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 시인 20주기를 찾은 특별한 문상객들


"정확히 말하면 대중들은 그의 '유령'을 사랑한 것이겠지만, 20살이나 먹은 나이 든 유령이 지금도 사랑을 잔뜩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재미있었다."

  

--> 아무리 유령이라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갓 스무살 된 유령에게 나이들었다고 할 수 있는가. 스무살이면 한참 날아다닐(!) 때다. 승주나무님은 유령차별주의자인가? 이 글은 승주나무님의 마지막 문장에 불만을 품고 쓰기 시작했다고 과격하게 쓰고 싶지만, 사실은 인기가 많은 승주나무님의 글을 트랙백하면 뭔가 득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음흉한 생각에서 비롯된 것임을 밝힌다. 아니, 그게 다가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날 이런 일이 있었다. 선배언니(달님)와 함께 ‘기형도의 시 읽는 밤’ 행사에 갔다가 예상했던 대로 감동에 만취해 거의 뛰다시피 홍대 앞 언덕길을 내려오는데 그만... 그래 한번은 그런 일이 있을 줄 알았다, 홍대 삼거리포차 앞의 수입CD가게 Record Forum이, 언젠가 한번은 내 주머니를 털 줄 알았다, 그렇게 어마어마한 음량 우아한 음폭 낯선 선곡 무심한 디스플레이로,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내 주머니에서 거금을 꺼내가는 날이, 한번은 올 줄 알았다. 그날이 그날이었다. 게다가 내가 예술적 흥취에 푹 젖어있다는 걸 이용해 마침 탱고(그렇다, 탱고!)를 틀어놓는 놀라운 감각. 못 들은척하고 앞만 똑바로 보며 지나가려는데 (실제로 모퉁이를 도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아악, 왜, 신호가 안 바뀌는 거야! 길을 건너야 되는데! 왜! 왜! 이를 꼭 물고 달님에게 “언니 추워?” 하고 돌아보는데, 달님, 안 보인다. 달님, 레코드 가게 앞에서 입 벌리고 서 있다. 나는 포기하고 가게의 문을 열었다. 주인아저씨는 우리를 본 체 만 체다.  

 “저, 지금 나오는 음악이....(제발 이건 파는 거 아니라고 말해줘요)” “ (진열된 씨디 하나를 가리키며 무심하게) 이겁니다.” “에스테반.. 음, 모.. 음, 모르..음, 이건 뭐 이렇게 무식해서 원(난 무식하니까 음반은 살 수 없겠어요)...” “아, 못 읽는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읽는 게 중요한가요?” “ (당했다!) 그런데 이 음반은 끝까지 이렇게 좋은가요?” “어유 좋죠. 그러니까 그렇게 비싸죠. (크햑 33900원!) 안 사셔도 되니까 끝까지 들어보세요.” ... 고단수다. 봄, 밤인데. 밖에 비 오는데. 나 방금 시 읽다 왔는데. 난 몰라, 나는 울면서 지갑에서 돈을 꺼내면서 “현금영수증 끊어 주세요” 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러다 문득, 기형도의 시 읽는 밤 행사에 다녀와서 후기를 잘 쓴 한 명한테 4만원 적립금을 준다고 한 게 생각났다! 오냐 어디 팔 걷어붙이고 써보자, 그 4만원은 내 거다, 그걸로 CD값 충당해야지, 누가 쓰기만 해봐라, 하고 별렀다. 그런데 승주나무님이 이렇게 잘 쓴 걸 보니까(심지어 사진까지 잘 찍으셨네!) 4만원은 날아갔구나, 에라, 그럼 나 내 맘대로 쓸래, 하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는 엉뚱한 결론. (응?) 그래서 나는 뵌 적도 없는 승주나무님 서재에서 드러눕는 심정으로 난생처음 트랙백을 해본다. 이렇게 멋진 후기라니, 나는 타의에 의해 겸손해졌다. 낭패로다!



이제는 분한 마음을 누르고 편하게 쓰련다.  

 

기형도 시인이 살아있었다면 분명히 시를 몇 편이고 썼을 날씨였다. 찬바람이 불었고, 비가 왔다. 나는 여럿이 모이기로 (술을 마시기로) 한 날 비가 오면 일단 기분이 좋다. 그런 날은 몇 해가 지나고도 쉽게 잊히지 않는 법이니까. 그렇게 찾아간 이리까페가 어둡고도 따뜻한 곳이어서 좋았다. 솔직히 말하면 이 자리에 꼭 가고 싶었던 실제 이유-진은영 시인을 멀리서나마 만난 게 특히 좋았다. 함성호 시인이 딱딱한 말투로 전하는 ‘노련해져가는 일에 대한 걱정’이 듣기 좋았다. 소설가 성석제의 ‘노안을 배려치 않는 유인물’에 대한 일갈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죄송)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은 그대로 훔쳐 오고 싶었다. 성기완 시인과 동료 밴드가 「가수는 입을 다무네」를 부를 때, 기형도가 죽은 시인이 아니란 걸 확인해서, 나는 안심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 『입 속의 검은 잎』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사람들과 섞여 일하고 싸우고 술마시고 떠들고 내일을 걱정하며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마음껏 고독하고 싶어서 외롭고 싶어서 읽는 시집이었다. '내 희망을 감시해온 불안의 짐짝들에게 나는 쓴다/ 이 누추한 육체 속에 얼마든지 머물다 가시라고 / 모든 길이 흘러온다, 나는 이미 늙은 것이다'(정거장에서의 충고)라거나 '내가 살아온 것은 거의 / 기적적이었다' (오래된 書籍)거나 하는 노골적인 환멸과 슬픔, 체념이 참 신기하게도 오히려 내일 출근하는 힘이 되곤 했다. 내 그림자는 이 시집이 대신해주었다. 그가 나대신 우울했다. 그가 나대신 울었고 절규했다. 그래서 나는 다음날이면 또 환하게 웃었다. 무례한 사람들로 꽉 찬 지하철 안에서 고집스럽게 '사람들의 쾌락은 왜 같은 종류인가'(나쁘게 말하다)는 구절을 펴 읽던 어린 날의 네꼬를, 나는 오래간만에 떠올려보았다. 울고 싶은 건지 웃고 싶은 건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가 울었으니 다시 내가 웃을 차례라고 생각했다. 한 시인이 죽었고 우리는 모여서 행복했다. 이래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할 정도로.

 

*

이벤트’에 응모하는 일이 거의 없는 나로서는 신청하면서 확인한 간절함이 스스로도 낯설었다. 다른 분들의 진한 사연에 비하면 나의 응모 댓글은 투박하기 그지없었는데(“어떤 이벤트에 이토록 간절하게 가고 싶었던 적이 없어요”), 오로지 플래티넘 회원이란 거 하나로 날 뽑아준 알라딘과 문학과지성사에 감사를. 특히 달님의 표현에 의하면 ‘20년 전에 죽은 시인을 이렇게 모던한 방식으로 추모하는’ 문학과지성사의 탁월한 감각에, 각별한 질투를. 

 

 
 

 

 

P. S.  4만원은 날아가고 CD만 남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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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네꼬 님과 이벤트 후기 쓰시는 분에게 사과하며...
    from 승주나무의 책가지 2009-03-12 11:03 
    그냥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글을 잘 써서 그런다는 게 아니라, 후기를 진솔하게 구체적으로 남겨야 나중에 그걸 보고 나서도 후회가 덜 하거든요. 예전에 시를 쓴 적이 있는데 시를 쓴 다음에는 절대 다시 그 시를 보지 않고 일주일 정도 지나고 나서 보는 연습을 했습니다. 일주일 후에 그 시를 보면 감정은 누그러지고 시에 대해서 냉정하게 볼 수 있게 되더라구요. 일주일 후에도 살아남는 시는 단 하나도 없었죠. 다른
 
 
Mephistopheles 2009-03-09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누가봐도 승주나무님 후기에 대한 견제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밖에......(영화리뷰로 도전해보세요. 내용 필요없고 무조건 많이 쓰는 사람이 장땡입니다..수근수근 거기다가 1등에겐 무려 30만원의 적립금이..!!)

네꼬 2009-03-09 17:44   좋아요 0 | URL
메피님 오해예요, 오해(손사래). ㅎㅎ 아, 저는 이를 갈며 겸손해져서 차마 이걸 그 게시판에는 못 올렸습니다. (항복의 의미랄까?) 하하 근데 메피님의 '무조건 많이 쓰는 사람이 장땡'에서 그만 푸하핫 웃었어요. ㅎㅎ (뭣이? 30만원!!!)

다락방 2009-03-09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음악이 들리면 당장 들어가서 그 곡을 물어보고 사는건 나도 잘 하는 짓
그렇지만 시를 제대로 느끼는 건 내가 잘 하지 못하는 짓

그래서 네꼬님이 부러워요. 나는 심지어 네꼬님의 전공까지 부러워요. 난 뭐하고 산거야 대체 ㅜㅡ

네꼬 2009-03-09 17:45   좋아요 0 | URL
좋은 음악을 당장 사버리는 건 전 그닥 잘 못하는 짓.
시를 느끼는 건 언제나 잘 못하는 짓 ㅠ_ㅠ
전공과 관련해서는 뭐든지 못하는 짓 ㅠㅠ ㅠㅠ ㅠㅠ ㅠㅠ ㅠㅠ
"난 뭐하고 산 거야 대체!" 하는 탄식은 요즘 내가 잘 하는 짓
ㅠㅠ ㅠㅠ ㅠㅠ ㅠㅠ ㅠㅠ ㅠㅠ ㅠㅠ ㅠㅠ ㅠㅠ

하이드 2009-03-09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위기가 무슨 밥집에서 연주하는 것 같지만, 이 곡이 제일 좋으니깐, 조공짤로- 바치고 갑니다. 넙죽- 이런 음악이 길거리에서 나오면, 발이 안 떨어질만해요. 아- 방구석에서 들어도, 그냥 막 녹는걸요.


네꼬 2009-03-09 17:56   좋아요 0 | URL
으악, 하이드님, 안돼요, 안돼. 이러시면... (귀를 꽉 ㅠㅠ)

순오기 2009-03-09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이벤트에도 이토록 간절하게 가고 싶었던 적이 없어요, 수첩에 적어두고 써먹어야겠어요.ㅋㅋ 기형도 시인, 사랑받을 만한 유령(?)이죠.^^

네꼬 2009-03-10 10:05   좋아요 0 | URL
오, 요런 노골적인 부탁의 말이 통하기도 할까요? ^^ 순오기님은 이제 이벤트 응모하지 마세요. 흥, 만날 다 되고 심지어 독후감도 잘 써서 상금 받으시고 ㅠㅠ (쓰다 보니 울컥하네 ㅎㅎ) 기형도 유령님, 그럼 사랑스러우신 거? ㅎㅎ

순오기 2009-03-10 22:01   좋아요 0 | URL
하하하~ 어쩌다 운이 좋았지요~ ^^
우리 민경이 왈,
"우리 용포쌤, 잘 계신가요?"ㅋㅋㅋ
우리 용포샘이랍니다. 전해주세요~~~ ^^

네꼬 2009-03-11 17:53   좋아요 0 | URL
용포샘이 누구시더라? ㅎㅎ (자자 안부는 직접, 관심은 저에게만! 하하)

니나 2009-03-09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형도와 비와 탱고와 이리까페라니요. 알콜까지 홀랑 털어넣으셨을테니 부러워서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댜댜댜댜댜댜댜댜댜댜댜댜.

네꼬 2009-03-10 10:07   좋아요 0 | URL
니나님, 안녕하세요? 저는 그렇게 댜댜댜댜댜댜댜댜댜댜댜 떨면서 지갑에서 돈을 꺼냈답니다. 기형도, 비, 탱고, 이리까페는 어딘가 살짝 어긋나는 듯하면서도 말하자면 또 뭐 잘 들어맞기도 하고 그렇지요. 왜냐, 어긋나는 부분은 알콜이 묶어주니까요. 하하하.

치니 2009-03-10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쿠, 제가 알라딘이라면 4만원이 뭐에요, 40만원 줄 마음 드는 페이퍼네요. ^-^
이렇게 정성껏, 그리고 이렇게 주최 측의 의도를 이쁘게 고스란히 담아주는 블로거가 몇 있을라구요.
(승주나무님 거는 이제 가서 읽어볼랍니다만 ㅎㅎ 일단은 네꼬님 편)
탱고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네꼬님이 반했다니 들어볼래요. 길을 걷다 들려오는 음악이 좋아서 씨디를 샀다, 라는 짧은 표현으로 대개 넘어갈 사건을 이렇게 소상하고 재미나게 들려주시는 네꼬님은 천상 작가가 되었어야 해요. :)

이리까페 근처에 일본인이 하는 빵가게가 있답니다. (http://www.cbs.co.kr/Nocut/Show.asp?IDX=961244) 친구가 알려줬는데 저도 함 가볼라고요, 맛있을 거 같죠? 헤헤.

네꼬 2009-03-10 10:10   좋아요 0 | URL
저는 치니님의 알라딘 마을에 세 들어 살겠어요. 하하. 제가 집세로 40만원을 드리죠! (승주나무님 페이퍼에는 뭐라 댓글을 달아주실지, 저는 안 보겠어요. 흑.) 저도 탱고에 특별한 감흥은 없었어요. 그런데 그날은 좀 심하더라고요. 홍대 삼거리를 지나실 땐 레코드 포럼을 주의하세요. 아주 흉악한 가게예요! 그에 비해 '미루카레'는 아주 다정한 가게군요. 기본적으로 그날 자기가 먹고 싶은 빵을 만든다는 원칙 참 맘에 드네요.♡ 이런 고소한 정보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간만에 빵가게 재습격? 히힛.

또치 2009-03-10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앗, "기본적으로 내가 먹고 싶은 빵을 만들어요" 이건 내가 꿈꾸는 가게!! (네꼬씨~ 반죽 준비햇~)
아, 음악에 대한 우울한 추억 하나가 보태지겠군요. 그리고 이 다음날... 나는 네꼬씨에게 멱살을 잡혔죠. The Chieftains 음반을 여태껏 숨기고 있었다면서 ㅠㅠ

네꼬 2009-03-11 17:51   좋아요 0 | URL
ㅎㅎ 멱살 잡아서 쏘리 또치님. (그날의 격한 감정이 다시 한번 떠오르누나)
안 그래도 자기가 먹고 싶은 빵을 만든다는 대목에서 또치님 생각이 났죠. 아, 소보루 먹고 싶다. (응?)

mong 2009-03-11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참 불만이나 항의 이런 단어들도 네꼬님에게 오면
달콤해진다니까...
재주덩어리 네꼬씨~~
(갑자기 빵이 먹고싶어진 몽)

네꼬 2009-03-11 17:52   좋아요 0 | URL
어머 우리 노란 동지 오셨다. (똑똑한 몽님, 방가방가) 나도 지금 소보루 먹고 싶은데. 음, 네꼬씨와 몽님이 소보루를 수북이 쌓아놓고 우유(반드시 우유여야 함)를 마셔가며 냠냠 짭짭 먹는 걸 상상하니 막 좋아요. ㅎㅎ

승주나무 2009-03-12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 만에 글을 봤습니다. 여유가 없어서 글을 하나씩 검색해보지도 못했네요. 그 대신 트랙백을 남겼으니 제 진심을 알아주세요^^

네꼬 2009-03-12 11:35   좋아요 0 | URL
승주나무님, 안녕하세요? 제가 불쑥 이렇게 트랙백을 달아서 혼자 재밌다고 놀았네요. ㅎㅎ 진심이 담긴 후기를 읽고 제가 가졌던 사심이 부끄러워서 써본 거예요. 그냥 추천과 댓글로만 남기기엔 아쉽기도 하고, 또 저도 남겨두고 싶어서요. (^^) 저는 아예 그 게시판엔 글을 안 남겼답니다. 이렇게 뵈어서 반갑습니다요.

2009-04-02 2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06 14: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쩌면 나의 친구들은 눈치를 챘을지 모르겠는데, 요즘 나는 무척 우울했다. 뭐, 몇 가지 일이 겹쳐 그렇게 되었다. 하지만 우울함이란 두통 같은 것이니까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고 언제 그랬는지 모르게 사라질 수도 있다. 나는 그렇게 믿고 당분간 이 마음을 모른척하지 않기로 했다. 이랬다가 또 금방 뛰어다닐 만큼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겠지. 어디 잠깐 여행이라도 다녀오거나, 짧은 스커트를 사거나, 음, 고기라도 구워 먹거나 그러면 될 거야.  

그런 의미에서 마음 편하게 여기 친구들에게 털어놓자면, 요즘 내 마음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은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걱정이다. 가족 속의 나, 회사라는 조직에서의 나, 일에서의 나, 그냥 나. 별 생각없이 살아왔는데(이게 문제) 돌아보니 어? 너무 생각 없었나? 하고 화들짝 놀라버렸다. 우울함은 두통처럼 왔다가 또 가는 것이지만, 한가지 더 나쁜 점이 있다면 그건 고리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두통보다 머무는 시기가 좀 길다.)  

그건 그렇고 제목을 이렇게 썼으니 그와 관련한 이야기도 해야겠지. 나는 원래 아주 구체적인 꿈을 많이 꾸는데, 요즘 특히 그렇다. 요 며칠은 꿈에 자꾸 동물들이 나온다. 처음엔 원숭이가 나왔는데, 그저께는 달팽이가 나왔다. 정확히 말하면 달팽이를 애완동물로 키우는 다섯 살쯤 된 남자애가 나오는 꿈이었다. 그 애는 유치원이 끝나면 달팽이와 함께 집에 돌아갔는데, 달팽이를 손가락이나 나뭇잎에 올려놓고 들고 가는 게 아니라 산책을 시키는 것이었다. 유치원에서 집까지 가는데 매일매일 백년이 걸려서 선생님과 엄마가 속터져했다. 그 다음에 이어진 얘기는 이보다 더 말이 안 되는 황당한 것이라서 적을 수 없다. 그래도 꿈에 달팽이가 나오는 건 그리 흔치 않은 경험이니 자랑해도 되겠지? 요즘 나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정말로 제일 빠를 때일까?' 하는 어두운 질문을 떠올리곤 하는데, 어쩌면 '아니어도 할 수 없으니 닥치고 출발해'라는 뜻으로 그 달팽이가 나왔는지도 모르겠다...고 꿈보다 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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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9-03-02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에 대한 경과를 상세히 기억하시는 것을 보니 개꿈은 아닌 듯 합니다.
꿈이야 어떻든 간에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고 좋게 생각하면 길몽이 아닐까요. ㅎㅎ

네꼬 2009-03-03 09:48   좋아요 0 | URL
네 전호인님, 저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달팽이가 일부러 나왔을 땐 다 좋은 뜻이 있었을 거라고 위로를 삼고 있어요. (^^) 고맙습니다.

치니 2009-03-02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꺅, 네꼬님. 우울함을 적은 페이퍼에 어울리지 않는 괴성이지만, 그래도 반가워서...^-^
봄이라서 그렇다 생각해요. 무언가를 꼭 시작해야 할 것 같이, 묵은 것을 새로운 것으로 갈아야 할 것 같이 구는 이 봄의 분위기가 사람을 종종 우울하게 하더라구요.
꿈은, 천천히 가고 싶은데 옆에서 재촉을 받으니 그게 싫어서 꾸신 꿈 같은데요? ㅎㅎ

네꼬 2009-03-03 09:49   좋아요 0 | URL
꺅! 우울하다고 울어놓고 참 어울리지 않는 비명(!)이죠, 저야말로! 치니님, 잘 계셨어요? 안그래도 묵은 것들이 너무 많은데, 마음이 제일 그런 것 같아요. 근데 오늘 제가 있는 곳에는 눈이 막 오네요. 벌써 봄이야? 어어, 하고 있었는데 느긋하게 가라는 하늘의 계시가.... (얼씨구 이젠 그냥 막 갖다 대는구나.)

2009-03-02 1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03 0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09-03-02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짧은 치마. 짧은 치마. 짧은 치마. 좋아요.
짧은 치마를 입고 살랑살랑 오는 네꼬님을 보고 싶은데? 흐흐.

그런데, 네꼬님이 '어? 너무 생각 없었나?' 하면 저는 너무 슬퍼질 것 같은데요.
네꼬님은 그렇지 않아요. 네꼬님이 생각이 없는 거면, 저는 어쩌라고요 네?
그냥 우리, 한껏 예쁘게 차려입고, 삼겹살집이나 갈까요? ㅋㅋ

네꼬 2009-03-03 09:55   좋아요 0 | URL
음, 짧은 치마 찬성? 물론 웬디님처럼 쭉쭉 긴 다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기분전환 삼아서 입어볼까 싶어요. 이 봄이 지나면 또 언제 입겠어요. (더 무너지기 전에.) 웬디님 잘 있었어요? 나는 비록 생각이 모자란 고양이지만, 한껏 예쁘게 차려입고(뾰족구두 필수) 꽃향기 나는 향수도 뿌리고 삼겹살집 갑시다. 요 밑에 우리 고기 멤버 있네!

다락방 2009-03-02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저는 정말 생각없어요. 엊그제도 생각이 없어서 식당에서 한 손님에게 호되게 혼나기도 했어요.(이건 말하기 싫어요. 정말 당황했었거든요. 얼굴도 시뻘개지고!)
그런데 생각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또 제가 앞으로는 뭔가 다르게 살것 같은가 하면 또 별로 그렇지도 않아요. 그리고 이렇게 적고나니 갑자기 한없이 우울해지려고만 해요.

우리 다시 태어나기로 해요, 네꼬님.
제 남동생이 언제나 자기 전에 제게 하는말이 내일부터 다시 태어날거야, 에요. 그러면 저는 어제 그랬던것처럼? 하고 말하지요.

네, 네꼬님.
저는 매일매일 커피를 마시고 매일매일 커피를 끊어요.
확 달라지지는 않더라도 우리, 내일 그리고 또 내일 늘 다시 태어나자구요.
짧은 치마도 좋고 고기도 좋고 따뜻한 캬라멜마끼아또도 내일 다시 태어나기 위해 오늘을 위로하는 아주 좋은 친구가 되겠죠. 아, 수다도!


(이렇게 길게 적고 다시 한번 읽어보니 대체 뭔말인지를 모르겠어요 -_-)

네꼬 2009-03-03 09:58   좋아요 0 | URL
나는 저 두 번째 문장을 몇번이나 읽어보았어요. 다락님이, 생각이 없어서, 식당에서(식당에서!) 한 손님에게(손님에게!) 호되게(호되게!!!!!) 혼나(혼나?????)다니!!!!!!!!!!!! 이게 무슨 소리? 내가 그를 끌어와 볼기짝을 치리다. (그럴 리도 없지만 만에 하나 다락님이 잘못했더라도 상관없음. 진짜.)

고양이는 아홉번 다시 태어난다고 해요. 전 아홉번까진 아니어도 되니까 내일 당장 다시 태어나면 좋겠어요. 그럼 잘해볼 텐데. 어리석게 굴지 않고... 이런 생각 드는 거 보니까 나 나이먹긴 했나봐. ㅠㅠ 다락님의 브라더 말 대로 저도 매일매일 그렇게 생각하면서 지내보겠어요. 그리고, 이 우울한 날들에, 마시멜로 들어간 코코아가 없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사는걸까요?

무스탕 2009-03-02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 휴가 내서 차를 몰고 춘천에 다녀오세요. 아.. 춘천이 아니라도 좋아요. 그냥 피곤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거리로 잠시 일탈을 하세요. 가는 길에 강가를 만나면 무작정 차를 세워서 넋놓고 물구경 하다 와도 좋고 처음보는 박물관이 눈에 띄거든 요건 뭘꺼나 들어가 보는것도 좋겠죠.
그냥 어제까지의 나를 잠깐은 집에 두고 하루쯤 고양이가 아닌 강아지가 되어보는 것도 좋을거에요.

네꼬 2009-03-03 10:03   좋아요 0 | URL
음, 역시 우울함을 달래는 데는 여행이 최고겠죠? 저도 하루쯤 그래볼까 싶었어요. 머물던 데서 떠나보아야 새로운 다짐이 가능한 건 당연한 일일 테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어떤 배우 인터뷰를 보니까 그는 머릿속이 복잡할 땐 서울에서 부산까지 음악도 틀지 않고 운전을 하고 간대요. 전 그 경지는 아니니 어디 가까운 온천이라도...(응? 온천?) 강아지는 너무 귀여우니까 그렇고, 음, 오리쯤 어떨까요? 꽥꽥.

마노아 2009-03-02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리게 느리게 집으로 가는 달팽이라니, 너무 철학적으로 들려요. 혼자만 늦게 가고 있다는 어떤 불안감이 작용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아이가 달팽이와 함께 '산책'하고 있다고 느끼는 게 참 좋아요. 집에 가서 숙제를 하는 것도 아니고, 학원을 가려고 준비를 하는 것도 아니고 달팽이와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니, 친자연적이고 낭만적이잖아요. 그 꿈 네꼬님처럼 예뻐요!

네꼬 2009-03-03 10:06   좋아요 0 | URL
철.학.적.이.라.니. 역시 마노아님은 긍정의 여왕! (마마~) 맞아요, 숙제도 아니고 학원도 아니고 산책. 달팽이의 산책. 아무튼 뭔가 긍정적인 것만은 확실해졌네요. 마노아님 덕분에. 이렇게 댓글을 달아 보니까 마음이 점점 밝아지는 것 같아요. 사람은 역시 좋은 사람과 어울려야 돼요. 그건 고양이도 마찬가지.

2009-03-04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짧은 치마 입고, 내꿈 꿔줘요~~ ㅎㅎㅎㅎ 에이, 그냥 웃고 말아요~ 히힛

네꼬 2009-03-09 17:46   좋아요 0 | URL
왜요? 왜 웃고 말아요? 짧은 치마 입고, 션님 꿈 꿀 건데. 어디 도망만 가 봐라.

2009-03-07 0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09 1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9-03-07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우울할 때는 달달한 것을 먹어줘야 하는데~~ 초콜릿이라도...
살랑살랑 봄바람에 짧은 치마 아가씨~ 생각만 해도 좋은 그림이네요.^^
달팽이 이야기 동화로 써 보세요, 정말 좋은 이야기가 될 거 같아요~~~ 강추!!

네꼬 2009-03-09 17:48   좋아요 0 | URL
요즘 아주 달달한 것 입에 물고 살아요. (아이고 충치야~)
그러게요, 나름대로 잡은 컨셉은 "봄바람 살랑살랑 미니스커트 샤방샤방"인데 실제로는.. 털썩.
달팽이 동화를 누가 읽어줄까요? ㅎㅎ 앞뒤 스토리를 붙이려는데 아무래도 말도 안돼요. 하하하.
 

초등학교 때 1등 한번 안 해본 사람 찾기 어렵듯이, 한때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 찾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별로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일 줄 아는데, 나도 가난한 성장기를 보냈다. 우리 네 식구가 전전한 셋방은 그 종류가 꽤 다양했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유독 한 집이 각별하다.

그 집은 길 위에 있었다. 은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그랬다. 그 집은 대문이 없었다. 길가에 닿은 현관의 자물쇠를 열면 바로 부엌이 나왔고 바로 방이 들여다보였다. 겨울에도 찬물로 설거지를 해야 하는 집, 세탁기가 들어설 자리가 없는 집에 이따금 주인집 아저씨가 다녀가고 나면 엄마는 온종일 내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부끄러울 만도 했는데 이상하게 별로 그렇진 않았다. 친구들을 데려와 같이 라면도 끓여 먹고 TV도 보고 잘 놀았다.  

나를 괴롭힌 건 다른 데 있었다. 그건 바로, 도둑이 들면 어쩌나 하는 불안함이었다. 어떤 도둑이라도 맘만 먹으면 들어올 수 있는 집이었다. 이제 생각해보면 어떤 도둑도 눈여겨보지 않을 집이기도 했지만, 그땐 밤마다 불안해서 잠을 못 잘 지경이었다. 열한살, 열두살, 그때 내 나이가 그랬다. 어려서부터 눈치가 빤했던 나는 그 불면의 이유를 부모님께 절대 말하지 않았다. 목이 꽉 메어 억지로 잠을 청하면서 내가 바란 것은 단 한 가지, 대문이 있는 집에 사는 것이었다.   

그 꿈이 얼마나 사치스러운 것인지 알게 된 것은, 엄마와 명동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나오던 어느 겨울, 명동성당 앞에서 비닐 천막을 치고 거주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는 철거민들을 보았을 때였다. 비닐 천막 위에 얼기설기 천을 씌운 가건물 안에서 아기가 빽빽 울고 있었다. 그 충격에 나는 그날밤부터 아예 소원을 바꾸기로 했다. '길바닥에 나앉는다'는 말이 실현되지 않기를, 주인집에서 우리집에 자꾸 찾아오지 않기를, 우리를 지켜주는 저 시멘트 벽이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느라고 어린 네꼬의 밤은 길고 무서웠다.  

마지막 가진 것은 시너밖에 없던 사람들이, 그들의 마지막 '일터'였던 초라한 가건물에서, 죽었다. 이른 아침 시내 한복판에서 불길에 싸인 얄팍한 상자 같은 건물. 밖에서는 그들의 동료가 저 안에 사람이 있다고 온몸으로 울부짖었다. 경찰 관계자의 기자회견을 보니, "왜 이렇게 불이 커졌을까요?"라는 질문에 "시너를 안 갖고 들어갔으면 괜찮았죠."라는 답이 돌아온다. 태어나 처음으로, 모르는 사람에게 살의를 느꼈다. 남대문이 불타는 것을 넋 놓고 보아야 했듯, 오늘도 나는 그 불길을 지켜보기만 했다. 국가는 무엇을 지키기 위해 있는 걸까. 슬프고 참담해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에는 꼭 적어두어야 할 것 같아서 오늘이 가기 전에 쓴다. 오늘은 2009년 1월 20일이었다. 나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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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난쏘공이 되풀이되는 대한민국~ 아, 부끄럽다!
    from 엄마는 독서중 2009-01-21 01:25 
    네꼬님의 글을 보며 기어이 눈물이 났다.  우리 애들에게 읽어주면서도 잠시 숨을 고르느라 멈추어야 했다.  종일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어젯밤 새벽에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리뷰에도 썼듯이 현재 내가 갖고 있는 것들과 누리는 것들이 행복하다기 보다 오히려 미안함이 앞섰던 마음을 나는 용산철거현장에서 죽어간 그들에게 또 다시 가져야 했다.  시골에서 살때만 해도 우리가 그렇게 가난할 줄
 
 
순오기 2009-01-21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들에겐 한몸 누일 공간이 얼마나 절실했는데~ 가진 자들이 그런 뼛속까지 시린 고통을 짐작이나 하겠는가요? 정말이지 쥑일, 죽을 놈들은 따로 있을지도 모르지요.ㅜㅜ
나도 방문 열면 한뼘짜리 쪽마루 아래 연탄아궁이가 있고~ 작은 부엌문이 있는 집에서도 수년간 살았어요. 우울한 사춘기와 청춘기를 그렇게 보냈는데~ 난, 부끄러워서 친구 하나 데려오지 못했어요. 그래서 지금 빚더미에 앉아서도 이집을 고수하고 사는 건, 우리애들에게 그런 사춘기를 갖게 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 하나예요.
그들을 보면 눈물나요~ 내 지나간 세월까지도요.ㅜㅜ

웽스북스 2009-01-21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마워요. 네꼬님.

다락방 2009-01-21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컥.
이 페이퍼는 추천이 말해줄 거예요.

paviana 2009-01-21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사람들 중에 분명히 빨갱이가 있을거라고 말하는 사람들 속에 살고 있어요. 빨갱이든 아니던 신나를 들고 들어 갔던 아니던 소중한 목숨들이고, 국가가 지켜줘야 할 국민이에요. 네꼬님이 정말 더 좋아졌어요.

마늘빵 2009-01-21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눈물 나잖아요. 포털에서 기사 내려가지 않게 열심히 추천 눌러대고 있어요.

어릴(?) 때 제가 살던 집도 떠오르네요. 푸세식 달랑 한 칸 있는 화장실은 마당 개집 옆에 있었고, 집 문을 열면 바로 연탄 아궁이가 있는 부엌이 나와요. 그리고 무릎 높이로 훌쩍 올라서면 방 한 칸이 나왔죠. 매일 부엌에서 씼었어요. 안에 있는 사람이 밖으로 나가거나, 밖에 있는 사람이 안으로 들어오려면 그곳을 통과해야 했어요. 집배원이 오거나, 집주인이 올 때 씻고 있으면 얼마나 부끄러웠던지.

마노아 2009-01-21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를 악물었는데, 결국 울어버렸어요ㅠ.ㅠ 대한민국을 사는 2009년은 참담할 거라고 짐작은 했지만, 정초부터 이렇게 세게 나올 줄이야... 참담하고 또 참담해요ㅠ.ㅠ

전호인 2009-01-21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슴아픈 일입니다. 조중동의 기사를 보니 더 울화통이 터집니다. 아무리 왜곡을 일삼더라도 주검앞에서 만큼은 권력의 앞잡이에서 살짝 비켜갔으면 했는 데 역시나 로군요. 기대할 것도 없는데 미련을 가진 제가 바보지요.

hanicare 2009-01-21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정말 인간이 인간이 아니네요.
너무 처참합니다.

Alicia 2009-01-21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마음아파요. 그리고 많이 부끄럽습니다..

쟈니 2009-01-21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울컥 합니다.. 다시 눈물이 나려하는군요..

네꼬 2009-01-30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가 이토록 참혹해하는데, 정말 어찌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살릴 수도 있었다. 진압이 아닌 구조였다면" 하는 추모 집회의 문구가 오래 기억에 남아요.
 

내 말을 꼭 믿어주었으면 좋겠다. 내 말은, 희망이란 결코 달콤하지 않다는 것이다. 희망을 가진다고 삶이 풍선처럼 가벼워지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희망은 때로 나를 바닥으로 떨어뜨린다. 희망은 결코 향기롭지 않다. 희망은 또 나 자신보다 질기다. 어떨 땐 지긋지긋하다. 희망은 때로 내 목을 잠기게 하고 내 눈을 뜨겁게 하지만 어떤 슬픔보다도 깊다. 희망은 내 발을 무겁게 하고 그래서 신중하게 하며 수없이 나를 채찍질하고 고달프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걷게 한다. 반드시 그렇다. 기어이 나를 걷게 한다. 그것이 희망이 일하는 방식이다. 이건 내가 아주 비싼 값을 치르고 알아낸 경험의 소산이니 내 말을 믿어도 좋다.   

 


 

오펄 드림 (OPAL DREAM) / 피터 카타네오 감독 2005 

황량한 광산 마을에서 살기에는 너무 여린 켈리엔. 이 깡마른 소녀에게는 한시도 떨어져 지낼 수 없는 두 친구 포비와 딩언이 있다. 안타깝게도 다른 사람들은 이 두 친구를 보지 못한다. 그러니 포비와 딩언이 깜깜한 광산 굴 속 어딘가에서 실종되었는데도 아무도 도와주지 못한다. 사실은 모두가 켈리엔을 미쳤다고 생각하고 이 예민한 어린 딸을 도우려는 엄마 아빠에게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한밤 중에 남의 굴 속까지 들어가 '딸의 보이지 않는 친구'를 찾고 있었다는 설명은 도둑가족의 변명으로 들릴 뿐이다. 이들은 오펄을 찾아 황무지를 캐고 또 캐는 광산마을 사람들에게는 결코 정이 가지 않는 '굴러 들어온 돌'이었으니까. 끝이 코앞이다.

그러나 애슈몰은 동생이 일러준 대로 위험을 무릅쓰고 굴 속 깊이까지 내려가 기적과 같이 포비와 딩언의 흔적을 찾는다. 그리고 애슈몰이 두 친구의 장례식을 준비하는 동안 아빠에 대한 재판도 진행된다. 진짜 기적은 지금부터 시작된다.  

 * 

저 막막한 땅 어딘가에 우주를 담은 빛깔을 띤 오펄이 기다리고 있다. 온종일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폭발음에 고막이 터질 위험에 노출되면서도 광부들은 오늘도 또 내일도 기꺼이 땅 속으로 들어간다.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지만 포비와 딩언도 그렇게 땅 속에 묻혀 있었다. 당장 보이지 않는다 해도 '있다'는 것을 알고 믿어야 된다. 만날 수 있다고 믿고 끝까지 내려가야만 만나주는 것. 그것이 희망이 일하는 방식이다. 사실 믿지 않겠다고 발버둥쳐 봐야 소용이 없다. 분명히 말해두지만, 희망은 당신보다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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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9-01-08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장인들은 평일날 땡떙이를 쳐야 볼 수 있다는 그 영화...

마늘빵 2009-01-08 21:44   좋아요 0 | URL
땡땡이를 치시면 된다지요 :p =333

네꼬 2009-01-08 22:12   좋아요 0 | URL
메피님. 토요일에 보는 방법도 있다는 그 영화죠;;;

아프님. 이제 땡땡이 좀 칠 수 있어요? (아닐 텐데~)

도넛공주 2009-01-08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망은 없습니다 이제.

네꼬 2009-01-08 22:12   좋아요 0 | URL
그래 봐야 소용 없다니까요. 순순히 항복하시는 게 좋을 텐데.

가시장미 2009-01-08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중 태아 태명이 희망이라서.. 달려왔는데, 참 좋네요. 희망은 당신보다 강하다.
음.. 그래도 전 늘 겨루기를 하나봐요. 그러다보면 이길 수는 없어도 조금 더 강해질 수는 있지 않을까해서요. :)

네꼬 2009-01-11 00:45   좋아요 0 | URL
가시장미님, 안녕하세요? 아기 태명이 희망이라니, 아주아주 튼튼한 아기가 나오겠군요! 가시장미님도 아기와 함께 씩씩한 한 해를 보내시기 바랍니다. 제 생각엔 지금도 강하시고 앞으로는 천하무적이 되시겠는데요!

마노아 2009-01-08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망은 당신보다 강하다! 뭉클하게 만드는 문장이에요.

네꼬 2009-01-11 00:44   좋아요 0 | URL
희망은 마노아님보다 강한데, 그런 희망도 마노아님 앞에서는 별로 힘 쓸 일이 없을 것 같아요. 마노아님은 희망을 의심 안 하시잖아요. :)

웽스북스 2009-01-09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꺼이 희망에게 항복하는 한해가 되어야겠어요.
네꼬님 우리 꼭 그래요. 고기먹고 힘내요. ^_^

네꼬 2009-01-11 00:46   좋아요 0 | URL
고기가 언제나 옳듯이 희망도 언제나 옳아요. 그러니 나랑 웬디님이 같이 고기를 먹으면 희망은 두 배? (응? 이상한가?) 아무튼 우리 다음에는 꼭 "지글지글" 소리가 나게 고기를 구워 먹기로 해요.

프레이야 2009-01-09 0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뻣대봐야 소용없는거에요? ^^
희망이에게 항복해야 할까요. 더 힘 빼지 말고.

네꼬 2009-01-11 00:47   좋아요 0 | URL
혜경님! (와아아아락)
자 우리 순순히 항복하고 시키는 대로 해요. 걸어야지 별 수 없어요. ㅎㅎ

다락방 2009-01-09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장 보이지 않는다 해도 '있다'는 것을 알고 믿어야 된다. 만날 수 있다고 믿고 끝까지 내려가야만 만나주는 것.

저도 믿는자에겐 그것이 실현된다고 생각해요. 기적을 믿는 자에게는 기적이 보이듯이. (뱀파이어를 믿는 자에겐 뱀파이어가 나타난다는....쿨럭.)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 보다 네꼬님의 글이 훨씬 좋은데요. 그리고 저는 포비와 딩언을 만나는 켈리엔 보다는 포비와 딩언을 만나는 켈리엔을 '믿어주고', '찾아주던' 애슈몰이 훨씬 훨씬 좋았어요. 애슈몰이 그마음 그대로, 쭉 잘 자라주었으면 좋겠어요, 정말.

그리고 네꼬님도 쭉 이렇게 글을 썼으면 좋겠어요. 정말 그래요.

네꼬 2009-01-11 00:49   좋아요 0 | URL
다락님. 우리 다락님.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해주어서 고마워요. (저만 좋아했을지 몰라도, 저는 이 영화를 보게 해주신 다락님한테 그냥 신세를 지겠어요.)

뱀파이어가 나타날 거예요. 다락님을 칵 깨물고 놔주지 않을 창백하지만 힘 세고 잘 생겼고, '비릿'한 그런 뱀파이어가. 애슈몰이 댈 거겠어요?!

전주집 가자요. 응?

치니 2009-01-09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그럴듯한 해피엔딩으로, 그것도 아이들을 이용해서, 사람들을 혹 하게 하는 영화려니...라고 생각해버린 제가 지금 이 순간 어찌나 창피해지는 지, 네꼬님은 모르실 거에요.

네꼬 2009-01-11 00:52   좋아요 0 | URL
그러고 보니 이 작품이 사실은 그런 영화일지도 몰라요. 저는 원래 그냥 감동을 쉽게 받으니까 막 저랬을지 몰라요. 그런데 치니님, 전 한편 그 생각도 들어요. 그럴듯한 해피엔딩, (아이들을 이용하는 건 좀 그렇지만 '아이들이 나서서') 사람을 혹하게 하는 영화, 라도 때로 필요하지 않을까. 세상이 하도 팍팍하니까요. 이런 비굴한(ㅠㅠ) 생각을 하는 저도 어째 창피합니다. 근데 이 마음을 치니님은 아실 것 같아요.

E 2009-01-10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웬디언니 홈피에서 이 글의 발췌문을 읽고 너무 마음에 들어서(제가 그동안 읽었던 희망에 관한 어떤 글보다도 좋았습니다) 웬디언니에게 부탁해서 찾아왔어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네꼬 2009-01-11 00:57   좋아요 0 | URL
앗 E님 안녕하세요? (깜짝이야.) 저는 E님을 잘 모르지만, 웬디양님의 친구라면 틀림없이 예쁘고 날씬하고 똑똑하고 다정하시겠군요. 제 주소를 아셨으니 이제 웬디님 빼고 저랑 더 친하게 지내세요. (하하. 농담... 아닙니다.) 저는 칭찬에 야들야들해지는 쉬운 고양이에요. 가끔 놀러와주세요. 반갑습니다.
:)

2009-04-02 2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06 14: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06 17: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07 0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쩌다 우연히 듣는다 해도 모른 채 지나갈 수 있을 노래를, 그때 그때의 사소한 기분 같은 건 기억조차 나지 않을 노래를, 함께한 시간도 장소도 마음도 기억나지 않을 그런 노래를 나에게 주고 싶다고 한다. 그런 보편적인 노래를.  

 

 

 

 

  

나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에 아무 사연이 없기를 항상 바란다. 즐겁거나 슬프거나 어떤 기억도 떠오르지 않고 오로지 그 노래만 좋아할 수 있기를. 그래야 어느날 불쑥 라디오에서 흘러나온다 해도 별다른 동요 없이 들을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노래란 참 이상해서 좋아하기 시작하면, 하다못해 그 노래를 한참 듣던 계절이 언제였는지라도 꼭 같이 생각이 나게 마련이다. 마치 그런 내 바람을 읽기라도 한 듯이 이들은 말한다. (이렇게 생각을 하는 건 너무 슬프지만) 그때 그때의 사소한 기분 같은 건 기억조차 나지 않는 보편적인 사랑의 노래, 보편적인 이별의 노래를 나에게 주고 싶다고. 가만. 정말 좋은 예술은 자신만의 사사로운 가치에서 걸어나와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누가 그러던데. 이 젊은이들은 벌써 그 의미를 알아버린 걸까. 나는 이제야 겨우 깨치기 시작했는데.  

'브로콜리 너마저'의 첫번째 정규앨범 "보편적인 노래"를 듣는다. 친구가 불쑥 이 음반을 내게 내밀었을 때 나는 무척 당황했다. 나 역시 이 밴드의 소박한 멜로디와 일상의 감각이 묻어나는 가사를 좋아하지만, 차마 이 앨범을 사지는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 그토록 피하고 싶은, '사연'이 있는 곡이 이 앨범 안에 들어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일주일이 넘도록 앨범을 듣지 못하고 쩔쩔 매고 있었다. 사연이 있는 노래란 건 정말 골치 아프다. 나는 어쩌자고 이렇게 소심하고, 불필요한 기억은 이렇게 섬세한 것이냐. 그러다 주말에 집에 온 손님들 때문에 할 수 없이 이 앨범을 들었다. 예상대로 아름다웠고, 예상대로 마음 한 구석에 특별한 신호가 왔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 노래 역시 '보편적인 노래'가 될 것이라고 믿고 바란다.

한 해의 마지막 날 새벽이 시작되었다. 지난 한 해 동안 네꼬 씨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나. 어떤 책은 무지 기대하고 읽었는데 더없이 지루했고, 별 생각 없이 보러 간 영화에서 머리가 어질어질한 감동을 받기도 했다. 모르고 산 세월이 억울한 음반을 듣기도 했고, 덕분에 친구의 청춘을 엿보기도 했다. 회사 일은 무척 바빴고, 동료와 다투기도 했다. 때로 과음을 했고 좋아하는 친구들과 여행을 다녔고, 엄마와 데이트를 하기도 하고 엄마에게 서운해 엉엉 울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이 촛불을 들었고, 내친 김에 정당에 가입했다. 새 잡지를 구독했다. 한동안 잊기 어려울 것 같은 남자를 만나기도 했고 덕분에 끝에서 두번째 남자는 깨끗하게 잊었다(끝에서 세번째는 누구였는지 생각도 안 난다). 너무 재미있어서 끝나가는 게 아쉬운 소설도 읽었고, 치과 의자에 누워서도 폭소를 참기 어려울 웃기는 책도 읽었고, 책장을 덮고도 눈물이 멎지 않아 고생할 만큼 슬픈 책도 읽었다. 친구를 집으로 초대해 음식을 먹고, 누군가의 집에서 고양이와 놀기도 했다. 가벼운 교통사고도 있었는가 하면, 땅끝마을까지 왕복으로 운전도 했다. 비행기도 탔고 기차도 탔다. 커피를 마셨고 고기를 구워 먹었고 이따금 일기를 썼다.  

지내는 동안은 유난히 즐겁거나 외로웠는데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참 보편적인 한 해였다. 지나가고 나면 그게 2007년의 일인지 2008년의 일인지도 또 가물가물해질. 그렇게 특별할 것 없었던 한 해가 간다.     

내년에는 네꼬 씨가 좀더 보편적인 사람이 되기를. (어렵겠지만) 일희일비에 힘을 덜 쓰는 의연한 사람이 되기를. 뜨겁지 않은 대신 오래도록 따뜻한 마음으로 평온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기를. 그것이 2008년을 보내는 나의 보편적인 이별의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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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따삐야 2008-12-31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의 마지막 새벽, 마지막 문단에 공감을 보내요. 꼭 그리 되길 바랍니다.^^

네꼬 2008-12-31 01:41   좋아요 0 | URL
깐따삐야님, 안 주무셨네요. 오래간만이에요. 악수 흔들흔들. 내년에 더 보편적인 고양이가 되어 깐따삐야님 서재에도 자주 들락거리겠습니다. 격려 고맙습니다. :)

2008-12-31 0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31 1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스파피필름 2008-12-31 0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안녕하세요.. 마지막 문단.. 저도 그렇게 되고 싶네요. ^^

네꼬 2008-12-31 13:02   좋아요 0 | URL
스파피필름님, 안녕하세요. 내년에는 더 자주 만나요. 스파피필름님도 따뜻한 날들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

코코죠 2008-12-31 0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의 마지막 날에 네꼬님 글을 읽을 수 있어 기뻐요. 네꼬님 글을 읽으면, 뭔가 배가 부르는 느낌이랄까. 저도 막 글을 쓰고 싶어지고. 지난 한해는 네꼬님을 만나 행복했지요. 부디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네꼬 2008-12-31 13:03   좋아요 0 | URL
올해의 마지막 날에 오즈마님에게 이런 메모를 받으니 저야말로 기뻐요. 끝을 알 수 없는 오즈마님의 다정+씩씩 에너지를 내년에도 많이많이 보여주세요. 우리 더 즐겁게 지내요. 착한 고양이가 되겠습니다. :)

순오기 2008-12-31 0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올해의 마지막 날이 되었군요~~ 네꼬님, 해피 뉴이어~~
해마다 한 살 더 먹으면 달라질까 기대하며 살고 있는...^^

네꼬 2008-12-31 13:04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올해에는 순오기님과도 특별한(!) 인연을 맞이했었죠. 고맙습니다. 지금도 훌륭하시니 내년에 굳이 더 좋아지시려고 하지 마세요. 저희 기죽어요. ^^

L.SHIN 2008-12-31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팡, 당신은 이미 충분히 따뜻한 사람인걸요.
꽁꽁 언 차가운 발을 뜨거운 물에 담글 때, 나는 굉장히 행복하답니다.
네팡의 서재는, 글은 마치 그런 기분입니다.(웃음)

네꼬 2008-12-31 13:05   좋아요 0 | URL
쿠션님, 내년에는 서재에서 더 많이 만나요. 뜨거운 물은 아니더라도 그대의 언 발을 덮는 따뜻한 방석 정도는 되도록 애써볼게요. 한 해 동안 고마웠어요. 새해 따뜻하게 시작해요, 우리. ♣

마늘빵 2008-12-31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씨 연애했던거에요? ^^ 새해엔 좋은 사람 만나시고, 또 페이퍼질도 많이 해주세요. 시청에서 촛불 들며 만나기보다는, 따스하고 아늑한 카페에서 만나기를! 아니면 네꼬씨 좋아하는 술을!

네꼬 2008-12-31 13:06   좋아요 0 | URL
아니. 연애를 못 한 거죠. (-_-) 아프님의 응원에 힘 입어 좋은 사람도 만나고 페이퍼도 리뷰도 열심히 써볼게요. 술도 차도 좋지만 꼭 필요하다면 우리 내년에도 촛불 들고 만나요. (이런 신년인사라니..!)

무스탕 2008-12-31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 그러니까 내년에 네꼬님께선 내 옆에 더 자주 계시길..
아니, 내가 네꼬님 옆에 더 자주 있을수 있길..

네꼬 2008-12-31 13:07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내년에는 저 초록 문 앞에서 더 많이 야옹거리겠습니다. 언제나 그랬듯 반겨주세요. 지성과 정성에게도 고양이의 안부를 전해주세요. :)

비로그인 2008-12-31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새해에는 복 많이 받으시기를..
하하


네꼬 2009-01-07 17:55   좋아요 0 | URL
한사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찾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호홋

치니 2008-12-31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의 글이 있어서 2008년에 제 행복지수가 쪼금 더 올랐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요.
내년에도 잘 부탁 드립니다요.

네꼬 2009-01-07 17:56   좋아요 0 | URL
저는 하린 군의 노래가 있어서... (하핫. 농담이에요. 거기에 치니님까지 있어서 행복지수가 올라갔죠!) 올해에도 우리 아주 아주 사이 좋게 지내보아요. 늘 고맙습니다.

Mephistopheles 2008-12-31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요 그러고 말고요..우리 모두 내년엔 조금 보편적인 삶을 살았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덜 화내고 덜 짜증나고 덜 아프고 덜 피곤한 삶...^^
(앨범 노래가사에 혹시 "고등어"가 들어가나요?)

네꼬 2009-01-07 17:57   좋아요 0 | URL
네 메피님. 아주 아닐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덜 화내고 널 짜증내고 덜 피곤해하면서 살 수 있기를 같이 바라 보아요. (고등어라니 고등어라니 파르르)

노이에자이트 2008-12-31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에도 건강하고 멋진 네꼬 님이 되십시오.

네꼬 2009-01-07 17:57   좋아요 0 | URL
노자님, 올해에도 좋은 글 많이 부탁 드려요. 저도 건강하고 멋있어지겠습니다. (어떤 노력을 해야 멋있어질지는 좀더 고민을.)

paviana 2008-12-31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과 함께라면 촛불도 좋아요.^^
그래도 술(!)부터 시작했음 좋겠어요.
올 한해 감사했어요.정말로요..
네꼬님같이 이쁜 글을 쓰는 분이 제 방명록에 불쑥 놀러오시면 깜짝 놀라면서도 무지 행복하답니다.ㅎㅎ

네꼬 2009-01-07 17:58   좋아요 0 | URL
파비아아님 퍼스나콘은 불쑥 나타나서 저를 막 웃게 해요. 언제나 고맙습니다. 우리 올해에도 서로를 막 놀래키면서 지내보아요. 하하핫.

아영엄마 2008-12-31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들수록 좀 더 의연해져야 하는데 이 나이가 되도록 여전히 일희일비하고 있으니 철은 언제 들라나 모르겠습니다. 의연해지는 길을 발견하시거든 네꼬님이 비법 전수를 해주소서~. 내년에도 계속 뵈어요~ 새해에는 소망하는 모든 일들이 이루어지시기를~ ^^

네꼬 2009-01-07 18:02   좋아요 0 | URL
앗 아영엄마님, 오래간만이어요. 올해에도 엘리자베스 브라운의 왕성한 독서력을 보여주실 거죠?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정말 의연해지는 좋은 방법을 알게 되면 꼭 동네방네 소문낼 테니(왜 아니겠습니까) 걱정 마세요. :)

마노아 2009-01-01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은 보편적인 단어를 특별하게 느끼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그 잔잔하게 서술하는 일상 속에서 스펙터클함을 느끼게 만들지요. 이 글은 2008년도의 마지막 날 쓰였지만, 2009년도의 새해 첫날 읽는 글로서 아주 행복한 힘을 갖고 있어요. 그 글을 오늘 읽어서 나는 무척 기뻐요. 나의 네꼬님!

네꼬 2009-01-07 18:04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은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짧은 시간에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지?' 하게 하시잖아요. 새해 격려로 해주시는 말씀인 줄 알면서도 그냥 저는 또 좋다고 웃습니다. (속이 없어 속이.) 마노아님, 새해에도 부빗부빗. 아시죠?

2009-01-01 1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07 18: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04 10: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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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07 18:1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