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순에 친구들과 식사한 이후로 식당이나 술집에 가본 적이 없다. 마지막으로 식당에 간 날은 대구에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을 때였다. 식당에 간 지 한 달 지났지만, 식당에서 친구들과 주고받은 대화는 지금도 기억한다.

 

그날 AB라는 친구와 함께 식당에 갔다. 밥 먹고 있다가 A가 사래에 걸려 기침을 했다. B는 기침한 A를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 너 코로나에 걸린 거 아니야? 너 이제 가까이 오지 마.” B는 장난으로 A를 피하는 시늉을 했다. A는 웃으면서 밥 먹다가 기침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나는 B“A가 중국에 간 적이 없는데 코로나에 걸렸겠냐? 농담하지 말고 밥이나 먹어라고 말했다. 다행히 B의 말은 씨가 되지 않았다. 현재 AB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잔기침하거나 가벼운 발열 증상만 느낀 사람들은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마음이 아찔했을 것이다. 코로나19에 걸리면 확진 환자라는 사회적 낙인이 찍히기 때문이다. 본인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까 봐 외출을 꺼리게 된다. 외출을 꼭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마스크를 쓰면 된다. 그렇지만 마스크는 연이어 나오는 기침 소리를 막지 못한다. 감기 환자는 버스나 지하철을 타기가 두렵다. 버스 안에서 기침하면 버스를 탄 사람들의 시선을 한 번에 받는다. 이런 상황은 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궁예(김영철 분)가 했던 대사를 떠올리게 한다. 누가 기침 소리를 내었는가?’ 궁예는 기침한 관료에게 네 머릿속에 마군(魔軍: 불도를 방해하는 악을 비유한 말)이 가득 찼다면서 호통을 친다. 그런 다음 관료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린다. 모든 사람이 코로나19에 상당히 예민해진 시기에 잔기침 한 번 했다가는 주변 사람들의 눈총을 받기 쉽다. 누군가가 낸 기침 소리를 듣는 순간 우리 모두 궁예가 된다. ‘이 시국에 누가 기침 소리를 내었는가? 저 사람의 몸에 코로나19가 있다.’ 궁예가 된 사람들은 잔기침한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다만 눈빛으로 잔기침한 사람을 쏘아붙인다. ‘집에나 있지 왜 밖에 나온 거야?’

    

 

 

 

 

 

 

 

 

 

 

 

 

 

 

* 장 자크 상뻬 얼굴 빨개지는 아이(열린책들, 2018)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하지만 이 시선이 낙인을 찍기 위한 용도가 돼선 안 된다. 기침과 재채기를 코로나19와 관련된 위험 신호로 단정할 수 없다. 사소한 오해는 타인과의 정서적 거리를 멀게 만든다.

 

장 자크 상뻬(Jean Jacques Sempe)의 그림책 얼굴 빨개지는 아이(열린책들)에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견디지 못해 외톨이가 된 두 소년이 나온다. 마르슬랭 카이유는 시도 때도 없이 얼굴에 빨개진다. 그의 친구 르네 라토는 계속 재채기를 한다. 사람들은 얼굴 빨개진 마르슬랭을 볼 때마다 한마디씩 한다. 저 아이는 병에 걸린 게 틀림없어요.’ 마르슬랭은 남들과 다른 외모 때문에 늘 혼자 다닌다. 그는 자신과 똑같이 남들과 구별되는 아픔을 안고 사는 르네를 만나게 된다. 두 소년은 서로에게 연대감을 느껴 자연스럽게 친구가 된다. 둘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얘기도 하지 않고 있을 수 있을만큼 친해진다.

 

얼굴 빨개지는 아이는 우리가 잘 보지 못하는 편견을 그림과 텍스트로 보여준다. 코로나19가 언제 사그라질지 알 수 없지만, 코로나19가 만들어 낸 정서적 거리 두기는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다. 감기에 걸리면 코로나19의 증상인지 스스로 의심해야 하고, 확진 판정을 받기도 전에 자신의 몸 상태를 주위 사람들에게 들킬까 봐 노심초사해야 하는 상황이 오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날카로운 편견의 시선은 생각보다 아프고, 무섭다. ‘낙인이 된 편견은 상당히 오래 간다. 그것은 한 사람을 외톨이로 만들어 가두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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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8 1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0-03-18 22:26   좋아요 0 | URL
저는 손님이 많이 없는 식당에 가려고 해요. 오늘 시내에 가야 할 일이 있어서 제가 아는 식당에 갔어요. 역시 가보니 손님이 한 사람도 없었어요.

진주 2020-03-18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2월초에 모임을 가진 후론 아무도 못 만났어요.
사람을 안 만나니 식당도 커피가게도 갈 일도 없군요.
뿐만 아니라 출근도 3주째 못 하고 있어요.
확진자도 아니고, 유증상자, 확진자와 접촉자도 아닌데 말이죠.
제 일이 그래요.
간간이 집 앞 언덕배기로 산책을 나갈 뿐이죠.
거리두기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는 저를 발견해요.....


cyrus 2020-03-18 22:27   좋아요 0 | URL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 않는 장소에만 가지 않으면 돼요. 사람은 햇볕을 받아야 해요. ^^

레삭매냐 2020-03-18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구니가 아니라 ‘마군‘이었군요...

지금까지 마구니가 끼었어라고 알고
있었네요 ㅋㅋㅋ

코로나 때문에 유일한 낙인 달궁 모
임도 계속 연기되고 있네요 내 참~~

cyrus 2020-03-18 22:30   좋아요 0 | URL
제가 참석하는 우주지감, 레드스타킹 모임 모두 연기되었어요. 확정된 건 아니지만, 이번 달도 독서 모임은 없어요. ^^;;

moonnight 2020-03-19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저녁 술자리가 2월 17일이었네요. 오늘 퇴근하는데 술집으로 젊은이들 서너명이 들어가더군요. 젊음은 바이러스도 무섭지 않은 것인가 감탄했어요@_@;;;

cyrus 2020-03-19 16:56   좋아요 0 | URL
아마도 식당에 가는 사람들은 ‘무증상 전염’의 위력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아요. ^^;;
 

 

 

초조한 마음슈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가 생전에 발표한 장편소설이다. 소설 속 주인공 호프밀러 소위에디트에게 다가가 춤을 추자면서 말을 건다. 그런데 그 말이 문제가 될 줄 그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다. 에디트는 불의의 사고로 걸을 수 없게 된 장애인이다. 호프밀러는 에디트에게 연민을 느껴 계속해서 그녀를 만난다. 에디트는 자신을 만나러 오는 호프밀러에게 호감을 느낀다.

    

 

 

 

 

 

 

 

 

 

 

 

 

 

 

 

* 슈테판 츠바이크 초조한 마음(문학과지성사, 2013)

201912나를 관통하는 책 읽기선정 도서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는 평행선을 그리면서 지속된다. 호프밀러는 에디트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끼고 있는데, 에디트는 그의 감정을 자신에 대한 애정으로 생각한다. 에디트로부터 사랑 고백을 들은 호프밀러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츠바이크는 작품 속 화자의 입을 빌려 나약하고 감상적인 연민의 정의를 말한다. 이 연민은 남의 불행에서 느끼는 부끄러움을 피하고 싶어 하는 초조한 마음에 불과하다. 자신의 연민을 오해한 에디트 때문에 초조해진 호프밀러는 그녀와의 관계를 끊지 못한다. 그는 에디트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서 감상적인 연민을 사랑으로 포장한다. 결국 두 사람은 약혼한 사이가 된다. 그렇지만 호프밀러는 약혼한 지 몇 시간 후에 군인 동료들 앞에서 약혼 사실을 부인한다. 그는 재산 때문에 장애인과 결혼한다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웠다.

 

호프밀러와 에디트가 연인 관계로 발전하지 못한 이유는 그녀를 오해하게 만든 호프밀러의 감상적인 연민이다. 그는 에디트를 도움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로 대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게 한 또 하나의 원인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이다. 비장애인은 장애인을 무성(無性)의 존재로 여긴다. 성 정체성을 가진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심지어 장애인이 이성의 장애인을 사랑하고 결혼하는 일, 또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부부가 되는 일을 특별한 만남으로 인식한다. 비장애인 호프밀러는 에디트를 시혜와 연민의 대상으로 봤을 뿐, 누군가를 사랑하는 인간으로 보지 못했다. 에디트는 호프밀러의 당혹감을 충분히 이해한다. 에디트는 호프밀러에게 보낸 장문의 편지에 누군가로부터 사랑받는 존재가 되지 못한 자신의 처지를 언급한다.

 

 

 나는 당신이 나병 환자나 흑사병으로부터 도망치듯이 나에게서 도망쳤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여, 나는 당신을 비난할 생각이 없습니다. 게다가 초조한 마음 때문에 내가 얼마나 버릇없어지고 감정기복이 심해지고 남들을 괴롭히게 되었는지 나만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또 어디 있겠어요? 그러니 나를 보고 사람들이 놀라는 것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나 같은 괴물이 덮치려 하면 다들 움찔거리며 도망치는 것이 당연합니다. (295)

 

 

여성 장애인은 결혼할 수 있겠어?”, “장애인이 무슨 애를 키워이와 같은 비장애인의 생각은 여성 장애인을 사랑의 주체로 보지 않는 무지에서 나온 편견이다. 1930년대 말의 독일과 현재 우리 사회는 장애인의 사랑과 욕망을 인정하지 않는다. 에디트가 했던 말처럼 비장애인 중심의 세상은 여성 장애인을 누군가 사랑할 수도 없고, 누군가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는 무성(無性)의 괴물로 바라본다.

    

 

 

 

 

 

 

 

 

 

 

 

 

 

    

 

* 천자오루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들(사계절, 2020)

 

* 김지혜 선량한 차별주의자(창비, 2019)

20202나를 관통하는 책 읽기선정 도서, 그러나 대구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모임이 취소되었다. 이 책, 내가 추천한 건데‥…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들(사계절)은 비장애인들이 잘 알지 못하거나 외면한 장애인의 성과 사랑을 다룬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장애인에 대한 무지와 멸시가 장애인들이 소름 끼쳐 하는 이라고 말한다. 에디트 주변에 적이 너무 많았다. 그녀를 약자로 대하면서 연민의 감정을 드러낸 호프밀러도 에 포함된다. 호프밀러는 에디트를 연민하는 것이 그녀를 위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를 도움의 손길을 받으면서 생활해야 하는 장애인으로 본 것이다. 호프밀러는 무심코 차별을 저지르고 있었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라는 표현을 빌려서 쓰자면 호프밀러는 선량한 적이다. 한때 자신을 도와주려고 했던 호프밀러의 배려를 거부했던 에디트가 자신을 피하려는 호프밀러의 반응과 태도를 이해한다고 했을 정도면 그녀는 그를 너무 사랑했다.

    

 

 

 

 

 

 

 

 

 

 

 

 

 

 

 

* 김기흥 죽음의 가스실(집문당, 2019)

* 김기흥 히틀러와 장애인(집문당, 2018)

 

 

 

츠바이크가 초조한 마음을 쓰고 있었던 기간에 독일의 총통 히틀러(Hitler)유럽 정복을 위해 슬슬 발톱을 드러내고 있었다. 히틀러와 나치(Nazi)는 아리아인은 모든 인종 중 가장 위대하다라는 위험한 명제를 내세워 수많은 장애인과 정신병 이력이 있는 사람을 학살했다. 독일 나치가 첫 번째로 저지른 최악의 반인륜적 범죄 행위는 계획적인 장애인 학살이다. 나치는 1939년부터 1941년까지 ‘Aktion T4(T4 작전)를 실시했다. 이 기간에 나치는 치사량의 모르핀을 투여해 장애인들을 안락사시켰으며 장애인 불임시술까지 강행했다. 교회의 반발로 작전은 중단했지만, 우생학이 맹위를 떨치던 시기라서 장애인 학살이 은밀하게 진행되었다. 초조한 마음이 나온 그해에 독일에 거주하는 장애인과 태어나지 못한 장애 태아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유대인들을 가스실로 향하게 만든 홀로코스트가 너무나 악명 높아서 나치가 저지른 장애인 학살과 T4 작전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히틀러와 장애인(집문당)죽음의 가스실(집문당)은 나치의 장애인 학살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히틀러와 장애인T4 작전과 같은 나치의 장애인 정책이 나오게 된 사회적 배경과 그들의 정책에 거부한 저항 운동을 보여준다. 죽음의 가스실은 나치가 장애인과 환자들을 학살하면서 사용했던 안락사 시설들을 소개한 책이다.

 

 

     

 

Trivia

      

남의 감정을 가지고 장난치면 안 돼죠! (초조한 마음236)

 

안 돼죠’라고 쓰면 안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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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0-03-11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자 찾아내기 천재!!!

cyrus 2020-03-11 23:32   좋아요 0 | URL
저는 지금 책 속에 있는 오자를 며칠 연속으로 찾을 수 있는지 도전하고 있는 중이에요. 3월 1일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으니 오늘까지 포함해서 11일 연속 오자를 찾았어요. ^^

진주 2020-03-11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는
‘남의 감정을 가지고 장난치면 안 돼!‘
라고 쓰고 싶었나 봐요 ㅎ

cyrus 2020-03-11 23:33   좋아요 0 | URL
소설의 교훈을 아주 정확하게 파악했어요. ^^

레삭매냐 2020-03-11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왜 이 책을 하비에르 마리아스
의 <새하얀 마음>으로 착각하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던 걸까요 ㅋㅋ

표지가 비슷해서였을까요 과연.

cyrus 2020-03-11 23:34   좋아요 0 | URL
방금 <새하얀 마음> 표지를 확인했는데, 정말 비슷하네요.. ㅎㅎㅎ
 

 

 

3주째 집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많이 보는 책은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Victorian Age)의 소설이다. 독서를 시작하게 된 발단이 된 책은 앤 브론테(Anne Brontë)아그레스 그레이. 유튜브(Yutube)에 영상 한 편을 다 보고 나면 이와 연관된 추천 영상들이 줄줄이 나온다. 어떤 주제와 관련된 독서를 하는 과정은 유튜브 영상 알고리즘 방식과 유사하다. 앤 브론테의 소설을 읽었으면 샬럿 브론테(Charlotte Brontë)와 에밀리 브론테(Emily Brontë)의 소설을 읽고, 세 자매의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와 조지 엘리엇(George Eliot)의 소설에 관심이 가게 된다. 독서의 재미에 빠져들면 빅토리아 시대에 활동한 작가들의 소설들 이것저것 동시에 읽는다. 어쩌다 보니 레 파누(Le Fanu)의 소설도 읽었다.

    

 

 

 

 

 

 

 

 

 

 

 

 

 

 

 

* [품절] 르 파뉴 카르밀라(초록달, 2015)

* 정진영 엮음 세계 호러 걸작선 2(책세상, 2004)

* 안길환 엮음 영국의 괴담(명문당, 2000)

 

 

 

예전에 레 파누의 대표작 카르밀라리뷰와 그의 단편소설을 소개한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런데 내가 레 파누에 대한 글을 썼을 때 우리말로 번역된 레 파누의 단편소설 두 편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 두 편의 단편소설은 유언의 저주(Squire Toby’s Will, 1868)손에 대한 고찰(Narrative of the Ghost of a Hand, 1863)이다. 유언의 저주영국의 괴담(명문당), 손에 대한 고찰세계 호러 걸작선 2(책세상)에 수록되어 있다. 내가 이 두 권의 책을 가지고 있는데, 그 속에 수록된 레 파누의 소설을 확인하지 못했다.

 

유언의 저주는 재산 상속 문제로 앙숙이 된 두 형제에 대한 이야기다. 대지주 토비 매스턴(Toby Marston)은 두 아들 중 유독 차남 찰리 매스턴(Charlie Marston)을 좋아한다. 장남 스클루프 매스턴(Scroope Marston)은 척추 장애인(꼽추)이다. 그는 아버지로부터 사랑받은 일이 없다. 토비는 못생긴 장남을 매스턴 가문의 오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잘생긴 찰리를 재산 상속자로 정한다. 찬밥 신세가 된 그는 자신을 싫어하고 동생만 편애하는 아버지를 증오한다.

 

토비는 죽기 전에 유서를 썼다. 유서에 자신이 소유한 길린덴 저택(Gylingden Hall)과 전 재산을 장남에게 상속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다. 스클루프는 장자가 가문의 지위와 재산을 독점하는 장자상속제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동생에 대한 스클루프의 증오심은 더욱 커져만 간다. 스클루프는 장남으로서 자신이 저택을 가질 수 있는 권한을 찾기 위해 상속 재판 소송을 신청했으나 패소한다.

 

아버지의 유산을 차지하는 데 성공한 찰리의 눈앞에 꽃길인생이 펼쳐져 있다. 그러나 찰리는 낙마 사고로 허리를 크게 다친다. 낙마 사고 이후로 찰리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두려워하고, 성격이 음울해지면서 고독한 생활을 하는 신세가 된다.

 

찰리는 죽은 아버지가 나오는 꿈을 반복적으로 꾼다. 찰리는 아버지의 무덤이 있는 예배당에 가다가 기분 나쁘게 생긴 개를 만난다. 찰리와 동행한 집사는 개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지만, 찰리는 그 개를 관리인에게 맡겨 키우기로 한다. 개를 만난 이후에 찰리는 기묘한 꿈을 꾸는데, 이번에는 아버지의 모습을 한 개가 나타난다. 기분 나쁜 꿈을 꾼 찰리는 개를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헤롯왕의 방(King Herod’s chamber)이라는 곳에 내보낸다. 찰리는 그 방 내부를 살펴보다가 몇 통의 편지와 양피지 증서를 발견한다. 증서는 토비가 결혼하기 전에 작성된 것이며 글린덴 저택을 장남에게 준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증서가 스클루프에게 알려지면 스클루프는 찰리에게 모든 재산을 내놓으라고 요구할 수 있다. 그는 이 증서를 당장 파기할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죽은 뒤에 형에게 재산이 돌아갈 수 있도록 증서를 보관할 것인지 고민한다. 찰리는 오랜 고민 끝에 증서를 파기하지 않기로 한다.

 

찰리는 자신을 향해 눈을 부라리며 짖어대는 개의 모습을 보면서 예전에 꾼 악몽을 떠올린다. 그는 관리인에게 개를 사살하라고 명령한다. 개는 관리인이 쏜 총에 머리를 맞아 죽는다. 찰리는 악몽에 계속 시달린다. 피투성이가 된 얼굴을 한 아버지가 꿈에 나타나 찰리에게 얼른 저택을 떠나라. 스클루프가 너를 목매달아 죽일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 와중에 아버지는 점점 개의 형상으로 변한다.

    

 

 

 

 

 

 

찰리는 형의 부고를 확인한다. 찰리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을 가지고 형과 싸울 일이 없기 때문이다. 형에게 앙금이 남아 있던 찰리는 죽은 형을 모욕하기 위해 장례식을 대충 치른다. 장례식이 끝난 후에 길린덴 저택에 불가사의한 일이 일어난다. 집사는 검은색 망토를 입고, 모자에 상장(喪章)을 단 두 명의 신사가 저택에 들어가는 모습을 목격한다. 하지만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찾지 못한다. 하인과 하녀들은 저택 안에서 발소리와 여러 사람이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를 들었다면서 두려워한다. 찰리는 저택 안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사건을 애써 무시해보려고 하지만, 한동안 잠잠했던 불안감이 또 한 번 그를 덮친다.

 

유언의 저주에 나오는 두 형제는 모두 불행한 인물이다. 스클루프는 꼽추’, 장애인의 몸으로 태어나 장남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어쩌면 그는 근친상간으로 태어난 토비의 자식일 수 있다. 찰리는 실질적으로 상속자가 되었지만, 형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다. 스클루프는 장자상속 권리를 내세워 찰리를 압박한다. 찰리를 차남이라서 형의 존재에 큰 부담감을 느낀다. 설상가상으로 낙마 사고를 겪은 이후로 찰리는 말을 타지 못한다. 말을 타지 못하는 찰리가 병약한 사람으로 변하는 모습은 남성성 상실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애정을 독차지할 수 있게 해준 매력인 장남으로서의 활동적인 면모까지 사라진다. 그 후로 아버지와 형은 찰리의 꿈에 나타나 그를 비난한다. 심지어 꿈속의 아버지는 장남의 재산까지 독차지한 찰리를 꾸짖는다. 찰리의 꿈에 형을 이기려고 하는 차남 콤플렉스가 반영되어 있다. 그래서 찰리는 아버지를 상징하는 개를 죽이고, 형에게 재산을 상속한다는 내용의 증서를 파기한다. 또 형을 증오하는 마음이 남아 있는 찰리는 형의 장례식을 성의 없게 치른다.

    

 

 

 

 

 

 

 

 

 

 

 

 

 

 

 

 

 

* 샬럿 브론테 제인 에어(민음사, 2004)

 

    

 

유언의 저주와 비교하면서 읽을 수 있는 소설이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 제인 에어의 로체스터(Rochester) 형제도 재산 상속 문제로 갈등을 빚는데, 이 갈등의 결정적인 원인 제공자는 아버지다. 차남 에드워드의 아버지는 전 재산을 장남에게 물려주고 싶어 한다. 그렇게 되면 에드워드는 빈털터리가 된다. 친자식이 가난하게 생활하는 것을 원하지 않은 아버지는 에드워드를 부잣집 딸과 결혼시키려고 한다. 아버지와 장남은 메이슨(Mason) 가의 재산에 눈독 들이고, 에드워드를 메이슨 가의 딸과 결혼하도록 추진한다. 그래서 아버지는 대학을 갓 졸업한 에드워드를 자메이카로 보낸다. 에드워드는 그곳에서 만난 버사 앙투아네트 메이슨(Bertha Antoinetta Mason)과 결혼한다.

    

 

 

 

 

 

 

 

 

 

 

 

 

 

 

 

* 백승종 상속의 역사(사우, 2018)

 

    

 

두 편의 소설에 묘사된 형제 갈등은 단순히 재산을 둘러싼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상황으로만 볼 수 없다. 형제 갈등의 원인에는 탐욕이라는 개인의 문제도 있다. 그러나 가족 구성원 간의 불평등과 가족 해체를 야기하는 상속제의 폐단도 형제 갈등을 부추기는 원인이다. 유럽 사회의 장자상속제를 이해하려면 상속의 역사(사우)를 참고할 수 있다. 이 책은 동서양의 다양한 상속제에 나타난 여러 가지 폐단을 보여준다. 상속제는 단순히 재산을 물려주기 위한 사회적 제도로 작용하지 않는다. 상속의 역사의 저자는 상속제를 사회 구성원들의 집단적 생존 전략으로 이해한다. 상속제 사회에 부와 권력을 얻는 사람과 반대로 부와 권력을 잃는 사람이 있다. 상속제 때문에 가족 싸움이 피 튀기는 살육전으로 확산하기도 했다.

 

유언의 저주의 찰리와 제인 에어의 에드워드 로체스터는 장자상속제의 폐단을 피하지 못해 불행한 일을 겪는 인물들이다. 그들에게는 생존을 위한 선택지가 없었다. 그들의 눈앞에 있는 건 파멸이라는 도착지에 이르는 가시밭길뿐이었다.

 

    

 

 

 

Trivia

 

영국의 괴담의 번역문에 한자로 된 낱말이 상당히 많다. 그래서 가독성이 떨어진다. 유언의 저주대지주 토비(Squire Toby)향사(鄕士) 토비로 번역한 것이 눈에 띈다. 향사는 시골 선비, 또는 시골에 살면서 농사를 짓는 무인(武人)이다. 대지주는 토지를 소유한 사람이다. 대지주와 향사의 의미를 생각한다면 ‘squire’를 향사로 번역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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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다 브로턴(Rhoda Broughton)의 단편 공포 소설 19세기 런던에서 실제 있었던 일에 보면 비핀 여사(Miss Biffin)라는 인물의 이름이 언급된 문장이 있다. 비핀 여사는 누구인가? 그녀가 누군지 설명한 역자의 주석은 이렇다.

    

 

 

 

 

 

 

 

 

 

 

 

 

 

 

* [e-Book] 로다 브로턴 19세기 런던에서 실제 있었던 일(올푸리, 2020)

 

 

 영국 화가 사라 비핀(1784~1850)은 선천적으로 팔이 없고 왜소증을 앓았지만 노력 끝에 입에 도구를 물고 글쓰기와 바느질을 할 수 있게 됐다. 후에 그림 그리는 법까지 배워 장터나 박람회에서 전시회를 열고 그림 그리기 공연을 하다가 스코틀랜드 귀족의 눈에 띄어 왕립 미술 아카데미 출신 화가에게 정식 미술 수업을 받았다. 이후 미술협회 메달 수여, 왕실의 초상화 의뢰 등 화가로서 명성을 쌓으며 대중적으로도 많은 인기를 누렸다.

    

 

소설 원문에는 ‘Miss Biffin’으로 표기되어 있는데, 비핀 여사의 이름은 ‘Sarah Biffen(사라 비펜)’, ‘Sarah Beffin(사라 베핀)으로 알려졌다. 위키피디아(Wikipedia) 영문판에 그녀의 일대기를 소개한 항목이 등록되어 있으며 ‘Sarah Biffen’으로 검색하면 된다. 이 글에서는 사라 비핀으로 쓰겠다.

 

왜소증을 앓았던 비핀의 키는 94cm였다. 그녀가 활동한 시기에 유럽에서는 프릭 쇼(Freak show)가 유행했다. 프릭 쇼는 장애인과 비유럽인(아프리카인, 아시아인 등)들을 전시하여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던 쇼다. 프릭 쇼는 20세기 초까지도 성행했으며 샴쌍둥이, 신체 일부가 없는 절단 장애인의 몸은 비장애인들을 위한 전시 대상이 되었다. 비핀의 가족은 영국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어린 비핀을 프릭 쇼 무대 위에 올렸다. 어느 날 비핀은 에마누엘 듀크(Emmanuel Dukes)라는 공작의 눈에 띈다. 듀크는 비핀에게 그림을 그리는 법을 알려준 인물이다. 비핀은 상아에 그림을 그리거나 미니어처 초상화를 그렸다. 그녀의 명성이 알려지면서 유료 전시회가 열렸으며 비핀이 그린 그림들은 판매되었다.

 

비핀의 실력과 작품을 눈여겨 본 조지 더글러스(George Douglas) 백작(역주에 언급된 스코틀랜드 귀족’이)은 비핀이 왕립 미술 아카데미 출신 화가에게 그림 수업을 받을 수 있게 후원을 해줬다. 그러나 백작이 1827년에 세상을 떠나면서 비핀에게 경제적 위기가 찾아온다. 빅토리아 여왕(Queen Victoria)은 비핀을 위해 연금을 수여한다. 화가 일을 그만둔 비핀은 라이트(Wright)라는 남자와 결혼하고(결혼 이후에 그녀에게 ‘Mrs E. M. Wright’라는 호칭이 생긴다), 안정적인 생활을 하면서 지내다가 66세에 세상을 떠났다.

    

 

 

 

 

 

 

 

 

 

 

 

 

 

 

 

 

 

 

 

 

 

 

 

 

 

 

 

 

* 찰스 디킨스 작은 도릿(한국문화사, 2014)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의 소설 Nicholas Nickleby(1839), Martin Chuzzlewit(1844), 작은 도릿(Little Dorrit)(1855~1857)에 비핀을 언급한 내용이 있다고 한다.

    

 

 

 

 

 

 

 

 

 

 

 

 

 

    

 

* [절판] 앨리슨 래퍼 앨리슨 래퍼 이야기(황금나침반, 2006)

* 조이한 당신이 아름답지 않다는 거짓말(한겨레출판, 2019)

 

    

 

사라 비핀과 비슷한 영국의 여성 장애인 화가로 앨리슨 래퍼(Alison Lapper)가 있다. 양팔이 없는 채 태어난 그녀는 입과 짧은 다리로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는다. 그녀의 자서전 ‘My life in my hands’는 우리나라에 번역되었다.

 

 

 

 

    

 

영국 현대미술가 마크 퀸(Marc Quinn: 자신의 피를 뽑아 냉각해 만든 두상 셀프(Self)’는 그의 대표작이다)은 임신 9개월의 앨리슨을 모델로 만든 5m 높이의 조각상을 제작했고, 이 조각상은 2005년에 런던 트래펄가 광장(Trafalgar Square)에 전시되었다. 트래펄가 광장은 호레이쇼 넬슨(Horatio Nelson) 장군의 트래펄가 해전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조성되었다. 그곳에 넬슨 장군의 전신상과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마크 퀸이 만든 조각상이 공개되자 예술성이 부족하다’, ‘아름답지 않라는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앨리슨은 조각상에 대한 반대 여론을 반박하면서 장애 여성의 몸이 흉하지 않다는 사실을 비장애인들이 깨닫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부분 비장애인은 팔과 다리가 없는 장애인의 몸이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비장애인들은 밀로의 비너스(Milo-Venus)와 같은 토르소(torso)를 아름다움을 완벽하게 구현해낸 작품으로 칭송한다. ‘비장애인 백인 남성의 신체 비례와 몸 이미지에 익숙한 우리는 몸의 아름다움을 비장애인의 모습에서만 찾는다. 임신한 장애인 여성의 몸을 모델로 한 마크 퀸의 작품은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한 미적 기준을 거부하고, 다양한 몸들이 모두 아름다울 수 있음을 말한다.

 

전쟁 중에 한쪽 팔과 한쪽 눈을 잃은 넬슨 장군은 장애인이다. 마크 퀸의 작품을 보면서 장애인의 몸은 아름답지 않다라고 반발한 사람들은 왜 넬슨 장군의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을까. 장애인의 몸을 바라보는 비장애인의 시선에도 성차별적 인식이 스며들어 있다. 따라서 장애 여성의 몸이 아름답지 않다고 보는 것은 장애인 차별과 성차별이 교차한 경우다. 차별 문제의 원인은 한 가지로만 볼 수 없다.

    

 

 

 

 

 

 

 

 

 

 

 

 

 

 

 

 

 

 

 

 

 

 

 

 

 

 

 

* 버나드 덴버 툴루즈 로트레크(시공아트, 2014)

* 엔리카 크리스피노 로트레크: 몽마르트르의 밤을 사랑한 화가(마로니에북스, 2009)

* 앙리 페뤼쇼 로트렉, 몽마르트르의 빨간 풍차(다빈치, 2009)

* 마티아스 아놀드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마로니에북스, 2005)

* 클레프 프레셰 툴루즈 로트레크(시공사, 1996)

    

    

 

사라 비핀은 생전에 명성을 얻은 뛰어난 화가였으나 미술사에 언급되지 않았다. , 생각해 보니 파리 유흥가의 풍경을 그린 로트레크(Henri de Toulouse Lautrec)는 장애인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여성 예술가들에 주목한 미술사를 쓰는 작업이 진행되어 왔다. 그래도 다시 쓴 미술사는 여전히 반쪽짜리다. 비장애인 예술가 중심으로 구성된 미술사.

    

 

 

 

 

 

Trivia

    

 

앨리슨 래퍼와 마크 퀸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당신이 아름답지 않다는 거짓말(한겨레출판)에 나온다. 덧붙여, 이 책에 있는 오류를 언급하겠다.

 

 

  서양미술에서 여성의 음모가 그려진 그림은 쿠르베의 <세상의 기원>이 처음이다. 그전까지는 성인 여자를 그릴 때조차 음모를 그리지 않았다. (235)

 

 

쿠르베(Gustave Courbet)세상의 기원1866년에 제작되었다. 나는 여성의 음모가 그려진 최초의 그림이 정확히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쿠르베가 태어나기 전에 나온 여성의 음모가 그려진 그림이 뭔지는 안다. 그 그림은 바로 1800년에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프란시스코 고야(Francisco de Goya) 옷을 벗은 마하. 따라서 쿠르베의 그림은 여성의 음모가 그려진 최초의 그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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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앞서 공개된 쉬르섹슈얼리티(동문선) 서평에 쓰지 못한 내용을 따로 분리하여 적은 것이다. 나는 이 책의 번역이 엉망이라고 했다. 이 책의 편집 후기 작성자는 마지막에 책과 관련된 오역과 불만스러운 점에 대해 꾸지람을 바란다고 썼다.

 







 

 

* [절판] 휘트니 채드윅 쉬르섹슈얼리티(동문선, 1992)

 

 


번역에 있어서는 연금술상의 특수 용어와 켈트 신화의 기술(記述), 초현실주의자들의 독특한 표현 등 번역상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아직 조사하지 못한 점과 번역 방법의 오류와 만족스럽지 못한 점에 관해 많은 꾸지람과 비평을 바란다. (348)

 

 

이 책은 1992에 나왔다. 나는 이 책이 나온 지 28년 만에 책의 부족한 점을 지적하는 글을 쓰게 됐다. 28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나고 이제야 내가 편집 후기 작성자의 요청에 응답하게 됐다. 이렇게 나처럼 절판된 책의 정오표를 만드는 사람이 있을까. 나는 이 정오표가 절판된 책을 사는 사람들에게 나름 도움을 줄 거로 믿는다.

 

 


 

 

* 8

프리다 카로 프리다 칼로(Frida Kahlo)

레오노르 휘니 레오노르 피니(Leonor Fini)

 

 

 

* 50

콜라지 콜라주(collage)

 


 

* 105

카롤르알리스 루이스 캐럴(Lewis Carrol)앨리스(Alice)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쓴 작가 겸 수학자.

 

 


 

* 133

소설 2의 성에서 보봐르는 여성의 조건 가운데 한 가지 중요한 요소로서 거울을 들고 있다.
















 

보부아르(Beauvoir)가 쓴 2의 성은 소설이 아니라 철학서.

 

 

 


* 169

발듀스 발튀스(Balthus)

 

발튀스는 프랑스의 화가다. 에로틱한 포즈를 취한 사춘기 소녀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 유명하다.

 

 


 

* 186

말사스 맬서스(Malthus)

 














영국의 경제학자이자 인구론의 저자다.

 

 


 

* 202, 204

녹음의 헨리, 녹색의 헨리
















독일 작가 고트프리트 켈러(Gottfried Keller)의 소설. ‘녹색의 하인리히(Der grüne Heinrich)로 표기해야 한다.

 

 

 


* 203

프로타지 프로타주(frottage)

 

프로타주는 면이 올록볼록한 물건 위에 종이를 대고, 그 부위에 연필로 문질러 무늬를 얻는 기법이다.

 

 


 

* 218

달리의 <망상증적, 비판적> 회화 편집광적 비판/비평(Paranoia Critic)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가 명명한 회화 방식. 그는 망상에 시달리는 편집광 환자의 환각 상태에 착안하여 초현실적인 분위기의 그림을 그렸다.

 

 

 

* 241

벡클린 뵈클린(Arnold Böcklin)

크림트 클림트(Gustav Klimt)

 

 


 

* 242

알킴볼도 아르침볼도(Giuseppe Arcimboldo)

 

동물과 식물 등의 사물로 인간의 머리를 형상화한 초상화를 그린 이탈리아의 화가.

 

 


 

* 248쪽 

J. J. 바하오휀 바흐오펜(Johann Jakob Bachofen)

 















모권이라는 책을 쓴 스위스의 인류학자.

 

 


 

* 255

아니므스 아니무스(animus)

 

 

 

* 256

사큐바스 서큐버스(Succubus)

 

 


 

* 268

어린이들 동화의 어미거위(Mother Goose) 마더 구스

 

17세기 영국의 동요를 모아놓은 책의 제목.

 

 


 

* 290

1977에 출판된 마담 브라바스키의 베일을 벗긴 이시스

러시아의 신지학자 블라바츠키(Helena Blavatsky)베일을 벗긴 이시스(Isis unveiled)1877년에 출판된 책이다.

 

 


 

* 302

 프로이트가 <그라디바><레오나르도>에 대한 소론에서 설정한 분석적 모델을 참고로 하여 (생략)

 















 

레오나르도는 이탈리아의 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를 말한다. 프로이트는 이탈리아 화가의 동성애를 분석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유년의 기억이라는 글을 썼다. 이 글은 프로이트 전집 중 한 권인 예술, 문학, 정신분석에 실려 있다. 또 이 책에 빌헬름 옌젠의 그라디바에 나타난 망상과 꿈이라는 글도 있다. ‘그라비다빌헬름 옌젠이 쓴 소설의 제목이자 소설에 나오는 여성이다. 이 소설을 읽은 남성 초현실주의자들은 관능적인 그라비다에서 초현실주의에 어울리는 여성상을 발견한다.

 

 

 

* 308















비아즐레이 비어즐리(Aubrey Beardsley)

 

 

 


* 312















고르비츠 콜비츠(Kathe Kollwitz)

 

 


 

* 333

 숙부의 커다란 도서실에서 프라에로 전파(前派)오브리, 비아즈리, 크림트, 독일, 플란다스의 낭만파 화가들을 발견했다.















 

 

프라에로 전파 라파엘 전파(Pre-Raphaelite Brotherhood)

오브리, 비아즈리 오브리 비어즐리(Aubrey Beardsley)

크림트 클림트(Gustav Klimt)

플란다스 플랜더스(Flanders), 플랑드르(Flandre)의 영어식 표기

 

 


 

* 336

로트레아몽 작 마르드롤의 노래(1933), 알루님 괴기소설집(1933)

 
















 

마르드롤의 노래 말도로르의 노래(Les Chants de Maldoror)

알루님 아르힘(Achim von Arn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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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03-06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신 열정의 우리 싸이러스 브로 ~

가끔 책에 대한 정보를 찾다 보면
논문의 경우에는 국내 출간된 책들의
제목이 있음에도, 임의 대로 쓰는 경
우가 종종 있더군요.

cyrus 2020-03-07 11:19   좋아요 0 | URL
90년대에 나온 책들에 보면 원제와 다른 제목으로 소개된 문학 작품이 나와요. 이러면 이 작품이 번역된 지 알아내기가 쉽지 않아요. 특히 임의로 정한 작품 제목에 원제가 없으면 번역본을 찾기가 곤란해요. ^^;;

2020-03-06 2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0-03-07 11:20   좋아요 0 | URL
오식이나 오류를 발견하면서 올바르게 고치는 일이 재미있어요. 이것도 나름 공부하는 일이에요. ^^

흑기사 2020-11-07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청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