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크래트프 전집 박스세트의 단점

 

 

 

 

 

 

 

 

 

 

 

 

 

지난주에 개암나무님의 서재 블로그에 올린 러브크래프트 전집 박스세트 관련 글을 보자마자, 저도 주문했습니다. 한 달 전에 황금가지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러브크래프트 전집 박스세트 발간 소식을 접했기에 박스세트 인증 사진을 먼저 확인한 뒤에 주문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박스세트 사진이 있는 개암나무님의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개암나무님이 올린 박스세트 사진을 보면 박스 특별판인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 걸작선》이 박스 케이스에 들어가지 못해 따로 보관한 상태였습니다. 그 사진을 보면서 조금은 실망했어요. 사람의 심리라는 게 재미있는 점이 완벽한 상태를 보면 기분이 흡족해지고 마음이 안정됩니다. 이상하게 한 권만 따로 제외된 채 박스세트를 보면 찝찝한 느낌이 듭니다. 박스세트의 아름다움은 빽빽하게 책이 꽂힌 상태에서 나옵니다. 전집으로서의 위엄이 느껴지죠. 애서가들 입장에서는 그냥 책장에 모셔둔 박스세트로만 봐도 마음이 즐겁습니다. 그런데 단점이라면 박스 케이스가 종이 재질이라서 배송 과정 중에 물리적 충격으로 인해 박스세트 모서리가 찢어질 수 있습니다. 박스세트 전집을 구매해보신 분들을 잘 아실 겁니다. 심하게 찢어진 박스 케이스는 미관상 보기 좋지 않아서 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또 책을 꽂거나 뺄 때가 힘들 때 있습니다. 러브크래프트 전집 박스세트처럼요. 저도 러브크래프트 전집 4권과 5, 6권 그리고 특별판 모두 붉은색 박스 케이스에 꽂아봤습니다. 역시나 특별판이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특별판이 들어갈 공간이 턱없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특별판을 억지로 밀어 넣으면 꽂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책등이 약간 삐져나온 것이 보일 겁니다. 구겨진 상태로 책을 오랫동안 보관하면 뒤틀릴 수도 있습니다.

 

 

 

 

 

 

 

책을 빼는 데도 힘듭니다. 7권의 책이 꽉 껴 있거든요. 위 사진처럼 박스 케이스를 아래로 향해도 책이 절대로 빠지지 않습니다. 사진 속 박스 상태에서 몇 번 흔들어줘야 간신히 책이 나옵니다. Shake it!

 

 

 

 

 

 

그런데... 책이 나오는 폼이 영 시원찮습니다. 대략 네다섯 번 흔들어서야 책이 ‘쏴르르’ 쏟아지듯이 나오더군요. 한 권을 빼기 위해서 흔들다가는 나머지 책들도 박스 케이스 밖으로 다 나옵니다... 

 

 

 

 

 

 

 

 

이쯤 되면 박스 케이스를 포기할 법한데 저는 7권의 책을 박스 케이스에 편안하게 꽂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 몇 분간 고민했습니다. (원래 새 책을 받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목차나 내용을 잠깐 훑어보는 것인데, 박스 케이스 하나 때문에 책을 한 번도 펼쳐보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박스 케이스를 세로로 세워 놓고 책 한 권씩 옆으로 눕혀 꽂아... 아니 끼웠습니다. 책의 중력을 이용해 특별판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거죠. 하지만 이 방법도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7권의 책이 완벽하게 박스 케이스 안에만 들어가길 원한다면 힘만 주면 들어갈 수는 있습니다만...

 

 

 

 

 

게다가 과하게 힘을 주면서 책을 꽂다가는 새 책의 상태가 온전치 못할 수 있습니다. 책을 받은 지 10분도 안 됐고, 아직 읽어보지 않았는데 벌써 책 앞쪽 부분이 약간 구겨졌습니다. 10분 동안 박스 세트를 요리조리 만져본 결과, 7권의 책 모두 박스 케이스에 꽂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로 자체 결론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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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러브크래트프 전집 박스세트의 단점
    from factory 2015-02-21 14:39 
    어제 박스 케이스에 꽂힌 러브크래프트 전집 외전편 6권을 읽어보려고 꺼내는 순간, 하얀 책표지에 까만 얼룩이 묻어 있는 걸 확인했습니다. 설 연휴 전날에 책을 받았을 때 얼룩이 없었습니다. 검은 얼룩의 정체는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 걸작선》 책표지에서 나온 검은색 염색약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책을 과도하게 힘을 줘서 박스 케이스에 꽂는 과정에 마찰이 생겨 검은색 염색약이 하얀 책표지에 묻은 것 같습니다. 러브크래프트 전집 표지재질이 종이라서 험하게 책장
 
 
stella.K 2015-02-17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박스 케이스를 왜 그렇게 좁게 만드는지 몰라.
몇년 전 M모 출판사에서 세계문학전집 10권 짜리를 상품으로 받았는데
10권 중 한 권 뽑아 들려면 진짜 힘들어. 차라리 케이스가 없으면 좋겠다 싶더군.

그런데 이책 재밌나? 나같은 사람은 좀 부담스럽긴 한데
관심은 가. 일곱 글자로 설명해 봐.ㅋㅋ

cyrus 2015-02-18 06:40   좋아요 0 | URL
일곱 글자로 설명하기에는 너무 적어요.. ㅎㅎㅎ 오컬트 문학의 고전이라서 재미있어요. 그렇다고 모든 작품이 재미있는 건 아니지만요.. ^^;;

해피북 2015-02-17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저두 전집으로 구입한 몇몇 책은 넣고 빼는게 신경쓰이더라구요 혹 넣다가 구겨지거나 찢어지지 않을까하구요 ㅎ 약간에 여유가 있다면 좋을텐데 좀 아쉬우셨겠어요^~^

cyrus 2015-02-18 06:43   좋아요 0 | URL
전권 수납이 가능하다는 출판사의 광고를 믿었어요. 지금 한 권을 박스 밖에 나뒀어요. ^^;;

개암나무 2015-02-17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ㅠ 저도 나중에 아무래도 눈에 거슬려서 억지로 꽂아서 다시 책 빼다가
책표지가 찢어질 뻔했어요...
지금은 그냥 1권 튀어나온 상태로 걸쳐 꽂았어요ㅋㅋ ...;_;

cyrus 2015-02-18 06:46   좋아요 0 | URL
그냥 박스 케이스를 처분할 생각이에요. 자꾸 특별판이 안 꽂힌 게 눈에 거슬려요. ^^;;

나와같다면 2015-02-17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 책을 받자마자 목차나 내용도 훑어보지도 못하고... 박스 가지고 낑낑거리는 cyrus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서 웃음이 납니다 ㅋㅋ

cyrus 2015-02-18 06:47   좋아요 0 | URL
어제 오전 일찍 책을 받았어요. 설 연휴 전날이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택배가 빨리 왔어요. 포장 뜯을 때까지만 해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ㅎㅎㅎ

세실 2015-02-18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재밌네요. cyrus님은 열 받으셨겠지만~~
전 그냥 합리화하면서 까만 책은 제외했을텐데요^^ 단순하거든요!

cyrus 2015-02-19 08:17   좋아요 0 | URL
네, 까만 책을 뺀 상태로 그냥 놔뒀어요. ㅎㅎㅎ

수이 2015-02-18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그래서 박스를 싫어하는거야~~~~ ㅋㅋㅋ

cyrus 2015-02-19 08:18   좋아요 0 | URL
앞으로 박스세트를 살 때 실물을 꼭 확인해야겠어요. ^^

transient-guest 2015-02-19 0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도스도전기 박스가 딱 저렇습니다. 조금 넉넉하게 만들어주었으면 하네요.

cyrus 2015-02-19 08:19   좋아요 0 | URL
박스세트의 피해가 생각보다 많군요. 박스세트의 단점을 출판사 관계자들이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의 전통과자 - 나는 한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꿈꾼다
김규흔 지음 / Mid(엠아이디)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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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외국산 과자 판매점들을 찾아볼 수 있다. 과자점 내부에는 잘 정리된 다양한 수입 과자들이 진열장을 가득 채워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미국과 일본, 대만 등에서 생산된 과자와 젤리, 사탕은 한국 과자보다 가격이 싸고 종류가 다양하다. 수입 과자는 더 이상 해외여행 길에 친구와 가족들에게 주려고 사오는 선물이 아니라 흔한 간식거리가 되었다. 수입 과자 전문점이 늘어난 데에는 국산 과자가 ‘질소 과자’라는 안 좋은 인식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국산 과자는 그 값에 비해 용량은 터무니없이 적다는 것. 깐깐한 소비자는 수입 과자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런 탓에 수입 과자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수입 과자의 인기와 더불어 안전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일부 판매점은 국내 허가가 안 된 제품들을 제대로 된 절차를 밟지 않은 채 수입해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 이런 제품들은 한글표시사항이 기재되어 있지 않아 유통기한을 알 수 없고 사고에 대해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 하지만 현재 수입 과자 중에는 한글이 표시되지 않은 채 버젓이 팔리고 있으며, 유통기한은 찾아볼 수 없다. 문제는 아이들이 식중독이나 알레르기 등 위험요인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질소를 사면 과자가 서비스로 받는 요즘 국내산 과자와 맛은 좋으나 왠지 먹기가 찝찝한 수입 과자. 만약에 당신은 어떤 과자를 선택할 것인가. 꼭 하나만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식욕이 앞서는 당신의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해주는 좋은 과자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전한 과자’에 대한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다. 놀랍게도 조상님들은 삼국시대부터 ‘안전한 과자’가 먹으면서 살았다. 그 과자가 바로 전통 한과다. 전통 한과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 요즘은 명절이나 제사 때 상에 오르는 정도로만 인식되었을 뿐이지 서양과자가 나오기 전만 해도 한과는 제사·혼례 등 집안 대소사의 상차림에 필수 품목으로 오르던 음식이자, 남녀노소 즐겨 먹었던 귀한 간식거리였다.

 

 

 

 

 

 

한과는 명절이면 비싸지는 다른 선물에 비해 가격변동도 적고 값도 적당한 데다 품격 또한 떨어지지 않는 편이다. 또 화학첨가물을 사용하지 않는 건강식품이라 먹는 이도 기분이 좋다. 주재료는 찹쌀, 쌀, 밀가루, 콩가루 등의 곡물과 꿀, 잣, 깨, 호두, 밤, 대추 등이 주를 이뤄 다른 과자에 비해 영양 면에서 우수하다. 장점이 많은 한과가 서양과자에 밀리게 된 요인 중 하나는 다른 음식에 비해 가장 손이 많이 간다는 점이다. 한과를 만드는 과정은 자식들을 위한 어머니의 정성이 아니면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된 작업이다. 예컨대, 찹쌀을 삭혀서 치고 말리는 과정, 말린 찹쌀을 기름에서 불어내는 과정 그리고 엿기름이나 떡으로 버무리는 과정 등을 거친다.

 

그런데 단점을 장점으로 잘 바꾼다면 한과도 서양과자 앞에 절대로 꿀리지 않는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인 만큼 한과는 재료와 만드는 법에 따라 그 종류가 상당히 많다. 기본적인 한과의 종류만 해도 유밀과·정과·숙실과·다식·과편·엿강정 등이 있다. 지나치게 달고 화려한 데커레이션이 있는 서양과자에 익숙한 아이들은 무언가 2% 부족하게 느껴지는 한과의 담백한 맛에 실망한다. 그렇지만 한과의 진정한 맛은 정갈하면서도 지나치게 과하지 않은 고소함과 달콤함의 조화이다. 한과를 서늘한 곳이나 냉동 보관해서 오래 두고 먹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김규흔 대표가 만든 한과작품 '일월오봉도' (284쪽)

 

 

한 때 국민과자급 사랑을 받았던 한과는 이제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현대인들의 관심이 날로 커지면서, 전통 한과의 발전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특히 전통 한과 명인이자 신궁전통한과 김규흔 대표는 전통 한과를 대중화시키는데 누구보다 더 앞장서고 있다. 전통 한과가 외국에서 온 초콜릿의 파상공세를 받자 그는 발상을 전환, 초콜릿을 입힌 ‘초코유과’를 개발했다. 과거의 한과 업체는 영세한 수공업적 생산방식을 택했거나 효율적인 경영·마케팅 능력이 부족해서 한과는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되었다. 김 대표는 고객들의 변화하는 욕구를 읽었다. 아무리 전통 한과가 건강에 좋은 식품이라고 홍보해도 젊은 고객층은 찾지 않는다. 김 대표는 그들이 먼저 한과를 찾도록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최근 세계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현재 목표는 한과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올리는 것이다.

 

우리가 전통 한과를 많이 찾는다면 여러 가지 이점이 생긴다. 일단 한과가 건강식품으로서 뛰어난 가치가 있다는 것은 이미 증명했다. 부드러운 다식부터 아작아작 씹히는 강정에 이르기까지 한과가 주는 다양한 씹는 질감은 성장기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들의 건강한 턱 근육 형성에 도움을 준다. 많이 씹을수록 턱 근육의 자극으로 인해 대뇌피질에 전달돼 두뇌를 활성화한다. 유과는 찹쌀을 천연 발효시켜 만들어 김치나 된장같이 소화를 돕는 효소를 가지고 있어 위나 장의 기능을 돕는다. 칼로리가 낮기 때문에 다이어트 식품으로 적당하다.

 

몸에 좋고 우수한 건강식품이라는 인식이 확산한다면 한과 제조업이 활발해진다. 100% 농산물에 의존하는 한과의 특성상, 관련 농산물 계약재배 농가의 소득 안정성이 확보되는 효과가 있다. 한과 생산에 더없이 좋은 기반이 많아져야 제2, 제3의 김규흔이 나올 수 있고, 수많은 한과 제조법이 잊히지 않고 오랫동안 전해진다. 전통 한과 만들기가 무척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만으로 한과 제조를 무시하거나 세계 시장 진출의 꿈을 허무맹랑한 사업으로 보면 안 된다.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서양과자 마카롱은 만드는 재료와 방법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면서도 숙련된 수작업이 필요할 정도로 만드는 방법이 간단하지 않다. 그런데 어떻게 마카롱은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 김 대표가 마카롱의 성공 사례를 교훈 삼아서 열심히 준비한다면 한과도 전통 먹을거리의 맥을 잇는 동시에 외국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한과는 옛 추억의 음식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음식으로의 자리매김을 꿈꾸고 있다. 어린 시절 할머니가 몰래 감춰 두었다가 어디선가 하나씩 꺼내주던 한과의 달보드레한 맛. 생각만 해도 담백하고 고소한 한과의 맛이 혀 전체를 휘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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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통치약 2015-02-15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저정도면 과자가 아니라 예술인데요..한과가 자극적이지 않아 입맛망가진 우리들이 덜 찾는가 봅니다./ 뻥튀기는 한과가 아니겠죠? ㅋ

cyrus 2015-02-16 16:18   좋아요 0 | URL
한과의 색깔이 고와서 좋아요.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아 단아한 느낌이 들어요. 맛도 괜찮고요. 뻥튀기는 건강에 좋은 쌀과자죠. 저도 예전에 뻥튀기도 전통 과자가 아닐까 생각한 적 있는데 아쉽지만 한과 종류에 포함하지 않더라고요. ^^

yamoo 2015-02-16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질소는 과자가 아닙니다...ㅋㅋㅋㅋㅋ

한과가 저절로 생각납니다...먹고 싶네요..ㅎ 근데, 비싸서 선물 받기만을 고대한다는~ 쿨럭^^;;

cyrus 2015-02-16 16:58   좋아요 0 | URL
맞아요. 시중에 파는 것도 아니고, 흔하지 않으면서 건강에 좋은 재료로 만들어진 한과는 가격이 비싸죠. 그래서 약과, 엿강정만 찾게 됩니다. ^^
 
시간 추적자들
하랄트 바인리히 지음, 김태희 옮김 / 황소자리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화창한 오후의 어느 날, 시냇물이 흐르는 언덕 위에 앨리스가 언니와 앉아 있다. 그림이라고는 한 장도 없는 지루한 책을 읽고 있던 언니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앨리스는 내심 언니와 같이 놀고 싶다. 그렇지만 책 속에 빠진 언니는 앨리스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앨리스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너른 들판을 쳐다본다. 그때 난데없이 토끼 한 마리가 마치 사람처럼 조끼와 바지를 입은 채 두 발로 지나간다. 앨리스는 토끼를 보고 깜짝 놀란다. 토끼는 조끼 주머니에서 회중시계를 꺼내 시간을 보더니 놀라서 혼잣말을 한다. “큰일 났다, 큰일 났어! 이렇게 늦었으니…….” 토끼는 부리나케 어디론가 뛰어간다. 호기심에 앨리스는 토끼를 쫓아간다.

 

토끼의 모습은 세상을 움직이게 만드는 시간 속에 사는 인간의 삶을 상징한다. 시간은 세상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의 기능을 하고 있다. 우리 생각에 침투해 우리 삶의 방식 자체를 바꾼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대작 「최후의 만찬」이 완성된 것은 시간이 충분했기 때문이 아니라 시간을 유용하게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흔히 우리는 돈이나 보이는 것을 관리하는 것에는 익숙하다. 하지만 시간처럼 보이지 않는 것을 관리하는 것에 대해서는 추상적이라고 생각하고 무감각하게 시간을 흘려보내고 만다. 시간의 신 크로노스는 무자비할 정도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집어삼킨다. 그러면 시간이 점점 줄어들수록 우리는 촉박해지는 상황에 직면한다.   

 

Knappe Zeit. ‘제한 시간’이라는 뜻을 가진 독일어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하루 24시간씩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남는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다. ‘빠듯한 시간’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하랄트 바인리히는 세계 지성사에 등장했던 사상가와 작가 들이 ‘빠듯한 시간’을 어떻게 인식했고, 사용했는지 소개한다. 그가 쓴 책 《Knappe Zeit》는 우리나라에선 ‘시간 추적자들’이라는 재미있는 제목으로 나왔다.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작가, 예술가들은 얼마 남지 않은 ‘빠듯한 시간’을 크로노스에게 절대로 빼앗기지 않으려고 쫓아가는 추적자가 된다. 그러면 앨리스가 바쁘게 지나가는 토끼를 쫓아가는 것처럼 독자는 똑똑한 시간 추적자들을 따라가면 된다.

 

‘빠듯한 시간’을 맨 처음 사수하기 시작한 사람은 히포크라테스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의 직계후손답게 히포크라테스는 시간을 집어삼키는 크로노스의 횡포를 간파했다. 그리고 소크라테스가 남긴 말로 잘못 알려진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 기둥에 새겨진 명언인 ‘너 자신을 알라’와 함께 가장 오래된 격언으로 일컫는 불멸의 문장을 남겼다. 흔히 ‘인생은 짧고, 기예는 길다’에서 ‘기예’를 예술 개념과 동등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예술의 위대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격언이 ‘의술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사람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의아하다. 여기서 말하는 기예는 예술이 아닌 의술에 가깝다. 좀 더 포괄적으로 본다면 살아가면서 전수되어 배워야하는 앎의 내용도 될 수 있다. 이 말 뒤에 “기회는 덧없고, 경험은 미혹하며, 판단은 지난하다”란 말이 이어진 것만 해도 그렇다. 히포크라테스는 예술의 위대함을 예찬하는 것이 아니라 ‘빠듯한 시간’을 올바르게 행동할 것을 스스로 각성하는 동시에 ‘빠듯한 시간’을 무심코 간과하는 우리에게 충고한다.

 

 

 

 

 

프란체스코 살비아티  「운명의 세 여신」 1505년

 

 

 

그림 오른쪽에 실패를 들고 있는 여신이 운명의 실을 뽑는 장녀 클로토, 실을 들고 있는 가운데 여신은 운명의 실을 감거나 헝클이는 차녀 라케시스, 왼쪽에 가위를 들고 운명의 실을 자르는 막내 아트로포스다.

 

 

 

히포크라테스의 충고는 수천 년 동안 전해지게 되었고, 후대 작가들에 의해 다양한 형태로 재생산되고 사용됐다. 독일의 극작가 프리드리히 실러는 희극 《발렌슈타인》에서 시간을 ‘수천 개의 모래알’처럼 흘러내린다고 표현했다. 이처럼 예술가들은 자신의 손에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의 모래알들이 얼마 남아있는지 잘 알았고, 흘러내리는 시간의 모래알보다 좀 더 빠르게 예술의 불꽃을 피우고 싶었다. 그렇지만, 제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갖춘 예술가라도 하나의 실로 된 자신의 운명을 가위로 싹둑 잘라버리는 여신 아트로포스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슈베르트, 모차르트, 라파엘로 같은 조숙한 천재들은 예술의 불꽃을 크게 피우지 못하고 요절하고 말았으니까.

 

실러는 시간을 손에 오랫동안 쥘 수 없는 조그만 모래알갱이처럼 여겼지만, 벤저민 프랭클린에게 시간은 살아가는 내내 손에 꼭 쥐고 있어야 ‘돈’이다. 원래 시간의 중요성을 돈의 가치와 동등하게 결부시킨 사람은 고대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였지만, 시간을 돈처럼 관리하는 방법은 프랭클린이 처음으로 제안했다. 프랭클린은 일분일초를 소중하게 생각해 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는 근면 성실함과 언제나 유익한 일에 힘을 쏟은 결과 초등학교에서 1년간 글을 배운 것이 전부인 그가 피뢰침을 발명하고, 미국 독립 성취에 결정적인 이바지를 한다. 이것 말고도 프랭클린이 이룬 업적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프랭클린은 ‘빠듯한 시간’을 가장 잘 쓰고, 자신의 계획대로 잘 쫓아간 위대한 시간 추적자였다.

 

반면 ‘빠듯한 시간’이 주는 정신적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하면 최악의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 자꾸 흘러가만 가는 시간을 잡으려고 무진장 애쓴다. 그러므로 우리는 시간의 움직임에 쉽게 종속당한다. ‘빠듯한 시간’을 자각하는 수준을 넘어 ‘시간의 노예’가 된다. 앨리스 이야기에 나오는 토끼처럼 시계를 쳐다보면서 초조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계속 시간을 집어삼키는 크로노스에, 생명의 실 한 가닥에 언제 들이댈지 모르는 아트로포스의 가위질이 두렵다. 독일의 철학자 블루멘베르크의 명제처럼 세계는 시간을 앗아간다. 히틀러는 ‘빠듯한 시간’ 안에 게르만 대제국을 만들고 싶었고, 다스리고 싶었다. 오스트리아인의 야욕은 극단적 강박관념을 사로잡혔고,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유럽 전체를 온통 불바다로 만들었다.

 

만약에 당신이 《시간 추적자들》을 읽으면서 ‘빠듯한 시간’을 쫓아가는 위대한 인물들을 호기심 가득한 앨리스처럼 따라간다면 시간의 신의 손아귀와 운명의 여신이 들이대는 가위를 만날 수 있다. 이 책의 원제를 잊지 마시라. 제한 시간이다. 우리는 제한 시간이 정해진 인생의 시한폭탄 하나쯤 가지고 있다. 째깍째깍하면서 시간이 점점 줄어들면 인생의 시한폭탄은 터진다. 재수 없으면 너무 이른 시간에 폭탄이 터지기도 한다. 이 폭탄이 터지면 당신은 가위를 든 아트로포스를 만나고 지옥 또는 천당으로 향한다. 모차르트처럼 일찍 생명의 실이 끊어지지 않은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다.

 

독일의 철학자 마르크바르트는 ‘빠듯한 시간’ 안에서 전력 질주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직시하고, ‘느림’의 삶을 권고한다. 천천히 할수록,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 세상에 나오는 새로운 것들은 한순간에 과거의 상징으로 변하며, 새로운 것에 도취할수록 시간의 운동이 너무 빠르게 느껴진다. 잠깐 숨을 고르면 ‘빠듯한 시간’에 대한 초조한 마음이 줄어들고, 협소한 시간의 범위 안에 달성하고 싶은 삶의 목적을 세울 수 있다. 결국, 우리가 ‘빠듯한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결정된다. 잘 사용하면 프랭클린처럼 부지런한 시간 추적자가 되고, 반대로 시간에 쫓겨 자멸에 이르는 히틀러가 된다. 시간을 소홀히 여기지 마라. 시간의 중요성을 발견한 세네카의 잠언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그대가 이용할 줄만 안다면 인생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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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통치약 2015-02-14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쁘게 사는데 시간관리 하는것 같지는 않네요 ^^;; 예전에 프랭클린다이어리를 사용했는데 맨날 똑같은 일정이 반복되다 보니 쓰다가 때려쳤어요 ㅋㅋ

cyrus 2015-02-15 12:11   좋아요 0 | URL
저도 시간관리를 하지 않은 성격이에요. ^^;;

라파엘 2015-02-14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로운 책이네요 ~ 나중에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ㅎㅎ

cyrus 2015-02-15 12:16   좋아요 1 | URL
시간을 주제로 다룬 문학, 철학을 소개한 책입니다.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다 아는 유명 작가들이 나옵니다. ^^

수이 2015-02-15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길게 살고 싶어. 즐겁게 유쾌하게. 아 근데 내 속은 너무 좁은가봐_

cyrus 2015-02-15 12:17   좋아요 0 | URL
즐겁게 잘 사시는 것 같은데요. ^^
 

 

 

안녕하세요. 인문교양 출판그룹 반비입니다. :)

다이앤 애커먼의 신간,

『새벽의 인문학』이 출간되었습니다.

다이앤 애커먼은 시인이자 자연주의자로

이번 『새벽의 인문학』은 유려한 문장을 통해

명상과 사색의 시간을 가지게 해주는 에세이입니다.

 

***

 

 

『새벽의 인문학』

하루를 가장 풍요롭게 시작하는 방법


매일 더 풍요로운 아침을 열기 위한 사색의 길잡이

 

세상에서 가장 감각적이고 낭만적인 공부를 위한 길잡이

 

<새벽의 인문학>은 새벽의 의미에 대해서 모든 감각을 동원해 느끼고 생각하고 성찰하는 책이다. 새벽을 음미하면서 하루를 연다는 것은, 하루를, 내 삶을 가장 풍부하게 만들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감각의 박물학>, <천 개의 사랑>, <뇌의 문화지도> 등의 책으로 잘 알려진 다이앤 애커먼은 이 책에서 탐미주의자이자 자연주의자이자 빼어난 이야기꾼으로서의 능력을 놀라울 정도로 집약해서 보여준다. 하루하루를 의미있게 살아가기 위해서 매 순간의 감각과 사고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과 내 몸과 내 몸이 일부를 이루고 있는 자연의 흐름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다양한 분야의 정보와 구체적인 묘사를 통해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나아가 새벽에 대한 성찰은 필연적으로 내 삶과 내 삶을 둘러싼 시간에 대한 성찰과 이해로 이어진다. 그래서 문학, 예술, 종교, 역사, 언어학, 기상학, 생물학 등을 활용해서 새벽의 의미에 대해 성찰하는 이 책에는 자연의 작은 소리, 냄새, 변화에 대한 묘사가 가득하다. 자연에 대한 감수성과 언어에 대한 감수성이 고도로 연결되어 있는 드문 책이라는 한결같은 찬사(추천사)들은 허언이나 과장이 아니다. 안다는 것이 얼마나 정신적인 동시에 육체적인 일인지, 사고와 감각과 정서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너무나 명료하고 아름답게 보여주는 책이다.

***

 

『새벽의 인문학』 서평단 모집 상세 내

하나, 『새벽의 인문학』 서평단 모집 포스팅을 개인 블로그에 스크랩 한 뒤, 읽고 싶은 이유 간단하고 성실하게 적어서 스크랩 링크와 함께 댓글로 올려주시면 응모가 완료됩니다.

 

둘, 응모 기간 2015년 2월 13일(금)부터 2월 22일(일)까지 입니다.

 

셋, 추첨인원 10명입니다. (최종 응모자 수에 따라 추첨인원이 변경될 수도 있습니다.)

넷, 서평단 발표일 2015년 2월 23일 월요일입니다.

서평단에 선정되신 분은 2월 26일까지 개인정보를 비밀댓글로 적어야합니다.

2월 26일 이후까지 주소확인이 안되면 선정이 자동취소됩니다.

 

다섯, 서평기간2015년 2월 25일(수)부터 3월 11일(수)까지 15일간입니다.

 

마지막, 첨된 서평단 분들은 서평기간인 15일간 알라딘 개인 계정으로 서평을 작성한 후, 『새벽의 인문학』 서평단 발표 포스팅 알라딘 개인 블로그 및 그 외 블로그나 외부 채널 등에 남기신 서평 링크를 댓글로 달아주셔야 최종 서평이 완료됩니다.


 

※ 해당 기간 안에 서평 및 서평완료 댓글을 작성하지 않을 시,

다음 서평단 모집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많은 참여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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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02-14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경쟁률이 치열할 것 같아.ㅋㅋ

cyrus 2015-02-14 17:17   좋아요 0 | URL
저자가 유명해서 지원자가 많이 나올거예요. ^^
 

 

 

 

 

 

 

 

오랜만에 움베르토 에코의 《미의 역사》(열린책들, 2005)을 읽다가 사진을 소개하는 내용에 오류를 발견했다. 오류가 있는 장수는 21쪽이다. 책 초반부에 시기별로 비너스를 그린 그림들이 정렬된 비교표 중에 프란체스코 델 코사의 「4월」과 파올로 우첼로의 「성 조르조와 용」이라는 두 점의 그림 제목이 서로 뒤바뀐 채 소개되었다. 왼쪽 그림을 잘 살펴보면 여인 앞에 날카로운 발톱이 있는 괴물의 뒷다리가 보일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첼로의 그림에 나오는 용의 뒷다리다.

 

 

 

 

 

파올로 우첼로  「성 조르조와 용」 1456년 

 

 

성 조르조는 영어로는 ‘성 조지’(St. George)로 알려졌으며 라틴어로 ‘성 게오르기우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성 조지는 기독교 성인으로, 서양미술에서는 용을 무찌르는 백마 탄 기사의 모습으로 많이 그려진다. 우첼로의 그림도 성 조지의 전설 중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을 그린 것이다.

 

 

 

 

 

 

 

 

 

 

 

 

 

 

 

 

 

호수가 있는 시레나라는 작은 도시에 무시무시한 용이 살았다. 처음에 용은 도시 사람들이 제물로 바치는 두 마리의 양을 잡아먹고 살았으나 잔인한 욕심은 멈출 줄 몰랐다. 도시에 있는 모든 양이 줄어들자 젊은 사람들은 용의 제물이 되었다. 용에게 바칠 젊은 사람이 줄어들게 되자, 하는 수없이 시레나를 다스리는 왕의 외동딸인 공주도 용의 제물이 되어야 했다. 그러자 어디선가 말을 타고 온 기사가 나타나 용을 무찌르겠다고 나섰는데 그가 바로 성 조지였다. 용감한 성 조지는 기다란 창으로 일격에 용의 급소를 찌르는 데 성공했다. 그런 다음에 공주의 허리띠로 용을 묶어버렸다. 포악한 용은 힘이 쭉 빠진 짐승으로 변했다. 성 조지는 생포한 용과 공주를 시레나로 데려오면서 도시 사람들을 안심시켰고,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개종하라고 명령했다. 모든 사람이 기독교로 개종한 것을 확인한 성 조지는 단칼에 용의 머리를 베었고 시레나를 떠났다.

 

성 조지 전설은 중세 시대에 유행한 영웅 전설로 알려지게 된다. 원래 게오르기우스는 ‘신성한 전사’, ‘땅을 경작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있는데, 이 전설로 인해 성 조지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전파하고 악에 대한 기독교의 승리를 상징하는 ‘신성한 전사’가 된다. 반면에 용은 기사들이 퇴치해야 할 적(악, 적그리스도)으로 간주한다. 후에 기독교에서 악마를 일컫는 말 중의 하나로 용을 칭하여 악의 화신으로 쓰이게 된다. 천사장 미카엘은 용과 싸우고, 중세의 기사들은 어둠의 기운인 그와 맞섰다고 표현했다. 용의 피를 바르면 불사의 힘을 얻고, 비늘로 갑옷을 만들면 어떠한 창과 검으로도 뚫을 수 없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야기에 따라 불멸을 향한 인간의 사악한 의지를 용으로 묘사할 때도 있다.

 

 

 

 

 

 

 

 

 

 

 

 

 

 

용에 대한 신비는 종종 문학작품에도 등장한다. 주로 판타지 작품 속에서 나타나 인간과는 애증의 관계로 묘사된다. 우첼로의 그림에 나오는 용의 모습은 흡사 루이스 캐럴의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재버워키(Jabberwocky)와 흡사하다.

 

 

 

 

 

실제로 테니얼의 재버워키가 처음으로 공개되었을 때 우첼로의 그림에 나오는 용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사람이 있었다. 재버워키가 등장하는 난센스 시는 캐럴이 직접 조합하거나 새롭게 만든 무의미한 단어들로 구성되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기사가 재버워키를 무찌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 테니얼의 재버워키 삽화는 《거울 나라의 앨리스》의 제일 첫 장에 실릴 예정이었다. 그런데 캐럴은 그로테스크한 재버워키가 끔찍하게 느껴졌고, 어린이들이 보는 동화의 첫 장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캐럴은 서른 명의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재버워키 삽화에 대한 여론조사를 했다. 캐럴은 어머니들에게 세 가지 제안을 제시하여 제일 나은 방법을 고르도록 했다. 첫 번째 제안은 재버워키 삽화를 첫 장에 싣는 것, 두 번째 제안은 재버워키 삽화를 적당한 자리에 옮기고 첫 장에 새로운 삽화를 넣는 것, 마지막 대안은 재버워키 삽화를 삭제하는 것. 여론조사 결과 어머니들은 두 번째 대안을 선택했고, 지금의 편집 방식으로 결정했다. 재버워키 삽화와 난센스 시는 이야기 중반부로 옮겼고, 대신 첫 장에는 말을 탄 하얀 기사가 그려진 삽화가 실렸다.

 

 

 

 

 

재버워키는 생긴 건 흉측해도, 이상한 난센스 시 때문에 전혀 무섭지 않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되었다(Jabberwocky는 영어사전에 등재되어 ‘무의미한 말’로 쓰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팀 버튼의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재버워키는 의미있는 존재로 등장한다. 앨리스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끝판왕’이 된다. 앨리스는 여전사가 되어 이상한 나라의 질서를 해치는 재버워키를 무찌른다. 원작을 바탕으로 내러티브를 이끌어 내면서도 최대한 답습하지 않고 그 이야기 특유의 재미를 살려 새로운 앨리스를 만들고 싶었던 팀 버튼의 의도는 좋았으나 여전사 앨리스가 재비워키를 물리치는 결말은 극적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기사가 앨리스로 바뀌었을 뿐이지 선이 악을 물리쳐 승리하는 중세 영웅담 내러티브를 답습하고 있다. 이처럼 용과 맞서 싸웠던 용사들의 이름은 잊혀도 이야기는 다양하게 변주되어 살아남는다. 방랑하는 성 조지가 떠나간 자리에 (뜬금없지만) 여전사 앨리스가 등장하여 새로운 영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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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2-12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 역시 ㅎ 잘못된 그림두 알아보시는 센스! 그시절에도 여론조사가 있었다는것두 신기하구요 ㅎ

cyrus 2015-02-13 09:30   좋아요 0 | URL
앨리스 이야기 탄생 과정에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뒷이야기가 많습니다. 원래 앨리스의 실제 모델이 작가가 좋아했던 동명의 소녀이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