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앞서 공개된 쉬르섹슈얼리티(동문선) 서평에 쓰지 못한 내용을 따로 분리하여 적은 것이다. 나는 이 책의 번역이 엉망이라고 했다. 이 책의 편집 후기 작성자는 마지막에 책과 관련된 오역과 불만스러운 점에 대해 꾸지람을 바란다고 썼다.

 







 

 

* [절판] 휘트니 채드윅 쉬르섹슈얼리티(동문선, 1992)

 

 


번역에 있어서는 연금술상의 특수 용어와 켈트 신화의 기술(記述), 초현실주의자들의 독특한 표현 등 번역상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아직 조사하지 못한 점과 번역 방법의 오류와 만족스럽지 못한 점에 관해 많은 꾸지람과 비평을 바란다. (348)

 

 

이 책은 1992에 나왔다. 나는 이 책이 나온 지 28년 만에 책의 부족한 점을 지적하는 글을 쓰게 됐다. 28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나고 이제야 내가 편집 후기 작성자의 요청에 응답하게 됐다. 이렇게 나처럼 절판된 책의 정오표를 만드는 사람이 있을까. 나는 이 정오표가 절판된 책을 사는 사람들에게 나름 도움을 줄 거로 믿는다.

 

 


 

 

* 8

프리다 카로 프리다 칼로(Frida Kahlo)

레오노르 휘니 레오노르 피니(Leonor Fini)

 

 

 

* 50

콜라지 콜라주(collage)

 


 

* 105

카롤르알리스 루이스 캐럴(Lewis Carrol)앨리스(Alice)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쓴 작가 겸 수학자.

 

 


 

* 133

소설 2의 성에서 보봐르는 여성의 조건 가운데 한 가지 중요한 요소로서 거울을 들고 있다.
















 

보부아르(Beauvoir)가 쓴 2의 성은 소설이 아니라 철학서.

 

 

 


* 169

발듀스 발튀스(Balthus)

 

발튀스는 프랑스의 화가다. 에로틱한 포즈를 취한 사춘기 소녀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 유명하다.

 

 


 

* 186

말사스 맬서스(Malthus)

 














영국의 경제학자이자 인구론의 저자다.

 

 


 

* 202, 204

녹음의 헨리, 녹색의 헨리
















독일 작가 고트프리트 켈러(Gottfried Keller)의 소설. ‘녹색의 하인리히(Der grüne Heinrich)로 표기해야 한다.

 

 

 


* 203

프로타지 프로타주(frottage)

 

프로타주는 면이 올록볼록한 물건 위에 종이를 대고, 그 부위에 연필로 문질러 무늬를 얻는 기법이다.

 

 


 

* 218

달리의 <망상증적, 비판적> 회화 편집광적 비판/비평(Paranoia Critic)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가 명명한 회화 방식. 그는 망상에 시달리는 편집광 환자의 환각 상태에 착안하여 초현실적인 분위기의 그림을 그렸다.

 

 

 

* 241

벡클린 뵈클린(Arnold Böcklin)

크림트 클림트(Gustav Klimt)

 

 


 

* 242

알킴볼도 아르침볼도(Giuseppe Arcimboldo)

 

동물과 식물 등의 사물로 인간의 머리를 형상화한 초상화를 그린 이탈리아의 화가.

 

 


 

* 248쪽 

J. J. 바하오휀 바흐오펜(Johann Jakob Bachofen)

 















모권이라는 책을 쓴 스위스의 인류학자.

 

 


 

* 255

아니므스 아니무스(animus)

 

 

 

* 256

사큐바스 서큐버스(Succubus)

 

 


 

* 268

어린이들 동화의 어미거위(Mother Goose) 마더 구스

 

17세기 영국의 동요를 모아놓은 책의 제목.

 

 


 

* 290

1977에 출판된 마담 브라바스키의 베일을 벗긴 이시스

러시아의 신지학자 블라바츠키(Helena Blavatsky)베일을 벗긴 이시스(Isis unveiled)1877년에 출판된 책이다.

 

 


 

* 302

 프로이트가 <그라디바><레오나르도>에 대한 소론에서 설정한 분석적 모델을 참고로 하여 (생략)

 















 

레오나르도는 이탈리아의 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를 말한다. 프로이트는 이탈리아 화가의 동성애를 분석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유년의 기억이라는 글을 썼다. 이 글은 프로이트 전집 중 한 권인 예술, 문학, 정신분석에 실려 있다. 또 이 책에 빌헬름 옌젠의 그라디바에 나타난 망상과 꿈이라는 글도 있다. ‘그라비다빌헬름 옌젠이 쓴 소설의 제목이자 소설에 나오는 여성이다. 이 소설을 읽은 남성 초현실주의자들은 관능적인 그라비다에서 초현실주의에 어울리는 여성상을 발견한다.

 

 

 

* 308















비아즐레이 비어즐리(Aubrey Beardsley)

 

 

 


* 312















고르비츠 콜비츠(Kathe Kollwitz)

 

 


 

* 333

 숙부의 커다란 도서실에서 프라에로 전파(前派)오브리, 비아즈리, 크림트, 독일, 플란다스의 낭만파 화가들을 발견했다.















 

 

프라에로 전파 라파엘 전파(Pre-Raphaelite Brotherhood)

오브리, 비아즈리 오브리 비어즐리(Aubrey Beardsley)

크림트 클림트(Gustav Klimt)

플란다스 플랜더스(Flanders), 플랑드르(Flandre)의 영어식 표기

 

 


 

* 336

로트레아몽 작 마르드롤의 노래(1933), 알루님 괴기소설집(1933)

 
















 

마르드롤의 노래 말도로르의 노래(Les Chants de Maldoror)

알루님 아르힘(Achim von Arn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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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03-06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신 열정의 우리 싸이러스 브로 ~

가끔 책에 대한 정보를 찾다 보면
논문의 경우에는 국내 출간된 책들의
제목이 있음에도, 임의 대로 쓰는 경
우가 종종 있더군요.

cyrus 2020-03-07 11:19   좋아요 0 | URL
90년대에 나온 책들에 보면 원제와 다른 제목으로 소개된 문학 작품이 나와요. 이러면 이 작품이 번역된 지 알아내기가 쉽지 않아요. 특히 임의로 정한 작품 제목에 원제가 없으면 번역본을 찾기가 곤란해요. ^^;;

2020-03-06 2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0-03-07 11:20   좋아요 0 | URL
오식이나 오류를 발견하면서 올바르게 고치는 일이 재미있어요. 이것도 나름 공부하는 일이에요. ^^

흑기사 2020-11-07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청나군요..
 

 

 

고아가 된 제인 에어(Jane Eyre)리드 부인(Mrs. Sarah Reed)의 가족과 함께 게이츠헤드(Gateshead)에서 지낸다. 리드 부인은 제인의 외숙모다. 그러나 리드 부인과 그녀의 자식들은 제인을 못살게 구고 친절하게 대하지 않는다. 특히 리드 부인의 장남 존 리드(John Reed)는 부인 다음으로 제인을 많이 괴롭히는 인물이다.

    

 

 

    

 

 

 

 

 

 

 

 

 

 

 

 

 

 

* 샬럿 브론테 제인 에어(민음사, 2004)

    

 

 

존은 제인에게 시비를 걸다가 그녀를 향해 책을 던진다. 존이 던진 책에 맞은 제인은 넘어지고, 그녀의 머리에 약간의 상처가 생긴다. 인내심이 폭발한 제인은 존에게 욕설을 퍼붓는다. 존은 야비하게도 다친 제인에게 달려들고, 제인은 존의 공격을 막아보려고 한다. 둘이 몸싸움하는 소리를 듣고 달려온 리드 부인은 제인이 먼저 존을 공격했다고 생각한다. 난투극을 일으킨 죄를 뒤집어씌운 제인은 붉은 방에 갇히는 벌을 받는다.

 

붉은 방은 게이츠헤드에 찾아온 손님이 묵는 곳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예전에 이 방은 세상을 떠난 제인의 외삼촌이 쓰던 방이었다. 이 방에서 제인의 외삼촌은 숨을 거두었다. 붉은 방의 음산한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은 제인은 방에 외삼촌의 영혼이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방 내부는 점점 어두워진다. 제인은 방에 무시무시한 망령이 나올까 봐 두려워한다. 그녀의 불안감은 점점 커지게 되고, 벽 위에 생긴 빛을 무서워한다. 사실 제인이 망령이라고 생각한 그 빛의 정체는 방에 들어온 유모가 쥐고 있던 손전등에서 나온 것이다.

 

붉은 방 이야기는 샬럿 브론테(Charlotte Bronte)의 소설 《제인 에어》 2장에 나온다. 제인은 이곳에서 한동안 잊고 있었던 죽은 외삼촌을 떠올린다. 그리고 죽음과 영혼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만약 제인이 붉은 방에 갇히지 않았으면 외삼촌이 자신의 삶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게이츠헤드 사람들의 구박과 학대에 지칠 대로 지친 제인은 자신을 가족과 어울리지 못하는외톨박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난 후에 그녀는 외삼촌이 죽지 않고 살아 있다면 자신을 무척 친절하게 대해줬을 거로 생각한다.

    

 

 

 

 

 

 

 

 

 

 

 

 

    

 

* 허버트 조지 웰스 허버트 조지 웰스: 눈먼 자들의 나라 외 32(현대문학, 2014)

* 정진영 엮음 세계 호러 단편 100(책세상, 2005)

 

 

 

 

 

 

 

 

 

 

 

 

 

 

 

 

 

 

* [e-Book] 허버트 조지 웰스 붉은 방(올푸리, 2019)

* [e-Book] 허버트 조지 웰스 붉은 방(위즈덤커넥트, 2015)

 

    

 

붉은 방은 공포소설이나 공포영화 속 배경으로 어울리는 공간이다. 영국의 소설가 허버트 조지 웰스(Herbert George Wells)는 유령이 나오는 붉은 방이라는 설정으로 단편소설을 썼다. 소설 제목은 붉은 방이다. 소설의 화자는 28년을 살면서 단 한 번도 유령을 본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유령을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붉은 방에서 하룻밤만 지내기로 한다. 고전 공포소설의 클리셰에 익숙한 독자는 벌써 눈치챘을 것이다. 유령의 실체를 무시한 인물은 반드시 화를 입는다. 그런데 붉은 방은 공포소설로 보기 어렵다고 느껴질 정도로 결말이 허무하다.

    

 

 

 

 

 

 

 

 

 

 

 

 

 

 

* 아마기 세이마루 원작, 사토 후미야 그림 소년탐정 김전일 애장판 7(서울문화사, 2006)

 

    

 

탐정 킨다이치 코스케(金田一 耕助)의 손자 김전일의 활약상을 그린 장편 만화 소년탐정 김전일의 일곱 번째 사건 이진칸 호텔 살인 사건에서도 붉은 방과 비슷한 공간이 나온다. 크리스마스이브빨간 수염의 산타클로스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투숙객이 이진칸 호텔에 지내기 시작한다. 그의 용모는 특이하다. 붉은색 긴 수염이 자라난 얼굴고, 복장과 신발도 (색깔 맞춤) 붉은색이다. 호텔 종업원들은 그 사람을 빨간 수염의 산타클로스라고 부른다. 빨간 수염의 산타클로스는 자신의 방을 온통 빨간색 페인트로 칠한다. 나는 이 이야기를 만화 전문 케이블 채널에 하는 애니메이션으로 본 적이 있다. 다만 애니메이션에 묘사된 여러 가지 설정과 이야기의 전개 방식은 만화 원작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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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5 1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0-03-05 22:05   좋아요 0 | URL
도서관을 이용할 수 없어서 불편해요... ㅎㅎㅎ 제 방에 반납하지 못한 도서관 책 몇 권 있어요. 집에 있을 때 그동안 쓰지 못한 글을 쓸려고 해요. ^^
 

 

 

체호프(Chekhov)의 단편소설에 신 스틸러(scene stealer)가 한 명쯤은 꼭 있다. 비록 그들은 소설에서 잠깐 나오는 인물에 불과하지만, 주인공 못지않게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 체호프 체호프 단편선(민음사, 2002)

공포-한 친구의 이야기, 우수수록

    

 

 

공포-한 친구의 이야기는 체호프가 사할린 섬을 여행하고 돌아온 후 발표한 단편소설이다. 이 소설의 화자인 드미트리 페트로비치의 친구다. 드미트리 페트로비치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아내와 함께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공포라고 생각한다. 그는 현실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자신의 심리 상태를 삶에 대한 공포라고 말한다. 체호프는 이 소설을 통해 삶 그 자체가 무서운 이유를 보여준다. 인간은 현실에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알아낼 능력이 없다. 그렇지만 인간은 불안감과 혼란이 가중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는 친구를 가까이서 지켜보는 관찰자의 입장에 서 있지만, 그도 예외가 아니다. ‘는 친구의 심정을 뒤늦게 깨닫게 되면서 삶에 대한 공포를 피부로 느낀다.

    

 

 

 

 

 

 

 

 

 

 

 

 

 

 

 

 

* 체호프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열린책들, 2009)

애수수록, 민음사의 체호프 단편선에 있는 우수와 같은 작품임.

 

* [품절] 체호프 개와 인간의 대화(범우사, 2005)

개와 인간의 대화수록

 

    

 

이 소설의 신 스틸러는 가브릴라 세베로프라는 인물이다. 그는 지독한 술꾼이다. ‘의 하인으로 일했으나 고약한 술버릇 때문에 쫓겨났다. 그는 드미트리 페트로비치의 하인이 되어 재취업에 성공했지만 똑같은 사유로 해고되었다. 가브릴라 세베로프는 원래 풍족한 집안 출신이다. 그러나 술과 방탕에 빠지는 바람에 밑바닥 인생으로 전락했다. 술에 취한 가브릴라 세베로프는 자신을 번듯한 가문 출신이며 자유로운 사람이라고 외친다. 그러나 그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의 술주정을 받아주는 유일한 상대는 말()이다. (체호프의 단편소설에는 동물에게 말을 거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개와 인간의 대화에 나오는 술 취한 관리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면서 개에게 다가가 술주정을 부린다. 우수(憂愁)의 마부는 아들의 죽음으로 실의에 빠져 있는데, 일하면서 꾹 참아왔던 슬픈 감정을 마구간에 있는 말에게 토로한다)

 

    

 

 

 

 

 

 

 

 

 

 

 

 

 

 

 

* 아폴리네르 알코올(열린책들, 2010)

* [품절] 아폴리네르 알코올(문학과지성사, 2001)

* 아폴리네르 사랑받지 못한 사내의 노래(민음사, 2016)

    

 

 

가브릴라 세베로프의 별명은 ‘40명의 순교자. 특이한 별명이다. 민음사의 체호프 단편선에는 이 별명의 의미를 설명한 역주가 없다. 내가 추측하건데 ‘40명의 순교자는 실제로 순교한 40명의 기독교 성인을 가리킨다. 이러한 주장에 대한 근거는 기욤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의 시 사랑받지 못한 사내의 노래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시는 제사(題詞)를 합쳐 총 3백행에 이른다. 시의 구성도 독특한데 제목이 각각 다른 세 편의 독립된 시(‘어느 해 사순절에 부른 새벽찬가’, ‘콘스탄티노플의 술탄에게 보내는 코사크 자포로그들의 답장’, ‘일곱 자루의 칼’)가 삽입되어 있다. 시의 48행에 세바스트의 40이라는 표현이 있다.

 

 

나는 지난 세월 속에서 겨우살이를 했다

부활절의 태양이여 돌아오라

세바스트의 40인보다

더 얼어붙은 내 가슴을 덥혀다오

그 순교의 고통도 내 삶보다는 나았으리

     

(아폴리네르의 사랑받지 못한 사내의 노래46~50, 황현산 옮김)

 

 

세바스트(Sébaste)는 고대 그리스어로 성스러운이라는 뜻을 가진 세바스토스(Sebastos)에서 파생된 말이다. ‘세바스트의 40에 대한 황현산의 역주에 따르면 320년 아르메니아의 세바스토스에 주둔했던 로마 병사 40인은 로마의 신을 부정하고 기독교로 개종한다. 이들이 순교하기 전인 313년에 서로마의 황제 콘스탄티누스(Constantinus)와 동로마의 황제 리키니우스(Licinius)는 기독교를 공인하는 밀라노 칙령을 발표했다. 그러나 밀라노 칙령이 선포한 이후에도 동서로 분열된 로마 제국의 분쟁은 멈추지 않았다. 리키니우스는 밀라노 칙령을 어기고 기독교인들을 탄압했다. 그러나 세바스토스에 있는 40인의 로마 병사들은 리키니우스의 명령을 거부했고 얼어붙은 호수에 몸을 담그는 고문을 받다가 순교했다.

 

시 선집 형태로 출간된 사랑받지 못한 사내의 노래(민음사)도 아폴리네르의 시집 알코올(열린책들)을 번역한 적이 있는 황현산 교수가 맡았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표제작에 대한 해설과 주석이 나오지 않는다. 분명 시는 있는데 이 시가 무슨 뜻인지 알려주는 역자 해설이 없다는 것이다. 해설과 주석을 설명하는 내용이 너무 길어서 생략된 것일까사랑받지 못한 사내의 노래에 나오는 생소한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선집보다는 시집을 완역한 번역본을 참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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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02-07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럼프 아웃, 웰컴 백 ~

cyrus 2020-02-07 23:41   좋아요 0 | URL
한 번 푹 쉬는 것도 나쁘지 않았어요.. ^^;;

stella.K 2020-02-07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체호프에 꽂혔구나.^^

cyrus 2020-02-07 23:42   좋아요 0 | URL
체호프의 단편, 정말 매력적이에요. 체호프는 진정한 이야기꾼이에요. ^^

페넬로페 2020-02-07 16: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서 아폴리네르 시집으로 토론한 적이 있는데 어렵더라구요~~
체홉도 읽어야하는데 ㅠㅠ

cyrus 2020-02-07 23:44   좋아요 1 | URL
시집을 읽으면서 독서 토론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정말 어려운 시집을 읽었군요. 체호프의 소설은 독서 토론을 위한 책으로 읽기에 좋아요. ^^

Angela 2020-02-07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미트리는 정말 꺄~악! 이죠 ㅎㅎ 근데 드미트리를 제치고 신 스틸러를 찾으셨군요~^^

cyrus 2020-02-08 00:06   좋아요 0 | URL
별명과 행동이 독특해서 기억에 남았어요... ^^
 

 

 

체호프(Chekhov)의 단편소설을 알아보려고 검색하다가 재미있는 책을 발견했다. 그 책은 전자책이며 제목은 안톤 체호프 단편선이다. 이 책의 앞표지가 재미있다. 표지에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 [e-Book] 체호프 안톤 체호프 단편선(안북, 2012)

 

 

러시아 객관주의 문학의 거장이 말한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전자책의 정가는 3,000원이다. 번역자가 누군지 나와 있지 않다. 이 책에 무슨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지도 알 수 없다. 네이버에 이 책을 검색하면 수록작을 알 수 있다. 수록작은 총 여덟 편이다. 작품명은 다락방이 있는 집, 어느 화가의 이야기, 상자 속의 사나이, 골짜기,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입맞춤, 위험한 손님, 약혼녀이다. 체호프의 대표작이 수록되어 있지만, 이런 책은 사지 않는 것이 좋다. 내가 보기에 이 책의 번역자는 체호프의 문학을 잘못 소개했다.

    

 

 

 

 

 

 

 

 

 

 

 

 

 

 

 

 

* 니콜라이 체르니셰프스키 무엇을 할 것인가(열린책들, 2009)

* 블라디미르 레닌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 운동의 절박한 문제들(박종철출판사, 2014)

 

 

내가 방금 재미있다고 언급한 부분은 바로 앞표지에 있는 문구를 말한 것이다. 문제가 되는 문구는 체호프의 작품에 어울리지 않는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는 러시아의 소설가 니콜라이 체르니셰프스키(Nikolai Chernyshevsky)의 소설 제목이자 블라디미르 레닌(Vladimir Lenin)의 논문 제목인 ‘무엇을 할 것인가?’를 떠올리게 한다. 전자의 책이 먼저 나왔다. 체르니셰프스키는 19세기 중반 러시아를 대표하는 사회주의 혁명가였다. 그는 사회주의가 농민 공동체를 통하여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자신의 사회주의 이론을 민중 해방을 위한 무기로 삼았다. 그의 글들이 사회 개혁을 반대하는 세력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체르니셰프스키는 인생의 반을 감옥에서 보냈다. 수감 생활 중에 쓴 유명한 소설이 바로 무엇을 할 것인가?(Chto delat’?)이다. 이 소설에 사회계급 평등, 여성해방 등 새로운 사회상을 제시하는 등 급진주의적 생각들이 반영되어 있어서 구세대에 지친 젊은 독자들은 이 책을 탐독했다. 레닌도 이 책을 열심히 읽은 독자 중의 한 사람이다. 체르니셰프스키의 소설이 나온 지 40년 뒤에 레닌은 똑같은 제목의 논문을 썼다. 이 논문은 레닌의 혁명 노선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 체호프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문학동네, 2016)

    

 

 

체호프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체르니셰프스키와 같은 급진주의자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 또 세상을 갈아 엎어버리겠다는 그런 의지를 보여주지도 않는다. 체호프의 대표작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을 번역한 로쟈이현우의 작품 해설은 체호프 문학의 특징을 간략하게 잘 설명하고 있다.

 

 

 러시아 문학의 대단한 주인공들이 시대와 세상을 향해 던진 당당한 물음이 있었다. ‘무엇을 할 것인가진보적 비평가 체르니솁스키의 소설 제목이었고, 레닌도 자신의 정치 팸플릿에 같은 제목을 붙었다. 하지만 체호프의 작품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의 반향을 읽어내기가 어렵다. 그의 주인공들은 어떻게, 어떻게?”를 중얼거릴 따름이다 (이현우,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옮긴이의 말, 69)

 

 

체호프의 단편소설들을 자주 읽어보면 그 속에 있는 인물들의 성격이 어떤지 짐작할 수 있다. 아마도 전자책의 번역자는 체호프의 소설을 많이 읽지 않은 듯하다. 이 번역자가 아무리 번역을 잘해도 그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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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02-05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양 사람들도 체호프를 대단하게
평가하던데...

정작 체호프를 읽어본 기억은 나지
않네요.

cyrus 2020-02-07 13:05   좋아요 0 | URL
아마도 체호프는 셰익스피어 다음으로 공연 작품이 많은 극작가일 거예요. ^^
 

 

 

근면과 성실을 강요하는 자본주의 사회. 이런 세상에서 게으름뱅이는 비난받는 존재이다. 하지만 노동에 지친 사람들에게 게으름이 주는 쾌락은 조금이나마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부지런함과 성실함을 미덕으로 강요하는 현대 사회에서 게으름에 대한 찬양게으름 예찬은 무척 도발적인 책이다. 그러나 일은 적게 하면서 인생을 한가롭게 살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책들이다.

    

 

 

 

 

 

 

 

 

 

 

 

 

 

 

* 버트런드 러셀 게으름에 대한 찬양(사회평론, 2005)

 

 

게으름에 대한 찬양의 저자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은 철학 · 수학 ·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70여 권의 저서와 수백 편의 논문을 썼다. 평화 운동에도 앞장섰던 러셀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아인슈타인(Einstein) 등 명사들과 함께 핵무기 감축과 전쟁 방지를 위해 노력했다. 그는 아흔여덟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정력적으로 활동했다.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손에서 일을 놓지 않았을 것 같은 그가 게으름을 찬양하는 글을 썼다는 점이 이채롭다.

 

러셀은 게으름에 대한 찬양에서 노동이 인생의 목표가 아니라고 말한다. 예전 기득권층은 노동자들의 잉여생산을 독촉하기 위해 근로의 미덕을 앞세웠다. 기득권층이 만들어낸 고정관념 때문에 노동자들은 열심히 일하는 것이 인간의 본분이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우리는 노동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며 자아실현의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

    

 

 

 

 

 

 

 

 

 

 

 

 

 

 

 

* 벤저민 프랭클린 벤저민 프랭클린, 가난한 리처드의 달력(휴먼하우스, 2018)

* 새뮤얼 스마일스 자조론(비즈니스북스, 2006)

    

 

 

여기서 잠깐! 노동 숭배의 역사를 간단하게 살펴보자. 예로부터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 말라고 회자하던 노동 숭배는 러셀 못지않게 부지런히 활동한 벤저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시간은 돈이다란 명제를 만나면서 정점에 이른다. 19세기 영국의 사회개혁가로 활동한 새뮤얼 스마일스(Samuel Smiles)자조론이라는 책을 그 유명한 경구로 시작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스마일스의 자조 정신을 함축한 이 경구는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로 알려져 있다. 스마일스는 이 책에서 노동자, 기술자, 과학자, 발명가, 군인, 정치가, 예술가 등 가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개인적인 성공과 함께 인류문명의 발전을 성취한 사람들의 생생한 삶을 소개한다. 스마일스는 성공한 위인의 자리에 열심히 땀 흘려 일하는 개인의 근면성과 열정을 대치시키고 있다. 그는 성공에 이르는 기본적인 비결을 개인의 노동과 근면에서 찾는다. 하지만 신분 제약이나 재산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노력하고 근면하면 부와 성공을 달성할 수 있다는 스마일스의 입장은 노동의 미덕을 지나치게 숭배하는 고정관념에 가깝다.

    

 

 

 

 

 

 

 

 

 

 

 

 

 

 

* 강준만 바벨탑 공화국(인물과사상사, 2019)

 

    

 

산업화 초기만 해도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통용되던 사회였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그런 희망을 말하지 않는다.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말은 계층 이동의 가능성을 의미한다. 하지만 고성장 시대가 끝나면서 달라졌다. 부와 행복을 동시에 잡기 위해 노력하려면 누군가와 경쟁해야 하고, 그들의 희생이 전제되어야 한다. 결국 개인은 더 높은 서열을 차지하기 위해 각자도생의 길을 선택한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오직 나의 성공과 행복만 생각하면서 일하는 사람들이 서로 경쟁하게 만드는 한국식 서열 사회를 바벨탑에 빗댄다.

 

타인에게 일을 시키는 사람들, 즉 죽어라 일만 하는 사람들 위에 있는 기득권층이 노동의 가치를 찬양한다. 지금도 자본가들은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일해야 한다는 부르주아적 성실성을 지상 최고의 미덕으로 생각한다. 러셀은 이러한 고정관념 때문에 실업자가 된 노동자는 자신의 게으른 상태에 대해 스스로 죄책감을 느낀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게으름에 대해 느끼는 원초적인 죄책감을 용감하게 떨쳐버려야 사회와 개인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 로버트 디세이 게으름 예찬(다산초당, 2019)

    

 

 

호주의 작가가 쓴 게으름 예찬게으름에 대한 찬양의 주요 내용을 계승하여 현시대에 맞게 재해석한 책이다. 게으름에 대한 찬양게으름 예찬의 선배 격이라 할 수 있다. 게으름 예찬도 게으름뱅이를 악덕으로 만드는 노동 숭배에 정면으로 대든다. 그런 다음 빈둥거리기를 위한 구체적인 방향을 조목조목 제시한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아무 것도 안 하기, 한가롭게 산책하기, 깃들이기(보금자리를 장만하여 그 내부와 외부를 꾸미는 일) 등이 있다. 이 책에서 제시한 실천 방안들이 그다지 새롭지 않다고 투덜거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런 사소한 일상이 주는 행복을 우리가 얼마나 많이 잊고 사는가를 일깨워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게으름에 대한 찬양게으름 예찬에서 긍정하는 게으름은 각각 여유휴식에 가깝다. 게으름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선택에 관한 문제다.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을 사는 동안 나 자신을 잊어버리지 않을 수 있는 능력과 나만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살아가겠다는 확고한 의지, 이것이 바로 게으름의 미덕이다. 게으름으로부터 우리 마음은 여유로워지고 자신의 내면을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으며, 정신적 자유를 가질 수 있게 된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게으름뱅이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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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ela 2019-11-04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유와 휴식을 위한 게으름은 필요한 것 같아요. 살럿 에이브러햄스 <오늘도 휘게>에세이도 휴식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알고있어요~

cyrus 2019-11-05 19:45   좋아요 0 | URL
주변 사람들 눈치 때문에 마음껏 쉬기 힘들어요. 저는 아무 것도 안 하고 눕는 것을 좋아하는데 어머니가 이런 저의 모습을 보면 잔소리를 해요. 맨날 누워만 있다고요.. ㅎㅎㅎㅎ

페크pek0501 2019-11-12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으름에 대한 찬양은 오디오북으로 들어서 내용을 알게 되었어요.
요즘 읽고 있는 책 중 하나가 러셀 자서전이에요. 제목이 <인생은 뜨겁게>.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는 게 멋진 일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해 줍니다.

cyrus 2019-11-18 21:58   좋아요 0 | URL
맞아요. 러셀 같이 다방면에 활약한 전문가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