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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9
장 폴 사르트르 지음, 정명환 옮김 / 민음사 / 2008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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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글자를 몰랐지만 내 책을 가지고 싶다고 조를 정도로 겉멋이 들어 있었다. 할아버지는 그 못된 출판사에 가서 시인 모리스 부쇼르가 지은 `꽁트집`을 얻어 왔다. 그것은 민화에서 따온 이야기들인데 할아버지 말로는 어린애의 눈을 간직하고 있는 어른이 어린이의 취미에 알맞게 고쳐 쓴 책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당장에 그 책을 내 것으로 만드는 절차를 밟고 싶었다. 나는 두 권으로 된 작은 책을 손에 들고 냄새를 맡고 쓰다듬어 보고, 종잇장을 바스락거리면서 마음에 드는 페이지를 되는 대로 열어보려고 했다. 그러나 허사였다. 아무래도 이 책이 내 것이라고 느낄 수가 없었다. 나는 책을 인형처럼 다루어서, 가볍게 흔들기도 하고 입 맞추기도 하고 때려 주기도 하였지만 쓸데없었다. 나는 울상이 돼서 그것을 어머니 무릎 위에 갖다 놓고 말았다. 어머니는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얘야, 어떤 이야기를 읽어줄까? 요정 이야기?" 나는 미심쩍어하면서 물었다. "요정들이 이 속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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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내 이름을 안 불러 줘 보리 어린이 9
한국글쓰기연구회 / 보리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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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집에서 옷을 입을 때 허리띠를 맨다고 했는데 잘 안 돼서 어머니에게
"해주세요"
하고 말을 했다. 어머니께서 와서 허리띠를 매 주시면서
"상인아, 엄마 눈 속에 누가 있는지 봐라."
하고 말씀하셨다. 내가 어머니 눈 속을 자세히 들다보니 내가 있었다.
"상인이 눈 속에는 엄마가 있단다."
하고 말씀하셨다. 나는 너무나 신기했다. 어떻게 내 눈 속에는 어머니가 있고 어머니 눈 속에는 내가 있을까?
'너무나 사랑해서 그럴까?'
하고 생각했다. (1995.6.8)

- 어머니 눈 속에는 내가 있고 내 눈 속에는 어머니가 있다 / 대구 옥포2학년 김상인 -1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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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14-04-16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 읽어도 언제나 좋은 책.

웽스북스 2014-04-16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다

다락방 2014-04-16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좋다.
 
쇼에게 세상을 묻다 - 모르면 당하는 정치적인 모든 것
조지 버나드 쇼 지음, 김일기 외 옮김 / TENDEDERO(뗀데데로)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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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것이 시간낭비가 될 것 같으면 차라리 각자 취향에 따라 추리소설이나 재미있는 고전을 찾아 읽기 바란다. 이 책도 어떻게 보면 추리소설 같은 면이 있다. 대체 우리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지난 25년간 세계대전을 두 번이나 치렀으며 소득불균형이 이토록 심해졌는지를 추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그 잘못을 바로잡을 정치적 역량과 의지가 부족하다면, 굳이 이 책을 읽으며 자책하고 괴로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악행과 어리석은 짓거리를 일삼다 파멸하는 그날까지 괜찮다고 착각하면서 희망과 자존심을 붙들고 사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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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14-01-22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받자마자 펼치니, 첫 장 첫 문단부터 확 사로잡는다. 빨리 읽고 싶다. ㅜ ㅜ

다락방 2014-01-22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쪽부터 멋지네요!!

네꼬 2014-01-22 21:43   좋아요 0 | URL
어 그쵸! 1쪽부터 대단!

아무개 2014-01-23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거 읽으라는 겁니까 읽지 말라는 겁니까.
에잇!!! 멋진 쇼오빠 같으니 에잇!!

네꼬 2014-01-28 22:57   좋아요 0 | URL
읽으라는 겁니다, 쇼 오빠. (아무개님, 이건 아직 안 읽어봤지만 재밌을 것 같아요. 사세요 사세요 팔락팔락)

아무개 2014-02-04 08:29   좋아요 0 | URL
팔락팔락~~~
샀습니다~~
^^::::::::::

네꼬 2014-02-24 13:07   좋아요 0 | URL
부채질 성공~
 
우리 동네 전설은 창비아동문고 268
한윤섭 지음, 홍정선 그림 / 창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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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아들한테는 부인도 있었고 어린 딸도 있었는데, 그 아줌마는 남편이 죽고 나서 몇 달 뒤에 딸만 데리고 집을 나갔어. 그 후 방앗간 할머니 할아버지는 방앗간 문을 닫고 십오 년 동안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어. 그러다가 방앗간 할머니가 무서운 병에 걸린 거야. 아직까지 이 할머니가 걸린 병을 낫게 할 약은 없어. 아니, 한 가지 방법은 있지. 그러니까 그 병이 나으려면 우리같이 어린 아이들이 필요한 거야. 우리 같은 어린아이들의 싱싱한 간을 먹어야만 병이 나을 수 있대. 옛날부터 내려오는 방법이래. 그래서 방앗간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위해 학교에서 혼자 오는 아이를 기다리고 있어."
작은 아이의 말이 끝났지만 준영은 운동장 바닥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준영의 머릿속에서는 어느새 길고 누런 앞니를 드러낸 어느 할아버지와 입가에 피를 흘리고 있는 어느 할머니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햇다. 낡은 비닐들이 바람에 펄럭거리는 방앗간 집 앞에서 그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낫과 호미를 들고 서 있었다. -23-24쪽

준영은 아이들이 보지 못하게 머리를 흔들어 그 끔찍한 장면을 떨쳐 버렸다. 그러고는 애써 작은 아이에게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말을 나보고 믿으라는 거야?"
"당연히 믿기 어렵지. 그러니까 믿고 안 믿고는 네 마음이야. 우리가 너한테 믿으라고 강요한다고 해서 믿어지는 건 아니잖아. 나도 솔직히 네가 믿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래야 우리처럼 겁먹지 않을 테니까."
그 말이 준영을 더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믿으라고 말하는 것보다 더한 강요 같았다.
작은 아이가 일어서서 그림을 그렸던 흙바닥을 꼭꼭 눌러 밟았다. 이야기하는 동안 나뭇가지로 수없이 긁어서 어지럽힌 흙바닥이 깨끗해졌다.
작은 아이는 바닥에 다시 학교와 마을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럼 다음으로 넘어갈까?" -24쪽

"이렇게 방앗간을 지나오면 여기 작은 산이 있잖아. 여기가 뱀산이야. 뱀산은 사실 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지. 그냥 소나무밭이라고 해야 맞을 거야. 학교 오는 길에 너도 봤을 거야. 거기는 뭐 특별한 건 없어. 근데 왜 뱀산이냐 하면, 말 그대로 옛날부터 뱀이 많아서 뱀산이야. 구렁이, 물뱀, 독사, 꽃뱀에 백사까지 뱀이 우글우글했기 때문이지. 그런데 거기는 뱀이 문제가 아니야. 길에서 뱀산으로 한 오십 발짝 정도 걸어가면 땅이 움푹 팬 커다란 웅덩이 같은 곳이 나오는데, 그 웅덩이 아래로 내려가면 아주 작은 무덤이 하나 있어. 그게 아기 무덤이야."
작은 아이가 흙바닥에 반원을 그렸다. 그 순간 준영의 머릿속에도 작은 무덤이 그려졌다. -25-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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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고로 아름다운 음악
    from 뽈따구책방 2015-09-21 09:24 
    PS. 추석을 맞이해서 벌초를 하러 갔다가 선산에 밤을 주으러 갔다.   정신없이 밤을 줍는데 정말 밤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네꼬 2012-09-06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마음에 쏙 든다. (또 또 팔불출)

moonnight 2012-09-06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은근히 무섭잖아요. 두근두근. +_+;;;;;

네꼬 2012-09-06 16:26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은근히 무섭고 마무리는 감동적인 이야기인 것입니다. 두근두근.22

2012-09-06 1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9-16 0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9-16 14: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9-17 14: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9-18 1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요통 탐험가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박승희 옮김 / 부키 / 2012년 7월
절판


재앙과 위험은 의식하면 오히려 내 쪽으로 들이닥치는 경향이 있다.
구불구불한 고갯길에서 차를 운전할 때, 앞에서 오는 트럭에 신경을 쓰고 있으면 오히려 트럭 쪽으로 빨려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그와 똑같다.
야구 감독 노무라 씨도 선수 지도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볼일 때 치지 마라'고 지도하면 안 된다. 주의력이 볼에만 가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스트라이크를 쳐라'고 말해야 한다."
부정적인 것은 '피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만큼 인간의 의식을 송두리째 빼앗아 간다.
요통이 그 대표적인 예다. 요통은 괴롭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존재감이 커진다. 고쳐야겠다고 마음먹을수록 통증이 강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요통은 곤란한 동반자이자 잔손이 많이 가는 어린아이다.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괴로움이 늘어난다. -3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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