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나는 공부를 못했다. 뭐 대학시절만 못했겠나. 고등학교때도 못했다. 음..잘했던 때가 있긴했는데, 남들 다 잘하는 초등학교때가 그랬다. 좋은 시절이었다.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이쁘고 성격도 활발해서 전교에서 나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던, 그런 시절이었다. 남자아이들은 곧잘 따라와서 집앞에서 크게 내 이름을 부르며 나오라고 하기도 했고, 다른 반 남자아이가 와서 나 좋다고 내 얼굴 보고 가기도 했다. 좋은 시절이었다. 선생님들은 나를 예뻐했고 나는 어디를 가나 인기만점의 똑똑하고 예쁜 학생이었다. 잘난 시절이었다. 음... 그러나 사람은 어떻게 성장할지 아무도 알 수 없어...중학교에 진학하고 나자 내 앞에 앉은 아이가 나를 돌아보며 '우리 학교에 너랑 이름 똑같은 애가 있었는데 걔는 예쁘고 공부도 잘하고 달리기도 잘하고 남자애들한테 인기도 많은 애였어' 라더라. 그래서 나는 '그게 나야' 라고 했다. 그러자 그 아이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니가???????????????

고등학교 때는 교복 안에 초록색 체육복을 입고 왔다갔다하다가 아빠를 만났는데, '널 아는 척 하고 싶지가 않았다' 라고 고백하셨다. 


아빠...


좋은 시절이었다.


이십대 중반에 그 동창 찾아주는 사이트로 초등학교 동창 남자 아이를 한 번 만났는데 술 마시며 얘기를 하다가 그러더라. '너 남자애들한테 인기도 많고 공부도 잘하는 아이었는데.....'


응?

근데?

왜 그렇게 말을 끝내?



...................


그 후로 나는 동창찾기 사이트에 한 번도 들어가지 않았다. 과거는 과거대로 묻어두자...고 새삼 결심했다. 저녀석도 만나는 게 아니었는데..그간 다른 아이들이 만나자는 거 잘 피해왔는데 내가 미쳤지 왜 나갔었나....그 후론 연락도 씹었다. 아 나의 과거여...



이십대 중반에 사귀던 남자친구에게 어릴적 사진을 몇 장 보여준 적이 있었다. 다 본 후에 남자친구가 그러더라. "그 후에 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거니?"



..................................

씨발...





아 나 이런 얘기 하려던 거 아니었는데, 공부 얘기 하다가 삼천포로 빠졌네. 그러니까 이게 그렇다. 나는 한글이나 워드 같은 데다가 써야할 글을 정리한 뒤에 옮기는 게 아니라 그냥 알라딘 페이퍼 쓰기 창을 열고 다다다다닥 쓰는 타입이라 그냥 머릿속에서 글이 막 나와가지고 원래 쓰려던 목적을 잊고 이렇게 자꾸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되는 거다. 어쨌든, 나는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었고, 대학시절에는 성적표에 한 번도 A를 받아본 적이 없는 거다. 그런데 그네누나의 성적표를 보노라니 우와- 싶어지는 거다. 저렇게 A 를 막 받다니...대단하구나!!!! 그런 한편 그런 생각이 드는 거다.


공부를 잘한다는 건....뭐지?



공부를 잘한다고 회사 일을 잘하는 게 아니고 공부를 잘한다고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확실히 알게 된 게, 공부를 잘한다고 정치를 잘하는 것도 아니라는 거다. 게다가 공부를 잘한다고해서 소통을 잘하느냐, 전혀 아니다. 공부는 단순히 머릿속에 지식을 넣는 일이다. 그 지식은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 있으면 누구나 넣을 수가 있다. 물론 집중력이라든가 아이큐라든가 하는 개인차에 의해서, 같은 시간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누군가는 100점을 받고 누군가는 40점을 받을 수 있겠지만, 어쨌든 앉아서 머리에 넣으려고 하면 넣을 수 있는 게 지식이란 거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인데, 단순히 내 머릿속에 지식이 많다고 해서 그 지식을 꺼내서 더 빠른 속도로 일을 하고, 더 나은 해결방법을 찾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거다. 지식이 많다고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게 아니라는 거지. 




나는 1학년 1학기때 학사 경고를 받았고... 8과목 들었는데 F 가 다섯개 D 가 세 개 였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정말이지 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성적표를 가지고 있다. 어제 시사인에서 저 성적표를 보는 순간 으응? 내 성적표와 나란히 놓고 싶어지는 거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공부는.. 뭐지?


여튼 나는 공부에는 전혀 소질이 없는 걸로. -0-

공부에 별로 소질이 없는데...나 안챙피하다!! 안챙피해!! 안부끄러워!!!

챙피해가 맞나요 창피해가 맞나요?


인생...




어제 술을 마셨기 때문인지, 오늘 아침 알람을 끄면서 '아웅, 오늘이 토요일이라 좋아, 안일어나도 돼' 했다. 그러다 갑자기 등골이 싸해지면서, 그렇지만 내 알람은 평일에만 설정해놨는데.....하고 차분하게 다시 생각해보니 금요일이더라. 아하하하하하하하. 인생..................인생은.. 뭐지? 



아, 인간은 왜 출퇴근을 반복하며 살아야 하나, 싶었다. 그냥 그렇게 살면 안되나. 자다가 먹다가 마시다가 음악 듣다가 섹스하다가 또 자다가 먹다가 섹스하다가 마시다가 노래도 부르다가... 그냥 그렇게만 살면 안되나.... 인생.......



그렇지만 그렇게 먹는 것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섹스하려면 콘돔 사야 하고, 마시려면 술 사야 하고, 호텔에 머물려면 호텔비 내야 하고...그러려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돈을 벌어야 되는거겠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런 거 안하고는 누릴 수가 없는 거겠지.....



인생..................

달콤한 순간을 즐기기 위해 노동을 담보로 하는 것이 인생인가...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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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족 2016-01-22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읽으셨을지 모르겠으나, `잠들면 안 돼, 거기 뱀이 있어`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다락방 2016-01-22 10:30   좋아요 0 | URL
오오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제가 잘 읽을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요.
그런데 별족님, 그 책을 제게 왜 추천하고 싶으신거에요?

별족 2016-01-22 13:42   좋아요 0 | URL
이상적인 삶에,대한 묘사때문에,요.

감은빛 2016-01-22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대학시절 학사경고 받았죠. 선동렬 방어률과 학점을 비교해야할 상황이었어요.

전 단 한번도 공부를 잘 한적은 없는듯해요. 늘 평균 수준이었죠.

학창시절엔 자랑할만한 시절은 없으나, 운동하면서 칭찬도 많이 받고, 인정도 많이 받았죠.

이런 천상 운동권이란 소리군요. 썩 좋은 것 같진 않은데요.

다락방 2016-01-22 10:32   좋아요 0 | URL
전 고등학교랑 대학교 시절 그리고 이십대 시절이 `없었던` 시절이라고 생각해요. 제게는 말이지요. 그 때를 통째로 들어내도 아무런 변화를 못 느낄 것 같달까요. 뭔가 30대가 되고나서부터 제가 저 다워지기 시작한것 같은데, 그렇지만 그 때를 들어낸다면 저는 또 지금의 제가 아니기도 하겠죠. 아하핫.

그렇지만 공부를 못한 제가 부끄럽지 않습니다! (단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Mephistopheles 2016-01-22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미녀는 공부와는 거리가 먼 겁니다.. 미녀 다락방님.

오거서 2016-01-22 09:58   좋아요 0 | URL
미녀는 잠꾸러기라잖아요 ^^

다락방 2016-01-22 10:33   좋아요 0 | URL
음.. 저는 미녀의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군요. 아하하하하

치니 2016-01-22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이제 약 8시간만 버티면, 2박3일의 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 힘을 내어 보아요!

다락방 2016-01-22 10:35   좋아요 0 | URL
네, 힘을 내야지요. 일단 두 시간 버티면 점심시간... 점심시간이 기다려져요. 꺅 >.<

다락방 2016-01-22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칠봉이가 이 페이퍼 읽고 전화했다. 술이 아직 덜 깬 채 쓴 글 같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 다 깼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고 말해놓고 두 줄 지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징가 2016-01-22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을 살아가는 건 삶에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공짜로 얻는 행복은 노력해서 얻는 행복만큼에 기쁨을 안겨주지 못하며 앞으로 일어날 일들 모르는 불확실성이 우리를 힘들게 하여도 그 불확실성 때문에 인생이 한번 살아 볼만한 가치가 있진 않은건지

다락방 2016-01-22 12:38   좋아요 1 | URL
민정식 님의 댓글은 [아르미안의 네 딸들]의 유명한 대사를 생각나게 하네요.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불안하기도 하지만 또 기대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 오늘을 살고 또 내일을 살기 위해 일정 부분의 힘겨움을 감수하는 거겠죠.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이라는 문장을 저는 아주 좋아합니다.

징가 2016-01-22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참고로 그네같은 저능아 때문에 기분상하지 않기를

다락방 2016-01-22 12:39   좋아요 0 | URL
그가 대통령이기 때문에 속상한 부분은 있죠, 분명히.

징가 2016-01-22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이다` 멋집니다 이 문장 ..

다락방 2016-01-23 17:35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저 만화책 읽고 기억나는 게 저 문장 뿐이네요. ㅎㅎ

초딩 2016-01-22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초딩이지만, 음 제 대학1년때 성적표랑 같으시네여 ㅋㅋㅋㅋㅋ

다락방 2016-01-23 17:35   좋아요 0 | URL
아, 저랑 같은 성적을...받으셨던 겁니까? ㅋㅋㅋㅋㅋ 반갑습니다!

clavis 2016-01-22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대학4학년때 4.5만점에 4.43받았는데 어떤 얼굴도 이쁘고 얼굴도 이쁜애가 4.5를 받는바람에 전액을 못받았어요

고3때 불어를 가 받았는데
담학기에 만회하려고 수 받고

대학1학년때c 두개때매 계절학기 들었는데 생리학과 물리학 둘 다 f받았어요

성적잔혹사인가요?
아님 인생총고해?
우어ㅠ

다락방 2016-01-23 17:35   좋아요 0 | URL
오, 저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점수를 받으셨군요! 저는 대학교 4학년 1,2 학기에 미친듯이 노력해서 결국 졸업할 때는 평점 2.0 으로 졸업했습니다.

인생...

clavis 2016-01-22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글을 읽는 내내ㅡ특히 초반부에 혼자서 읇조리던 말이 드디어 와락 얼굴을 내미니 깜짝 놀라기도하고 반갑기도 하고.

뮈 보태준거 인냐고 ㅇㅇ
저도 인생의 황금기 초딩시절 저를 알던 사람들이 중학시절 저를 못알아봐서 그심정알아요

다락방 2016-01-23 17:37   좋아요 1 | URL
인생의 황금기가 초딩시절이라니.. 흑흑 저는 중학교때는 재미있게 보냈다고 생각하는데 고등학교때부터 이십대 후반까지가 없었던 시절이었어요. 그리고 삼십대부터 다시 나타나 심지어 이제는 빛난다고까지 생각해요. 각자가 빛나는 순간은 다를텐데, 좀 더 젊었을 때 빛났다면 그건 그대로 좋았을테지만 저는 지금 이렇게 살아있음을 느끼는 게 무척 좋아요! 힛.

초딩 2016-01-22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래서 전 `초딩` 이라는 제 닉네임이 좋아요 ㅋㅋㅋㅋㅋㅋ 무척

다락방 2016-01-23 17:3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그 초딩에는 초딩님의 깊은 뜻이 담겨있는 것이로군요! 흐흐

clavis 2016-01-23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렇지요?
번쩍.하고 빛나는 순간^^

다락방 2016-01-28 12:04   좋아요 0 | URL
누구에게나 있지요. 힛 :)

뽈따구 2016-01-25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저도 대학교때 학점 3.0 한 번 넘어보자하고 일년동안 엄청 달렸거든요?
근데 그 일년동안 학점이 2.99, 2.99가 나온거예요! ㅠㅠ 휴......
그 뒤로 그냥 학점은 학점인걸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6-01-28 12:04   좋아요 0 | URL
아 뽈따구님..그런 안타까운 일이 ㅠㅠ
저는 4년 내내 2.99도 한 번 받아본 적이 없네요. 제일 잘했을 때가 2.8이었던 것 같아요. 아하하하하.

transient-guest 2016-01-28 0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점만 잘 받는 인간들이 망쳐놓은게 대한민국이라고 생각할 때가 있어요. 그리고 평생 공부못한 저도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ㅎ 끝으로 애비가 독재자면 미국대학교를 가도 A받을 수 있었을겁니다...(저 말고, 그네가요)

다락방 2016-01-28 12:06   좋아요 0 | URL
네. 어떻게 사느냐는 공부와는 사실 별 상관 없는 것 같아요. 지식을 우겨넣는다고 그 사람이 지혜로워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지식을 우겨넣는다고 대화가 잘 통하는 것도 아니고요. 공부를 잘하면 물론 좋겠지만, 공부를 반드시 잘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요. 늘 A 를 받았던 누군가 때문에 공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됐네요. 하하
 

지난번에 알라딘 박스에서 아직 책들을 꺼내지 않아서(응?) 그 박스 안에 무슨 책이 있는지 나도 잘 모른다. 머그컵만 쏠랑 빼서는 여동생 주었다. 그러니까 내게는 뜨거운 신간이 몇 권 배달되었을 터다. 그런데!! 이 책이 나왔다. ㅠㅠ
















힝 ㅠㅠ 그러면 나는 어쩔 줄을 몰라 ㅠㅠ 이 한 권만 또 급하게 사고싶어지는 그런 마음.. ㅠㅠ 저기 구석에 처박힌 박스는 어쩌고? ㅠㅠㅠ 힝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뭔가 신간 나오는 날을 정해놨으면 좋겠다. 매달 1일 이런 식으로. 그러면 그 날 기다렸다가 사게. 이게 뭐야 ㅠㅠ 가진 적립금과 중고 판 예치금 다 탈탈 털어서 장바구니 비워냈더니 이렇게 금세 읽고 싶은 책이 생기면 ㅠㅠ 인생..................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러니까 내가 일도 많은데 페이퍼나 쓰고있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우엇, 이 책 2월달에 친구가 준다고 했다. 구하라, 그러면 얻을 것이요. 꺅 >.< 씐나!! )




접힌 부분 펼치기 ▼

 

오늘날 페미니즘은 어떤 의미일까? 이 질문에 답하는 책이 출간되었다. 소설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는 페미니즘에 대한 온갖 오해를 단호하고도 위트 있게 반박하며 여성과 남성 모두를 페미니즘의 세계로 초대한다. 전통적인 성역할에 고착된 사고방식이 남성과 여성 모두를 짓누르고 있으며, 페미니즘을 통해 우리 모두가 더욱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역설한다. '모두를 위한 21세기 페미니스트 선언'이라 부를 만하다.

유튜브에서 250만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한 2012년의 TED×Euston 강연을 바탕으로, 2014년 미국에서 책으로 출간되었다. 스웨덴에서는 이 책을 전국의 모든 16세 고등학생에게 배부하여 성평등 교육의 교재로 삼기로 했고, 팝스타 비욘세는 강연의 일부를 자신의 노래에 샘플링했다. 저자는 남성과 여성 모두가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하는 이유를 명료하게 보여준다. 한국어판에는 강연 전문과 더불어 에세이 <여성스러운 실수>와 여성학자 자넬 홉슨이 진행한 작가 인터뷰를 함께 실어 읽을거리를 풍부하게 했다.

 

펼친 부분 접기 ▲



자, 저 책을 살지 말지는 조금 더 참아보고(!!)

혼불 10권으로 넘어가보자.
















아직 다 읽지 못한 혼불10권이지만, 이 10권은 작가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최대한 쏟아내고 있는 마지막 권이 아닌가 싶다. 우선적으로 지금 국정교과서가 똭- 생각나는 문장들이 나온다. 



"그래, 보통학교에서는 아예 조선의 역사와 지리는 가르치지 못하게 과목 자체를 없애 버렸고, 고등보통학교에서도 일본사와 일본 지리는 가르쳤지만, 조선의 역사와 지리는 아예 가르칠 수 없도록 교과 과정을 편성했잖아?"

그뿐 아니라, 보통학교 수신(修身) 교과서에는

"금상 천황폐하께서 내지의 인민도, 조선·대만의 인민도, 모두 친자식같이 여기시고 똑같이 사랑해 주시는 것, 참말로 감사합니다." 

라고 써서, 일본 천황과 일장기에 대하여 감사하고 복종하게 했다.

특히 이들은 대한제국 교과서 종류로서

"민족정신에 자극을 준다."

하여 '초등본 국역사지지(初等本 國歷史地誌)'와 '중등본 국역사지지' 그리고 '동국사략(東國史略)'이며 '여자 국문독본' '대한지지(大韓地誌)' '대한역사' 등을 비롯해서, 일반 교양도서인 '유년필독(幼年必讀)' '국민수지(國民須知)', 또한 신채호의 '을지문덕전' '이순신전'에 '면암집(勉庵集)'이나 번역서인 '월남 망국사' '파란(波蘭) 망국사' '미국 독립사' '애급 건국사' '의태리 삼걸전' '화성돈전(華盛頓傳)' 등, 한 나라의 독립과 건국의 역사나 이를 위해 활동한 위인들의 전기를 담은 책 삼십여 종, 수십만 권을, 서울로부터 각 지방에 이르는 책방과 개인 집안까지 모조리 뒤져 샅샅이 압수하고 불태웠으며, 이러한 책은 읽지도 간직하지도 못하게 판매금지 조치를 하였다. (p.23-24)



아....한문 까지 옮겨 적다가 페이퍼 쓰기를 포기할 뻔했어...하아...... 굳건한 의지로 이어나갔다.




읽어야 할 것, 읽지 말아야 할 것을 정해주고 그에 해당하는 것만 알아야 한다고 강제하는 것은 일제시대에만 있는 일이 아니었다. 지금도 이 나라가 그걸 하겠다고 하지 않는가. 그것을 잘했다고 생각해서 밀어부친다는 게 나로서는 놀랍기만 하다. 그들은 아직 혼불을 안읽어서 그런가?

그러나 혼불을 읽었다해도 마찬가지일테다.

읽고나서 생각하고 느끼는 것은 저마다 다르고 또 다 자기식대로 해석하기 나름이니까.

얼마전에 페이퍼에서 언급했던 성인만화 [나쁜 상사]에서도 집착-그러나 본인은 사랑이라 생각하는-했던 여자에게 폭력까지 휘두른 남자가, 자신의 여자에게 치근덕대는 남자를 형편없는 남자라고 생각하는 걸 보면서, 다른 사람의 모습에서 자신의 나쁜 모습을 봤다고 해서 다 깨닫고 뉘우치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오히려 '난 달라' 라고 생각해 버리더라. 상대의 나쁜 짓은 용납할 수 없는 짓이 되고, 같은 짓을 자기가 하면 '내가 하는 건 달라'가 되어버리는 거다.

그러니 지금 국정교과서 지지를 하는 사람들은 같은 책을 읽었다해도 '일제가 한 짓은 나빠' 라고 말할지언정 '그렇지만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은 달라' 라고 말하겠지.


그러나,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고 자신의 반대를 드러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누르면 솟구치고, 썩히면 발효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p.24)




10권의 아주 조금을 읽었을 뿐인데 여전히 강모는 재수없다. 나는 강모가 앞으로 무슨 짓을 하고 무슨 말을 해도 강모를 용서할 수 없을 것 같다. 강간을 하고 도망을 쳐서 만주에서 잘 지낼 수 있는 것은 그가 그토록 힘겨워하던 위치인 종갓집 종손이기 때문이다. 양반으로서 그리고 집에 돈이 많음으로써 그는 그 위치를 이용해 그 큰 잘못을 저지르고도 자신이 가고 싶은 데로 가서 자신이 지내고싶은 대로 지낼 수가 있다. 강모는 간혹 나는 대체 뭐한건가, 하고 스스로를 자책하지만, 그 자책으로 그의 죄가 용서되지는 않는다. 그가 앞으로 평생을 자책하며 산다한들, 그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것도 하지 않았으니까. 사과를 하지도 않았고 용서를 빌지도 않았다. 그가 받은 벌의 전부는, 그저 그의 자책일 뿐이었다. 그는 도망갔다. 그는 숨었다. 그는 그가 강간한 사촌누이 그리고 자신의 아이와 자신의 아내를 두고 만주에서 다른 여자와 살고 있다. 그는 지극히 나약한 인간이고, 그 나약함으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의 몸과 마음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다. 나약함은 면죄부가 될 수 없다. 강모는 자신의 나약함,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면서 큰 죄를 저질렀다. 그는 자신의 나약함만 들여다볼줄 알았지, 다른 사람에 대한 예의가 없었다. 그가 예의가 있는 사람이었다면 강실이를 강간하지 않았을 것이고, 자신의 아내를 그렇게 강간하듯 안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가 간혹 나는 대체 뭐하는 인간인가, 하고 자책하는데도 꼴도 보기가 싫어지는 것이다. 그러면 가서 용서를 구하고 벌을 받아, 병신아. 도망가서 혼자 살지 말고. 아무것도 행하지 않으면서 그저 자책하는 것만으로도 그는 자신의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걸까. 여튼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인간 유형인 것이다. 



강모도 내가 느끼는 바를 철저하게 깨닫는다.



인간이 자기를 사랑하는 존재한테 베풀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은, 살아 있는 것, 이라는 것을 강모는 처절하게 느낀다. (p.95)



이런 걸 깨달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다. 할머니의 죽음 앞에 이런 위대한 진리를 깨달았지만, 그러나 그는 이미 몇 사람을 거의 죽인 것이나 다름 없다. 살아 있는 것이 사랑하는 존재한테 해줄 수 있는 최선은 맞다. 그러나 강모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거의 죽여놓았다.




그러나 강태와 강호는 이 세상의 부조리함을 먼저 느낀다.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슬프다는 강모앞에, 강태는, 할머니의 은총을 입었다는 노비에게 '그것은 애초에 은총이 아니지 않았을까? 라고 의문을 제기한다.



"그 광 속에 곡식 가마가 많습디까?"

"암먼이요, 그득그득 했지라우."

"곡식만 있었소?"

"어디가요, 어두워서 잘은 보들 못했는디요잉, 빨강고추도 있고, 죄기도 있고, 괴기 말린 포도 있고. 마늘도 있고, 고구마, 머 다 어뜨케 욍기겄는교. 몰라서도 못 욍기제."

"그런데 부서방은 집에 가면 무엇이 있었소? 걸쳐입을 의복이건 먹을 식량이건 반찬이건 불 땔 나무건 간에."

"앙끗도 없지요 머. 이런 놈이 머시 있겄는이교. 아 그러고 허다못해 지푸래기 한 끄터리라도 있으먼, 아무리, 인두껍을 쓰고서 다른 디도 아니고 원에 도독질을 허로 가겄능기요잉?"

"그럼, 왜 원의 광에는 그렇게 많은 곡식과 일용 생활품들이 쓰고넘칠 만치 가득 차 있고, 부서방의 집에는 보리쌀 한 톨이 없습니까?"

"아이고, 그거야 어따 대고 비교를 허끼요오? 하늘과 땅인디. 언감생심 생각도 해 본 일이 없그만요. 낭구 꼭대기에 가서 생선을 구허제. 저는 쌍놈이요, 가진 것도 없고 조상도 없는디, 원의 마님은 신분이 다르시고 궁량이 다르시고, 시상이 다르시지라우잉."

"부서방이 못나서 그렇다는 말이요?"

"암먼이요오, 암먼이고말고요. 비교를 헐 디다 해야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못난 생각입니다."

"예?"

"세상이 정직하지 못하고 공평치 못해서 그런 차등이 생긴 것이지, 부서방이 못나서 그런 게 아니란 말이지요. 원의 마님과 부서방이 왜 서로 똑같이 갖지 못하고, 마님은 많이 가졌는데 부서방은 하나도 못가진 것일까. 똑같이 가질 수는 없을까. 그것을 생각해 보시요. 곰곰."

부서방은 당최 알아들을 수 없는 강태의 말에 의아한 낯빛을 짓고, 강모는 불쾌한 기색이 역력한 눈살을 찌푸린다.

"혹시 부서방이 가져야 할 곡식을 우리 할머니, 원의 마님께서 빼앗아 간 것은 아닌가, 부서방은 자기 몫을 자기도 모르게 빼앗긴 것은 아니었던가, 생각해 보라는 것이에요. 당신이 못 사는 것이, 꼭 당신 탓이었을까요?" (p.108-109)




당신이 못 사는 것이, 꼭 당신 탓이었을까요?




가슴을 찌르는 한마디다.




시사인을 2016년에 정기구독 신청하고서는 열심히 보질 않는다. 작년에는 칠봉이가 선물해줘서 감사한 마음으로 꼬박꼬박 잘 읽었는데 내가 구독하고나니 덜 읽게되네.. 흐음.. 내년에는 칠봉이한테 다시 선물해달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시사인도 읽어야하고 혼불도 읽어야하고 책장에 쌓인 많은 책도 읽어야하고, 그리고 저 위에, 저 페미니스트 책도 사고싶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아, 왜 책살때마다 갈등해야할까? 그냥 사고싶다, 라고 생각되는 순간 확 사버리면 안되나? 왜 안되지? 왜 안될까? 왜지?



왤까.




영문을 알 수 없는채로 이렇게 시간은 흘러간다. 






예(禮)도 상대방을 생각하는 지극한 정에서 먼저 우러나왔다고 하데.
자칫, 예를 갖추면 정이 멀어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연원은 그렇지가 않아.
뜻도 정이 있어야 이루어.
그래서 `뜻 정` 아닌가.
큰일 하는 사람은 냉정한 것 같아도, 사실은 어마어마하게 뜨거운 열정이 없으면 제 한 몸을 다 태워 바치지 못해. 더욱이 남이 나를 믿고 나한테 그 인생을 바치게 하지 못하는 법일세. 수하에 사람을 두는 자는 그의 훈김이 곧 사람 머물게 하는 럽이라고 생각하면 틀림없어. 사람이 죽어 몸이 식으면, 그 몸 뜯어먹어야 사는 이 한 마리도 붙어 있지 않고, 다 밖으로 기어나가 버리잖는가.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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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 2016-01-21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불관심이 없었는데 리뷰읽으니 읽고 싶어지네요 . 알라딘박스는 언제 개봉하세요 ㅎㅎ

다락방 2016-01-21 11:04   좋아요 0 | URL
저 미라님 댓글 읽고 지금 박스 뒤적뒤적했더니 [남편의 아름다움]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씐나요! (꺼내지는 않았지만요 ㅋ)

2016-01-21 1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6-01-21 11:05   좋아요 0 | URL
꺅 >.<
기다릴게요! 기다리겠습니다! 기다릴 수 있어요. 꺅꺅 >.<

2016-01-21 1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6-01-21 11:06   좋아요 0 | URL
님은 정말로 진실한 친구님이십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6-01-21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6-01-21 11:08   좋아요 0 | URL
앞으로도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뽈따구 2016-01-21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태 화이팅!!

다락방 2016-01-21 11:08   좋아요 0 | URL
강태 화이팅!!

기억의집 2016-01-21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비욘세까지... 멋진 책일 것 같은데요. 다락방님은 혼불이시군요. 저는 요즘 반지의 제왕 읽고 있어요~ 그 책 읽으면서 이상하게 해리포터 읽는 기시감이....

다락방 2016-01-21 17:37   좋아요 0 | URL
그치요, 기억의집님? 멋지고 재미있는 책일 것 같아요. 읽으면서 고개 끄덕이거나 생각할 거리도 많이 줄 것 같고요. 으흐흐..

혼불 이제 끝나요! 빨리 끝내고 다른 소설책들 읽고 싶어요! >.<

blanca 2016-01-21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작년 책 참 많이도 참았습니다. 하지만... 올해들어서... 어차피 짧다면 짧은 인생 나쁜 짓 하는 것도 아닌데 사고 싶은 책까지 참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기억의집 2016-01-21 15:02   좋아요 0 | URL
ㅎㅎㅎ

moonnight 2016-01-21 16:50   좋아요 0 | URL
어맛 저도요! 저도 블랑카님과 같은 생각을. 호호^^;

다락방 2016-01-21 17:38   좋아요 0 | URL
아! 현명하십니다, 블랑카님. 그렇다면 저도 그런 생각에 동의하는 바, 앞으로 고민 없이 지르는 걸로...

라기엔 경제적 압박이.. ㅎㅎㅎㅎㅎ 일단 저는 사둔 책 좀 어느정도라도 처리 좀 하고나서 질러야겠어요. 어휴..안읽은 책이 너무 많아요. -0-
 

강실이가 어찌되는지 궁금해 미치겠는데, 지금 읽고 있는 [혼불9] 권에서도 강실이 얘기가 아닌 '사천왕' 얘기로 시간을(아니, 지면을) 다 보낸다. 사천왕 얘기는 궁금하지도 않은데.. 혼불8권에서도 어찌나 다른 얘기가 많은지, 아주 그냥 읽지 말고 그냥 넘겨버릴까 하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강실이, 강실이 어찌되었냐고, 강실이 궁금하다고! 강실이 잘 살게 해달라고!! 버럭 소리지르는 심정으로 혼불9권을 읽고 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페미니즘은 나와는 거리가 먼 단어라고만 생각해왔다. 내가 페미니스트가 될 줄도 몰랐다. 그러다 관심을 가지게 된게 이 [혼불] 때문이었다. 강실이를 비롯한 책 속의 여성등장인물들의 삶이 지나치게 부조리하고 불공평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억울하고 화가 났다. 이건 대단히 잘못되었는데, 아, 너무 화가나는데, 하면서 페미니즘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페미니즘에 관련된 책을 읽을수록,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수록, 내 삶이 그간 페미니즘과 멀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살아오면서 불공평하다, 부조리하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아주 많았고, 그에 맞서 짜증내고 화를 내고 표현을 하기도 했던 거다. 나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페미니즘은, 사실 내 삶의 중심 축이었던 거다. 



강실이는 양반 가문의 딸이다. 그런데 큰집 아들인 오래비 강모한테 강간을 당한다. 당시로서 강간을 '당한' 여자는 집안 망신 시키는 여자가 되어 부모로부터도 대단히 욕을 먹는데, 그런 강간을 강실이가 당했다. 아니, 강모가 강간을 '했다'. 게다가 강모는 미친놈이, 이미 결혼해서 아내도 있었던 터다. 종손이었고 그 위치에 대한 부담감으로 시달렸던 나약한 강모는, -어찌되었든 아내에게도 못할짓인- 사촌 여동생을 강간했다. 그래놓고 지는 아내도 두고, 강실이도 두고 훌쩍 일본으로 떠나버린다. 개새끼.. 강실이가 강간을 당했다는 건 마을에서 어찌어찌 조용하게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건이 되었고, 그런 강실이에게 혼사가 성사될 리가 없으므로 강실이는 강모 생각만 하다가, 강모 아내 효연의 눈치만 보다가 시름시름 앓고 몸은 허약해진다. 그렇게 기운 없는 강실이를, 이번에는 노비 춘복이가 강간한다. 춘복이는 자신의 처지가, 이 계급사회가 부조리하다고 생각했고, 엄마의 신분을 따라가는 이상 양반 아이를 낳고 싶다는 아주 강한 욕망을 가지고 있었던 터다. 그러나 자신으로서 그게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인가. 그러다가 혼사가 들어오지 않는 강실이에게 연정 아닌 연정을 품고 '내 아이를 낳아주오' 라고 생각하며, 강실이를 강간하고, 그렇게 임신시킨다.



강실이가 이대로 아이를 낳는다면 이건 매안 이씨 가문의 수치가 된다. 그 가문에 먹칠을 하는 짓이다. 강실이의 부모는 강실이를 일단 멀리 보내버리려 하는데 그것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강실이는 중간에 옹구네한테 납치당한다. 옹구네가 자신을 '납치'한거란 사실을 모르는 강실이는 이대로 여기 머무를 수도 없어 떠나고자 하지만, 그간 살아오면서 집밖으로 나가본 일이 없어 자신이 애초에 가기로 하려고 했던 데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차표를 끊고 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만 그것조차 혼자 할 수가 없다.




하아



지금 내가 읽은 부분이 여기까지인데, 아, 씨발 너무 엿같아서 짜증이 샘솟았다. 애초에 활동할 수 있는 범위를 제약해놓으니, 위기의 순간에, 도망가고 싶은 순간에 도망갈 수도 없게 된 게 아닌가. 집 밖으로 나가보지도 못했고 차를 타보지도 못했으니 도망이야 어디 쉽단 말인가. 게다가 강실이가 대한 사람이라고 해봤자 가족들과 친척들 그리고 집에서 일하는 하인들이 전부인데, 이 사람을 믿어도 좋을지 아닐지에 대한 생각 자체를 아예 못하고 자신을 납치한 사람의 말만 믿고 그 사람에게 차표를 끊어달라 부탁하기에 이른 것이다. 아니, 강실아, 그 사람은 니가 해달란대로 해주지 않아... 하아-


강실이의 인생이 왜이렇게 가혹한가. 왜이렇게 나약하게 앉은 자리에서 휘두르는 매를 다 맞아야만 하는가.. 왜 강간을 한 강모는 일본에도 가고 자기 발길 닿는대로 움직이고 다른 여자를 만나기도 하고 돈도 쓰는데, 왜 강간을 당한 강실이는 나락으로 떨어져야만 하는가... 왜 강모가 아이를 낳으면 대를 이을 아이를 낳은 게 되고 강실이가 애를 낳으면 모두에게 숨겨야 하는 일이 되어버린걸까.. 세상... 아....인생...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애초에 계급 사회가 아니었다면? 양반과 노비로 구분되지 않았었다면? 그랬다면 춘복이는 어떻게든 양반의 딸과 아이를 낳아야겠다고 이를 악물지도 않았을 것이다. 애초에 여자들을 집안에서 얌전하게 가둬두지 않았다면, 강실이는 제 발로 어디로든 떠났을 것이다. 애초에 강간을 '한' 놈이 개놈이다 라고 교육되었다면, 강모와 춘복이가 천벌받을 놈이지 강실이가 도망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왜 자살을 생각하는 게 강실이가 되어야 하는가. 왜 시름시름 앓고 누워야 하는 게 강실이가 되어야 하는가. 이미 두 차례나 강간을 당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는데, 왜 그걸 혼자 감춰야하고 혼자 아파야 하고 혼자 신세 조져야 해... 세상........




하아, 이제 9권을 읽고 있고 10권으로 넘어간다. 초반에 언급했듯이 사천왕 히스토리가 계속계속 나와서 내가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인데, 강실과 효연이 뭔가 우뚝 서는 그런 이야기를 읽고 싶다. ㅠㅠ 과한 바람인가, 욕심인가... 인생.. ㅠㅠ



어제 잠깐 심규선 콘서트 얘기 하면서, 심규선이 자기 좋다고 만든 노래를 내가 듣고 공감하며 눈물 짓기도 한다고 얘기했더랬다. 혼불 9권에 그런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강호는 그제서야 비로소 이 천왕문의 사천왕들을 복원 불사하는데 도환이 실제 주관을 했으리라는 것을 깨달아, 깜짝 놀라며 새삼스럽게 도환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경탄과 존경이 어린다.

(스님이 절에 속한 일 한 가지를 제대로 잘 해 놓는다는 것이, 곧 불문과는 아무 연관도 없을 것 같은 나를 위하여 하는 일이 되는구나. 큰 것을 깨달았다. 사람이 누구나, 제가 할 수 있는 일만 열심히, 꾸준히 해나간다면, 그것이 모여서 결국은 실한 세상을 이루는 것이다. 문화도, 학문도, 살림살이도.) (p.106)



사람은 각자 자기가 서있는 그 자리에서 자기가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내며 건강하게 자기 한 몸만 건사해도 큰 일을 해내는 것이다. 자기 몫을 충실히 살아내는 것. 이는 언제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라고 내가 부르짖는 바이기도 하다. 내가 내자리에서 잘 지내는 것. 그것만큼 사랑하는 사람에게 안도감을 주는 일이 어디있을까. 그것이 조금만 확장되도 이렇듯 나를 위한 게 전혀 연관없을 것 같은 다른 이를 위한 것이 된다. 심규선이 자신이 좋아서 만든 노래를 세상에 내놓고나서 나는 여기 이 자리에서 그녀의 노래를 들으며 즐거워하지 않는가. 그러므로 나는 앞으로도 심규선이 자신의 감정을 담은 노래를 꾸준히 충실히 발표하길 바라고, 줌파 라히리와 앤 타일러는 자신들이 쓰고자 하는 글을 열심히 써주길 바란다. 그것이 곧, 아무 상관도 없을 것 같은, 게다가 전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이 먼 곳의 나에게도 좋은 일이 된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만 열심히, 꾸준히 해나가면 되는 것이다. 물론 꾸준히 해나가기 위하여서는 건강한 것이 필수 요소다. 잘 먹고 잘 자고 운동도 열심히 해서 건강하게 지내자. 각자의 자리에서 건강하게 잘 지내는 것.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일임과 동시에 큰일이다. 또한 모두를 위한 게 되는 것이다.





나로 말하자면 내적 갈등의 여왕이다. 내적 갈등의 최고봉. 언제나 내적갈등이 내 안에서 끊임없이 싸우고 있다. 물론 내적갈등에 시달리는 사람은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 놓인다면 그 안에서 끊임없이 이렇게 할것인가 저렇게 할것인가 고민에 또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이게 옳은 줄 알지만 다른 게 더 끌린다, 하는 상황이 세상엔 얼마나 많이 벌어지는가. 일례로, 다이어트만 해도 그렇다. 저녁에 삼겹살에 소주를 먹지 않는 게 다이어트에 더 도움이 된다는 건 '알지만', 나는 그것을 얼마나 먹고싶은가..... 아, 얼마전에 먹었던 목살의 육즙이 입 안에 살며시 퍼져나간다. 아아, 향기도 맛도 나는 내 앞에 있지 않아도 모두 느낄 수 있어, 떠올릴 수 있어.. 아아, 삼겹살, 아아, 다이어트...




"나의 마음을 정관(靜觀)하여 들여다보며 이야개히 보시지요. 옳은 마음이 늘 이깁니까? 옳은 줄 알면서도 옳은 마음이 약하면, 그른 줄 알면서도 그른 마음의 세력에 휩쓸리니 경계선에서 회오리치는 것이 인간 아닌가요? 옳다고 해서 옳은 것이 곧 그만큼 힘이 세 그 무엇에도 끄떡없이 쓰러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옳은 것을 힘있게 하려면 늘 북돋우고, 그 옆에 모이고, 가꾸고, 기르고, 충전하여 자꾸만 튼튼하게 가축을 해야만 합니다. 그런데 그 옳은 아믕을 외면하고, 따르지 않고, 버려두면 무너지지요. 그대로 폐허가 됩니다. 반면에 그른 것에다가는 있는 힘을 다 보태 주고, 꾀를 내고, 밤이나 낮이나 궁리를 하고, 부추기어 모색하고, 행동하여 힘을 기른다면, 자연히 그르고 악한 것이 강성해지지 않겠습니까? 내 마음의 제석천은 지키는 이 하나 없이, 힘없이 무너지고, 내 마음의 아수라는 벌떼같이 일어나 아우성치면 누가 이기고 누가 지겠습니까."

결국, 내 마음은 아수라에 점령당해 버리고 말 것이다.

선과 악은 숙명적으로 싸우게 되어 있으므로, 이기고 싶은 쪽은 늘 전열을 가다듬어 날을 세우고, 무리를 모으고, 힘을 길러 삼엄하게제 마음을 지켜야 하리라. (p.163-164)



아, 늘상 싸워대는 선과 악이여... 그런데, 삼겹살을 먹지 않는 것이 정말 선인가? 그런가? 아아, 그렇다면 나는 늘 선이 옳다고만은 말하지 않으리.......... 달콤한 것이 악이라면, 신은 인간을 너무나 시험하고 있지 않은가... 인간사.......





혼불9권을 다 읽으면 내처 10권까지 다 읽을 참이다. 다 읽고나면 고이 모아 셋트로 중고로 팔텐데, 그러면 목돈이 들어오겠....나? 아 기대돼... 혼불은 각 권이 11,000원 씩이다. 이건 일절 할인도 없다. 열 권이면 110,000원... 나 개끗하게 봤으니까 5-6만원 정도로 내놔야겠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 돈으로 책 사야지.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 맞다. 얼마전에 [남성성과 젠더]를 중고로 팔았는데, 보내면서 알라딘 도라에몽 다이어리 데일리를 함께 포장했더니, 받는 분이 다이어리까지 챙겨주셔서 너무나 고맙다며 문자 보내셨더라. 우히히히히히히히히히. 혼불 셋트에는 머그컵을 하나 넣어야겠다. 움화화핫.




점심으로 햄버거를 먹었다. 나는 식사로써 햄버거를 되게 싫어한다. 끔찍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햄버거를 먹고나니..우울하다. 울적해... 삼겹살이 눈앞에 둥둥- 떠다닌다. 




소주도...







"그런데 묘한 일이지요. 선수들이란 자신의 재능롸 능력을 다하여 제 존재의 영역을 보다 넓고 높게 개척해 나가는 사람들일 텐데, 그 재능을 부여받은 부분에 가장 극심하고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단 말입니다. 꽃이 그 아름다움 때문에 꺾이기 쉬운 숙명과도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축구 선수는 다리뼈 성할 날이 없고, 공을 너무 세게 맞아서 금이 가거나, 삐거나 하니까요, 달리기 잘하는 사람은 무릎 성할 날이 없지요. 넘어지는 것이 곧 달리기 선수의 운명이기 때문입니다. 상처를 각오하지 않고서는 선수가 될 수 없습니다. 위험한 일이지요. 두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래서 선수는 훌륭한 것 아닐까요?" (p.4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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뽈따구 2016-01-19 1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래서 혼불 읽다가 집어 던...!! 그게 벌써 18년 전이네요. ㅡ.ㅡ

다락방 2016-01-19 13:36   좋아요 1 | URL
집어던질 만해요. -.-
어찌나 화가 나는지. 아주 그냥 속이 타들어가요. 강모 너무 싫어요, 뽈따구님 ㅠㅠ

[그장소] 2016-01-19 13:40   좋아요 0 | URL
음..그래도 열딱지에 화가 분화구처럼 솟아도 다 보게 되는데...그게 그닥 멀리 있는 일도 아닌 우리 현실에 다를것도 아니라서..사회 껍질만 조금 바뀌었지 여전한 약한 모습속에 살고있긴 마찬가지...그래서 한숨쉬며...끝까지 읽었네요.

다락방 2016-01-19 13:47   좋아요 2 | URL
네, 저도 다 읽을겁니다, 그장소님. 강실이와 효연의 삶이 어떻게 흘러갈지도 궁금하고요. 무엇보다 강모는 어떻게 될지...강호도...... 춘복이와 옹구네는 어떤 삶을 살지.... 세상은 또 어떻게 변해갈지도 궁금하고요. 그래서 저도 다 읽을 참입니다. 그리고 거의 다 왔어요. 9권이니까요. 헷 :)

[그장소] 2016-01-19 13:49   좋아요 0 | URL
에...스포해요..?^^ㅎㅎㅎ
부르스 윌리스가 유령이닷~~~!!하고...?^^

다락방 2016-01-19 13:54   좋아요 1 | URL
노노. 스포금지요! ㅎㅎㅎㅎㅎ

이매지 2016-01-19 1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목살의 육즙은 저도 좀 생각이 나네여.... 츄릅...

다락방 2016-01-19 13:54   좋아요 1 | URL
우엇. 목살에 육즙 얘기했더니 매지님이 나타났닷!!!!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살리미 2016-01-19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깊은 빡침이 여기까지 전해옵니다 ㅎㅎㅎ 강실이 대체 어찌됐는지!!! 저도 너무 궁금해지는 걸요~
그러다 마지막엔 꼭 깨달음을 주시는 일침! 내가 내자리에서 잘 지내는 것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최선이다! 감동이 밀려와요^^
그리고...
삼겹살에 소주없으면 저도 힘들어요 ㅠㅠ 저는 늘 지기만 하고 있답니다.

다락방 2016-01-21 08:58   좋아요 0 | URL
오로라님 ㅠㅠ 진정 깊은 빡침이 와서, 지금 10권을 시작했는데 강모 이름을 볼 때마다 부들부들 떨려요. 지금 강모는 만주에 가있는데, 이놈이 잘못을 저질러놓고 도망다니는 꼴이라니. 아 진짜 꼴도 보기가 싫어요. 종갓집이라는 것, 종손이라는 위치가 부담이 된다는 걸 잘 알지만 실상 지금처럼 망나니 짓을 하면서도 잡혀가 죽지 않은 건 그가 양반 가문의 종손이기 때문이니깐요. 하여간 꼴보기 싫어요. 흥! 나중에 오로라님도 읽게 되신다면 오로라님의 감상도 듣고 싶어요.

저는 결국 못참고 엊그제는 수육과 육개장에 소주를 마셨답니다. 인생은 그런 거 아닌가요? ㅋㅋㅋㅋㅋ

singri 2016-01-19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10권이 끝이에요?ㅋㅋ

다락방 2016-01-21 08:58   좋아요 0 | URL
네, 10권이 끝이에요. 그 뒤의 이야기들을 더 쓰고 싶었다는 이야기도 들리더라고요. 그러나 현재는 10권이 끝입니다.

transient-guest 2016-01-20 0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도 이 책을 못 읽었답니다. 그냥 역사/극화소설로만 알고 있었는데, 좀 다른가봐요.

다락방 2016-01-21 08:59   좋아요 0 | URL
역사 소설이긴 한데요, 그 역사 속에 여자들의 핍박을 당한 게 분명한 사실이니 그걸 굉장히 잘 드러내고 있어요. 그 당시 여자들에겐 특히나 더 살기 힘들었다는 걸 힘주어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읽는 제가 몹시도 깊은 빡침을 느끼는 거고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단발머리 2016-01-20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강실이 이야기를 읽을 때만 해도, 이 세상 모두 핑크빛이고 드넓은 바다, 희망의 나라인줄 알아서 강실이와 페미니즘이 연결가능하다는 생각을 못 해봤어요. 저는 강실이가 `험한 시대`에 태어났고, 여자가 존중받지 못한 시대에 태어났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했다고, 그녀가 불행하게 살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저는 이 세상 모든 게 가능하다고 믿었던 희망찬 여대생이었으니까요.

저는 정말 저 책이 기억이 잘 안 나서, 다락방님 리뷰 읽을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곤 하거든요.
근데 정말 읽은 거 맞니? 하면서요. 그런데 다른 장면은 기억이 안 나는데, 그 장면.
노비 춘복이가 강실이를 범하는 장면은 기억이 나요. 그러니까 사건의 실재에 대해서는 묘사가 아주 적잖아요.
근데 강실이의 내면이 무너지는 장면. 춘복이의 강한 바램과 포기해버리는, 삶을 이어가기 위한 저항 자체를 포기해버리는 강실이의 이야기는 계속 잊지 않게 되더라구요. 불쌍한 강실이...

이제서야 강실이가 사는 세계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네요....
아침에 이런 기사를 봐서 그럴까요.
<아내가 밉다고 좋아하는 반찬에 살균제 탄 남편>
아하....

다락방 2016-01-21 09:06   좋아요 0 | URL
저는 여자가 존중받지 못하던 시대, 억압받던 시대라는 걸 알면서 화가 났어요. 이미 알았던 사실이지만 책 속에서 강실이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보니 진짜 쌍욕만 나오더라고요. 만약 제가 어릴 때 이책을 읽었다면 지금과 전혀 다른 감상을 느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책과 내가 만나는 때가 중요한 것 같기도 하고요. 제가 어린 시절 읽었던 책들을 지금 다시 읽는다면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감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때와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으니까요. 본질은 변하지 않았지만 생각이나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생각해요. 만약 지금 단발머리님께서 혼불을 다시 읽으신다면, 분명 그때와는 다른 생각과 감상으로 또 아주 훌륭한 글을 적어내실 것 같아요. 단발머리님이 그동안 써오셨던 것 같은 근사한 글이요!

강실이가 사는 세계에서 지금은 얼마만큼 달라졌을까요? 더 달라지기 위해서 또다른 강실이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입을 다물고 있으면 안될 것 같아요. 계속 공부하고 계속 말하고 행동해야 할 것 같아요. 이 길에 단발머리님과 저는 함께 가도록 합시다.

단발머리님, 제가 좋아해요! (뜬금없는 애정고백 ㅋ)

비연 2016-01-20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래서 예전에 <혼불> 읽고 이거 뭐 이래? 이러면서 매우. 매우. 매우. 찝찝했던 기억이 납니다.
답답해서 미칠 것 같은..... 으으. 지금도 제 책장에 고이 꽂혀있는데.. 저도.. 중고로? 110,000원? 흠냐...

다락방 2016-01-21 09:08   좋아요 0 | URL
아 저도 너무 답답하고 화가나고 강모가 미워서 진짜 있는 욕 없는 욕 끌어다 하고 싶고요, 강모 앉혀놓고 제대로 교육도 다시 시키고 싶고 ㅠㅠ 막 그래요 ㅠㅠㅠ 강모 뿐만이 아니라 강모가 그렇게 되게 만든 주변 사람들 모두요. 강모 혼자 저질렀다고 보기에는 사회적 시스템이라는 것도 무시 못하는 거니깐요 ㅠㅠ

저는 요즘 꽂혀 있으면 그저 글씨 써진 종이요 누군가 읽어야 책이다, 하는 마음으로 읽는 족족 책을 처분하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돈이 없어서 그렇다는 건 비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난주 토요일은 이상한 날이었다. 눈물나는 날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오후에 심규선의 콘서트에 가기로 했었고 그래서 오전에는 여동생과 백화점에 들러 쇼핑을 했다. 여동생이 사고 싶다는 가방 매장에 가서 가방을 구경하고, 내가 화장품을 사려고 했던 매장에 가서 화장품을 샀다. 그전에 함께 밥을 먹다가 나는 내가 지쳤음을 얘기했다. 심각하게 얘기한 건 아니고 그저 지쳤어, 직장다니는 거 지쳤어, 이 사람 밑에서 일하는 거,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하는 거, 모두 다, 라고 얘기했다. 여동생도 많이 진지하진 않은 표정과 말투로 내게 얘기했다. 혹여라도 도피성으로 결혼을 선택하진 말라면서, 언니 지쳤지 왜 안지쳤겠냐, 쉬는 시간도 없이 계속 오래 일해왔는데, 수고 했지, 언니 지쳤으면 그만 둬, 언니 지금 그만둬도 아무도 뭐라 안해. 언니만 생각하고 지쳤으면 빠져나와, 그래서 여행을 가든 뭘 하든 해, 라는 거다. 



그 다음은?



그 다음을 묻는 내게 여동생은 '그 다음은 그 다음에 생각해, 뭐 돈 못벌겠냐, 편의점 알바해봤으니 그거 해도 되고' 라고 말했다. 나 역시 그만둔다고 생각을 할라치면 '뭐 어디가서 알바라도 하면 되니까 굶어죽진 않겠지' 라고 생각했던 바, 여동생의 말이 틀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눈물이 났다. 



그만 말해. 울 것 같아.



라고 여동생에게 말하자 여동생이 '왜 울면 안되는데? 울어버려' 라고 하더라. 그러게.. 


그러나 나는 울지 않았다.



그리고 콘서트를 갔다.




초반에는 예전에 갔던 콘서트들에 비해 별로라고 느껴졌다. 음, 감흥이 덜하네, 라고. 당분간 오지말아야 할까, 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내가 그동안 잘 듣지 않던 곡인 <이제 슬픔은 우리를 어쩌지 못하리> 를 들을 때부터 확- 좋아지더니, <너의 존재 위에>를 부를 때는 훅- 좋아졌다. 그리고 눈물이 났다. 라이브로 듣는 너의 존재 위에는 가사 한 줄 한 줄이 콕콕 가슴에 와 박힌 탓이다. 아 왜 눈무링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떤 슬픈 밤 숨을 곳 없는 나 
어긋나는 일을 저질렀지만 
이상하게도
부끄럽거나 두렵지도 않아 
맹세컨대 난 그게 
뭔지조차도 몰랐으니까

잠들기 전 늘 소용없는 기도 
신조차도 나를 사랑하지 않으실까 봐
두려웠어 늘 원하시는 대로
맹세컨대 난 그게 
옳은 일이라고 믿었으니까

너의 존재 위에 무언가를
너의 존재 위에 무언가를 두지마
어떤 내일도 오늘을 대신할 순 없어 
그보다 더 소중한 너의 존재 위에

난 참 바보처럼 쫓았지 
보이지 않는 허상을
잡히지 않는 안개를 
두 손에 쥐려고 애를 썼네
불행함의 이유를 
이 괴로움의 시간을
다 견뎌내려 하지마 
바로 지금 이 순간부터

너의 존재 위에 무언가를 
너의 존재 위에 무언가를 두지마
꿈도 명예도 어제와 불확실한 
내일 그보다 더 소중한

닥친 내일이 어깨를 짓눌러 
멍든 어제가 발목을 잡아도
모든 이유를 이해할 때까지 
너의 존재 위에

너의 현재 위에 무언가 무언가를
너의 존재 위에 무언가를 두지마
어떤 약속도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무엇보다 더 소중한
너의 존재 위 너의 존재 위
너의 존재 위에





이 노래에서만 내가 눈물을 흘렸던 건 아니다. 일전에 들어보고 별로 좋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곡인 <Be Mine>을 들으면서도 눈물이 났다. 핑-

아니 왜 눈무링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노래를 들을 때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차례대로 떠오르면서 아, 내가 정말 잘해야지, 최선을 다할거야, 라는 생각도 동시에 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내 삶에서 사라진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 라는 생각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눈무링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가끔 화내고 싸워도 
진심이 아니란 건 아니까
누가 먼저랄 거 없이 우린 
어느새 또 서로를 용서하니까

사랑한다고 그대에게 
내가 미안한 게 너무 많다고
말할 수 있을 줄 알았지 
늘 거기 있는 줄 알았지
그대가 떠나기 전엔 

Be mine again, again
그대에게 아직 보여주지 못한
모습이 너무나 많아 
아직 아직은 아니야
함께 있어야 해 보내줄 수 없어

말로 다하지 않아도 
무슨 말 하려는지 아니까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우린 
이렇게 또 서로를 닮아가니까

사랑한다고 그대에게 
내가 미안한 게 너무 많다고
말할 수 있을 줄 알았지 
다 알고 있는 줄 알았지
그대가 떠나기 전엔

Be mine again, again
그대에게 아직 들려주지 못한
노래가 너무나 많아
아직 아직은 아니야
함께 있어야 해 헤어질 수 없어

아직 혼자 남아있어
이렇게 보낼 순 없어
쉽게 단념할 수 없어
다시 되돌리기엔 

너무 멀리 가고 있어
이렇게 끝낼 순 없어
되돌릴 수 없는 실수로 널 
기억하도록 남겨두지 마

Please be mine again, again
그대에게 아직 보여주지 못한
모습이 너무나 많아 아직
아직은 아니야 함께 있어야 해
보내줄 수 없어 

Again, again 
Be mine again, again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심규선은 가사에서 아직 보여주지 못한 모습이 너무나 많아, 라고 했는데, 나는 그런 후회를 하지 않을 수 있도록,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계속 잘해내는 모습을 건강하게 보여줘야 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들 때문에 이 노래에 크게 공감이 됐고, 그러다보니 눈무링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러다가 누군가 진심으로 만든 노래에 또 내 진심을 다해 공감하고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갑자기 무척이나 자랑스러워졌다. 아, 나는 예술을 그 자체로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사람이구나,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사람이야, 멋져, 잘났어, 근사해....라는 자기자랑으로 마무리. -0-



그러면서 영화 [타인의 삶]에서 '비즐러'가 타인의 삶을 도청하다가 그들이 연주하는 음악 소리에 눈물을 흘리던 장면도 생각났다. 아, 나여....위대한 나여....



콘서트가 끝나고난 후, 같이 관람했던 친구와 술집엘 갔다. 와인을 팔길래 와인을 한 잔씩 시켜두고는 오늘 콘서트 어땠냐고 대화를 나눴다. 친구는 초반에 몰입이 힘들었다고 했는데, 중간부터 되게 좋았다고 했다. 아, 사람들 느끼는 거 다 비슷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친구는 <담담하게>를 듣는 게 너무 좋았다며, 어쩌면 이렇게 시디 틀어둔 것처럼 노래를 잘하는지 모르겠다고 정말 좋았다고 했다. 막차를 놓칠까봐 초조하게 각자의 지하철을 타고서는 또 문자메세지로 얘기했다. 친구는 좋은 공연이었다고 여운을 느끼더라. 심규선은 내가 좋아하는 가수지 친구가 좋아하는 가수는 아니라고 생각했던 터라, 친구가 콘서트를 보고 좋다고 생각하는 게 나로서도 무척 좋았다. 콘서트 이후부터 지금까지 <너의 존재 위에>를 여러번 들었다. 심규선 역시 자기가 좋아서 자기 감정을 담아, 자기 생각을 담아 노래를 만드는 거겠지만, 내가 그 음악을 듣고 좋아한다. 그 음악을 듣고 공감하고 가끔은 눈물이 핑돈다. 아, 예술이여...



어쨌든 여러차례 눈물이 핑- 돌던 날이었다. 

새삼 여동생의 공감능력이 무척이나 고마웠던 날.

나는 늘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최후의 보루 같은 것이 죄책감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인간이 다른 인간과 어울려 사회를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 가장 기본적이며 중요한 수단은 공감능력인 것 같단 생각을 한다. 결국 문제는 공감능력이다. 

공감능력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다른 사람의 말에 관심있게 귀 기울여주는 사람들을 대화상대로 가지고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월요일은 다른 날보다 유독 피곤해서 커피 한 잔을 사가지고 회사에 도착했다. 신간이 뭐 나왔나 둘러보다가 아아, 지난주에 책을 지르지 않기를 잘했구나 생각했다. 뭐 이렇게 궁금한 책이 많아. 역시 책과 내가 만나는 것도 타이밍, 운명 같은 것인가. 장바구니에 들어간 책들중 몇 권을 빼고 다시 몇 권을 새로 넣어야겠구먼..


남편의 아름다움... 궁금하다. 남편은 아름답습니까?






















- 페이퍼 제목은 심규선의 노래 <너의 존재 위에> 에서 가져옴.

- 각 노래 제목을 클릭(혹은 터치)하면 노래 재생으로 연결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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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6-01-18 1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당연히 밥 굶지 않는다에 한표... 제가 대학입학하던 해 어머니가 장사를 접으셨어요. 매일 5시전에 일어나 밤늦게까지 고된 일인데, 접고나서 다음날 아침에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나시더래요...

다락방 2016-01-18 15:55   좋아요 0 | URL
아, 생각만해도 뭔가 설레이긴 해요. 이제 더이상 아침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닫게 되면 어쩐지 두려울 것 같기도 하고요. 아, 그래도 될까? 하고 말이지요.

어머님 고생 정말 많으셨네요. 그만두고나서 다음날 아침에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나실 만도 해요. 왜 아니겠어요.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왜그렇게 힘들게 살아야 했을까요? 고생고생하면서... 저도 왜이렇게 싫으면서 직장생활 하고 있을까요? 어쩐시 슬프네요..

뽈따구 2016-01-18 1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첫 직장을 고작 1년 2개월을 다니면서 ˝아 관둬야겠어˝하고 관뒀는데 그리고 꼬박 한달을 손가락을 빨다가 다시 취직을 했더랬지요. 그때 배고픔이 참 서럽긴 했는데...... 지나고보니 내 인생의 거름같은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물론 굶을수도 있지만. 그게 영원이겠어요? ㅎㅎㅎㅎ 다락님 화이팅입니다!

그리고...... 제 남편은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물론! 안 아름다울때도 있어요. ^^

다락방 2016-01-18 16:05   좋아요 0 | URL
돈과 소비에 대해 미련이 많아서 아직도 직장생활을 붙들고 있는 것 같아요. 지쳤다고 말하면서도 아직은 소비가 더 중요하게 느껴지는가 봐요. 소비할 수 없는 삶을 좀 두렵게 느끼고 있는가봐요. 제 스스로가요. 뽈따구님 말씀대로 영원히 굶거나 하지도 않을텐데, 뭐가 그리 두려워 이렇게 계속 직장생활을 잡고 있는걸까요? 하아-

남편은... 아름답습니까? ㅎㅎ 아름답지 않을 때도 있지만, 대체적으론 아름답다는거죠? 흐음.. 일단, 참고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

오거서 2016-01-18 10: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마디로,, 짠~ 하네요~~

다락방 2016-01-18 16:05   좋아요 1 | URL
삶이 원래 짠~ 한 것 같아요. 크- (어쩐지 소주를 마시고 싶네요)

2016-01-18 15: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8 16: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8 1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9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8 1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9 0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8 1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9 0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조기후 2016-01-18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네요... 너의 존재 위에 무언가를 두지마, 라는 말.

다락방 2016-01-19 09:56   좋아요 0 | URL
네, 계속 새길 말이에요. 너의 존재 위에 무언가를 두지마, 너의 현재 위에 무언가를 두지마.
:)

2016-01-18 2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9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9 1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9 1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챔피언 2016-01-19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장의 마력은 어찌 되었건 한달에 1번 돈이 나온다는 것 같아요. 예전 직장은 두달에 한번씩 보너스가 나오는 임금 구조였는데, 지옥 같은 신입 사원 시절에 그만두지 못했던 이유가 실은 이 보너스에 대한 욕심때문이었던것 같아요.두달만, 앞으로 두달만 하다가 1년 넘어가고, 결국 10년도 넘겼어요. 입사후 4달쯤 지났을때 저를 괴롭히던 팀장이 지점장에게 찍혀서 쫓겨났던 기적 같은 기억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직장인이 계속해서 거사를 미루는 건 지금의 확실한 월급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이럴땐 ` 쇼생크 탈출` 의 앤디를 생각해 봅니다. 오랜세월 준비한 완벽한 탈옥을 통해 지금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에게 짜릿한 복수를 해보시죠^^

다락방 2016-01-19 09:58   좋아요 0 | URL
챔피언님, 맞습니다. 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게 바로 그 한달에 한번씩 나오는 것이, 그만두면 사라져버린다는 점이죠. 많든 적든 꼬박꼬박 쓸 돈이 입금된다는 것은 끊기 힘든 것이지요. ㅠㅠ 말씀하신 게 백프로 맞습니다. 계속해서 그만두는 걸 미루는 건, 월급을 포기할 수 없어서라는 말이요. 여기에 있어서는 저로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어요. 다른 핑계를 댈 수가 없습니다. 계속 생각해야겠어요. 더 나은 길이 무엇인지 말예요. 십년이상 이렇게 직장을 다니고 있으니, 조금 더 못다닐 것도 없죠. 멋지게 나갈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아봐야겠어요.

고맙습니다!

책읽는나무 2016-01-19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규선이라는 이름에 순간 내가 락방님의 페이퍼를 잘못 클릭하여 읽고 있나?순간 착각!!
왜냐면 어제 미용실에 갈일이 있어 어떤책을 가져갈까?고민하다가 락방님의 책을 가져가 열심히 몰입하여 읽었는데 심규선의 콘서트에 간 내용이 생각이 나서 어??? 순간 헛갈림!!

그리고 읽는 내내 음~~~
저는 직장생활에서 놓여난지가 근 15년이나 되어 무어라 보태줄 말은 없지만,그래도 락방님의 심정은 충분히 공감이 됩니다.직장생활의 애환이 고스란히 느껴져요.
그런데 저처럼 아이 키우느라 시간을 보내고 나서 어느덧 중년 초반(?)의 나이에 들어서고 보니 뭐랄까요?
거창하게 무언가를 이루고자 원한 삶은 아니었지만 요즘은 그냥 아무 한 일없이 시간만 보냈었나? 뭐 그런 허무가 밀려오는 듯합니다.그냥 그저 그렇게 나이만 먹은 듯한...ㅜ
직장을 다녔더라면 이런 기분이 들지 않았을래나? 싶기도 하구요.ㅜ
다른 이들은 필요로 하는 곳이 어디 한 군데라도 있는데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은 없구나!! 뭐 그런 생각들을 품다가 그저 `엄마`를 찾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아~ 나를 찾는 웬수들이 있었구나! 정신을 차리곤 하죠.ㅋㅋ
(뭔 얘긴지??^^)
이런 생각들을 할 겨를없이 지내다 작년부터 좀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아지더라구요.
나이대가 그런 시기일까요?^^

암튼......현재 `독서 공감,사람을 읽다`책을 신 나게 읽고,감동받으며 멋있는 사람이야!!!!
멋진 모습 상상하고 있으니 힘 내세요.
동시대에 고민하는 모습들도 친근하게 다가와 더 멋지게 상상이 되긴 합니다만...그래도 애정하는 작가님 힘을 내시길 바랍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책의 작가에게 말을 걸 수 있다는 것도 꽤나 영광스러운 일입니다요.!!)




다락방 2016-01-19 13:43   좋아요 0 | URL
아, 책읽는 나무님, 긴 댓글 감사합니다. 게다가 댓글이 참 ㅠㅠ 좋으네요 ㅠㅠㅠ 고맙습니다, 이런 댓글이라뇨 ㅠㅠ

음, 그런데 책나무님이 아무것도 한 일없이 시간을 보내신건 아닌 것 같은데요? 스스로 깨달으셨듯이, 책나무님을 찾는 아이들이 있잖아요. 아이들에게 책나무님은 전부일테고, 누군가에게 전부가 된다는 건 정말이지 그냥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저로서는 그것이 너무나 크게 느껴져 감히 선택할 수도 없는걸요. 물론 그럼에도 허무함을 느낄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허무함이 없을 순 없으니까요. 이것저것 생각해보고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사람들도 만나고 세상의 소식에 귀도 기울이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관심도 가지고 그러다보면 책나무님의 허무함을 달래줄 어떤 것이 눈앞에 뙇 나타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혹여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동안의 허무함을 새로운 눈으로 다시 보게 해줄 어떤 계기가 생길 수도 있고요. 사람이 멈춰 있기 보다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자신을 들여다보고 하는 게 저는 더 낫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스스로를 위해서도 더 좋은 방향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책나무님은 그러니 지금 굉장히 잘하고 계시는 것 같아요. 물론 저도 이렇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또 갈등하다 보면 어떤 답이 눈앞에 보이겠죠. 안보인다면, 그건 또 그대로 지금의 삶을 만족하는 다른 것들을 발견하면 될테고요.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아진다면, 그 많은 생각들을 하면서 지내요, 우리. 그런 생각들을 서로 주고 받으면서 말이지요. 사람이 다른 사람과 얘기하다보면 뜻밖에 해결 방법도 생기고 그러더라고요. 그러니 우리 알라딘안에서 충분히 이야기 나누며 지내요!

moonnight 2016-01-19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삼남매의 우애는 정말 부러워요. 다락방님이 맏이로서 사랑이 충만하시니 동생분들도 그렇게 진심 공감할 수가 있는 거겠죠. 하여간 참 보기 좋습니다. ^^
토요일 신문이었나. 홍대여신 루시아(심규선)이라고 제목에 나와있어서, 앗 다락방님 좋아하시는 심규선. 했는데 페이퍼에서 다시 보네요. (그런데, 루시아가 심규선과 같은 사람인 줄 몰랐;;;;;;) 다락방님과 같은 감성은 아주 옛날에 잃어버린 저로서는( ˝)(˝ );;;;; 공연 후 진한 감동을 나누는 다락방님과 친구분이 또 존경스럽다는 ^^;;;;

올려주신 책 중에 엠마뉘엘 베르네임의 다 잘된 거야. 에서 멈칫했어요. 혹시 했더니 제가 엠마뉴엘 베른하임으로 알고 있던 작가네요. 독특한 내용의 짧은 소설을 써서 예전에 참 좋아했었어요. +_+; 좋은 책들 덕분에 담고 갑니다. 감기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되시길요. ^^

다락방 2016-01-19 13:46   좋아요 0 | URL
제가 안그래도 콘서트 당일날 콘서트장에 뭐 문의할 게 있어서 전화를 걸었었는데요, `오늘 심규선 콘서트 예매했는데요` 라고 운을 뗐더니 `저희는 오늘 심규선 콘서트는 예정에 없고요 잡혀있는 건 루시아 콘서트 입니다` 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심규선이 루시아입니다` 라고 말했어요. 아하하하. 문나잇님만 모르시는 게 아닙니다. 아니, 관심이 없다면 그걸 대체 어찌 알겠습니까. 관심 가진 것만 알아도 충분하죠.
저도 관람 후기를 같이 나눌 친구가 있다는 게 무척 좋아요. 앞으로도 계속계속 이렇게 콘서트며 영화며 관람하고 친구들과 이야기나누면서 지내고 싶어요. 헤헷.

문나잇님께서 생각하신 엠마뉴엘 베른하임의 독특한 짧은 소설은, 아마도 제가 그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게 만든 그 소설일 것 같은데요. 혹시 [그의 여자] 아닙니까? 아주 얇은 소설책인데 말이지요. 후훗.

문나잇님, 주말에 와인 건배해요!

moonnight 2016-01-19 14:33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그의 여자, 잭나이프, 금요일밤 그리고 또 뭐더라 한권 더 있었던 거 같은데@_@; 이 작가, 생각이 참 독특하네 싶어서 좋아했었어요. 오랜만에 반갑네요. 얼른 주문^^ 다락님과 와인 건배, 좋아욧!^^

2016-01-21 1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21 1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가 본 성인만화중에 이 [나쁜 상사]가 있었다. 일전에 누군가로부터 이 만화에 대한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는데 누구한테 들은건지를 모르겠네. 광고회사의 유능한 팀장인 '승규'는 자신의 회사에 입사한 신입사원 '민'을 증오한다. 오래전에 민으로 인해 사채빚에 쫓기게 되었고 그래서 호스트바에서 일한 경력을 갖게 되었던 것. 자신에게 그런 불행한 시간을 주었던 민이 너무 싫어서 민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에, 민이 그토록 좋아하는 '영조'를 자신이 유혹하기로 한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의 끝이 그렇듯이, '복수심으로', '수단으로' 영조를 사귀려던 승규는 어느새 영조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민은 영조와 다정하게 지냈고, 영조와 당연히 커플이 될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조가 자신이 아닌 승규를 좋아한다는 걸 안 순간부터 돌아버린다. 영조에게 승규가 나쁜 남자임을 알리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노력을 바친다. 한편으로는 또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그러나 그가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강제키스이고 나중엔 강간까지 하려한다. 민의 마음속에는 영조랑 잘되고 싶다는 생각, 영조를 사랑한다는 생각, 승규를 무너뜨리겠다는 생각밖에 없다. 머릿속에 온통 그 생각뿐이니 그의 일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리 없다.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돈과 시간을 모두 승규를 무너뜨리는데 쓰고자 한다. 그런 그가 점점 더 지옥같은 삶을 살게 되는 건 당연하다.



'너무' 사랑하는 건 확실히 문제가 있다. '너무'가 이제는 긍정의 뜻에도 쓰이게 바뀌었다고 하지만, 실상 '너무' 사랑하는 건 집착이라고 봐야지 사랑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한 명에게만 내 모든 신경이 쏠려서 일상을 살아가는데 불가하다면, 당연히 그 한 명으로부터 나는 보상을 받고 싶어진다. 내가 너를 이렇게 사랑하는데, 너는 왜 나를 사랑하지 않지? 거기에서 오는 서운함은 결국 분노로 쌓이게 되고 그것은 어떤 식으로든 상대에게 위협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민은 영조를 사랑했다. 물론 그 스스로가 그것을 사랑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영조는 민을 사랑하지 않았고, 민과의 약속보다는 승규와 함께 있는 시간을 선택한다. 민으로서는 돌아버릴 지경이다. 점점 더 미쳐버린 그는 결국 자신이 그렇게나 사랑한다는 여자를 강간하려고 한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자신은 그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그냥 징글징글하다. 



일전에 회사 직원들과 술을 마시면서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랑하는 상대' 하나만이 나를 지탱하게 두지 말라고. 그것 말고도 친구들과의 수다, 음악감상, 등산, 맛있는 음식, 술, 운동 등등 다른 많은 것들로 내 삶을 유지시키게 만들라고. 그래야 이중에 하나가 빠졌을 때도 나는 계속 내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거라고. 이 책, [나쁜 상사]의 '민'은 그걸 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머릿속에 온통 영조 뿐이었고, 아침부터 밤까지 언제나 어디서나 영조가 나를 사랑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것은 그를 파멸로 이끌어간다. 결국 나를 파괴하는 건 내가 가장 열중한 대상이다. 자신은 온 마음과 온 시간과 온 노력을 다해 한 여자를 사랑했다고 말하겠지만, 그 상대인 나로서는 지긋지긋하고 무섭고 끔찍할 뿐이다. 그것을 내가 어떻게 '사랑'이란 이름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나는 다른 사람을 사랑해' 라는 나의 말이 상대에게 닿지 못하는 것은 정말이지 끔찍하다. 대체적으로 사람들은 보고 싶은대로 보고 듣고 싶은대로 들으려는 경향이 있다. 이미 영조를 사랑하는 '민'에게는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 영조의 말은 들리지 않고 믿을 수도 없다. 그건 말도 안되는 짓이니까. 그렇다면, 자신이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상대의 말을 온전히 듣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이 하는 게 과연 사랑이랄 수 있을까? 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이런 걸 좋아하는 구나, 이런 사람을 좋아하는 구나, 아, 이 사람은 이렇게 말하는구나, 를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아니야, 나를 사랑해야해, 그럴 리 없어' 라며 상대의 부정을 부정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아무리 포장하려해도 사랑은 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그가 생각하는 사랑이란, 자신이 집착한 상대 역시 나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폭력일 뿐이다. 



나 너 사랑해, 그런데 너는 왜 나를 안사랑해? 왜 너는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해? 그럴 리 없어, 날 사랑해!



사랑한다는 내 말을 상대가 듣지 않는다고 욕하기 이전에, 분노하기 이전에, 사랑하지 않는다는 상대의 말을 들을 필요가 있다. 내 말을 상대가 듣길 원한다면, 나 역시 상대의 말을 들어야 하는 것이다. 하여간 '아니다' 라는 말을 도무지 아니라는 뜻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인간들이 어디에나 있다니깐.....




그나저나, 하아- 성인만화의 특징이랄까, 내가 봐왔던 성인만화 세 편은 왜 모두 가슴 큰 여자들이 판을 칠까. 일상속에서 고개를 돌려보면 실질적으로 주변에 가슴이 큰 여자는 많지 않다. 물론 성인만화니 일종의 판타지를 실현하고자 하는 바는 있겠지만, 아니, 이 만화속의 영조는 순진하고 청순한 매력의 가슴 큰 여자... 인 것이다. -0- 물론 청순한 여자가 가슴이 클 수 있다. 왜 아니겠는가. 나도 청순하고 가슴이 큰데. 그렇지만 뭐랄까, 만화속 주인공들은 너무 판타지의 실현이야... 만화속에서라도 이상형을 만나게 하려는 바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아니 그래도 ...... 그래, 내가 너무 까칠했다. 만화에서라도 허리 쏙 들어가고 엉덩이 크고 가슴 왕따시 만해야지, 만화속에서 조차 리얼한 몸매를 드러내면 현실이 슬픈거겠지..아니 그래도 뭔가 좀 짜증나. 성인 만화지만 가슴 작은 여자들이 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어쩐지 좀 불만이야... -_-


판타지의 실현, 이라는 워딩을 쓰고나니 박범신의 [은교] 생각이 난다. 나는 이 작품을 싫어한다. 작품의 제목은 은교이지만, 이 책속에서 은교는 은교 자신으로 존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교복을 입은 여고생과 섹스하는 삼십대 남성이 있고, 그걸 엿보는 칠십대 노인만이 이 책속에 있었다. 게다가 그 노인은 모든 남자들의 판타지 실현인듯 운동해서 근육질이란다. 이 책속에서 늙음과 젊음을 얘기하고 또 문학에 대해서도 얘기한다는 걸 알지만, 은교 안에 은교는 없어서, 삼십대의 남성과 칠십대의 남성에게 보여지는 여고생 은교가 있어서 나는 도무지 이 작품을 좋아할래야 좋아할 수가 없더라.



예술은 판타지를 그려낼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실제 현실에 일어나지 않을 일들을 마음껏 책이나 영화로 그려낼 수 있다. 그렇지만 나로서는, 어떤 판타지의 실현에 대해서는 좀 불만스러워지는 것이다. 뭐 이쯤하고.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고 계속 생각하면서 언제나 장바구니에 넣었다 뺐다를 반복했다. 이번에도 그러했는데, 오, 마침 중고알림등록 메세지가 오더라. 오호라! 그래서 장바구니에 넣고는 갈등했다. 정가보다 저렴한 중고이니 마음에 들지만 내가 과연 이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아아 어쩌지. 하루만 더 생각해볼까... 하던 차에 판매완료. 아하하하하하하하..



차라리 잘됐어... (깊은 체념. 씁쓸하게 웃는다.)









이 책이야말로 정말 도전!! 해보고 싶은 책인데 아무래도 페이지수의 압박..이 너무 심해서 감히 엄두가 안난다. 그래도 자기전에 조금씩 읽으면 결국 미션컴플릿! 하지 않을까, 하고 계속 보관함에만 들어있다. 도전!! 했다가 아니야.. 하고 뒤로 물러난다.


나는 다가서다가도 물러나요.........♪







어쨌든 저 두 책을 빼고 장바구니에 8만원 이상의 책을 넣어두고, 오늘 아침에 결제해야지, 하고 신간을 잠깐 둘러보다가, 오오오오, 이것은 뭐야...





'캐런 조이 파울러'의 신간이다. [제인 오스틴 북클럽]의 작가. 아아, 궁금하다. 우어어. 장바구니 결제하기 전에 이 책을 보다니, 이거슨 이 책과 내가 만날 운명..같은 것인가...

그러나 이 책까지 포함해서 지르자니 십만원돈이 다 되어간다..안돼..뭐 한 권 빼자..


[페스트]랑 가격이 똑같은데, 페스트 ... 널 뺄까 해.... 미안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한다는 건 좀처럼 쉽게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나 역시 여러차례 혼자 사랑을 했었더랬다. 마찬가지로 내가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나를 사랑한다고 해서 거절을 말하기도 했었다. 그러므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 건 기적같은 일에 다름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고 말하며 마음을 확인한 순간, 우리는 상대와의 관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해야한다. 이 기적같은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게 아니니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 역시 나를 사랑해주는 건, 그러므로, 최선을 다해 관심을 기울여야 할 축복이다.


어제 기사식당에서 돼지불백에 소주를 마시고 술냄새 고기냄새 풍기고 들어갔는데, 그럼에도불구하고 조카 둘다 내게 와서 안겼다. 이모~ 소리치며 보고싶었다고 안기더라. 나에게서는 나쁜 냄새가 나는데도. 내가 사랑하는 이 두 조카가 나를 만나 반갑고 좋다며 내게 안겨들다니. 이것이야말로 기적이 아닌가. 소중한 순간이며, 그러므로 나는 이 순간을 오래 유지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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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6-01-15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이 찌릿한 감동을 주시는군요. 이번에도 감전 당합니다 ^^

다락방 2016-01-15 10:04   좋아요 0 | URL
헤헷. 금요일이어서 무척 신나요!! 금요일부터 주말까지 또 우리 신나게 지내봅시다! >.<

비연 2016-01-15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단락에서 괜히 눈물이 찔끔하네요...
아이들은 모두 천사고, 특히 나의 피붙이가 안길 때는 정말 더 필요한 게 없는 소중한 순간임을 느끼죠.
우리 조카가 제게 와락.. 할 때 늘 느끼는...

다락방 2016-01-15 10:47   좋아요 0 | URL
조카들이 태어나고 조카들에 대한 사랑을 느끼면서 저는 또 그전보다 성장하게 된 것 같아요. 아, 세상에 이런 사랑이 있구나, 무조건 주고만 싶은 그런 사랑이 있구나, 하는 걸 알게 됐거든요. 그 어린 아이들이 달려와 안기는 어른이라니, 스스로 뿌듯한 느낌도 들고요. 비연님, 지금처럼 계속 사랑하면서 살기로 해요. :)

뽈따구 2016-01-15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력이 점점 떨어지나봐요.. ㅡ.ㅡ ˝나쁜상자˝라 읽고 ˝상자가 나쁘면 어떤거지?? 갸웃??˝ 했네요.
정말 성인만화에 폭 빠지셨나봐요. 그래도 다른 책도 사시고 ㅎㅎㅎㅎ (저는 한 번 무협지에 빠지면 한 6개월 무협지만 보거든요. ㅋㅋㅋㅋㅋ)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 것은 기적같은 일이다에 동감 한 표.
또한 저는 저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기적으로 생각이 되어지더라구요.
이렇게 다르고 다른데, 나를 사랑하고 챙기기에도 벅찬데, 너 역시 너를 사랑하기 바쁠텐데, 그 와중에 나를 사랑해주다니!

사랑하고 사랑받는다는건 가슴 벅찬 일이에요, 나쁜상사에서처럼 폭력으로만 가지 않는다면.

다락방 2016-01-18 09:22   좋아요 0 | URL
아, 저도 요즘 그런 거 느껴요. 늘 글자를 잘못 읽더라고요. ㅎㅎㅎㅎㅎ 그래서 저 역시 시력이 떨어졌나, 이런 생각도 했다가 이렇게 늙어가나.. 싶기도 했다가.. -0-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 일은 확실히 기적이죠. 저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말씀하신대로 굉장히 기쁘고 감사한 일이죠. 이 나를 사랑해주다니, 그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그러나 그것이 사랑일 때는 고맙지만, 사랑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집착이라면 얘기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폭력은 사랑에서 오는 게 아니라 집착에서 오는 거니까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집착을 사랑이란 이름으로 포장하며 강요하는 것 같아요. 그게 너무나 무섭고 슬프죠...

건조기후 2016-01-15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은 무슨 얘기를 해도 참 사랑스러우신 거 같아요 ㅎㅎㅎ

다락방 2016-01-18 09:20   좋아요 0 | URL
건조기후님이 저에 대한 애정이 폭발하셔서 그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꿈꾸는섬 2016-01-15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 사람~^^ 저도 없을 줄 알았는데 어딘가에 있다가 나타나더라구요. 다락방님께도 기적이 일어날거에요.^^
조카들은 이모를 좋아하죠.ㅎ
남자들에겐 성적판타지가 분명 있는 것 같아요. 자기들만의 기준인데 대부분의 남성들이 비슷한 환상을 가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다락방 2016-01-18 09:07   좋아요 0 | URL
저는 지금 기적을 만나 살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합니다. 매일매일 기적같다고 생각해요. 힛.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몇 있고, 그들 모두가 또 저를 사랑해요. 그리고 그 수가 충분히 많다고 생각합니다. 조카만해도 두 명인 걸요!

남자들에게도 여자들에게도 또 다른 성에게도 나름의 성적 판타지는 있는 것 같아요. 가슴 큰 여자가 대부분 남자들의 성적 판타지인 것 같긴 하지만, 사실 저는 가슴 큰 여자를 싫어하는 남자들도 좀 만나봤거든요. 저는 성적인 판타지.. 는 딱히 생각나는 게 없지만, 성적인 매력을 느끼는 부분 같은 것은 있는 것 같아요. 남자들의 예쁘고 큰 손을 보는 게 너무 좋고요 심장이 벌렁거려요. 그리고 팔목에서 팔꿈치까지의 그 부분에 근육 있는 거랑요. 가슴 근육이라든가 복근 같은 것에서는 벌렁거리는 느낌이 없는데 손하고 팔을 보면 되게 벌렁거려요. 그 부분을 특히 좋아해요. 히힛.

보빠 2016-01-17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은 책 전문적으로 소개해주는 분 같네요..
대단하십니다.

다락방 2016-01-18 09:01   좋아요 0 | URL
아니, 무슨 말씀을.. 하하하하하. 고맙습니다!
어쩐지 으쓱하네요. ^^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