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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과의 대화 - 세계 정상의 조직에서 코리안 스타일로 일한다는 것에 대하여
톰 플레이트 지음, 이은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리더십을 보게 되면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는 토머스 모어가 오버랩 된다. 반 총장은 개인으로서의 삶보다는 공무가 우선이며 솔직하고 정직한 청렴한 공직자 이미지다.

 

(《반기문과의 대화》 독자 서평, http://blog.aladin.co.kr/haesung/6611173)

 

 

2013년에 펴낸 톰 플레이트의 《반기문과의 대화》 독자 서평 일부입니다. (2013년에 나온 책은 ‘구판’이고, 작년 9월에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제가 읽은 건 구판입니다) 서평을 작성한 독자는 이 책에 최고 평점인 별 다섯 개를 부여했습니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서평이라서 반 전 총장에 향한 찬사로 일관했습니다. 서평 작성자는 토머스 모어의 고뇌를 소재로 한 영화 『사계절의 사나이』를 언급하면서 반 전 총장을 토머스 모어와 동등한 인물로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그를 정직하고 청렴한 공직자로 치켜세웠습니다. 서평 작성자는 요즘 반 전 총장의 행보를 지켜볼 때마다 이불킥 할 정도로 괴로워하고 있을 겁니다.

 

 

 

 

 

서평 작성자는 무슨 약을 했기에 그런 생각을 하셨어요? 어딜 감히 반 전 총장을 모어의 숭고한 인격에 비비려고 합니까? 이 문제의 서평은 ‘좋아요’ 1개 받았습니다. 댓글이 한 개도 없어요. 서평 작성자 입장에서는 천만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반 전 총장을 찬양하는 글이라고 비난하는 댓글이 무수히 달리지 않은 게 신기합니다. 그러나 이 불편한 진실도 언젠가는 수면 위에 떠오르게 마련입니다.

 

지금 이 글을 보고 있을 서평 작성자는 과거에 썼던 찬사 일색의 서평을 삭제하고 싶을 겁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모르는 사이에 그 서평을 조용히 삭제한다고 해서 자신의 오판이 완전히 깨끗하게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건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한다기보다는 자신의 잘못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일이 부끄러워서 숨기는 비겁한 자세에 가깝습니다. 서평 작성자는 과거에 좋게 봤던 책을 다시 읽어야 합니다. 그러면 그때 보지 못했던 책의 단점 혹은 독자들이 공감할 수 없는 문제점이 보입니다. 양심 있는 서평 작성자는 찬사 일색의 서평을 썼던 사실을 인정하고, 내가 저지른 문제가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 솔직하게 고백할 줄 알아야 합니다.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엄격한 자기 수양의 글쓰기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자기 수양의 글쓰기는 결점이 많은 자신에게 말 거는 동시에 (서평을 읽는)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습니다.

 

사실 아까부터 저는 반 전 총장에게 찬사를 보낸 2013년의 ‘나’에게 말 걸고 있었습니다. 2013년의 ‘나’의 모습이 너무 부끄러워서 최근에 《반기문과의 대화》를 펼쳐봤고, 예전에 썼던 서평도 다시 읽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서평을 보는 내내 민망해서 얼굴이 확 달아올랐습니다. 그땐 제가 반 전 총장을 몰라도 너무 몰랐습니다. 또 ‘출판사에서 받은 책’이라는 이유로 반 전 총장의 말과 생각에 대해 반론을 쓴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옛날에 썼던 글들은 부족한 점이 너무 많습니다. 그중에 2013년에 썼던 《반기문과의 대화》 서평은 최악의 흑역사 중 하나로 남지 않을까 싶습니다.

 

반 전 총장은 왜 UN 결의안을 무시하면서까지 대선에 출마하려고 하는 것일까요? UN 결의안에 따르면 반 전 총장은 총장직 퇴임 직후에 어떤 정계 공직에서 일할 수 없습니다. 대선 출마 의사를 끝까지 철회하지 않는 반 전 총장의 행보를 보고 있을 톰 플레이트는 무슨 생각을 할까요?

 

 

톰 플레이트 : “누군가 제게 이런 말을 하더군요. 유엔 사무총장의 임기를 마치고 나면 반기문이 한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거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랬습니다. ‘아니다. 반기문은 이제 쉴 거다’라고요.”

 

그가 즐거운 듯 호탕하게 웃는다.

 

: “맞습니다. 저를 아시네요! 교수님 말이 맞습니다!”

 

톰 플레이트 : “아마도 회고록을 쓰고, 아내와 손주들과 시간을 보내고, 멋진 강연을 하러 다닐 거라고 얘기했죠.”

 

(《반기문과의 대화》 133~134쪽)

 

톰 플레이트는 이 인터뷰를 통해 반 전 총장으로부터 자신을 잘 안다고 칭찬받을 정도로 반 전 총장과 깊은 유대감을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반 전 총장은 톰 플레이트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대선 출마 의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반 전 총장은 장기 집권하는 세계 정상들을 만나면 ‘권력은 영원하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영원한 유산을 남기는 것이다. 좋은 유산을 남겨라’고 늘 말했다고 합니다.[1] 반 전 총장 본인이 이렇게 말했는데요, 인제 와서 대통령이 되어보겠다는 마음에 어설픈 유세를 펼치는 그의 행보를 보면 ‘권력에 매달리는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만약 반 전 총장이 대통령이 된다면 상당히 복잡한 외교적 차원의 한일 간 문제를 어떻게 대처하고 해결할지 궁금합니다. 과연 그가 일본 앞에서 단호한 태도를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반 전 총장은 UN 내의 일본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과거 노무현 정부의 외교통상부 장관 시절에 한일관계에 둘러싼 문제와 현황들을 수없이 경험했습니다. 《반기문과의 대화》에서 반 전 총장은 한국과 일본이 공존해서 동북아시아 평화를 유지하려면, ‘한국이 과거를 정리하고 과거를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2]

 

일본이 과거사를 제대로 반성하고 인정해야만 한일 간 관계가 원만하게 형성됩니다. 한일 관계 악화의 책임은 전적으로 일본이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덮으려고 10억 엔을 내놓은 것이 ‘진심 어린 사과’로 보기 어렵습니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10억 엔짜리 사과를 거절했습니다. 과거를 정리하고, 과거를 벗어나야 할 국가는 우리나라가 아니라 일본입니다. 지금 일본의 극우세력들은 위안부 관련 역사적 증거자료를 날조라고 주장하면서 세계 유산 등재를 막고 있습니다. 이들은 정부의 든든한 지원 속에서 과거사를 은폐하려고 합니다.

 

“한일합방이 이뤄진 지 100년째 되는 2010년에 일본을 방문했을 때 저는 일본 고위 관료들에게 말했습니다. ‘이 기회에 일본이 한국인들에게 진심으로 진실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과거사를 놓고 너무 많은 말을 해서는 안 된다. 과거를 정리하는 최선의 방법은 앞으로 다가올 100년을 내다보는 것이다. 그러니 총리, 즉 일본 정부가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라고요. 그리고 실제로 일본은 그렇게 했습니다. 그렇게 했지요.”

 

(《반기문과의 대화》 240쪽)

 

 

일본 총리가 사과 한마디 했다고 해서 오랫동안 깊게 파인 과거사의 상처가 쉽게 치유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아베 신조 총리는 진심 어린 사과는커녕 국제적 합의라는 이유로 위안부 문제 거론을 피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더 이상 한국이 자신들의 부끄러운 과거를 언급하지 않을 거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국, 위안부 할머니의 한(恨)을 풀어준다는 합의의 근본정신이 무의미해집니다.

 

저는 《반기문과의 대화》를 다시 읽은 이후로 반 전 총장의 달라진 태도에 실망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왜 대선 후보가 될 수 없는지, 그리고 그가 대통령 자격이 불충분한 이유를 확실히 알았습니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은 알라딘 오프라인 매장에 팔 수 없습니다. 책을 팔 수 없어서 기분이 썩 좋지 않습니다.

 

 

 

 

[1] 《반기문과의 대화》 133쪽

[2] 같은 책, 2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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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7-01-24 15: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qn
불태우는 퍼포먼스 어떻습니까 ?

cyrus 2017-01-24 15:52   좋아요 2 | URL
좋은 생각입니다. 설 연휴에 시골에 가서 폐휴지와 함께 불태워야겠습니다.

달걀부인 2017-01-24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아름다운 디스네요.. 저 역시 발음보단 어휘다, 하면서 고급영어를 강조할 때 반기문을 들먹였는데 요즘 저희 아이들에게 참 머쓱합니다.

cyrus 2017-01-25 10:25   좋아요 1 | URL
우리가 국내 언론에 속았습니다. 반 총장 재임 시절에 국내 언론이 반 총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내용을 보도하니까 여태까지 문제점을 보지 못했어요.

잠자냥 2017-01-24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그러셨군요. 저도 가끔 과거에 찬양했던 책 중에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운 책이 좀 있습니다. 보통 정치인들 책이 그런 것 같네요. 하하하. 저는 그런 책으로 <안철수의 생각>을 꼽으렵니다. (지금 찾아보니 북플에 읽은 책으로 표시도 안해놨군요. 하하하하. 그냥 안하겠습니다; 책꽂이에 있는데 내다 팔기도 뭐하고 원...ㅋㅋ)

cyrus 2017-01-25 10:27   좋아요 1 | URL
역대 정치인 관련서적 4대 폐기물을 꼽으라면 이명박 자서전, 박근혜 자서전, <안철수의 생각> 그리고 <반기문과의 대화>로 하겠습니다.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는, 처리 곤란한 책입니다.. ^^;;

레삭매냐 2017-01-24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반반치킨 총장님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되면서
정말 벼라별 이야기들이 다 나오더군요.

예전에도 좋아하는 인물은 아니었지만, 예전에 어느 대선
유력 주자처럼 하늘에 떠다니다가 지상에 내려와 별 볼
일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리는 게 아닌가 싶네요.

어쨌거나 씁쓸하네요 정말.

cyrus 2017-01-25 10:31   좋아요 0 | URL
오늘 탄핵 결정 관련 속보가 떴는데, 늦어도 3월 13일 이전에 탄핵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반 전 총장은 이 점을 염두하고, 귀국하자마자 대선 준비를 시작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너무 어설픕니다.

2017-01-24 2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1-25 10:35   좋아요 1 | URL
그러고 보니 박근혜 권한 정지 이후 김 시인께서 공식적인 입장이 없군요. 게다가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도 말 한 마디도 없고요.

시이소오 2017-01-24 19: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도 이상하게 진보적인 친구들도 반기문에 대한 기대를 갖고있길래 반기문은 기대할만한 인물이 아니라고 얘기하고 다니곤했는데,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반기문의 실체를 알게 돼 다행입니다.

이런 반성의 글을 쓰는게 쉬운일이 아닌데 좋네요. ^^

cyrus 2017-01-25 10:42   좋아요 1 | URL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를 얻어 탄생한 UN 총장’이라는 인식 때문에 일부 진보 세력들이 반 전 총장을 좋게 봤을 겁니다. 국내 언론이 반 전 총장의 업무를 과대 포장한 것도 문제였어요.

서니데이 2017-01-26 14: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즐거운 설연휴 보내세요.
새해엔 소망하시는 일 이루는 한 해 되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cyrus 2017-01-26 15:42   좋아요 1 | URL
새해 인사말씀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연휴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즐겁게 연휴 보내세요. ^^
 
반기문과의 대화 - 세계 정상의 조직에서 코리안 스타일로 일한다는 것에 대하여 아시아의 거인들 2
톰 플레이트 지음, 이은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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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계절의 사나이

 

 

리더란 무엇인가? 무거운 책임과 의무로 점철된 삶을 사는 사람들이다.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자신의 지위를 지키고, 구성원들의 밝은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이상과 비전, 목표와 전략. 리더들에게 이러한 단어는 너무나도 친숙하다. 하지만 자신의 원칙과 상반되는 현실의 벽을 넘어서야 한다.

 

 

16세기 초 영국의 왕 헨리 8세의 권력에 저항하다 처형된 토머스 모어의 일생을 그린 영화 <사계절의 사나이>(Man for all seasons)를 통해서 리더라면 반드시 겪게 되는 ‘원칙과 현실의 조화’ 문제를 볼 수 있다. 모어는 가톨릭 신자로서 로마에 충성했다. 그는 헨리 8세의 이혼에 반대했고 왕이 영국국교회의 수장이 되는 것에 반대했다. 모어는 결국 국왕의 노여움을 샀고 반역죄로 몰려 처형당했다. 네덜란드의 인문주의자 에라스뮈스는 토머스 모어를 ‘사계절의 사나이’라고 불렀다. 그 어떤 상황에도 변하지 않는 모어의 숭고한 인격을 표현하는 말이었다. 모어는 영국의 위대한 정치가, 사상가로 칭송받지만 영화에서는 자신이 세운 원칙과 현실을 조화시키지 못해 괴로워하는 인물로 나온다.

 

 

 

 ♣ '아시아 인 유엔 총장'으로서 산다는 것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리더십을 보게 되면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는 토머스 모어가 오버랩 된다. 반 총장은 개인으로서의 삶보다는 공무가 우선이며 솔직하고 정직한 청렴한 공직자 이미지다. 그래서 정치적 견해를 유지하면서 개인적 소회를 밝히는 데 있어 매우 신중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민감한 질문에 요리조리 빠져나가길 잘한다고 해서 ‘기름장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그런 그가 입을 열었다. ‘아시아 정보통’으로 손꼽히는 전 LA타임스 논설실장 톰 플레이트와의 대담집 <반기문과의 대화>에서다.

 

 

반 총장과 저자 톰 플레이트는 2010년부터 2012년 사이, 두 시간씩 모두 일곱 차례에 걸쳐 진행한 대담을 비롯해 사적으로 만나 나눈 여섯 차례의 대화를 나누었다. 반 총장에 관해 쓴 다른 책들이 그의 어린 시절부터 유엔 사무총장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면, 이 책은 유엔 사무총장이 되고 난 후의 이야기를 본인의 입을 통해 전한다는 점에서 차이점을 지닌다.

 

 

 

임기 초반 반 총장이 마주친 현실의 벽은 뜻밖에도 내부에 있었다. 기존 유엔 직원들과의 조화가 어려웠던 것이다. 반 총장은 고위급 외교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면서도 겸손한 편이다. 그런 아시아 스타일을 서구 언론뿐만 아니라 사무국 직원들에게는 달갑지 않다.

 

그러나 반 총장은 말보다 성과가 우선이고 솔선수범이 중요하다고 여겼다. 개인의 카리스마보다 집단의 리더십, 즉 모든 사람의 지지와 합의를 기반으로 조직을 움직이는 리더십이 우선이라는 신념을 지켰다. 아이티 대지진, 칠레 광산 붕괴, 파키스탄 홍수 등 세계 재난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국제사회의 구호를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현장형 리더십을 보였다. 

 

이 책은 유엔이라는 조직과 사무총장이라는 직무의 한계도 보여준다. 유엔 사무총장은 오직 도덕적 힘과 권위, 그리고 회의 소집권만 있다. 모든 결정과 자원은 회원국에서 나온다. 분명한 한계 속에서 반 총장은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이라는 불가능한 꿈을 위해 세계 곳곳을 누비고 있다. 다른 국가 지도자들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동시 휴전’ 선언을 이끌어내기 위해 분주할 때, 그는 ‘동시 휴전’의 프레임을 탈피해 이스라엘의 ‘일방적’ 휴전을 성사시켰다.

 

 

 

 ♣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욱더 강하게 만든다

 

 

“많은 이들이 제게 유엔 사무총장은 세상에서 가장 불가능한 직업이라고 충고했습니다. 해보니까 알겠습니다. 이 일이 정말 이 세상에서 가장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요. 농담 삼아 회원국이나 친구들에게 말하곤 합니다. 제 임무는 이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가능한 임무로 만드는 것이라고요. 이게 제가 하는 일입니다. 제정신이든 아니든.” (47쪽)

 

 

 

유엔 사무총장의 임무는 공직에 대한 사명감 없으면 할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불가능한 일이다. 사시사철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끊이지 않은 ‘정글’의 세계를 국제 평화와 안전이 유지되는 ‘정원’으로 만드는 중대하면서도 불가능한 역할을 반 총장이 6년째 맡고 있다.

 

다시 영화 <사계절의 사나이>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처형 직전 토머스 모어는 마지막으로 사형집행인에게 이런 말을 한다. ‘자신의 일을 두려워하지 말라.’ 그는 죽는 순간까지도 자신의 정직한 원칙을 지키려고 했다. 반 총장도 세상에서 가장 불가능한 직업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욱더 강하게 만든다.’ 톰 플레이트는 철학자 니체의 격언을 언급하면서 차분하면서 강직한 성품의 반 총장을 평가했다. 내․외부에서 비롯된 현실의 벽을 두려워하지 않고 꿋꿋하게 맞서 극복한 그의 끈기는 유엔총회 193개국 만장일치로 연임에 성공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그야말로 반 총장은 서구 언론의 집중포화와 유엔 조직 및 직원들과의 갈등과 반발 속에서도 공직의 원칙을 고수하면서 세계 정상의 조직을 이끌어나가는 ‘세계절의 사나이’다. (세계절: ‘세계’와 ‘사계절’을 합친 조어)

 

 

열네 시간동안 이루어진 대화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낸 반 총장의 모습은 리더가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알아야 하는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시련을 극복하고 실패를 이기는 힘은 결국 자기 자신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스스로를 이해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바로 안다는 것은 리더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저 최고의 자리에 있다고 해서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리더란, 리더라는 자리에 부합하는 실력과 윤리적 원칙, 위기관리 능력 등을 갖춘 관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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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1-24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까지 쓴 서평 중 최악의 내용. 다시 봐도 부끄럽기 짝이 없는 글.

http://blog.aladin.co.kr/haesung/9079157 (2017년 1월 24일 작성)

레삭매냐 2017-01-26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같으면 창피해서 슬쩍 지웠을 텐데 대단하십니다...

그나저나 그 때의 미꾸라지와 지금의 미꾸라지는 다른
사람일지 자못 궁금해졌습니다.

cyrus 2017-01-28 08:22   좋아요 0 | URL
글 한 편을 쓰면, 정말 정성들여 쓰는 성격이라서 못 쎴다고 생각하는 글을 잊지 못합니다. 그래서 다시 고치기도 합니다. 이 글은 통째로 지우고 싶은데, 그냥 놔뒀습니다. 글 한 번 지운다고 해서, 부끄러움이 잊는 건 아니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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