있다는게...

Forgettable. 2009-11-17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요 왜요, 내게도 머큐리님 그런 이미지인데요 ㅎㅎ

무해한모리군 2009-11-17 10:42   좋아요 0 | URL
다정은 하시지만 이마를 짚어줄거 같은 이미지는 아니신데~
부끄러움이 많을 것 같은 남자잖아요 ㅎㅎㅎ

머큐리 2009-11-17 18:09   좋아요 0 | URL
뽀님이 최고...ㅋㅋ
근데 부끄러움이 많기도 하죠...
뽀님 처음 뵈었을때, 말도 잘 못 붙이고 그랬잖아요..ㅋ

라주미힌 2009-11-17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한테만 친절하신거 아녜요? ㅋㅋㅋㅋ

머큐리 2009-11-17 18:10   좋아요 0 | URL
비밀이 드러났군...라님 역시 선수는 선수를 알아보는거죠??

다락방 2009-11-17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그런 이미지에요? 오호라~ ㅎㅎ

머큐리 2009-11-17 18:11   좋아요 0 | URL
아~ 그런 이미지도 있나봐요...오호라~
저도 놀라는 중.. --;

비연 2009-11-17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큐리님..님 글만 봐도 그렇게 느껴져요, 따뜻하게~

머큐리 2009-11-17 18:11   좋아요 0 | URL
비연님... 고마워요...
근데 이 이미지 계속 가져가기는 쫌.. --;
(부담스러워요..ㅎㅎ)
 

어제 사무실에서 직원하나가 씩씩 대면서 미수다에서 나온 발언으로 맘상했다는 듯 행동
하는 걸 보고 웃고 말았다. 지가 좋아하는 여자가 자기한테 직접 한 말도 아닌데 저렇게
화내는건 좀 오버질 같이 보였기 때문이다.
조금 지나니 발언한 여학생의 미니홈피가 습격 당하고, 출신학교 게시판이 난리나고...
졸지에 뭔가 마녀 사냥식으로 진행되는 현상을 보고... 남자들이 참 약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말이 옳다고 느끼진 않는다. 그렇다고 개인적으로 그녀가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것도 할 말 없다. 개인의 자유로운 사고를 막을 수는 없으니까 그냥 인정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왜 남자들이 난리일까? (설마 항의하는 사람들 중에 여자는 없겠지?) 

남자들... 여자 얼굴을 가지고 얼마나 많은 담화를 나누는가? 또한 여자의 신체 각 부위를
가지고 얼마나 많은 평가를 해 대는가? 자신들이 평가자의 입장에 있다가 평가를 받으니
발끈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일단 든다.
나도 그녀의 표현에 의하면 루저에 속하지만, 그녀의 말을 비웃을 수 있는 여유는 있다.
그건 내가 사고하는 것과 틀리니까 당연히 논쟁거리는 된다. 그러나 저렇게 마녀 사냥식으로
몰아대는 건 뭔가 불길한 기운이 있다. 남자들...정말 불안한 거다. 다른 단어도 아니고
루저란 단어에 민감한 것이 아닌가 한다.
패배는 곧 죽음인 사회에서 미녀라고 뽑힌 여대생의 입에서 나온 루저란 단어는 어쩌면
남자들에게 강한 위기감을 던져 주었는지 모른다. 더구나 성형도 안되는 키를 가지고 하는
말이니 만큼 더 절망적일 수도 있겟다. 그런데 정말 그런 이유로 분노하는 것일까? 

솔직하게 난 그냥 화풀이 상대가 필요했다고 본다. 만만하게 자신의 잠재된 분노를 폭발시킬
수 있는 상대... 더구나 상대는 자신의 권력을 언제라도 빼앗아 갈 것을 노리고 있는 듯한
여자이고, 아직까진 상대하기 만만한 존재이니 화풀이 대상으로 딱 걸린게 아닌가 싶다.
다른 사람들은 키에 대한 발언이 거의 인종적 발언과 동일하다고 말하고 있는데...정말 웃기는
소리고 난 이러한 분노가 정말 다른 곳에서 한 번 터졌으면 한다.
권력 앞에서는 끽 소리 못하다가 만만한 상대에게 분노를 터뜨리는 것은 그야말로 비겁한 자의
전형적인 모습일 뿐이다.  

물론 비판하고 비난 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의 사생활까지 철저하게 파헤치는 그리고 연관된
주변까지 싸잡아 비난하는 행태는 정말 이해 할 수 없다. 
 
그녀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난 걍 쿨하게 넘어갈란다. 내가 좋아하는 여자 였다면
좀 실망했으려나... 아니 오히려 그런 편견을 가진 사람이란걸 알게 해줘서 고마워 하고
다른 인연을 만나도록 노력하겠다. 결국 이 사회 남자들이 얼마나 약하고 여리고 상처받기 쉬운
존재인지 알려주는 것 말고 이 소란이 증명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  

불쌍한 자여... 그대 이름은 남자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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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족 2009-11-12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체적으로 부끄럽기는 한 구도데요. 저도 그 때 본 것은 아니고, 부분부분 따놓은 동영상을 보았는데, 한국의 독립적이지도 않고 사랑도 안 해본 것 같은 여자 애들을 외국에서 온 이제 결혼도 했고, 사랑도 해본 여성들이 가르치는 식의 구도던걸요. 여자들도 많이 분개할 만한.

머큐리 2009-11-12 22:26   좋아요 0 | URL
아 저는 미수다 안본지 한 1년은 넘은거 같아요~~

Arch 2009-11-12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언한분에게 쏟아지는 비난은 도가 지나치고, 그런 툴을 늘 재생산하는 미수다 제작진도 문제가 많아요. 한마디로 낚인건데, 그렇게들 화가났을까 싶어요. 라일라님이 페이퍼로 올렸듯이 (늙고) 못생긴 여자들은 온갖 장르에서 구박덩어리인데.

머큐리 2009-11-12 22:25   좋아요 0 | URL
그 사람의 발언과 상관없이 마녀 사냥식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는 너무 싫어요
그냥 짜증이 나는데요...

딸기 2009-11-13 0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추천.

쟈니 2009-11-15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말입니다. 유난히 한해에 한두명씩 --녀 들이 나오네요..
그 정도 발언에 저정도로 덤비는 사람들을 보면.. 어떻게 이 한국 사회를 견뎌내는지 궁금합니다.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다가 문득 깨닫게 되는 사실이 있다.
나라는 존재는 결국 많은 사람들의 영향을 통해 만들어져 왔다는 사실.  
그 사람들이 영향을 주지 않았다면 혹은 그 사람들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영향을 더 많이 주었다면, 아마도 지금의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 

물론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휘둘리거나 조정당하는 꼭두각시는 아니다.
나를 강하게 누르는 것에 대해서는 나는 언제나 저항해 왔다고 생각한다.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그리고 모든 사람이 똑 같은 영향을 나에게 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더 강하게 어떤 사람은 그리 크지 않게...

전화 통화 중에 문득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느끼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사람이 나에게 참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난 그때서야 알았나보다.
살면서 그렇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아.... 그 사람 참 소중한 사람이었다는 것.
그리고 인연이란 그렇게 폭풍처럼 몰아치는 것이라기 보다 일상 속에서 조용히
젖어드는 것이 더 무서운 것이라는 거....  

바쁘게 살면서 까마득하던 저 편의 기억들
어느 순간 번개치듯 섬광처럼 지나가는 순간들
길을 걷다가 바람에 내 몸이 열려져 버린듯한 투명한 느낌들
그리고...희미해진 윤곽에도 선명한 선들이
가끔은 삶을 마법처럼 신비하게 한다.
냉소적이면서도 힘을 내고 살아야 하는 이유는 이것이면 충분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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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11-03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제가 삐딱하다고 생각했는데 취향이나 말투까지 비슷하더라구요ㅎ
머큐리님이랑 같이 도서관에 나란히 앉아 책 읽으러 어서 가야할텐데..
내일은 날씨가 풀린다니 또 다행입니다.

머큐리 2009-11-03 22:45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뱃놀이나 한 번 가시는건 어떠신지요..ㅋㅋ
살짝 준비해 놓은 것이 있는데...

무해한모리군 2009-11-04 08:04   좋아요 0 | URL
으흐흐 좋아요 좋아~

Arch 2009-11-04 09:39   좋아요 0 | URL
배를 준비해놓은건가요? 와~

자신의 정체성은 결국 타인 안에서 이름지어지는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요즘 <H2> 보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청소년 야구 만화이자 청소년 시절의 그 미묘한 사랑과 우정... 학창시절에 나올만한
소소한에피소드들이 야구대회와 더불어 전개되는 이 만화는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다.

 <H2>를 소장판으로 구입하고자 결정한 건 큰 놈 때문이었다. 이제 여성과 성에 대해
궁금함이많은 큰 놈에게 어떤 성교육을 시켜야 하나 고민하던 중에, 이 만화면 이성에
대한 건강한사고를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물론, 직접적인
성에 대한 이야기는 없지만, 사춘기 시절을 지혜롭게 견디어 나가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무언가  
느끼기를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이 만화책은 사춘기들의 관음적 그림들
도 꽤 많이 들어있다) 

시작은 아들을 위해서 였으나 즐기기는 내가 즐기고 있으니 참...;;;

이 만화를 읽다가 델리스파이스의 '고백'이란 노래가 자연스럽게 연상되었다. 물론
'고백'의가사는 바로 <H2>의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었으니 자연스러운 일이다. 아마,
이 책을 읽지않고 '고백'을 듣는다면, 그 가사의 내용을 충분하게 이해하지 못하리라.
더불어 그 가사의 절절함을 이해하기는 힘들 것이다.  

남자들이 여자들 보다 더 늦게 성장하고 늦게 철이 들면서, 좋아하는 여자친구들은 다른
남자를 보고, 막상 남자들이 성장하여 보면 이미 연애를 시작한 여자들... 그리고 철없던
동생처럼 보이던 동갑내기 남자가 자신도 느끼지 못한 사이 어느덧 멋진 남자가 되어 나
타 났을 때의 그 감정... 델리의 '고백'도 <H2>도 그 미묘한 심리적 표현을 참 멋들어지게
형상화 시켰다.  

이건 나의 생각이고... 큰 놈은 어떤 점에 매력을 느껴서 이 만화를 보는지 모르겠다.
재미있다고 잠도 안자고 보고, 심지어 읽은 만화를 다시 복기 하면서 눈을 떼지 못하는데...
그냥 야구가 재미있어서 그런건지, 그런 미묘한 주인공들간의 관계가 흥미진진해서 그런
건지.... 나중에 슬며시 물어봐야 겠다.
단, 야구에 대한 흥미를 부쩍 느끼는건 눈에 확 들어온다.
야구공과 글러브와 배트를 들고 나가서 친구들과 열심히 노는 것 같은데.... 원래적 성교육
을 떠나 컴퓨터 게임보다 친구들과 뛰노는 즐거움을 알아가는것에 일단은 만족해야 할까
보다.

<H2>는 역시 세대를 초월한 만화다. 청춘의 힘은 그렇게 밝고 희망차다.
눈부신 가을 하늘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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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10-23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아이가 점점 자라 종국에는 내가 모르는 어떤 개체가 되어가는 느낌.
어떤 것일까요? 상상도 안되요.

좋은 만화는 다르죠 네..

머큐리 2009-10-23 19:50   좋아요 0 | URL
상상하지마셈... 곧 알게될 것 같으니까...ㅎㅎ

딸기 2009-10-23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흑 H2... 너무 사랑하는 책...
저는 일어판으로 32권을 갖고 있습니다. 마지막 2권을 못 사고(버전이 바뀌어 출간된 관계로... 젠장) 돌아오면서 억장이 무너졌더랬지요.
대사를 다 외워야 하는데...

머큐리 2009-10-23 19:51   좋아요 0 | URL
오~ 딸기님이..의외인데요..ㅎㅎ
그렇지않아도 이 책으로 일본어 공부한다는 친구들도 꽤 있다고 들었음다.

딸기 2009-10-24 13:19   좋아요 0 | URL
ㅋㅋ 의외가 아니라, 저는 이 책의 '신도'여서요. 이 책에 대해 포스팅도 여러번 했던 것 같네요. 근데 이걸로 일어 배우긴 힘들어요, 얼라들 쓰는 속어들이 많아서...

시끌북스 2009-10-23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아다치 미쓰루 작가 완전 팬이라서 H2,H1,레인보우 등등 전부다 봤습죠~
너무 잼나요~ ㅎㅎㅎ

머큐리 2009-10-23 19:52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이 책 읽으니 다른책들도 슬슬 욕심이.. --;
 

몇일 전 도서 DVD를 판매한다는 광고판이 길 가운데 떡하니 세워졌길래 뭔가 하고 찾아
갔더니 도서대여점을 폐업하는 것이었다. 일종의 가게정리 판매였는데, 저렇게 하나 둘씩
사라지는 도서대여점이 요즘 유독 많이 눈에 보인다.

예전에는 동네에 만화가게 하나씩 있었는데, 번화가 아니면 만화가게도 보기 힘들고,
만화방 대용으로 도서대여점이 생기더니 이젠 이것도 사양사업으로 전락하나 보다.
이전 단골 대여점에서 보통 만원을 선납하면 2~3천원 더 사용하도록 해서 선납했더니
어느순간 소리 없이 폐업했다. (잔고가 한 3~4천원 남아있었을 텐데...)
어둠의 경로로 유통되는 영화 때문에 DVD도 대여가 많지 않고, 책이라 해도 무협지나
하이틴 로맨스, 만화, 몇몇 베스트셀러 등이니 사실 이것도 인터넷을 뒤지면 굳이 빌려
보지 않아도 충분한 것들이니 요즘같은 인터넷 만능인 시대에 대여점이 경쟁력을 가지진
힘들 것이다.  

내가 도서 대여점을 이용하는 이유는 99%가 무협지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잠깐 본
무협지에 혹해서 지금 이 나이까지 간간히 무협지를 즐기는데, 사실 복잡하게 사고하기
싫은 경우 무협지 10권 정도 내리 읽어 주면, 머리가 개운해 지는 맛이 있다.
쟝르소설이고 배경이나 형식이 거의 동일하기에 글을 잘 써도 평가 받지 못하는 부분이
바로 무협소설이 아닌가 한다. 그럼에도 이 세계에는 나름의 내공과 절기를 자랑하는
몇몇 작가들이 있고, 나 또한 저자명으로만 즐겨 읽는 작품들이 있다.  

물론 '영웅문'같이 고급(?) 무협도 있으나, 그렇지 않고 그저 스토리와 내용으로 근근하게
글을 쓰는 작가들도 있는 법. 저자 들이 한국인임에는 틀림없으나, 배경은 중국대륙이고
주인공들은 한족이 대부분인 무협소설이 이 땅에서 끊임없이 창작되고 읽혀진다는사실
자체가 미스테리긴 하다. 더불어 일본에는 학원 폭력물이 주를 이루지 우리나라와 같은
무협소설이 없다는 것도 역시 문화적 배경이 틀리기 때문일 거다. 반도로서 우리나라는
역시 중국의 영향이 큰 것일까?  

배경이나 소재가 중국이라 그렇지, 사실 무협지는 환타지다. 최근 등장하는 환타지 소설이
극단적으로 다른 세계를 표현한다 하더라도, 서양 중세풍의 외양을 베낄 수 밖에 없듯이
무협의 장소와 시간이 중국을 표방하더라도 역사 속의 중국과는 전혀 상관없기 때문이다.
고로 무협이건 환타지건 상상속의 이야기로 즐기면 된다. 그래서 역시 부담이 없다.  
무협지에 정통한 사람들은 가끔 구무협이니 신무협이니 나누는 모양인데 이것 역시 나에겐
별 의미가 없다. 다만, 몇몇 작가의 작품은 시간가는 줄 모르게 끌어당기는데, 지금까지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들은 다음과 같다.  

사마달, 검궁인  <십대천왕>, <구천십지제일신마>,  
초우 <권왕무적> <호위무사>
한백림 <무당마검>, <화산질풍검> 
와룡강 <고독 3부작>
임준욱 <촌검무인> <쟁천구패>
조진행 <천사지인> 
임준후 <철혈무정로> <21세기 무인>
장영훈 <일도양단> <마도쟁패> <보표무적> 

장기 창작으로 중간에 스토리를 잊어버려 놔두고 있지만, 완간되면 꼭 보리라 다짐하는 무협
소설로는...
검류혼 <비뢰도>
용대운 <군림천하>
전동조 <묵향>
정도 되겠다.

이 외에도 숱한 밤 잠못들게 만든 무협소설들이 기라성 같이 널려 있지만, 순전히 재미로만
따지자면, 위의 작품들과 저자들만 잘 기억해도 무협소설을 빌려 낭패 보는 일은 없으리라
생각된다. (뭐 취향문제라 아닌 사람은 할 수 없고....)

사족 삼아. 와룡강의 작품들은 무협지에서 간간히 나오는 애정표현의 수위를 질적으로 뛰어
넘어 거의 세미 포르노 수준까지 올려논 문제작들이 많은 바, 최소한 그 쪽 방향으로 무협
소설의 지평을 넓혀 한때 딴지 일보 기자들도 감탄사를 터트리게 한 바 있다. 때문에 순수(?)
무협을 추구하는 많은 저자와 독자들에게 욕도 많이 먹고 있다는 사실....

이렇게 쓰다보니 갑자기 무협자가 확~ 땡기는 구나...근데 이제 어디서 빌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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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10-22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무협소설은 무슨 늑대 들어가는 제목으로 한번 읽어본 것 같은데, 머큐리님의 이 페이퍼를 읽으니 와룡강의 작품들이 몹시 궁금해지네요. 흐음.....( '')

머큐리 2009-10-22 15:11   좋아요 0 | URL
아~ 될 수 있음 읽지 않으시는 편이...포르노가 그렇듯이 무협소설의 애정묘사는 마초들의 천국일 뿐...여성들하고는 안맞을 겁니다.

마노아 2009-10-22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무협지는 영웅문 시리즈 18권이랑 '옥수무정'이라는 제목의 재미 없는 책 읽어본 게 다예요. 무협지에 대한 로망도 있는데 호흡이 너무 길어요. ㅠ.ㅠ 김용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다시 손 봐서 낸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왜 그러실까요...;;;;

머큐리 2009-10-22 15:13   좋아요 0 | URL
글세요..;;; 그래도 영웅문은 무협소설 중 최고 고품격입니다. 그냥저냥 상상의 나래만 피면서 나오는 무협소설과는 사실 격이 좀 있지요...ㅎㅎ

마노아 2009-10-22 15:16   좋아요 0 | URL
아, 잘못 썼다. 영웅문은 너무 재밌게 읽었구요. 옥수무정이 재미 없었어요.6^^
더 보고 싶은 책들이 많은데(고룡 책도 궁금하고...) 보통 한 제목에 몇 권에 걸쳐서 내용이 길잖아요. 그래서 읽기 전에 지친다구요.^^

뷰리풀말미잘 2009-10-22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베스트는 김용의 의천도룡기입니다. 읽으면서 밤 샌 기억이 새록새록 하네요.

머큐리 2009-10-22 16:45   좋아요 0 | URL
알라디너는 거의 고전을 읽으시는군요...ㅎㅎ
제 페이퍼는 B급 무협소설들이에요..ㅋ

무해한모리군 2009-10-22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동네도 선납금을 떼어먹고 폐업 ㅠ.ㅠ
저도 영웅문은 읽어보았어요.

머큐리 2009-10-23 08:22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선납금은 어디서 받아야 하냐고요..ㅠㅠ

후애(厚愛) 2009-10-22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임준욱의 <농풍답정록>을 읽고는 반해 버렸어요. ㅎㅎ
지금은 <촌검무인>을 읽고 싶어요.^^

머큐리 2009-10-23 08:23   좋아요 0 | URL
<촌검무인>은 정말 괜찮은(?) 작품이에요.. 왠만한 문학보다 우수하다고
생각되는 작품이지요..ㅎㅎ

무스탕 2009-10-22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협지는 한권도 읽어본게 없어요(이런 편식을..;;;)
울 동네엔 한 사장이 200m 간격으로 큰 대여점 두개를 운영 했었는데 여름에 집 가까운곳은 접고 중심상가에 있는 엄청 큰 장소로 통폐합을 하더라구요.
울 동네는 아직은 호황을 누리고 있어요. 다른 대여점이 없거든요.
제가 대여점을 이용하는 용도는 애들 DVD 대여랑 제 만화책 + 로설, 애들 만화책등등..
참 잘 이용하고 있는데 이거 사라지면 정말 난감할거에요..

머큐리 2009-10-23 08:24   좋아요 0 | URL
일종의 장르소설이라 잘못 빠지면 중독성이 꽤 강합니다..ㅎㅎ
요즘엔 좋은 대여점이 있는 환경은 복(?)받은 환경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