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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을 타고 오사카죠코엔역에서 내려 수상 버스를 타러 갔다. 그러니까 유람선을 타러 간 거다.



25분 동안 오사카의 야경을 보여주는데, 가격은 1,000엔이다. 이번에 갈 때 엔화가 800원이었으니까 8,000원이었던 셈인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돈이 아깝지 않았다. 여행객도 여행객이지만 그냥 시민들도 줄을 서서 유람서을 타는 걸 보니 나름 명물인 모양이다.



내가 들은 게 맞다면 이 다리가 교바시다. 나의 일본어는 1-3-5-7-9도 아니고 1-2-9 수준이어서-_-;;; "교바시라는 이름의 유래는......입니다."만 들어버렸다. 결국 이름의 유래는 미궁으로... 그러나 이 다리 아래를 지날 때 들리는 물 소리는 나에게 괜찮아, 다 지나가는 거야, 하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위로가 되었다. 이 다리를 지나자 이런 풍경이 보였다.



자동디카조차 잘 다루지 못하는 실력이라 사진을 몇 장 찍어도 건질 게 없을 듯했다. 그래서 나는 일찌감치 사진을 포기하고 내 눈에만 담아두기로 했다. 오사카 시내 곳곳에 시민들에게 걷기를 권하는 포스터가 붙어 있더라니, 과연 시에서 난리를 칠 만도 했다. 이런 풍경이 끝이 안 보이게 이어졌다. 과장이 결코 아니다.





죽 늘어선 벚꽃길을 따라 야시장이 열리고 있기에, 배에서 내려서는 그곳을 찾아갔다. 꽃나무 아래에서는 이런 모임들이 열리고 있었다. 각자 싸들고 온 돗자리를 펴고 음식과 술을 나눈다. (정확하진 않지만 다양한 연령과 차림새로 보아 회식이지 싶다!) 꽃놀이로 하는 회식이라. 운치 있고 좋다. 취해서 비틀거리는 사람은 딱 한 명밖에 못 봤다. -_- 그나마 인간적이라고 해야 하나.



야시장 중에서 재미있었던 가게다. 사과에 설탕을 입힌 먹거리인데 포장을 보니 유치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다. 아무튼 되는 건 끝까지 우려먹는(!) 훌륭한 상술!  무지 달아보여서 먹진 않았는데 같이 간 친구는 기어이 하나를 사먹고, 빨개진 혀를 내게 자랑하였다.



 "유원지의 음식은 맛도 없고 비싸기만 할 거야." 이렇게 말하면서 맛도 없고 비싸기만 한 야끼소바와 나름 간사이오뎅과 꼬치를 사 먹었다. 역시 유원지의 음식은 맛도 없고 비싸기만 했다. -_-;;;



돌아오는 길에 보니 저렇게 예쁜 유람선도 있었다. 저건 어디서 타는 걸까? 하고 잠시 아쉬워했으나 생각해보니 저걸 타면 배의 모습을 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고 보니 내가 손해 본 것 같진 않았다. 아무튼 감상은 내가 했으니까. 나는 역시 긍정적인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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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9 1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07-04-19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 눈이 호사를 했지요. 호호. 이 계절의 수상버스는 정말 강추입니다.

지누션 2007-04-27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야. 나도 언젠가 오사카에는 한번 가보고 싶구나. 언제가 될까? 언제든 되겠지. 나 또한 긍정적인...

네꼬 2007-04-27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 네, 언젠가 그럴 겁니다. 긍정적인.. (엄만가요?) 찾아와 주어서 고마워요. 고마워요.
 

닉네임을 갖는 게 아직도 좀 쑥스러운 데다가,  서재를 잘 꾸미지도 못하는 나로서는 심지어 닉네임을 바꾸기까지 하는 게 어쩐지 야단스러운 일 같다. (그리고 뭐, 내가 닉네임을 바꾼다고 해서, 응? 이 사람 닉네임 바꿨네, 하고 알아봐줄 이도 거의 없을 것만 같아서 더욱 그렇다.) 그런데도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하는 심정으로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고양이가 되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있었고, 정말로 기적처럼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은 산책이었다. 그리고 산책을 간다면 가능한 한 멀리 가고 싶었다. 대략 우주쯤으로. 그렇게 멀리까지 걷고 걸으면서 제일 먼 데서 나를 바라보고 싶었다. 현실은 먼지 한톨까지 빠짐없이 다 현실이라는 걸 절실하게 깨닫던 때였다. 그때 가진 닉네임이 '우주고양이'. 지구인, 우주인 할 때의 '우주고양이'였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나에겐 이 이름이 어딘가 마뜩치 않았다. 지어낸 티가 너무 나는 이름인가? 하는 생각도 했는데 서재 검색을 해보니 놀랍게도 이 이름을 사용하는 분이 또 계신 것을 보니 있을 수 없는 이름까진 아닌 것 같다. 그러면 왜 나는 이 이름이 불편했을까. 오늘 아침 워크숍을 마치고 강화도 바다를 보다가 떠오른 생각은, 이 이름이 힘들었던 때를 환기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공기의 무게조차 느껴질 만큼 예민했던 때, 내가 아팠던 때. 지나간 일은 지나간 것으로 놓아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다듬다 보니 내가 이 이름에 만족하지 못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래서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정리하는 의미에서 적어두는 건데, 어쩌면 아무도 묻지 않을 이야기를 구구절절 늘어놓으니 굉장히 쑥스럽다. (아아 내가 쑥스러워하는 것조차 아무도 모를지 몰라;;; )

이 와중에 떠오르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구절. "이름이란 뭐지? 장미는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아름다운 향기는 그대로인 걸."

이름이란 뭐지? 고양이라 부르든 사자라 부르든 나는 나인데. 그래도 닉네임에는 '되고 싶은 나'에 대한 희망을 한자락 걸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서 쑥스럽더라도 계속 닉네임을 쓰기로 한다. 으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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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07-04-15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여운 사자님, 헉,,, 아니 네꼬님.. ^^;;

비로그인 2007-04-15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닉네임은, 자신의 다른 자아이자, 워너비의 상징이죠 :)
같이 참치캔을 핥으러 가요. 우리! ^^

네꼬 2007-04-15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낡은구두님 / 때로는 늠름한 사자가 되고 싶기도 하지만 전 역시 태평한 고양이가 좋아요. ^^;;
체셔고양2님 / 난 몰라. 그렇게 매력적인 제안은 근래에 들어본 적이 없어요!

진주 2007-04-22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쑥스러워 하시는군여~아웅아웅~~ㅎㅎ
이 문디 같은 알라딘은요,
동일한 닉네임을 써야 하는 사용자들의 기분은 전혀 안중에도 없어요.
진주라는 닉네임은 알라딘 안에서만도 200명이 넘는답니다.....완죤좌절..흑흑...ㅡ.ㅜ

네꼬 2007-04-22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 님 / 200명과 동일한 닉네임을 사용하는 기분! 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름을 택하신 것으로, 닉네임에 대한 애정을 가늠해봅니다. 저도 같은 닉네임 가진 분이 계시는 것 같아요. 비슷한 분도 계시고요. (그나저나 진주님, 사진이 넘 예뻐요.=^^=)
 

숙소는 오사카후지야호텔. 남바역과 신사이바시역 사이에 있는 작은 호텔인데, 역에서부터 조금 먼 대신 싸고 조용하고 깨끗했다. 특히 내 방이 있던 "레이디스 플로어"는 말 그대로 여성전용층이라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어쩐지 안심. "웰컴쵸코"라고 과자도 주고 식수도 한 통 준다. 욕실에 갖추어둔 세면도구도 제법 세트가 괜찮다. (흥미롭게도 방마다 그림책도 한 권씩 놓여 있었다.) 프론트에 있던 한국인 호텔리어가 불친절한 것을 용서해주기로 했다.

호텔에 짐을 풀고 도똠보리로 향했다. 그리고 드디어,  먹었다. 긴류라멘!  오사카에 갈 때마다 놓치지 않는 음식, 긴류라멘. 돼지고기와 닭뼈로 국물을 낸다는데, 김치와 부추, 마늘을 양껏 넣을 수 있어서 느끼하지 않게 먹을 수 있다. (오히려 약간 짠 게 문제.) 지구인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라멘가게다.



이번에 내가 먹은 곳은 분점이었는데, 멀지 않은 곳에 본점이 있고 (알고 보니) 분점은 하나 더 있었다. 두 집이 간판 그림이 조금 다른데, 비교해 보니 좀 우습다. 왼쪽은 본점, 오른쪽이 분점의 간판이다. 아무래도 본점의 용이 좀 더 늠름한 것 같다. 라멘을 먹는 용이라니, 귀엽고 웃기잖아.




"오사카는 먹다가 망한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먹을 것 천지다. 오래된 상업도시이다 보니 예부터 다양하고 신선한 식재료가 들어와 음식 문화가 발달했다는 것이다.  오사카에서도 이곳 도똠보리는 먹고 마시는 환락가라고나 할까. (사진 크기가 조절이 안 돼요. ㅠ_ㅠ)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간판에 빨간 도깨비를 내건 집의 타꼬야끼를 못 먹었다는 것이다. 유명한 집이라 밤낮으로들 줄을 선다던데. 도깨비 씨, 내 다음에 꼭 만나드리리다. 이 거리의 마지막 사진으로, 바로 그 유명한 게 사진을. =^^=



게가 비싸서 못 먹는 이들을 위해 귀여운 기념품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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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 2007-04-12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간게.. 정말 귀엽네요^^ 언제가면 저도 긴류라멘.. 먹고싶어요^^;; 전에 TV에서 본것 같은데..^^

네꼬 2007-04-12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정말 맛있어요. 제가 용이라도 체면 불구하고 저런 표정으로 먹지 싶을 만큼요. (^^) (츠으읍. 말하다 보니 침이 저도 모르게 그만.)

프레이야 2007-04-12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구항의 영덕대게촌 입구에 있는 대게가 생각나네요. 일본도 무척 비싼가 봐요.
도똠보리랑 잘 먹고 갑니다.^^

네꼬 2007-04-13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언젠가 홋카이도를 갔을 때, 주위에서 삥 뜯은 돈으로 (곧잘 그럽니다. 현지에서 쓸 돈은 지인들로부터 조달을...) 게 다리의 일부를 먹었는데요, 아, 맛나더군요!! 사실 게요리는 오사카보다 홋카이도라고들 하더라고요. 물론 저야 영덕대게만 해도 감지덕지죠!!

2007-04-19 1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07-04-19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 이번엔 아니고 전에 경험하였어요. 하하. 역시 벚꽃보다! 그리고 게다리는 홋카이도가 일품이라 합니다요. (봄 여름에 자전거 타고 일주하면 쵝오인 홋카이도!)

비로그인 2007-04-30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오랜만에 보는 모습....
지금 당장이라도 날아가고 싶어서 가슴이 꿀럭꿀럭합니다...(긁적)

네꼬 2007-04-30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신님 / 어머나, 님도 그거 아세요? "꿀럭꿀럭"? 왜 그, 목에서 이상한 소리도 나고요.... 동지를 여기서 만나다니! (반갑습니다. 호호홋)

비로그인 2007-05-01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후훗. 개인적으로 '꿀럭꿀럭' 같은 요상한 표현을 좋아합니다만.
반갑습니다 (덥썩)
 

"꽃놀이를 하러 주말에 일본에 간다."

이렇게 말하면 얼마나 럭셔리한지.

사실은 여러 사연이 있어서 그다지 편치 않은 여행이었지만,

아무튼 저 말은 그럴듯하다.

주말을 끼고 앞뒤로 하루씩 휴가를 내어, 교토에 다녀왔다.

 

 



간사이 공항에서 내려 호텔이 있는 오사카의 남바까지 가는 데

난까이센 급행을 이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한 시간 정도 걸리는데,

라피도 알파나 베타를 타면 시간은 약간 단축되지만 좀 비싸다.

생각해보니 그건 서울에서 수원까지

지하철을 타느냐 새마을호를 타느냐 정도의 차이가 아닐까?

 

 

간사이 공항은 바다 한가운데 인공섬에 떠 있기 때문에

시내로 들어가려면 늘 바다를 건너야 한다.

갈 때마다 나는, 이 부분이 참 좋다.

어쩐지 나도 쎈 또는 치히로가 된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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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4-11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럭셔리 합니다 에구 부러워...
전 대학생때 오사카에 비행기 갈아타느라고 하루정도 머문적이 있지요.
하루 관광이었는데도 참 좋은 기억이 있어요.
언제든 다시 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

향기로운 2007-04-11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은 광안대교인줄 알았어요^^;; 좋은데 다녀오셨네요^^

네꼬 2007-04-12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고양2님 / "딸라빚" 내서 간 거예요. -_-a 오사카, 교토, 참 좋지요. 언제든 다시 꼭 가시어요. 여행기는 차근차근 올리겠습니다.
향기로운님/ 광안대교도 저런가요? 네네, 좋은 델 다녀왔어요.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리스 2007-04-12 0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딸라빚내서 도쿄에서 사쿠라를 보고 왔다는;;;
빚진 인생살이~~ -_-;

비로그인 2007-04-12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장인이 해외여행 한번 가려면 다 그렇죠
에효, 마이너스 인생~ -.-...

네꼬 2007-04-12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낡은구두님 / 도쿄라. 어이쿠. 거기도 사람이 많던가요? 전 아주 간사이 지방의 시민들을 한꺼번에 만나고 온 기분입니다. ^^

체셔고양이2님 / 에혀, 마이너스 인생. 저 혼자가 아니라 외롭지 않아요. 호호.

하늘바람 2007-04-15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근사합니다

네꼬 2007-04-15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 바다, 전철, 여행, 딸라빚, 마이너스 인생, 이중에 어떤 게 멋지신가요? (^^) 농담입니다아~ 반갑습니다.
 



깨끗하게 떨어진 꽃.

너나 나나

아픈 채로 봄을 맞이하느라

고생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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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4-10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주고양이님, 어디 안 좋으신가요? 괜한 걱정이 됩니다.
저도 저 꽃처럼 떨어져도 품위 잃지 않고 깨끗하면 좋겠습니다.

네꼬 2007-04-11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_ㅠ 여행 중에 찍은 사진입니다. 그 많은 풍경 중에 제 눈엔 하필 왜 저런 것만 들어오는지.. 네네, 몸이 아니라 마음이 아프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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