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엊그제 친구로부터 원데이 읽어봤니, 어땠니? 라는 물음이 톡으로 왔다. 나는 그거 책은 읽다 팔았고 영화는 좋은것 같았는데, 하고 알라딘 뒤져보니 2014년에 책은 백페이지 읽다 팔았고 영화는 좋았다고 써있는 거다. 친구와 원데이에 대한 대화를 하고나니 이 영화를 다시 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그 때 책은 읽지 못하고 팔았으니 그렇다면... 다시 읽어볼까 하게 되었고, 바보처럼 일단 원서를 주문했다. 번역본은 이북으로 사자..

















나는 어제 이 영화를 다시 보았다. 네이버 굿다운로더로 천원 조금 넘고 넷플릭스에서는 그냥 볼 수 있다.



'에마'와 '덱스터'는 대학졸업식날 아는 사이가 된다. 인기남이었던 덱스터를 에마는 몰래 흠모하고 있었지만 덱스터는 에마의 존재를 몰랐다. 어쨌든 대학졸업식날 이케저케 아는사이가 되고 섹스할 뻔한 사이가 되기도 하지만 그들은 그냥 친구를 하기로 한다. 덱스터는 집이 엄청 돈이 많고 잘생기고 인기도 많고 그래서 삶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해서 부모님의 지지가 가능한거다. 반면 에마는 런던으로 넘어가서 멕시코음식 집에서 종업원을 하며 내가 이러려고 여기온 건 아닌데, 그런데 이게 내 현재 직업이고 이것밖에 하는 일이 없으니 이 길로 나아가야 하지 않나 고민한다. 덱스터는 방송국 피디가 되고 싶었지만 아주 지저분한 심야 토크쇼의 사회자가 된다. 그는 인기가 더 많아지고 어딜가나 여자들이 따라붙는다. 이 여자를 여자친구 삼고 저 여자랑 하룻밤 자고 그러면서 그는 에마와 우정을 나눈다. 일하는 틈틈이 자신에게 어떤 일이 생기거나 외롭고 누군가 필요하면 항상 에마를 찾는다. 이런건.. 소울메이트일까?


반면 에마는 아직 딱히 교제하는 사람이 없었다. 여전히 마음속에 덱스터가 있고 그런데 덱스터가 자기 눈앞에서 여자친구랑 키스하는 것도 봐야되고.. 심란하다. 덱스터는 발가벗은 여자가 눈앞에서 왔다갔다 거리고 섹스를 눈앞에 두고 있어도 에마랑 통화를 한다. 덱스터에게 에마는 자신의 어떤 '다른 영역' 쯤에 놓아둔 친구인지도 모르겠다. 마음 속 성소 같은 것..

자신의 미래가 어찌 흘러갈지 몰라 혼란스러워하는 에마에게 덱스터는 함께 여행을 가자고 제안한다. 에마에겐 처음 해외여행인데 가는 내내 그들 여행의 룰을 정한다. 벗은 모습 보여주지 않기 서로를 유혹하지 않기 등등. 이들이 이성이면서 한 호텔방에 잘건데 아니, 그거 가능해지는 부분인것인가.. 덱스터에겐 애인도 있었는데 어떻게 여자사람친구랑 단둘이 여행을 가는지, 나였으면 내 애인을 그 여행에 기꺼이 보내줬을까? 생각해보면 어떤 애인의 경우엔 맘대루 해~ 다녀와~ 했겠지만 어떤 연인의 경우엔 그런 생각을 하고 내게 말을 했다는 것 자체에서 이미 충격받고 우울하고 그랬을 것 같다. 인생.. 

여튼,

아니, 굳이 한 방 한 침대에서 자면서.. 아니 어쩌려고.. 게다가 에마는 덱스터 좋아하는데.... 어쩌려고 그래 어쩌려고...

그런데 한 번 해보고 싶긴하다. 너랑 나 친구, 베프, 너 남자사람 나 여자사람, 우리 둘이 여행, 한 침대, 노섹스 노누드 오케바리? 한 번 해보고 싶다. 내가 굳이 단둘이 여행을 가겠다고 허락한 것부터가 그 남사친은 내게 여느친구들과는 다른 위치에 있는 사람이겠지만, 그래도 노섹스 노누드, 사실 나는 그거 자신있다.

뭐 어쨌든 에마와 덱스터는..그렇게 되었다. 어떻게? 안알랴줌.


에마는 차근차근 자신의 길을 찾아 간다. 학교 선생님이 되고 늘 염원했던 글을 쓴다. 차근차근, 차근차근.

덱스터는 화려한 시절과 인기를 가졌지만 지저분한 쇼의 진행자라는 오명도 갖고 있고 무엇보다 자신의 부모님에게 자신이 진행하는 쇼를 보여드릴 수가 없다. 덱스터의 엄마가 그 쇼를 보려고 하자 그걸 말리는 거다. 내가 하는 일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모르게 하고 싶다는 그 부끄러운 마음, 결코 자랑스러울 수 없는 일을 하는 그 마음. 그렇다면 그 일은 안하는 게 낫지 않을까?


에마는 자신을 내내 갈망하던 '이언'과 애인이 된다. 한 집에 살게 되고 이사도 가게 되고 그렇지만 에마는 이언을 사랑하지 않는다. 이언은 에마랑 함께하는게 기적같이 여겨지지만 그러나 에마가 사랑하는 건 덱스터라는 사실을 안다. 덱스터와 함께 있을 때 그녀가 밝게 빛난다는 걸 안다. 덱스터를 보는 눈으로 자신을 보지 않는다는 걸 안다. 에마는 자신의 인생을 충실히 살아가며 책을 쓰고 작가가 되고 거주지를 옮기는 이 모든 과정에서 그러나 자신의 어느 한 부분에 덱스터를 두고 내치지 않는다. 덱스터랑 싸우기도 하고 덱스터의 청첩장을 받아도 그녀는 그를 놓지 않는다. 아니, 청첩장 받을 때 기분이 어땠겠냐고 ㅠㅠ 문득 너무 좋아했지만 더이상 연락하지 않는 사이가 되었던 남자가 2년만에 연락해왔을 때 '나한테 청첩장 주려는건가?!' 이러고 대충격 받았던... 나의 과거가 떠오른다. 그가 '하아 내가 어떻게 너한테 청첩장 준다고 전화를 하겠니..' 라고 그가 말하는 순간 내 머릿속 회로는 피라미드로 넘어갔었다. 굳이 2년만에 연락을... 그렇다면 피라미드? 좋다, 만나서 네가 나에게 옥장판을 팔아도 나는 사지 않겠다. 나는 너를 정말 좋아했지만 다단계 영업엔 노를 말하겠어. 나는 이렇게 칼같은 여자, 냉철한 여자, 차가운 도시여자야! 이성이 가득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인생을 조심조심 살아가려는 나의 태도 되시겠다. 아무튼,

덱스터의 인생이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떻게 살아야할지 더 가닥이 잡히지 않을수록 에마의 인생은 점점 더 단단해진다. 덱스터는 자신의 딸에게 에마가 지은 책을 읽어주고 또 기차 안에서도 에마의 책을 읽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덱스터는 한참을 돌고 돌아 자신이 있어야 할 곳, 자신이 진정 행복할 수 있는 곳은 에마의 옆자리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주 긴 방황을 거친 뒤에. 반면 에마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덱스터를 향한 자신의 마음과 사랑을.


어제 영화보면서 왜 이 남자들은 이렇게나 방황을 하는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의 마음을 또렷이 보고 인지하고 그걸 알고 있는 여자들의 어마어마한 사랑을 받는 그들은 왜그렇게 돌고돌고돌아야 하는가. 가장 오래 돌아오는 인물이라면 내가 너무 싫어하는, 다 늙어 죽기 직전에 솔베이지 찾아오는 페르귄트가 있겠고, 노멀 피플 생각났고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생각도 났다. 아니, 일곱번 째 파도도. 원데이에서의 덱스터는 가진 자원이 충분히 차고 넘치는데도 홀로 서는 것에도 방황한다. 


방황은 잘못이 아니고 방황은 죄가 아니고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지만, 방황할 자유가 그에게는 더 있었다. 에마보다 더. 에마는 자신이 살아가야 할 길을 자신이 개척해야 하고 자신이 중심을 잡아야 하고 그래서 때로는 억지로 어떤 선택들을 하지만, 덱스터는 살고싶은 대로 살거야~ 이러면서 선택할 수 있는거다. 물론 그 선택이 자기가 '하고싶은' 거였다고 해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일 수 없는 것이었지만. 


나는 덱스터가 지 꼴리는대로 살다가 결국 서른이 훌쩍 넘어서도 자기 길 못찾고 있는데, 기차 안에서 에마가 쓴 책을 읽는 아이를 보는 장면이 너무 좋았다. 에마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도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도 분명히 알고 그 길을 향했던 것 같다. 

나처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졸라 똑똑해. 

멋져..



다 늙은 덱스터가 에마가 제짝인줄 알았다고 이 영화가 해피엔딩일줄 안다면....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뭐, 그렇다는 거다. 그 사람이 언제까지나 영원히 거기 있을거라고 착각하지마. 미래는 예측불허.. 




레오, 왜 "당신이랑 ( …… ) 하고 싶어", 이렇게 말하지 않고 "우리 ( …… ) 할까요?", 이렇게 물어요? 당신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 몰라요? 아니면 내가 원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당신도 원하지 않을 여지를 남겨두는 건가요? (일곱 번째 파도, p.280-281)









언제 월요일이 온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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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12-20 09: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노섹스 노누드, 사실 나는 그거 자신있다. 진짜???????? ㅋㅋㅋㅋㅋㅋ
옆에 크리스토퍼 있어도?

다부장님 근데 다른 소리인데 3차 맞은 거 괜찮아요? 2차랑 3차 중 더 아픈 쪽은?

다락방 2021-12-20 09:57   좋아요 2 | URL
제가 이제 체력이 딸려가지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노섹스 노누드 자신 있는 정도가 아니라 그래야만 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3차 아팠어요. 열나고 2차처럼 바람이 제 온 피부를 때리는 것 같고 그랬어요. 근데 2차가 더 아팠어요. 3차는 2차에 비하면 덜 아프고 견딜만 했어요. 타이레놀이 도와줬어요. 타이레놀 진짜 신이 내린 선물.. 엄청 괴롭다가 타이레놀 두 알 먹으니까 고통이 잠잠해지더라고요. 타이레놀 만세!

다락방 2021-12-20 09:58   좋아요 2 | URL
아 그리고 잠자냥 님.
저 크리스토퍼랑은 소울메이트 하고 싶은겁니다. 흠흠.

- 2021-12-20 11:04   좋아요 3 | URL
덴마크에 사는 하나도 안 허약해보이는데 가슴팍 열고 병실에 둔너있는 뮤비찍은 92년생 크리스토퍼!!!! 한국에 너의 소울메이트가 있어!! 노섹 노누드는 가능하지만 노터치는 안된대.

청아 2021-12-20 11:17   좋아요 2 | URL
아ㅋㅋㅋㅋㅋㅋㅋㅋ쟝쟝님 사릉함♡

다락방 2021-12-20 11:28   좋아요 3 | URL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치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터치는 필요로하는 소울메이트가 여기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1-12-20 11:30   좋아요 1 | URL
매켄지한테는 김치찜 해줄거고 크리스토퍼한테는 수육 삶아줄까? ㅋㅋㅋㅋ

다락방 2021-12-20 11:31   좋아요 1 | URL
너무 좋은 아이디어지만 크리스토퍼 이자식 너무 짐승 냄새 나서 육식 좀 금해야 할 것 같지 않아요? 저 야성미랑 짐승미 좀 약하게 해주고 싶어... 안그러면 소울메이트 정신에 해로워....

- 2021-12-20 11:33   좋아요 1 | URL
92년생 크리스토퍼! 너는 월남쌈이야!! 난 양꼬치 먹었지롱 메롱 ㅋㅋ 아 그리고 나한테 양꼬치먹이면서 다락방이 끼부렸어 끼락방 ㅋㅋ

다락방 2021-12-20 12:08   좋아요 2 | URL
흐음.. 양꼬치가 나의 끼본성 건드렸는가부다 ㅋㅋㅋ
여튼 크리스토퍼, 월남쌈 먹자. 월남쌈에 소주 먹고나서 어느정도 취했을때 쌀국수 시켜서 먹어주면 또 그맛이 끝내준다.. 인생 한번 살아볼만하구나, 싶은 개꿀맛...

Falstaff 2021-12-20 1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래서 대화가 필요합니다.
여자사람과 남자사람 둘이 여행을 가서, 한 방에 묶고, 심지어 한 침대에서 자는데, 노섹스 & 노누드...라면
남자는 이렇게 생각할 지도 모릅니다.
˝정말 노섹스 & 노누드 하면, 내일 아침에 사내새끼가 여자 마음도 몰라준다고 몇 대 줘박고 친구들한테 소문 내는 거 아녀?˝
이런 고민 마시고, 애초에 방 둘 쓰시는 것이 서로 좋을 듯하네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1-12-20 12:07   좋아요 1 | URL
저도 왜 굳이 한 방을 쓰면서 저런 룰을 만드는가... 생각해보았는데 아마도 경제적인 이유겠지요? 방 두개 잡는것보다 하나 잡는게 더 저렴하니까요. 저도 애당초 저런 룰까지 만들어가면서 선을 그어야 한다면 방을 두 개 잡는쪽이 깔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그렇게 막 방 하나 잡아서 선 긋고 룰 정하고 하지 않아도 될만큼 돈을 벌었으니까요... 하하하하하

Falstaff 2021-12-20 12:14   좋아요 0 | URL
ㅋㅋㅋ 실화가 생각나서 말씀입죠.
저 초년 시절에 강차장께서는 딸만 셋을 둔 애처가였는데요, 어린 아가씨를 꼬드겼답니다.
당시엔 섹스를 하면 무조건 결혼을 하는 시대였습니다. 나이 차이가 좀 나서 아가씨는 친하게 지내지만 곁을 주지 않았다는군요. 그래서 강차장께서 얘기하기를,
우린 서로 젊잖아. 젊은이들끼리 뜨거운 가슴만 대고 자자고! 내가 다 보장할께.
강차장도 젊은 시절에 아주 강단이 세고 뜨거운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정말로 그럴라고 했다네요. 근데 애초에 가능하지 않았던 옵션이라고 하더랍니다.
˝아 글쎄 안 그럴려고 해도, 나머지는 저절로 다 되던걸!˝
당시의 의식수준으로 딸만 셋 둔 것만 조금 불만이었고, 나머지는 하여튼 겉으로 보기엔 행복하게 살았더래요. ㅋㅋ

다락방 2021-12-20 14:55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강차장 께서는 원래 이성적 호기심이 있던 사람과 가서 지금 딸만 셋을 둔 애처가가 되었다, 는 것이지요? 저 처음 읽을 때 딸 셋을 둔 애처가가 어린 아가씨와 둘이 놀러갔다는 것인줄 알고 아니, 이런 .... 하지 않았겠습니까? 껄껄.

Falstaff 2021-12-20 15:28   좋아요 0 | URL
앗, 읽어보니 그렇네요. 제가 멍충이처럼 썼네요. ㅠㅠ

독서괭 2021-12-20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닛 다락방님, 오랜만에 연락온 그 남자가 청첩장은 안 줬지만 옥장판을 팔았다, 그거 아니지요? 왜 얘기를 하다 끊으시죠? 궁금하게?? / 굳이 한방에서 저런 룰까지 만들며 여행하는 거, 그냥 꽁냥꽁냥으로 보이는데.. 흠. 저 남자 별로네요.

다락방 2021-12-20 14:29   좋아요 1 | URL
이민을 간다고 하더군요... 네..... 이민 가기 전에 보고 싶었다고.....

(잠시만요. 저 좀 울고 올게요.)

독서괭 2021-12-20 14:57   좋아요 0 | URL
음… 옥장판보다 훨씬 로맨틱하고 아름다운 결말입니다.. 그만 우시고(토닥토닥)

다락방 2021-12-20 16:57   좋아요 1 | URL
이민가 소식이 끊기고 몇년후.. 그들은 재회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12-20 17:07   좋아요 0 | URL
헉 뭐라구요? 이거 드라마였어요? 다음 화는 언제 방송되나요!😳

다락방 2021-12-20 17:08   좋아요 1 | URL
저도 계속 들려드리고 싶기 때문에 다음 시즌을 간절히 기다립니다. ㅎㅎ
 
달나라에 사는 여인
밀레나 아구스 지음, 김현주 옮김 / 잔(도서출판)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2006년에 쓰여진 책인걸 감안해도 ‘창녀놀이‘는 자꾸 나를 튕겨내버리지만 마지막장까지 읽고 나면 훅- 별점이 올라간다.
노트와 편지를 발견하고 그 내용을 보게 되는 바로 그 마지막 장에서.
이 맛에 소설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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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12-20 09: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맞습니다. 그 놀이에 저도 음...... 했지만 마지막 때문에 저는 별점 올려서 다섯 개 줬습니다.

다락방 2021-12-20 09:46   좋아요 3 | URL
저 마지막에 진짜 생각도 못했다가 !!!!!!!!!!!!!!!! 이렇게 되어가지고.. 저는 마지막 때문에 넷이에요.
아니 근데 진짜.. 이 맛에 소설 읽지 않나요? 저는 마지막 장이 그럴줄은 몰랐죠?!

잠자냥 2021-12-20 09:50   좋아요 2 | URL
전 많이 줘도 별 넷이야...하고 있었는데 마지막장이랑 외할머니 사연때문에 별 다섯으로. ㅎㅎㅎㅎ
마지막장 정말 누워읽다가 벌떡 일어났어요. ㅠㅠ 그 마지막장 알고 다시 생각해보면 이 소설 참... 하... ㅠㅠ

다락방 2021-12-20 09:54   좋아요 3 | URL
저는 막 다 읽고나서 ‘아니, 대체 사랑이 뭐라고, 사랑이 뭔데 그래...‘ 막 이렇게도 되었어요. ㅠㅠ
이 책은 <여성과 광기>랑 함께 읽어도 좋을 책인것 같아요.

건수하 2021-12-20 16: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어제 후루룩 다 읽었어요!
근데 저는 마지막 전에도 좋았는데..
오히려 그걸로 약간 김이 샜어요 ㅎㅎ

다락방 2021-12-20 16:56   좋아요 1 | URL
오 그 마지막으로 인해 김샐수도 있군요! 그런데 그것도 뭔지 알 것 같아요. 저는 소설 읽는 맛이 난다고 좋아하긴 했지만, 아 그렇다면 그녀에게 진실한 사랑은... 하고 아쉬운 마음이 들었었거든요. (스포를 안하려고 말조심)

건수하 2021-12-20 16:57   좋아요 1 | URL
김샜다.. 라기보다는 그녀가 약간 안스럽기도 했구요… 하여튼 저는 그 전도 좋았다~ 입니다 ㅎㅎ

다락방 2021-12-20 16:59   좋아요 3 | URL
저는 이게 영화에서 어떻게 표현될지 너무 궁금해서 보고싶어요. 특히 마지막 장 말입니다. 영화에선 그것이 어찌 표현될지...

책읽는나무 2021-12-20 17: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장이라!!!!!!!
궁금하다!!!!!!!!!
계속 마지막 장 얘기만 가득이군요ㅋㅋㅋ

다락방 2021-12-21 09:33   좋아요 1 | URL
책나무 님 읽어보세요! 아주 얇아서 금세 읽을 수 있답니다? 후훗.
 

맙소사, 오늘밤 자고 일어나면 12월 20 일이라니. 나 <여성과 광기> 아직 백쪽밖에 안읽었는데 아 미치겠다..

여튼 열흘 밖에 안남았으므로 올해의 책에 대한 페이퍼를 쓰기로 한다. 진작 쓰려고 했는데 이건 왜 자꾸 미루게 되는지. 아마도 남은 기간 동안 더 나은 책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때문이었는가 보다. 그리고 에세이 부분에 있어서는 그 생각이 맞았다.



올해의 소설: 필립 로스, <네메시스>















올해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도 읽었고 또 인상적인 소설도 있었지만, 올해의 소설로는 신념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해준 네메시스 를 정했다. 필립 로스는 누군가 내게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냐 물었을 때 바로 말하게 되는 작가는 아니고 여러면에서 아쉬움이 생기는 작가인데, 글은 너무나 천재적으로 쓰면서 지독하게 남성적인 면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 점에 있어서 좀 징그러워.. 이 책, <네메시스>도 남성적인 소설이다.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남성적인 냄새가 엄청 나는 책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소설을 올해의 소설로 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소설은 9월에 읽었는데, 이 책을 읽은 9월, 와 이 책이 올해의 소설이다 이건 변하지 않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이 소설에 대해서는 읽고나서 바로 리뷰를 쓰기도 했지만, 이 소설속 등장인물은 바르게 살고자 하는 사람이다. 바르게 자라왔고 바르게 살고자 한다. 건강하게 살고 싶고 누구에게나 떳떳하고 싶고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고 약자를 혐오하는 일은 해서는 안된다는 걸 믿고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이다. 존경하는 어른이 있고 또 사랑하는 여자도 있다. 그런 그가 전염병에 걸리고 다른 사람에게 옮기기도 한다. 이토록이나 확고하게 바르게 살겠다는 신념이 대단하고 그걸 지켜온 고지식한 사람에게 '내가 이들에게 전염병을 옮겼다', '내가 이곳에 이 병을 가져왔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나의 병으로 인해 고통받게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내가 이 소설을 인상깊게 읽은 건 읽는 내내 소설속 주인공이 전혀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그가 가진 신념과 그 신념을 굳건하게 잡고 앞을 보고 충실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고지식한 면이 내것과 꼭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가 불구의 몸이 된다. 자신의 신념대로 살아왔지만 불구의 몸이 되고, 그에게는 자신의 신체할동이 삶의 기쁨이고 에너지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무너진다. 누구보다 바르게 살고자 했고 또 선하게 살고자 했는데, 아무도 혐오하지 않으면서 살고자 했는데 고통속에 빠져버린거다. 그 부분에서 나는 너무 충격을 받았다. 그렇다면, 그렇게 사는것이 잘못인가? 남들이 피할 때 피하고 남들이 혐오할 때 같이 혐오했다면 그렇다면 내 몸 하나 건강하게 내 삶을 사랑하는 그대로 살아갈 수 있었을까?에 대해 생각하게 되어버리는 거다. '옳게', '바르게', '맞게' 살고자 했는데 그런데 그 모든게 나를 고통에 빠져들게 한다면?


이 신념에 대한 생각은 이 책을 읽은 이후로 계속 나를 따라다니고 있어서 이 책은 내게 올해의 소설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필립 로스 이 교활한 영감은 이 소설의 말미, 그의 신체가 가장 아름답고 찬란했던 때를 묘사한다. 정말이지 지독하게 똑똑한 작품이고 나는 여전히, 아직도 이 책의 신념과 고지식함을 떠올린다. 그리고 신념과 고지식함을 가지고 있는 나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생각한다. 


나는 이대로 좋은가, 나는 이대로 괜찮은가, 옳다고 믿는 것이 과연 좋은길로 향하기만 하는것인가.




올해의 에세이: 데버라 리비, <살림 비용>
















공교롭게도 소설도 에세이도 다 노란색 표지네. 노란색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데 그렇게 되었다. 어떤 일은 내가 예상하지 못햇던 방향으로 흘러가니까.

올해의 책을 써야지 마음 먹으면서도 에세이를 등장시킬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건 내가 에세이란 장르를 딱히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나 시인이 쓴 에세이는 너무 질색팔색하고, 에세이 읽으면서 좋다고 생각한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굳이 찾게 되는 책, 굳이 읽겠다고 마음 먹은 책들 중에 에세에의 비율은 극히 적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연달아 '아 좋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에세이 역시 어제 리뷰를 올렸지만, 곳곳에 드러나는 작가의 생각이나 감상도 그렇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문장이 정말 끝내주는거다. 이것이 시리즈중 두번째 책이라길래 어제 냉큼 첫번째도 주문햇고, 게다가 어제 감동받았던 여러문장들이 도대체 원서에서는 어떻게 표현됐나 궁금해져서 좀전에 원서도 주문했다.  네.. 나란 여자... 왜이렇게 사들이는데 진심인지 모르겠다.


나는 읽고 쓰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것은 내가 읽고 쓰는 사람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읽고 쓰는 일이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데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일은 내가 잘 하지 않는 일이고 그럴 일도 별로 없지만 혹여라도 이런 내가 누군가를 미워하게 된다면 몹시 괴롭다. 나는 삶에 있어서 항상 답을 찾고자 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 역시 다들 답을 찾고자 노력할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살다보니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고, 답을 찾아야 겠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고, 답을 누가 대신 찾아줬으면 하는 사람들도 있더라. 나는 내가 미워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답을 누가 좀 찾아줬으면' 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됐다. 내 삶의 방식과 다른 삶의 방식이기 때문에 그들과 가까워지고싶지 않고 혹여라도 나에게 다가올라치면 밀어내기 바쁘다. 나는 답을 찾고자 하는 사람이 좋고 답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은 기어코 답을 찾아낸다고 믿는다. 문제가 있다면 답을 찾아내야 한다. 문제를 일으킨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원망하는 건 해결하고 난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누가 그랬어?' 보다 '자 그러면 어떻게 해결하면될까'가 먼저 나오는 사람이 좋다. 


나는 호기심이 풍부한 사람, 관심을 갖는 사람, 생각하는 사람이 좋다. 하나의 사건을 그저 사건으로 보기 이전에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생각해보고자 하는 사람이 좋다. 읽는 일과 쓰는 일은 그런것들을 키우는데 최선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데버라 리비의 이 에세이를 읽으면서 데버라 리비가 읽고 쓰는 사람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데버라 리비가 이 에세이를 통해 본인의 관찰과 본인의 삶에 대한 회고와 반성, 그리고 친구들과의 대화를 들려주어서 고마웠다. 



올해의 여성주의 책: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 <페미니즘의 투쟁>















이 책은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9월의 도서였다. 밑줄을 긋고 플래그 덕지덕지 붙인 건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이 더했지만, 또 제2의 성 읽으면서 감탄에 감탄을 거듭햇지만, 제2의 성이 그렇다는 건 사실 2년전에도 이미 읽어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의 이 책은 읽으면서 실로 놀라웠다. 가사노동에 대한 것이라는 것만 대략 알고 시작했는데 가사노동에 대한 투쟁이어서 놀랐고 마지막엔 토지와 함께 살기, 그리고 에코페미니즘에 대한 것으로 넘어가서 놀랐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이 땅에 대한 관심 어떻게 사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더 나을 것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 그리고 행동이 이 책안에 있었다. 이런 내용을 만날 줄 몰랐다가 만나서 너무 반가웠고 그래서 좋았다. 책은 읽어보기 전까지는 내가 기대한 것과 어느만큼 어긋날지 혹은 어느만큼 더 좋을지 알 수 없는데 <페미니즘의 투쟁>은 내가 생각한것보다 더 힘찬 책이었다. 

<여성과 광기>를 아직 완독하지 못해 어쩔수없이 떨어진 건 유감이다. 미안...




올해의 원서: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OLIVE, AGAIN>
















올해 친구들과 영어 원서 읽기를 시작하면서 완독한 책은 네 권이고 지금 다섯권째의 책을 읽는 중인데 이 다섯번째 책-오바마 자서전-이 나를 너무 힘들게 해서 불태워버리고 싶다. 오죽하면 내가 친구들에게 한 주 쉬자고 말했다. 읽어도 읽어도 분량이 줄어들질 않고 게다가 오바마는 말이 진짜 너무 많아가지고 대통령 되기까지도 한참 걸렸고 장관 뽑는데도 내가 이 사람을 왜 선택했는지 도 구구절절 설명해놔서 진짜 읽기 너무 싫다. 그래서 포기하고 다른책을 읽고 싶은데, 지금 포기하면 앞으로 오바마 자서전 읽기는 다시 도전하지 못할것 같아서 망설이게 된다. 이대로 끝일 것 같아. 그런데 너무 재미없어서 의미가 없어. 친구들에게 중간점검으로 너희들은 어때? 물어보니 다들 나처럼 반반 인거라. 완독하고 싶은데 다른책으로 갈아타고 싶고 그렇다고 지금 멈추면 오바마를 다시 만날 것 같지 않고.. 그래서 내가 한 주 쉬자고 했다. 그냥 영원히 오바마 쉬고 싶다.. 하아- 어쩌면 그게 너무 어려워서인지 그보다 쉬워보이는 원서를 미친듯이 주문하고 있다. 나여... 오바마 책에 대한 스트레스... 이번 주말에 책에 돈을 정말이지 어마어마하게 썼다. 나여..

각설하고,

브리저튼 시리즈 1,2 권과 샐리 루니의 책을 읽었고 그리고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이 책, <올리브, 어게인>을 읽었다. 나는 모두 다 번역본과 함께 읽고 있는데, 그래야만 완독이 가능해지는 나는 영어 초보자..

브리저튼 시리즈는 재미잇지만 시대배경이 1800년대이니만큼 낯선 영어 단어가 겁나 많이 튀어나온다. 공작 자작 뭐 이런거.. 샐리 루니는 이 네권의 원서중에 가장 큰 장점을 가지고 있는데 되게 문장이 쉽다는 거다. 그래서 샐리 루니의 노멀 피플을 도전해보고 싶다. 번역본 팔았는데 다시 사야되겠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야 내가 워낙 좋아하는 작가이고 또 <다시, 올리브>는 <올리브 키터리지>보다 더 좋다고 생각하고 또 말하고 있는데, 그건 어쩌면 원서를 읽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번역본으로도 분명 좋게 읽었지만 천천히 느리게 원서를 읽는데, 와, 이건 진짜 놀라운 경험이었다. 번역본에서 울지 않던 부분인데 원서에서는 내가 울고 있는거다. 아, 이게 바로 '원서'라는거구나. 원서를 읽는 건 이런거구나를 가장 크게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 (물론 브리저튼도 울었다 ㅋㅋ 나이들면 눈물이 많아진다 ㅋㅋ)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문장들이 때로는 간결한데도 그 안에 묵직한 감정들을 많이 담고 있어서 원서로 읽기에 너무 좋은 작가인것 같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가 좋은 이유중에 가장 큰 건, 그녀가 자신이 쓴 인물들에 대해 거리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책속 등장인물이 나쁜짓을 하거나 혹은 선한 행동을 하거나 하는 일들에 대해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자신의 감정을 얹는게 아니라 '이 사람은 이런 삶을 살고 잇어'라고 담담히 기술해주는 거다. 거기에는 범죄자의 삶이 있고 노년의 삶이 있고 다정한 삶이 있다. 그 사람들에게 감정을 품는 건 오롯이 작가의 책을 읽는 독자의 몫인 거다. 나는 그 지점들이 진짜 너무 좋다. 등장인물들의 변명을 해주려 하지 않아서. 이 인물들의 이 삶에 대해서는 읽는 니가 알아서 생각해라, 하는 것이 나는 너무 좋다. 그 지점이 너무 존경스럽다. 만약 내가 소설가가 된다면 나 역시 그런 소설가가 되고 싶은데 나같은 쪼렙은 내가 그리는 등장인물에 거리두기... 안될거야.



올해의 관심: 장 지글러

















반다나 시바를 만났을 때도 그랬는데 장 지글러를 만나고나서도 다른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지금 나는 여러단체에 후원금을 정기적으로 내고 있는데, 돈으로 후원하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간편하고 쉬운 일이다. 돈이 필요한 곳에 돈을 보내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가. 그렇지만 돈 보다 더한 어떤 것을 주는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결국 이 세상을 그리고 이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과 함께하는 삶을 더 낫게 만드는 것은 나의 몇푼 돈보다는 직접적 행동이 아닐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거다. 이대로 괜찮을까, 다른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에 대해 생각하게 된게 작년에는 반다나 시바 때문이었다면 올해는 장 지글러의 영향이다. 




올해의 문제: 키오스크와 영어


어쩔 수 없이 맥도날드에 가 키오스크로 주문해야 할 일이 생긴다. 내가 만나본 키오스크 중 가장 똥같은 키오스크가  맥도날드다. 어쨌든 주문을 마치고 나면서 늘 드는 생각은 '도대체 노인들은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하는것이다. 나 조차도 이걸 이해하는데 그리고 주문에 이르는데 한참 걸리는데, 우리 엄마는 여기와서 햄버거를 사먹을 수 있을까? 이런게 너무 화가 난다. 일전에도 케이에프씨에 치킨 먹으러 갔는데, 내 또래의 여성이 아이를 데리고 와 키오스크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는 거다. 나는 옆에서 뭘 원하는지 물어가며 대신 주문을 해줬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았다. 맥도날드에서는 어떤 할아버지가 헤매길래 도와드렸다. 감사하다는 인사는 받지 못했다. 나는 이런게 너무 화가 난다. 우리 엄마가 행버거를 먹고 싶으면 먹을수가 없다는게 화가 난다. 내가 집에 와서 이런거 화내면 엄마 아빠는 '우리는 니가 사줘야 먹는거지' 하는데, 나는 그게 화가 난다. 왜, 왜 내가 햄버거를 먹고 싶은데 다른 사람에게 기대야 하는가. 너무 빡치지 않나. 지금 대한민국 대부분의 노인들이 그리고 내 나이 또래의 중년들이 그러고 있을까봐 화가 난다. 왜 키오스크를 더 쉽게 만들지 않지?


얼마전에는 엄마와 걷다가 <hair salon> 이라고만 써진 간판을 보았다. 한글은 하나도 적혀있지 않았다. 너무 화가 났다. 엄마, 저 간판이 무슨 뜻인지 알겠어? 엄마는 모른다고 했다. 엄마, 미장원이야 머리하는데. 하고 또 한참 분통을 터뜨렷다. 왜 한국에서 미장원이나 미용실이라고 안쓰고 저따위로 써놓은거지? 읽을 수 있는 사람만 머리 하러 들어오라는건가? 이거 읽지 못하는 사람 안들어와도 상관없다는건가? 나는 이런게 너무 화가 난다. 


기계를 쉽게 다루지 못하는 사람들이, 영어를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완전히 소외되는 세상이 되는 걸 도대체 어떻게 멈출 수 있을까? 세상이 바뀌니까 어쨌든 당신들이 따라오쇼, 하는건 답이 아니지않나. 좆같은 세상이라고 복잡한 키오스크와 영어로만 쓰여진 간판을 볼 때마다 생각한다. 똥같은 세상..




올해의 인물: 크리스토퍼





코로나만 끝나봐라. 덴마크 간다.
크리스토퍼, 나랑 소울메이트 하자. 
나는 왜 좋아하는 남자가 생기면 소울메이트를 하고 싶을까...... 헤어지기 싫어서 그래.........

더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지난주에는 연말이라고 크리스마스라고 친구들이 책을 선물해줬고, 그리고 내가 나한테 크리스마스 선물을 줬다.그래서 책이 이만큼이나 와버렸다. 깔깔. 깨알같이 굿즈도 ...





크하하하하하하하하 위의 책들은 크리스마스 선물이고 이거 받아놓고 어제 오늘 또 주문했다. 그것들은 연말 선물 되시겠다. 12월에 이래저래 여러가지로 마음고생 했으니까 위로가 필요하다. 나를 위로해주는 건 누구? 나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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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9 2021-12-19 22: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 중간에 오바마 자서전에 대한 이야기 읽으면서 빵 터졌어요. 저도 읽다가 도중에 페이지를 더 나가지를 못 하고 멈춰있거든요.

다락방 2021-12-19 22:48   좋아요 4 | URL
오바마 말 왜케 많아요. 너무 상세하고 디테일하게 다 설명해놔서 대환장이에요 ㅠㅠ 이렇게 말 많은데 그래도 할 말 다 못했다고 두번째 자서전이 있다니 ㅠㅠ 너무해요 오바마 진짜 ㅠㅠㅠ

잠자냥 2021-12-19 22: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의 올해의 책이 필립 로스군요! 옴머나…. 필립 로스에 대한 저항감을 꾹 누르고 언제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그나저나 맥도날드 키오스크에서는 실제로 분변도 검출된다더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12-19 22:51   좋아요 2 | URL
저는 네메시스가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주인공이 너무 저 같아서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저는 저의 큰 단점이 고지식한거라고 생각하는데 주인공이 딱 저같았어요. 히융-
맥도날드 키오스크 진짜 개똥이에요! 너무 싫어요!

- 2021-12-19 23:14   좋아요 3 | URL
공자냥, 훗 _!! 저 필립로스 중입니다 (다섯페이지 읽음) 먼저가 있겠습니다! 와 잠자냥이 안읽은 소설 내가 처음 읽어본다!!

다락방 2021-12-20 07:35   좋아요 2 | URL
오 쟝님 필립 로스 읽어요? 아아 쟝님은 어떻게 읽을까.. 필립 말로 깐 것처럼 필립 로스도 까게 될까요? 필립 로스 뭐 읽어요?

- 2021-12-20 09:28   좋아요 0 | URL
공산주의자요 ㅋㅋㅋ 아직 세페이지 건너 하나씩 플래그 붙이는 거 보면 일단 하나마나 한 소리는 하지 않는 것 같긴 해요 ㅋㅋㅋ 필립말로는 느끼했다 ㅋㅋㅋ 윌리엄 스타이런의 스팅고은 쓰레기였고 ㅋㅋ 어제 읽은 롭은 찌질했는 데… 필립로스는 어쩔라나 ? ㅋㅋ

다락방 2021-12-20 09:51   좋아요 0 | URL
공산주의자는 나도 아직 안읽었어요. 그렇지만 내가 누규? 가지고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조만간 저도 읽을게요! >.<

청아 2021-12-19 23: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네메시스>서둘러 읽어야겠네요!
<여성과 광기>도요.<페미니즘의 투쟁>은 읽는 내내 두근두근했었어요~♡ 내일 책 사는 날인데 장지글러 찜. 간판도 그렇고 화장품,삼푸,린스 같은 물품들도 영어에 잠식당했죠. 한글이 어쩌다보이면 신선할지경..ㅠㅇㅠ

다락방 2021-12-20 07:37   좋아요 2 | URL
미미님 내일(아니 그러니까 오늘) 책 사는 날이에요? ㅋㅋㅋ 책 사는 날 정해두고 사요? 그런데 정해둔 날 아니어도 사고 막 그러지 않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책장도 샀으니까 책 더 사도 되지 않아요? (충동질한다 ㅋㅋ)

맞아요, 미미님. 저희 엄마 아빠 모두 화장품 케이스 가지고 제 방 들어와서 이게 로션이냐 스킨이냐 영양크림이냐 물으세요. 샴푸인지 린스인지 바디워시 인지도요. 아 정말 너무 화나요. 영어교육 못받은 어른들이 수두룩 빽빽인데 그 분들은 화장품도 샴푸도 제대로 쓰지 말라는건가요? 진짜 너무 빡쳐요 ㅠㅠ 나라가 미친것 같아요 ㅜㅜ

청아 2021-12-20 07:55   좋아요 1 | URL
저 김숙의 ‘국민영수증‘보고 10일, 20일 딱 두번만 구매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노력에 방점, 한권씩 못참고 사는 날도 있죠ㅋ역시 다락방님ㅋㅋㅋㅋ) 장바구니는 마음껏 채우면서 최대 미뤘다가 사래요. 확실히 지연시키니 변동사항도 생기고 도움이 좀 됐어요!

다락방 2021-12-20 07:57   좋아요 2 | URL
맞아요. 하루만 미뤄보자, 하루만 미뤄보자 해서 미루면 장바구니가 변하긴 하더라고요. 급했던 책이 안급해지기도 하고 다른 책을 넣기도 하면서요. 그래서 제가 이번에 미루고 미뤄서 와 오래 참았다 하고 뽝 질렀는데, 이게 단단히 고삐를 잡아야지 풀리니까 날뛰더라고요. 토요일 일요일 주말동안 알라딘 두 번, 예스 한 번 주문해서 이제 배송되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어요. ㅠㅠ 미미님은 고삐 잘 잡고 놓지마세요! ㅠㅠ

PersonaSchatten 2021-12-19 23: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제 저는 내년에 저 책들을 읽어보면 되는 것이로군요.
키오스크…정말, 네… 그렇습니다. 일전에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어떤 할아버지가 아무리 봐도 모르겠는데 싶어 카운터에 도움 요청하고 마지막에 카드 내니까 카드 있으시면서 왜 여기로 왔냐고 다시 키오스크로 돌려보내면서 마치 시간 낭비했다는 식으로 반응하는 거 보고 놀랐었어요. 물론 다른 아저씨가 매니저 불러서 카운터에서 주문 완료 했지만요. 저도 이용하기 짜증나고 솔직히 메뉴가 어디 붙었나 방황하고 찾아야 하고 그 사이에 뒤에 줄 서고 그러면 진짜 나이 이십년은 더 먹은 거 같고 자존심 상하고 막 그런데 서글퍼지게 사람이 운용하는 계산대 하나도 없고 그러면 앞으로 햄버거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안 먹을 것 같고 그렇더라고요.

다락방 2021-12-20 07:40   좋아요 3 | URL
저는 은행 갔다가 스맛폰 뱅킹 때문에 고객하고 직원이 신경전 벌이는 걸 보게 됐거든요. 고객은 할아버지뻘이었는데,

고객: 왜 앱이 설치되지 않냐
직원: 저장공간이 부족하다고 나온다. 필요 없는 앱 지워라.
고객: 니가 지워줘라
직원: 그걸 내가 어떻게 지우냐 너가 뭘 쓰는 줄 알고
고객: (스맛폰만 하염없이 바라보며 자리고정)

나중에 그 직원에게 업무를 보게 됐는데 하루에 저런 손님 상대를 너무 많이 해서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저로서는 어떻게 스맛폰을 다루는지 모르는 고객 입장도 알겠고 번번이 그걸 설명해줘야 하는 직원 입장도 알겠고. 정말 답답하더라고요. ㅠㅠ

저도 키오스크에서 시간 많이 걸리면 되게 당황스러워요. 나이드신 분들은 오죽할까요 ㅠㅠ 아 너무 짜증나요 ㅠㅠ

- 2021-12-19 23: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선물 책탑에 제 올해의 에세이가 있네요? ㅋㅋㅋㅋ 아 ㅡ 벌써 20일.. 올해의 페이퍼..! 이번에 마감치면 나도 각잡고 써야지!!

다락방 2021-12-20 07:41   좋아요 3 | URL
<외로운 도시> 말하는거죠? 후훗. 제가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
얼른 마감치고 페이퍼 써줘요, 쟝님!!

2021-12-19 2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20 0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1-12-20 00: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네메시스 올리브 저도 넘 좋았어요 ㅎㅎ 다른 책들도 알아가고 싶네요 저도 키오스크가 편하지만은 않은데 ㅠㅠ 어르신들 나름의 자존심도 있는데 젊은이에게 묻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은 아니죠. 귀도 잘 안들리고 눈도 잘 안 보이니 설명한다고 잘 알아들을수도 없고. 도서관등에서 키오스크 수업을 하더라고요. 근데 코로나때문에 그것도 힘든 상황 ㅠㅠ 내년엔 꼭 덴마크 가시길 ㅎㅎ

다락방 2021-12-20 07:47   좋아요 2 | URL
네메시스도 천천히 다시 읽어보고 싶고요 다시 올리브도 마찬가지에요. 저는 최근에 저희 노화를 매일매일 실감하기 때문에 다시 올리브의 경우 더 절절하게 읽었던 것 같아요. 그래, 나도 언젠가는 혼자 늙어가겠지 누군가와 매일 서로를 들여다봐주는 것이 필요할 날이 올거야, 같은 생각을 하다 보면 다시 올리브는 정말 바로 나의 인생 이야기가 되더라고요. 특히 올리브가 쓰러졌다가 병원에 실려가고난 뒤 의사에게 사랑을 느끼는 그 부분도 뭔지 너무 잘 알겠고요!

저희 아빠는 KFC 라는 이름을 외우는데에만도 한참 걸리셨는데 점점 세상으로부터 추방당하고 있는것 같아요. 하아-

덴마크 가면 소식 전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1-12-20 05: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 카페에서 키오스크 앞에서 적립,할인 그런 것도 다 챙겨 누른다고 막 버벅대고 작동도 늦고 버퍼링 한참....ㅜㅜ
뒤에 젊은이들이 한숨 쉬고 카운터로 가고...^^;;;;;; 저렇게 힘든 키오스크를 왜 설치했대??궁시렁 궁시렁~~~
영화관도 키오스크!! 식당에 앉은 자리에서도 메뉴도 키오스크!!!(이건 좀 편하더군요.종업원 일일이 따로 안불러도 되니깐요) 아이스크림 먹을래도 키오스크!!!.....계속 해본 키오스크는 익숙하니까 할 수 있지만 처음 간 장소의 키오스크는 정말 진땀 절로 납니다ㅜㅜ
어르신들은 어떻게 드실까?생각 많이 드는 부분입니다.ㅜㅜ
크리스마스 선물과 연말 선물도 받으시고...또 좀 있음 새해 선물도 받으시겠군요?^^
1년이 늘 생일같은 책 선물 받기!!! 이거 넘 좋은 이벤트네요ㅋㅋㅋ 굿즈는 덤!!!!^^
일단 눈에 띄는 책들 담아 갑니다^^

다락방 2021-12-20 07:49   좋아요 4 | URL
저는 엄마폰에 스맛폰뱅킹 깔아드리고 한참 설명하고 할 때마다 설명해드려도 잘 못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이젠 숫제 제가 하게 돼요. 이제 학습도 느리고 기계를 만지는 것은 너무나 어렵기만한데 세상은 점점 다 기계로 대체되고 있으니 너무 안타까워요. 병원 접수도 키오스크라서 우리 엄마 이 병원 오면 어쩌나 싶어요. 왜 나는 이런거 못하는데, 하고 위축되는 감정을 들게 할까요? ㅜㅜ

저 거름망 있는 찻잔 너무 좋아서 어제 책을 또 주문했습니다. 사무실에서도 하나 놓고 쓰려고요. 깔깔.

새파랑 2021-12-20 08: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올해의 소설 <네메시스>는 꼭 읽어봐야 겠어요~!! 필립 로스 순서대로 읽으려고 했는데 😅 크리스마스 선물이 정말 풍족해 보이네요~!!

다락방 2021-12-20 07:50   좋아요 3 | URL
저도 이번에 쌓아두고 좀 심했나... 했지만 토요일과 일요일에 걸쳐 세 번의 주문을 더 했습니다. 늦게 준비되는 책들이 있어 아마도 다음주에 책들이 또 폭발하듯 오지 않을까 싶어요. 하하하하하.
새파랑 님은 네메시스를 읽으면 어떻게 느끼실까요. 제 생각에는 새파랑 님 네메시스 되게 좋아하실 것 같아요!

단발머리 2021-12-20 08: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올해의 소설에 로스 작품이 꼽혔다는 걸 로스는 모르겠지만 ㅎㅎ 다락방님 글 읽으면서, 그래, 내가 사랑했던 남자가 바로 이런 사람이야... 뭐 이런 생각이 드네요. 만감이 교차합니다. 전 아직도 필립 로스를 좋아하지만, 좋아하지 않을 수 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꺼려지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언젠가 그의 작품을 다시 한 번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 당장은 아니구요.

올해의 여성주의 책에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가 꼽혔군요. 저는 애증의 <제2의 성>으로 골라 두었거든요.
한 해를 돌아보는 <올해 시리즈> 페이퍼 너무 좋아요. 전 이웃분들 올해의 페이퍼 때문에 연말의 아쉬움을 그나마 달랠 수 있답니다.
저기 아름다운 책탑 사진 3번, 컵에 대한 상세설명이 없네요. 궁금합니다@@

다락방 2021-12-20 09:51   좋아요 1 | URL
저는 로스를 싫어한다고 할순 없을것 같아요. 좋아하는 작가로 손에 꼽지는 못하지만요. 사실 읽었던 로스의 책들이 좋기도 했고 좋으면서 ‘이러지말지‘ 하고 안타까웠던 적도 있고 그랬는데, <네메시스>는 저에게 개인적으로 너무나 강렬했어요. 너무 대충격이었고 저를 너무 흔들었어요. 그 책을 읽은 후로 ‘신념‘에 대해 여전히 생각하게 되거든요. 완전 네메시스는 상대를 제대로 만난거죠. 아니, 제가 상대를 제대로 만난 것일지도. 그러고보면 책 역시도 독자와의 합이 중요한 것 같아요. 네메시스는 언젠가 원서로도 읽어보고 싶어요. 특히 마지막 장에 대해서요. 저는 네메시스의 마지막 장이 너무 아름다워요, 단발머리 님! 이 부분이 진짜 감탄이 나와요.

저도 제2의 성하고 어떤걸 할까 계속 갈등했어요. 두 개를 공동으로 선정할까 싶기도 했고요. 그러다 한 개에 몰아주자, 그렇다면... 그래, 인지도가 적은 마리아로사 님으로 가자! 하게 되었습니다. ㅎㅎ 마리아로사 더 유명해져서 책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저 컵은! 거름망이 있는 잔으로서 잎차를 먹기에 좋습니다. 집에 잎차 선물받아 많은데 귀찮아서 잘 안마시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제 이 컵이 생김으로써 거침없이 찻잎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붓고!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나면 거름마을 싹 드러내서 차를 마시는 겁니다. 후훗.

거리의화가 2021-12-20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저도 키오스크 문제 관련하여 분노할 때가 많아요. 저조차도 어렵고 힘들 때가 많더라구요. 키오스크 터치 오류도 많고 일단 단계가 너무 복잡해요. 어르신들은 정말 힘드실 것 같아요.
그리고 올해 여성주의 책 읽기 뒤늦게 참여했는데 내 안의 변화를 조금씩 느끼게 되는 것 같아 좋아요.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다락방 2021-12-20 09:53   좋아요 1 | URL
어르신들은 옆에서 설명해줘도 또 까먹고 또 까먹고 그러는데 키오스크 진짜 너무 개똥이에요. 좀 더 쉽게 만들던가 해야지 특히나 맥도날드는 뭐 하나 고르면 자꾸 쓸데없이 다른 화면 나오면서 ‘이건 안먹을래?‘, ‘이건 진짜 선택 안해?‘ 막 이러고 있어요. 아 이자식들 진짜...

거리의화가 님,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내년에도 열심히 읽고쓰고 더 단단해지도록 합시다!

독서괭 2021-12-20 13: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다락방님 올해의 책 페이퍼다! 신나서 폰으로 먼저 읽다가 끊겼다가 얼른 PC로 댓글 달아야지 하고, 끝까지 못 읽었다는 걸 깜박하고 들어왔는데, 댓글에 온통 키오스크 이야기라 당황했네요 ㅋㅋ 얼른 마저 읽고 왔습니다. 예전에 어딘가에서, 요즘은 주차장 출입구에도 IN OUT 이라고 영어만 써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거 너무 위험한 거 아니냐, 영어를 모르는 분들은 출구가 어딘지 입구가 어딘지 어떻게 아냐고.. 그걸 듣는 순간 확 깨달음이 오더라구요. 다들 알아야 하는 것에 대해서 다들 안다고 함부로 단정하고 쓰는 언어가 얼마나 위험한지.
다락방님 올해의 책들 모두 잘 담아갑니다(원서 빼고)ㅋㅋ <네메시스>리뷰 봤지만, 올해의 소설로 꼽을 정도로 좋으셨군요. <살림 비용>도 궁금하네요. 읽고 쓰는 일이 답을 찾아가는 데 가장 좋은 길이라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읽고 쓰기 전도사 다락방님 덕에 저도 올해 더 열심히 읽고 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내년에도 잘 부탁드려요~^^

다락방 2021-12-20 14:33   좋아요 2 | URL
그러니까요. in out 어떻게 알고 들어가고 나가냐고요. 아 너무 짜증나요. 상호도 죄다 영어로만 되어 있어서 도대체 뭘 어쩌라는건지 모르겠어요. 너무 속상해요. 세상이 너무 똥같아요 독서괭 님 ㅠㅠ

네메시스는 읽는 사람 모두가 좋아할 소설은 아니겠지만(다른 소설들도 그렇겠지만요) 저한테는 너무 훅 들어온 소설이었어요. 살림비용 너무 좋았스니다. 이건 매우 얇아서 독서괭님도 시작하신다면 금세 끝내실거에요. 엄청 얇아요! 전 작가의 다른 책들도 궁금해요.

독서괭 님, 내년에도 후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우리 읽고 쓰는 일을 멈추지 말아요. 계속 이 길을 함께 갑시다!

PersonaSchatten 2021-12-20 14: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https://youtube.com/shorts/e_X4roE1ExU?feature=share

이젠 지나가다 크리스토퍼를 봐도 이 분인가 생각하게 되네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1-12-20 14:31   좋아요 3 | URL
페르소나 님, 이 크리스토퍼가 저 크리스토퍼 맞습니다. ㅋㅋ 저기에서 나중에 힛트곡도 라이브로 부르더라고요? 제가 유튭 검색하다가 국경없는 포차에 와서 노래부르고 갔다는 것도 알게됐지 뭐겠습니까! 하하하하하.

PersonaSchatten 2021-12-20 14:33   좋아요 2 | URL
그렇군요. 신기하네요. ㅎㅎㅎ
다락방님 언급 이후로 이젠 제 유튜브 추천에도 자주 보이는 거 같아요. ㅎㅎㅎ
만화같이 생겼네요. ㅎㅎㅎ

다락방 2021-12-20 14:34   좋아요 3 | URL
아, 딱 그 표현이네요 페르소나 님. 만화같이 생겼어요, 정말!! >.<

마루누나 2021-12-26 16: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터넷사용, 영어 사용, SNS 사용으로 그룹이 나뉘는 세상. 이게 신종 계급주의인 것 같아요.
아직은 제가 소외단계가 아니라 생각하지만, 저희도 10대 20대의 감각과는 다르니까...
부모님 세대를 보면서 이런 점에서 미래가 많이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ㅠ.ㅠ

다락방 2021-12-27 08:35   좋아요 3 | URL
맞아요, 마루누나 님. 저도 지금 이정도나마 따라갈 수 있는건 제가 어쩔수없이 직장생활을 계속 하기 때문이라고도 생각하거든요. 컴퓨터 인터넷을 사용해야 하고 어쨌든 직장에는 저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과 저보다 젊은 사람들이 함께 있으니까요. 가까스로 따라잡고는 있지만 말씀하신 감각 부분에서는 영 뒤쳐져요. 십대의 제 조카들은 저보다 더 스맛폰을 잘 만지더라고요. 세상이 앞으로 어떻게 변하는지에 따라 저 역시 따라잡을 수 없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지금 부모님 세대들이 이래저래 소외되는 걸 보면서 진짜 마음이 너무 아파요. 너무 불편하고요. ㅜㅜ

새파랑 2022-01-07 17: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21년 올해의 책 오늘 구매했는데 이렇게 당선되셨네요. 이작가님 당선 축하드려요~!!

mini74 2022-01-07 17: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작가님 ㅎㅎ 락방님 둘 다 넘 좋은 ~ 감축드리옵니다 !

그레이스 2022-01-07 18: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

얄라알라 2022-01-07 19: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21 결산 페이퍼, 별들의 ˝전쟁˝은 아니고 별들의 쏟아짐 수준의 좋은 페이퍼들이 많았는데!!
다락방님 그 중에서도 ˝이달의 작품˝ 당선!! 축하드립니다!
 
눈아이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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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서 봄으로 그리고 여름 가을 다시 겨울.
계절의 흐름과 함께 아이는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헤어지고 기다리고 그리워하다 조우한다. 어쩌면 생애 처음 배우는 이별 그리고 재회. 아이는 벌써 비밀과 그리움을 안다.
응당 배워야할 것이지만 아이들이 자라는 과정은 그 자체로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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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1-12-19 15: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글 넘나 좋아요♡

다락방 2021-12-19 21:13   좋아요 1 | URL
아직 돌도 안된 아가조카 생각나서 산건데 아가조카 이제 걷는거 보고 너무 기특했어요 ㅠㅠ

mini74 2021-12-19 15: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자체로 기특한데 가끔 욕심이 ㅠㅠㅠ 저도 글 넘 좋아요 *^^*

다락방 2021-12-19 21:14   좋아요 2 | URL
미니님, 저는 조카들만 있지만 그 욕심 뭔지 너무 잘 압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욕심 나다가도 자연스런 성장과정 거치는 걸 보면 또 잔하고 기특하고 그래요. 아이들아 무조건 잘 자라렴 ㅠㅠ

파이버 2021-12-19 21: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책 장바구니에 담아놨어요 1월에 꼭 구입해야겠네요!

다락방 2021-12-19 21:33   좋아요 3 | URL
저는 아이가 알게되는 헤어짐에 코끝이 찡하더라고요. ㅠㅠ

독서괭 2021-12-19 2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벌써 사서 선물하셨군요!^^ 멋진 백자평까지! 애들 크는 거 보면 정말 신기하죠? 저도 그 자체로 기특하다는 마음을 잊지 않도록 자꾸 애써야겠습니다..
어제 오늘 눈덕에 실컷 놀았어요! 드디어 애들과 눈사람도 만들어보고😆

다락방 2021-12-20 07:51   좋아요 0 | URL
아직 선물은 안했고요, 제가 사서 읽기만 했어요. 어제 영상통화 하면서 아가에게 ‘고모가 너 주려고 샀어~‘ 했는데 신경도 안쓰더라고요? ㅋㅋㅋㅋㅋ 다음에 직접 만나서 주려고 합니다. 아 씐나! 아가야~ 좋아해주렴~
조카 1,2 도 신나서 나가 놀았다고 하고 아가조카는 처음 보는 눈에 신기해했대요. 아 정말 아가들이 자라는 거 너무 기특하고 기적이고 그래서 잘 자라기를 계속 기도하게 돼요.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ㅜㅜ
 
살림 비용 데버라 리비 자전적 에세이 3부작
데버라 리비 지음, 이예원 옮김, 백수린 후기 / 플레이타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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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아가 구조에 나섰다. 실리아는 80대 초반의 배우이자 서점주였다. 1월 하순의 어느 날 저녁, 실리아가 자기 집 부엌에 앉아 있던 내게 웨일스어로 노래를 불러 주었다. 나는 실리아에게 웨일스어를 모른다고 말했다.

"나야 웨일스에서 태어났지만 당신은 아니니까요. 근데 노래를 부르면서 실은 당신에게 글 쓸 곳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실리아는 정원 뒤편에 있는 헛간을 가리켜 보였다. 실리아의 남편이자 이제는 고인이 된 훌륭한 시인 에이드리언 미첼Adrian Micthcell이 봄과 여름에 종종 집필실 삼은 곳이었다. 사과나무 바로 아래 지은 헛간이었다. 정확히 3초 만에 나는 월세를 내고 헛간을 빌려 쓰는 데 동의했다. 실리아는 내가 (그의 표현대로라면) "적잖은 식구"를 경제적으로 뒷바라지하는 처지란 걸 알고 있었고, 그랬기에 우리는 실리아가 각별히 좋아하고 주로 콜라오 섞어 마시는 하바나 럼을 한 잔씩 마시며 서로의 조건에 맞춰 거래를 성사시켰다. 하바나 럼을 마실 때마다 실리아는 쿠바가 이룩한 높은 문해율의 기적에 잔을 들어 건배했다. "참, 그리고 다음에 또 공동 보일러가 고장 나거든 다들 내 집으로 목욕하러 와요." -p,42-43



 '데버라 리비'는 이혼한 후 딸 둘을 데리고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갔다. 복도는 음침했으며 따뜻한 물은 수시로 나오지 않았고 짐을 다 풀어 정리할 수도 없었다. 그랬기에 글을 쓸 공간을 아무리 생각해도 마련할 수 없었던 터, 80대 초반의 실리아가 너 글 쓰는 곳 필요하지 않니, 우리 헛간은 어떠니? 제안을 한거다. 글 쓸 공간이 필요했는데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데버라 리비는 당장 계약하고 실리아의 헛간에 책 몇 권을 가져다두고 그곳을 작업실 삼아 글을 쓴다. 이 책도 바로 그 작업실에서 쓴 것이라고 한다. 언덕 위에 있는 집과 작업실을 오가기 위해 전기 자전거도 마련했다. 아침에 일어나 헛간으로 와 글을 쓰고 저녁에는 장을 봐서 자전거를 타고 언덕 위의 집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십대의 딸에게 줄 저녁을 준비한다. 큰 딸은 대학생이 되어 집을 떠났다. 그녀와 딸은 좀 음침한 집에 살면서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정기적으로 손님을 초대하기도 하고 이제는 가끔 십대의 딸이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십대 아이들 특유의 수다스러움이 집안을 채우기도 한다. 나는 특히 그녀가 와인을 준비해 자신의 친구를 부르고 딸도 친구를 데려와 함께한 저녁 식사의 풍경이 마음에 든다. 유독 되는 일이 없었고 피곤한 하루였던 그 때가 바뀌던 풍경.



결국 와인을 따기로 정하고 친구 릴리에게 한잔하러 오라고 문자를 보냈다. 딸기 한 상자를 사 들고 온 릴리가 자기 하루에 대해 이야기하며 목욕물을 받아 줬다. 내 딸과 딸의 10대 친구들이 식탁을 차렸다. 아이들은 큼직한 링 귀고리를 하고 입에는 립글로스를 바르고 있었다. 삶에 미치고 삶에 열광하는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이 하는 말은 흥미롭고 예리하고 배꼽 잡게 웃겼다. 얘네라면 세계를 구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다른 건 모두 잊었다. 딸과 딸 친구들과 릴리와 내가 남김없이 먹어 치운 차에 치인 통닭 살처럼, 모두 사라졌다. -p.83


글을 쓰는 사람인 데버라 리비의 먹고 사는 일에 대한, 특히 살아가는 일에 대한 에세이다. 그녀가 만나는 주변의 사람-유독 친절하고 또 다 들리게 흉을 보는 사람이 같은 사람이기도 하다-들과의 대화, 낯선이들이든 익숙한 이들이든 그녀가 항상 느끼는 남자들과의 '아내의 이름없음'에 대한 단상, 우연히 만난 젊은 여성의 외국어 공부, 자주 마주치는 이웃의 쌀쌀한 오지랖, 그리고 그녀가 읽어온 책들이 단아하고 아름다운 문장들을 만들고 인생에 대한 통찰이 반짝반짝 빛난다. 그녀는 글을 쓰는 사람이고, 여성이고, 엄마이고, 딸이고, 친구이고 또 아내였다. 그녀의 어떤 생각들이 그리고 어떤 문장들이 특정하게 나라는 사람을 노린것처럼 확 와서 훅 박혔다.  죽음을 앞둔 엄마에게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찾아가는 장면이 그랬고 특히나 다시 누군가와 함께할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그랬다.



클라라는 자기 고향에서 만드는 화이트 치즈를 내 딸들이 좋아할 거라고 말했다. 순하고 신선한 치즈였다.

"그래서, 누군가와 같이 또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클라라가 물었다.

"적당한 거리가 있다면요." 내가 대답했다. "장거리라면요."

"아뇨." 클라라가 말했다. "떠나고 돌아오는 사이에 너무 많은 일이 벌어져서 장거리로는 못살아요. 떠나고 돌아오는 공간에서만도 몸의 세포가 달라지는데요." -p.130


궁극적인 사랑의 목표 혹은 완성이라는 것이 둘이 오래오래 함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따로 있으면서도 그 사이에 물리적 거리가 존재해도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그 거리를 사이에 두고 너와 나의 사랑의 완성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면 역시나 될 수 없는 것이 맞았다. 사랑은 이벤트이기보다 일상이고 조화여야 했던 거라고 지금은 생각한다. 그게 아마도 세상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사랑일 것이다. 클라라는, 떠나고 돌아오는 공간에서만도 몸의 세포가 달라진다고 말한다. 떠나고 돌아오는 사이에 너무 많은 일이 벌어져서 장거리로는 못산다고 말한다. 나는 클라라의 말이 진실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러나 그렇구나, 떠나고 돌아오는 사이에 많은 일이 벌어질 수 있겠구나 싶다. 떠나고 돌아오는 공간에서만도 몸의 세포가 달라지는건 너무나 당연하겠구나. 떠나고 돌아오는 공간과 시간속에서 우리는 서로 또 다른 사람을 만나고 예상치 못한 일을 겪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 떠나고 돌아오는 공간에서만도 몸의 세포가 달라진다는 것을 누군가 생각하다니, 그런 말을 해준다니, 그것을 내가 이렇게 글로 읽을 수 있다니, 너무 좋지 않은가? 저 문장 너무 좋지 않아요, 여러분? 나는 뒤로 쓰러질 뻔했네.



내게는 이 책, 살림 비용이 올해의 에세이다. 데버라 리비의 다른 책들을 사서 읽어봐야지. 너무 좋다 진짜루 ㅜㅜ



남자와 아이의 안위와 행복을 우선 순위로 두어 오던 가정집이라는 동화의 벽지를 뜯어낸다는 건 그 뒤에 고마움도 사랑도 받지 못한 채 무시되거나 방치되어 있던 기진한 여자를 찾는다는 의미다. 모두가 즐거이 누리는 가정, 순조롭게 기능하는 가정을 짓는 일은 수완과 시간과 헌신과 공감 능력을 요한다. 다른 이들의 안녕을 건설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넉넉한 인심에서 비롯하는 행위다. - P21

자기가 치러야 할 대가가 올그런이 치러야 할 대가보다 크단 걸 보부아르는 알았다. 그리고 결국, 자기는 그런 대가를 치를 사정이 안 된다고 결론 내렸다. 제발 파리를 버리고 시카고로 와 함께 살자고 올그런이 사정했을 때, 보부아르는 이렇게 편지를 보냈다. "난 행복과 사랑만을 위해 살 수 없어. 내 글쓰기와 일이 유일하게 의미를 가지는 곳일지도 모를 이곳에서 계속 글을 쓰고 일을 하는 걸 단념할 수 없어."
글을 쓰면서 행복과 사랑과 가정과 아이도 가질 수 있지는 않았을까? 보부아르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도 그게 얼마나 호락호락하지 않은 일인지 경험했다. - P87

정원사는 어느 대화 상대에게건 오롯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사람이었다. 식물을 가꾸는 것에 버금가는 태도였다. 이 식물이 날씨와 토질에 어떻게 반응하고 다른 식물들과 어우러져 살면서 어떤 행동을 보일지 가늠하는 세심함. 그의 강렬한 푸른 시선을 보고 나는 그가 배우임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모든 사물과 사람에 호기심이 있었다. 연기란 특이한 직업이라서, 배우는 다른 사람의 내면으로 들어가 그 안에 거처해야 한다. - P96

헛간에서 메두사 신화를 연구화는 가정에서 내 안에 메두사가 들어앉았다. 메두사가 내 내면에 깃든 게 반길 일인지 아닌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메두사는 막강한 힘을 지닌 여자이자 심기가 거슬린 여자였다. 남성의 시선을 피해 눈을 돌리는 대신 정면으로 되쏘아 보며 맞서는 여자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메두사는 신화 중에서도 특이한 경우에 해당하고, 결국 여자가 잔혹히 참수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여자의 머리(곧 마음, 주관, 주체성)와 몸의 분리로. 여자의 머리가 지닌 잠재력이 그만큼이나 위협적이란 듯이 말이다. 로버트 그레이브스는 위협적인 여성 권력을 끝장내고 남성 지배를 공고히 하려는 목적에서 메두사를 참수한 것이리라 추정한 바 있다. 그런 메두사가 뜻밖에도 내가 새로이 쓰고 있던 장편 소설로 걸어 들어오기 시작한 거였다. - P97

현대 가정을 둘러싼 변덕스런 정치가 한층 복잡해지고 혼란스러워진 터였다. 내가 아는 현대적이고 외관상 힘있어 보이는 여자 중의 다수가 다른 이들을 위해 가정을 꾸리고도 보금자리에서 느껴야 마땅할 마음의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이들은 집보다도 사무실이나 다른 형태의 작업 공간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후자에선 그나마 누군가의 와이프 이상의 지위를 누리기 때문이었다. - P98

그날 밤 어머니 침대 옆에 앉아 책을 읽다 말고 세면기에 분홍색으로 녹아내린 풍선껌 맛 아이스크림을 회환에 찬 눈길로 바라봤다. 사실 책에 집중할 수가 없어 그저 페이지나 훑고 있던 참이었지만, 그렇게라도 어머니 옆을 지키고 있다는 데서 위안을 얻었다. 그날의 마지막 회진을 돌던 의사가 병실에 들어왔을 때 어머니가 앙상한 손을 들어 보이며 그무렵에 이르러 극도로 작아진 목소리로 용케 고압적이고 위엄 있게 말했다. "조명을 더 가져오라고 하세요. 내 딸이 어둠 속에서 책을 읽고 있잖아요." - P112

몇 주간 골을 내며 냉동고 한끝으로 밀어젖히기만 했던 버섯을 사러 어느 일요일에 잡화점에 들러 보니 터키에 휴가를 갔던 막내 형제가 돌아와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그가 신문에 싼 물건을 선물이라며 건넸다. 포장을 열자 은으로 세공한 격자 무늬 잔 받침과 뚜껑이 달린 희고 자그마한 커피 잔이 나왔다. 그는 내가 예전에 터키 커피를 사면서 유리잔에 마신다고 말했던 걸 기억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유리잔은 차 마실 때 쓰는 거고, 터키 커피에는 이 잔을 쓰는 게 맞거든요." 그가 말했다.
그 잔이 조의를 담은 선물임을 알 수 있었다. - P114

클라라는 자기 도시와 정치관과 가족에 대해 이야기해 줬다. 내게는 질문을 했다. 어디서요, 언제요, 어디서요? 나는 아홉 살 이전에는 아프리카 남부에서 나라는 사람의 정체가 형성되었고, 나머지는 영국에서 내가 직접 빚었다고 말했다.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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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12-18 21: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보부아르가 시카고로 가지 않은 덕에 그녀의 빛나는 사유를 우리가 얻어낸 것일 수 있겠네요.
그럼 저도 다락방님의 롱디를 응원하렵니다.🤭

다락방 2021-12-18 21:46   좋아요 5 | URL
보부아르 전기 안읽고 미루고 있었는데 저 문장을 만나는순간 얼른 읽고 싶어졌어요. 아니, 나는 행복과 사랑만을 위해 살 수 없어!˝ 라고 말하다니 너무 멋지지 않나요? 진짜 장이에요 보부아르 님 ㅠㅠ 멋져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미미님, 우리 읽고 쓰기를 포기하지 말고 살아갑시다!

책읽는나무 2021-12-18 22: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살림비용이 올 해의 에세이라니....
책표지도 샛노랑 너무 이쁜데요?
아침에 난티님 서재에서도 보니까 책 이쁘다고 생각 했네요~^^

다락방 2021-12-19 09:34   좋아요 2 | URL
책도 예쁘고 훅 치고 들어오는 문장들이 많아서 너무 좋았어요. 처음 책장 펼칠 때는 깨끗하게 보고 팔아야지, 했는데
다 읽고난 지금은 데버라 리비를 위한 공간을 책장 한 켠에 따로 마련해줘야하지 않나 싶어요.

수이 2021-12-18 22: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내일 살림비용 최소 50부 판매 예상해봅니다 😎

등롱 2021-12-18 23:08   좋아요 3 | URL
그 1부는 제 몫일 거 같습니다! 리뷰가 훅하고 마음에 들어와서 너무 읽고 싶어졌어요, 작업실 필요하지 않니? 이런 질문이 나오는 에세이라니 벌써부터 빠져버릴 것만 같아요~!

다락방 2021-12-19 09:35   좋아요 2 | URL
50부.. 아니 땡투가 얼맙니까! 금세 부자되겠어요. 껄껄.

등롱 님, 저도 그 부분이 너무 좋았어요. 한 명의 여성에게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듯이 자기만의 책상이 필요하다는 것도 이해하고 알아봐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건 너무 소중하지요. 글을 쓰는 사람에게 글 쓸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봐주는 사람이라니. 정말 너무 좋지 않나요? 저런 헛간이 있다면 저 역시도 당장 쓰겠다고 할 것 같아요. 저에겐 정말 좋은 에세이였습니다.

등롱 2021-12-19 15:10   좋아요 0 | URL
1부와 2부 세트를 장바구니에 담으며 부제를 보니 3부가 출간된다는 뜻이네? 하고 몹시 기분이 좋아졌답니다, 아마 이 책이 올해의 마지막 책 쇼핑이 될 것 같은데 이건 내년에도 열심히 책상에서 읽고 쓰라는 영감이구나 싶네요 ㅎㅎㅎㅎㅎ

다락방 2021-12-19 21:12   좋아요 0 | URL
저도 1부 주문하고 그것도 모자라 살림비용 원서도 샀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니 글쎄, ‘나머지는 영국에서 내가 직접 빚었다‘ 같은거 어떤 문장인지 너무 궁금하지 않겠어요? 소설도 썼다는데 국내에 번역된게 이 에세이 시리즈 두 권 뿐이더라고요. 다른 책들도 번역 출간되길 기다려봐야겠어요. 후훗.

햇살과함께 2021-12-18 2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너무 좋아서 1부 알고 싶지 않은 것들도 읽어보려고요~~

다락방 2021-12-19 09:36   좋아요 2 | URL
네 저도 이 책 너무 좋아서 아니, 이 작가 뭐지? 하고는 이 작가 책을 한권씩 한권씩 만나야겠다 생각하고 있었어요. 관심가는 작가가 생긴다는 건 너무 좋아요!

난티나무 2021-12-19 00: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오늘 1부작 샀어요! ㅠㅠ
올해의 책으로 꼽으시는 분이 많아서 더욱 읽기가 겁이 나네요.^^;;;;;;;

다락방 2021-12-19 09:37   좋아요 2 | URL
저도 어제 이거 읽자마자 1부작 주문했다는 거 아닙니까! 이럴 때 행동 빨라서 정말 미치겠어요.
난티나무 님께도 좋은 책이 되어야 할텐데요.

mini74 2021-12-19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췌 문장이 가슴에 콕 콕. 1월에 살 장바구니가 터질듯 해도 이 책은 꼭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담아갑니다 다락방님 *^^*

다락방 2021-12-19 14:44   좋아요 0 | URL
진짜 훅 들어오는 문장들이 많더라고요.

‘나는 아홉 살 이전에는 아프리카 남부에서 나라는 사람의 정체가 형성되었고, 나머지는 영국에서 내가 직접 빚었다고 말했다. ‘ 이런 문장은 어떻게 쓰는지 모르겠어요. 나머지는 영국에서 내가 직접 빚었다고 말했다. 저도 언젠가 써먹어보고 싶은 문장이에요!

2021-12-19 1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19 14: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19 1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19 2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