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해한 현대시를 읽으면 고통스럽다. 읽으면 읽을수록 머리가 아프다. 안 읽으면 그만이지 시간을 낭비하면서까지 어려운 시를 읽느냐고 할지 모르겠다. 시를 읽고 싶은 호기심, 현대시를 알고 싶은 욕구 때문에 자꾸 시를 읽으려고 한다. 물론 의미가 불분명한 문장으로 꾸며놓은 시는 보고 싶지 않다.

    

 

 

 

 

 

 

 

 

 

 

 

 

 

 

 

 

 

* 로트레아몽, 윤인선 옮김 말도로르의 노래(달섬, 2020)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말도로르의 노래(문학동네, 2018)

 

    

 

로트레아몽(Lautreamont)의 산문시 말도로르의 노래(Les Chants de Maldoror)는 난해한 현대시로 유명하다. 주인공 말도로르가 저지르는 온갖 악행과 신성모독에 대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말도로르의 노래는 초현실주의에 영향을 준 현대시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현대의 독자들은 이 작품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단번에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지나치게 과장된 문장들은 독자의 인내심을 시험한다. 로트레아몽은 종종 불어사전에 없는 단어를 썼는데,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글쓰기 방식은 로트레아몽을 전공한 불문학자들의 진땀을 빼게 한다. 우리말로 번역하기 힘든 단어나 문법이 맞지 않는 문장(로트레아몽이 의도적으로 썼을 가능성이 높다)은 번역자들을 괴롭힌다.

 

말도로르의 노래완역본 2종을 비교하면서 읽으면 로트레아몽의 문장이 얼마나 어려운지 느낄 수 있다.

 

    

 

* 원문

Fatigué de la vie, et honteux de marcher parmi des êtres qui ne lui ressemblent pas, le désespoir a gagné son âme, et il s’en va seul, comme le mendiant de la vallée.

 

* 생활에 지치고, 그와는 닮지 않은 존재들 사이에서 걷는 게 부끄러워, 그는 절망에 빠졌다. 그래서 그는 계곡의 걸인처럼 홀로 죽어 가고 있다. (윤인선 옮김, 83)

 

* 삶에 지치고, 자기와 닮지 않은 존재들 사이로 걷는 것이 부끄러운 나머지, 절망이 그의 영혼을 짓눌러, 그는 계곡의 걸인처럼 홀로 간다. (황현산 옮김, 77)

 

 

인용문의 말도로르의 노래 두 번째 노래’ 7절에 나오는 양성(兩性) 인간이다. 두 개의 문장은 속세에 거리를 두는 양성 인간의 모습을 묘사한 내용이다. 그런데 첫 번째 문장을 번역한 윤인선은 양성 인간이 쓸쓸하게 죽어 간다는 식으로 번역했다. 그녀는 동사 ‘va’를 잘못 번역했다. ‘va’떠나다’, ‘가다를 뜻하는 ‘aller’3인칭 단수형이다. ‘양성 인간이 홀로 간다라고 번역한 황현산의 문장이 맞다. 두 번째 노래’ 7절 전체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양성 인간은 죽지 않는다.

 

 

    

 

* 원문

Écoutez les pensées de mon enfance, quand je me réveillais, humains, à la verge rouge.

 

* 나의 어린 시절, 내가 빨간 채찍에 맞아 잠을 깨곤 했을 때, 인간들이여, 그때 내가 한 생각을 들어 보라. (윤인선 옮김, 112~113)

 

* 내가 어린 시절에 잠에서 깨어나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들어보라, 음경이 빨간 인간들아. (황현산 옮김, 102)

 

 

두 번째 노래’ 12절에 나오는 첫 문장의 일부이다. ‘verge’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단어인데, 막대 또는 채찍을 뜻한다. ‘verge’음경을 뜻하기도 한다. 이 문장을 우리말로 번역하기가 까다로워 보인다.

 

 

 

 

* 원문

Quel ne fut pas son étonnement, quand il vit Maldoror, changé en poulpe, avancer contre son corps ses huit pattes monstrueuses, dont chacune, lanière solide, aurait pu embrasser facilement la circonférence d’une planète!

 

* 낙지로 변한, 말도로르가, 창조주의 몸에다 자신의 흉측한 여덟 개의 발을 뻗치는 것을 창조주가 보았을 때, 그의 놀라움은 얼마나 컸을 것인가! 견고한 가죽끈 같은, 그 각각의 낙지발은 쉽게 하나의 유성 둘레를 감쌀 수 있었을 것이다. (윤인선 옮김, 134)

 

* 녀석의 놀라움이 얼마나 컸을까, 말도로르가 낙지로 둔갑해, 하나하나가 질긴 가죽 끈이어서 행성 하나쯤은 어렵잖게 둘러 감을 수도 있을 그 흉물스러운 여덟 개의 다리를 제 몸뚱이 쪽으로 뻗는 것을 제 눈으로 보았으니. (황현산 옮김, 112)

 

 

말도로르는 각종 동물로 변신하면서 자신의 폭력성을 드러낸다. ‘planète’도 앞서 언급한 verge’처럼 뜻이 많은 단어다. 행성과 유성뿐만 아니라 지구, ‘세계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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