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이 건넨 네 글자 - 생각을 잊은 인생에게
정민 지음 / 휴머니스트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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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이 다가오면 여기저기서 사자성어들이 등장한다. 학자와 정치인, 관료, 법조인, 기업인까지 경쟁적으로 어려운 사자성어들을 쏟아낸다. 교수들이 모여 올해의 사자성어를 정하기도 한다. 모두 그 어렵다는 주역과 논어, 맹자를 비롯해 도덕경, 손자병법까지 경쟁적으로 원문을 뒤져 새해를 예견하고 지나간 세월을 정리하고 있다. 한국 사정을 잘 모르는 외국인이 본다면 한국인들은 모두 동양고전에 박식한 인문학 민족으로 비칠 정도다. 일부 고사성어의 경우 말하는 사람이 정확한 뜻을 알면서 한 것인지 의심이 들기도 한다. 억지로 끼워 맞춘 듯한 구석도 있으니 문제다. 무엇보다 높으신 분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 힘든 일반인들로선 사회의 리더들이 꼭 이런 식으로 유식을 뽐내야 하는지 생각해볼 문제다. 어려운 성어의 겉멋보다 그 속에 담긴 뜻을 살리는 행동을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다.

 

서양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은 성경과 셰익스피어라고 한다. 우리는 속담이나 사자성어를 많이 인용한다. 인용문의 힘은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드는 데 효과적이다. 인용문은 지극히 감성적인 효과를 지닌다. 상당히 논리적인 말을 인용하더라도, 인용문이 가지는 후광효과에서 이미 우리의 감성이 자극된다. 특히 사자성어 인용문은 상대의 관심을 끌어내는 것은 물론 짧은 메시지로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 데 유용한 무기가 된다. 그 역량의 중심에는 독서와 인용 노트 작성, 상황을 고려해서 미리 인용문을 준비하는 계획이 있다. 평소 책을 읽다가 좋은 말이 있으면 그것을 기록한다.

 

인간의 뇌는 정보에 따라 반응한다. 지식은 대개 독서를 통해 입력된다. 오근독서(五勤讀書)라는 것이 있다. 중국 역사학자 리핑신이 오근독서를 즐겼다. 부지런히 읽고, 부지런히 초록해 베껴 쓰며, 부지런히 외우고, 부지런히 분류해서, 부지런히 편집해 정리한다. 리핑신은 좋은 문장을 따로 기록한 것들을 취보합(聚寶盒)이라는 이름의 그릇에 보관했다. 그는 그릇에 담은 메모들을 소중한 보물로 여겼다. 연구하다가 필요한 자료를 찾을 때 취보합을 이용했다. 우리도 보물을 모을 수 있다. 이른바 인용 노트를 만드는 것이다. 자신에게 처할 주요 상황별로 카테고리를 만들어두고, 그에 어울리는 인용문들을 평소에 하나씩 기록해서 모으면 나중에는 엄청나게 중요한 자산이 된다.

 

인용 노트를 작성하는 일은 생각보다 재미있다. 그렇지만 베껴 쓰면서 정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많아질 수 있다. 처음에는 필기로 인용문을 정리했지만, 지금은 한글 워드로 입력한다. 주로 다섯 줄 이상의 인용문을 모아 둔다. 컴퓨터 자판 입력 속도가 비교적 빠른 편인데도 1시간 걸린다. 인용문 중에 불필요한 문장을 추려내면서 재편집하는 과정에 많은 시간을 들인다. 그런데 가끔 이 일이 귀찮게 느껴질 때가 있다. 딴생각이 많아지면 책 읽는 속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이럴 때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인용문을 정리하면 되는데, 이 일마저도 집중하지 못한다.

 

독서를 게을리하는 일은 변덕스러운 장마와 가뭄을 만나 농사짓는 시기를 잃는 것과 같다. 책을 읽는 일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읽은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활용해야 한다. 옛사람은 농사일하다가 공부에 관한 생각이 퍼뜩 떠오르면 나뭇잎을 따서 그 생각들을 얼른 적었다. 그리고 그 나뭇잎을 항아리에 보관했다. 이덕무와 박지원도 이런 습관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책 한 권을 읽는 도중에 메모나 밑줄 긋기를 하지 말라고 권한다. 책 읽다가 메모하면 책의 내용에 몰입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문장을 발견하면 그냥 지나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책을 다 읽고 나면 그 인용문의 존재감을 잊어버린다. 인용문을 찾기 위해서 책을 다시 읽어야 한다. 다 읽은 지 얼마 안 된 책을 다시 펼치는 건 시간 낭비다. 그래서 책 속에 중요한 문장을 발견하면 메모하는 대신에 쪽수만 기록한다. 나중에 인용문을 찾고 싶으면 쪽수를 보고 책을 펼치면 된다.

 

중국의 서석린(1873~1907)은 삼심양합(三心兩合)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삼심이란 책을 읽을 때 지녀야 할 세 가지 마음가짐으로 전심(專心), 세심(細心), 항심(恒心)을 말한다. 전심은 잡념을 버리고 오직 책에만 몰입하여 읽는 것이다. 세심은 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정독하는 것이다. 항심은 꾸준하게 책을 읽는 마음이다. 배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자는 것처럼 책도 그렇게 꾸준히 읽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삼심에 다른 두 가지를 결합시켜야 하는 것이 양합(兩合)이다.

 

선현들이 독서에 대해 남긴 글을 보면 한결같이 강조한 내용이 있다. 정독의 한 방편으로 권장되는 다독의 효과, 의심과 질문을 통해 확장되는 생산적 독서 훈련 등이 그것이다. 독서를 제대로 하려면 다독, 낭독 훈련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렇지만, 여기서 말하는 다독은 많은 책을 폭넓게 읽는 것이 아니라, 읽은 책을 또 읽고, 또 읽는 다독이다. 책 많이 읽고 깊은 감화를 얻으면 저절로 똑똑해지게 될까? 아니다. 습관적 독서는 좋지만 기계적 독서는 좋지 않다. 무조건 책을 먹어치우게강요하는 것은 책을 싫어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독서의 즐거움이 먼저다. 독서처럼 돈 들지 않는 오락도 없고, 독서처럼 오래가는 기쁨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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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6 2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5-27 16:48   좋아요 2 | URL
북플이 다른 회원의 독서량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이루어져서 의식적으로 독서량을 비교하게 됩니다. 저도 처음에 그 점이 신경 쓰였습니다. 그런데 조바심 내면 책에 집중할 수 없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서평 업로드할 때만 북플에 접속합니다. 자주 들어오면 읽고 싶은 책이 점점 많아지고, 다른 회원의 활동에 눈이 가게 됩니다. 주변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것이 바람직한 독서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 ^^

페크pek0501 2016-05-26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많이 내는 저자의 신간이네요.
저도 인용 노트를 몇 권 가지고 있어요. 볼펜으로 쓰다가 팔이 아파서
이젠 컴퓨터로 작성해야 되나, 그러고 있어요.
그런데 베껴쓰기는 종이 노트에 볼펜으로 해야 맛이 나는 것 같아요.

필사가 유행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요.
저는 주로 산문을 베껴 쓰곤 했는데 시를 베끼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cyrus 2016-05-27 16:51   좋아요 0 | URL
컴퓨터 자판기를 많이 두드리면 손목이 피곤해집니다. 인용문 기록하는 일을 누가 대신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책 읽을 시간이 많이 생길 겁니다. ^^

돌궐 2016-05-28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인용초록을 책마다 파일로 만들어서 작성해요. 저자명-책명으로 파일을 만들죠. 물론 소설책 같은 건 쓰지 않을 때가 많지요. 명문장이 나오면 그제서야 옮기긴 하지만요.ㅎㅎ 노트북이 없을 땐 직접 노트에 필사도 합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문장이 새롭게 다가올 때도 있고 다시 읽게 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초록 작성에 힘쓰다 보면 책을 더 깊이 분석하고 분류하게 되고, 그러면 책을 여러 번 읽는 효과가 있어요.

cyrus 2016-05-28 11:48   좋아요 0 | URL
정말 꼼꼼하게 인용문을 기록하는 분들이 많군요. 대단하면서도 부럽습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6-05-28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노란색연필로 밑줄을 그은 후 시간 날 때마다 밑줄 친 문장을 반복해서 읽습니다.

cyrus 2016-05-28 11:48   좋아요 0 | URL
아주 바람직한 자세입니다. ^^

transient-guest 2016-05-29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밑줄을 긋는데요, 지나가면 다 잊어버려서 책을 읽으면서 해야합니다. 다만 이렇게 하고, 다시 그 책을 한 두번 정도 더 읽으면 좋을텐데, 그렇게 하지는 못하고 있네요.ㅎ 정민교수는 내공이 상당한 분 같습니다만, 왜 그분이나 장정일작가 같은 분들이 박유하교수의 `제국의 위안부`를 옹호하는지는 좀 의문입니다. 아마도 연구하는 학자로서 성역없이 어려운 주제와 내용도 파고들어야한다는 점을 이유로 드는 것 같은데, 박유하의 책은 단순히 감정적인 이유로 비난을 받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서요. 암튼 일전에 읽은 정민교수의 책은 묵직한 울림이 있더라구요.

cyrus 2016-05-29 13:54   좋아요 0 | URL
특별한 계기가 아니면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읽는 일이 잘 없어요. 저도 같은 책을 두 번 이상 읽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

yureka01 2016-05-29 14: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밑줄도 물론..낙서도 많이 하며 읽는 편이라서.책한권 다 읽고 나면 진짜 책이 중급으로 품질하락....ㄷㄷㄷㄷㄷ

cyrus 2016-05-29 18:29   좋아요 0 | URL
저는 낙서가 조금 있는 책을 절대로 팔지 않습니다. 낙서 몇 개 남아있는 책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잖아요. ^^

yureka01 2016-05-29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맞아요. 못팔죠..^^
 

 

 

 

 

 

 

 

 

 

 

 

 

 

 

 

 

 

 

송나라 진록이 엮은 선유문(선한 일을 권유하는 문장, 善誘文)’은 총 24칙의 경구로 이루어졌다. 그중에 가장 인상 깊은 문장이 딱 하나 있다. “입에 맞는 음식을 너무 많이 먹으면 병이 된다(爽口味多須作疾).” 이 말은 사자성어로 줄이면 상구작질(爽口作疾)’이 된다.

 

5월 초에 통풍 진단을 받은 이후로 식생활에 큰 변화가 생겼다. 일단 술을 마실 수 없게 됐다. 평소에 맥주, 막걸리를 많이 마셨다. 그런데 맥주에 통풍의 원인이 되는 퓨린(purine) 물질이 가장 많이 들어 있다. 퓨린 함량 수치가 어느 정도냐면 맥주 100g 2995.7이나 나왔다. 소주, 막걸리, 와인 등의 술과 비교해서 퓨린 농도를 측정해보면 맥주가 가장 많고, 소주와 와인은 퓨린이 검출되지 않거나 아주 적은 편이었다. 소주에 퓨린 성분이 적다고 해서 너무 많이 마시면 간암을 유발할 수 있다. 당연히 지나친 음주는 건강의 적신호를 생기게 만드는 원인이다. 날씨가 더워지는 무렵에 시원한 캔 맥주를 마시는 일이 낙이었는데, 이제 그런 호사를 마음껏 누리기 힘들어졌다. 매주 한 번씩 맥주를 마시는 것도 안심할 수 없다. 몸속에 있는 퓨린은 요산으로 변하는데, 문제는 알코올이 분해되면서 생긴 젖산이 요산 물질을 소변으로 배출되는 것을 막아버린다. 이 상황을 모르고, 매일 또는 매주 습관적으로 맥주를 마셨다고 하자. 그러면 요산 결절이 관절 부위에 생성되어 극심한 통증을 일으키게 한다.

 

육류도 많이 먹지 못한다. 고기를 안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고기에도 퓨린이 많이 들어 있다. 특히 간, 곱창은 고퓨린 식품이다. 치킨과 맥주는 통풍 환자가 먹어서는 안 될 최악의 궁합 음식이다. 외식으로 치킨을 자주 먹는 사람은 유의해야한다.

 

, 지금까지 내 입에 맞는 음식 중에 많이 먹으면 안 되는 것을 정리해본다.

 

맥주, 곱창, 치킨, 그 밖의 육류.

 

 

 

    

 

통풍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분은 딱 여기까지만 보고, 육식과 술을 피하면 통풍을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퓨린이 많은 생선도 있다. 참치 살코기, 꽁치, 고등어, 정어리, 멸치는 고퓨린 식품이다. 흔히 참치와 고등어에 오메가-3 성분이 많이 들어있는 건강식품으로 알려졌는데, 아무리 건강에 좋고 맛 좋은 식품이라도 너무 많이 먹으면 건강을 악화시킨다. 예전에 맥주를 마시면 안주로 멸치를 고추장에 찍어 먹었다. 통풍 진단 이후로 멸치 고추장 볶음 같은 반찬도 많이 먹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통풍 환자가 조심해야 할 음식 목록에 참치, 꽁치, 고등어, 멸치도 포함해야 된다.

 

 

 

    

 

건강을 위해서 육류 섭취를 줄이는 대신 채소 섭취를 늘리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통풍 환자가 많이 먹으면 안 되는 채소도 있다. 시금치, 버섯이다. 뽀빠이는 시금치를 먹으면 호랑이 기운이 솟아났다. 시금치가 철분 함유량이 많아 근육을 튼튼하게 해주는 대표적인 음식으로 알려졌으나 사실과 다르다. 독일의 어느 화학자가 실수로 시금치의 철분 함유량을 실수로 10배나 많이 적은 바람에 철분이 많은 채소로 잘못 알려졌다. 삼겹살의 단짝인 표고버섯, 느타리버섯은 고퓨린 채소다. 버섯을 말려서 오래 보관해서 먹기도 하는데, 말린 버섯도 주의가 필요하다.

 

 

 

 

건강을 유지하고 싶으면 가장 먼저 상구작질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 주변에 유혹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특히 평소에 잘 먹던 음식을 끊는 일은 제일 어렵다. 다만 고퓨린 음식이나 식품을 아예 먹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먹는 음식을 마음대로 먹지 못하면 스트레스가 생기게 되고, 정신 건강에 안 좋다. ‘적당히먹으면 된다. 그런데 적당히먹으려는 절제가 어디 쉬운 일인가. 고퓨린 음식을 먹되 요산이 배출될 수 있도록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그리고 체내 독소를 배출하게 만드는 음식도 먹으면 좋다. 몸속에 있는 요산이 배출되어야 통풍 증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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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는재로 2016-05-26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면도길거리음식도먹지말면뭘먹죠

cyrus 2016-05-26 16:25   좋아요 1 | URL
아예 먹지 말라는 뜻은 아닙니다. 많이 먹으면 좋지 않다는 거죠. ^^;;

서니데이 2016-05-26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엔 음식도 신경써서 먹고 물도 많이 마셔야겠네요. 식이조절도 쉽지는 않을것 같아요.
cyrus님 좋은하루되세요.^^

cyrus 2016-05-26 16:36   좋아요 1 | URL
환자 입장에서 식습관을 개선하려는 시도를 해보니까 제약이 많습니다. 음식을 먹기 전에 이 음식에 퓨린이 많은건지 적은지 알아봐야 하고요. ㅎㅎㅎ

인사말 고맙습니다. 서니데이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

2016-05-26 1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5-26 16:37   좋아요 0 | URL
아이고 ㅠㅠ 저도 통곡해봅니다. 너무 가혹합니다. 한창 젊은 나이에 통풍이라뇨!! ㅎㅎㅎ

yamoo 2016-05-27 14: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헐~~ 이런 이런!
통풍은 요산 수치를 낮추는 게 관건이랍니다. 역시 잘 아실거라 생각해요. 몸의 요산을 제거하는 음식을 주로 먹으시면 좋을 듯합니다~

치맥과 고기, 정말 통풍에는 최대의 적이라지요!
식습관 개선은 정말 중요합니다. 통풍이란 녀석을 계기로 식습관을 야채 위주로 개선해 보심이 이떨런지요. 건강 유의하세요. 건강해야 열독합니다~^^

cyrus 2016-05-27 16:54   좋아요 0 | URL
좋은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물로 식초를 희석해서 마시고 있습니다. 적당량의 식초는 몸속 노폐물을 분해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더군요. 채소, 계란 위주의 반찬을 먹고 있습니다. ^^
 

 

 

 

 

 

 

 

 

 

 

 

 

 

 

 

 

 

 

1616423.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는 침대 위에서 영원히 눈을 감았다. 그들이 눈 감은지 400년이나 지난 지금도 독자와 출판사들은 두 거장의 영혼을 소환한다. 1차 세계대전이 한창 진행 중이던 191611. 프랑스 전선의 부몽 하멜(Beaumont-Hamel)에서 영국인 병사가 독일군 저격수의 총탄을 맞고 전사했다. 병사가 숨을 거두기 직전 마지막에 뱉은 말은 전쟁의 참상을 여실히 보여준 유언이다. “그 담배를 넣어!(Put that bloody cigarette out!)” 이때 병사의 나이는 45. 사실 그는 40을 넘긴 나이 때문에 징집 대상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애국심이 투철했던 중년 영국인은 자원입대하여 젊은 병사들과 함께 전선에 뛰어들었다. 세계대전 전사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랑스의 티에발 추모지(Thiepval Memorial)에 중년 병사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헥터 휴 먼로(Hector Hugh Munro). 추모지를 찾는 사람들은 전사자 명단에 작가가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헥터 휴 먼로의 필명은 사키(Saki)’. ‘사키12세기 페르시아 시인 오마르 하이얌의 시집 루바이야트에서 따온 것이다. 원문은 The Eternal Saki’. 술을 따르는 소년 시종을 뜻한다. (민음사에서 나온 루바이야트에서는 ‘Saki’술잔을 돌리는 하인으로 옮겼다)

 

 

    

 

사키는 1870년 미얀마에서 태어났다. 사키의 어머니가 일찍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어린 사키는 영국에 있는 할머니와 고모들의 손에서 자랐다. 사키는 엄격한 청교도 가풍에 적응하지 못했다. 특히 자신을 엄격하게 가르치는 고모를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를 행복하게 해준 것은 동물이었다. 외로운 사키는 동물에 특별한 애정을 느꼈다. 사키의 작품에는 암울했던 작가의 어린 시절 모습이 반영되어 있다.

 

사키는 단편소설을 많이 썼다. 그의 단편소설은 대체로 비정한 인물이 등장하고, 냉소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사키는 착한 주인공이 행복한 결말을 맞는 전개를 거부한다. 특히 어린이를 향한 사키의 시선은 어린이=순수한 동심이라는 공식을 무너뜨린다. 소설에 나오는 어린이들은 어른의 명령에 타협하지 않는다. 심지어 자신을 싫어하는 어른을 위험에 빠뜨리는 장난까지 일삼는다. 그래서 사키의 소설은 독특하다. 한 번 읽고 나면 여운이 오랫동안 남는다. 사키 소설의 또 다른 특징은 동물이 비중 있게 등장한다는 점이다. 동물들은 인간을 관찰한다. 그리고 인간의 어리석은 면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사키는 동물의 눈과 입을 통해 인간의 모순을 풍자하고 비꼰다.

 

 

 

 

 

 

 

 

 

 

 

 

 

 

 

 

 

사키의 대표작은 <열려진 창>(The Open Window), <토버모리>(Tobermory), <스레드니 바쉬타르>(Sredni Vashtar) 등이 있다. 특히 <열려진 창>은 공포소설 모음집에 많이 나온 작품이다. 사키의 작품이 있는 번역본 목록은 따로 작성했다.

 

 

 

 

 

 

 

 

 

 

 

 

 

 

 

 

사키는 문학사조에 넣기가 어려운 작가다. 그렇지만 통렬한 풍자로 가득한 단편소설을 남긴 미국 작가 앰브로즈 비어스(Ambrose Gwinnett Bierce, 1842~?)와 함께 묶을 수도 있다. 사키와 비어스는 공통적으로 저널리스트로 활약한 적이 있으며 역사에 길이 남을 전쟁에 참전했다. 비어스는 남북전쟁에 참전한 적이 있었다. 그는 혁명의 바람이 불어 닥친 멕시코에 가서 혁명군과 함께 전투에 참여했는데, 1913년에 행방이 묘연해져 버렸다.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를 추앙하는 열띤 분위기 속에서 사키를 기억해주는 출판사가 한 곳이 있다.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장르문학 작품을 번역하는 1인 전자책 출판사 페가나북스(Pegana eBooks). 그런데 이 전자책 출판사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게 흠이다. 작년에 사키 단편선집을 무려 3권이나 만들었으며 12월에는 야심차게 전자책 무크지 창간호를 만들었다. 사키를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단편선집에 수록된 소설 세 편도 실려 있다. 무료로 구매할 수 있으니 관심 있는 분이라면 한 번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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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딕슨 카를 읽은 사나이

오일우, 오수현 편역 / 모음사 / 1993

로라 (Laura)

 

 

 

 

 

* 공포특급 5

정태원 편역 / 한뜻 / 1996

열려진 창 (The Open Window)

 

 

 

 

 

 

 

 

 

 

 

 

 

 

 

 

 

 

 

*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6

이문열 편역 / 살림 / 2003

토버모리 (Tobermory)

 

 

 

 

 

 

 

 

 

 

 

 

 

 

 

 

* 세계 호러 걸작선

정진영 역 / 책세상 / 2004

스레드니 바쉬타르 (Sredni Vashtar)

 

 

 

 

 

 

 

 

 

 

 

 

 

 

 

* 세계 괴기소설 걸작선 2

유인경 역 / 자유문학사 / 2004

스레드니 바쉬탈 (Sredni Vashtar)

 

 

 

 

 

 

 

 

 

 

 

 

 

 

 

 

* 세계 호러 단편 100

정진영 역 / 책세상 / 2005

침입자 (The Interlopers)

 

 

 

 

 

 

 

 

 

 

 

 

 

 

 

 

* 번역자, 짧은 글의 긴 여운을 옮기다

엔북 / 2006(구판)

토버모리 (Tobermory)

 

 

 

 

 

 

 

 

 

 

 

 

 

 

 

 

* 이제 그만 울어요

해럴드 블룸 엮음 / 생각의나무 / 2007

찬가 (The Recessional)

 

 

 

 

 

 

 

 

 

 

 

 

 

 

 

 

* 벤지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엔북 / 2009

고양이 토버모리 (Tobermory)

 

 

 

 

 

 

 

 

 

 

 

 

 

 

 

 

* 세계 호러 걸작 베스트

북타임 / 2010

열어 둔 창문 (The Open Window)

 

 

 

 

 

 

 

 

 

 

 

 

 

 

 

 

 

  

* 토버모리

바다출판사 / 2011

앤 부인의 침묵 (The Reticence of Lady Anne)

이야기꾼 (The Storyteller)

창고 (The Lumber Room)

가브리엘 어니스트 (Gabriel-Ernest)

토버모리 (Tobermory)

바탕 (The Frame)

불안 요법 (The Unrest-Cure)

모슬 바턴의 평화

(The Peace of Mowsle Barton)

메추라기 씨앗 (Quile Seed)

열린 유리문 (The Open Window)

스레드니 바슈타르 (Sredni Vashtar)

침입자들 (The Interlopers)

 

 

 

 

 

 

 

 

 

 

* 이야기 기차

알바 마리나 리베라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11

원제 : The Storyteller

 

 

 

 

 

 

 

 

 

 

 

 

 

 

 

 

* 역사의 원전

존 캐리 엮음 / 바다출판사 / 2014년

서부전선의 새들 (<The Square Egg and Other Sketches>에 수록된 글)

 

    

 

 

 

 

 

 

 

 

 

 

 

 

 

 

 

 

* 사키의 고양이 이야기

고양이출판사 (e-Book, 2015)

토버모리 (Tobermory)

자선가와 행복한 고양이 (The Philanthropist and the Happy Cat)

 

 

 

 

 

 

 

 

 

 

 

 

 

 

 

 

 

 

 

 

* 토버모리

페가나북스 (e-Book, 2015)

개브리얼 어니스트 (Gabriel-Ernest)

토버모리 (Tobermory)

생쥐

앤 부인의 침묵 (The Reticence of Lady Anne)

에즈미 (Esmé)

그로비 링턴의 변모 (The Remoulding of Groby Lington)

모피

박애주의자와 행복한 고양이 (The Philanthropist and the Happy Cat)

충격 작전

 

* 스레드니 바쉬타

페가나북스 (e-Book, 2015)

스레드니 바쉬타 (Sredni Vashtar)

부활절 달걀

운명이라는 이름의 사냥개

불안 요법 (The Unrest-Cure)

열린 격자문 (The Open Window)

휴일에 일어난 일

맹점 (The Blind Spot)

창고 방 (The Lumber Room)

참회 (The Penance)

크림 단지 일곱 개

 

* 체르노그라츠의 늑대

페가나북스 (e-Book, 2015)

모슬 바턴의 평화

(The Peace of Mowsle Barton)

훼방꾼들 (The Interlopers)

암늑대 (The She-Wolf)

체르노그라츠의 늑대

비잔틴풍 오믈렛 (The Byzantine Omelette)

샤르츠-메테르클루메식 교수법 (The Schartz-Metterklume Method)

이야기꾼 (The Storyteller)

크리스피나 엄벌리의 실종

평화의 장난감 (The Toys of Peace)

 

 

 

 

 

 

 

 

 

 

 

 

 

 

 

 

 

* 명작 단편 : 복수 이야기

판도라books (e-Book, 2015)

참회 (The Penance)

 

 

 

 

 

 

 

 

 

 

 

 

 

 

 

 

 

    

 

* 언제나 재미있는 사키

판도라books (e-Book, 2015)

토버모리 (Tobermory)

이야기꾼 (The Storyteller)

로라 (Laura)

네모난 달걀 (The Square Egg)

스레드니 바쉬타르 (Sredni Vashtar)

 

* 언제나 재미있는 사키 2

판도라books (e-Book, 2015)

침입자 (The Interlopers)

길 잃은 영혼의 석상

열려진 창문 (The Open Window)

헛간 (The Lumber Room)

성질 고약한 왕 허먼

루이스 (Louis)

필보이드 스터지

메추라기 씨 (Quile Se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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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산 게이는 《나쁜 페미니스트》(사이행성, 2016)에서 케이트 잠브레노의 소설 《그린 걸》이 ‘여성성을 연기하는’ 인물을 ‘혹독하게’ 묘사한 소설이라고 호평했다. 잠브레노의 소설은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작품이다. ‘그린 걸(Green girl)’이란 어리고 순수해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는 여자를 가리킨다. 소설에서 그린 걸로 상징하는 젊은 여성 루스는 세상이라는 무대 한가운데 서서 여성성을 연기하는 존재이다. 그린 걸은 대중 앞에서 자신의 여성성을 전시한다. 그러므로 타인이 원하는 시선에 맞춰서 행동한다. 루스는 사랑받고 싶어서 자기도취와 허영의 가면을 쓴 채 여성성을 연기한다. 그러나 루스는 매일 가면을 쓰고 벗기를 반복하면서 연기하는 삶에 점점 지쳐간다. 그녀는 남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싶은 욕망을 가졌으면서도 자신을 향한 낯선 타인들의 시선을 두려워한다. 록산 게이의 표현을 빌리자면 루스는 ‘희망 없는 곤경 속에 처한 그린 걸’이다. 록산 게이는 그린 걸이 처한 상황을 예리하게 묘사한 소설 속 문장을 인용, 소개했다.

 

“기차 안에서도, 패션쇼에서도 그들은 의식한다. 남자들은 언제나 여자들을 쳐다본다. 언제나 그 끈적한 눈길로 여자들을 쳐다보고 있다. 쇼핑은 하지만 물건은 사지 않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언제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생활은 어렵다. 가끔 그녀는 보이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쁜 페미니스트》 191쪽)

 

록산 게이는 잠브레노의 소설을 분석하기 위해서 주디스 버틀러의 ‘수행(Performance)’ 개념을 들고 왔다. 1990년에 버틀러가 《젠더 트러블》에서 주장한 젠더 이론의 핵심은 사람의 정체성은 본질적 특성이 아니라 외부적으로 구성, 반복되는 행위이다. 어려운 문장으로 독자를 괴롭히기로 악명 높은 그녀의 주장을 좀 더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민족, 계급, 성별 등의 정체성은 확정된 소속이 아니라 일상의 퍼포먼스와 담론으로 매번 구성된다는 것이다. 곧, 인간의 본질은 없으며 그것은 행위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므로 남성성과 여성성은 생물학적 본능이 아니라 사회 권력의 규정 및 반복에 의해 만들어진 문화적 산물이다.

 

남성과 여성은 남성성과 여성성을 학습하면서 성장한다. 예를 들어 남성은 어릴 때부터 슬픈 일이 있어도 눈물을 흘리지 말라고 배운다. 장난기가 발동한 어른은 남자가 울면 ‘고추’를 떼어 내야 한다고 겁을 주기도 한다. 이때부터 소년은 눈물 흘리는 건 남자로서 수치스러운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여자는 항상 조신하게 행동해야 한다. 그리고 결혼하기 전까지 순결을 지켜야 한다. 순결을 잃은 여성은 여성성이 상실된 무례한 여성이 된다. 이처럼 남자와 여자는 죽을 때까지 남성성과 여성성을 몸에 배면서 살아간다. 이는 남녀 모두 정체성을 확인시켜주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하지만 남성성과 여성성은 주관적인 판단에 근거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사회 집단 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되기도 한다. 불합리한 모순이 있어도 개선될 여지가 없다. 집단 구성원은 따로 노는 ‘아웃사이더’가 되지 않으려고 문화적 규정을 순종한다. 이렇게 남성성과 여성성은 오랫동안 반복되고 대물림되는 ‘고정성(stereotype)’으로 자리 잡는다. 

 

 

 

 

 

 

 

 

 

 

 

 

 

 

 

 

 

고정성은 문제가 많다. 고정성에 갇힌 사람은 어떤 현상이나 존재를 획일적인 방식으로 바라보려고 한다. 그렇다 보니 사회 집단 구성원 모두 고정성에 순종하도록 은근히 강요한다. 여기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강제로 밀어 불이듯이 가르친다. 이러한 훈육 방식은 자녀의 인간성과 자존심을 억압할 우려가 있다. 나이지리아의 소설가 치마만다 은고지 아디치에는 고정된 남성성과 여성성이 공존한 현실에서 일어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우리가 남자들에게 저지르는 몹쓸 짓 중에서도 가장 몹쓸 짓은, 남자는 모름지기 강인해야 한다고 느끼게 함으로써 그들의 자아를 아주 취약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남자들이 스스로 더 강해져야 한다고 느낄수록 사실 그 자아는 더 취약해집니다. 또한 우리는 여자아이들에게도 대단히 몹쓸 짓을 하고 있습니다. 여자아이들에게는 남자의 그 취약한 자아에 요령껏 맞춰주라고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31쪽)

 

지금도 ‘몹쓸 짓’을 배웠던 마음의 기억을 잊지 못해서 고생하는 남자와 여자가 많다. 여성성을 연기하느라 애쓰는 여성을 ‘그린 걸’이라 하면, 잘못된 남성성을 고집하는 남성은 ‘그레이 맨’(gray man)이다. ‘gray’는 회색만 뜻하는 단어가 아니다. 평범한 중년 남자, 보수적인 사람을 가리키는 속어로 쓰이기도 한다. 그레이 맨은 집에 들어가면 왕이 되고 싶어 한다. 그는 오래전에 죽고 사라진 가부장제의 환상에 푹 빠져 있다. 그레이 맨도 그린 걸처럼 남성성을 연기하려고 애쓴다. 자존심이 강하고, 여자들 앞에 기죽지 않는 당당한 가장으로 말이다. 아내가 남편의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면 남편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어딜 감히, 아내가 하늘 같은 남편한테 대드느냐!” 그레이 맨은 아내에게 지고 싶지 않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에게 남자다움의 중요성을 배웠고, 어머니를 꼼짝 못 하게 만든 아버지의 행동을 그대로 보면서 자랐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의견이 어긋나는 상황을 마치 이기고 지는 전쟁처럼 생각하는 태도는 유아적 사고방식이다. 그레이 맨은 연기하는 척하는 남성성이 잘못된 사실은 인정하지 않는다. 이마저 스스로 인정하면 그동안 쌓인 위상이 급격히 추락하기 때문이다.
 
‘gray’가 형용사로 사용하면 ‘외로운’, ‘어두운’이라는 뜻이 된다. 자존심을 버리지 못하는 그레이 맨의 말년은 외롭다. 집안의 외로운 왕이다. 하지만 아내와 자식은 왕의 기분을 맞춰주는 신하가 아니다. 가족들은 고집불통 왕을 싫어한다. 하나 둘씩 왕의 곁을 떠난다. 왕의 연기는 끝났다. 허전함이 그레이 맨의 가슴을 짓누른다. 헛된 연기를 일찍 그만두었으면, 이런 자업자득의 불행한 비극은 찾아오지 않았다. 남을 의식하면서 퍼포먼스로 자신을 드높이려는 그린 걸, 그레이 맨의 삶의 방식은 ‘몹쓸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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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딸 2016-05-25 0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케이트 잠브레노의 <그린걸>이 몹시 당기네요.

cyrus 2016-05-25 14:57   좋아요 0 | URL
<나쁜 페미니스트> 옮긴이의 설명에 따르면 <그린 걸>이 버지니아 울프, 진 리스의 소설분위기와 비슷하다고 소개했습니다. ^^

transient-guest 2016-05-25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러 가지 책을 많이 읽지만 님의 독서지평은 깊이나 양이나 정말 대단하신 듯.ㅎㅎ

cyrus 2016-05-25 14:59   좋아요 0 | URL
아직 안 읽어본 책이 많습니다. 특히 주디스 버틀러의 책은 안 읽어봤습니다. 문장이 난해해서 읽기 어렵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