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면

 

사랑을 말하기에 난 아직
어린 줄만 알았다

사랑을 말하기에 난 이제
너무 늦은 것일까

눈이 내려 쌓이면
누군가의 발자국 따라
조심스레 걸어봐야겠다

그 길 끝에서
말해 봐야지


댓글(5)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L.SHIN 2008-11-22 0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이 내리면...

다 같이 만나서 눈사람 만듭시다~"

라는 건줄 알고 내심 기대하고, 스르륵 도망가는 외계인 ㅡ.,ㅡ ㅋㅋ

마늘빵 2008-11-22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엇... 다들 심상치 않으신데요.

웽스북스 2008-11-23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이 내리면...
호빵 사먹어야죠 ㅎㅎㅎ

푸하 2008-11-23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이 내리면 마냥 마음이 설레던데요.ㅎ~

2008-11-27 16: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 고향은
강 언덕에 있었다.
해마다 봄이 오면
피어나는 가난.

지금도
흰 물 내려다보이는 언덕
무너진 토방가선
시퍼런 풀줄기 우그려넣고 있을
아, 죄 없이 눈만 큰 어린것들.

미치고 싶었다.
四月(사월)이 오면
山川(산천)은 껍질을 찢고
속잎은 돋아나는데,
四月(사월)이 오면
내 가슴에도 속잎은 돋아나고 있는데,
우리네 祖國(조국)에도
어느 머언 心底(심저), 분명
새로운 속잎은 돋아오고 있는데,

미치고 싶었다.
四月(사월)이 오면
곰나루서 피 터진 東學(동학)의 함성,
光化門(광화문)서 목 터진 四月(사월)의 勝利(승리)여.

江山(강산)을 덮어, 화창한
진달래는 피어나는데,
출렁이는 네 가슴만 남겨놓고, 갈아엎었으면
이 균스러운 부패와 享樂(향락)의 不夜城(불야성) 갈아엎었으면
갈아엎은 漢江沿岸(한강연안)에다
보리를 뿌리면
비단처럼 물결칠, 아 푸른 보리밭.

강산을 덮어 화창한 진달래는 피어나는데
그날이 오기까지는, 四月(사월)은 갈아엎는 달.
그날이 오기까지는, 四月(사월)은 일어서는 달.

- 신동엽, 「4月은 갈아엎는 달」전문

 
   

이제, 갈아엎는 달은 다시 명명되어야 한다. 6월. 2008년의 6월 "광화문서 목 터진 사월의 승리"가 보이잖는가? 이 6월. 국민을 무시하고 오만하며, 무자비하고, 독선적인, 이 몰상식의 정권을, 한나라당을, 갈아엎어야 할 때이다.

국민이 주인이 되고, 민중이 주체가 되고, 사람이 살 만한 세상. 그런 세상이 대한민국에 열기기까지는, 이 6월이 갈아엎는 달로 새로 태어날 것이다.

아 피흘리는 우리 거룩한 시민들이여, 민중들이여!

그대들이 이 나라, 이 땅의 진정한 주인이어라.

아 6월이어라. 민중이 일어섰다. 6월은 갈아엎는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바라 2008-06-02 0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아엎읍시다!! 미약한 힘이지만 저도 함께 하겠습니다
 

   
 

꽃 피면 달 생각하고 달 밝으면 술 생각하고

꽃 피자 달 밝자 술 얻으면 벗 생각하네

언제면 꽃 아래 벗 데리고 완월장취(玩月長醉) 하려뇨.

- 이정보(李鼎輔, 1693~1766)

자네 집에 술 익거든 부디 날 부르시소

내 집에 꽃 피거든 나도 자네 청하옴세

백년 덧 시름없을 일을 의논코저 하노라.

- 김성최(金盛最, 1645~1713)

 
   

비는 나려 꽃 적시고 술 한 잔에 울적한 마음

달 없어도 님 생각나고 벗 없으니 서러웁구나

어쩌랴 봄 타는 것에 남녀유별 없으니.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08-04-10 0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타는 것 남녀유별, 미혼기혼도 유별없어요!ㅎㅎ
 

   
 

탈 대로 다 타시오 타다 말진 부디 마소
타고 다시 타서 재 될 법은 하거니와
타다가 남은 동강은 쓸 곳이 없소이다

반 타고 꺼질진대 아예 타지 말으시오
차라리 아니 타고 생나무로 있으시오
탈진댄 재 그것조차 마저 탐이 옳소이다

- 이은상 작사, 홍난파 작곡 「사랑」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웽스북스 2008-01-19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그가 히트입니다 프하하하하하, 일단 화재보험 드시구요 ㅋㅋ

그나저나 이거 고등학교 교과서엔가 나왔었죠, 가사도 가사지만 이 묘하게 어려운 음들을 정확히 짚어서 부르는 쾌감(?)같은 걸 좋아했던 것 같아요- 타다말진 부디마소, 부분의 반음을 정확히 낸다거나, 뭐 이런 거요 (아, 진짜 성격 이상해보인다)

멜기세덱 2008-01-19 00:21   좋아요 0 | URL
꺼지지 않을 불에, 어느 보험사가 보험을 들어주겠습니까?

고등학교 음악책에 있었더랬죠. 요즘 애들은 잘 모르더군요. 근데, 그부분이 반음이라는 걸 아는 웬디양님의 이 노래를 듣고 잡군요.ㅋㅋㅋㅋ(내 성격도 이상한 걸까?)

전 노래도 노래지만, 노랫말이 너무 좋네요. "사랑하다가 죽어버리"자!!

마노아 2008-01-19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걸리기만 해봐라! 이를 갈고 있어요. ㅋㅋㅋ

멜기세덱 2008-01-19 11:01   좋아요 0 | URL
ㅎㅎㅎ

Mephistopheles 2008-01-19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라 멜기세덱님...저기 저 이미지.....혹시..."그 분" 전용 자쿠 아닙니까?
멜기님 취미 중에 하나가 혹시 "그 분"과 연결된 것 중에 하나였습니까?

멜기세덱 2008-01-19 11:02   좋아요 0 | URL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
자쿠가 뭐에요? 그 분은 또 누구에요?

Mephistopheles 2008-01-19 16:34   좋아요 0 | URL
서재이미지로 쓰고 있는 사진이요..저 붉은색 프라모델..

멜기세덱 2008-01-21 09:28   좋아요 0 | URL
'그 분'과 같다는 말씀이지요? '그 분'이 누군지 궁금해지는데요.ㅎㅎ

Mephistopheles 2008-01-21 16:44   좋아요 0 | URL
저기 저 멜기님 서재이미지로 쓰고 있는 이미지에 나온 붉은 자쿠는..
"샤아 아즈나블"의 전용기로 알고 있는뎁쇼...
(샤아 아즈나블은 검색해보세용..^^)

순오기 2008-01-19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노래, 어려워도 엄청 불렀던 학창시절 생각난다. 우리땐, 가곡 부르는 실기시험이 꼭 있었는데.. 요새도 하나?
사랑은 영원히 꺼지지 않을 불이지만, 옮겨타기도 한다지요! ^^

무스탕 2008-01-19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그 쥑입니다. 푸하하하~
멜기님 앞에 나타나실분 방화복 입고 오셔야 겠네요 ^^

파란여우 2008-01-19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신을 미래의 방화범으로 미리 체포하겠소이다.
웬디 수사관! 멜기님을 알라딘에 송치해욧!ㅎㅎㅎ

프레이야 2008-01-19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여우님이닷. 덥석~
세덱 님한테 걸릴 그분께 방화복을 선물해야겠어요.ㅋㅋ
이런 세덱 님한테 아직 안 걸려들고 있는 그분은 어디서 무얼 하고 계신감..

멜기세덱 2008-01-21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 님/제가 또 음악은 항상 만점이었습죠.ㅎㅎㅎ 글고, 일단은 불씨라도 붙여봐야 하겠습니다요.

무승탕 님/방화복은 둘째치고 일단 오기만이라도....ㅋㅋ

파란여우 님/앗, 여우님....불도 못 질러보고 체포라니요? 저 억울합니다.ㅠㅠ;;

혜경 님/방화복 선물 보다 먼저........
 

북국(北國)에는 날마다 날마다 눈이 내리느니
회색 하늘 속으로 흰눈이 퍼부슬 때마다
눈 속에 파묻히는 허-연 북조선(北朝鮮)이 보이느니.

가끔 가다가 당나귀 울리는 눈보래가
막북강(漠北江) 건너로 굵은 모래를 쥐여다가
치위에 얼어 떠는 백의인(白衣人)의 귓볼을 때리느니.

칩길래 멀리서 오신 손님을
부득이 만류도 못하느니
봄이라고 개나리꽃 보러 온 손님을
눈발귀에 실어 곱게 남국(南國)에 돌려보내느니.

백웅(白熊)이 울고 북랑성(北狼星)이 눈 깜박일 때마다
제비 가는 곳 그립어하는 우리네는
서로 부둥켜안고 적성(赤星)을 손가락질하며 얼음벌에서 춤추느니.

모닥불에 비최는 이방인(異邦人)의 새파란 눈알을 보면서
북국(北國)은 춥어라, 이 치운 밤에도
강녘에는 밀수입 마차의 지나는 소리 들리느니,
얼음짱 깔리는 소리에 쇠방울 소리 잠겨지면서.

오호, 흰눈이 내리느니 보오얀 흰눈이
북새(北塞)으로 가는 이사꾼[移徒] 짐짝 우에
말없이 함박눈이 잘도 내리느니.(- 김동환, 「눈이 내르느니」)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없이 흩날리느뇨.

처마끝에에 호롱불 여위어가며
서글픈 옛자췬양 흰눈이 나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홀로 밤깊어 뜰에 나리면
머언 곳에 여인(女人)의 옷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追憶)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단한 의상(衣裳)을 하고
흰 눈은 나려 나려서 쌓여
내슬픔 그위에 고이 서리다.(- 김광균, 「설야(雪夜)」)

문 열자 선뜻!
먼 산이 이마에 차라.

우수절(雨水節) 들어
바로 초하루 아츰,

새삼스레 눈이 덮인 뫼뿌리와
서늘옵고 빛난 이마받이 하다.

어름 금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
흰 옷고름 절로 향긔롭어라.

옹송거리고 살아난 양이
아아 꿈 같기에 설어라.

미나리 파릇한 새순 돋고
옴짓 아니긔던 고기입어 오물거리는,

꽃 피기 전 철아닌 눈에
핫옷 벗고 도로 칩고 싶어라.(- 정지용, 「춘설(春雪)」)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내리는가

험한 벼랑을 굽이굽이 돌아간
백무선(白茂線) 철길 위에
느릿느릿 밤새어 달리는
화물차의 검은 지붕에

연달린 산과 산 사이
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복된 눈 내리는가

잉크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
어쩌자고 잠을 깨어
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 이용악, 「그리움」)

하늘과 언덕과 나무를 지우랴
눈이 뿌린다
푸른 젊음과 고요한 흥분이 서린
하루하루 낡아가는 것 위에
눈이 뿌린다
스쳐가는 한점 바람도 없이
송이눈 찬란히 퍼붓는 날은
정말 하늘과 언덕과 나무의
한계는 없다
다만 가난한 마음도 없이 이루어지는
하얀 단층(斷層) (- 박용래, 「눈」)

잠 이루지 못하는 밤 고향집 마늘밭에 눈은 쌓이리.
잠 이루지 못하는 밤 고향집 추녀밑 달빛은 쌓이리.
발목을 벗고 물을 건너는 먼 마을.
고향집 마당귀 바람은 잠을 자리. (- 박용래, 「겨울밤」)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藥)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이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山茱萸)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생,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熱)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聖誕祭)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것이라곤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이마에
불현 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血液)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 김종길, 「성탄제(聖誕祭)」)

겨울의 뒤를 따라 밤이 오고 눈이 온다고
바람은 우리에게 일러주었다
리어카를 끌고 새벽길을 달리는 행상(行商)들에게나
돌가루 냄새가 코를 찌르는 광산촌의 날품팔이 인부들에게
그리고 오래 굶주릴수록 억세어진 골목의 아이들에게
바람은 밤이 오고 눈이 온다고 일러주었다
바람은 언제나 같은 어조로 일러주었다
처음 우리는 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지 못했으나
반복의 강도 속에서 원한일 것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원한은 되풀이 되풀이 되풀이하게 하는 것이다
벌거벗은 여인을 또다시 벌거벗게 하고
저녁거리 없는 자를 또다시 저녁거리 없게 하고
맞아죽은 놈의 자식을 또다시 맞아죽게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언제나 피비린내가 그칠 날이 없게 하는 것이다
아아 짓밟힌 풀포기 밑에서도 일어나는 바람의 시인이여
어쩌다 우리는 괴로운 무리로 이 땅에 태어나게 되었나
어쩌도 또다시 칼날 앞에 머리를 내밀고
벌거벗은 여인이 사랑을 말하려고 할 때
잠자리에 들려고 할 때
사랑이 그들의 머리칼을 장대같이 꼿꼿하게 하고
불더미 속에서도 죽지 않는 영생으로 단련하는 것같이
단단하고 매몰차게 세상을 살아야 한단 말인가
아아 바람의 시인이여 이제야 우리는 알겠다
그들의 골수 깊은 원한이 사랑을 가지게 한다는 것을
쇠붙이는 불길 속에서 단련되어진다는 것을
바람은 그것을 밤이 오고 눈이 온다고 말하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겨울의 견고한 사랑을 말하여주고 있는 것이다. (- 최하림, 「겨울의 사랑」)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들,
제설차 한 대 올 리 없는
깊은 백색의 골짜기를 메우며
굵은 눈발은 휘몰아치고,
쬐그마한 숯덩이만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굴뚝새가 눈보라 속으로 날아간다.

길 잃은 등산객들 있을 듯
외딴 두메마을 길 끊어놓을 듯
은하수가 펑펑 쏟아져 날아오듯 덤벼드는 눈,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쬐그마한 숯덩이만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온다 꺼칠한 굴뚝새가
서둘러 뒷간에 몸을 감춘다.
그 어디에 부리부리한 솔개라도 도사리고 있다는 것일까.

길 잃고 굶주리는 산짐슴들 있을 듯
눈더미의 무게로 소나무 가지들이 부러질 듯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때죽나무와 때 끓이는 외딴 집 굴뚝에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과 골짜기에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 최승호, 「대설주의보(大雪注意報)」)

겨울강에 나가
허옇게 얼어붙은 강물 위에
돌 하나를 던져보다
쩡 쩡 쩡 쩡 쩡

강물은
쩡, 쩡, 쩡
돌을 튕기며, 쩡,
지가 무슨 바닥이나 된다는 듯이
쩡, 쩡, 쩡, 쩡, 쩡,

강물은, 쩡,

언젠가는 녹아 흐를 것들이, 쩡
봄이 오면 녹아 흐를 것들이, 쩡, 쩡
아예 되기도 전에 다 녹아 흘러버릴 것들이
쩡, 쩡, 쩡, 쩡, 쩡,

겨울 강가에 나가
허옇게 얼어붙은 강물 위에
얼어붙은 눈물을 핥으며
수도 없이 돌들을 던져본다
이 추운 계절 다 지나서야 비로서 제
바닥에 닿을 돌들을.
쩡 쩡 쩡 쩡 쩡 쩡 쩡 (- 박남철, 「겨울강」)

날 새고 눈 그쳐 있다
뒤에 두고 온 세상.
온갖 괴로움 마치고
한 장의 수의(壽衣)에 덮여 있다
때로 죽음이 정화라는 걸
늙음도 하나의 가치라는 걸
일어주는 눈발
살아서 나는 긴 그림자를
그 우에 짐 부린다 (- 황지우, 「설경(雪景)」)

하느님, 추워하며 살게 하소서.
이불이 얇은 자의 시린 마음을
잊지 않게 하시고
돌아갈 수 없는 몇 평의 방을
고마워하게 하소서

겨울에 살게 하소서
여름의 열기 후에 낙엽으로 날리는
한정 없는 미련을 잠재우시고
쌓인 눈 속에 편히 잠들 수 있는
당신의 긴 뜻을 알게 하소서. (- 마종기, 「겨울 기도 1」)

덮인 하이얀 눈 속에서
더 붉은 사랑.

푸득푸득 꿩이 날아오르는
후미진 산등성이 옆에
더욱 푸르러 뜨거운 몸뚱이

매운 찬바람 속에서도
이제 삶을 죽음이라
죽음을 삶이라 말하며

밟힐수록 힘이 솟는 우리들,
타오르는 태양 아래서
끼리끼리 그림자 만들어
마침내 더불어 큰 산을 이루었네. (- 조태일, 「겨울 보리」)

눈보라는 무섭게 휘몰아치고
끝없는 벌판에
보지 못하던 썰매가 달리어간다.

낯설은 젊은 사내가 썰매를 타고
달리어간다

나의 행복은 어디에 있느냐
미칠 것 같은 나의 기쁨은 어디에 있느냐
모든 것은 사나운 선풍(旋風) 밑으로
똑같이 미쳐날뛰는 썰매를 타고 가버리었다. (- S.A. 에세닌, 「눈보라」)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08-01-12 0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빗소리 들으며 '눈'내리는 시를 감상하는 빛고을 아지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