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Garcia Marquez)의 《One Hundred Years of Solitude》(약칭 ‘백 년’) 번역본 2종(문학사상사, 민음사)의 번역 비판에 대한 두 번째 글이다. 주요 내용은 민음사 판 《백 년》 2권 전체 본문과 이에 해당되는 문학사상사 판 《백 년》 본문 속에 발견한 오역 문장과 오류들이다.
* 가르시아 마르케스, 안정효 옮김 《백년 동안의 고독》 (문학사상사, 2005)
* 가르시아 마르케스, 조구호 옮김 《백년의 고독》 (민음사, 2000)
5
* 안정효 씨는 아우렐리아노 세군도(Aureliano Segundo)의 딸 레난타 레메디오스(Renata Remedios)의 애칭 메메(Meme)를 ‘레메’로 잘못 썼다.
6
* 원문
A while later, faced with a new attempt by the workers the lawyers publicly exhibited Mr. Browns death certificate, attested to by consuls and foreign ministers which bore witness that on June ninth last he had been run over by a fire engine in Chicago.
* 문학사상사 335쪽
다시 얼마 있다가 노무자들이 또 들고 일어나려고 하자, 변호사들은 두 나라의 영사관과 외무부의 공증까지 받은 미스터 브라운의 사망확인서를 공개하였는데, 그 사망확인서에는 미스터 브라운이 시카고에서 불자동차에 치여 지난 7월 9일에 죽었다고 적혀 있었다.
→ 날짜가 잘못 적혀 있다. 정확한 날짜는 ‘6월 9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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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사상사 358쪽
아폴로 신의 거상(巨像,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로 에게 해의 로데스 항구에 있음―역주)
→ Colossus of Rhodes: ‘로도스’라고 표기해야 한다. 아폴로 신의 거상은 현존하지 않으며 로도스 항구(로도스 섬)에 세워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에게 해의 로도스 항구에 있음’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
민음사 판 2권 174쪽에 ‘로다스 섬의 거인’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 표현 또한 오역이다. 정확한 명칭은 ‘로도스 섬의 거상’이다.
8
* 원문
They found her dead on the morning of Good Friday. The last time that they had helped her calculate her age, during the time of the banana company, she had estimated it as between one hundred fifteen and one hundred twenty-two.
* 민음사 판 2권 203쪽
우르술라는 죽은 몸으로 성 목요일 아침을 맞이했다. 바나나 회사가 있던 시절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마지막으로 그녀의 나이를 계산해 보았는데, 그 당시 그녀가 백열다섯 살에서 백스물 살 사이라고 결론지었었다.
→ 성 목요일(Maundy Thursday)은 예수가 겟세마네 동산(Gethsemane)에서 체포된 날이다. 성 금요일(Good Friday, 수난일: 십자가형을 받은 예수의 죽음을 기념하는 날) 전날이다. 우르술라가 사망했을 때 그녀의 나이는 ‘백스물 살’이 아니라 ‘백스물 두 살’이다.
9
* 원문: Isaac the Blindman
* 문학사상사 406쪽
장님 이삭
역주: 구약성서에 나오는 장님 이삭
* 민음사 판 2권 236쪽
장님 이사악
역주: 동로마 제국의 황제(1155~1204)
→ 장님 이삭에 대한 두 역자의 설명이 다르다. 둘 중에 뭐가 맞는지 필자는 잘 모르겠다. 민음사 판 2권 236쪽 역주에 언급된 ‘동로마 제국의 황제’는 이사키오스 2세 앙겔로스(Isaac II Angelos)를 가리킨다. 그의 출생연도는 불분명해서 1156년으로 추정하는 사람도 있다. 이삭과 이사키오스 2세 모두 말년에 장님이 되었다.
10
* 원문
When he rode the bicycle he would wear acrobats tights, gaudy socks, and a Sherlock Holmes cap, but when he was on foot he would dress in a spotless natural linen suit, white shoes, a silk bow tie, a straw boater, and he would carry a willow stick in his hand.
* 문학사상사 420쪽
그는 자전거를 탈 때면, 곡예사의 흘태바지에 알록달록한 양말을 신고 셜록 홈즈의 모자를 쓰고 다녔지만, 걸어 다닐 때에는 티끌 하나 없는 단정한 양복에 흰 구두를 신고 비단으로 만든 나비넥타이에 밀짚모자를 쓰고 손에는 버드나무 단장을 짚고 돌아다녔다.
* 민음사 판 2권 254쪽
그는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닐 때는 곡예사 바지에 백파이프 연주자들이 신는 양말을 신고, 탐정들이 쓰는 모자를 썼으나, 걸어 다닐 경우에는 말끔하게 손질한 생 아마포 옷에 흰 구두를 신고, 비단 나비넥타이를 매고, 맥고모자를 쓴 차림으로 버드나무 단장을 들고 다녔다.
→ gaudy: 천박한, 촌스러운, 요란스러운, 번지르르한
→ 인쇄가 잘못된 건지 아니면 안정효 씨가 잘못 적은 건지 알 수 없지만, ‘흘태바지’가 아니라 ‘홀태바지(통이 매우 좁은 바지)’라고 써야 한다.
→ 영문판에는 ‘백파이프 연주자들이 신는’이라는 번역문에 해당되는 표현이 없다. 그렇다면 스페인어로 쓰인 책에 ‘백파이프 연주자들이 신는’이라는 표현이 있을 수 있다. 필자가 스페인어 판을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뭐가 맞는 번역인지 판단하지 않았다.
→ 그런데 조구호 씨는 ‘Sherlock Holmes cap’을 ‘탐정들이 쓰는 모자’라고 엉터리로 번역했다. ‘Sherlock Holmes cap’은 셜록 홈스가 써서 유명해진 모자(원래는 사냥꾼들이 즐겨 쓴 모자)다. 탐정들은 홈스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모자를 쓰고 다니지 않는다.
11
* 문학사상사 428~429쪽 (본문 아님)
아우렐리아노 바빌로니아(Aureliano Babilonia)와 함께 토론하는 네 명의 친구 중 한 사람의 이름이 ‘게르만(Germán)’이라고 되어 있다. 스페인어로 된 소설이기 때문에 스페인어 발음에 가까운 ‘헤르만’으로 표기해야 한다(민음사 판본 2권 267~268쪽).
12
* 원문
Aureliano put him up several times in the silver workshop, but he would spend his nights awake, disturbed by the noise of the dead people who walked through the bedrooms until dawn. Later he turned him over to Nigromanta, who took him to her well-used room when she was free and put down his account with vertical marks behind the door in the few spaces left free by Aurelianos debts.
* 문학사상사 431쪽
아우렐리아노가 은세공 작업실에 몇 차례 그의 잠자리를 마련해 준 일도 있었는데 그는 새벽까지 집 안을 배회하는 죽은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에 불안해져서 뜬눈으로 밤을 꼬박 새우곤 했다. 나중에는 그를 니그로만타에게 맡겨두었는데, 그녀는 손님이 없어 한가할 때면 그를 자기가 주는 쓰는 방으로 불러들여서 즐겁게 해주고는 그에게 외상으로 봉사해 준 계산을 기록해 두기 위해서 손톱으로 아우렐리아노의 빚을 기록한 자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다 새로운 손톱 장부를 마련했다.
→ vertical mark: 세로 줄
→ 원문을 우리말로 해석하는 게 쉽지 않다. 어쨌든 ‘손톱’과 ‘손톱 장부’는 오역으로 보인다.
13
* 원문
She was irresistible, with a dress she had designed and one of the long shad-vertebra necklaces that she herself had made.
* 문학사상사 432쪽
손수 지은 드레스를 입고, 청어 뼈를 모아서 만든 기다란 목걸이를 걸친 그녀의 모습은 정말로 매혹적이었다.
* 민음사 판 2권 270쪽
스스로 디자인한 의복을 입고, 송어 척추 뼈로 직접 만든 길다란 목걸이를 걸치고 있는 그녀는 저항하기 어려운 매력을 갖추고 있었다.
→ shad: 청어
→ vertebra: 척추 뼈
→ 청어는 청어과에 속한 물고기이며 송어는 연어과에 속한 물고기다.
14
* 원문
There was a big white dog, meek and a pederast, who would give stud services nevertheless in order to be fed.
* 문학사상사 435쪽
그곳에는 또한 먹이를 얻으려고 수컷 노릇을 하는 하얀 암캐도 있었다.
* 민음사 판 2권 274쪽
동성애를 했지만 먹고 살기 위해 종견(種犬) 노릇을 하던 유순한 성격의 흰 수캐 한 마리도 있었다.
→ meek: 온순한, 유순한
→ pederast: (젊은 소년을 대상으로 한) 남색에 빠진 사람
→ stud: 종마(種馬)
15
* 원문
Years before, when she had reached one hundred forty-five years of age, she had given up the pernicious custom of keeping track of her age and she went on living in the static and marginal time of memories, in a future perfectly revealed and established, beyond the futures disturbed by the insidious snares and suppositions of her cards.
* 문학사상사 436쪽
여러 해 전에 그녀는 백마흔 살이 되었는데, 그때부터는 자기의 나이를 헤아리려는 헛된 버릇을 버리고 정체된 추억 속에서 여분의 삶을 살아가면서, 카드가 예시한 내적인 고뇌에 찬, 이미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살아버린 것이나 다름없는 여생을 보내고 있었다.
→ 정확한 번역은 ‘백마흔 다섯 살’이다.
16
* 원문
Collons, he would curse. I shit on Canon Twenty-seven of the Synod of London.
* 문학사상사 442쪽
“우라질!” 그는 욕설을 퍼부었다. “전부 엿이나 먹어라.”
* 민음사 판 2권 283쪽
「제기랄, 런던 종교회의에서 승인된 교회법 27항에 똥을 처발라 버려야겠어.」
→ 의역문(안정효)과 직역문(조구호)의 차이
17
* 원문
Three months later they received in a large envelope twenty-nine letters and more than fifty pictures that he had accumulated during the leisure of the high seas.
* 문학사상사 443쪽
석달이 지난 후, 그들은 카탈루냐의 할아버지가 항해를 하는 동안 심심할 때면 틈틈이 써서 모아둔 27통의 편지와 50장이 넘는 예쁜 사진이 들어 있는 커다란 봉투를 하나 받았다.
→ 오역. 정확한 번역은 ‘29통의 편지’다.
18
* 원문
He sold everything, even the tame jaguar that teased passersby from the courtyard of his house, and he bought an eternal ticket on a train that never stopped traveling.
* 문학사상사 444쪽
그는 집 앞마당에 묶어놓고 길들여, 지나가는 사람들을 놀려먹던 표범을 포함한 가지고 있던 모든 것들을 팔아치우고는 영원히 내리지 않는 차표를 사서 기차를 타고 떠나갔다.
* 민음사 판 2권 286쪽
그는 집 마당에서 행인들을 놀리곤 하던 우리 속의 호랑이까지 모든 것을 다 팔아 종점이 없는 열차의 평생 탑승권을 샀다.
→ 재규어(jaguar)는 아메리카 대륙에만 서식하는 동물이라 ‘아메리카 표범’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퓨마(Puma)의 이명이 ‘아메리카 표범’이다. 재규어, 표범(Leopard), 퓨마 모두 고양잇과 동물이다. 간혹 재규어와 표범을 동일한 종으로 보는 사람이 있다. 재규어와 표범을 구분하는 방법은 얼룩무늬 형태다. 나무위키의 ‘재규어의 명칭’ 항목의 설명에 따르면 남아메리카 국가에서는 재규어를 호랑이(tigre)라고 부른다. 스페인어 ‘tigre’의 뜻은 호랑이와 재규어다(네이버 스페인어 사전 참조).
에필로그
다시 검토해야 할 번역문들이 더 있다. 하지만 필자의 부족한 외국어 독해 실력으로 할 수 없는 일(정확히 말하면 해선 안 되는 일이다)이라 이 글에서 제외시켰다. 번역문을 제대로 검토하려면 스페인어 판본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그러므로 《백 년》 번역본 2종을 비교 검토한 이 두 편의 글은 반쪽짜리 작업의 결과물이다. 당연히 번역문을 지적한 필자의 견해가 미흡하고 틀릴 수 있다. 필자가 쓴 두 편의 글에 대한 비판은 언제든지 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