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가 조개화석을 주운 날 - 고생물학자 굴드 박사의 자연사 에세이
스티븐 J. 굴드 지음, 김동광.손향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추억의 소년소녀 과학만화 시리즈

초등학생 때 가장 즐겨 읽었던 책이 삼성당이라는 아동도서 전문 출판사에서 나온 소년소녀 과학만화 시리즈였다.  그 시절에 장래희망이 에디슨 버금가는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는게 꿈인 이유도 있었지만 삼성당에서 나온 과학만화 시리즈가 잘 만든 것도 있었다. 화려한 색상은 기본에다가 어린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한 올컬러 사진은 한 번 읽게 되면 눈을 절대로 땔 수가 없을 정도였다.  어린 독자들을 겨냥한 과학만화 시리즈 내용이 다 그렇듯이 이 책에도 똑똑한 박사가 등장하여 자신의 과학지식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 참여한 감수자들도 과학계에서 알아주는 사람들이 참여했다.  ' 아폴로 박사 ' 故 조경철 박사와 우리나라 1세대 물리학자인 故 김정흠 교수 등이다. 하지만 지금은 진짜로 이 분들이 감수에 직접적으로 참여했는지 의심스러운 구석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박사가 등장하면 항상 박사의 설명을 듣는 남녀 학생이 꼭 등장하기 마련이다.  옛날 교과서에 나오는 남녀 주인공 이름이 철이와 순이인 것처럼 이 책에 나오는 학생들 이름도 ' 철이, 순이, 영희 ' , 이런 식이다.  한 번 들으면 잊지 않은 통상적인 이름들인 것이다.  

소년소녀 과학만화 시리즈에는 물리학, 화학, 천문학, 생물학, 의학 그리고 정보와 컴퓨터(그 당시과학만화 시리즈에 소개된 최신 컴퓨터가 DOS였다) 등 다양한 분야를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  얼마나 재미있게 읽었으면 반복해서 읽을 정도였다.  지금은 행정학을 전공하고 있지만 어렸을 때 읽은 과학만화 시리즈 덕분에 지금도 과학에 대한 관심이 남아있게 되었고, 과학도서를 꾸준히 읽고 있다.   
 

 

  ' 천재 ' 레오나르도 & ' 바보 새 ' 도도

나이가 먹으면 먹을수록 머릿 속 기억들이 조금씩 사라진 것도 있지만 소년소녀 과학만화 시리즈를 읽으면서 본 내용들 중에는 지금도 여전히 기억에 남아있는 것도 있다. 
 

과학만화 시리즈 중에는 ' 지구와 화석 ' 에 대한 내용이 있다. 지구상에 남아있는 다양한 화석을 통해서 지구의 역사를 살펴본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그 책에는 화석 연구에 대한 역사적인 내용이 소개되고 있는데 여기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일화가 언급되고 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산책을 하는 도중에 우연히 조개화석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그는 조개화석을 통해서 화석의 원인에 대해서 연구를 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야말로 세계 최초로 지구의 역사를 탐구한 사람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라면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화가이면서도 다양한 분야에 탐구를 하여 텍스트로 남긴 만능인이다.  그가 텍스트에 남긴 헬리콥터, 비행기 등은 시대를 앞서간 그의 천재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과학만화 시리즈를 읽으면서 또 하나 알게 된 사실은 도도새에 관한 것이다.    

' 새의 생활 ' 이라는 제목의 시리즈가 있다. (재미있게도 이 시리즈의 감수자는 ' 새 박사 ' 로 유유명한 윤무부 교수이다) 그 책에는 새에 관한 모든 내용들을 담고 있는데 그 중에 지구상에 멸종한 새들을 소개하는 내용이 있었다.   그리고 도도새의 사진과 함께 옆에는 이 새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덧붙여 있었다.   

도도는 마다가스카르에 위치한 모리셔스 제도에 살았던 새였는데,  작은 날개에다가 비대한 몸집 때문에 날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모리셔스 제도에 정착한 네덜란드 선원들이 도도를 식용 목적으로 마구 잡은 탓에 세상에 알려진지 얼마 안 가 멸종되고 말았다.   

' 날지 못하는 새 ' 라는 별명이 붙여진 이 새의 생김새를 보면 알겠지만, 참 웃기게 생겼다.  어떻게 보면 바보 이미지가 물씬 풍기기도 한다. 

  

 

  레오나르도가 조개껍질 연구에 매달렸던 이유   

인문학적 관점으로 과학 에세이를 쓰기로 유명한 스티븐 제이 굴드는 새로운 관점과 시선으로 대중들이 지금까지 알고 있는 기존의 과학 지식과 법칙들을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스티븐 제이 굴드는 <레오나르도가 조개화석을 주운 날>이라는 에세이집을 통해서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던 레오나르도의 화석 연구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레오나르도의 화석 연구가 15세기 때 이루어졌다는 점은 분명 그가 시대를 뛰어넘는 획기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레오나르도가 활동하던 당시만해도 화석의 존재는 그저 그런 돌조각에 불과했으며 당연히 화석에 대한 연구는 미미했다. 사람들은 성서에서 언급되는 ' 노아의 홍수 ' 때문에 죽은 생물들의 잔유물이 화석이 되었다고 생각했으며 신플라톤주의자들은 화석이 바위가 저절로 자연 유기체를 모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바다에 있어야할 조개껍질이 산 속에서 발견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설득력 있게 설명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레오나르도는 화석에 대한 오류투성이 이론들을 반박하기 위해서 화석 연구에 몰입하기 시작했으며 연구의 노고로 발견한 사실들을 자신의 텍스트에 기록하였다. 
 
그런데, 스티븐 제이 굴드는 레오나르도도 중세의 전근대적 가치를 벗어나지 못한 인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분명, 그의 화석 연구는 과학사에서는 새로운 시도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조개껍질 화석 연구 결과를 텍스트에 남기면서까지 천착했던 이유는 정작 따로 있었다. 
 
레오나르도의 두뇌 속에는 지구를 인간의 신체로 비유, 동일시하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제임스 러브록의 가이아 이론의 내용과 유사하기도 하다. 지구를 모든 생물과 무생물이 상호작용하면서 스스로 변화하는 하나의 살아있는 생명체라고 강조하는 것이 바로 가이아 이론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레오나르도는 이미 수백년 전에 벌써 가이아 이론을 생각해냈다는 것인가?   
 
아쉽지만, 레오나르도의 생각은 한정적이었다. 그의 생각은 지구를 인간의 신체로 동일시하고 있는 아주 단순하기만 하다.    
 

고대인들은 사람을 소우주로 불렀다. 인간이 흙, 물, 공기 그리고 불로 이루어졌다는 생각은 정말로 제대로 들어맞는 것이다. 지구의 몸도 같은 것이다.  사람이 살덩어리를 위한 버팀목인 골격으로 뼈를 가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구는 흙을 지탱해줄 암석을 가지고 있다.  
 
(중략) 
 
혈액을 보내는 정맥과 그 가지들이 인간육체 곳곳에 퍼져 있듯이 무한히 많은 물줄기가 지구의 몸뚱이를 덮고 있다.  
 
 - <레오나르도가 조개화석을 주운 날> [레스터 사본] 중에서, p 46 -

  
 
오늘날, 화석을 통해서 지구의 과거 모습을 알 수 있다. 산 속에서 조개껍질 화석이 발견되었다면 과거에 이 곳은 바다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레오나르도는 화석을 집중적으로 연구를 했지만 미처 거기까지는 발견하지 못했다.  그에게 화석이란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 지구 = 인간의 신체 ' 라는 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증명일뿐이었다.  그리고 그 자신도 정작 조개껍질 화석이 산 속에서 발견되는 이유를 정확하게 규명하지 못한 채 어정쩡하게 마무리짓고 말았다.   
 
다음과 같은 레오나르도의 일화를 통해서 알 수 있는 사실은 훌륭한 사고를 거쳐 새로운 법칙을 발견하는 과학자들도 사회적인 맥락을 벗어날 수 없음을 증명하고 있다. 우리가 '천재' 라고 여기는 인물들도 가끔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하기도 한다.  
 
MS의 설립자인 빌 게이츠 '윈도 95' 를 출시함으로써 PC 운영체제의 획기적 전환을 가져 왔으며,  컴퓨터의 급속한 확산과 더불어 세계 컴퓨터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하였다.  
 
하지만, 머리가 좋고 시대를 앞서는 생각을 할 줄 아는 그도, 지금도 회자가 되고 있는 시대착오적인 실언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1981년, PC 개발로 승승장구하고 있던 그는 무식한(?) 명언을 남기게 되었다.  
 
 " 메모리 640KB 정도면 모든 사람들에게 충분하고도 넘치는 용량이다." 
 
그가 이 말을 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의 컴퓨터 사용자들은 당시 빌 게이츠가 `호언`한 메모리의 40배가 넘는 용량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신기술의 등장으로 컴퓨터 메모리 용량은 날로 확장되고 있다.  자신이 만든 컴퓨터가 앞으로 인간의 삶에 끼치게 될 파급 효과를 빌 게이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열등한 동물, 도도 & 나무그늘 , , , ?

도도의 어원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이 있는데  ' 게으름뱅이 ' 라는 뜻의 네덜란드 어인 도도르(dodoor)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 밖에도 도도를 ' 발크포겔(Walgvogel) ' 이라고 부르기도 했었는데 ' 욕이 나올만큼 맛없는 새 ' 라는 뜻이다.  미국에는 ' Dead as a dodo ' 라는 관용어구가 있는데 ' 완전히 죽었다 ' 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도도가 살았을 당시 사람들에게는 이 새를 그리 호감적으로 바라보지 않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모리셔스 제도에 정착한 네덜란드 선원들은 이 ' 바보 ' 와 같은 새를 마구 잡아들였다. 도도의 특정 부위가 진미라는 말에 날지 못하는 새를 잡았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도도가 단시간내에 절멸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선원들이 길렀던 개와 돼지 등 가축 때문이었다.  도도는 알을 1개만 산란하는데 가축들이 도도의 알을 잡아먹었다.  도도가 거의 절멸되다시피한 상태에서 뒤늦게 박제 표본을 만들 수 있어서 지금도 우리는 도도라는 과거에 살았던 새를 볼 수 있다.   
 
도도는 인간의 무자비한 살상으로 멸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박물학자들은 멸종의 원인과 책임을 도도의 불완전함으로 돌렸다.  작은 날개 때문에 날지 못한 특성 때문에 도도는 천적의 위험을 벗어날 수 없었으며 도도의 종족 보존이 오래가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생물을 열등하게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은 도도뿐만 아니었다. 나무늘보 역시 인간의 냉담한 시선을 피할 수가 없었다.   
 
행동이 느릿느릿하며 땅 위에서는 걷지 못하는 나무늘보의 특성은 과거의 박물학자들에게는 지구상에서 가장 열등한 동물이라고 생각하였다.  박물학자 조르주 뷔퐁은 <자연사> 라는 책에서 나무늘보에 대해서 경멸조로 기록하고 있다.  
 

자연은 원숭이를 만들면서 생동감 있고 힘차고 열성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나무늘보는 느리고 어색하고 우둔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중략) 
 
느림, 멍청함, 자신의 몸에 대한 무심함, 심지어 슬픈 습성까지 이상하고 모자라는 형태에서 기인한다.  공격이나 방어를 위한 무기도 없고, 몸을 지키는 일조차 할 수 없다.  도망칠 수단도 없다. 
  
치욕스러운 나무늘보는 자연이 학대한 유일한 생물 , 선천적으로 비참한 이미지를 타고난 유일한 생물일지도 모른다.  
 
- <레오나르도가 조개화석을 주운 날>, 조르주 뷔퐁의 [자연사] 중에서, p 473~474 -  

  
   
그러나, 뷔퐁의 생각은 잘못 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나무늘보 특유의 느릿느릿한 행동 때문에 게으르고 느릿한 사람들을 ' 나무늘보 ' 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나무늘보가 그렇게 행동이 굼뜬 동물은 아니다.  
 
나무늘보가 땅 앞에만 있으면 걷지 못하는 것은 기다란 발톱 때문이다. 하지만, 발톱 때문에 나무늘보는 나뭇가지에 오랫동안 매달릴 수 있다. 그리고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날카로운 발톱을 휘두르기도 하는데 평소 행동과는 다르게 날렵하게 방어한다. 재미있게도 나무늘보는 물 속에서 헤험치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뷔퐁과 그 당시 박물학자들은 나무늘보도 얼마 안 가 도도처럼 멸절하리라고 예상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우리는 나무늘보를 볼 수가 있다. 비록, 멸종위기 상태이지만 인간들의 보호 덕분에 종족 유지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신항로 개척 이후로 유럽인들은 본격적으로 식민지 확장으로 영역을 넓혀나갔다. 그리고 다른 민족을 ' 열등 ' 으로 기인한 착취도 이루어지게 되었다.  도도와 나무늘보를 향한 인간의 시선에는 동물마저도 우성과 열성으로 분류하려는 편협적인 사고 방식이 지배하고 있었다. 그런 사고 방식 때문에 원시적인 생활을 하는 신대륙의 원주민들뿐만 아니라 그 곳에서 오랫동안 살고 있었던 동물들은 우성적인 인간들의 칼날에 힘 없이 쓰러져야만 했다. 
  
  
   
  
  진보가 만들어낸 편견에 사로잡힌 과학의 역사  
  
레오나르도의 조개껍질 화석과 도도 & 나무늘보 이야기 이외에도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의 역사 뒤에는 인간적인 행동 범주을 벗어나지 못한 편견과 오해가 있었다.  하지만, ' 인간 ' 이라고 구분짓게 하는 행동 범주가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은 ' 진보 ' 라는 허울이 존재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과학의 역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그동안 인류가 이룩한 진보의 결과물들은 자칫 인간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일종의 인간중심주의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지구상에는 인간만 존재하는 것이다. 인간뿐만 아니라 동식물도 존재하고 있다. 레오나르도가 고대에서 전해 내려온 생각에 사로잡혀 있듯이 ' 인류가 최고이며 우주의 중심 ' 이라고 생각 역시 진보가 만들어낸 편견에 불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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