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로르의 노래 달섬 세계고전 13
로트레아몽 지음, 윤인선 옮김 / 달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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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에 받친 천재를 아시오? 그 천재의 이름은 이지도르 뒤카스(Isidore Ducasse). 사실 이 본명보다는 가명인 로트레아몽(Lautréamont)이 잘 알려져 있다. 우루과이의 몬테비데오에서 태어난 로트레아몽은 학업을 위해 프랑스로 건너갔다. 로트레아몽의 아버지는 프랑스인이며 몬테비데오에 있는 프랑스 영사관에서 근무했다. 1868년에 로트레아몽은 익명으로 <말도로르의 첫 번째 노래>를 발표한다. 특이하게도 그 책의 저자 이름은 없고 ★★★만 표시되었다. 이듬해에 로트레아몽은 말도로르의 두 번째 노래를 출간하기 위해 준비하지만, 출판업자는 출간을 거부한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세 번째 노래부터 시작해서 여섯 번째 노래까지 완성한다. 1870년에 로트레아몽은 언젠가는 나오게 될 책(그가 요절하는 바람에 완성하지 못한다)을 위해 그 책의 서문에 해당하는 <시집(Poesies)>을 발표한다. 그해 11월 말 아침에 로트레아몽은 사망한다. 사망 당시 그의 나이는 스물네 살이었으며 사망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6부로 구성된 산문시 말도로르의 노래는 그가 죽은 후에 출간되었다. 그러나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로트레아몽은 세계문학사에서 가장 불가사의한 인물이다. 그의 유년시절과 사망 원인에 대해서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다. 짧은 인생의 시작과 끝이 영원한 비밀로 남게 되는 바람에 그에 대한 추측만 무성할 뿐이다. 대중은 요절 시인에 대해서 모르는 게 너무 많다. 혹자는 로트레아몽을 정신 이상자로 보고, 그가 광기를 견디지 못해 자살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중은 요절 시인에 대해서 모르는 게 너무 많다. 그를 둘러싼 추측성 말들이 나오게 된 또 다른 원인은 말도로르의 노래의 난해성에 있다. 이 작품은 주인공 말도로르(Maldoror)가 저지르는 나쁜 행동들과 해석하기 어려운 잡다한 생각들이 장황하게 나온다. 말도로르의 노래를 통해서만 알 수 있는 로트레아몽의 글 쓰는 방식은 독자에게 불친절하기로 악명 높다. 인칭이 자주 바뀌기 때문에 글을 읽다가 헤매기 쉽다. 사실 말도로르의 노래는 수수께끼 같은 단어와 단번에 봐도 이해하기 힘든 구절로 가득하다. 그래서 우리말로 번역하기 힘든 작품이기도 하다. 말도로르의 노래번역본을 읽을 때는 번역의 질에 대해서 따지지 말자. 읽다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문장을 만나면 그냥 넘어가면 된다.

 

로트레아몽은 독자의 분노를 유발하는 글을 쓰려고 작정한 듯이 상당히 공격적으로 글을 썼다. ‘말도로르의 첫 번째 노래의 첫 문장은 독자를 향한 경고로 시작한다.

 

 

 

 자신이 읽는 글처럼 순간적으로 잔인해지고 대담해진 독자가, 이 어둡고 독으로 가득 찬 페이지들의 황폐한 늪지대를 지나면서, 방향을 잃지 않고, 험하고 거친 자신의 길을 찾길 바란다. 왜냐하면, 그가 엄격한 논리와 적어도 자신의 의심과 동등한 정신적 긴장을 유지하지 않는다면, 이 책의 치명적인 발산물들이 마치 물이 설탕을 적시듯 그의 영혼을 적실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다음에 이어지는 페이지들을 읽는 것은 좋지 않다. 단지 몇 사람들만이 위험 없이 쓰디쓴 이 열매를 맛볼 것이므로. 따라서 수줍은 영혼이여, 그 길은 미탐험의 황야 속으로 더 멀리 잠입하기 전에, 그대의 발걸음을 앞으로 내딛지 말고 뒤로 돌리라. 내가 그대에게 말하는 것을 잘 들으라. 그대의 발걸음은 앞이 아니라 뒤로 돌리라. (7)

    

 

 

이 글의 실체를 잘 모르는 독자는 이 문장을 보면서 로트레아몽이 치명적으로 위험한 글이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과장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저자의 경고를 무시할 정도로 자신감 있는 독자라면 여섯 번째 노래까지 읽어보길 바란다. 아마도 그 사람은 이 글을 쓴 로트레아몽의 정신 상태를 의심할 것이다. 그리고 신을 모독하고,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는 등 온갖 악행을 일삼는 말도로르의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하리라.

 

로트레아몽은 생전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초현실주의자들의 스타가 된다. 초현실주의자들은 문법과 서술 구조를 무시한 로트레아몽의 파격적인 글쓰기에서 자유와 반항의 힘을 확인했다. 말도로르의 노래고전이 될 만한 작품으로 볼 수 있는지 의심하는 독자들이 있겠지만, 그들의 생각이 틀린 건 아니다. 책에 정말 잔인하다 싶을 정도로 느껴지는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나온 말도로르의 노래1997년에 나왔으나 한동안 절판된 번역본(출판사는 청하’)의 개정판이다. 국내에 출간된 말도로르의 노래완역본은 두 종이다. 그중 한 권은 2년 전에 황현산 교수가 번역한 것(출판사는 문학동네’)이다. ‘달섬출판사에서 나온 말도로르의 노래의 역자는 로트레아몽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부록으로 로트레아몽이 쓴 편지들이 실려 있다. 이 편지들은 말도로르의 노래의 집필 의도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소중한 문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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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Chehov)가 만들어낸 인간의 모습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그는 인간의 약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의사였다. 프랑스의 소설가 앙드레 모로아(Andre Maurois)현대의 의사는 환자를 확실히 이해하려면 예술가가 돼야 하며 철학가의 지능과 소설가의 재주를 겸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체호프가 현대의 의사에 가장 적합한 작가라는 사실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실제로 체호프는 의사였다. 모스크바 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그는 아내를 의학, 애인을 문학으로 비유하면서 자신의 삶을 규정했다. 그러나 병원 근무와 집필 생활을 병행한 삶은 체호프의 건강을 나쁘게 만든 원인이 된다. 작가로서 명성이 차츰 높아졌지만 젊은 시절부터 걸린 폐결핵은 평생 체호프의 건강을 위협했다. 결국 그는 1904년에 요양 생활을 하다가 사망한다.

    

 

 

 

 

 

 

 

 

 

 

 

 

 

 

 

 

* 안톤 체호프 지루한 이야기(창비, 2016)

* [품절] 안톤 체호프 귀여운 여인(시공사, 2013)

* 안톤 체호프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열린책들, 2009)

 

 

 

문학과 의학의 만남은 체호프의 죽음을 재촉했지만, 그에게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력을 제공해주었다. 체호프가 남긴 수백 편의 소설 중에 생명과 죽음, 질병의 고통, 광기, 의사의 삶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있다. <6호실> 또는 <6호 병동>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중편소설은 체호프가 작가로서의 원숙기로 접어든 시기에 나온 작품이다. 시골 마을에 사는 정신병원 원장이 환자들과의 대화를 시도하다가 도리어 자신이 환자로 몰리는 과정을 그렸다. ‘어느 노인의 수기라는 부제가 있는 <지루한 이야기>는 죽음을 앞둔 학자가 자신의 비참한 처지를 인식하는 과정을 그린 중편소설이다.

 

<지루한 이야기>는 잘 알려지지 않은 체호프의 수작이라 할 수 있는데, 창비에서 나온 지루한 이야기는 우리말로 번역한 이 작품을 실은 유일한 책이다. 표제작인 <지루한 이야기> 이외에 <검은 옷의 수도사>,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이 수록되어 있다. 그런데 출판사의 책 소개 내용 중에 오류가 있다. <지루한 이야기>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중편이라고 소개했는데, 사실이 아니다. <지루한 이야기>따분한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1965에 처음 번역되었다. 최초의 번역 작품이 수록된 책은 문우출판사에서 나온 러시아 문학 전집 2이다. 그리고 1983년에 주우사의 세계문학전집 중 한 권인 사랑스러운 여인, 지루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 책은 체호프의 중 · 단편을 선별해서 모은 책이며 사랑스러운 여인<귀여운 여인>의 이명이다. 이듬해에 주우세계문학전집학원세계문학전집(출판사는 학원사’)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출간되었는데 역자나 수록 작품은 주우사의 책과 같다.

 

문우출판사의 러시아 문학 전집동완, 사랑스러운 여인, 지루한 이야기박형규가 역자로 참여했다(두 책 모두 단독 번역이 아닌 공동 번역이다), 두 사람 모두 1세대 러시아 문학 번역가. 이미 두 차례 번역된 체호프의 작품을 국내 초역이라고 잘못 소개한 것은 책 소개 글을 만든 창비 출판사 측 또는 역자(도스토옙스키의 작품 번역으로 유명한 석영중 교수)의 착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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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ela 2020-05-06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은 한달동안 책 몇 권을 끝나고서평을 한꺼번에 확~쓰시는군요? ㅎ

cyrus 2020-05-06 23:32   좋아요 0 | URL
가끔 책만 읽고 싶어지는 날이 오긴 해요. 사실 2월 말부터 대구에 있는 모든 공공도서관이 휴관하면서 글쓰기 욕구가 한풀 꺾었어요. ^^;;
 
아주 특별한 사랑
루이자 메이 올콧 / 창작시대 / 199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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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하버드 대학교 도서관 열람실에 붉은색 노트가 발견되었다. 그 노트 표지 안쪽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힌 쪽지가 붙여져 있었다.

 

17세에 쓴 내 최초의 소설, 하이 세인트 보스턴에서.

 

노트 제목은 ‘The Inheritance(상속)이다. 이 노트를 쓴 사람은 루이자 메이 올컷(Louisa May Alcott)이다. 노트의 정체는 올컷이 열일곱 살이었던 1849년에 쓴 첫 번째 소설의 원고였다. 이 소설은 아주 특별한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번역되었다. 번역자는 현재 여성문화이론연구소(여이연) 공동 대표로 활동 중인 여성학자 임옥희.

 

 

 

 

 

 

 

 

 

아주 특별한 사랑17세기 소녀가 썼다고 믿을 수 없으리만치

훌륭한 성공작이다.

아름다운 한 편의 동화와도 같은, 상큼하기 그지없는 소설!

(Publisher’s Weekly)

 

 

작은 아씨들과 같은 성인 소설적 요소는 물론,

고딕풍의 세기말적 우수까지 묻어나는 감동적인 소설!

(New York Times)

 

 

 

 

아주 특별한 사랑의 여성 주인공 에디스 애들런은 가난한 가정교사다. 그녀는 해밀턴 부인의 저택에 살면서 일을 하는데, 부인의 조카 아이다 해밀턴은 귀족 남성들로부터 사랑받는 에디스를 미워한다. 하지만 에디스는 귀족 남성과의 연애에 관심이 없다. 그녀는 아이다의 계략에 빠져 절도범으로 오해받아 해고당할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아이다가 에디스에게 누명을 씌운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밀턴 부인은 해고 결정을 취소하고 에디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 그리고 에디스를 둘러싼 출생의 비밀도 밝혀진다. 에디스는 해밀턴 가의 상속자라였다. 그리하여 에디스는 해밀턴 가의 혈육이 된다. 에디스가 친구로 지내온 월터 퍼시 경의 구애를 받아들이면서 소설은 행복한 장면으로 끝난다.

 

아주 특별한 사랑은 전형적인 로맨스 소설의 공식을 따르고 있지만, 에디스는 가부장적인 남성과 젠더 위계에 순응하는 로맨스 소설의 여성 주인공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 그녀는 자신보다 신분이 높은 남자의 구애를 거절하는 이유를 소신 있게 밝힌다. 그러자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퍼시는 자신이 차라리 농부였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한다. 에디스는 남성들에게 늘 보호받는 아리땁고 연약한 여성이 아니다. 산책하다가 절벽에 떨어질 위기에 처한 해밀턴 부인의 딸 에이미를 구한 사람이 에디스다. 재미있는 점은 그녀들과 동행한 남자들의 반응이다. 퍼시와 함께 산책한 아서는 에이미의 친오빠다.

 

 

  그들은 황급히 소리가 들려 온 쪽으로 뛰어갔다. 에디스가 시체처럼 핏기 없는 얼굴로 절벽에 무릎을 꿇은 채 머리를 벼랑 아래로 내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가파른 절벽의 옆구리는 강물과 맞닿아 있었다. 그리고 까마득한 낭떠러지 아래쪽에 에이미가 가느다란 넝쿨을 잡고 매달려 있었다. [중략]

  “어떻게 에이미를 구하지?”

  아서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절망적으로 손을 휘둘렀다.

  “저기까지 어떻게 내려가지? , 맙소사, 퍼시! 손놓고 앉아 죽는 걸 보고만 있어야 하다니!”

  “진정해, 아서. 에이미를 겁먹게 해서는 안 돼.”

  퍼시 경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위아래로 열심히 살펴보면서 친구를 달랬다.

  “저 넝쿨에 의지해서 아래로 기어 내려갈 수도 있을 거야. 아니야, 에이미가 있는 곳까지 내려가기는 힘들어. 신에게 맡기는 수밖에 없나? 별다른 방법이 없을까?”

  “있어요.”

  에디스가 벌떡 일어나면서 단호하게 말했다.

 

(제4장 41)

 

 

남자들이 혼란에 빠져 있는 동안 에디스는 내면에 숨겨진 용기와 번뜩이는 기지로 에이미를 구하는 데 성공한다. 퍼시는 용감한 에디스에게 한눈에 반한다. 이 장면을 보면서 통쾌함이 느껴지지 않는 페미니스트가 있을까. 열일곱 살 올컷은 남성 주인공이 위험에 빠진 여성 인물을 구출하는 기존 로맨스 소설의 통념을 비튼다. 남성 주인공보다 용감한 여성 주인공. 그리고 남성 주인공은 여성 주인공의 외모가 아닌 용감한 모습을 보고 사랑에 빠진다.

 

올컷은 청빈하고 엄격한 청교도 집안에서 자란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썼다. 아주 특별한 사랑에서도 청교도적 가치를 강조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이 소설은 올컷의 습작기에 나온 작품이다. 기존의 유명한 문학 작품을 참고하면서 글 쓴 작가의 흔적이 역력하다. 출생의 비밀, 청교도적 가치를 행동으로 실천하는 삶, 죽음의 위기에 처한 인물을 구해내는 용기, 부유한 남성과 결혼한 가정교사. 에디스의 이런 행적은 샬럿 브론테(Charlotte Brontë)가 창조한 제인 에어(Jane Eyre)와 흡사하다. 어린 올컷은 처음 써본 중편소설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원고를 세상에 공개하지 않았던 것일까. 첫 번째 소설이 되어야 할 아주 특별한 사랑148년 동안 올컷의 책상 서랍과 도서관에 잠들게 된 이유는 아직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올컷은 자신의 소중한 첫 작품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녀는 중편 가면 뒤에서(Behind a Mask, 1866)를 쓸 때 아주 특별한 사랑의 뼈대를 가져왔다.

 

 

 

 

 

Trivia

 

* 125

피그맬리언갈라티아

피그말리온(Pygmalion)갈라테이아(Galat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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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ela 2020-03-15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작은 아씨들> 신판이 나와서 구입했는데, 이 책도 구하고 싶네요.^^

cyrus 2020-03-15 18:17   좋아요 0 | URL
이 책 두 권이 알라딘 중고서점에 있어요. 그곳에 직접 가지 않고도 인터넷으로 주문할 수 있어요. 가격이 정말 싸요. ^^

비로그인 2020-05-15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렴한 중고는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택배비가 더 나가는 게 흠이죠. 그건 그렇고 이 작품이 별 3개정도 밖에(6점 정도?) 안 되나요? 치명적 사랑도 그리 높은 평점이 아니던데.. 작은 아씨들이야 어떤 출판사에서 나온 것과 관계 없이 8점대 이상은 기본인데말이죠..
 

 

 

슈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의 장편소설 초조한 마음에 나오는 호프밀러는 군인이다. 그는 걷지 못하는 에디트를 만나면서 그녀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낀다. 호프밀러는 자신이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는 힘이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란다. 기분 좋아진 호프밀러는 에디트를 잘 배려해주고 그녀의 말동무가 되어주었다. 두 사람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에디트는 호프밀러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호프밀러는 에디트의 감정을 예상하지 못했다.

    

 

 

 

 

 

 

 

 

 

 

 

 

 

 

 

* 슈테판 츠바이크 초조한 마음(문학과지성사, 2013)

 

    

 

 몸이 아픈 그녀가, 만신창이인 그녀가 사랑을 할 수 있고 사랑받고 싶어 한다는 것, 이것만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 어린 아이가, 아직 성숙하지 못한 힘없는 소녀가(이렇게 밖에 표현하지 못하겠다) 감히 진정한 여인의 감각적이고 의식적인 사랑을 갈망한다는 사실은 나로서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것이었다. 다른 모든 것은 예상했어도 운명의 저주를 받아 자신의 몸조차 가눌 힘이 없는 소녀가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어 한다는 사실, 단순히 연민 때문에 이곳에 오는 나를 그토록 끔찍하게 오해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중략] 이 단순무식하고 멍청한 나라는 놈은 에디트를 그저 고통 받는 환자로, 어린아이로 여겼을 뿐 결코 여자로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단 한 순간도 나는 저 이불 속에 벌거벗은 여인의 육체가, 다른 여인들처럼 숨 쉬고 느끼고 기다리며 사랑을 갈망하는 육체가 숨겨져 있다고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스물다섯 살의 나는 몸이 아프거나 불구인 여자, 미성년자나 나이가 많은 여자, 버려지거나 낙인찍힌 여자들도 감히 사랑을 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272~273)

 

 

호프밀러는 그동안 에디트를 여성이 아닌 보호받아야 할 환자(장애인)로 대한 자신의 연민에 수치심을 느끼고 자성한다. 그는 에디트를 위해 그녀와 약혼한다. 하지만 약혼한 지 세 시간 만에 동료 군인들 앞에서 약혼 사실을 부정한다. 군인들은 에디트와 그녀의 가문을 조롱한다. 그들의 역겨운 대화는 호프밀러를 힘들게 한다. 호프밀러는 에디트와의 약속을 깨버린 발언에 죄책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는 약혼 사실을 끝까지 숨긴다. 호프밀러는 에디트를 한순간에 거짓말쟁이로 만들어버린 자신의 부끄러운 행동이 부대 전체에 알려질까 봐 불안해한다. 그는 자신의 명예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자살을 생각한다.

    

 

 

 

 

 

 

 

 

 

 

 

 

    

 

 

* [절판] 조지 L. 모스 내셔널리즘과 섹슈얼리티(소명출판, 2004)

    

 

 

작년 말에 초조한 마음을 읽다가 호프밀러와 군인들의 행동을 분석하고 싶어서 내셔널리즘과 섹슈얼리티》(소명출판)를 같이 읽었다. 내셔널리즘과 섹슈얼리티는 서구 사회의 예절 문화와 엄숙한 도덕주의와 관련된 개념인 고결함(respectability)이 민족주의와 함께 어떻게 발전하게 되는지 보여준다. 18세기에 민족주의가 출현하면서 점잖은 고결함이라는 가치가 확립하게 되었고, 이 개념은 섹슈얼리티에 대한 인식에도 영향을 준다. 이 책의 주요 연구 대상은 독일 남성()이다. 왜냐하면 독일에서 민족사회주의(National Socialism)의 이름으로 독일인의 섹슈얼리티를 관리하고 통제하려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민족사회주의는 여러 개의 이름으로 알려졌는데, ‘국민사회주의’, ‘국가사회주의가 있으며 가장 잘 알려진 이명은 나치즘(Nazism)이다.

 

초조한 마음이 발표된 1939년은 나치즘이 득세하던 시기다. 나치즘은 남성의 우정과 유대 관계를 중요하게 여겼고, ‘고결한 명예와 여성을 지배하는 남성의 권위를 정당화했다. 따라서 민족주의의 출현과 함께 형성된 독일 남성성은 단지 독일 남성을 정의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고결하지 않은여성과 장애인을 사회의 주변 구성원으로 규정되게 했다.

 

나치즘 시대에 가장 칭송받은 존재는 군인이다. 독일 군인은 국가에 충성하고, 열정을 통제하는 이성을 갖춘 남성성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초조한 마음의 시대적 배경은 제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기 전이다. 그러나 소설에 묘사된 독일 군인들은 나치즘 시대에 활동한 독일 군인들의 모습과 비슷하다. 군인들은 자기들끼리 모여서 여성 장애인 에디트와 그녀의 가족을 조롱하면서 유대감과 결속력을 다진다. 유럽 전역에 민족주의가 크게 유행한 적이 있어서 나치즘이 나타나기 전부터 이미 고결한 남성성은 만들어졌다. 민족주의는 남성성을 강화하고, 섹슈얼리티를 통제하는 수단이 된다. 두 번의 세계 대전은 민족주의의 전성기다. 민족주의는 전쟁을 통해 더욱 강화되면서 피를 부르는 파시즘과 인종주의로 변질한다.

 

호프밀러는 군인이지만, ‘고결한 남성성을 강조하던 사회적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한다. 하지만 에디트의 약혼 사실을 부정한 호프밀러의 행동은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그는 자신의 명예를 지키려고 자살을 생각했다. 허울뿐인 자신의 고결한 명예말이다. 자신의 행동 때문에 여러 번 손상된 에디트의 명예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Trivia

 

내셔널리즘과 섹슈얼리티는 정말 좋은 책이지만, 고쳐야 할 오식과 오류가 몇 개 보인다.

 

 

* 20쪽 역주에 영국의 역사가 해롤드 니콜슨(Harold Nicolson)의 생몰 연도가 ‘1886~?’으로 표기되어 있다. 니콜슨은 1968년에 세상을 떠났다.

    

 

* 21쪽 역주    

포드 마도스 포드 포드 매덕스 포드(Ford Madox Ford)

 

 

* 68

  윌리엄 2의 궁정에서 작곡과 피아노 연주를 했던 독일의 오일렌부르크(Philipp Count zu Eulenburg) [생략]

 

독일의 황제 빌헬름 2(Wilhelm II)로 써야 한다. 윌리엄 2(William )는 영국 노르만 왕조의 왕이다.

 

 

* 161

델라크루아 들라크루아(Delacroix)

 

 

* 183

디데로 디드로(Diderot)

 

 

* 191

이반 블로취 이반 블로흐(Iwan Blo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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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03-12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엔 직업 정신(?)을 발휘해서
눈에 불을 켜고 오탈자를 찾곤 했으나
수년 전부터 관두었습니다. 귀찮아서요...

뭐 보상이 따르는 것도 아니고 응당
출판사가 해야할 일을 굳이 내가...

개인적으로 보면 특히 연도에 참 신
경을 쓰지 않는 것 같더라구요.

cyrus 2020-03-12 20:22   좋아요 0 | URL
맞아요. 리뷰에서 오탈자 지적하는 내용 쓸 때가 정말 귀찮아요. 오탈자를 열심히 찾아봤자 출판사의 반응은 없고, 피드백도 느린 편이에요.
 
제인 에어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0
샬럿 브론테 지음, 유종호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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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늘날 제인 에어는 자기 결정권과 욕망을 발현하는 여성을 내세운 근대 소설로 평가받는다. 소설에서 에드워드 로체스터(Edward Rochester)신 존(St. John)은 제인의 결혼 상대자로 나온다. 이 둘 중에 누굴 선택할지 고민하는 제인의 모습은 당시 19세기 영국 사회의 여성들과 다르다. 하지만 당돌한 제인도 시대적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다. 제인 로체스터가 된 제인은 자신을 남편의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 된 여자라고 말한다(2424).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는 표현은 성경의 창세기에 나오는 구절이다. 기독교는 이 구절을 근거로 여성을 남성의 파생적 존재로, 그리고 남성에게 종속된 존재로 해석한다. 결국 제인 로체스터의 이 발언은 로체스터의 온갖 구애를 뿌리치려고 난 새가 아니에요(I’m no bird, 233)라고 당당하게 외친 제인 에어의 말을 무색하게 한다. 그렇지만 모순된 주인공의 모습을 설정한 것에 대해 작가인 샬럿 브론테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없다. 샬럿은 남녀 주인공이 결혼하는 결말을 원하는 독자들의 요구에 못 이겨 지금의 결말을 쓰게 됐다.

 

제인 에어2권에 주목해야 할 인물은 당연히 버사 앙투아네트 메이슨(Bertha Antoinetta Mason)이다. 후대에 이 인물이 다시 평가받으면서 제인 에어제국주의적 관점이 반영된 텍스트라는 비판에 직면한다. 제인 에어에 대한 비판적 분석은 제인 에어번역본의 역자 해설이나 제인 에어의 전문가 서평 또는 독자 서평에 자주 언급된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그 내용을 길게 언급하지 않겠다. 이미 누군가가 언급한 작품 평과 해석을 그대로 옮겨 쓰는 것은 시간 낭비다.

 

이번 서평도 어제 쓴 서평의 형식과 마찬가지로 소설의 주변 인물을 소개하면서 내 나름대로 그 인물을 분석하는 방향으로 작성했다. 내가 제인 에어2권을 읽으면서 주목한 인물은 손필드(Shonfield) 저택에서 일하는 하녀 그레이스 풀(Grace Poole)이다.

 

손필드의 주인은 로체스터다. 제인은 로체스터가 보살피고 있는 프랑스 출신 소녀 아델러 바랭스(Adèle Varens)의 가정교사가 된다. 로체스터는 과거에 프랑스의 오페라 무희와 사귄 적이 있다. 이 무희의 딸이 바로 아델러다. 그러나 로체스터는 아델러를 자신의 친딸로 인정하지 않는다. 몇 년 후 오페라 무희는 이탈리아인 음악가에게 사랑에 빠져 딸을 버리고 이탈리아로 떠난다. 로체스터는 아델러를 부양해야 할 의무는 없지만, 졸지에 고아가 된 그녀를 영국으로 데려와 키운다.

 

제인은 손필드에 도착한 첫날에 저택 내부를 둘러본다. 혼자서 저택 복도를 걷다가 기묘한 웃음소리를 듣는다. 제인은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웃음소리에 기겁한다. 그녀는 저택 관리인으로 일하는 페어팩스 부인(Mrs. Alice Fairfax)에게 이 웃음소리를 낸 사람이 누군지 묻는다. 부인은 술에 취한 그레이스 풀의 웃음소리라고 말하면서 그레이스에게 시끄럽다고 지적한다. 제인은 그레이스의 외모를 험상궂은 못생긴 얼굴이라고 평가한다.

 

제인은 나사 하나 빠진 것 같은 저 못생긴 그레이스가 어째서 손필드에 지내는지 의심한다. 그런 와중에 로체스터의 침실에 화재가 일어난다. 제인이 도와준 덕분에 로체스터는 목숨을 구한다. 제인은 화재를 일으킨 범인으로 그레이스를 지목한다. 왜냐하면 화재가 일어났던 밤에 그녀는 또 한 번 그레이스의 웃음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로체스터는 제인의 생각에 동의하지만, 그레이스를 쫓아내지 않는다. 제인은 로체스터의 반응을 이상하게 생각하지만, 로체스터의 결혼 상대자로 알려진 블랑슈 잉그램(Blanche Ingram)이 등장하면서 제인의 합리적 의심은 잊힌다.

 

손필드에 로체스터의 친구라고 밝힌 리처드 메이슨(Richard Mason)이 나타난다. 그는 누군가에게 습격을 받아 크게 다친다. 끔찍한 일이 일어난 메이슨의 방에 들어간 제인은 그곳에서 그레이스의 웃음소리를 듣는다. 제인은 그녀가 메이슨을 죽일려고 한 살인자라고 생각한다. 여기까지 언급된 줄거리는 제인 에어1권에 나온다.

 

레이스의 등장 빈도는 높지 않다. 제인과 그레이스가 대화하는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그 장면을 제외하면 그레이스는 대사가 거의 없는 공기같은 인물이다. 그레이스는 주로 제인의 서술을 통해서 언급되는데, 제인은 그레이스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일관되게 묘사한다. 그래서 제인의 흥미진진한 서술에 제대로 몰입한 독자는 그레이스를 기괴하고 위험한 인물로 바라보게 된다.

 

하지만 2권에 버사 메이슨의 정체가 알려지게 되면서 제인과 독자들이 함께 씌운 그레이스의 오명은 벗겨진다. 버사는 서인도 제도 출신의 혼혈인으로 로체스터와 결혼하여 영국으로 건너온다. 그러나 그녀는 고향과 너무나 다른 날씨와 언어, 문화에 적응하지 못한다. 버사에 대한 사랑이 식어버린 로체스터는 그녀의 심정을 알지 못한다. 결국, 몸과 정신이 완전히 피폐해진 버사는 미쳐 버린다. 로체스터는 자신이 미친 여자와 결혼했다면서 후회한다. 그는 새로운 여성과 결혼하고 싶어서 버사를 손필드에 감금한다. 그 후로 버사는 십년 동안 손필드에 갇혀 지낸다.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난폭해진 버사를 보살피는 유일한 사람이 그레이스다. 기괴한 웃음소리의 주인공, 로체스터의 침실에 화재를 일으킨 사람, 그리고 자신의 친오빠를 공격한 사람 모두 버사이다. 그녀는 술에 취해 잠든 그레이스의 감시를 피해 방을 탈출하고, 저택 내부 이곳저곳 돌아다닌다. 한 번은 버사가 제인의 침실에 들어온 적이 있다. 제인은 로체스터와의 결혼식에 착용하려고 한 베일을 갈기갈기 찢는 버사를 목격한다. 로체스터가 숨겨온 비밀을 안 제인은 결혼을 포기하면서 손필드를 떠난다.

 

로체스터는 버사를 교활하고 근성이 나쁜 미친 여자(2144)라고 비난한다. 제인 에어를 로맨스 소설로 인식한 독자는 남자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 동정하는 반응을 보인다. 그래서 버사는 제인과 로체스터의 사랑을 방해하는 부정적 인물로 평가받아 왔다. 하지만 이제는 버사에 대한 독자들의 시각이 달라졌다. 로체스터의 무책임한 행동과 발언, 그리고 버사를 정신이 이상한 혼혈인 여성으로 묘사한 작가의 인종차별적 글쓰기를 비판하는 평이 많아졌다. 실제로 샬럿 브론테는 버사를 편파적으로 묘사한 점에 대해 반성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버사 다음으로 소설에서 줄곧 부정적인 인물로 그려진 그레이스를 잊어선 안 된다. 제인의 서술에 너무 따라가지 않고, 그레이스의 행보에 주목하면서 소설을 읽는다면 제인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제인은 그레이스를 위험인물로 오해한 것에 대해 일말의 반성을 하지 않는다. 또 그레이스가 로체스터의 명령을 거부하지 못한 채 십 년 동안 버사를 보살핀 노고를 언급하지 않는다. 버사는 몸집이 크고, 로체스터와 리처드 메이슨을 넘어뜨릴 정도로 힘이 세다. 그레이스는 그런 버사를 무려 십 년 동안 혼자 보살폈다! 소설에서는 버사의 과거에 대한 내용이 나오지만, 그레이스의 과거는 언급되지 않는다. 로체스터는 그레이스를 그림스비 정신 병원에서 구했다고 말하는데(2권 144쪽), 이것이 그레이스의 이력을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설명이다. 그레이스를 언급한 로체스터의 말이 애매모호하다. 그레이스는 정신 병원에 있던 환자였을까, 아니면 그곳에서 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을 돌본 경험이 있는 간호 직원이었을까. 아무래도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정신병원에 일한 경력이 있는 그레이스도 혼자서 버사를 십 년 동안 보살피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레이스가 매일 술을 마신 이유를 생각하면 그녀의 노동이 고된 일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녀도 이 지긋지긋한 일을 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보다 신분이 높은 고용인 로체스터의 명령을 거부하기 힘들 것이다. 하녀 일을 그만 두면 당장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 테니까. 따라서 그레이스를 주인의 명령에 순순히 따르는 수동적인 인물로 볼 수 없다.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신분에 속한 그레이스에게는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힘든 일을 맡은 것이다.

 

손필드가 화재로 인해 잿더미가 되면서 로체스터가 고용한 하녀와 하인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진다. 아마도 손필드에서 일하던 사용인들은 다른 직업을 알아보거나 또 다른 귀족의 집에서 일하고 있을 것이다. 손필드를 떠난 사용인 중에 그레이스도 포함되어 있을 텐데 매정하게도 제인은 손필드를 떠난 그녀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언급하지 않는다. 그레이스는 제인의 관심 밖에서 완전히 멀어진 인물이다. 끝내 그레이스를 외면한 제인의 반응은 빈민층의 삶에 무관심한 채 여권 신장을 주장한 부르주아지 여성(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한 19세기 자유주의 페미니스트)의 한계로 해석할 수 있다. 제인 에어를 감명 깊게 읽은 대부분의 독자는 그레이스 풀이 누구였더라?’하면서 생각하거나 소설에서 비중이 적은 못생긴 알코올 중독자로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 독자들은 그녀가 입에 술을 달면서 살아가게 만든 원인을 생각해봐야 한다. 소설에 드러나지 않은 그녀의 극심한 스트레스를 이해해야 한다그레이스 풀은 소설에서 잠깐 스쳐 나가는 엑스트라’가 아니다. 그녀는 19세기 영국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계층, 즉 계급 사회의 맨 밑바닥에 있는 인물이다.

 

 

 

 

 

Trivia

 

 

* 229

 

당신은 어딘가 나하고 닮았다고 생각하지 않소, 제인?”

이제는 아무런 대답도 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가슴속이 벅찼다.

왜냐하면.” 그가 말했다. “나는 가끔 당신에게 대해 이상한 느낌이 들 때가 있소. 특히 지금처럼 당신이 나와 가까이 있을 때 말이오. 마치 내 왼편 갈비뼈 밑 어딘가에 끈이 하나 달려 있어서, 그것이 당신의 그 조그만 몸뚱이의 오른편 갈비뼈 밑에 달려 있는 똑같은 과 풀리지 않은 풀리지 않게 꼭 매어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요.”

 

똑같은 끝똑같은 끈(similar string)의 오식이다.

 

 

 

* 259

 

선생님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아침저녁으로 마나를 주워올 테다. 달나라의 들판이나 산기슭에는 마나가 하얗게 깔려 있단다, 아델러.”

 

만나(manna)라고 써야 한다. 만나는 모세(Moses)와 함께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사람들이 광야에 굶주려 있을 때 신이 내려준 양식이다.

 

 

 

* 2141

 

  “서인도식 얄팍한 칸막이벽은 그녀의 늑대와 같은 아우성 소리를 막아낼 장애물 구실을 별로 하지 못했던 것이었소.”

 

아우성의 ()소리를 뜻하는 한자이다. 아우성 소리는 겹말이므로 아우성이라고 쓰는 게 맞다.

 

 

 

* 2148

 

셀린 바랭 셀린 바랭스

 

 

 

* 2208

 

세이트 세인트 존

 

사실 세인트 존은 오역이다. 성인이 아닌 인물 이름 앞에 있는 ‘St.’세인트라고 발음하지 않는다. ‘신’으로 발음한다.

 

 

 

* 2238

 

아아멘 아멘

 

 

    

* 2권 381쪽

 “그분은 인젠 폐인이나 마찬가집니다. 장님인데다 불구자죠.”

 

인젠인제의 오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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