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O와 우주법칙
조지 아담스키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6년 5월
평점 :
절판


 

 

미확인 비행물체인 UFO를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쪽에서는 UFO가 외계인이 타고 온 최첨단 우주선이라는 주장까지 펼친다. 이와는 달리 다른 쪽에서는 UFO가 기존의 비행물체이거나 자연현상의 착각, 또는 환각, 심지어 사진조작의 결과라는 반론을 편다. 양쪽 모두 UFO의 존재를 완벽하게 설명하지는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UFO의 주인공인 외계인의 존재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우리가 사는 태양계가 아닌 멀리 떨어져 있는 외부행성에 지적인 생명체가 있으려면 지구와 비슷한 조건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인간 이외의 생명체가 은하계에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1953년, 조지 아담스키(George Adamski)는 자신이 외계인을 만났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탑승한 외계인의 우주선까지 사진으로 공개했다. 그가 목격한 UFO는 둥그런 접시처럼 생긴 물체였는데, 그의 이름을 따서 ‘아담스키형 UFO’로 알려졌다. 그의 UFO 사진 공개 이후로 전 세계 곳곳에 접시 형태의 ‘아담스키형 UFO’이 나타났다. 아담스키는 시나리오 작가 데스먼드 레슬리(Desmond Leslie)와 함께 『Flying Saucers Have Landed』를 공동 집필했다. 이 책으로 아담스키는 우주인 접촉자로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1955년에 아담스키는 또다시 우주인을 만난 경험담을 정리한 ‘Inside the Space Ships’이라는 책을 펴냈는데, 이 책이 바로 지금부터 소개할 《UFO와 우주 법칙》이다.

 

 

 

 

《UFO와 우주 법칙》의 출판사는 정확히 20년 전 부도가 나서 사라져버린 ‘고려원’이다. 고려원은 8, 90년대 국내 단행본 출판업계 1위를 달렸던 ‘전설 아니고 레전드’ 출판사였다. 《UFO와 우주 법칙》은 1987년에 나왔고, 출판사가 완전히 문 닫기 일 년 전에 재출간됐다.

 

필자는 이 책을 작년 헌책방에서 구했는데, 운 좋게 아주 싼 가격으로 샀다. 내가 이 책을 고르더니 헌책방 주인은 아주 찾기 힘든 책을 골랐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이 매긴 책의 가격이 ‘2만 5천 원’이라고 했다. 정말로 2만 5천 원을 내야 했다면, 진즉에 구매를 포기했다. 헌책방 주인과 가격 흥정을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그렇게 할 수 있는 말주변도 없다. 손님이 원하는 대로 무조건 가격을 깎아주는 헌책방 주인이 좋은 게 아니다. 손님 입장에서는 좋지만,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주인 입장에서는 손해 보는 일이다. 나는 한쪽만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 정말 마음씨 착한 헌책방 주인은 헌책방 단골손님이 뭘 요구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챙겨준다. 비싸게 파는 책을 싸게 팔수도 있다. 헌책방 주인은 2만 5천 원으로 팔 수 있는 책을 ‘2천 원’에 팔았다. 나는 주인의 배려 덕분에 아주 귀한 책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이 책을 포함해 5권의 책도 함께 샀는데, 합산한 가격이 2만 천 원이었다.

 

 

 

 

 

《UFO와 우주 법칙》이 ‘아주 귀한 책’인 건 맞다. 아담스키의 책은 UFO 옹호론자들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고전’이다. 그런데 나는 UFO와 외계인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이 책을 사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다. 나는 《UFO와 우주 법칙》이 ‘괴작’에 어울릴만한 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역시 내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아담스키의 증언과 진술 대부분은 정말 황당하기 짝이 없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아담스키는 화성인, 금성인, 토성인을 만났다. 세 명의 우주인은 아담스키를 자신의 우주선으로 초대했다. 아담스키는 그곳에서 다른 우주인들이 어떻게 생겼고, 우주선 내부가 어떻게 구성됐는지 거의 완벽하게 설명했다. 우주인 성자를 만나 충격적인 정보들을 접한다. 우주인 성자는 태양계의 행성이 9개(2006년에 명왕성이 행성 목록에서 공식 제외되어 현재 태양계 행성의 수는 8개)가 아니라 12개라고 말했다. 11개 행성에 지구인과 흡사한 우주인이 존재하는데, 우주인 성자의 말에 의하면 지구가 가장 뒤떨어진 문명의 별이라고 한다. 그래서 우주인들은 지구에 일어나게 될 핵전쟁과 지축 변동을 지구인들에게 경고하기 위해서 UFO를 타고 지구에 나타났다. 그렇지만 지구인들은 우주인의 경고를 허무맹랑한 얘기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우주인은 자신들의 생각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고, 말이 잘 통하는 유일한 지구인으로 조지 아담스키를 선택한 것이다.

 

 

 

 

 

조지 아담스키는 정말 운이 좋았다. 소련이 최초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호(Sputnik)는 1957년 10월에 발사됐다. 소련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Yurii Gagarin)이 우주선에 몸을 실으면서 “지구는 푸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던 해가 1961년이다. 그 후 8년 뒤에 인류가 처음으로 달에 착륙했다. 조지 아담스키는 미국과 소련이 하지 못한 일들을 완수했다. 그는 우주선에 탑승했고, 우주 한가운데에 있는 지구를 바라봤고, 달 표면까지 목격했다. 심지어 지구인보다 훨씬 수준 높은 우주인들을 만나 대화도 나눴다. 1950년대 사람들은 우주의 실체를 잘 몰랐기 때문에 아담스키의 말을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그의 주장은 100% 신뢰하기 어렵다. 사실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UFO 연구는 유사과학에 가깝다. 확실한 검증 없이는 함부로 ‘법칙’이라고 규정할 수 없다. 유사과학은 어떤 사실의 해석에서 실제 증거에 근거하지 않고 원하는 대로 해석하고 싶은 소망이나 착각에 의존한다. 1976년 바이킹 호가 화성탐사 임무를 수행한 뒤 보내온 화성의 이미지는 사람의 얼굴을 연상케 해 ‘화성인의 얼굴’이라는 이야기가 한동안 떠돌았다. 그러나 이는 화성 표면에 돌출된 바위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외계 우주선이나 외계인에 대한 목격담과 경험담은 조작임이 밝혀졌다. 이 가설이 과학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은 반증 불가능성 때문이다.

 

 

 

외계인이 온다고 하더라도 우주선을 타고 올 가능성은 약 0.01%에 불과하다. 가장 큰 문제는 지구와 다른 행성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도 4.2광년 떨어져 있다. 지금 로켓으로 8만 년 정도 비행해야 그 별에 도착하는 셈이다. 속도를 높이는 것도 한계가 있다.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물체가 빛의 속도에 다가서면 질량은 무한대로 늘어난다. 이런 우주선을 추진시킬 에너지는 현재로써는 우주에 없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날면 우주선이 우주에 떠도는 유성이나 소행성에 부딪혀 산산조각 날 수도 있다. 우리도 갈 수 없고, 외계인도 지구에 오기 힘들다. 아담스키가 만난 우주인들은 계속 쓰고도 남을 만큼의 전자기의 힘으로 우주선을 움직일 수 있으며, 방어막처럼 형성하는 전자기(電磁氣)를 뿜어내기 때문에 유성 충돌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NASA에서는 전자기 엔진으로만 추진되는 로켓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전자기의 힘만으로 로켓이 우주로 날아가는 것은 기본적인 물리학 법칙에 어긋난다.[참고]

 

우주에 가지 않더라도 지구가 ‘푸른 행성’임을 모르는 사람이 전혀 없다. 그런데 아담스키는 자신이 우주에서 바라봤던 지구가 ‘희미한 흰빛을 내는 행성’이라고 주장했다.

 

나는 똑똑히 보았다. 놀랍게도 우리의 지구가 흰빛을 내고 있었다. 달빛과 매우 닮았지만, 지구에서 올려다보는 맑은 밤하늘의 달빛만큼 맑지는 못했다. 희미한 유백색(乳白色) 광채가 지구를 둥글게 싸안고 있는 것이었다. 그 크기는 아침 일찍 지평선에서 떠오르는 태양에 견줄 수 있으리라. 우리 밑의 지구는 하나의 커다란 광구(光球)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UFO와 우주 법칙》 88쪽)

 

1950년대에 나온, 과학과 완전히 동떨어진 내용의 책이 30년 뒤에 우리나라에 뒤늦게 소개됐다는 것은 정말 ‘충격적’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 있는 정말 웃긴 내용을 소개하면서 글을 마치겠다.

 

아프리카 제3연방의 <파라뉴스>라는 언론사가 금강산에서 한국 천문학자와 화성인과 인터뷰한 내용을 ‘특종’으로 보도했다. 그런데 이 특종 기사가 ‘2058년 8월 15일 자’로 되어 있다고 한다. 화성인은 2000년에 이르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한국의 젊은 박사는 총 30명에 이르며, 그밖에 의학상, 화학상을 받은 과학자들은 100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세계 최초로 과학혁명에 이어 종교혁명, 이어서 ‘영혼 혁명’까지 모두 일어남으로써 세계의 모범 국가로 발전한다고 예언했다.

 

독자 여러분, 자유로운 상상력을 마음껏 만끽하십시오. 그리고 (비)웃으십시오. 화성인은 우리나라에 ‘촛불 혁명’이 일어날 거라고 예언하지 못했으니까요.

 

 

 

[참고] 『연료 필요 없는 전자기 엔진, 물리법칙 허물었다』 중앙선데이, 2016년 1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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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7-03-17 23: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 cyrus님 글이 저자의 책보다 재미있는것같아요. 덕분에 웃고갑니다. ㅋㅋ

cyrus 2017-03-18 16:35   좋아요 1 | URL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아서 글의 분량이 길어졌습니다. 그래도 재미있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7-03-18 15: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노벨상은 모르겠지만, 다른 면에서는 화성인의 말이 그렇게 틀린 것 같지는 않네요.ㅋ 과학혁명 -> 창조경제, 종교혁명 -> 영세교, 영혼혁명 -> 국정교과서(혼의 정상화)로 인해서 온 국민이 들고 일어나 세계민주주의사를 새로 썼으니, 세계의 모범 국가로 발전했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ㅋㅋ 이상 화성인 변호인단이었습니다.

cyrus 2017-03-18 16:37   좋아요 1 | URL
그렇게 해석될 수도 있군요. 겨울호랑이님의 탁월한 해석에 이마를 탁 치고 갑니다! ㅎㅎㅎ

북프리쿠키 2017-03-18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학이면 과학. 예술이면 예술~
글 하나 쓰는데도 전 낑낑대는데
싸이러스님의 글은 긴데도 재미있고 논리적이세요^^

cyrus 2017-03-20 15:21   좋아요 1 | URL
제 글을 잘 읽어보면, 논리적 허점이 있습니다. 북플로 제 글을 정독하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비판 댓글이 많이 안 달립니다. 제 글이 잘 써서 비판 의견이 없는 건 절대로 아닙니다. ^^

jnanasri 2022-12-27 0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에 ‘정말 웃긴 내용‘이라며 덧붙이신 2000년대 한국에 관한 ‘반예언적‘ 내용은 아담스키의 책 내용의 일부가 아니라, 그 책을 출간하면서 출판사가 임의로 덧붙인 엣날 우리나라 신문기사의 내용 아니었던가요? 롹실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 50년대 어느 신문기사이며, 실제 신문의 사진도 실려 있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아담스키와는 관련없는 기사를 함부로 아담스키의 책에 삽입한 출펀사 측의 처사가 우선 문제이지만, 아담스키와는 아무 관련 없는 내용을, 마치 아담스키 저술의 황당함을 말해주는 방증인 양 하나로 엮어서 글울 쓰시는 것도 츌판사의 행위처럼 경솔하고 정직하지 못하다 생각합니다. 그의 책 내용에 대한 평가는 개개인의 몫으로 한다 해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