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을 다 알 수 없는 시를 읽을 때면 가끔 외우고 싶다. 그 말들을 입속에 말아 넣고 굴리고 녹여서 어딘가에 갖고 있으면 뜻을 몰라도 괜찮은 채로 그것들과 화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기형도의 시를 처음 읽었을 때도 그랬다. 우울이나 허무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도 그런 말들이 왠지 좋았다. 알 수가 없어서 외우고 녹였다. 그때는 "갑자기 눈물이 흐른다, 나는 불행하다"는 구절(「진눈깨비」)을 좋아했고, "그 춥고 큰 방에서" 혼자 울고 있는 서기를 보며 "침묵을 달아나지 못하게 하느라 나는 거의 고통스러웠다"고 하는 「기억할 만한 지나침」을 자주 떠올렸다. 남들이 인용하는 「엄마 걱정」 속 "찬밥처럼 방에 담겨" 천천히 숙제하는 아이는 애써 외면하곤 했다.
그리고 나는 어느 순간 이 시집 속 어느 말을 떠올리고 놀란다. 받아들이기에는 힘이 모자란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나를 갉아대다가 문득, 이것들을 어딘가에 넣고 문을 닫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 내 입속에서 「빈 집」의 말이 굴러나왔다.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혀에 녹여 갖고 있던 말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가 차례가 되었다고 나 대신 나선다.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시의 쓸모.