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열린책들 출판사 공식카페  

http://cafe.naver.com/openbooks21

 

 

 

 

 

 

 

 

 

원래는 인터뷰 내용이 총 3편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두번째 내용이 윤우섭 교수가 번역한 도스또예프스끼의 <상처받은 사람들>에 관해서 

다뤄지고 있어서 아직 읽어보시지 못한 분들에게 스포가 될 수 있어서  

대신 세번째 인터뷰 내용을 올리는 것을 끝으로 스크랩을 마무리지으려고 합니다. 

(사실, 저도 이 책 아직 안 읽었거든요  , , , ^^;;) 

 

세번째 인터뷰 내용은 ' 번역 '  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번역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자료가 되었으면 하네요.  

 

 


카페지기:
 

번역을 할 때 자신만의 원칙이 있다면? 

 

윤우섭:

역자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이 원칙이지만 사실 너무 힘들어서 못 지킨다. 역자는 작가가 쓴 것을 독자들에게 잘 전달해줘야 한다. 그 과정에 역자가 자기 나름대로 머리를 쓰고 궁리를 하다보면 역자가 드러나게 된다.

번역을 할 때, 언어의 구조 때문에 우리 말과 상응하지 않는 말이 있고, 적절한 낱말을 찾아서 배열하기 힘든 것도 있다, 그런 문제들이 있어서 경우에 따라서는 의역을 하거나 긴 문장을 잘라서 번역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런 식으로 이해를 돕기 위해 의역을 많이 하다보면 작가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문체가 사라져버린다. 물론 번역을 하면서 고유한 문체를 그대로 살린다는 건 힘든 일이다. 그래도 우리 말 속에서 어순의 변동이라던지 하는 방법을 통해, 작가가 자신의 모국어로 썼던 작품 속에서 나타난 것들을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게, 가급적이면 의역을 덜 하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

의역을 하면 할수록 역자의 존재가 드러나게 되는 것이고, 그런 것들을 피하려고 하지만 힘든 일이다.
 



카페지기:

작품(「상처받은 사람들」)을 보다보니 각주가 많더라.  

도스또예프스끼의 이전작이나 혹은 생애에 관해서.


윤우섭:

주를 달수밖에 없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다. 이 작품엔 주가 꽤 많은 편이다.

 
 



카페지기:

그런 것도 역자의 존재를 드러낼까 우려되는 사항 중의 하나인 것인가?  

주 때문에 몰입도가 떨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등.


윤우섭:

그렇다. 작품을 읽다가 따로 각주를 읽어야지 않는가.


 

카페지기:

'번역은 반역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윤우섭:

한편으론 맞는 얘기다. 번역을 아무리 잘해도, 원전이 어떻든지 간에 번역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왜곡과 각색이 벌어질 수 있다. 그러면 원래의 뜻을 거스르게 되고 심지어는 더 나아가서 자기 해석을 얹어서 원전을 해석하는 경우들이 있다. 그렇게 되면 처음엔 충실한 번역으로 작가의 의도를 독자들에게 전달해주겠다고 시작했다가도 자기의 글이 되는 수가 있다.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기도 해야 한다.

'번역은 반역이다'라는 말은 맞는 말이면서도 우리가 그것을 추구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번역은 반역이다). 가능한 일이다.

 


카페지기:

번역을 하는 과정에서 특히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윤우섭: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긴데, 역자가 작품과 거리를 두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작품 속에 너무 깊이 들어가서 번역하다보면 독자들에게 작가를 이해시키겠다고 하는 욕구가 너무 많이 발동할 것 같다.

 


카페지기:

윤우섭 교수님께 러시아 문학, 도스또예프스끼는 어떤 의미인가

 


윤우섭:

작년부터 백두대간 산행을 하고 있다. 그런데 러시아 문학을 하다보니 꼭 백두대간 같은 느낌이 든다.

백두대간은 봉우리 하나를 넘어도 끝난 게 아니다. 또 가야 하고, 또 넘어야 한다. 그리고 구간이 끝나면, 다음번에 또 넘어간다. 봉우리를 넘었다 내려가고, 인생역전과 비슷하게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런데 길을 가다보면 여기저기 야생화가 피어있다. 힘들게 오르다가 그 과정 속에서도 야생화를 보며 아름다움을 느끼고, 사진 찍어야지 하며 피곤했던 산행 속에서도 편안함을 느끼고, 이런 것들의 연속이다.

언젠가 백두대간 산행은 끝날 것이다. 그런데 지금 600, 700km에 이르는 길을 수없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끊임없이 이어나가는 중에 그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 마을들, 경치들을 보며 내가 성장하고 있구나 한다.

처음엔 힘들어서 야생화가 안 보였다. 땀이 뻘뻘 나니 옆에 뭐가 있는지 보이지도 않았는데 걷는 게 익숙해지다 보니 야생화가 눈에 들어오더라. 바람에 하늘하늘 흔들리고, 이파리나 줄기가 요만하고, 쑥부쟁이 이런 것들이 내게 인사하는 느낌. 요새 소나무가 재선충 때문에 고생이 많은데 동해안에서 소나무가 하늘로 뻗어있는 걸 보면서도 아, 이렇게 잘 자라줘서 고맙다 싶고, 이렇게 인식이 바뀌는 거다. 새로운 인식을 가지게 되고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되는 것, 러시아 문학을 하며 그런 느낌을 받는다. 러시아 문학을 대하며 가지는 감상이 그런 것들이다.

러시아 문학은 현재성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죄와 벌」,「상처받은 사람들」등의 작품은 지금 읽어도 작품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이 현재와 동일하지 않나. 오늘도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오늘도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받았고. 그런 것들을 풀지 못하고 하루하루 넘어가고. 그럼 그대로 쌓이고 망각한다.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 사회가 조금 더 복잡해지고 서로의 위치가 달라지긴 했지만 이 작품에서 도스또예프스끼가 인간의 심연을 파헤치며 쓴 것들은 ㅡ 욕심이나 이기심, 집착과 같은 인간의 행위들 ㅡ 그때나 지금이나 같다. 현재성, 그것이 바로 19세기 작가들의 위대성이다.

 
 


카페지기:

세계문학 번역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린다.
 

윤우섭:

한국 문학 작품들을 많이 읽어야 한다. 우리 말들을 자꾸 찾아서 쓰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그래서 먼저 우리 말을, 아름다운 우리 말의 소중함을 느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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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도둑 2011-01-07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시아 문학이 백두대간 같은 느낌이라는 역자의 말은 어디에나 적용이 될 듯 싶기도 하네요.
하물며 독서 하나만 놓고 봐도 책을 읽으면서도 놓치던 것들, 눈에 들어오지 않던 것들을 어느날 문득 발견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그야말로 유레카~~를 외칠만한 일이 일어나잖아요,
그걸 성장이라고 불러도 좋을.....

우리 말은 번역에 있어서 도구로 이용되지만 그 도구가 부실하면 번역 자체도 조잡하고 난삽해 진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번역 작업이 녹록지 않음을 알 수 있네요. 그저 백두대간을 열심히 오르는 수밖에요..^^

cyrus 2011-01-07 12:40   좋아요 0 | URL
그렇죠, 번역가에게도 나름 번역 일에 대한 고충 끝에 나오는 결과물인데
독자들은 번역의 결과의 정도에만 따지고 평가하기 마련이죠,
저도 예전에 그런 독자 중의 1人이었습니다. ^^;;
 
레오나르도가 조개화석을 주운 날 - 고생물학자 굴드 박사의 자연사 에세이
스티븐 J. 굴드 지음, 김동광.손향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추억의 소년소녀 과학만화 시리즈

초등학생 때 가장 즐겨 읽었던 책이 삼성당이라는 아동도서 전문 출판사에서 나온 소년소녀 과학만화 시리즈였다.  그 시절에 장래희망이 에디슨 버금가는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는게 꿈인 이유도 있었지만 삼성당에서 나온 과학만화 시리즈가 잘 만든 것도 있었다. 화려한 색상은 기본에다가 어린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한 올컬러 사진은 한 번 읽게 되면 눈을 절대로 땔 수가 없을 정도였다.  어린 독자들을 겨냥한 과학만화 시리즈 내용이 다 그렇듯이 이 책에도 똑똑한 박사가 등장하여 자신의 과학지식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 참여한 감수자들도 과학계에서 알아주는 사람들이 참여했다.  ' 아폴로 박사 ' 故 조경철 박사와 우리나라 1세대 물리학자인 故 김정흠 교수 등이다. 하지만 지금은 진짜로 이 분들이 감수에 직접적으로 참여했는지 의심스러운 구석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박사가 등장하면 항상 박사의 설명을 듣는 남녀 학생이 꼭 등장하기 마련이다.  옛날 교과서에 나오는 남녀 주인공 이름이 철이와 순이인 것처럼 이 책에 나오는 학생들 이름도 ' 철이, 순이, 영희 ' , 이런 식이다.  한 번 들으면 잊지 않은 통상적인 이름들인 것이다.  

소년소녀 과학만화 시리즈에는 물리학, 화학, 천문학, 생물학, 의학 그리고 정보와 컴퓨터(그 당시과학만화 시리즈에 소개된 최신 컴퓨터가 DOS였다) 등 다양한 분야를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  얼마나 재미있게 읽었으면 반복해서 읽을 정도였다.  지금은 행정학을 전공하고 있지만 어렸을 때 읽은 과학만화 시리즈 덕분에 지금도 과학에 대한 관심이 남아있게 되었고, 과학도서를 꾸준히 읽고 있다.   
 

 

  ' 천재 ' 레오나르도 & ' 바보 새 ' 도도

나이가 먹으면 먹을수록 머릿 속 기억들이 조금씩 사라진 것도 있지만 소년소녀 과학만화 시리즈를 읽으면서 본 내용들 중에는 지금도 여전히 기억에 남아있는 것도 있다. 
 

과학만화 시리즈 중에는 ' 지구와 화석 ' 에 대한 내용이 있다. 지구상에 남아있는 다양한 화석을 통해서 지구의 역사를 살펴본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그 책에는 화석 연구에 대한 역사적인 내용이 소개되고 있는데 여기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일화가 언급되고 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산책을 하는 도중에 우연히 조개화석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그는 조개화석을 통해서 화석의 원인에 대해서 연구를 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야말로 세계 최초로 지구의 역사를 탐구한 사람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라면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화가이면서도 다양한 분야에 탐구를 하여 텍스트로 남긴 만능인이다.  그가 텍스트에 남긴 헬리콥터, 비행기 등은 시대를 앞서간 그의 천재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과학만화 시리즈를 읽으면서 또 하나 알게 된 사실은 도도새에 관한 것이다.    

' 새의 생활 ' 이라는 제목의 시리즈가 있다. (재미있게도 이 시리즈의 감수자는 ' 새 박사 ' 로 유유명한 윤무부 교수이다) 그 책에는 새에 관한 모든 내용들을 담고 있는데 그 중에 지구상에 멸종한 새들을 소개하는 내용이 있었다.   그리고 도도새의 사진과 함께 옆에는 이 새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덧붙여 있었다.   

도도는 마다가스카르에 위치한 모리셔스 제도에 살았던 새였는데,  작은 날개에다가 비대한 몸집 때문에 날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모리셔스 제도에 정착한 네덜란드 선원들이 도도를 식용 목적으로 마구 잡은 탓에 세상에 알려진지 얼마 안 가 멸종되고 말았다.   

' 날지 못하는 새 ' 라는 별명이 붙여진 이 새의 생김새를 보면 알겠지만, 참 웃기게 생겼다.  어떻게 보면 바보 이미지가 물씬 풍기기도 한다. 

  

 

  레오나르도가 조개껍질 연구에 매달렸던 이유   

인문학적 관점으로 과학 에세이를 쓰기로 유명한 스티븐 제이 굴드는 새로운 관점과 시선으로 대중들이 지금까지 알고 있는 기존의 과학 지식과 법칙들을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스티븐 제이 굴드는 <레오나르도가 조개화석을 주운 날>이라는 에세이집을 통해서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던 레오나르도의 화석 연구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레오나르도의 화석 연구가 15세기 때 이루어졌다는 점은 분명 그가 시대를 뛰어넘는 획기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레오나르도가 활동하던 당시만해도 화석의 존재는 그저 그런 돌조각에 불과했으며 당연히 화석에 대한 연구는 미미했다. 사람들은 성서에서 언급되는 ' 노아의 홍수 ' 때문에 죽은 생물들의 잔유물이 화석이 되었다고 생각했으며 신플라톤주의자들은 화석이 바위가 저절로 자연 유기체를 모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바다에 있어야할 조개껍질이 산 속에서 발견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설득력 있게 설명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레오나르도는 화석에 대한 오류투성이 이론들을 반박하기 위해서 화석 연구에 몰입하기 시작했으며 연구의 노고로 발견한 사실들을 자신의 텍스트에 기록하였다. 
 
그런데, 스티븐 제이 굴드는 레오나르도도 중세의 전근대적 가치를 벗어나지 못한 인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분명, 그의 화석 연구는 과학사에서는 새로운 시도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조개껍질 화석 연구 결과를 텍스트에 남기면서까지 천착했던 이유는 정작 따로 있었다. 
 
레오나르도의 두뇌 속에는 지구를 인간의 신체로 비유, 동일시하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제임스 러브록의 가이아 이론의 내용과 유사하기도 하다. 지구를 모든 생물과 무생물이 상호작용하면서 스스로 변화하는 하나의 살아있는 생명체라고 강조하는 것이 바로 가이아 이론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레오나르도는 이미 수백년 전에 벌써 가이아 이론을 생각해냈다는 것인가?   
 
아쉽지만, 레오나르도의 생각은 한정적이었다. 그의 생각은 지구를 인간의 신체로 동일시하고 있는 아주 단순하기만 하다.    
 

고대인들은 사람을 소우주로 불렀다. 인간이 흙, 물, 공기 그리고 불로 이루어졌다는 생각은 정말로 제대로 들어맞는 것이다. 지구의 몸도 같은 것이다.  사람이 살덩어리를 위한 버팀목인 골격으로 뼈를 가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구는 흙을 지탱해줄 암석을 가지고 있다.  
 
(중략) 
 
혈액을 보내는 정맥과 그 가지들이 인간육체 곳곳에 퍼져 있듯이 무한히 많은 물줄기가 지구의 몸뚱이를 덮고 있다.  
 
 - <레오나르도가 조개화석을 주운 날> [레스터 사본] 중에서, p 46 -

  
 
오늘날, 화석을 통해서 지구의 과거 모습을 알 수 있다. 산 속에서 조개껍질 화석이 발견되었다면 과거에 이 곳은 바다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레오나르도는 화석을 집중적으로 연구를 했지만 미처 거기까지는 발견하지 못했다.  그에게 화석이란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 지구 = 인간의 신체 ' 라는 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증명일뿐이었다.  그리고 그 자신도 정작 조개껍질 화석이 산 속에서 발견되는 이유를 정확하게 규명하지 못한 채 어정쩡하게 마무리짓고 말았다.   
 
다음과 같은 레오나르도의 일화를 통해서 알 수 있는 사실은 훌륭한 사고를 거쳐 새로운 법칙을 발견하는 과학자들도 사회적인 맥락을 벗어날 수 없음을 증명하고 있다. 우리가 '천재' 라고 여기는 인물들도 가끔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하기도 한다.  
 
MS의 설립자인 빌 게이츠 '윈도 95' 를 출시함으로써 PC 운영체제의 획기적 전환을 가져 왔으며,  컴퓨터의 급속한 확산과 더불어 세계 컴퓨터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하였다.  
 
하지만, 머리가 좋고 시대를 앞서는 생각을 할 줄 아는 그도, 지금도 회자가 되고 있는 시대착오적인 실언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1981년, PC 개발로 승승장구하고 있던 그는 무식한(?) 명언을 남기게 되었다.  
 
 " 메모리 640KB 정도면 모든 사람들에게 충분하고도 넘치는 용량이다." 
 
그가 이 말을 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의 컴퓨터 사용자들은 당시 빌 게이츠가 `호언`한 메모리의 40배가 넘는 용량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신기술의 등장으로 컴퓨터 메모리 용량은 날로 확장되고 있다.  자신이 만든 컴퓨터가 앞으로 인간의 삶에 끼치게 될 파급 효과를 빌 게이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열등한 동물, 도도 & 나무그늘 , , , ?

도도의 어원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이 있는데  ' 게으름뱅이 ' 라는 뜻의 네덜란드 어인 도도르(dodoor)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 밖에도 도도를 ' 발크포겔(Walgvogel) ' 이라고 부르기도 했었는데 ' 욕이 나올만큼 맛없는 새 ' 라는 뜻이다.  미국에는 ' Dead as a dodo ' 라는 관용어구가 있는데 ' 완전히 죽었다 ' 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도도가 살았을 당시 사람들에게는 이 새를 그리 호감적으로 바라보지 않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모리셔스 제도에 정착한 네덜란드 선원들은 이 ' 바보 ' 와 같은 새를 마구 잡아들였다. 도도의 특정 부위가 진미라는 말에 날지 못하는 새를 잡았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도도가 단시간내에 절멸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선원들이 길렀던 개와 돼지 등 가축 때문이었다.  도도는 알을 1개만 산란하는데 가축들이 도도의 알을 잡아먹었다.  도도가 거의 절멸되다시피한 상태에서 뒤늦게 박제 표본을 만들 수 있어서 지금도 우리는 도도라는 과거에 살았던 새를 볼 수 있다.   
 
도도는 인간의 무자비한 살상으로 멸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박물학자들은 멸종의 원인과 책임을 도도의 불완전함으로 돌렸다.  작은 날개 때문에 날지 못한 특성 때문에 도도는 천적의 위험을 벗어날 수 없었으며 도도의 종족 보존이 오래가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생물을 열등하게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은 도도뿐만 아니었다. 나무늘보 역시 인간의 냉담한 시선을 피할 수가 없었다.   
 
행동이 느릿느릿하며 땅 위에서는 걷지 못하는 나무늘보의 특성은 과거의 박물학자들에게는 지구상에서 가장 열등한 동물이라고 생각하였다.  박물학자 조르주 뷔퐁은 <자연사> 라는 책에서 나무늘보에 대해서 경멸조로 기록하고 있다.  
 

자연은 원숭이를 만들면서 생동감 있고 힘차고 열성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나무늘보는 느리고 어색하고 우둔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중략) 
 
느림, 멍청함, 자신의 몸에 대한 무심함, 심지어 슬픈 습성까지 이상하고 모자라는 형태에서 기인한다.  공격이나 방어를 위한 무기도 없고, 몸을 지키는 일조차 할 수 없다.  도망칠 수단도 없다. 
  
치욕스러운 나무늘보는 자연이 학대한 유일한 생물 , 선천적으로 비참한 이미지를 타고난 유일한 생물일지도 모른다.  
 
- <레오나르도가 조개화석을 주운 날>, 조르주 뷔퐁의 [자연사] 중에서, p 473~474 -  

  
   
그러나, 뷔퐁의 생각은 잘못 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나무늘보 특유의 느릿느릿한 행동 때문에 게으르고 느릿한 사람들을 ' 나무늘보 ' 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나무늘보가 그렇게 행동이 굼뜬 동물은 아니다.  
 
나무늘보가 땅 앞에만 있으면 걷지 못하는 것은 기다란 발톱 때문이다. 하지만, 발톱 때문에 나무늘보는 나뭇가지에 오랫동안 매달릴 수 있다. 그리고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날카로운 발톱을 휘두르기도 하는데 평소 행동과는 다르게 날렵하게 방어한다. 재미있게도 나무늘보는 물 속에서 헤험치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뷔퐁과 그 당시 박물학자들은 나무늘보도 얼마 안 가 도도처럼 멸절하리라고 예상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우리는 나무늘보를 볼 수가 있다. 비록, 멸종위기 상태이지만 인간들의 보호 덕분에 종족 유지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신항로 개척 이후로 유럽인들은 본격적으로 식민지 확장으로 영역을 넓혀나갔다. 그리고 다른 민족을 ' 열등 ' 으로 기인한 착취도 이루어지게 되었다.  도도와 나무늘보를 향한 인간의 시선에는 동물마저도 우성과 열성으로 분류하려는 편협적인 사고 방식이 지배하고 있었다. 그런 사고 방식 때문에 원시적인 생활을 하는 신대륙의 원주민들뿐만 아니라 그 곳에서 오랫동안 살고 있었던 동물들은 우성적인 인간들의 칼날에 힘 없이 쓰러져야만 했다. 
  
  
   
  
  진보가 만들어낸 편견에 사로잡힌 과학의 역사  
  
레오나르도의 조개껍질 화석과 도도 & 나무늘보 이야기 이외에도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의 역사 뒤에는 인간적인 행동 범주을 벗어나지 못한 편견과 오해가 있었다.  하지만, ' 인간 ' 이라고 구분짓게 하는 행동 범주가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은 ' 진보 ' 라는 허울이 존재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과학의 역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그동안 인류가 이룩한 진보의 결과물들은 자칫 인간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일종의 인간중심주의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지구상에는 인간만 존재하는 것이다. 인간뿐만 아니라 동식물도 존재하고 있다. 레오나르도가 고대에서 전해 내려온 생각에 사로잡혀 있듯이 ' 인류가 최고이며 우주의 중심 ' 이라고 생각 역시 진보가 만들어낸 편견에 불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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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노 열린책들 세계문학 27
에드몽 로스탕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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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화

이 이야기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그 당시, 나는 밥과 책, 이 두 존재 없이는 살 수 없었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좋은 대학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장밋빛 인생을 위해서 학교 공부에 죽어라 매달렸다.  

집안 형편도 그렇게 넉넉하지가 않아서 남들이 다 가는 입시학원을 못 다녔고 고액 과외도 꿈도 못 꾸었다. 하지만 ‘ 노력만이 살 길이다’ 라는 막연한 마음을 품은 채 학교 야간 자율 학습이 끝나는 밤 10시가 되어도 귀가하기보다는 깜깜한 골목길을 지나서 독서실로 향했다.  

그리고 또 앉아서 공부했다. 몇 몇 사람들은 공부만 하는 학창 시절은 너무 재미없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 입으로 내 학창 시절, 재미없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물론, 학창 시절에 공부만 한다면 재미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무미건조한 학창 시절에 즐거움의 단비도 있었다. 공부하다가 지루하면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학생 때는 학교생활이 주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는 대체로 친구들과 어울려서 놀이공원에 간다거나 부모님 몰래 술집에 가서 술을 마시기도 했다. 하지만 남들과 어울려 노는 것보다는 혼자서 책 읽는 것이 좋았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 그냥 책 읽는 게 좋았다. 이런 무미건조한 생활을 하게 된 것도 학교 환경도 영향이 컸다. 중학생 3년, 고등학교 1학년. 총 4년을 남학생들과 부대끼는 생활을 해왔었다. 

그러다가 나의 인생을 바꾸게 되는 시기가 찾아왔다. 2학년에는 남녀공학 교실로 배정받게 되었던 것이다. 교실 총원 30명, 그 중에 여학생이 20명. 남학생보다 10명 보다 많았다. 우스갯소리로 한 교실에 남학생과 여학생이 생활하게 되면 남학생은 평소에 예쁘지 않던 동급 여학생을 예쁘게 보인다는 속설이 있다. 속설이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나도 남자이다 보니 모든 여학생이 예뻐 보일 수 밖에 없었으며 이성에 대한 솟구치는 관심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그런 공부와 책 밖에 몰랐던 필자가 큐피드는 너무 딱해보였는지 나에게 사랑의 화살을 쏘았는가 보다. 그것도 강렬한 사랑에 취하도록 만든 화살을.

결국에는 같은 교실의 여학생 K를 좋아하고 말았다.  

하지만 내심 좋아한다고 직접적으로 고백할 자신이 없었다. K가 공부 밖에 모르는 사랑의 백면서생인 나를 좋아할까? 몸도 비쩍 마르고, 이마도 넓어서 내 얼굴이 그렇게 잘 생긴 것도 아닌데 K가 내 고백을 받아줄까?  

나는 내성적인 성격인 반면에 K는 명랑하고 털털한 성격이었다. 괜스레 성격이 맞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퇴짜 맞을까봐 걱정하기도 했다. 그래서 같은 교실 친구이며 연애 고수인 A에게 나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A는 나보다 잘 생겼으며(당시 나를 포함한 10명의 남학생 중에서 그나마 잘 생겼다) 연애 경험도 풍부했다. 사실은 연애 비법을 전수받고자 해서 속마음을 A에게 털어놓았던 것이다. 나름 도움이 되고 희망적인 내용을 얻기를 바랬건만, 막상 연애 고수 A가 추천하는 비법은 나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A의 여심을 사로잡는 비법은 이렇다. 먼저 K에게 주말을 잡아 단 둘이 놀자고 제안한다. 만약에 K와의 즐거운 시간이 확정되면 나는 하루동안 놀아야 할 일정을 정하고, 당일에는 멋진 옷을 입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놀 때는 놀이공원에서 놀고, 식사는 외식 전문 식당에서 해야 한다. 그리고 감정이 무르익었다면 고백하라는 것이다. 연애에 젬병이었던 필자는 A의 비법을 100% 믿지 않았다. 그리고 A가 말한 대로 실천하는 것도 두려웠다. K가 흔쾌히 승낙해줄 건지 미지수이며, 재미있게 노는 경험이 전혀 없었던 필자에게는 막상 그렇게 말할 자신도 없었다. 필자는 너무나 동떨어진 현실을 스스로 인식하고 그냥 이루어질 수 없는 짝사랑으로 접어야만 했다. 그리고 원래의 생활로 돌아왔다. 책상에 앉아서 손 때 묻은 거무칙칙한 수학의 정석을 끼적거렸다.  

.

그리고 2주 뒤에 연애 고수 A와 여학생 K는 핑크빛이 우러나오는 교내 커플이 되었다. 
 

   

  

 

 

  사랑도 모르고 표현할 줄도 모르는 남자  

 

 

 

 

작년에 개봉했던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의 원작이라는 것도 있었고, 나름 연애에 대한 비법(?)을 얻을 수 있을까하는 반신반의로 에드몽 로스탕의『시라노』을 읽었건만... 역시 읽고나서 얻은 건 이야기의 재미였을 뿐 정작 얻고자하는 소득은 없었다.

‘사랑을 모르지만 표현하는 일을 하는 남자’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

‘사랑은 알지만 표현할 줄 모르는 남자’ 크리스티앙이라면

나는 ‘사랑도 모르고 표현할 줄도 모르는 남자’ 였다.

『시라노』를 읽기 전에는 나는 크리스티앙형인줄 알았는데 읽고 나니 그게 아니었다.  

 

시라노는 남들보다 큰 코라는 자신의 약점 때문에 사랑의 감정을 얻지 못했음을 스스로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남들과의 미움의 벽을 쌓아야 했다. 그러나 묵묵히 록산에 대한 사랑을 자신의 마음속에 꾹 눌러 지켜나갔다. 사실, 뼈아픈 짝사랑의 실패 이후 나도 시라노처럼 괜히 여학생들에게 무뚝뚝하면서도 냉정하게 대하곤 했었다. 사랑의 감정을 제대로 고백하지도 못하는 소심남 주제에 한 번 겪은 사랑의 실패 원인을 나 자신이라는 것을 일부러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했었다. 왜곡된 마음이 삐딱한 시선으로 주위 사람들을 바라보게 되었던 것이다. 연애 비법을 찾는답시고 책을 읽었다가 도리어 지금까지 사랑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하고 있음을 깨닫는 동시에 내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내 인생에 찾아온 짝사랑의 기회를 스스로 인고하면서 쉽게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뒤늦은 후회감도 들었다. 

   

 

 

  '사랑 고백 조작단 ' 되기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당신을 알지 못합니다.
이른 아침 감은 눈을 억지그레 떠야하는 피곤한 마음속에도
나른함속에 파묻힌 채 허덕이는 오후의 앳된 심정 속에도
당신의 그 사랑스러운 모습은 담겨 있습니다.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당신을 알지 못합니다.
층층계단을 오르내리며 느껴지는 정리할 수 없는 감정의 물결속에도
십년이 휠씬 넘은 그래서 이제는 삐걱대기까지 하는 낡은 피아노
그 앞에서 지친 목소리로 노래를 하는 내눈속에도
당신의 사랑스러운 마음은 담겨 있습니다.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당신을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당신도 느낄 수 있겠죠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당신도 느낄 수 있겠죠
비록 그날이 우리가 이마를 맞댄채 입맞춤을 나누는
아름다운 날이 아닌 서로의 다른 곳을 바라보며
잊혀져 가게 될 각자의 모습을 안타까워하는
그런 슬픈 날이라 하더라도 나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당신을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건 당신께 사랑을 받기 위함이 아닌
사랑을 느끼는 그대로의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 유영석 <사랑 그대로의 사랑> 전문 -

 

케이블 방송에서 S 방송국 심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가수 유영석 씨가 출연했던 것을 본 적이 있다. 유영석 씨가 미모의 미스코리아 부인을 둔 자신만의 비법(?)을 공개했다. 평소에 ‘사랑’에 대한 감정을 틈틈이 글로 기록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유영석 씨는 많고 많은 미완의 글을 갈고 닦아서 ‘사랑 그대로의 사랑’ 이라는 노래를 탄생시켰다.    

 

사랑의 감정을 시적으로 표현한 가사와 피아노 건반에서 울려나오는 잔잔한 멜로디는 유영석 씨 본인이 꼽는 최고의 자작곡인 동시에 지금도 연인들이 고백할 때 사용하는 음악이다. 그리고 유영석 씨 본인도 부인에게 이 노래로 고백을 했다고 한다. 사실, 까놓고 말하면 유영석 씨는 잘 생긴 외모와 거리가 먼 평범한 얼굴을 가졌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외모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오히려 타고난 음악적 재능과 사랑을 표현할 줄 아는 적극적인 태도를 동시에 살려서 아리따운 피앙세를 얻었던 것이다.  


『시라노』에는 시라노와 크리스티앙은 서로의 장점을 보완하여 록산에게 고백하는 장면이 있다. 시라노는 이성을 유혹하게 하는 달콤한 화술, 크리스티앙은 멋진 외모를 가지고 있다. 시라노는 크리스티앙 뒤에 숨어서 그의 목소리를 대변하여 록산을 유혹하게 한다. 크리스티앙은 그냥 시라노의 말에 입만 뻥긋거리면 되었다. 두 사람이 스스로 ‘사랑 고백 조작단’이 된 것이다. 간혹 이 둘의 행동이 맞지 않아 록산이 의심하는 장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조마조마하게 만들면서도 익살스럽게 느껴진다.  


사랑하는 사람을 얻기 위해서는 잘 생긴 외모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성격이 착해서 이성이 좋아할 수도 있으며 유재석 씨처럼 재치있는 말솜씨와 편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사람을 좋아할 수도 있다. 각자 나름의 장점을 살려서 이성에게 어필할 수가 있다. 그러나 제대로 어필하기 위해서는 이성을 얼마나 좋아하느냐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용기 있게 표현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 

시라노와 크리스티앙, 그리고 유영석 씨처럼 이성을 사로잡는 자신만의 사랑 고백 조작만이 커플이라는 꿈의 등급으로 상승(?)될 수 있는 비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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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1-06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영석님의 <사랑 그대로의 사랑> 이 곡 너무 좋죠.
음악에 깔려서 나직한 목소리로 읽어가는 시.....

남녀간의 사랑이란게 밀고 땡기기를 잘해야 한다는건 농담이 아닌듯 해요. 지금 바라봤을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진실과 성실인데도, 그 시점에 호르몬의 영향을 무시 못 한단 말이죠. 사람은 자기 손에 닿을 듯 말 듯한 사람을 제일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요. 나 없이도 잘 살거 같은 사람이 꼭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거죠... 이건, 아마도 그런 사람을 소유함으로서 내 가치가 올라갈 것 같은 환상 때문일까요? ㅎㅎ.

cyrus 2011-01-06 15:26   좋아요 0 | URL
제가 컴맹이라 동영상을 올리지 못했네요. ^^;;
아직 저에게는 사랑이란 정말 어려운 단어인거 같아요.

stella.K 2011-01-06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 책 덕분에 시루스님의 쓴 첫 사랑 이야기도 알게 됐군요.
K 양이 털털하다면 무난히 시루스님을 받아줬을지도 모르는데 넘 소극적이었던 건
아닙니까?ㅋ 하긴 지난 일인걸요. 어쨌든 누구나 첫 사랑은 실패한다지 않습니까?
저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시루스님 나름 알찬 청소년기를 보내셨군요. 저도 청소년기를 다시 산다면
시루스님 같이 살아보고 싶은데, 문제는 인생을 다시 살아도 청소년기만큼은
절대 노라는 거죠.ㅎㅎ

cyrus 2011-01-06 15:28   좋아요 0 | URL
가끔 고등학생 동창회로 만나게 되면 항상 나오는게 실연 이야기랍니다.^^;;
막상 이야기가 나오게되면 창피스럽기도 하지만, 스텔라님 말씀대로
청소년 때 내가 헛으로 살지 않았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하지만 저도 그 때로 돌아가기 싫어요. 군대 또 가야되잖아요^^:;

감은빛 2011-01-07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첫사랑!
저는 사실 친구 A와 비슷한 경험은 있습니다.(조금 다릅니다!)
정말 쑥맥이었던 친구녀석이 전화번호를 하나 갖고 와서,
전화를 해서 말을 좀 걸어달라고 해서,
실컷 물밑 작업을 해주고, 녀석에게 직접 전화하고 만나라고 했는데,
이 녀석이 도저히 못하겠다고 그냥 포기해버리는 겁니다.
덕분에 내가 전화를 계속 하다가 만나게 되고,
결국 사귀게 된 기억이 있습니다.
저는 고딩이었고, 여자애는 중딩이었어요.
나름 재밌었습니다.
아, 써놓고 보니 자랑처럼 들린다거나,
기분나빠하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데,
절대 자랑하려거나, 기분 나빠하시라고 쓴 건 아닙니다. 아시죠 ^^

cyrus 2011-01-07 12:37   좋아요 0 | URL
아니요, 오히려 감은빛님의 러브스토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는데요. ^^ 용감한 사람만이 사랑을 얻을 수 있다는
옛날부터 전해내려온 진리가 맞는거 같습니다.
 

 

 


의 저자 스테팔 헤셀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라. 우리가 참아선 안 될 것들이 있다. 가장 나쁜 것은 무관심이다.”

 

우연히 네이버에서 메인으로 뜬 이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본문 13쪽짜리라는 분량의 베스트셀러라는 점에서 독특했지만 책 제목이 예사롭지 않아서 클릭을 안 할 수가 없더라구요.

 ' 분개하라 ! ' 

 
위의 기사 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금 프랑스 베스트셀러 책은 소설이 아니라는 사회과학 책이라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우리나라도 작년에 마이클 샌델이 쓴 이 두 권의 책이 베스트셀러를 평정했지요. ' 평정 ' 이라는 단어에 어울릴 정도로 잘 팔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인문도서가 베스트셀러 1위를 하는게 쉽지 않은 우리나라 출판계를 생각하면, ' 마이클 샌델 신드롬' 은 정말 대단한거 같습니다. 

  

 

 

 

 

 

 

 

 

프랑스의 스테팔 헤셀의 책은 때마침 사르코지 정부의 레임덕 현상과 잘 맞물려서 베스트셀러가 된 것처럼  마이클 샌델의 책들 역시 우리 사회 내에서 대두된 정의와 도덕 불감증 그리고 찬반으로 갈려진 각종 정치적, 사회적 문제들이 공론화되었을 때  시의적절하게 출판되어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역으로 생각해보면 국내 출판계에도 우리나라 현 사회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하는 사회과학 책들이 적지 않게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왜 사람들은 잘 읽지 않은걸까요?



 

 

 

 

 

  

우석훈 같은 경우에는 <88만원 세대> 한 권으로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알렸을 뿐만 아니라 
' 88만원 세대' 라는 용어를 확립시켰지만  사실, 이 책 이외에도 우석훈의 책을 읽어본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을거라고 생각됩니다.  저 역시 <88만원 세대> 말고는 다른 책을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강준만이 사회 문제에 대해서 독설적으로 비난하는 내용들의 책이나
칼럼을 쓴 걸로 유명했다던데 , , ,     

제가 사회문제를 다룬 강준만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네요. ^^;;   

강준만의 책들 중에 그나마 재미있게 읽었던 게 <근현대사 산책>과 <현대사 산책 시리즈> 뿐입니다.  최근에 우리나라 취업 문제에 관한 책이 나왔던데,  책 제목이 예사롭지가 않네요. 요즘 급 관심 있어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제가 소개한 책들 말고도 우리나라 사회를 비판하는 책이 많이 있습니다.어떤 글쓴이들의 부류에는 스테판 헤셀처럼 직설적으로 비판하는 스타일이 있기 마련이고, 반면 다른 글쓴이들의 부류는 사회 문제의 어두운 면을 진솔하게 드러내면서 읽는 독자들에게  ' 충격 요법 ' 을 주게 하는 스타일 등  작가의 개성마다 다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제가 아직 사회문제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어보지 못한 터라 설명이 많이 부족하겠지만 , , ,  ^^;;

기사를 보면서 느낀 것이 프랑스 출판계 아니 그 나라의 사회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스페판 헤셀의 책이 얼마나 직설하게 그리고 독설적으로 썼는지는 알 길은 없지만,

정부를 대놓고, 정면적으로 비난할 수 있는 책을 쓸 수 있는 그들의 문화가, 그리고  심각하기만한 사회적 문제를 다룬 책을 고르 줄 아는 그들의 독서가 부럽네요. 

(기회가 된다면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도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프랑스가 골치 아파하고 있는사회 문제가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사회 문제와 흡사하기도 하거든요)

 


P.S>  이왕에 우석훈, 강준만, 김규항이 나온 김에 이 사람들 말고도 우리나라 사회에 대해서 비판하는 내용의 책을 쓰는 저자들이나 관련된 책이 있으면 소개시켜 주세요.   이제 막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터라 아직 사회를 보는 눈이 좁다는 생각이 드네요. 소설이나 고전 읽기도 중요하겠지만,  올해에는 사회 문제를 다룬 책들도 많이 읽어야겠습니다.

 




출처 

http://www.segye.com/Articles/News/International/Article.asp?aid=20110104004017&ctg1=01&ctg2=00&subctg1=01&subctg2=00&cid=0101040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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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05 04: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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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05 17: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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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05 16: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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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05 17: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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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크래프트 전집 1 러브크래프트 전집 1
H. P. 러브크래프트 지음, 정진영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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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퓨젤리 <악몽>, 1781년
  

인류의 가장 오래되고 가장 강력한 감정은 공포다.  

그리고 가장 오래되고 가장 강력한 공포는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다.  

- H.P. 러브크래프트 -  

 

  호러소설계의 ' 미친 존재감 '  

요즘 온라인에서는 ' 미친 존재감 ' 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새롭게 등장한 이 단어는 주로 방송에서 출연하는 연예인들의 수식어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적은 방송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의 외모, 스타일 등으로 한눈에 알아볼 수 있으며 방송 내용 전체 흐름에 큰 영향을 주는 연예인들에게 붙여진다.  그만큼, 특정 연예인들을 향한 대중들의 인기를 반영하고 있으며 방송. 연예계뿐만 아니라, 이제는 사회나 스포츠 등 어디서나 사용되는 새로운 신조어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렇다면, 호러소설 장르에서 ' 미친 존재감 ' 은 누구일까?     

 

최근에 신작소설을 들고 나온 '호러 킹(Horror King)' 스티븐 킹, 호러소설의 창시자이며 미스터리 소설 작가들에게 수여되는 상의 이름으로 남아있는  에드거 앨런 포우, 아니면 <피의 책>이라는 작품 하나만으로  인기 호러소설 작가로 급부상했던 클라이브 바커. 이 외에도 <나는 전설이다>의 작가 리처드 매드슨, 일본의 교고쿠 나쓰히코 등은 지금도 수많은 독자층 팬덤 형성은 물론이고, 영화나 TV 드라마로 만들어질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대표적인 작가들이다.        

여기서 언급한 특정 작가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이들에게는 ' 미친 존재감 ' 이라고 불릴만한 작가가 없다. 아니, 이들은 이미 대중적인 작가로 지금도 이들의 명성은 가히 높기 때문에 ' 미친 존재감 ' 이라고 붙이기에는 ' 거장 ' 이나 다름없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퍽 섭섭해할 것이다.  특히, ' 호러 킹 ' 이라는 별명 하나로 호러소설의 제왕으로 상징되는 스티븐 킹에게는.    

  

 

  러브크래프트, 그는 누구인가?

  

H.P. 러브크래프트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1890~1937)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생소하겠지만 호러소설을 즐겨 읽으시는 분들이라면 한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H.P. 러브크래프트.  그야말로 호러소설계의 ' 미친 존재감 ' 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스티븐 킹, 클라이브 바커, SF호러 영화 <에일리언>의 캐릭터를 탄생시킨 H.R. 기거가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러브크래프트라는 존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러브크래프트의 프로필을 보게 되면 그가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그의 일생 전반적으로 보면 어둡기만 하다. 아버지가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불우한 유년시절을 경험했지만 그 시기에 이루어진 방대한 독서는 자신의 작품 집필에 큰 영향을 주었다. 작품 집필과 독서를 위해서 폐쇄적인 생활을 한 그는 그 이유로 괴짜 은둔자라는 이미지가 따라다니게 되었지만 실제로는 자신처럼 호러소설을 쓰는 아마추어 작가들과 서한 교류를 할 정도로 그렇게 폐쇄적인 성격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당시만해도 러브크래프트 문학을 알아주기에는 시대에 앞선 일이었으며 열심히 써내려간 단편소설들은 단지 생계 유지를 위한 것일뿐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   


 

H.R. 기거가 그린 에일리언 

러브크래프트가 묘사한 크툴루와 니알로토텝의 모습은 

H.R. 기거가 그린 에일리언의 모습과 같다고 주장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러브크래프트의 문학은 H.R. 기거의 미술에 큰 영향을 주었다.  



크툴루, 니알로토텝, 데이곤 등 이전에 보지 못한 괴기스러운 캐릭터들을 탄생시켰으며 그의 생애만큼이나 대다수 작품들에서도 뿜어져나오는 음산하고 괴기스러운 분위기 때문에 그의 문학은 영영 역사의 어둠 속으로 사라질뻔하였다.  하지만, 후세에 그의 문학은 호러소설이라는 장르를 구축한 공로로 평가되기 시작하였으며 그의 소설은 영화, 음악 등으로 변용되어 재생산되고 있다.   스티븐 킹 이외에도 장르소설을 쓰는 작가들이 한번씩 꼭 읽었던 대표적인 작가가 바로 러브크래프트이다. 

    

 

  러브크래프트의 몽환적 리얼리즘  

러브크래프트의 소설들은 기존에 우리가 읽고 있는 소설의 형식과 다르다. 무섭고 으시시한 호러소설을 원하면서도 러브크래프트를 처음 읽게 되는 독자들에게는 낯선 문장과 묘사 때문에 러브크래프트 문학의 묘미를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그의 소설에는 세기말 유럽 사회의 분위기와 고대에서 전해내려온 미신 그리고 러브크래프트 특유의 몽환적인 오컬트가 공존하고 있다.  

 


페르낭 크노프 <버려진 거리>, 1904년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을 읽게 되면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배경이 있기 마련인데 아컴, 미스캐토닉 계곡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공간이지만 러브크래프트 소설의 핵심적인 배경들이다. 가끔 그가 태어나고 자랐던 실제 지명인 프로비던스도 종종 등장하곤 한다.  소설 속  지명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불가사의한 존재가 살기에 딱 적당한 장소인만큼 대체로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그리고, 러브크래프트 소설에서도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키워드가 바로 네크로노미콘이다. 네크로노미콘을 절대로 읽어서는 안 되는  ' 악마의 책 ' 이다. 다시 말하자면, 금서인 것이다.  러브크래프트는 <네크로노미콘의 역사> 라는 일종의 픽션이 가미된 소품에서 이 책이 실제 존재하는마냥 묘사하고 있다. (러브크래프트는 네크로노미콘의 판본 중 하나가 아컴의 미스캐토닉 대학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게 되면 끔찍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비록,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허구의 책이지만 ' 금서 ' 와  ' 저주의 책 ' 이라는 효과 덕분에 이름을 그대로 따온 위작들이 등장할 정도로 러브크래프트는 환상과 현실이 공존하는 묘사에 탁월하였다.   

 

 


아르놀트 뵈클린 <망자의 섬>, 1880년

러브크래프트 소설들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마치 꿈 속에서 겪은듯한 환상적인 경험을 하게 되는데 독자들에게는 현실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게 된다. 특히 <데이곤>에서  화자가 늪 속에서 흉칙스러운 괴생물체 데이곤을 피하기 위해서 낯선 곳에서의 혼란과 공포 속에서 난파선까지 사력을 다하여 기어가다시피 하는 모습은 꿈 속에 있을법한 일을 더욱 현장감 있게 묘사하고 있다.   

어딘지 알 수 없는 어둠만이 존재하는 늪 속 한가운데에 있다고 꿈을 꾸고 있다고 하자. 실제로 접하지 못한 낯선 미지의 공간에서 인간은 본능적으로 공포감을 느끼게 되는 것처럼 꿈꾸고 있는 동안 우리는 그런 분위기를 갖게 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동물이라고 말할 수 없는 괴이한 모습의 생명체들이 다가온다고 해보자. 공포감이 한층 더 배가될 것이다.   

꿈이라는 현상을 겪게 되면 잠자는 동안에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사물을 보고 듣을 수 있을 정도로 생생한 경험을 하게되지만 결국에는 꿈 속에서의 장소와 배경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에 불과하다. 실제로 러브크래프트의 소설들 중에는 작가 본인의 꿈을 토대로 오컬트적 분위기를 가미한 것들이 있다.  작가 본인 스스로도 꿈 덕분에 니알로토텝이 탄생할 수 있다고 밝힐 정도로 그가 꿨던 꿈 (어떻게 보면, 불길하고 괴이하기 짝이 없는 악몽이지만) 은 몽환적 리얼리즘이라고 부를 수 있는 소설로 재구성할 수 있었다.

 

  

  꿈꾸는 인간이 기록한 그로테스크한 일기  

 

 


<뵈클린에 대한 경의> H.R. 기거

러브크래프트의 소설들을 읽게 되면 어떤 독자들은 작가의 정신 세계에 대해서 의문을 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작가의 아버지가 정신 질환 증상이 있었다는 점 때문에 작가 본인도 스스로 아버지로부터 물려받는 정신 질환의 유전적 징후가 독특한 작품들이 완성할 수 있는 근원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소설 속 화자들은 대부분 일기 형식으로 자신들이 겪은 괴이한 체험을 고백하는 것처럼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나 역시 이번에 그의 소설을 처음 읽게 되면서 호러소설계의 ' 미친 존재감' 답게  미친 사람이 쓴 일기와 같은 느낌을 받곤 하였다.  하지만, 이 책의 번역가 정진영 씨는 정신 질환과 관련된 생애 때문에 형성된 작가에 대한 그릇된 시각은 작가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는데 요용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러브크래프트의 정신 상태가 불안정했는지 제대로 증명할 수 있는 자료는 없지만,  불안정한 심리 상태가 무조건 작품 구성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인간이 낯선 미지의 환경이나 장소 앞에서 원초적인 공포를 느끼게 되는 것처럼 러브크래프트 역시 분명히 그런 심리적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특히, 그가 꾸었던 꿈들을 토대로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 ' 를 소설로 실감나게 반영하고 있다. 그가 은둔자라는 오명을 받으면서까지 평생 호러소설 ' 외골수' 가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어쩌면 자신의 소설들을 지금까지 꿈 속에서 경험한 환상적인 체험을 기록하기 위한 자신만의 일기로 여긴 것이 아닐까하는 추측도 해본다.  

러브크래프트의 일기 아니 소설 속에는 일반 사람들에게는 무섭고도 불쾌하게 만드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그의 소설 한 편을 읽기 시작하게 되면 작품 전반 내내 흐르는 긴장감이 만들어내는 호기심 때문에 눈을 뗄 수가 없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로테스크한 그의 소설들이 읽고 싶어지게 되는 이유가 남의 일기를 훔쳐보게 되면 더 읽고 싶어지게 되는 유희적인 욕구와 같은 카타르시스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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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1-04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류의 가장 오래되고 가장 강력한 감정은 공포다.
그리고 가장 오래되고 가장 강력한 공포는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다.

많이 인용되는 유명한 문구잖아요, 러브 크래프트의....
아, 갑자기 공포 판타지 읽고 싶당.. 호프만의 <악마의 묘약>도 이런 분위기죠. 마찬가지로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나온 작품인데.. 그런데, 리뷰가 거의 책 서평 수준인데요? 대단하세요, 사이러스님~

cyrus 2011-01-04 13:30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문구 처음 알았어요. 저도 호프만의
소설을 읽으려고 하는데 나온지 오래 되어서
도서관에서도 구하기 힘드네요^^;;
추리 리뷰 이벤트가 21일까지 진행된다네요.
마고님도 장르문학을 즐겨 읽으시는거 같은데 이번에 대회에
참가해보세요^^

감은빛 2011-01-04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부터 즐찾을 해놓고, 가끔 들어와보기도 했지만,
이렇게 발자국을 남기기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글 참 잘쓰십니다.
저는 이렇게 명쾌하게 쓰는 사람이 참 부럽습니다.

호러소설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이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왠지 많이 알게된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러브크래프트 라는 작가 기억해두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cyrus 2011-01-04 22:2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감은빛님.
우연히 감은빛님의 글을 읽고나서 제가 님 서재를 즐겨찾기하고 난 뒤에
님도 제 서재를 즐겨찾기해놓으신 걸 알게 되었습니다.
미리 알았으면 제가 먼저 서재를 들려야했었는데, 자주 들리겠습니다.^^

반딧불이 2011-01-04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심영역이 참 다양하시네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cyrus 2011-01-05 01:11   좋아요 0 | URL
긴 글인데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감사합니다.

sslmo 2011-01-05 0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요,cyrus님.
글 속의 내용이 잘리고 겹쳐요.
저만 그렇게 읽히는 건가요?

전 장르 소설은 두루두루 섭렵하는데...호러는 좀 그닥이예요.
하지만, 위에 언급하신 '미친 존재감'이라면 '러브 크래프트' 썸업 해줄 수 있어요~^^

cyrus 2011-01-05 18:07   좋아요 0 | URL
제가 올린 리뷰가 나무꾼님 모니터에는 이상하게 뜬건가요?

저 같은 경우에는 서재에 글을 올리면 의도치 않게 글이 엉뚱하게
위치가 바껴있다거나 전체 글이 진하게 되어버려요-_-;;
오늘 올린 페이퍼도 원래는 신문기사만 하얀색 글상자에 넣으려고 했는데
쓰고 올려보니 문장 전체가 글상자 안으로 들어가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