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론테 자매(Brontë sisters)는 소설가로 잘 알려졌지만, 세 사람 모두 시를 썼다. 세 자매는 자신들이 쓴 시 61편을 모아 1846년에 시집을 가명으로 출판한다. 하지만 세 자매는 시집을 출간해줄 출판사를 찾지 못했고,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자비로 출판한다. 이때 그녀들이 사용한 가명은 커러 벨(Currer Bell=샬럿), 엘리스 벨(Ellis Bell=에밀리), 액튼 벨(Acton Bell=)이다. 그녀들의 시가 당시 독자들이 선호하는 문학 유행과 맞지 않은 탓인지 시집은 두세 권만 팔렸다고 한다.

    

 

 

 

 

 

 

 

 

 

 

 

 

 

 

 

* 에밀리 브론테 상상력에게(민음사, 2020)

* 박영희 엮음 제인 오스틴과 19세기 여성 시집: 찬란한 숲을 그대와(봄날에, 2019)

    

 

 

세 자매 중 가장 시를 좋아하는 사람은 에밀리 브론테(Emily Brontë)였다. 최근에 신간으로 그녀의 시 선집이 나왔다. 제목은 상상력에게(민음사)이다. 이 시 선집에는 표제가 된 상상력에게를 포함한 총 51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작년에 개정판으로 제인 오스틴과 19세기 여성 시집: 찬란한 숲을 그대와(봄날에)가 출간되었는데, 19세기와 20세기 영미 문학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들의 시를 엮은 책이다. 이 책은 2017년에 출간된 적이 있으나 개정판이 나오기 전까지는 절판된 상태였다. 이 시집에 샬럿의 시 5, 에밀리의 시 8, 앤의 시 4편이 실려 있다.

    

 

 

 

 

 

 

 

 

 

 

 

 

 

 

 

* 앤 브론테 아그네스 그레이(현대문화센터, 2007)

    

 

 

앤 브론테(Anne Brontë)는 생전에 두 권의 소설을 발표했다. 아그네스 그레이(Agnes Grey, 1847)와일드펠 홀의 소작인(The Tenant of Wildfell Hall, 1848)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번역된 앤의 소설은 아그네스 그레이(현대문화센터)가 유일하다. 와일드펠 홀의 소작인은 앤이 세상을 떠나기 일 년 전에 발표된 소설이다.

 

 

 

 

 

 

 

 

 

 

 

 

 

 

 

 

 

      

* [DVD] 와일드펠 홀의 소작인 : 앤 브론테 원작 BBC TV시리즈 마스터피스 컬렉션

 

    

 

와일드펠 홀의 소작인은 아직 국내에 번역되지 않았다. 영문학 전공자가 아닌 독자들은 이 소설이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와일드펠 홀의 소작인아그네스 그레이만큼이나 국외 영문학 연구자들이 주목한 소설이며 영국 BBC에서 원작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가 두 차례(1968, 1996)방영되었다.

    

 

 

 

 

 

 

 

 

 

 

 

 

 

 

* 피터 박스올 외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마로니에북스, 2017)

 

 

100명의 국제적인 필자 집단이 선정한 책들을 소개한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마로니에북스)에 앤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아그네스 그레이가 아닌 와일드펠 홀의 소작인이 포함되어 있다. 와일드펠 홀의 소작인을 소개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알코올 중독과 가정 폭력이라는 센세이셔널한 주제를 다룬 와일드펠 홀의 소작인은 출간되자마자 엄청난 스캔들을 불러일으켰다. 아메리칸 리뷰의 표현을 빌리면 이 작품은 벌거벗은 악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였으며, 영원히 영어로 활자화되기를 원하지 않은 대화를 포함하고 있다.” 어쨌든 이 소설은 매우 잘 팔렸으며, 재판의 서문에 앤 브론테는(액튼 벨이라는 남성 필명을 사용해서) 이러한 비판에 대한 변론을 실었다. 악과 악인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은 작가의 도덕적 의무라는 것이었다.

 페미니즘을 바탕으로 쓰여진 와일드펠 홀의 소작인은 방탕한 남자와 결혼한 젊은 여인이 그를 개심시키기 위해 노력하다가 결국은 아버지의 타락에서 아들을 구하기 위해 도망치는 내용으로, 서간과 일기를 통해 대부분 여주인공 헬렌 헌팅던의 시점에서 기혼 여성이 법적 권리를 거의 가질 수 없었던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메이 싱클레어(1862~1946, 영국의 작가)1913년에 이렇게 말했다. 남편의 면전에서 헬렌이 침실 문을 쾅 닫은 소리는 빅토리아 영국 전역에 울려 퍼졌다.” 그 소리는 지금까지도 현대의 독자들에게 울려 퍼지고 있다.

    

 

      

와일드펠 홀의 소작인의 대담한 주제와 묘사는 샬럿 브론테(Charlotte Brontë)도 지적할 정도로 그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다. 샬럿은 와일드펠 홀의 소작인의 주제는 앤의 본성에서 벗어난 소름 끼치는 것이라고 평했다.

 

 

 

 

 

 

 

 

 

 

 

 

 

 

 

 

 

 

* 찰스 킹슬리 물의 아이들(시공주니어, 2006)

 

 

 

 

그러나 물의 아이들의 작가이자 목사인 찰스 킹슬리(Charles Kingsley)와일드펠 홀의 소작인을 호평했으며 오히려 이 소설에 대한 독자들의 부정적인 반응을 꼬집었다. 그는 추악하고 위선적인 사람들의 모습, 즉 이런 끔찍한 진실을 그대로 보여준 소설이 많지 않았다면서 영국 사회는 앤을 비웃으면서 비난할 것이 아니라 그녀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앤이 악과 악인을 표현하는 작가의 도덕적 의무를 강조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녀는 본인이 굳게 믿어온 작가의 의무를 아그네스 그레이에서도 보여줬기 때문이다. 아그네스 그레이는 여성 가정교사의 척박한 삶뿐만 아니라 그녀들을 박대하는 상류 사회의 일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앤은 아그네스라는 화자의 입을 통해서 부유한 고용인들의 눈칫밥을 먹으면서 살아야 하는 여성 가정교사의 상황을 전달한다. 그래서 아그네스 그레이를 읽으면 마치 고용인과 그 가족들을 관찰하는 여성 가정교사가 기록한 보고서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런 앤의 글쓰기를 문제 삼는 사람들은 아그네스 그레이작품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한다. 그것은 앤이 글을 쓰면서 인식하고 있는 작가의 의무를 알지 못해서 나오는 부당한 평가다.

 

아그네스 그레이가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어린이에 대한 어른들의 편견이다. 아그네스 그레이가 나온 19세기 영국 사회에서는 여성과 어린이를 순수한 본성을 지닌 존재로 여기는 인식이 있었다. 아그네스는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고용인 자녀들의 못된 행동들을 상세히 언급한다. 실제로 앤은 가정교사로 일한 적이 있다. 그러므로 아그네스 그레이는 작가의 경험이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다. 가정교사의 지도를 따르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고용인 자녀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나오는 아그네스 그레이악을 표현하는 작가의 의무를 그대로 보여준 소설이다. 앤은 이 소설을 통해 동화에 나올 법한 순수한 어린이의 모습을 믿는 기성 사회의 인식이 허상임을 보여준다. 또 자녀들이 무조건 착하다고 믿는 고용인 부모의 어설픈 교육관도 간접적으로 비판한다.

 

아그네스 그레이와일드펠 홀의 소작인계급, 교육, 여성 차별 등에 대한 사회 비판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소설이다. 이런 두 편의 소설을 재미없고, 작품성이 떨어진다면서 무시하고 외면한 사람들은 앤 브론테에게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소설을 출간할 생각을 하지 않는 국내 출판업계는 반성해야 한다. 도대체 언제까지 제인 에어폭풍의 언덕만 펴낼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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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0-03-03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저는 무식하게도 에밀리와 샬럿 브론테만 알고 있었어요~~
브론테자매에 앤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어요^^
항상 독서의 지평을 넓게 만들어주고 새로운 지식을 입력시켜주시는
cyrus 님께 감사드려요^^

cyrus 2020-03-03 19:08   좋아요 1 | URL
저도 한때 무식했어요. 샬럿과 에밀리가 너무 유명해서 앤의 존재를 잊어버렸거든요. <아그네스 그레이>를 몇 년 전에 사놓고 안 읽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집에 쉬게 되면서 읽었습니다... ㅎㅎㅎㅎ

페크pek0501 2020-03-04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 자매가 다 글을 잘 쓰다니, 역시 유전자의 힘은 세군요.

민음사의 상상력에게, 가 탐나는군요. 장바구니에 담겠습니다.

cyrus 2020-03-04 14:54   좋아요 0 | URL
브론테 자매의 능력에는 문학에 대한 관심과 글을 쓰려는 노력이 많은 비중을 차지했을 것입니다. ^^
 
아그네스 그레이 현대문화센터 세계명작시리즈 12
앤 브론테 지음, 문희경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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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권장 도서 목록에 많이 언급되는 제인 에어(Jane Eyre)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은 여러 번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됐을 만큼 유명하다. 고아 소녀의 파란만장한 성장 과정을 그린 제인 에어와 황량한 들판 위에 자리 잡은 외딴 저택을 무대로 한 격정적인 사랑 이야기인 폭풍의 언덕을 읽으면서, 문학과 독서를 좋아하는 소녀들은 이 두 편의 소설을 쓴 샬럿 브론테(Charlotte Bronte)에밀리 브론테(Emily Bronte)를 흠모하기도 했다.

 

제인 에어폭풍의 언덕1847년에 발표된 소설이다. 샬럿과 브론테는 가명으로 소설을 발표한다. 여기서 대부분 사람이 의외로 잘 잊어버리는 중요한 사실 하나가 있다. 문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자매로 알려진 브론테 자매는 세 명이다. 세 자매 중 막내인 앤 브론테(Anne Bronte)1847년에 두 언니와 함께 가명으로 소설 아그네스 그레이(Agnes Grey)를 발표한다. 그러나 앤 브론테가 쓴 이 소설 제목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제인 에어폭풍의 언덕은 어린 독자를 위한 축약판으로 만들어질 정도로 국내에서 가장 인기 많은 소설이다. 반면 막내가 쓴 소설의 번역본은 지금 내가 소개하려는 책, 이 한 권이 전부다. 두 언니의 국제적 · 국내 위상과 오십 종이 넘는 국내 번역본 수를 비교하면 막내의 소설은 초라하게 보인다. 누군가는 앤의 아그네스 그레이가 두 언니의 대표작에 비해 작품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한다. 이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이 많은 것일까. 나는 세 자매의 소설이 모두 선정된 청소년 권장 도서 목록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올해는 앤이 태어난 지 20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녀가 두 언니의 명성의 반 정도 있었더라면 지금쯤 새로운 아그네스 그레이번역본이 나왔을 것이다. 앤은 117일에 태어났는데 그녀의 탄생일에 맞추어 아그네스 그레이새 번역본이 나온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올해 안으로 아그네스 그레이새 번역본이 나올지, 아니면 앤의 또 다른 작품(그녀가 죽기 전에 쓴 두 번째 소설 와일드펠 홀의 소작인, 이 소설도 뒤늦게 주목받고 있는 명작이다)이 번역되어 나오는지 내가 두고 본다.

 

아그네스 그레이가 작품성이 떨어진다고 해도 나는 이 소설이 청소년 권장 도서 목록에 포함할 자격이 충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런 입장을 밝히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일단 첫 번째 이유로 아그네스 그레이쉽게 읽히는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소설의 주인공 아그네스 그레이는 가정교사(governess). 앤 은 이 소설에서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서 가장 흔한 직업 중 하나로 알려진 가정교사의 생활상과 사회적 지위를 아주 정직하게 보여준다. 제인 에어에도 가정교사가 활동하는 제인 에어의 모습이 나오는데, 앤의 정직한 글쓰기는 제인 에어와 비교하면 평범하면서도 심심하다. 제인 에어는 독자를 흡입하게 만드는 이야기로 이루어진 반면에 아그네스 그레이는 독자를 흥분하게 만들거나 긴장하게 만드는 크고 작은 사건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 앤은 두 언니와 비교하면 소설의 재미와 흥미를 유발하는 필력이 조금 모자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게 아그네스 그레이의 장점이자 매력으로 작용한다. 아그네스 그레이에서는 주인공을 둘러싼 시시콜콜한 사건들이 언급되지 않아서 독자는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앤은 가정교사로 일했던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가정교사의 삶과 애환을 최대한 정제해서 표현한다. 그래서 아그네스 그레이를 읽는 독자는 줄거리를 요약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아그네스 그레이의 줄거리는 단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줄거리가 단순해서 평범하다는 이유만으로 아그네스 그레이가 작품성이 떨어지는 작품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

 

아그네스 그레이가 청소년 권장 도서 목록에 포함되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이 소설에 동물권(animal rights)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 있기 때문이다. 아그네스가 가르치는 톰 블룸필드(Tom Bloomfield)는 부유한 집안에 자란 아이지만, 성질이 고약하며 아그네스를 무례하게 대한다. 그는 정원에서 사냥한 새를 아주 잔인하게 죽인다. 아그네스는 동물을 괴롭히면서 죽이는 톰의 버릇이 잘못된 행동임을 알리기 위해 새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고통을) 느낀다고 말한다. 하지만 톰의 어머니와 그의 삼촌은 오히려 아이의 행동을 옹호한다. 톰의 어머니는 모든 생명체는 인간의 편의를 위해 창조되었다고 말하면서 아들을 꾸짖는 아그네스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자 아그네스는 인간의 쾌락을 위해 동물을 고문할 권리가 없다(We have no right to torment them for our amusement)라고 응수한다. 그녀가 동물의 생명도 인간의 생명처럼 소중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모습은 아그네스 그레이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 중 하나이다. 아그네스 그레이를 결혼에 성공하는 가정교사의 사랑 이야기로만 봐서는 안 된다. 너무 일관된 평가는 아그네스 그레이의 또 다른 진가를 보지 못하게 만든다.

 

아그네스 그레이제인 에어폭풍의 언덕처럼 페미니즘 비평으로 독해할 수 있는(혹은 자주 독해해야 하는) 소설이다. 그러므로 아그네스 그레이는 독자, 특히 페미니스트가 반드시 알아야 할 소설이다. 인간에게 동물을 고문할 권리가 없다고 말한 아그네스의 대사는 인간 중심의 페미니즘을 넘어 동물권으로 확장되어야 하는 오늘날의 페미니즘 의제와 맞닿아 있다. 아그네스는 가정교사로 고용되기 위해서 만든 자신의 광고에 휴가를 보장하는 계약 조건을 내세운다. 당시 영국의 가정교사는 중류 계층과 상류 계층 여성이 선호하는 인기 직업이었지만, 현실은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 불안정한 직업이기도 했다. 가정교사는 고용인이 사는 집에 지내면서 아이들을 가르친다. 고용인의 집안 분위기마다 다른데, 종종 소설에 나오는 톰의 어머니처럼 고용인은 가정교사를 하대할 뿐만 아니라 여성 가정교사의 지도력을 의심한다. 그렇다 보니 가정부와 유모, 하녀가 여성 가정교사를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사회적 지위가 그리 높지 않은 여성 가정교사가 고용인에게 자신의 휴가를 보장해주는 계약 조건을 내세운다는 것은 그 당시로서는 대담한 일이다. 아그네스가 ()의 위치에 있는 고용인들에게 공개한 계약 조건은 여성 근로자 및 노동자의 유급 휴가 보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페미니스트의 목소리를 떠올리게 한다.

 

, 지금까지 일독할만한 고전으로 알려져야 할 아그네스 그레이의 매력을 모조리 알려 줬다. 책을 좋아하는 동지들이여, 그래도 이 소설을 그냥 지나칠 것인가. 아그네스 그레이의 진가를 이미 알고 있는 독자로서 언니들의 유명세에 오랫동안 가려진 앤 브론테의 위상이 너무 안타깝게 느껴진다. 형만 한 아우는 없다라고 해서 언니만 한 여동생은 없다라는 말도 성립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 브론테 자매를 보라, 언니만 한 여동생이 있다.

 

 

 

 

Trivia

 

 

  부인은 아들의 정직함을 철썩같이 믿고 있는 터라 톰의 거짓말을 곧이곧대로 믿어버릴 터였다. (43)

 

철썩같이는 맞춤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다. 철석같이라고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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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ela 2020-03-03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한테 있는 <아그네스 그레이>도 2007년판이예요. 이것만 있나봐요.

cyrus 2020-03-03 12:29   좋아요 0 | URL
네, 안젤라님 가지고 있는 책이 제가 읽은 것과 같은 거예요. ^^;;
 

 

 

국내에 번역된 체호프(Chekhov)의 단편소설 중에 제목은 다르지만, 내용이 같은 것이 있다. 그중 한 편이 우수(憂愁) 또는 애수(哀愁)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작품이다. 1886년에 발표된 이 작품의 러시아어 원제는 Тоска. 우울과 애수를 뜻한다.

    

 

 

 

 

 

 

 

 

 

 

 

 

 

 

 

 

    

* 안톤 체호프 체호프 단편선(문예출판사, 2006)

* 안톤 체호프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열린책들, 2009)

    

 

 

     

Тоска를 수록한 체호프 단편 선집으로는 체호프 단편선(문예출판사)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열린책들) 등이 있다. 이 두 권에 수록된 Тоска의 작품명은 다르다. 체호프 단편선에 표기된 작품명은 우수이며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에 표기된 작품명은 애수. 이 글에서는 Тоска의 국내 작품명을 애수로 쓰겠다.

    

 

 

 

 

 

 

 

 

 

 

 

 

 

 

 

* 스티븐 킹 미저리(황금가지, 2004)

    

 

 

애수의 영문판 제목은 ‘Misery’. 이 단어는 1990년에 나온 스티븐 킹(Stephen King) 원작의 동명 영화 제목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misery’정신과 육체에 부담을 주는 극심한 고통을 의미한다. 애수의 영문판 제목은 슬픔, 근심, 우울을 뜻하는 러시아어 원제와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준다. 하지만 소설의 줄거리를 보게 되면 고통이라는 제목이 어울리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마부 요나 뽀따뽀프(‘열린책들판에는 이오나 뽀따뽀프로 되어 있다)는 아들의 죽음에 깊은 실의에 빠진다. 그는 죽은 아들이 계속 생각나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래도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 요나는 여러 명의 손님을 태워 그들이 원하는 목적지에 데려다준다. 그는 마차에 타는 손님들에게 자신의 슬픔을 하소연한다. 그러나 손님들은 요나의 말을 진지하게 듣지 않는다.

 

일을 마친 요나는 동료 마부들이 묵고 있는 숙소로 향한다. 그는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젊은 마부에게 아들이 죽은 사실을 말하려고 한다. 하지만 젊은 마부는 이내 잠들고 만다. 온종일 마음이 괴로운 요나는 아무나 붙잡고 아들의 죽음에 대해 말하고 싶어 한다. 결국 그는 마구간에 있는 자신의 말()에 다가간다. 그리고 말에게 귀리를 주면서 사람들에게 전하지 못한 말()들을 꺼내기 시작한다.

    

 

 

 

 

 , 네게 새끼 말이 있고, 넌 그 새끼 말의 엄마라고 하자…‥. 그런데 갑자기 새끼 말이 어딘지 먼 곳으로 가버렸단 말이야…‥. 그런데도 슬프지 않니?”

 

(문예출판사, 247)

 

 

애수는 요나가 말에게 대화를 시도하는 장면을 묘사하면서 끝난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담담하다.

 

 

 요나는 흥분한 어조로 자초지종을 말에게 이야기한다.

 

(문예출판사, 247)

 

 

애수는 단순한 줄거리로 이루어져 있지만, 반전을 이용한 소설의 결말은 주인공의 슬픈 감정을 극대화하고 있다. 요나는 아들의 죽음에 슬퍼할 뿐만 아니라 슬픔에 빠진 자신의 상태를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해서 고통스러워한다. 슬픔을 마음속에 묻으면서 살아가는 것은 정말 괴롭고 힘든 일이다.

 

슬픈 내용의 단편소설을 소개하는 글에 어울리지 않은 내용이겠지만, 그래도 문제 있는 번역에 대해서 언급하겠다. 내가 이 글에서 맨 처음 인용한 우수의 번역문(문예출판사, 274)은 고칠 필요가 있다. 우수』의 번역가새끼 말이 어딘지 먼 곳으로 가버렸다면이라고  썼으며 애수(열린책들)의 번역가는 새끼 말이 죽었다면이라고 썼다.

 

 

만일 말이다, 너에게 새끼가, 네가 낳은 새끼가 있다면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말이다, 그 새끼가 죽었다면 말이다‥… 얼마나 괴롭겠니?

 

(열린책들, 31)

 

 

어딘지 먼 곳으로 간다는 표현은 생이별을 의미한다. 인간을 위한 가축또는 상품이 되어야 하는 망아지에게는 어미 말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지 않다. 인간에 의해서 강제로 생이별을 해야 한다.

 

한편 망자가 사는 세계를 먼 곳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의 죽음을 말할 때 먼 곳으로 갔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문예출판사 번역문은 어미 말과 망아지의 생이별을 뜻하는 것인지 아니면 망아지와 사별한 어미 말의 상황을 뜻하는 것인지 그 의미를 파악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해서 이 번역문을 중의적 표현으로 볼 수 없다. 영어로 번역된 애수에서는 망아지의 죽음을 뜻하는 문장(다음에 나올 인용문에 밑줄이 있는 문장)이 나와 있다.

 

 

 “Now, suppose you had a little colt, and you were own mother to that little colt‥…. And all at once that same little colt went and died‥…. You’d be sorry, wouldn’t you?‥….”

 

 

독자들에게 혼동을 주지 않으려면 망아지의 죽음을 가정하는 문장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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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1 2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3-01 2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eBook] 내기 Mystr 컬렉션 58
안톤 체호프 / 위즈덤커넥트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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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체호프(Anton Chekhov)가 남긴 수많은 단편소설 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걸작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1888년에 발표된 내기(The Bet, 러시아어 원제: Пари). 줄거리는 아주 단순하다. 은행가와 변호사는 사형제와 종신형 중에 어느 형벌이 더 나쁜지에 관해 토론한다(이 소설에서 두 사람의 실명은 언급되지 않는다). 변호사는 사형과 종신형 모두 부도덕한 제도라고 비판하지만, 둘 중 하나를 고른다면 종신형을 선택할 거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인간의 한 번뿐인 생명은 소중하므로 죽지 않고 삶을 유지하는 게 낫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말을 들은 은행가는 변호사가 거짓말하고 있다면서 그에게 황당한 내기를 제안한다. 처음에 은행가는 변호사가 감옥에 5년 동안 살지 못한다는 데에 200만 루블을 건다. 그 당시 200만 루블은 어마어마한 돈이다(현재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3,764만 원이다). 그런데 패기로 뜨겁게 타오르던 변호사는 5년이 아니라, 15년을 감옥에서 살 수 있다면서 은행가가 제안한 내기를 받아들인다.

 

변호사는 은행가의 저택 정원 안쪽에 있는 작은 건물에 수감 생활을 한다. 그의 수감 생활은 1870111412시부터 시작되어 1885111412시에 종료된다변호사는 15년 동안 건물 밖으로 나올 수 없으며 바깥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모든 수단(편지와 신문)을 금지한다. 이를 어길 시 은행가는 내기의 승자가 된다. 변호사가 생활하는 독방은 바깥세상과 완전히 차단된 공간이다. 그래도 건물에 쪽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작은 창문이 달려 있는데 이것은 변호사가 바깥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이다.

 

작품은 수감 생활에 점차 적응하는 변호사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진행된다. 해마다 시간이 흐르면서 변호사의 생활 패턴이 다양하게 변한다. 수감 생활 첫해에 변호사는 피아노를 연주하고, 두 번째 해에 그는 고전 작품을 읽다가 다시 피아노를 연주하거나 글을 쓴다. 여섯 번째 해가 끝날 무렵에 변호사는 언어와 철학, 역사를 공부한다. 열 번째 해가 지나자 변호사는 책상에 앉아 신약 성서를 읽는다.

 

18851114일 전날에 은행가는 15년 전에 자신이 먼저 내기를 제안한 것에 후회한다. 다음 날이 되면 변호사가 어처구니없는 내기의 승자가 되고, 은행가는 전 재산인 200만 루블을 줘야 하는 상황이 된다. 그렇게 되면 은행가는 내기뿐만 아니라 인생의 패배자가 되어 쓸쓸한 말년을 보내야 한다. 파산에 이르는 내기의 결과에 두려워한 은행가는 변호사를 죽이기로 한다. 변호사를 죽이면 내기는 무효가 된다. 은행가는 15년째 자유를 포기한 채 살아온 변호사를 죽이기 위해 직접 독방에 들어간다. 은행가는 빈사 상태에 빠진 변호사의 모습을 보면서 그를 불쌍한 영혼이라고 말한다. 은행가는 변호사가 종이에 쓴 글을 읽는다. 그 글을 읽고 난 후 은행가는 독자의 예상에 벗어난 행동을 한다.

 

내기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열린 결말의 단편소설이다독자들에게 진한 여운을 주게 만드는 결말은 체호프 단편소설의 특징이. 이 작품은 처음에 우화(Fairy Tale, 러시아어 원제: Сказка)라는 제목으로 잡지 <Novoye Vremya>에 게재되었다. 이야기는 3로 이루어졌는데, 소설의 제목이 바뀌면서 3부는 삭제되었다. 3부가 있는 원고는 사라져서 현재 남아 있지 않다. 체호프는 1903년에 쓴 편지에 결말이 너무 냉소적인데다가 잔인하게 느껴져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서 3부를 삭제한 이유를 밝혔다.[] 체호프 본인이 생각하기에 나름 충격적인 결말을 구상했던 것 같은데 그게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다. 만약 내기두 개의 결말로 이루어진 이야기로 만들어졌으면 어땠을까? 그렇게 되면 내기는 체호프의 대표작으로 거론되지 못하더라도 체호프 연구자와 독자들의 뇌리에 잊지 못하는 독특한 작품으로 남았을 것이다.

 

내기는 별 네 개를 주고 싶은 작품이지만, 오역이 있어서 별 하나를 뺀다. 수감 생활 중인 변호사가 은행가에게 보내는 편지 속 내용에 번역이 잘못된 문장이 있다.

 

 

 나의 경애하는 간수님, 지금 이 글은 6개의 언어로 쓰여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에게 보여 주세요. 그리고 그들로 하여금 이 글을 큰소리로 읽게 하세요. 만약에 그들 중 한 명이라면 실수를 발견한다면, 정원에서 총알을 발사하도록 하세요. 그 폭음이 들리면, 내 모든 노력이 헛된 것이었음을 깨달을 수 있겠죠.” (TR 클럽 옮김)

 

 

 친애하는 나의 간수님! 당신에게 이 문장들을 여섯 개의 언어로 쓰겠습니다. 이것을 전문가들에게 보여주고 읽어보라고 하세요. 만약에 그들이 틀린 곳을 한 군데도 찾아내지 못할 경우에는 간청하건대 사람을 시켜 정원에서 총을 한 발 쏘도록 해주세요. 그 총소리는 나의 노력이 헛수고가 아니었음을 나에게 확인시켜 줄 것입니다.”  (박현섭 옮김, 체호프 단편선, 139)

 

 

두 번째 인용문은 민음사에 나온 체호프 단편선의 문장이다. 내가 러시아어를 잘 몰라서 내기》 영문판[주2]을 참고했다. 인용한 문장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My dear Jailer, I write you these lines in six languages. Show them to people who know the languages. Let them read them. If they find not one mistake I implore you to fire a shot in the garden. That shot will show me that my efforts have not been thrown away.”

 

 

민음사의 번역문이 맞다. ‘그들 중 한명이라면 실수를 발견한다면(문장 형식도 잘못되었다)이 아니라 그들이 실수 하나라도 발견하지 못한다면으로 고쳐야 한다. 그 다음 문장인 ‘내 모든 노력이 헛된 것이었음을 깨달을 수 있겠죠’는 ‘내 모든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깨달을 수 있겠죠’로 고쳐야 한다. 원문에 나온 ‘mistake’실수보다는 틀린 곳’, ‘잘못된 곳이라고 번역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들 중 한 명이라는 표현을 영어로 쓰면 ‘one of them’이다.

 

 

 

 

[1] 위키피디아 영어판 내기항목에 있는 원문: “As I was reading the proofs, I came to dislike the end, it occurred to me that it was too cold and cruel,”

 

 

[2] The Bet, translated by Constance Garnett in The Schoolmistress and Other Stories(1918).

링크: https://en.wikisource.org/wiki/The_B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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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랫동안 잊힌 작가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작가의 이름은 안토샤 체혼테(Antosha Chekhonte). ‘체혼테’는 필명이다. 그는 1860년 러시아에서 태어났다. 체혼테는 모스크바대학교 의대생이었는데,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1880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가 주로 쓴 글은 서너 장 분량 정도 되는 단편소설이었고 싸구려 잡지에 실렸다. 체혼테의 단편소설은 러시아의 사회 문제나 특정 계급의 인물을 풍자하여 웃음을 유발하는 형식이다. 일 년에 그가 쓴 단편소설의 수는 100편 이상이었다. 이 정도면 글을 대단히 많이 쓰는 편이다. 체혼테는 돈을 벌기 위해 짧은 글을 계속 썼다.

 

 

 

 

 

 

1886년에 체혼테는 그리고로비치(Grigorovich)라는 작가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는다. 그리고로비치는 당시 러시아 문단에서 알아주는 중진 작가였다. 편지에는 젊은 작가가 더 잘 되길 바라는 선배 작가의 진심 어린 충고가 있었다. 그리고로비치는 체혼테에게 가벼운 분량의 글을 빨리 쓰는 습관을 버리고, 진지하게 사색을 하면서 글을 써보라고 충고한다. 이 편지는 체혼테의 작가 활동에 큰 전환점이 된다. 1887년부터 발표된 체혼테의 작품들은 코믹한 소품 형식의 글에서 점점 멀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밝은 일상 속에 가려진 어둡고 무거운 삶의 한 단면을 소재로 쓴 글이 늘어났다. 이때부터 체혼테는 자신의 본명을 내세워 전업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한다. 체혼테의 본명은 안톤 체호프(Anton Chekhov).

 

이 글을 읽으면서 체혼테의 정체를 일찍 간파한 독자가 있을 것이다. 장난으로 체혼테라고 소개한 체호프의 사진이 결정적인 힌트다. 러시아 문학을 전공한 로쟈 님이라면 이 글의 제목만 보고 체혼테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챘을 것이다.

 

체호프는 너무나도 유명한 단편소설의 대가이자 극작가다. 어떤 사람은 이 글을 쓴 의도가 궁금할 것이다. 내가 체혼테와 체호프를 마치 다른 사람인 것처럼 소개한 이유가 무엇인지 말이다. 체혼테와 체호프는 분명 같은 인물이다. 그러나 체혼테와 체호프의 작품은 따로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체혼테는 문학적으로 깊이가 있고 성숙한 글을 쓴 체호프가 되기 전 단계인 프로토타입(Prototype, 초기 모델)이다.

 

대부분 사람은 체호프가 누군지 알고 있어도 그가 체혼테라는 필명을 썼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래서 처음부터 체혼테를 잊힌 작가라고 언급한 이유가 있다. 사실 체호프는 초창기에 작가 활동을 할 때 필명을 여러 개 사용했다. ‘체혼테는 가장 많이 알려진 체호프의 필명이다. 그 밖에 체호프가 사용했던 필명은 내 형의 동생’, ‘쓸개 빠진 놈이다. 체호프는 이런 우스꽝스러운 필명을 내세워 유머 작가로 활동했다. 문학 연구자들은 체호프가 짧은 분량의 유머 소설을 많이 쓴 1880년에서 1885년까지의 시기를 체혼테 시대라고 이름 붙였다. 체호프의 초기 작품들은 체혼테 시대에 나왔다. 그렇지만 이 시기에 나온 작품들은 크게 주목받지 못한다.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초기 작품들이 중기와 후기 작품들에 비해 문학적 우수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체혼테 시대의 작품 형식은 단조롭다. 어떤 장소에서 황당한 사건이 일어나거나 어리숙하고 무지한 인물이 등장하여 비웃음을 살만한 말과 행동을 한다. 이러한 형식의 글을 러시아에서는 스쩬까라고 한다. 스쩬까는 일정한 장소에서 일어나는 작은 사건을 소재로 한 글을 뜻한다. 체호프가 돈을 벌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이미 스쩬까가 유행했고, 대중은 잡지에 유통되는 짧고 유머러스한 글을 선호하고 있었다. 대중이 원하는 방향으로 글을 쓴 체호프는 사회 문제를 살짝 건드리기만 하지 엄할 정도로 비판하지 않는다. 그저 웃음을 나오게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만 보여준다. 체혼테 시대의 작품들을 보면서 나오는 웃음은 너무나도 가벼워서 빨리 증발한다. 웃음마저 금방 사라지니 급속도로 전개되는 짧은 이야기들도 기억 속에 잊히게 된다. 이런 독자의 반응은 크게 웃을 정도로 재미있지만, 아주 빠르게 나오는 개그의 대사나 한 장면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관객의 상황과 비슷하다. 따라서 체혼테 시대의 작품 중에서 대표작 몇 편을 꼽기가 어렵다. 사실 초기 작품들은 작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자주 번역되지 않았다. 우리가 아는 체호프의 대표작은 중기 및 후기 작품에 속한다.

    

 

 

    

 

 

 

 

 

 

 

 

 

 

 

* [품절] 안톤 체호프 개와 인간의 대화: 안톤 체호프 선집 1(범우사, 2005)

* [품절] 안톤 체호프 《콘트라베이스와 로맨스: 안톤 체호프 선집 2(범우사, 2005)  

    

 

오래전에 범우사는 단편과 중편, 그리고 희곡을 수록한 다섯 권짜리 안톤 체호프 선집을 펴냈는데, 모두 절판되었다. 첫 번째 선집(개와 인간의 대화)과 두 번째 선집(콘트라베이스와 로맨스)에 체혼테 시대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개와 인간의 대화1885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아주 짧은 분량이지만, 술에 취한 관리가 자신을 향해 짖어대는 개에게 다가가 대화를 시도하는 장면이 재미있게 그려졌다.

    

 

 

 

 

 

 

 

 

 

 

 

 

 

 

 

* 안톤 체호프 처음 소개되는 체호프 단편소설(인디북, 2011)

* 안톤 체호프 체호프 유머 단편집(지만지, 2013)

 

    

 

개와 인간의 대화》는 절판되었지, 2010년대에 들어서 다행히 체호프의 초기작만 따로 모아 번역한 처음 소개되는 체호프 단편소설(인디북)체호프 유머 단편집(지만지)이 출간되었다. 그동안 국내에 출간된 체호프 단편 선집들은 중기 및 후기에 나온 작품 위주로 구성되었다. 이런 책에 수록된 초기작은 고작 한두 편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처음 소개되는 체호프 단편소설체호프 유머 단편집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단편 선집이며 체호프의 작품 세계에 들어서는 첫 번째 관문 역할을 하는 책들이다. 체호프 유머 단편집에 있는 이웃 학자에게 보내는 편지1880잠자리라는 주간지에 발표된 체호프의 공식적인 첫 작품이다. 처음 소개되는 체호프 단편소설에 있는 아버지라는 작품은 이웃 학자에게 보내는 편지와 같은 해에 발표된 체호프, 아니 체혼테의 다섯 번째 작품이다. 이 작품 역시 잠자리에 실렸다.

 

, 지금까지 체혼테의 작품과 체호프의 작품을 구분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프로토타입과 진캐(진짜 캐릭터)가 쓴 작품을 구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1880년에서 1885년 사이에 나온 작품은 체혼테가 쓴 것이다. 체혼테 시대의 연도만 기억하면 된다. 체호프 단편 선집을 읽을 때 작품 끝부분에 있는 작품 발표 연도를 꼭 확인하시라(발표 연도를 밝히지 않은 번역본도 있다). 그러면 이 작품이 체혼테가 쓴 것인지, 체호프가 쓴 것인지 알 수 있다.

 

 

    

 

 

Trivia

    

 

 

 

 

 

 

 

 

 

 

 

 

 

 

 

* 안톤 체호프 체호프 단편선(민음사, 2002)

* 안톤 체호프 체호프 단편선(문예출판사, 2006)

    

 

 

독서 모임 우주지감-나를 관통하는 책읽기의 이번 달 선정 도서민음사문예출판사에서 나온 체호프 단편선이다. 민음사 판의 관리의 죽음, 거울과 문예 판의 복수자는 체혼테 시대의 작품들이다. 그런데 독서 모임을 위해 두 권의 책만 읽는 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두 책 모두 중기 및 후기 작품들 위주로 수록되었지만, 체호프의 대표작 중 하나인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이 수록되어 있지 않다. TMI(Too Much Information)인데, 모임 날짜가 130, 이번 달 마지막 목요일이다. 모임 전날인 129일은 체호프가 태어난 날이고(어떤 번역본에는 117일로 되어 있는데 이 날짜는 율리우스 달력에 가까운 러시아 구력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현재 전 세계가 사용하고 있는 달력은 그레고리 달력이다), 체호프 탄생 160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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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0-01-27 2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 보니까 알겠던데. 체호프라는 거.
그런데 1년에 단편 100편을 썼다니 대단하군.
글치 않아도 그의 책이 있긴한데...ㅠ

얄라알라북사랑 2020-01-27 21:11   좋아요 1 | URL
저도 지금 우와 신기해, 하며 읽다가 댓글에 ˝1년 단편 100편이라고요? ˝쓰려고 했는데 stella.K님께 찌찌뽕해야겠어요.

로쟈님께서 이 글 읽으시리라 확신합니다~

cyrus 2020-01-28 20:09   좋아요 0 | URL
To. stella.K // 저는 체호프 단편 선집 두 권 가지고 있어요. 역시 단편은 분량이 짧아서 좋아요. 금방 읽을 수 있으니까요. ^^

To. 얄라알라북사랑 // 언젠가는 제 글을 보시겠죠? ^^

Angela 2020-01-31 0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 본 순간! 제 최애 작가라는걸 알았죠 ㅎ

cyrus 2020-02-01 17:45   좋아요 0 | URL
수염 있는 체호프의 모습이 있는 사진은 워낙 유명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