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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나를 ‘니그로’라고 부르면 문제는 당신에게 있지 나한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잘못된 단어를 사용하고 있으니까요. 나는 관심을 끊어 버림으로써 문제를 갖고 있는 당신을 혼자 내버려 둘 겁니다. 물론 행동으로 나를 공격한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죠. 그러면 단언컨대 나 자신을 방어할 겁니다.

아무리 이렇게 저렇게 애를 써도 우리 인생에서 상처를 일으키는 사건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러나 한 가지 위로가 되는 것은 우리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사실이다. 상처를 일으키는 사건을 나와 관련된 문제로 받아들이고 마음이 상할 것인지, 거부할 것인지를 선택할 권리는 전적으로 나에게 있다는 말이다.

상처받았다는 것은 ‘누군가 나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를 했다’가 아니라, 그 행위 때문에 ‘나의 가치가 땅에 떨어진 것 같은 감정을 느꼈다’가 원인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것이 인종이나 국적, 성별처럼 나의 잘못으로 일어난 일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화살을 상대에게 돌려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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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 합리주의, 사회의식이 균형을 이룬 사회가 바로 합리적 개인주의자들의 사회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어사 박문수나 판관 포청천처럼 누군가 강력한 직권 발동으로 사회정의를 실현하고 악인을 엄벌하는 것을 바란다. 정의롭고 인간적이고 혜안 있는 영웅적 정치인이 홀연히 백마 타고 나타나서 악인들을 때려잡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주길 바란다.
아무리 기다려도 그런 일은 없을 거다. 링에 올라야 할 선수는 바로 당신, 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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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와 체면과 모양새와 뒷담화와 공격적 열등감과 멸사봉공과 윗분 모시기와 위계질서와 관행과 관료주의와 패거리 정서와 조폭식 의리와 장유유서와 일사불란함과 지역주의와 상명하복과 강요된 겸손 제스처와 모난 돌 정 맞기와 다구리와 폭탄주와 용비어천가와 촌스러움과 기타 등등 기타 등등 기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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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키르케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이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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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나 신화를 다루는 책을, 특히 고전을 읽다보면 문체는 매끄럽고 서사 구조는 재밌는데 여성에 대한 서술이 거슬릴 때가 있다.
일리아드 오디세이의 수많은 님프, 여신, 공주는 말할 것도 없고,
반지의 제왕을 봐도 여성은 ‘존귀하고 고귀한‘ 요정 여왕이나 ‘두르굴의 괴물’ 거미로만 묘사되지 않던가.
작가의 상상력조차 우리 세상의 ˝주류의 시선˝을 벗어날 수는 없다고 말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주류의 시선”이 창조한 신화 세계에서 ˝주류가 아닌 마녀˝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

최초의 마녀로 언급되는 키르케는 좋아하는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를 질투해서 괴물로 만들고, 유부남 오디세우스를 유혹해서 잡아놓고, 선원들을 섬에 초대해 죽여버리는 여신이다.
아쉽게도 원전에는 키르케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여신의 입장 묘사가 거의 없다. 그저 잔혹한 결과만을 보여줄 뿐이다.

그런데 아쉬웠던 공백을 이 책의 작가가 아낌없이 채워넣었다.

사건을 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상세한 사정을 듣게 되고, 얽힌 인물 모두의 서사를 알면, 사실관계는 여전히 같은데도 얼마나 다른 이야기로 보이는가...

읽으며 너무나도 즐거웠다.
아무래도 고위 신들과 영웅들의 시선보다 마녀의 시선이 내게 더 친숙하다.

이 작가의 책을 더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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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이 세상을 단 한 순간도 감당 못하겠어.
그럼 아가, 다른 걸 만들려무나.

아이의 입에서 나온 그 단어, 형제. 미노타우로스에게 손을 내밀던 아리아드네와 그녀의 목에 남아 있었다는 흉터가 생각났다.
"나도 형제가 있다." 내가 말했다. "내가 그들의 권력을 차지하면 그들이 어떻게 나올지 아느냐?"
우리는 아이 아버지의 무덤 앞에서 예전과 똑같은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신과 공포, 신과 공포.

다행이었다. 나는 그가 화를 내길 바랐다. 그래야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컸다.

제 아버지가 원래 그런 분은 아니었다고. 유모는 계속 이 말만 반복하더군요. 그러면 뭐가 달라지기라도 하는 듯이.

나와 같이 살던 시절에는 내가 마법과 신의 광휘로 그를 감싸고 이 모든 걸 가라앉혔다. 그가 여기서 그렇게 행복하게 지냈던 것도 아마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목가, 나는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을 그렇게 표현했다. 어쩌면 환상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렸는지 모른다.

아버지가 음모를 꾸미고 버럭 화를 내거나 말거나 제가 그걸 지켜보고 있을 필요는 없었으니까요. 어머니가 하루종일 치즈 한 조각으로 연명하고 눈이 침침해지도록 길쌈만 하거나 말거나 그 역시 지켜보고 있을 필요가 없었고요."

"저를 동정하시는군요. 그러지 마십시오. 아버지가 여러 거짓말을 했지만 저더러 겁쟁이라고 하신 건 맞는 말이었으니까요. 아버지가 몇 년 동안 하인들에게 분통을 터뜨리고 때리고, 어머니에게 고함을 지르고, 우리집을 잿더미로 만들도록 내버려둔 게 저였습니다. 아버지가 구혼자들을 죽일 수 있게 도와달라고 하시기에 도와드렸습니다. 그다음에는 그들에게 동조한 사람들을 모두 죽일 수 있게 도와달라고 하시기에 또 도와드렸고요. 그러자 아버지는 저더러 그들과 한 번이라도 동침한 하녀들을 모아서 피로 흠뻑 젖은 바닥을 청소하게 했고, 청소가 끝나자 그들 역시 죽이라고 하셨죠."

고모가 밤하늘을 가로질렀지만 이제 그쪽은 신경쓰이지 않았다. 그녀가 좋아하는 건 연인들을 감상하는 일이었고 나는 한참 동안 누구의 연인이었던 적이 없었다. 어쩌면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는? 오디세우스가 찾아오지 않았다면 언제까지 돼지우리를 채웠을까? 그가 나에게 돼지에 대해 물었던 그날 저녁이 생각났다. "얘기해주세요," 그가 말했다. "벌을 받아 마땅한 남자인지 그렇지 않은 남자인지는 어떤 식으로 결정하십니까? 이 심장은 썩었고 다른 심장은 괜찮다는 걸 무슨 수로 확신하십니까? 잘못 판단했으면 어쩌고요?"

"나는 모두를 변신시킨다." 내가 말했다. "그들 쪽에서 내 집을 찾아왔지 않느냐. 내가 왜 그들의 마음속을 신경써야 하느냐?"
그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향해 잔을 들었다. "당신과 저는 생각이 같군요."

그는 아이가 둘이었지만 그 어느 쪽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하지만 자기 아이를 제대로 아는 부모는 애초에 없을지도 모른다. 아이를 보면 우리가 저지른 실수만 거울처럼 비쳐 보일 뿐이다.

누가 이 세상의 모든 아들을 놓고 그중에서 오디세우스의 아들을 골라보라고 했다면 나는 그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전쟁이 그를 무너뜨린 게 아니었습니다. 그를 좀더 그답게 만들었을 뿐.

그녀는 세상을 잃느니 거기에 불을 질러버리는 편을 택했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하얗게 소멸되는 것이 나의 가장 오랜 공포였다. 공포의 전율이 나를 관통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긋지긋했다. 마침내 지긋지긋했다.

그는 줄이 하나뿐인 하프였고, 낼 줄 아는 음이라고는 자기 자신뿐이었다.

"저한테 더 좋은 생각이 있는데요. 그냥 제 마음대로 살 테니까 앞으로 자식을 꼽을 때 저는 빼주세요."

저는 당신의 아들이 아니고 제 아버지도 아닙니다. 제가 아테나와 조금도 엮이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걸 왜 몰라주십니까.

그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지켜보기만 했다. 나를 믿었다.

그녀는 사라졌다, 영영. 몇백 년 만에 처음으로 참담하고 비통한 심정이 파도처럼 나를 후려치지 않았다. 앞으로는 내 이름의 낙인을 찍고 저승으로 들어가는 영혼이 없을 것이다.

"지금은 결과가 어찌되든 너에게 진실을 밝히고 싶어서."

"저는 지금까지 당신을 다그치지 않았죠." 그가 말했다.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당신에게는 제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는 걸 아니까요. 하지만?" 그는 잠깐 말을 멈추었다. "이것만은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당신이 이집트에 간다면, 다른 어디든 간다면 저도 동행하고 싶다는 걸요."

그렇게 불행한 운명을 짊어진 채 무슨 수로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
나는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나 약초가 있는 곳으로 간다. 뭔가를 만들고 뭔가를 바꾼다. 내 마법은 그 어느 때 못지않게,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이것도 행운이다. 이 정도의 능력과 여유와 방어를 갖춘 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텔레마코스가 자다 말고 일어나 나를 찾아온다. 내 손을 잡고 풋풋한 냄새가 나는 어둠 속에 나란히 앉는다. 이제는 세월의 흔적으로 우리 둘 다 얼굴에 주름살이 생겼다.
키르케, 그가 말한다. 괜찮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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